" 바람에 휘날려 흔들흔들,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들과 함께. " " 나 역시도 흔들려버려, 그저 가여삐 쓰러지는 꽃 한 송이가 되었죠. " " 봄이 그리워, 그 깊은 꿈을 사랑해 추억하노라면. " " 나의 겨울은 유독 시리고도 외로워, 몸을 말고 말았답니다. " - 흑접黑蝶 에미리. 낙화落花
초콜릿이란 말에 이 사오토메가 반응을 어찌 안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히 기쁘게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당연히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하지만 나중이지요. 나중이지요? 언제가 정해지지 않은 약속이란 건 반드시 이뤄지지는 않는 약속이랍니다. 그렇기에 저로서는 적당히 의례적인 말로 받아들였답니다.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익숙하디 익숙한 단어였으니까요……그렇지요?
생각은 생각으로 흘려두기로 했습니다. 잔잔하게 흘려두기로 했습니다. 이자리와는 관련이 없는 생각이었답니다. 아무튼, 다림양의 말씀이 들리기 무섭게 저는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답니다. 저 분홍빛 로드샵이라면 제가 생각해 뒀던 그곳이었는데 우연일까요? 아아, 저곳이라면 생각해둔 팔레트를 소개하고 돌아갈 수 있겠네요!
“그렇네요. 소녀를 대하는 곳이기에 소녀답게 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
乙女를 두번이나 입에 담는 어투가 묘했답니다. 어쩌면 제가 무언가를 떠올렸기에일수도 있답니다. 아아, 적당히 이렇게 둘러두기로 할까요. 그 가게의 분홍빛 옷만은 취향이 아니라구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곤 “다림양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저 가게도 괜찮사와요? “ 라 말하다, “…조금 직원님들이 지나치게 친절하시긴 하지만요….🎵” 라는 말을 덧붙이곤 저는 입구로 가 다시 문을 열려 하였답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에스코트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자아, 그럼 가보실까요🎵 마침 그곳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팔레트도 있고 했구요! "
경쾌히 말하며 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안내하려 하였습니다. 무언가를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답니다!
"다행이에요." 제가 만든 초콜릿을 던지신 분도 있던가. 라는 생각을 하고는 잠깐 멈칫하고는 뭔가 싫어하는 맛이라도 있으신가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민트초코를 싫어하는데 만든다거나 하면 곤란하죠. 바다 양에게는 민트초코를 줄 수 있겠지만.
"소녀를 대하는 곳이라 소녀답게.." "그렇네요..." 오토메(아가씨)를 말하는 에미리 양의 어투가 조금 묘한 것을 알아차린 다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알기엔 어렵습니다. 일본어에서 오토메라고 하는 것은 알아도 그것을 연결하는 것은 서투른걸요. 이게 친구 없는 사람의 공감력인가.
"팔레트라니 신기하네요" 그렇게나 많은 팔레트들이 있다던가...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요. 라는 말을 하면서 에미리 양이 여는 것을 따라 들어가면 따뜻하고 달콤한 공기 안에 옅은 복숭아향이 섞인 냄새와 따스한 조명이 느껴진 뒤..
"어서오세요 공주님." 이라는 점원의 말이 들리네요. 분홍분홍한 색감은 다림이랑은.. 미묘하려나. 쿨톤핑크라면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몰라요? 마치 벚꽃잎 같이?
싫어하는 맛이 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이런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지요. 초콜릿에 싫어하는 맛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딸기도 괜찮고 화이트도 괜찮았답니다. 물론 민트초코도요. 정도를 넘지 않는 단맛이라면 무엇이든 좋았습니다. 홍차에 어울리려면 지나치게 달진 않은 게 좋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말 들어보셨는지요? 정말 그 말대로랍니다. 막상 발라보면 전혀 다른 것이 많답니다🎵 “
그런 말을 하며 들어선 가게 안은, 놀랍게도 분홍빛이었고, 하얀 진열대에 각양각색의 화장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회색과 검정색으로 채워진 전의 로드샵과는 사뭇 다른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였답니다. 정말로 점원님들도 분홍빛 옷을 입고 계시셨고요. 아아, 지나치게 분홍빛이라 눈이 아프네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점원님께 인사를 드리곤 저는 종종걸음으로 아이섀도우가 모인 진열대로 걸어갔습니다. 신상인 팔레트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차가운 톤에게는 소개드리기 좀 어려운 종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나온지 꽤 되었기에 슬슬 재고가 없어져가고 있던 종류의 팔레트였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 호수 모두 재고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소개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지요.
“저어🎵 이거랍니다! 가볍게 일상용으로 쓰기 좋은 종류여요, 너무 짙게 올라오지 않는 종류라 연습하시기에 편하지 않으실까 싶사와요🎵 “
경쾌히 웃으며 저는 진열대에서 제가 쓰는 1호가 아닌 3호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아아, 행운의 여신이 저희를 비춰주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