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란 그런 것이지. 다름을 이해하기보다 같음을 우선시하고 공통점을 당연시하지만 차이점을 혐오하는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 " " 악. 악같은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는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니까. 그것도 아주 지독한 가해자 말야. " " 그러니까 물으려고 해 친구들.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살은 부드럽던? 그렇게나 날카로운 칼로 후벼파는 것이 즐거웠어? 그저 너희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내 고리를 부수더니 이제는 나마저 이 세상과 격리하려 하는 거야? " - 세스비에트의 악몽 연바다, 이종족 해방 전쟁 중.
"아픈 것의 원인이.. 저라서요.. 며칠 잠 잘 못잔 것에 며칠 제대로 안 먹어서.." 스스로에게 복수를 할 순 없는걸요. 아닌가. 스스로에게 복수하려면 폭식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다림입니다. 그러다가 입 속에 넣어버리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뺏어야지 영성으로 경로를 막 틀어서 못 뺏게 하지 못 뺏은 상태에서 이러면 다림으로는 막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어머나..." 카사 양. 퉤 하세요. 라고 말하긴 하지만 이미 넘어간 걸 토하게 하진 않으니 다행일까요. 다행스럽게도 깨였을 거라고 믿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혹은 진짜 아니었을지도요? 그러다가 또 바나나껍질에 카사가 가물가물하다가 정신을 차리면 다림의 기숙사 최초입성일지도요?
"깨어나셨나요?" 옷을 잘 바꿔 입는 것과 별개의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짐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정확하게는 정돈이 잘 되어있다에 가까울까요.. 단정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로 깔끔하고. 뭐가 없어보이는 차가운 공간에서 카사가 가장 이질적일지도 모릅니다. 온도도 그렇고, 색채도 그렇겠지요. 아. 나중에 설운삼이 심겨진 화분이 추가될지도 모르지만.. 다림은 카사를 바라보며 옷 입을 만한 거 몇 개 골라왔는데.. 길이도 길이지만, 허리 쪽이 맞을 만한 걸 고르느라 조금 걸렸네요. 라면서 옷을 보여주려 합니다.
"일자 원피스.. 저는 보통 허리띠로 졸라매는 편이라서 그나마 입을 만하고요.." "이건 점프슈트...인데 저는 한번도 입어본 적 없네요." "그리고.. 동물 후드." 골라입으면 될 거에요. 라고 말하나요?
생각만해도 소름 돋는 다는 듯이 부르르르, 몸을 한 차례 떠는 카사. 그것이야 말로 너 같은 할멈성애자에게나 어울리지!! 이 녀석이 자긍심을 얘기하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할멈은 할멈이라 할멈이라 부르는 건데 뭐! 가디언이고 친근한 인상이고 그게 카사가 할멈을 부르는 데에 무슨 상관인지! 마지막으로 베, 하고 혀를 내밀어 에릭을 골린다.
"내가 왜 네 탓을 해?! 그게 기회고 경고냐!? 꼰대가 못하는 말이 없어!!"
그래!! 문다!! 완전 물어서 끊어버릴테다 뭐!! 아예 한 마디를 지지 못하는 카사. 이걸로 끊어 버릴테다 에릭 하르트만!! 이라고 경고하는 듯 송곳니를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현실남매...?
"하하! 너야 말로 준비 못했구나!! 에베베베!!"
자기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주제에 아주 유치하게 군다. 어른스러운 카사는 나머지는 쌍그리 무시하고 끝자락만 신날데로 놀려댄다.
...그러다가 돈.
멈칫. 동그래진 눈. 후우, 깊은 한숨을 쉬고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이 최종 무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수 없지..! 낑차, 자리에서 일어선다! 잔뜩 굳은 입매로 에릭을 쳐다보는 카사! 느리게 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선...
고갤 절레 흔드는 가람이를 향해 살풋 웃고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떠냐- 라는 느낌이었을까?
" 정전기 쏘면 가람이 꼬리 앙. 하고 물어버릴 거야. 진심이야. "
볼을 다시 조물거리자 입술을 살짝 내밀며 가람이를 빤히 바라보았지. 볼 아파아... 라고 살짝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딱히 가람이를 제지하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어차피 자신도 가람이의 포실포실한 귀를 만지고 있었으니까. 값을 요구하면 "내 볼 만지고 있는게 값이야." 라고 뻔뻔한 표정으로 답했겠지.
" 이것보다 부드러운 건 못 봤네, 그러고보니. "
"그럼 맛도 파운드 케이크 맛이 날지 정말 궁금한데." 라며 농담스럽게 말하고는 가람이의 꼬리를 낚아채 앙 하려고, 다시 한번 시도했을까. 기필코 저 꼬리를 맛보고 말 것이다- 라는 의지가 느껴졌지.
" 미안. 적어도 질문을 다시 해주지 않을래?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모르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는 쪽이 빠를 것 같아서 말야. " " 내가 왜 현자와 같은 칭호가 아니라 대학자란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아? 현자는 남에게 지식을 배풀어야 하지만 학자는 지식을 독점할 수 있거든. " - 대학자 셀린 에타나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