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만들려고요. 우리는 배울 기회도 없이 전선에서 배우고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후대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들과 같은 희생이 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 " 자유와 희망. 아프란시아 성운의 이름을 따고 교회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아프란시아 성학교. 어때요? " - 좋은 생각이네요 유즈 씨! - 성녀 유즈와 거해광견 도바
하루는 웅크린 체 자신을 더럽다고 말하는 카사의 말을 듣곤,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자신은 카사가 생각하는 것만큼 깨끗하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카사가 온전히 들여다본다면 자신도 그리 깨끗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알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는 카사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이 아이가 홀로 웅크리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다.
“ 카사가 바란다면... 노력해볼게. 카사가 ‘소중히’ 하길 바란다는 그것에 맞춰서 나 역시 나를 소중히 여겨볼게. ”
하루는 땅을 움켜쥐며 간절히 내뱉는 카사의 말에 느릿하게 떨려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자신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언제나, 자신은 그저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용될 뿐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카사의 말처럼 온전히 소중히 여길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그것이 카사의 말이라면 하루는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괜찮아, 나는 괜찮아. ”
카사의 사과에 하루는 다시금 고개를 저어보이며 괜찮다는 말을 되뇌인다. 이미 지난 일, 흘러간 일에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 몇 번이고 괜찮다는 말을 속삭인다.
“ 카사는... 카사는... 그저 겁을 먹었을 뿐이야. 누구나 똑같이 카사처럼 겁을 먹어... ”
하루는 부드럽게 카사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물기가 남아있는 목소리로 다정하게 속삭인다. 상냥한 하루의 손길이 카사의 머리카락에 내려앉고, 현실에서 같이 밤을 보내던 그때처럼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 그렇지만, 카사는 나랑 다르게 용감하기도 한 아이야. 나는 아직도 날 위해서 앞으로 나서던 카사의 뒷모습을 잊지 못해. 나한테 화를 낸 것도, 모두 나를 생각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차분한 목소리가 조용히 카사에게로 스며든다. 이미 주변의 풍경은 두사람만을 남겨둔 체 고요해진 상태였다. 마치 더 이상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필요없다는 것처럼, 그저 두사람 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처럼 변해버린 상태였다.
“ 있잖아, 카사. 나는 카사의 말대로 카사가 볼품없는 굶주린 짐승이라도, 겁쟁이 괴물일지라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그게 뭐 어때서? 나는 그런 부분 마저도 사랑하는 걸. 그것 또한 카사의 모습인걸. 겁내도 괜찮아. 얼마든지 굶주려서 내 피와 살을 탐해도 괜찮아. 나는 그것마저 사랑하니까. 그것마저도 카사니까. ”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카사. 하루는 그렇게 속삭이며 천천히 웅크린 카사의 두 뺨으로 손을 밀어넣어 천천히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려 했다. 두 눈을 마주하고 제대로 말해주겠다는 듯, 하루의 손길은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 그런 모습들도 나한테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그런 모습마저 받아들이는 너의 ‘무리’가 되어주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