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저번 수업 때 필기내용을 날려 먹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기억이 리셋되기라도 한 것일까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는 걸요! 그건 그거고 오는 길에 분위기가 좀 많이 심상치 않았었는데,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쉬는 동안 아버지께 안부 인사를 드립시다! 마도일본에서도 연락을 못 드렸는데 적어도 제가 의뢰 가기 전에는 연락을 드려야 하지 않겠는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위치가 위치이신만큼 지금 매우 바쁘실테니까, 다른 안부를 여쭐수 있는 분께 대신 여쭤보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대충 기둥 뒤에서 머리만 빼꼼하고 있는 고양이 이모티콘)] [야마모토 씨, 야마모토 씨? ] [잠시 시간 괜찮으신지요? ] [(*ˊ˘ˋ*)♪]
그래서 야마모토씨께 문자를 보낸 것 뿐이랍니다! 정말 그 이유 뿐이어요!! 다른 이유라던가 정말로 없으니까요??? 정말로 안부 묻기하려는 이유랍니다????
# 야마모토씨께 문자를 보내 보아요! 만약에 다른 연락도 온 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문자를 보내고 나서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 현재 망념 20!!!
[ ▶ 원한에 목 놓아 우놀아. ▶ 동아리 부장 발주 의뢰 ▷ 게이트 '통곡무덤'을 클로징하고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시오. ▶ 제한 인원 : 3인 ▶ 보상 : (사오토메 에미리)정보 - 고스트 다이버 ] [ 이게 내가 우리 서포터에게 받은 의뢰에 대한 정보. ] [ 무조건 적이 귀신이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그럴 확률이 높긴 하네. 이건 조금 곤란하려나. ] [ 아군의 피를 사용하는 건 가능해? 우리팀 서포터가 힐러인만큼 네가 쓴 양을 힐로 채우면 될 것 같은데. ]
자기 이마를 팍 팍 팍... 친다. 아이고... 교내 분위기가 안 좋더니만... 이게 그 이유구나. 한숨을 팍 내쉬며 성큼성큼 걸어가 찬후 옆에 앉는다. 다른 부원분들은 몰라도 츤유 선배가... 안 올리는 없잖아... 미술부에... 끄으응!!! 좋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할까... 곁에 있어주겠지... 안심하라고 말해주겠지... 하지만 난 그런 거 진짜 잘 못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나? 다 잘 될거야? 이건 너무 낙관적이야. 애초에, 난 사람 마음 같은 거 잘 모른다고... 만화로 인간관계를 배운 사람에게 뭘 바라는 거냐고~!~! 고민고민하다가 찬후 선배를 슬쩍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그... 손유 선배와... 연락은 되세요? 연락처는 남아 있는거죠?"
그리고 찬후 선배는 뭘 그렇게 웃고 계신거냐고요~!~!~!~! 아니, 이런 상황에서 굳이 웃을 필요는 없는데!!!
긴장되어 빠른 손놀림. 아무 이유도 없이 손이 마구 떨려와 오타라는 흔적으로 새겨진다. 나는 이런 급박한 패닉룸스러운 상황에 여전히 약한 것 같다. 내가 더이상 상처를 외면치 않기로 한 순간부터 이런 패닉에 약할거라는 각오정도는 했지만, 귀에 이명이 울리고 시야가 어지러운, 여전히 남은 트라우마반응은 솔직히 좀 괴롭다.
...릴렉스, 진정. 여기는 십여년전도 아니고 하멜른이 다시 열린것도 아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다시한번 더 가다듬고. 침착하게, 문자를 입력하는 손이 빨라진다.
>1596248027>891 핏줄을 타고 뜨거운 피가 달려나가는 느낌을 아시나요. 하늘을 향해 비틀려 올라가는 나뭇가지처럼, 심장으로부터 뻗은 혈관이 뇌로 피를 전달하는 걸 느낄 수 있나요. 기쁠 때나 부끄러울 때처럼, 뺨에 따스한 열기가 어리는 걸 느껴요.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분명 거울을 보고 있다면 붉은기가 오른 발그레한 뺨을 볼 수 있을 거에요.
자그마한 꿈을 기억하시나요. 기억도 안 나는 꿈. 하지만, 모든 꿈은 너무나 상냥해요. 잊어버리려 한 기억도, 잊어버리고 싶던 기억도, 잊어야 할 기억도 모두 삼키고, 아주 때때로 그것들을 보여주곤 하는 거에요. 가장 편안한 곳에서 잠자리에 들 때, 아무것도 경계하지 못할 만큼 약하고 순진하고 물러졌을 때. 건드릴 수 없을 만한 상처를 아주 조금씩 꿰매가며 치유를 기다리는 일. 자그마한 꿈은 그런 일을 하곤 해요.
아아, 무관심한 나.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는 나.
필요없는 것이라고,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름을 잊어왔던가요.
그래서, 이 순간도 잊을 수 있을까요?
치유될 수 있을까요?
"B군, 바쁜가 보네." 네가 시간을 냈을 쯤엔 늘 바빴지.
그래서 연락을 받지 않는 거야.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너무해."
친구라면 좀 더 자주 만나야 하잖아. 그럼 너는 그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겠구나.
"...지금까지 그런 걸 입에 담아온 적은 없었지만." 그건 아니었다고?
그래, 역시 B군은 바쁜가 봐. 슬펐다. 나를 봐주지 않다니. 외로웠다.
유리창을 바라보면, 눈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하지만 미친 듯 입꼬리를 끌어올린 사람이 있었다. 루. 아직도 네 감정이 뭔지 모르겠니?
호흡을 갑갑하게 가로막는 느낌에 가슴을 문지르고, 혼란에 떨고, 거칠게 달아오른 숨을 삼킨다. 두 줄기 빗방울이 창문에 비친다. 그리고 자신이라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낯선 사람의 얼굴 위로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