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심취한다, 밤에 취한다! 뒤늦게 찾아온 중2감성! 이제야 빛을 발한다! 카사, 멋들어진 모습으로 달빛으로 비추어지는 시야를 감상한다. 늠름한 자태. 거대한 그림자. 꼿꼿히 핀 가슴팍. 거기에 오늘따라 털이 윤기나게 좌르르 흐른다. 그야말로 퍼펙트! 완벽하다! 그야말로 신성의 대명사, 쿨-한 늑대의 우상! 그야말로-
"흐억 미친 깜짝아!!!!!!!! 누구여!?!"
신성한 늑대가 욕설을 내뱉는다. 그러다가 보이는 인간의 실루엣에 딱딱히 굳는다. 제노시아는 위험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게 있다. 바로 그 안에 존재하는 학생들!
...안그래도 최근 주변에 트랩이 늘어났다. 오늘 길에도 누군가가 막대기로 바구니를 올린 트랩이 있었다. 아니, 아무리 영성 D라도!!! 카사라는 어엿한 학생이!!! 걸릴리가!!!- -있었다. 미안하지만 안에 누가 족발을 접시에 올려놨다. 그것도 맛있게 보쌈 해먹으라고 쌈장이랑 상추랑 젓가락이랑 고히 접힌 냅킨도 세팅 해놨다. 아니 솔직히 이건 참을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이다. 카사의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바구니 정도야 유유히 탈출했으니 괜찮다. 멍청이가 바구니에 수상할 정도로 강한 결계를 씌어났긴 했는데 땅에는 별 짓을 안해서 그냥 굴을 파 나올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미쳐야 본전이다. 아니, 밑지고 본전이다였나?
하여튼, 결론은 제노시아 학생들은 다 미친 놈이란 말이다. 이 녀석도 허울대 멀쩡하게 생겨도 결국엔 제노시아인일테다. 역시나 뭔가 익숙한 냄새이긴 한데..... ....잘 안 보인다. 역광이 장난하니다. 눈 부셔.
"그- 그래. 달이 아름다운 밤이군."
머리를 굴린다. 무슨 말을 해야 쎄보일까. 기억해라! 어릴적 롤모델이자 장래희망이자 아이돌! 투명 드래곤을 생각하는 것이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너는 내 얼굴을 보며 옅게 미소지었다가, 곧 사라져 버렸다. 네가 있던 자리에는 은은한 꽃의 향기와 내가 네게 선물해 주었던 끈 장식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였다. 만약 너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끈장식을 다시 네게 돌려줘야지, 분명 그렇게 다짐했는데 너와 만나지 못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네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가 않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서 모두 잊혀질 너를 나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꼭 기억해 준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다시 돌아와서 내 손을 잡고, 이름을 다시 알려줘..
문득 산들바람 사이로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를 부르는 네 작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릴까봐. 네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조용히 너를 부른다. "기다림, 거기 있어?" "응, 여기 있어."
>>91 다림이랑 벛꽃...ㅠㅠㅠㅠ 기억과 다림이의 여운이 잘 어울린다.... >>92 (격렬히 보고싶음) >>93 마법사 지아ㅠ.... 쿠루링고의 마지막 원더랜드가 생각난다...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주식 ;) ) >>94 체온이 차가운 지훈이! 웃는 얼굴이 귀여운 지훈이! >>9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루우우유ㅠㅠㅠㅠ바다의 인어 하루... 치명적인 사이렌 같은 하루.......
체온을 잃고 차가워진 창백해진 네 손 위에 손을 겹쳤다가, 이내 깍지를 껴 꼭 잡는다.차가웠다. 죽음의 온도는 이렇게나 차가웠던걸까. 네가 임종 직전 흘린 눈물에 네 체온이 담겨서 그렇게나 따뜻했던 걸까.갈라지는 목소리로, 네 이름을 한 번 불렀다가 다시 조용히 울음을 삼켜낸다.
너와 처음 만났던 그 자리에 갔다. 네가 여전히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늦어버렸네. 쉴 틈 없이 흐르는 눈물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어떻게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는지.
나를 부르는 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덕에, 무척이나 희미하게 들렸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네 목소리라고.
네 목소리를 그저 헛것으로 치부하고, 돌아간다. 그럼에도 점점 더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마침에 뒤를 돌아보자 먼지처럼 파스라지고 있는 네가 나를 보며 밝게 미소지어보이곤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제야 네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를 찾아왔음을 깨닫고 그 자리에 서서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뭔가 방금전의 분위기치고는 깨는 느낌의 말이다... 어차피 역광 때문에 안 보이는데도 미소를 꼿꼿이 유지하던 나이젤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안 보이지만. 근데 말하는 늑대 맞았구나. 그것도 달의 미추를 구분할 수 있는 늑대. 선빵부터 때리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마치, 자신은 죽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같은 말이네요. 죽음은 누구한테나 공평할텐데."
생명체를 창조하는 걸 넘어, 불멸의 생명체를 만든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능하지. 애초에 이미 소문 확인이라는 본질은 의미가 없어졌지만, 이젠 저 늑대 자체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 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그건 그렇고, 이 주변에 파놓은 함정을 그런 식으로 해제한 건 당신이었나요. 그런 일이 많으면 꽤 곤란한데요. 당신을 원망할 건 아니지만요."
누가 그 소문의 늑대를 잡아보겠다고 함정을 팠다가 빠진 누군가가 굴을 파서 탈출해버리는 바람에 망했다던가. 그거야 자업자득이지만 왠 바구니가 있어서 신나게 뛰어간 제노시아 학생 B가 굴에 빠져서 꽤 곤란했다는 모양이었다. 소문이 계속 도는 한 남들에게도 피해 주는 함정 놓기는 반복될 것이다. 이제 제노시아에 오지 않게 한다면 알아서 누가 잡아갔겠거니(?)하고 가라앉겠지만... 근데 얘 왜 지가 함정 놓은 것처럼 말하는 거지. 착각계를 유발하는 카사 더 울프...
"저 아름답다는 달처럼, 당신은 너무 시선을 많이 끌어요. 계속 발을 들여놓다간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라요?"
(제노시아 학생들의 탐욕의)시선...
"원래 무엇이든 아름다운 것부터 거두어지는 법이니까요."
아름다운 가죽을 거둬서 망토로 만들까 카펫으로 만들까!!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구!! (제노시아를 향한 뜨거운 편견의 시선) 아무리 말하는 늑대라지만 인간 쪽이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인데 뭘 어쩔까. 나이젤 나름대로 필사적인 설득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