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댕댕이 모습으로 비눗칠하고 샴푸를 썼을리가 없었으니까. 잠시 카사를 빤히 바라보던 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했든, 하지 않았든, 그에게는 별로 상관 없었던가. 어차피 자신이 다시 씻기면 되니까. 늘어져있던 카사의 목덜미를 다시 덥썩 집어들고는 화장실로 그녀를, 아니 그 댕댕이를 끌고가기 시작한다.
"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화난 건가... 하루라는 친구가 네 간식을 뺏어먹었던가? "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며 요약해준 것 같지만 별로 도움이 되는 요약은 아니었기에, 차라리 직접 물어보면서 파악하기로 했을까.
...그와는 별개로 카사를 욕조 안에 집어넣은 다음 몸에 샤워기로 물을 끼얹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상대에게는 인간의 죽음과 다른 종말의 개념이 있는 것인지, 단어라는 말로 보아 다른 부르는 이름이 있다는 것인지, 정말로 죽지 않는 존재라는 건지, 그냥 상대가 아무말이나 하는 건지(이게 정답) 나이젤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리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태가 된 카사의 상태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늑대 표정 읽기 자격증이 없는걸!!
"당연히 경고의 뜻이었습니다만."
아, 이건 확실히 알아보겠다. 웃고 있다. 이것이 사냥감의 무지몽매한 조언에 비웃음을 터트린 포식자의 웃음인지, 그저 댕청한 겉바속촉 멍뭉댕카사의 :>인지 역시 나이젤은 모른다. 그저 거대한 늑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서로의 정체와 속내는 달빛과 그 그림자로 까맣게 감춰 놓고 엇갈림을 관조하는 만월의 달빛을 맞으며, 금빛으로 번뜩이는 짐승의 눈동자 하나를 바라본다. 바라본다 해도 그 마음은 조금도 들여다볼 수 없을 것을 알면서, 인간과 닮은 점을 찾고 싶은 마음일까.
"당신은 너무 높아 닿을 수 없다는 것일까요...?"
아름다운 달, 하늘 높이 떠 있는 달. 딸 수 없는 하늘의 달. 저것에 자신을 비유했다면, 그만큼 '따이지 않을 자신'이 있단 걸까?
"당신이 그 정도인 분이시라면, 전 뭔가 얹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정도까지 자신감을 표출하는데 나이젤이 뭐 걱정할 건 없겠지. 라는 말을 예의바르게 전했다.
"...그렇다면, 이 달이 아름다운 좋은 밤에 잠깐 이야기라도 해보지 않으실래요? 저는 당신에게 궁금한 게 많거든요. 당신같은 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셨는지, 라던가요."
//글이 여전히 난잡... 하다... 이게 뭐지? 윽 흑역사(후보) 미안해요... 카사주...
댕댕히 말하는 당당이. 아, 아니, 당당히 말하는 댕댕이. 기분 좋게 수긍하며 꼬리가 살랑 살랑 옆으로 흔들린다. 나 잘했지? 그리고 그 대가로 목덜미가 집힌다.
"엑?!? 어째서?!"
한지훈의 하수구가, 한지훈의 하수구가 위험해! 첫번째는 불시에 당한거지만 지금은 아니다!! 끼잉거리며 허공에 발을 허우적거리는 카사!
"하아? 나 그 정도 속 안 좁아! 그냥 정정당당하게 결투나 했겠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카사에게 간식보다 중요한 문제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결투를 하는 것 자체부터 속이 좁다는 증거일텐데 말이다. 애초에 삼각김밥을 먼저 집었다는 이유로 지훈을 공격한 첫인상을 만든 카사에게 나온 말이니... 별로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지훈에게는 많이 빈약한 설명을 열심이 하던 중, 갑작스레 발이 어딘가에 닿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라? 여기... 욕조?
"끼엥!!!!!!"
일말의 경고도 없이 부어지는 물에 패닉!! 패닉에 눈이 흰자가 보일 정도로 크게 뜬 카사, 본능적으로 허겁지겁 욕조에서 탈줄하려 버둥거린다!
"버섯에게는 죽음의 개념이 없음에도 부패를 지속하지. 그리고 그대의 세포는 그대의 존재를 몰라."
버섯을 생각하니 배고파졌다. 구운 표고 버섯이 그렇게 맛있는데. 불 하나로 그렇게 평범한 먹이를 맛있는 요리로 만들다니, 여기 인류의 문명은 대단하다. 슬며시 이를 혀로 스윽, 핥는 늑대. 늑대 표정 읽기 자격증이 없으면 서럽다. 역시 자격증은 많이 있을 수록 좋다. 어어... 근데 경고의 뜻이였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협박이라면 이좀 드러내려 했지만... 다행이다 헤헤 :> 라고 하면 별로 무섭지 않은데. 생각해내라, 머리야! 할멈 침대아래 「악녀인 내가 드래곤의 딸이 되었다?」를 생각해봐!
"흥미로운 필멸자구나."
예! 적당히 강해보인다. 카사는 그리 생각하며 자화자찬의 의미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가까운 데도 마음은 이리 멀리 떨어질수 있다니. 이것은 분명 무슨 교훈이 있을텐데, 모르겠다. 결국 인간관계란 그리 덧없는 것이니, 카사주가 무슨 멋진 말을 생각해내도 덧없는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
엥? 얜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높이 있어. 여기 있잖아. 제노시아 사람들은 원래 이런 영문모를 말만 하나?? 얹긴 또 뭘 얹어??? 이불을?? 이불이라면 언제나 환영인데 왜 자격을 운운하지???? 혼란스런 댕댕카사! 스스로에게 하는 괴짜의 독백이라면 그냥 조용히 있어야 겠다고 짐작하고 그저 웃기만 한다. 축하하려라, 카사. 그대 사회생활의 고급기술, '그냥 말없이 웃기'를 획득하였으니.
"지금이야, 그대의 곁에 있지 않는가."
일단 내가 높이 있다는 것부터 정정해줘야겠다. 아니면 이 인간에게 안경을 추천해줘야 겠다. 나는야 자비로운 카사니까. 그리고 이어서, 나이젤의 제안에 쫑긋, 귀가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