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경험에 하나 더를 추가한다고 해서.." 바닷물에 빗물 하나를 더한다고 해서 넘치진 않지요. 수단으로써도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가볍게 말하고는 침묵과 웅변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굳이 말을 더해 사족을 붙일 바에는 그저 다물어야죠.
"하나만 덧붙이자면. 나를 증오해도 상관없어요. 날 죽이려고 아득바득 이를 갈고 있어도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상대방은 찝찝하고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럴 수록 굴레는 끊기기 어려워질 것이고. 너는 떠넘기는 게 맞다.
"지금은 얕은 편이죠." 지훈의 질문에 답한 말은 평범하게 친애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깊지는 않다는 완곡한 표현이었을까. 조금 과격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슬픈 이야기라는 말을 하는 지훈을 보면서 슬프다고 해도 과거에 불과하니까요. 가라앉은 지훈을 잠깐 보았습니다. 무표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다른가요?
"기댈 사람은 없는 게 나아요." 사람 마음이 그게 마음대로 안 되어서 문제인 거지. 라고 말하는 건 제법 이성적인 면을 되찾은 느낌일까요? 사실다림주가정신이잠깐나갔던기분이.. 아니 이게 아니라. 어쨌든간에 술 취한 것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라는 인식일지도 모릅니다.
지훈은 다림의 말에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을 뿐이었다. 버려도 상관 없다는 말을 하지만... 애초에 수단으로서 버리는 것도 최후의 방법이나 마찬가지었고, 보통은 그럴 생각도 없었던가.
" 널 증오할 생각은 없지만. 그건 내 목표와 어긋나니까. 그렇다고 해서 너와 엮이고 싶지 않은 거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
요컨데 그가 원하는 것은 원수보다는 친구였던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사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이를 쉽게 죽여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훈은 다림을 빤히 바라보다가, "내가 굴레에 엮이길 원하는 거야?" 라고 물었던가.
" 얕은 편이라. 갈 길이 머네. "
농담 반 진담 반을 담아서 중얼거렸다. 꽤나 무거웠던 분위기 탓인지 이걸로 농담을 처음 한 느낌이었던가. 아무래도 좋았지만. 과거에 불과하다는 말에 "사람은 과거에 묶여사는 동물이니까, 그 슬픔은 지금까지 이어져 올 것 같아서." 라고 다림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다림의 이야기라기보단... 자신의 이야기인가?
" 난 네가 기대주는 쪽이 더 좋지만. "
딱히 어느쪽 모습도 상관 없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지어보였다기보단 원래부터 그 표정이었던가.
"양 극단은 서로 만나는 것이니까요." 애증이란 참 애매하죠. 결국엔 이 양가감정을 어떻게 하지 않는다면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양가감정의 결과는 전부 망자였으므로. 비슷하게 여겨져 혼동되었던 걸까? 학원도에 와서 좀 나아질지도. 아니면 더 비슷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굴레에 엮이길 원하는 거야? 라는 말에는
"반반이네요." 한쪽은 엮이게 만들라 하면서도 굴레에 엮이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라는 말은 차분했지만. 진짜 꼬시기라도 한다면 아마 엮으려 들지도? 라는 말은 분명 농담입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철저한 무관심은 아니네요. 라고 가볍게 말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을 보이곤 하는 것은 무시가 아니었으므로. 어디에서는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 하지 않던가. 기대주는 게 낫다는 말에는 글쎄요. 라고 약간은 무심한 것 같은 답을 합니다. 기대는 것은 회피하는 상태에서는 고려할 게 아니었기에.
"보건실에 가서 치료 잘 받기를... 바라요." 상해를 입힌 것은 미안하기 때문에 지훈의 눈을 살짝 피하며 말하는 걸까. 뭐 갖고 있는 건 없어서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양 극단은 서로 만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극에 달했을 때의 일이다. 자신처럼 최소한의 친분만 쌓아도 문제가 없다면 해당사항이 없었던가. 그러다가 반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 그럼 조금은 고려해봐야 할지도. "
엮인다면 죽을지도 모르고, 엮이지 않는다면 친구를 사귈 수 없는 건가. 존재 의의와 직결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차라리 굴레에 엮이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다림이 농담하자, 지훈은 피식 웃고는 "그것도 염두에 둘게." 라며 드물게 조금 더 큰, 즐거움을 내비쳤다.
" 얕기는 하지만 없진 않나보네. "
무관심은 아니라는 말에 이해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글쎄요. 라고 답하자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니 난 참견 못 하지만." 이라고 말할 뿐, 그다지 설득하거나 하려는 눈치는 아니었던가.
" 나중에 꼭 보상 요구할 거야, 이건. "
농담스러운 어조로 -얼굴은 무표정이여서 상당히 이질적이었지만- 말하며 다림을 빤히 바라보았겠지.
"받는 건 익숙해도 주는 건 아니라서요?" 근데 증오를 애정이나 친애로도 볼 수 있다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그걸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고려해본다는 말을 한 지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다지 큰 감흥없는 말을 합니다. "엮인다... 라는 게 가볍고도 무거워서 그런지. 애매하네요." "원래 항상 애매하던 것이었지만.."
"빨리 죽이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니까요." 근데 그럼에도 묘하게 좀 다르려나? 그건 알 수 없었습니다
"무관심했다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보상이라는 말에 윽.. 하는 소릴 냈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농담스러운 어조이긴 해도 보상은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던가. 이젠 돌아가볼 시간이네요. 라고 답하며 후드집업을 돌려주려 하고는 제노시아 쪽으로 가려 할까요.
//막레..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점심 잠깐 늦어지는 동안 슥 썼네여...
글쎄요, 닮아있는 것일지. 아니면 모든 게 달라서 뇌가 차이점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만 것인지. 많이 갖고 있어도 꺼내 쓰지 않고,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질 못하는, 그런 것을 공허라 부른다면 당신은 분명 공허를 마주했다. 당신의 푸름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나이젤은 언제나 짓는 상냥한 미소를 주었다.
"팸플릿을 한 손으로 쥘 수는 없는걸요. 저는 길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지도 없이 안내하다가 놀이동산을 표류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확실히 큰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 팸플릿은 나오고 나서 해설 느낌으로 읽으면 될까요."
두 번째 팸플릿도 주머니에 접어서 집어넣고, 이끌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지훈의 손을 잡고 시설 안으로 이끄려 했을까?
그 순간 느껴진 것은 .dice 1 3. = 3였겠지. 1 숨쉬기가 갑갑한 공기─공기?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슬쩍 고개를 내미는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남색에 박혀 알알이 빛을 내는 하얀 진주들. 걸으면 걸을수록 가까워지는 높고 흉한 울음소리. 이따금씩 시체의 옷자락처럼 목 뒤를 스쳐 지나가는 유령 물고기의 지느러미. 길 끝에 보이는 궁궐 같은 무언가. 2 가슴을 묵직하게 하는 전쟁의 냄새. 무엇이 이 세상에 가득한 피의 냄새요, 무엇이 그 피를 낸 철의 냄새인가. 오늘만큼은 그 두 냄새밖에 맡을 수 없어 무엇보다 생생하게 느껴지고, 경계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옆에 있는 사람의 형체도 간신히 구분할 수 있는 어둠 속, 섣불리 한 걸음 내딛었을 때 서늘한 단검의 검면이 살갗을 상처 없이 스치고 지나갔던가. 3 (대충 음습한 느낌이 드는 저택의 복도라는 애옹)(액자는 깨끗하지만 삐뚤게 걸려 있고, 카펫은 다 해지고 밀려 있고, 모든 창문이 닫혀 있고, 어둑어둑한 촛불이 액자와 번갈아 간간히 벽에 걸려 있어 복도를 밝힌다는 애옹)(두 사람이 발소리를 낼 때 '같은 타이밍에 냈어야 했는데, 엇갈렸네'라는 듯 아주 조금 느린 박자로 한 개의 발소리가 더 들리지만 주변에서 그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는 애옹) 4 이 세 개 전부 나이젤의 떡밥과는 관련이 없으며 그냥 방금 생각해낸 것이고 묘사하면 기력빠질 것 같다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