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예전부터 그랬거든요. 집어드는 것마다 다 진짜였는지 쫓겨났지만요?" 어떻게든 되겠지요? 라고 농담처럼 말하며 턱을 살짝 괴고는 무게로 장난질을 하던 이들이라던가.. 그런 걸 보긴 했지만 그걸 알려줄 정도는 아니었고.. 라고 생각하다가 사건이라면 사람이 죽어야 사건이라는 말에
"그래요? 사람이 죽으면.. 잔향으로도 죽을 수 있으려나." 알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호기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남은 것으로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러다가 젓가락을 살짝 흔들리자 뭔 말을 했냐는 듯 사람이 많이 안 죽는다면 좋은 일이겠죠.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말합니다. 그리고 계산에 대해 묻자.
"아. 돈이라면..." 주섬주섬 꺼내는 건 동전과 지폐같은 거네요. 좀 더럽긴 하지만 확실히 통용되는 화폐입니다. 그냥 시장거리 돌아다니고 주위를 돌아다니니까 어떻게든 모였지만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고 값을 치를 정도는 있다는 느낌이네요.
보통은 사기에 당하면 모르다가 누군가가 알려줘야 하는데 그걸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부러운 운명이다.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걸 듣지 못했다가 다시 물어보기도 좀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
그러고 보니 저번에 기오수구라는 것을 이용해서 함바가를 사먹었을 때 후안 소협이 아무런 대가 없이 사줬던 게 기억났다. 이런! 그때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도 줘서 대가라도 치뤘어야 했는데 만약에, 다시 만날 일이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밥을 사줘서 은혜를 갚아야겠다. 은혜는 2배로 원한도 2배로 갚아줘야 하는 게 무림인이니까
"신기한가요? 하긴.. 그렇게 보이긴 하겠네요" 그건 사실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확실한 것은 그것으로 인해 잘 살아왔으니까요? 그걸 그냥 미워하기만 할 순 없었지요. 지금은 좀 더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일까. 부럽다고 생각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럴지도요?" 굶고 다닌 적은 별로 없어요. 물론.. 조금 급작스러운 보호자의 사망 이후에 며칠 굶어본 적은 있긴 한데. 금방 해결되었고요. 굶어본 적 있으신가요? 라고 말을 이어나가려 하네요. 적당히 식은 음식을 해치우면 접시만 남고 깔끔하게 먹어져 있었을 겁니다.
"그러고보면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저는 다림이라고 해요." 간략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아닌 성격이기는 하죠. 다림은.. 그래도 은근 밝아진 편이니까요? 적당히 정리되어가는 객잔을 봅니다. 은근히 익숙한 느낌인 건 이렇게 박살나는 것도 일상이라는 걸까.. 근데 이런 거 재건하려면 의외로 돈 많이 들 텐데. 그런 것도 감수할 만큼 돈을 많이 내는 걸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다 먹은 것은 꽤 즐거웠습니다.
"역시 저는 여기에서 오래도록 있기는 힘들겠네요." 무심코 들었던 생각을 말하면서 먼 밖을 쳐다보는 것 같은 표정입니다. 건의 성과 이름을 듣고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황보가 성인가요? 복성은 본 적이 적어서 저로써는 조금 신기한 느낌도 있네요" 가벼운 언급을 하고는 불러달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그렇게 부르면 된다. 언젠가는 닫히고 끊어진다고 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