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
그 말에 청천은 잠깐동안 말이 없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음, 우선 여기부터 넘고 마저 답할까.
남학생의 조언대로 신체에 의념을 집중하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몸에 힘이 모이는 것이 느껴지자, 청천은 '마의 벽' 옆으로 돌아 올라간다. 그리고, 뛰어올라서 조금 높이 있는 돌을 양손으로 붙잡아 매달린다. 좋았어! 이래서 가루를 바르는 거였구나, 하는 소소한 깨달음은 덤이다. 손이 미끄러지지 않으니까 이게 되는구나! 그리고 의념의 집중이 다시 풀리기 전에, 얼른 발 디딜 곳을 찾아서 허공에 뜬 발을 올린다. 뿌듯한 감정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후....! 그것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제 진정한 타겟은, 같은 지구인이 아니라 게이트랍니다. 그래서 가디언 아카데미에 오게 되었죠."
잠깐 숨을 돌리며 늦은 대답을 한다.
"저희 집은요...게이트의 존재들에게 강도를 당했었거든요.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어요."
딱 근처의 화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잠시 줄어든 목소리. 그 소리가 미묘하게 서늘하다. 의념의 집중은 다시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돌을 붙잡는 손에 들어가는 힘이 억세다.
"게이트와 그에 속한 존재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는, 저도 다른 분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답니다. 진짜 가디언이 되려면...아직 이뤄야 할 작은 목표들은 더 많지만요."
그러고보니...청천은 문득, 오늘 초면인 사람에게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게다가 부럽다는 말까지 듣는 이 상황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신이 괴도 모드인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것도 인연일까.
그때는 몰랐다... 그 뒤에 나올 말을... 그가 의념을 사용하여 신체를 강화한 뒤, 마의 공간...! 을 뛰어 넘는 것을 보고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어준다. 손만 자유로웠다면 박수라도 쳤을텐데. 뿌듯한 얼굴에서 조금 뒤에 나오는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는 게 문제였자만... 도둑질의 진정한 타겟은 게이트라는 말. 그리고, 게이트의 존재들에게 강도를 당했다는 말이 방금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복수. 복수... 복수가 목적이라면, 딜레마는 저 멀리 가버리겠지. 나와 같이 가디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목적을 달리하는 그. 약간,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서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가디언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같았다. 하지만, 복수를 바라는 그. 단순히 영웅을 그리고 싶다는 목적이 있을 뿐인 나. 그 말을 듣고도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품을 수 있는가? 당연히, 부럽지. 복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이미지 메이킹까지 하는 그가 참 부러운것이지.
"딜레마 문제는 사라졌네요. 음, 그런 일을 겪게 되신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해요. 저랑은 거리가 먼 세계라서 게이트로 인해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크게 다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만 있었지, 크게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음... 청천 씨가 원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복수를. 뭐~~~ 그리고 괴도에겐 조수가 필요한 법이죠~~"
그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과거에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 뒤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으로 생긋 웃으며 도와주겠다고. 괴도에게 조수가 필요한 것은 클리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참, 그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고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이 화현 이라고 합니다." 하고 자기소개도
뭐... 그 최대한이 100GP 빌려주기 같은 거라면 좋겠지만. 신입생이라는 말에 약간 땀을 삐질. 나도 1학년인데... 거기다 서포터인데... 과포화야~! 대화는 이제 슬슬 멈춰야지... 가능하면 의념을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이제 진짜 지친다. 팔이 후들후들 부들부들.
"하지만 그 조수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런데 내가.. 선배야...? 어째서...?
"선...배..인가..? 저, 1학년이라;;; 아무튼, 저는 좋아요. 친구는 많을 수록 좋고,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다다익선인거죠. 저는 이제 힘들어서 먼저 내려가서 쉬고 있을게요."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간다. 바닥에 도착하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들었다... 라는 의미에서 한숨을 팍 내쉬고 그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든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유령이고 그냥 유령이 아니라 괴담 속의 유령이라구요??? 지금 재학중이시긴 하신 분인건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 진짜 이 분을 만나뵐 순 있는건지요? 알고보니 액자 속에 갇히신 분이라던가 그런 경우일 가능성이 없지가 않습니다??? 우선은... 일본어 키보드를 두들겨 보도록 합시다...
[여러분 실례합니다~~~٩(๑❛ᴗ❛๑)۶] [고스트 다이버란 분을 찾아뵈려면] [어디로 가 보는게 괜찮을까요?] [유령 많이 나올법한 좀 으슥한 데로 찾아뵈면 되는 건지요?] [저 진짜 꼭 찾아뵙고 싶어서 그래요 (´・ω・`) 장난댓글 달지 말아주세요!!!]
만약에 장난 댓글밖에 달려있지 않는다면 오컬트부나 미스터리부라도 찾아가서 물어볼 생각이 낭낭했지만, 우선은 정보를 모아볼 목적으로 가디언넷에 글을 올려보려 하였습니다. 어떤 댓글 올라오나 확인부터 먼저 하고 보건부에 돌아가 부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 가디언넷에 글을 올려봅니다! 아 제발 저 고스트다이버 찾아야합니다 좋은 댓글좀 제발!!!
아이언스킨, 의념을 통한 건강강화. 프랑켄슈타인 의뢰에서 니아씨를 대면했을 때 만큼이나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몸을 휘젖는 철혈의 의념이, 또 차곡 차곡 쌓아지는 망념, 투쟁의 고동이, 고블린에게 당한 중독 덕분에 이어지는 고통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면서 내 머릿속을 휘젖는다.
" ㅡ! "
고블린 무리를 지휘하는 채찍놈이 죽은 이 순간이야 말로. 고블린의 수를 줄이기엔 가장 적기였다. 고블린의 수가 줄어드면, 자연스럽게 킹이 나오겠지...
나는 청월에서 배운 워리어의 행동강령 대로 움직였다. 가슴은 뜨겁게 그리고 머리는 차갑게.
#망념을 5쌓아 의념발화 사용. 고블린 무리를 향해 횡베기 //지금 부터는 인형 안쓰고 직접 몸에 망념을 쌓겠습니다
"UGN에서 정보가 도착했 어요. 이야기형, 대립형, 전쟁형. 용이나 영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네요... 저희에게 남은 시간은 거의 없으니까... 망념이;;; 빨리 행동 하는 편이 좋겠어요."
UGN에서 온 정보를 읊어준다. 그러면... 마을을 찾아야 하는데... 추적에 관련된 기술이 없으니;;; 하지만, 해야 해. 서포터를 믿어라! 내가 서포터니까 나 자신 만큼은 내가 믿어야지! 비가 오는 하늘. 해가 가려졌으니 어둑어둑하다. 사람이 사는 곳엔 항상 빛이 있다. 그리고 비가 오니까 온도도 낮고... 춥겠지? 불을 피우겠지? 그럼 연기. 또, 여긴 숲이고, 흙바닥이야. 흙이 젖었으니 질척할테고, 발자국이 남겠지. 그러면... 발자국이 향하는 곳 혹은 연기가 나는 곳이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아.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