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
의지. 의지가 깨진다는 것은 결국, 미래를 잃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소년의 의지는 언제나 크고, 웅대했습니다. 나아가기 위해 수련했고, 이겨내기 위해 손을 뻗었으며, 살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그러나 운명이란 족쇄는 소년을 붙잡고 현실이란 창은 소년에게 빛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좁았으며, 결국 꿈이라 불리던 것은 작은 상자 속에서 발버둥치던 소년의 발악일 뿐이었습니다.
온 몸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나 역시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보세요. 하늘은 이렇게나 아름답습니다. 현실은 이만큼이나 반짝거립니다. 꿈은 여전히도 찬란합니다. 그렇습니다. 나만 없는 세상은, 내가 모르는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습니다.
키득, 짧은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얀색, 그 자체라 하더라도 의심이 없는 소년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안녕?
인사합니다.
- 내가 누군지 궁금해?
고개를 젓습니다.
- 알아.
소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도와줄까?
소년은 손을 뻗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검 한자루가 들려있습니다.
- 이 검을 잡으면 능히 검성을 뛰어넘는 검사가 될 수 있어.
소년의 손에서 검이 사라지고 작은 환약이 생겨납니다.
- 이 환약을 먹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힘이 생겨나지.
소년의 손에서 환단이 사라지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집니다. 카르히이모프. 고대어로 쓰여진 책의 첫 권을 살짝 엿보자 당신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지식들이 소용돌이칩니다.
-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을 것이고
소년은 갑옷 하나를 꺼냅니다. 수많은 피로 덕지덕지 칠해진 갑옷에는, 수많은 악마들의 형상이 박혀있습니다.
- 이 갑옷을 입는다면 불패의 육신을 가지게 될 거야.
하늘에 수많은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검, 창, 활, 도끼, 방패 등등등. 수많은 무구들이 떠오르고 책, 마차, 비행기 등등의 도구들 역시 같이 떠오릅니다. 그 무엇을 잡더라도, 지금은 꿈꿀 수 없는 재능을 얻게 될 것입니다.
- 선택해.
소년은 웃습니다. 팔을 활짝 벌리고,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행동은 장난스럽고, 목소리는 앙증맞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마음을 떨리게 합니다.
안녕. 하얀 얼굴을 가진 꼬마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너의 꿈을 들었어. 네 꿈을....내가 들어줄까?
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