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
다림은 지훈의 기슥사에 초대받아서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무언가가 생각난 것이었을까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지요. 만일 다림의 기숙사에 초대해야 했다면 대청소를 해야 했을 게 분명합니다. 아닌가. 옷 정리가 대부분이었을 테니 그것은 또 아닌가? 그래도 가벼운 선물용을 사들고 가려 합니다.
"이걸로 괜찮을까." 콜라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코x 선물세트(?)를 들고 기숙사 앞에 서 있으려 합니다. 오늘은 좀 편한 옷이네요. 편한 옷이라고 해도 조금 낙낙한 사이즈의 상의와 적당히 낙낙한 바지인가. 하긴. 기숙사 안에서 조금 불편한 옷은 곤란하잖아요? 특히 치마라던가. 끼는 옷이라던가.
설명) 어장의 삼대 누나 아프란시아 - 전투연구부장: 어둠의 누나. >>122의 싸이코와 동일인물. 이분의 광기에 대해선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지연: 빛의 누나. 자세한 건 기억이 안나는데 지훈이 관련 NPC. 매우 쎄다. 인연퀘스트(공략 필수조건)에서 부장급이랑 무승부 띄우기 vs 엘리트 3명한테 이기기라는 악랄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후안: 누나가 아니지만 누나라고 불리고 있다. 불쌍하니 그만 놀리자.
지훈은 침대에서 부시시한 눈을 살짝 비비며 일어났다. 오늘 다림이보고 오라고 했던 날이었구나... 잠이 덜 깬 탓인지, 살짝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키며 터덜터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시동안의 방을 치우는 시간이 지나자, 마침 다림이가 도착한 벨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다림이를 맞이한다.
" 어서와- 아, 이건... 고마워. "
잠을 잘 때 입는 반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있는 지훈이 다림을 맞이했을까? 콜라 선물세트를 받아들더니 한껏 기분이 좋아졌는지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다림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 내가 먼저 초대한 거라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되네.. "
"혹시 그런게 있으면 말해줘." 라며 다림보고 침대에 앉으라는 듯 자신은 침대 맞은편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대충 기숙사 안은 침대와 책상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집의 공간들은 옷장이나 싱크대같은 곳 외에는 의외로 책이나 보드게임 같은 것들이 가득 차있는 느낌이었을지도? 자신의 손에 들린 콜라중 하나를 미리 빼놓던 지훈은, 이내 콜라로만 가득찬 냉장고의 문을 열어 거기에 또 콜라를 채워넣는다...
볼을 잡혀서 그런지, 원망이 엿보이던 카사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 하루는 방긋 웃어보였다. 기분 전환이 빠른 것은 자신도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한점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상자를 연 하루는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리고 카사는 어김없이 하루가 기대한 반응을 보여줬다.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침을 흘리지 않는 것이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맹렬하게 침을 삼키는 것이 자신이 메뉴 선정을 잘 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을 하루는 알 수 있었다.
“ 카사, 잠깐만 기다려요. ”
하루는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하는 카사를 눈치채곤 잽싸게 반대편 손을 움직여 카사의 입이 벌어지기 전에 검지로 꾸욱 눌러 막아세운다. 그리곤 방긋 웃어보인 하루는 슬그머니 한손에 든 육포를 등 뒤로 숨기곤, 입을 막았던 손으로 자신의 다리 위를 두드린다.
“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먹고 싶은 것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달려드려고 하면 안돼요. 저야 카사를 알고, 좋아하고, 아끼니까 놀라지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면서 놀랄 수 있거든요. 이번에는 차분하게 먹는 연습이에요. 그래도 기분 좋게 먹어야 하니까 아까처럼 여기에 편하게 앉아서 먹기로 해요. 이 육포는 어차피 카사꺼니까요. ”
대부분은 간식은 카사를 보고 도망가지 않으니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답니다, 하는 상냥한 말을 덧붙인 하루가 다시 이리와 앉으라는 듯 자신의 다리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