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혁은 '덤'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맘에 걸렸다. 그는 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글 읽는 건 명세서 읽을 정도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옛날에 책 좀 읽으라고 강찬혁의 지능, 지성, 문학적 이해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엮은 대단히 모욕적인 쿠사리를 들은 이후로는 나름대로 책을 읽어서 수사적 표현이나 비유법에 대해서 꽤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덤이라는 맥락이 나온다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준다는 의미의 덤도 아니고 자신을 덤으로 비유한다면 그건 겸양치곤 상당히 부정적인 어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강찬혁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남이 어떻게 살건 그게 자신이랑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덤이건 뭐건 강찬혁보다는 잘 살 사람이다.
"강찬혁, 아프란시아 성학교 3학년, 무직 백수 워리어입니다."
상대방이 사오토메 에미리라, 일본 사람이었나 보구먼. 그럼 이쪽도 소개해야지. 강찬혁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그게 강찬혁이었으니까. 정확히는 이상한 동아리에 물려서 죽을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게 된 무직 백수지만 그건 상관없다. 그런데, 팔다리를 붙인다고, 그거 참 괜찮은 능력이로군.
"과제는 고맙습니다. 혹시라도 판단 실수 같은 걸 지적하실 줄 알았거든요." //에미리주 죄송합니다. 어제 분명히 아 작성했다 했었는데 작성을 안했었네요... 그런줄도 모르고 에미리 답레만 기다리다가 잤는데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여기다 막레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원섬의 장터의 도박은 당연하지만 의념은 금지인 것이다. 의념을 사용가능하다면 도박이 도박이 아니라 그냥 의념싸움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기에 다림은 적당히 경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경품이 대단한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대단한 거였으면 곤란합니다?
"아 이겼네요." 담백하게 이번 판의 주제인 플레잉카드를 늘어놓습니다.
"풀하우스네요." 느적느적하게 밀어내는 상대방은 트리플이라서 웬만하면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갑자기 풀하우스가 뜨는 사태가 벌어져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인정하고 떠나는군요. 적당히 경품을 타고(이번 경품은 가벼운 인형이었다.) 앉아서 잠깐 다른 이들을 구경하려 하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을까?
인간의 노름에 흥미가 있는 못된 게이트 보스가 있다. 그녀 메리 하르트만이 흥미있는게 노름으로 파멸당하는 인간 모습인지, 아니면 노름의 규칙 그 자체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방금의 노름판을 보며 메리는 물었다.
이 게임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그렇기에 난 대답해주었다. 무조건 운이 좋거나, 무조건 이기는 판을 만들거나. 가령 방금 같은 경우 5트리플은 상당히 강한패다. 말도 안되게 강한패이다. 정상적으로는 족보는 페어, 한끗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에서 트리플이라니 어지간하면 이길 것 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보다 높은 풀 하우스.
"저는 다림이라고 해요. 제노시아에 다니고 있어요." 1학년이에요. 라는 자기소개를 주고받았습니다. 내기 도박을 하자는 말에는 방글방글 웃는 표정에 약간 이질적인 표정이 섞이는 걸까요? 기분나쁘거나 한 건 아닌가 보네요. 조금 신기한 느낌? 사실 행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박에 관심이 적은 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독심술사는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무엇을 거실 건가요?" 그치만 큰 걸 거는 건 도리가 아니잖아요? 패가망신한다고요? 라는 가벼운 농담성의 말을 하면서(실제로 표정도 농담하듯 산뜻했다.) 빌려온 카드덱을 섞는 것을 봅니다. 더 높은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
"조커는 없지요?" 그럼 제일 높은 건 K려나요.. 라는 중얼거림을 중얼거립니다. 내기를 건다면 분쟁이 생길 수 있는 규칙은 정해두고 해야 한다.. 다림도 그런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왜 그런 하자고 하였는가. 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 여왕이네요. K아니면 A가 잡을 수 있겠지만.. 사기를 치지 않는 이상은 운의 영역이겠지요? 라며 카드를 팔랑입니다.
"무엇을 뽑으셨나요?" 느긋하게 카드를 휘릭 돌리다가 에릭이 뽑은 카드를 구경하려 합니다. K거나 A면 축하해줘야겠지만. 6인 것을 확인하고는 이겼네요. 라는 말과 함께 화사한 듯, 도박사의 미소인 듯 애매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승리를 싫어하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넘어갑시다.
"그러고보니. 에릭 씨가 이겼다면 제게서 뭘 받아가시려 했나요?" 가볍게 물어봅니다. 그도 그렇잖아요? 정확하게 지정하지 않았는걸요? 갖고 있다. 만 알고 있었지. 그러다가 내부에 있는 귀중한 걸 뜯겨버리면 곤란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