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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상황극판 룰에 걸리는거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그 외 알아두면 좋은 사실: + 욕설은 자동으로 필터링 돼서 모자이크된다. + 죽은 후에도 접속 가능하다. + '톡방에 있는 이에게 악의'를 가지면 이 톡방에 있을 수 없다.
소녀의 친구가 소녀의 약칭을 호명했을 때 소녀는 숙제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과제는 소녀에게 있어 쉽기만 했고, 그랬기에 소녀는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입 모양으로 뻐끔거렸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일종의 제스쳐였다.
"넌 나중에 가지고 싶은 이름 없어?"
한 부분을 묵음으로 처리했음에도 소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방 안, 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소녀는 그것이 멍청한 걱정임을 알았지만 굳어진 표정을 풀지는 않았다. 넌 너무 조심성이 없어, 윽박지르듯 나온 말이었다. 지금은 너랑 나밖에 없잖아? 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태평한 모습에 소녀는 뒷머리를 매만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틀린 말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있을 리가."
우리의 자리를 망각하지 마, 76. 소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 끝은 결국 걱정이었다. 저 아래 파묻어진 불안은 묻어나오지 않았다. 넌 정말... 소녀의 친구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잖아, 우린 이름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 돼. 그건 15살의 일이야. 딱딱한 말이었다. 친구에게 하는 것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무적이었다. 질린다는 듯한 친구의 말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을 것이다. 연합국의 충실한 개나 다름없다며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네들은 지나치게 모범적인 소녀의 행위와 그로 인한 혜택을 질시하여 하는 말이었지만, 동시에 소녀의 친구가 지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라는 것일까. 소녀는 여즉 사라지는 아이들의 끝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기는 싫었다. 소녀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다. 그것이 생존 욕구로부터 발로된 것인지 혹은, 더 많은 것을 가지길 원하는 탐욕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진짜로 후보도 생각해본 적 없어?"
낭랑한 목소리가 소녀는 생각 속에서 꺼냈다. 소녀는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회피하고 싶었지만 소녀는 친구의 집념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한 가지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 파고든다는 점을. 예컨대 소녀의 친구는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비행물체에 관심을 가졌고, 무슨 생각인지 종이비행기와 초기 비행기의 구조를 본떠 간단한 낙서를 하고 있었다. 걸릴 뻔한 적도 수 번이었지만 소녀의 친구는 언제나 들키지 않곤 했다. 그 일에 관해서만. 그걸 알기에 소녀는 여러 번 들은 질문에 한결같이 규율을 들먹이며 사무적으로 굴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끝을 볼 생각인 것 같았다.
"없어."
진실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 소녀는 바빴다.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소녀는, 언젠가의 말이 생각나 문득 시선을 창으로 던졌다. 인공적인 불빛이 창 밖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 기억났다. 뭐라 그랬더라, 이름이 그 사람을 결정짓는다고나 했던가. 적어도 그 비슷한 말이었다. 기억할 가치조차 없는 말이 왜 이제서야 떠올랐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왜?"
정말 순수한 의문에 소녀는 눈을 깜박였다. 왜? 왜냐고? 정말로, 몰라서 묻는 것일까. 그 표정에 친구는 손을 내저었다. 안 들어도 알 것 같다며 재미없는 놈이라 툴툴거렸다. 소녀는 그대로 질문을 돌려주었다. 그러는 넌? 있어? 라면서.
"왜 없겠어!"
소녀의 친구는 거의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질렀다. 뒤늦게서야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리가 너무 컸다는 걸 자각한 탓이다. 소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하기는. 이번에는 소녀의 친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한참을 숨죽이고 있어도 잠잠하자 그제서야 친구는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이번만큼은 제가 잘못했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칼리아나 첼시아 같은 이름도 예쁘고, 아, 바네사도 예쁘더라? 나비라는 뜻이래! 조안나나 샐리도 예쁘지 않아? 한참을 떠들고 나서야 숨을 골랐다.
"그래도 난 그 이름이었으면 좋겠어."
소녀는 왜 말을 하다 마냐는 듯, 그래서 무슨 이름이냐고 재촉하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헬렌."
왜냐는 소녀의 질문에 친구는 답하지 않고 방실거리며 웃기만 했다. 이렇게 이야기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떠들던 소녀의 친구는 뒤늦게서야 한마디를 더 꺼냈다.
"아, 맞아."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한테 어울리는 이름들도 생각해놓았다면서.
"실비아 같은 이름도 나쁘진 않은데...너만 보면 그 이름이 떠올라."
비비안, 소녀의 친구는 그 이름을 말하며 작게 웃었다. 왜? 소녀가 물었다. 소녀의 친구는 다리를 끌어당겨 웅크리곤 한참 동안 입을 다물었다. 턱을 다리 위에 걸치곤 생각을 거듭하듯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그냥, 넌 강인해 보여서. 왠지 나랑은 다르게 생생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매 순간이 강렬한 색으로 칠해져 있는 기분이야, 널 바라보다 보면. 그만큼 열심히 살아나가는 기분이더라."
이번에는 소녀가 입을 다물 차례였다. 그건 너잖아, 따위의 반박이나 왜냐고 묻기조차 어려웠다. 소녀는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눈이 시리다 했더니 깜박이지를 않고 있었다.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비비안은 생기 넘친다는 뜻이래. 그게 너랑 닮았어."
다시 눈을 뜬 소녀는 어째서인지 피곤해 보였다. 지쳐 보이기도 했다. 입술을 달싹이던 소녀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넌 너무 자기 자신을 몰라."
그런 뜻의 이름이라면 차라리 제가 아니라 친구에게나 어울렸다. 소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멋진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어느 부분도 맞지 않았다. 진정으로 생생한 이는 자신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꿈 하나 없는 자신이? 아니, 차라리 무언가에라도 열정을 쏟고 있는 제 친구가 맞겠지.
"아아아, 몰라. 반박은 안 받아!"
소녀의 친구는 짓궃게 웃었다. 같이 붙어있던 세월만큼이나 둘은 서로를 잘 알았다. 소녀는 다시금 뒷머리를 헤쳤다. 답답했다. 소녀의 친구는 속도 모르는지, 혹은 알면서도 그러는지 환히 웃으며 둘만 있을 때는 헬렌으로 불러주면 안 되냐며 달라붙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항복한 소녀는, 두 손을 항복의 의미로 들어 보이고는 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작법위원회 서기 당번: 4학년 하반 가노 호에몬'의 독백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호엥이는 닌타마 기반 캐고, 사람 이름을 죽어도 못 외우는 바람에 틈날 때마다 메모하는 게 습관인 캐릭터입니다. <모브캐 소개> 시무라 덴페이: 4년동안 호엥이랑 같은 기숙사 방을 쓴 같은반 친구입니다.
새벽에 호에몬은 신비한 종이에게서 신비한 음식을 받았다. 종이를 통해 저와 대화하던 누군가가 말해주길, 그 음식은 나쁜 기억을 없애주는 신기한 볼로*라고 하였다. 이런 엄청난 물건을 공짜로 받아도 되는 것인지! 친절한 누군가에겐 '아침 훈련 때 체할 것 같아서'라고 얼버무렸지만, 호에몬은 그 볼로가 귀중하고 소중해서 함부로 입을 대기가 저어되었다. 게다가 이따금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나 볼 수 있던 볼로들보다도 훨씬 더 폭신폭신하고 몽실몽실해보이지 않는가. 호에몬은 그것이 음식이라는 사실도 잊고 자신 몫의 기숙사 책상 위에 신줏단지 모시듯 올려놓았다. 나중에 그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 직전에야 맛을 보고 감상을 돌려줄 계획이었다.
새벽 훈련이 끝나고 4학년 하반 학생 두 명이 제 방으로 돌아왔다. 가노 호에몬은 평범하게 장지문을 열고 들어왔고, 시무라 덴페이는 평범하지는 않게 천장 판자를 걷어내고 그 구멍을 통해 들어왔다. 닌자 훈련 따위의 일환이 아니라, 덴페이가 학원 내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탓에 방 안에서 외부인을 만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어쨌거나 덴페이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다다미 위에 착지했으며, 바로 옆에 못 보던 물건이 생긴 걸 보고 호에몬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볼로일세. '서비스'라고 하는 것 같다만." "서-비스? 또 그 다른 나란지 다른 세곈지 놈들이 준 거냐?" "그렇다네. 어젯밤 막 받은 따끈따끈한 음식이라네! ... 아, 지금은 다 식었겠군."
흥미가 떨어진 듯한 콧소리로 응수했다. 덴페이가 관심이 식었다고 판단해 호에몬은 다시 옷을 갈아입는 데에 집중했으나, 덴페이의 시선은 계속 호에몬의 책상에 못박혀 있다. 그의 책상에는 '가노 호에몬 일상전서'(사실, 그냥 일기다.)와 폐기된 작법위원회 활동지가 미처 치워지지 못하고 펼쳐져 있다.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듯 글씨가 떠올랐다 사라지는 종이들을 덴페이는 마냥 바라보고 있다.
"먹었냐?" "아니, 그것 하나밖에 받지 못하였어. 아껴두었다가 천천히 먹을 생각이라네." "흐응." "당장 먹기에는 너무도 아까워서 말일세. 듣자하니 그 볼로엔 나쁜 기억을 없애주......"
"뭐하는 짓이냐!! 내가 먹을 거였는데!! 악, 그걸 왜 뺏어먹냐!! 야, 이... 네가 그러고도 닌타마냐!! 돈내놔!!" "맛없어-" "뭐?!" "맛없다고. 뒤지게 맛없어. 독이라도 들은 거 아니냐? 식당 아주머니의 생선구이보다 맛없는 걸 덥썩덥썩 받고 다니지 말라고, 이 바보에몬아."
호에몬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친구의 아구창을 주먹으로 갈겨도 될까?' 지금 화내야 할 건 내 음식을 뺏긴 나인데 오히려 나한테 바보라고 욕을 한다고? 이 자식, 반성하긴 하는 거야?
"백 보 양보하여 나를 바보라 욕하는 건 참는다 하여도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자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네가 뭘 안다고 그 자가 나를 음해할 것이라 폄하하는가?"
덴페이는 동공 풀린 눈으로 쏘아보는 호에몬에게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의 검은 눈은 평소처럼 그림자가 져있을 뿐이라 생각을 읽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4년지기 친구로서 호에몬은 덴페이가 절대 먼저 사과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덴페이가 심술을 부리는 건 늘상 있는 일이라지만 이번만은 상황이 달랐다. 그토록 기대하던 음식을 뺏긴 것도 모자라 또다른 친구에 대한 험담까지 듣지 않았는가.
절대로 이번엔 먼저 화해하자고 안 할 거야. 호에몬이 멱살 잡은 손을 거칠게 놓았다.
"선은 안 넘는 친구라 생각했는데 내 믿음이 글렀나보군."
분함에 발 정도는 구를 법 하건만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호에몬은 방을 나갔다. 덴페이를 지나치며 끝까지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덴페이는 그 동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친구가 자신에게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는 데에서 오는 충격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답답함과 한심함에 더 가까웠을까. 자신이 심술과 장난기가 많다고 자각하는 덴페이였지만, 이번만은 자신이 옳은 행동을 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다만 아무도 없이 텅 빈 방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약간 달랐다. 허공을 봄에도 허공을 좇지 않는 그 검은 눈동자는 혼란을 가득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