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 파란 우체통 📬 : 상황극판

0 우체부씨 (gdaWz1Iblg)

2021-02-10 (水) 01:26:00

와작와작.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받는 사람에게 배달할 거야.
근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편지 넣는 사람 누구야? 어이가 없어서...
그런 편지는 내가 뜯어먹을 거야.
맛있는 우표 붙여놔라.

꿀꺽.
📭

951 이름 없음 (lhnT6A54cA)

2022-08-14 (내일 월요일) 15:43:03

>>950
참나 너랑 다른 담배 피울거거든????
담배 종류 짱많더만 다 피워보고 맘에 드는거 필거임
천천히 뭐 얼마나 천천히?

952 이름 없음 (Xl9LcLIgws)

2022-08-14 (내일 월요일) 15:45:57

>>951
싫음 담배 하나라도 줄어들면 손해임
하
주말에 금연센터 같이 가주면 생각해봄

953 이름 없음 (lhnT6A54cA)

2022-08-14 (내일 월요일) 15:50:35

>>952
뭔 온세상 담배가 다 니꺼냐??
아이구 혼자 못가서 같이 가야해요?
그래요 우리 어린이 손 꼭 잡구 다녀올까요~~?

954 이름 없음 (VLs6CRMOTE)

2022-08-14 (내일 월요일) 21:06:32

저기 수업 중에 갑자기 쪽지 보내서 미안한데..
진짜진짜 미안하지만 나 손 좀 잡아주면 안될까? ㅠㅠ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오늘 죽을 운명이거든?
근데 이름에 물이 들어가는 남자랑 닿아있으면 그 운명을 피할 수 있대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만 나 손 좀 잡아주면 안될까..?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응?? ㅠㅠ

955 이름 없음 (NJ09AWrlZE)

2022-08-14 (내일 월요일) 22:28:59

>>954 헛소리같이 들리는 건 둘째치고 이름이 물에 들어가는 남자가 나 혼자냐? 하나 더 있잖아. 걔한테 부탁해. 거기다 걔가 더 잘생겼네. 왜 하필 음침하고 성격 나쁜 나야.

956 이름 없음 (BSXOpBiei6)

2022-08-14 (내일 월요일) 22:42:34

>>955
수혁이도 있긴 하지만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고 했단 말이야 ㅠㅠ
너랑 나는 짝꿍이니까 수업 시간만이라도 손 잡아주면 안될까..?
아니 그리고 잘생겼다느니 성격이 나쁘다느니 그런 말은 왜 나오는거야?
난 너 음침하고 성격 나쁘다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
내가 무사히 오늘을 살아남게 된다면 내일 맛있는 거 사줄테니까.. 응? ㅠㅠ
떡볶이 좋아해?

957 이름 없음 (0GhqdT0/H2)

2022-08-14 (내일 월요일) 22:48:09

>>956 살고 싶어서 좋은 말로 아부할 필요 없어. 그러지 않아도 내 하찮은 손 정돈 내어줄 테니까. 나중에 손 더러워졌다느니 그런 말만 하지 말아줘. 떡볶이 별로 안 좋아해.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딱히 없고 뭐 사줄 필요도 없어.

대체 누가 너한테 죽을 운명이라고 한 거야?? 무슨 무당이라도 돼? 아무튼... 손은 잡아줄 거지만. 그게 도움이 된다면.

958 이름 없음 (iXp9JZ0Vyc)

2022-08-14 (내일 월요일) 23:03:18

>>957
정말?? 내 손 잡아줄거야?? 완전 고마워! ㅠㅠ
아부가 아니라 진심이야! 내 목숨을 살려줄 너의 손이 어떻게 하찮고 더럽겠어?
그런 말 절대로 안 할게! 약속해!
떡볶이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보답은 하고 싶은데..
그럼 커피라도 사줄까? 나 허니브레드 짱 맛있는 카페 알아!

난 무당 아니야. 너도 학교에 도는 소문 알지?
학교 골목길에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점쟁이 할머니 이야기
나 오늘 아침에 그 할머니를 만났거든
그 할머니가 나는 오늘 죽을 운명이랬어. 그래서 무서워서..

959 이름 없음 (gM7sKRU7WQ)

2022-08-14 (내일 월요일) 23:10:35

>>958 오히려 내가... 아니다. 그만두자. 너 손 꽤 부드럽네. 이런 말 징그러웠으면 솔직히 얘기해. 다신 안할 테니까. 허니브레드는 한번도 먹어본 적 없어. 카페는 인싸들만 가는 곳이니까 애초에 잘 안 가봤거든 네가 괜찮다면 같이 가던가. 그런데 남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려고. 난 이상한 애니까 나랑 그런 데 가면 남들이 틀림없이 이상하게 볼걸. 마음은 고맙지만 억지로 무리하려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이야.

하는 말마다 백발백중이라던 그 할머니 맞지?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나는 몇 주 전에 우연히 만났는데 봄날이 곧 올거라더라. 봄날 따위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런거 믿지 마. 불안할테니까 일단 손은 잡아주겠지만. 너 은근히 검지손가락 떠는 버릇이 있네.

960 이름 없음 (uHuiVMxeL2)

2022-08-14 (내일 월요일) 23:27:39

>>959
우와 너 그런 말도 할 수 있었구나?
에이 징그럽다니~ 손 부드럽다는 말 싫어하는 여자애는 없을걸? ㅋㅋㅋ 고마워!
너야말로 손 꽤 크구나. 역시 남자애는 남자애라는 건가?
억지로 무리하는거 아니야! 너에게 고마워서 그래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면 내일 나랑 같이 가보자! 너도 분명히 허니브레드 짱 좋아하게 될거야!
남들이 보는게 뭐 어때서? 딱히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걸
네가 이상한 애라면 나도 내일은 이상한 애 하면 되지 뭐 ㅋㅋㅋ
둘다 이상한 애라면 남들도 이상하게 안 볼거야

응 맞는데.. 너도 만났던거야?
나도 그러고 싶지만 할머니의 예언은 짧으면 몇 시간, 늦으면 몇 년만에라도 어떻게든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까.. ㅠㅠ
아 나 불안하거나 무서우면 나도 모르게 검지손가락을 떨더라고
혹시 신경 거슬렸어? 미안해 멈춰볼게 ㅠㅠ

961 이름 없음 (2o26xTseFk)

2022-08-14 (내일 월요일) 23:39:59

>>960 평소에는 이런 말 하는 이미지 아니지? 어쨌든 내 손 잡은 여자애는 너뿐이었으니까 그래. 이유야 어쨌든... 나도 고마워. 예언같은 건 안 믿지만 내일 꼭 허니브레드라는 거 먹으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

내가 뭐라고 너까지 이상한 애가 되는 걸 감수하겠단 거야? 겨우 손 잡게 해준 걸로 너무 손해볼 필요는 없는데. 넌 참 신기한 애야. 그리고 넌 앞으로 점 같은 건 웬만하면 안 보는 게 좋겠다. 나쁜 점괘 또 나오면 어떡할 거야.

그래도 오늘이라고 했으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날짜 얘기 안해줬으면 나랑 언제까지나 손 잡고 다녀야 했을 거 아니야. 다행... 이네. 거슬리진 않았어. 너 많이 불안하구나. 내가 계속 잡아줄 테니까 걱정마. 너만 기분 나쁘지 않다면 쉬는시간도.

962 이름 없음 (pOIJ6iDgdY)

2022-08-15 (모두 수고..) 00:00:55

>>961
솔직하게 말하자면 응! 넌 평소에는 다른 애들한테 관심 없는 조용한 이미지였으니까
그래서 색다른 모습이 신기해 ㅋㅋㅋ
어 그럼 내가 네 손을 잡은 유일한 여자애야? 영광인걸!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만약 못 먹으러 간다면 이게 내 마지막 유언장 비슷한게 되려나?

손해일리가 없잖아! 너는 무려 내 목숨을 구해주고 있는걸
그리고 너 자신을 그렇게 낮추면서도 나는 이렇게 챙겨주는 네가 더 신기한 애다 뭐 ㅋㅋㅋ
하지만 나 점 보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ㅠㅠ
나쁜 점괘가 또 나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래
어쩌면 다시는 점 같은거 못 볼지도 모르니까

그러게 정말 다행이야~ 너도 나랑 언제까지나 손 잡고 다닌다면 불편할테니까
정말 고마워.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그냥 오늘 죽는다는 것만 알고 있으니까 사실 너무 무서워서....
넌 역시 음침하다거나 성격 나쁘다거나 한 아이가 아니야.
내 생각대로 다정하고 따뜻한 아이였어.
그럼 미안하지만 쉬는 시간도 부탁할게.
그러면 하교할 때는 나 혼자도 괜찮을테니까!
....내가 내일도 살아있기를 빌어줄래?

963 이름 없음 (u3LX5VJXX6)

2022-08-15 (모두 수고..) 00:28:18

>>962 그런 조용한 애한테 먼저 이런 식으로 말 건 너도 신기한 아이야. 유언장이라니 재수없는 소리 마. 그런 건 말도 안되는 헛소리일 거라고.

다정하고 따듯하다니 그런 얘기 처음 들어봐. 넌 나한테 많은 처음인 것 같아.

넌 내일도 틀림없이 살아있을 거고 나랑 허니브레드란 걸 먹으러 갈 거야.
내가 장담할테니까 오늘 밤은 푹 자.

964 이름 없음 (86Humd9p7.)

2022-08-15 (모두 수고..) 00:48:55

>>963
너는 이름도 그렇고 좋은 아이일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마지막이라면 그래도 한번쯤은 제대로 대화해보고 싶었어

내가 내일도 계속 살아있다면 네가 이런 얘기 듣는게 처음이 아니게 해줄게!
어쩌면 더 많은 처음을 너에게 보답으로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너의 그 단호함이 지금은 무척 안심되네 ㅎㅎㅎ 고마워
너에게 먼저 말을 걸고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해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장담할게. 너의 봄날도 곧 올거야
나의 예언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내가 너에게 봄날을 선물해줄테니까!
그러니까 내일 허니브레드 꼭 같이 먹으러 가자.
나랑 약속이야! 알았지?

965 이름 없음 (2R0pjjfK3k)

2022-08-15 (모두 수고..) 16:41:22

ㅇ야아야야야ㅑ야야ㅑ
김밥이랑 돈까스랑 라면 땡겨
배고파배고파배고파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966 이름 없음 (fBYujoDeKo)

2022-08-15 (모두 수고..) 16:51:30

>>953
ㅇㅋ 잊지말고 데리러와라

967 이름 없음 (qB9pYI9WC6)

2022-08-15 (모두 수고..) 17:01:23

>>966
?? 진짜 혼자 못감??????
아 내 주말
너 담배 끊으면 나한테 절해라 진짜

968 이름 없음 (fBYujoDeKo)

2022-08-15 (모두 수고..) 18:30:44

>>967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수고했어 :)

969 이름 없음 (GxkQC3bH0M)

2022-08-16 (FIRE!) 01:05:24

ㄴ선배님 저 졸려 죽을 걱ㅊ같어요ㅜ
보스 언제 돌아어요?
사랑스런 막내 디비졍슈ㅠㅜㅜ
졸려ㅕㅕ렁앙

970 이름 없음 (zPJGfXoTog)

2022-08-16 (FIRE!) 13:36:37

안녕, 오랜만이네요.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요.

장마철이 지나고 오랜만에 무지개가 떴는데, 당신이 생각나는 거 있죠?
그래서 갑작스럽지만 펜을 들고 편지를 적어봤어요. 부디 이 편지가 이슬에 젖지 않고 잘 도착하면 좋을텐데.

곳곳에 들꽃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는데, 계속 보고있자니 당신과 함께 놀던 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그렇죠?
에밀리는 어때요? 잘 있나요? 그 아이도 다시 보고싶네요.
서럽게 울면서 옷자락을 붙잡고 가지 말라던 모습이 떠올라서,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울컥하는 거 있죠?
도시를 떠나오기 전에 쿠키라도 한 번 더 구워줄 걸 그랬나봐요.
망설이다가 결국 이렇게 아무것도 못 전해주고 와버릴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가을이 빨리 돌아와서 당신과 에밀리를 보러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법 예쁘게 핀 꽃이 있는데, 당신을 닮을 것 같아서 함께 보내요. 당신이 기뻐했으면 좋겠어요.

발그레해질 당신의 귀여운 두 뺨을 생각하며. 다이애나가.

971 이름 없음 (iYrGAaFPGg)

2022-08-16 (FIRE!) 14:31:11

>>970

세상에 다이애나라니, 에밀리가 당신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 일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부터 해야겠네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에밀리는 당신이 떠나고 한동안 다이애나, 다이애나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지요.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잊을만하면 다이애나 언니는 언제 오냐고 묻는답니다.

그렇군요, 그곳에는 들꽃이 한가득 피어있나보네요. 여기는 계절의 변화를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를 스치며 나눠주는 온도로만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을 보고 근처 공원으로 나갔더니 코스모스들이 슬슬 필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코스모스를 보고 있자니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건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저 또한 그때 정말 재밌고 행복했었답니다. 에밀리는 아직까지도 당신을 찾고 있으니 당신이 스쳐간 흔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고 있을까요?

에밀리는 아직도 당신이 구워준 쿠키맛을 잊지 못하고 제가 구워준 쿠키는 맛이 없다면서 안먹으려고 해요. 그럴때마다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다음에 당신이 오면 레시피를 배워놔야겠어요.

기약없는 헤어짐이 아니었으니 다음에 다시 만나서 전해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도 얼른 당신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당신이 돌아와서 코스모스를 같이 보기를 원하니 따로 꽃을 보내지는 않을께요. 하지만 보내준 꽃은 잘 코팅해서 보관했어요.

이 편지를 에밀리가 본다면 정말 기뻐하겠네요. 곧 에밀리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니 이만 줄일께요. 오랜만에 당신의 편지를 받아 놀라면서도 기쁜 한때였어요.

그리움을 담아, 로빈이.

972 이름 없음 (vV.JzQvoms)

2022-08-29 (모두 수고..) 20:35:58

안녕! 굳이 이 종이비행기를 펼쳐보다니 너도 참 할 일 없구나?
아니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으려는 착한 어린이인가?
뭐든 상관없으니까 내 부탁을 들어줘!
사소하지만 간단하고 쉬운 거야.
능소화를 가져다 줘! 4층 미술실에!
능소화가 너무 보고 싶은데 나는 보러갈 수가 없어.
부탁이야! 답례로 널 닮은 꽃을 그려줄게!

973 이름 없음 (ehHzAl23IY)

2022-08-30 (FIRE!) 02:14:34

주은이 울려서 죄송합니다 형님
근데 저 진짜 넘어지는 바람에 먹던 컵볶이 주은이 머리 위에 엎지른거 말고는 한게 없어요
정말로 실수였지만 물론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천번만번 잘못했습니다 그치만 발을 걸어 넘어뜨린게 주은이라는 점만 알아주세요..
그리고 형 진짜 힘 좋으시더라고요..
사람 뒷통수를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 모서리로 내려찍으시다니 저 한방에 기절했잖아여ㅎㅎ
뭐 저는 약간 영화 찍는 기분이라 좋았는데 주은이가 어제 병문안 왔을때 많이 울어가지고요 좀 달래주세요

신주은 친구 김현서 올림

974 이름 없음 (//gt62oMLI)

2022-08-30 (FIRE!) 04:27:00

내가 당신을 위해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았어요. 나와 달리 너무도 많은 금과 친구, 비단을 가진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당신은 이 나라를 가지고 있죠. 당신이 손짓하면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빛나요. 길 하나하나를 금실처럼 수놓을 수 있는 당신은 최고의 재단사야.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있죠. 나라의 가장 나약한 사냥꾼도 당신이 속삭이면 용을 잡아 올 수 있지. 당신은 모두에게 사랑받아.
당신은, 여태 이 나라에 지고 뜬 수많은 가짜 황제들과 달리, 정말로 해도 움직이는 것 같아. 당신이 일어나면 늘 해가 뜨니까. 당신의 머리 위를 지나는 별들은 가장 빛나는 후보들로 엄선했겠지.
당신의 삶을 해마다 질리지 않도록 돕는 바람, 태양, 비, 눈. 그들이 보이는 사계의 변화는 어지러울 지경이죠.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아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졌죠. 사실 나 또한 이미 당신의 하찮은 수집품이겠죠. 하지만 나는 그저 그런 자들과 달리 당신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갈대밭을 나는 철새를 보며 아쉬워하던 당신의 눈빛, 친위대장의 소식을 듣고 통곡했던 당신의 눈물. 당신이 아주, 아주 가끔 보이는 당신의 작은 틈. 나는 그게 너무도 가지고 싶어요. 떠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당신마저 운명의 목소리에 따르게 만드는 존재.
그러나 당신은 너무 많이 가졌어요. 그래서 오래 고민하다 나만의 선물을 준비했어요.
며칠이면 혁명군이 황궁에 도착합니다. 바닷물이 달의 조화로 차오르듯이.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수뇌부는 딱 하나 빼고 모두 죽었거든요. 군대가 도달하기 전 딱 한 명, 당신에게 갈 거예요. 당신을 가장 가장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선물 받고 싶은 물건을 보내요. 장인이 정성스레 만들어 날이 아름답게 서 있죠.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모아 당신을 질투하는 사람들을 죽여버렸어요. 이것이 나의 선물입니다. 이제 내가 당신만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면, 그걸 나에게 선물해주세요. 그리고 내 몸에서 흐르는 따듯한 피를 봐줘요. 당신이 만들고 당신만을 위해 쓰인 그게 전부 빠져나갈 때까지 날 안아주세요.

975 이름 없음 (AzTxjZXOAk)

2022-09-14 (水) 03:28:48

→

여기는 신세계.

현재 시각은…… 불명.

나는 생존했고 이곳에 도착했다.

이것은 무모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비로소.

이곳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통신 종료.

←

976 이름 없음 (JOFOubsr8w)

2022-09-18 (내일 월요일) 01:04:00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이런 식으로 대했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도 알 것 같군요. 여기서는 백치로 사는 편이 나으니 그렇겠지요. 나를 말려죽일 셈이 아니라면 이 편지에는 답장해야 할 겁니다.

먼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말하겠습니다. 그날 밤에 나는 뛰어내려 죽고자 한 게 아니었어요. 당신 있는 곳에선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창 아래로는 내가 손수 천을 하나하나 엮어 만든 끈이 있었습니다. 난 그걸 잡고 내려가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어요. 깨어난 지 삼 일이나 되었는데 여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날 당신이 충격을 받은 건지, 기분이 상한 건지, 내가 골칫거리처럼 여겨져 꼴도 보기 싫은 건지는 내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쨌든 제국법 상으로는 아직 내가 당신 아내이니까요.
여전히 난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고 그날 이후 당신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죠. 입 다물고 모른 척한다고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일이 일어나며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더이상 나를 피하지 말아요. 내가 어떠한 연유로 기억을 잃었으며 그 전에는 어떻게 지내고, 당신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당신이 아는 모든 걸 내게 알려주세요. 멍청하게 가만히 있는 건 이제 질렸습니다.

977 이름 없음 (XDDkC4DO9A)

2022-09-26 (모두 수고..) 20:42:20

안녕, 사랑스러운 나의 님아.

당신이 보낸 사치스러운 선물들은 잘 받았어요.

다만 그것들은 나에게는 과하기에 필요할 것 같은 이들에게 나누었답니다.

선물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꽃 한 송이로 족해요.

그대 느끼기에 나를 닮았다 느껴지는 꽃 한 송이요.

아무렴 당신이래도 사랑 앞에서는 볼품없이 초조해지는 모양이지요.

혹시라도 오해 말아요, 난 그런 점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R

978 이름 없음 (ew.EydyTPk)

2022-09-27 (FIRE!) 20:50:04

당신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수호신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릴 점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남기게 됩니다.
요즘 강령술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만, 주변 귀신들은 제가 전부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응답할 수 있는 건 저 뿐이기에, 부디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P.S. 오늘의 행운 컬러는 보라색입니다.

979 이름 없음 (5aYxlxyq4I)

2022-09-27 (FIRE!) 21:42:34

>>978
기껏 공들여서 준비했는데... 당신이 전부 쫓아냈을 줄이야.
게다가 수호신이라는 걸 내가 어떻게 믿습니까? 당신이 쫓아낸 귀신들보다 더 고약한 귀신일 수도 있는 거잖아.
수호신 씩이나 되어서 날 지켜봐왔다는 것도...

그건 그렇고 부탁하고 싶은 건 뭐죠?

추신. 보라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걸로 의심을 푸는 건 아니예요.

980 이름 없음 (ew.EydyTPk)

2022-09-27 (FIRE!) 21:47:03

>>979
아무 일도 없었단 이유로 보안팀을 해고한 회사가 무슨 일을 겪으시게 되는 지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강령술을 멈춰주셨으면 합니다.
시도때도 없이 몸이 끌려가거나 알람이 울려대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어서요.
혹시 강령술을 시도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P.S. 오늘의 행운 숫자는 5입니다.

981 이름 없음 (5aYxlxyq4I)

2022-09-27 (FIRE!) 22:13:34

>>980
...일리는 있네요. 하지만 난 이상한 귀신이나 당신을 부르려고 한 게 아니예요.
강령술을 하는 이유야 다들 뻔한 거 아닙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났어. 말하면 당신이 만나게 해줄 수 있어요?

추신. 오늘 진열대에서 다섯 번째 있는 계란 한 판을 샀는데 쌍란이 나왔어요.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수호신이 맞나 보네요. 의심해서 미안했어요.

982 이름 없음 (ew.EydyTPk)

2022-09-27 (FIRE!) 22:25:06

>>981
이승에 남은 혼령들은 필시 잡귀가 됩니다. 강령술로 불려오는 이들은 모두 그런 잡귀이고요.
혹여 불려왔다고 해도 믿으시면 안됩니다. 당신의 기억을 매개체 삼아 인격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에 대답해드리자면, 만나게 하는 것은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만약 찾게 된다면 의사를 전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P.S. 오늘의 행운 아이템은 수첩입니다. 괜찮습니다. 저라도 의심했을 겁니다.

983 이름 없음 (5aYxlxyq4I)

2022-09-27 (FIRE!) 22:45:20

>>982
...그런가요. 그럼 곤란한데.
딱히 기대는 하지 않지만... 남동생이에요. 만나고 싶다던 사람.
나중에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당신이 대신 전해주세요. 늦어서 미안했다고.
그날 병원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작별인사도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이 전해만 주세요.

추신. ...수첩이요?

984 이름 없음 (ew.EydyTPk)

2022-09-27 (FIRE!) 23:03:10

>>983
알겠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간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셨으면 합니다.
한가지 참견을 하자면, 전하고자 하시는 말은 사과만으로 정말 괜찮으신겁니까? 그렇다면 더는 말을 얹지 않겠습니다.

P.S. 구체적인 건 저도 알 수 없어서요. 동생분 방을 잘 찾아보세요.

985 이름 없음 (5aYxlxyq4I)

2022-09-27 (FIRE!) 23:13:33

>>984
남은 사람이 사과 말고 달리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왠지 그냥, 원망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
용서를 바라고 하는 말도 아니니까, 전해지기만 하면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수호신이라고 했었죠? 이렇게 인간하고 시간낭비해도 괜찮은거예요? 말만 들으면 인간들이 다니는 회사와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데.

추신. 수호신이라고 다 알 수는 없는 모양이군요. 당신 말대로 동생방에서 처음보는 수첩을 찾았어요. 열어보긴 망설여지네요.

986 이름 없음 (ew.EydyTPk)

2022-09-27 (FIRE!) 23:24:46

>>985
당신에 관한 일이라면 어느정도 지켜본 바가 있습니다. 그런 제가 알기로는, 남동생분은 당신과 꽤 닮아있습니다.
만약 당신과 남동생분이 반대의 운명을 취했다면, 당신은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요.
당신께 말씀드린대로, 사과는 제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제겐 일입니다. 지금처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이례적이긴 하지만요.

P.S. 그 수첩이 당신에게있어 행운의 아이템인 것 외에는 알 수 없습니다. 굳이 읽어보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987 이름 없음 (07XiwGB.9E)

2022-09-28 (水) 18:48:13

>>986
닮아요? 어떤 점이 닮았는지 궁금한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는 재주는 없어요.
하긴... 수호신과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할 일이 인간한테 있기나 하겠어요.
그럼 당신도 이름이 있나요? 수호신 말고요.

추신. 그런가요. 부적처럼 들고 다녀야겠네. 조언 고마워요.

988 이름 없음 (VUG8u1aLEE)

2022-10-27 (거의 끝나감) 17:29:20

근래에 지병이 좀 심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 어떻게 나쁜 계절을 보낼 정도는 됩니다. 형제 자매처럼 오래도록 나와 붙어 있던 병이니, 날 죽이지는 않으리라 믿을 뿐입니다.

다만 이제 다시는 예전처럼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병보다도 치명적으로 느껴집니다. 주먹을 쥐었다 펴고, 팔을 뻗었다 굽히고, 몸을 일으켰다 뉘일 때마다, 힘도, 반응속도도, 유연성도 현저히 줄어버린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고 있으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개 무부임을 깨닫고 맙니다. 매번 좌절을 재확인할 것을 알면서도, 매번 같은 동작을 다시 시도해보고 얼마나 몸이 쇠해졌는지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계속 누워 쉬는 중인데도 단란하지가 않습니다. 다시는 예전처럼 말을 타고, 창을 던지고, 레슬링을 하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 이리도 괴로운 일인 것인지......

그렇지만 어쩌면, 정말 괴롭고 원망스러운 이유는 당신과 함께 말을 타고, 당신의 활을 함께 당기고, 당신을 안아드는 일이 다시는 예전처럼 수월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병세가 좋지 않아 이번에는 함께 겨울 별장에 가기에 버거울 듯 합니다. 매년 그곳에서 함께 눈을 구경했던 즐거움을 미루는 게 가슴 아프지만, 주치의가 추위는 위험하다고 만류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거동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까지는 내 저택에서 안식년을 보낼 생각입니다. 불행히도, 당신의 별장과 달리 이 근방에는 재미있는 일이 그다지 없습니다만, 어떻게든 무료함을 달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연말의 추억은 이듬해로 미루기로 합시다.

병문안은 올 필요 없다고 쓰는 것이 의례인 줄은 알지만, 솔직히 당신이 찾아오기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바라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지한 바람은 아니니 올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겁니다.

토후 레인, 윤곽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그리며.

989 이름 없음 (mncvEUCxHc)

2022-11-24 (거의 끝나감) 15:13:23

< 쌤.......ㅠㅜㅠㅜㅠㅜㅜㅠ )
< 저 오늘은 진짜 진심으로 일찍 퇴근할 줄 알앗거든요?? )
< 근ㄷㅔ 또 야근이래요 또또또또또 )
< 저 진짜 차라리 쌤이랑 3대 500치고 싶어요 살려주새요 )
< 맞다 저 오늘 점심 김치제윢볶음이요 ㅎㄹㅎㅎ..... )
<ㅒㅅ쌤.... 내일은 꼭 보ㅑ요 저희.... 진짜 죄송햐요아아아ㅏㅇ아아악 ㅠㅜㅠ )

990 이름 없음 (5qqQqSyps2)

2022-12-02 (불탄다..!) 03:38:17

궁으로 돌아오지 마십시오.
곧 제 부고가 갈 겁니다. 부디 놀라지 마시고, 슬퍼하지도 마시고, 그저 갈 수 없다고 답장하십시오. 그곳에 계신다면 안전하실 겁니다. 제아무리 왕족이라도 멋대로 굴 수 없는 곳이니까요.
이제 가야겠군요. 당신을 모실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

(서명도 날인도 없는,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편지지.)

991 이름 없음 (QdYnM2d96A)

2022-12-06 (FIRE!) 15:23:51

안녕. 아직 그곳에 있니?

992 이름 없음 (izm1QHkjbA)

2022-12-06 (FIRE!) 15:38:16

>>991 응. 아직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993 이름 없음 (Vxs9Qklda.)

2022-12-10 (파란날) 05:13:45

K, 마지막 경고입니다.
그가 내부 규칙 4조 8항에 따라 R계급으로 강등됨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요.
당신과 그가 어떤 관계였는지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의 만남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당신 담당자가 나였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음을 인지하면 좋겠군요.
필요하다면 부분적 기억소거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상의 접촉 시도는 저 또한 방치할 수 없습니다.
한번 더 규칙을 어긴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W.

994 이름 없음 (2N6YtkGw/s)

2022-12-11 (내일 월요일) 01:05:07

너의 수많은 러브레터 중 하나만은 절대로 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도 이런 꼴이네.

친절한 너는 사물함에 넘쳐나는 시답잖은 편지들도 전부 읽곤 했지. 하지만 네가, 지난 5년 동안 나를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닮아서, 이번만큼은 모든 걸 무시했으면 하는 비겁한 바람이 있어.

결국 이걸 읽고 있니? 내 비열하고 더러운 고백을?

아마도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 기억날까. 너는 지나치게 다정해서... 나 같은 사람에게조차 네 상냥함을 베풀어 주었잖아. 어떻게 네 몸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지 난 지금까지도 믿기지가 않아.

그간 네 애정을 과분한 작자들에게 공연히 퍼주는 게 조금 못마땅했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 덕에 나 같이 분에 넘치는 인간도 네 곁에서 사랑을 배웠단 것은 과연 부정할 수 없네.

정말 우스울 정도로 쉬운 일이었어. 어떻게 그동안 몰랐나 싶을 정도로. 너는 세상의 모든 걸 대단히 어여삐 여기니까... 너의 시선이 가는 곳을 좇다 보면 줄곧 무의미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사뭇 달라 보였지. 나는 아마도 그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네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끼는 것을 나도 그런 식으로 다루어 보는 것. 햇빛 좋은 오후, 갓 구운 빵, 맑은 가을 하늘, 저녁 산책 같은 시시한 것에 애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귀하게 생각하는 것. 사랑을 하는 법.

고마워. 너는 내 세상을 전부 무너뜨리고... 아름다운 것만을 골라 다시 쌓아 올려 주었어. 덕분에 이제 나는 너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끔찍하게 서툰 나와 함께 있느라 너도 제법 고생했겠지.
그런데도 너는 이런 나를... 친구라고 말해 줬었는데.
이렇게 제멋대로 좋아해 버리게 되어서 미안해.

졸업 축하해. 얼굴 보고 말해주지 못해서, 이것도 미안.

잘 있어.

문영

995 이름 없음 (5tdy8xse4w)

2022-12-12 (모두 수고..) 02:28:04

이봐요, 느림보!

저번엔 그쪽이 둘러대는 차례였잖습니까! 설마 또 자느라고 보고를 빼먹은 거예요? 자꾸 이렇게 굴면 안 되죠! 우리 둘의 목숨이 달린 일인 걸 알잖아요. 이 짓도 벌써 1년째라 느슨해진 것은 알지만, 정치 상황은 그때랑 별 다를 것이 없다고요.

우리는, 이론상으로는, 추격전 중에 자주 부딪히면서 엄청난 전투를 치르곤 하는 사이여야 한다니까요. 내가 처음에 편지를 보냈을 때 다 알려줬잖아요! 나는... 나는 당신과 싸우기 싫어요. 둘 다 비슷한 처지 아닙니까? 그야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난 세계를 여행하다가 죽을 겁니다. 그쪽도 알겠다고 하고서 그... 상호 근무태만 계약에 동의했잖아요!

당신네 종족도 첩자 양성에는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쪽은 대체 왜 그런 거죠?! 맙소사,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요. 다음부터는, 상황 설명이 어려울 땐 미리 연락을 하던가 하세요! 당신의 감독관이든, 상사든, 누구든 간에 의심하게 된다면... 내가... 뿔 하나를 잘라 줄 수 있어요. 그걸 증거 삼아요.

이제 나에게 있어서 이 사안의 중요성을 좀 이해하겠습니까? 당신네 종족은, 안쓰럽게도, 뿔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랑 수백 년을 싸워 왔는데 의미 정도는 알 거라고 믿어요.

그럼 답장 기다리죠.

996 이름 없음 (5tdy8xse4w)

2022-12-12 (모두 수고..) 03:34:35

>>995

나의 적이자 동료인
너에게.

알아들었어. 네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편지의 글자마저도 참을 수 없이 시끄럽군. 글씨를 좀 조용히 시킬 수는 없나?

이번에 전투를 꾸며내는 것이 늦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이유가 잠이 들어서는 아니다. 문제는 잠에서 깼을 때 생겼어. 왜인지 모르겠으나 대륙 서쪽에 이상한 사령술사가 다니더군. 그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하느라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나의 실수이니 사과하지.

뿔은 잘라 본 적은 있다. 포로에게서. 의미는 모르지만. 상당히 미치광이처럼 굴던걸. 나는 거추장스러운 뿔 따위는 타고나지 않았어. 그러니 너는 다른 것을 골라야겠군. 되도록 지혈이 쉬운 부위로 골라주면 고맙겠어.

나의 어리석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네가 비난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일이다. 나는 훈련은 받았으나 교육은 받지 않았다. 스파이의 재목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군인이지. 그렇게 태어나고 자랐어.

그러나 이렇게 적과 내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내 안의 군인도 다소 죽었나 보군. 상부가 안다면 분명 좋아라 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죽은 것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지 않나.

나도 너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두지. 나는 곧 버려질 도구일 뿐이고 그간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었어. 너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생의 마지막에서 잠깐 정도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서, 혹은 충성스레 일한다고 해서—내 앞의 죽음이 바뀌는 것도 아니지. 그래서 네 제안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계약을 승낙한 거다.

너는 우리 종족의 눈이 없는 곳에서 무슨 짓을 해도 좋아. 나는 단지 조금 쉬고 싶다.

일이 한 차례 끝났으니 당분간 좀 자야겠어.
그럼.

C.

997 이름 없음 (4MVIE9cqkw)

2023-01-04 (水) 11:20:24

>>993

W에게.
그동안 행보를 봐준 건 고맙다만, '만나지 말라' 한다고 '만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야. 이런 이야기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석이 4조 8항을 어긴건 나를 살리기 위해서였어. 그러니 책임이란걸 져야겠지.
물론 담당자인 네게 신세진 것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네가 경고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를 고발하도록 해. 그러면 넌 의심받지 않을테고 네 자리에도 문제가 없을테니.
이 메시지는 네가 다 읽으면 불타게 되어있어.
그동안 고마웠다.
벚꽃구경, 같이 못 가게 되어서 미안.

K.

998 이름 없음 (4MVIE9cqkw)

2023-01-04 (水) 21:06:30

피곤하네. 오늘 당직 끝나면 술 한잔 사줘라.

(당캐의 책상에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999 이름 없음 (k6ECIP/dJY)

2023-01-04 (水) 21:47:04

>>998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술셔틀인가...
장난이고 어디로 갈래? 포장마차부터 레스토랑까지 원하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손님~^^

1000 이름 없음 (4MVIE9cqkw)

2023-01-04 (水) 22:06:59

>>>999

셔틀은 무슨. (사내메신저로 답장을 보낸다. 웃는 이모티콘) 맨날 가던데 가자. 후문 쪽에 연탄구잇집.

1001 이름 없음 (KjC752IK2I)

2023-01-04 (水) 22:1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