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1:1 카톡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4260/recent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웹박수: http://yaong.info/ask/nuts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 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하면 AT로 취급한다.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신이마미야역의 오후는 활기차다. 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청년이 역 부근을 흘겨보고 있었다. 시안색 눈동자를 형형히 빛내며, 행인들의 발자취를 좇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며가며 청년을 스쳐지나간다. 열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나, 배낭을 멘 관광객도 종종 보였다. "참 살기 좋겠네~" 아마도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행인들을 바라보며 청년이 중얼거렸다. 잔잔히 흘러가는 일상 속 감춰진 세계의 비일상을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마냥 평화롭지 않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이들도 간혹 나타나곤 한다. 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어떤 여성의 인상착의가 드러난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긴 생머리에 축 처진 눈꼬리. 겉으론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아이린 지구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킨 요괴임을 청년은 익히 알고 있다. 그녀가 무슨 이유로 인간을 해치며,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비일상의 존재인 요괴가 더 이상 일상의 세계에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할 뿐이었다. 그것이 시안 수호대의 일이니까. 휴대폰을 집어넣은 청년은 다시 역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관찰을 계속한지 약 5분, 청년의 시야에 유난히 키가 큰 여성이 들어왔다. 플랫폼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다니는 그녀는 사진의 모습과 꼭 닯아있었다. 청년은 허리춤에 매단 검집에 손을 올린 뒤 서서히 여성의 뒤를 밟았다. 여차하면 바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여성은 복잡한 인파를 헤치며 나아갔다. 그녀가 다다른 곳은 역 부근의 뒷골목이었다. 지저분하고 좁은 골목을 걷던 여성은 어느 순간 제자리에 뚝 멈춰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청년을 마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 여성은 청년을 쏘아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긁히고 터진 음성이 불쾌하게 들렸다.
"하늘나라의 개새끼가 여기 있었네."
여성이 달려들어 손을 뻗었다. 미처 칼을 빼들 틈도 없었다. 여성에게 멱살을 잡힌 청년은 그녀의 압도적인 완력에 휘둘려 던져졌다. 막다른 벽에 부딪혀 나가떨어진 청년의 몸에 커다란 충격이 전해졌다. 척추가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숨을 고른 뒤 비틀대며 일어나자 보이는 것은, 인간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한냐 요괴였다. 뾰족하게 솟은 뿔, 선득히 빛나는 붉은 눈과 산발이 된 머리, 길고 날카로운 손톱.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청년은 이곳이 인적 드문 길이라는 걸 다행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한냐가 돌진했다. 청년은 발도 자세를 취하며 순식간에 한냐의 등 뒤로 점멸한다. 그의 머리칼이 일순 밝은 하늘색으로 물들었다가 다시금 하얘진다. 공간을 뛰어넘는 그 짧은 틈에 검을 내지르자 살갗을 베는 감각이 느껴졌다. 거무튀튀한 피가 검신에 배어나왔다.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한냐가 고개를 홱 돌렸다. 새빨간 눈이 격렬한 증오로 타오르고 있었다.
"다 죽여버릴 거야! 네놈도… 하늘의 그 콧대 높은 신들도!"
악을 바락바락 쓰는 그 모습이 가엾다고 해야할지. 가슴 앞으로 검을 세운 청년에게 한냐가 뛰어들었다. 한냐의 손톱과 청년의 검이 맞부딪쳤다. 무쇠처럼 단단하고 묵직한 손톱이었다. 한냐의 공격이 몇 번 더 이어지고 청년은 차분하게 그를 받아내었다. 듣기 흉한 쇠 긁히는 소리가 울렸다. 한냐는 잠깐 몇 발짝 물러나 기이한 소리를 낸다. 기회를 노리던 청년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냐의 가슴께를 베어버리려던 검을 그 손톱이 쳐내버린다. 검은 그대로 청년의 손아귀를 벗어나 먼 발치에 떨어진다. 곧바로 한냐가 손을 펼쳐 청년의 목을 틀어쥐었다. 말도 안 되는 힘에 숨통이 조여왔다. 눈 앞이 하얗게 질렸다. 날선 웃음을 내뱉던 한냐는 청년을 내던져 바닥에 메다꽂았다. 강한 충격에 청년은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힘겹게 시선을 내려 살펴보자 한냐가 웃고 있었다. 청년의 위로 웃음기를 싹 거둔 한냐가 올라탔다. 한냐의 입술 사이로 상어의 것을 닮은 깔쭉한 치아가 드러났다. 그 무시무시한 입이 청년의 목 부근을 노리고 달려든다. 황급히 왼팔을 들이밀어 방어하자 한냐가 그 팔을 덥썩 물어버린다. 엄습하는 고통에 청년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청년은 뼈마저도 씹어버릴 듯 살점을 잘근대는 한냐를 밀어내려 발버둥쳤다. 그럼에도 한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입가에 진득한 선혈을 잔뜩 묻히고선 짐승마냥 청년의 팔을 깨물며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긴 소매가 뜯기며 옷이 붉게 물들었다. 둘 사이에 힘싸움이 이어졌다. 청년은 오른손으로 허리띠에 갈무리된 단도를 빼어들었다. 그리곤 단도를 손에 쥔 채 한냐의 목을 찍어버린다. 칼날을 피부 깊숙이 박아넣자 검은 피가 솟구쳐내린다. 한냐가 날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목을 더듬으며 꽂힌 단도를 빼내려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피가 터져나오는 팔을 부여잡은 청년이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떨어진 칼을 다시 주워든 뒤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덜너덜한 왼팔을 간신히 움직여 칼자루를 그러쥐었다. 상처입은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격렬한 통증이 신경을 타고 전해져왔음에도 청년은 칼을 놓지 않았다. 한냐가 다시금 돌진해온다. 청년은 칼날을 세워 날아드는 손톱을 흘려낸 뒤 한냐의 복부를 크게 베었다. 새카만 피가 튀어오른다. 청년은 곧바로 어깨를 노리고 검을 내려친다. 살덩이를 베는 묵직한 감각. 사방에 잔뜩 흩뿌려지는 질척한 핏덩이. 한냐가 잘려나간 팔의 절단부를 움켜쥔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한냐의 두 눈에서 선명한 피눈물이 흘렀다. 괴로워하는 한냐의 배를 강하게 걷어차자 그 몸뚱아리가 힘없이 쓰러진다. 때를 맞추어 움츠러든 한냐의 가슴에 칼을 꽂아넣었다. 순식간에 피가 솟구쳐올랐다. 고막이 터질 듯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청년의 손에서 검자루가 미끄러진다. 피투성이 검이 시멘트 바닥과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청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죽어버린 한냐의 시체에 침을 냅다 뱉어버린다.
"하늘의 저주나 받아라, 망할 년."
곧 청년은 벽에 기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붉고 검은 피들로 엉망이 된 모습이 상당히 기괴해보인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니코틴이 절실했다. 한 개비를 빼어물고 피우니 고통이 잠시나마 잊히는 듯했다. 복잡하게 얽힌 건물들 사이로 태양이 스멀스멀 지고 있었다.
한참 겨울에, 길가에 피어난 꽃을 본 적이 있었다. 참으로 불쌍하게도 땅을 비집고 태어난 녀석은,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아는지 유난히 위축되어 눈을 한가득 품에 안고, 어떻게든 한 모금의 물을 만들기 위해 열을 내고 있었다. 겨울에 태어난 꽃의 운명이란 것이 대부분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죽거나 아니면 겨우 살아남기 위해 기형적으로 변하는 것이 보통인데 녀석은 살려는 욕망이 강했고, 또 피어내고자 하는 욕망도 강했는지 예쁜 꽃망울을 들어 올려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괜히, 들지도 않던 동정심이 들어 수통을 뒤집어 물을 흩뿌렸다. 덕분에 잠시는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지만 그냥 그 꽃이 유난히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 괜히 웃음을 지어버렸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물으면 제러드는 단언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나아가는 길에 꽃이 방해가 된다면 뿌리를 뽑고, 태우고, 마침내 가루로 만들어 자신을 막지 못 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제러드가 수통을 열어 물을 주는 모습을 보며 안나는 저 냉혈안도 감성이 있나봐,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겨울의 꽃은 사랑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겨울의 끝에 피어나 봄의 처음을 알리는,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아무튼 겨울에 피어난 꽃에게. 안나는 미소를 지으며 괜히 쭈그려 앉아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 봄이 오나 보네요. "
이제야 초겨울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괜히 봄이 그리워져 그렇게 말한 안나였다. 제러드는 묵묵히 자세를 돌려 안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볼거면 더 봐도 된다는, 참 무뚝뚝한 표현이었다. 안나는 그런 제러드에게 슬쩍 미소를 한 번 지어주었다. 얼어붙은 사람이라는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맑은 미소에 제러드 역시 짧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 그래. 곧 봄이 오려나 보군. "
그러나 오려던 봄은, 겨울을 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나날이 늘어가는 재앙은 하루가 다르게 땅을 집어 삼키고자 했고, 안나라는 이름의 꽃 역시도 그 작은 땅의 일부분이었다. 그렇기에 결국 재앙에 삼켜졌고, 제러드의 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겨울의 끝에서, 봄을 기다릴 당신을, 사랑했었다. "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 제러드는 속에 쌓인 분노를 토해내어 말했다. 봄은 아직도, 요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