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하하하! 본인, 고기값에 연연하는 이가 아닐세.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먹으면 되는게야."
물컵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려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칼리는 손에서 물컵을 내려놓았다. 몸에 익은 셔츠와 하네스, 털코트처럼 몸에 익은 기묘한 자존심은 시간이 제법 지났어도 없어지지 않았다. 이러다가 지갑이 거덜나봐야 정신을 차리는 건 아닌지 싶다.
"아껴뒀다가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야한다면 옷을 몇벌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칼리는 별 신경이 안쓰인다는 듯, 느물거리는 목소리와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리는 미소와는 다르게 꽤 담담한 뉘앙스로 중얼거리며 불판에 올라간 고기가 치이익- 소리를 내는 것에 맞춰서 귀를 살짝 뒤로 젖혔다가 똑바로 세웠다. 적당히 잘라도 될 정도로 고기가 익자, 칼리가 가위질로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자르면서 리아의 말에 파르스름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자네가 날뛰면 그 빈틈을 채우는 게 본인이지 않나. 이제는 익숙해서 자네가 날뛰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네만."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리아와 같이 작전을 나갔을 때 날뛰는 리아를 처음 봤을 때, 칼리는 당황했었다. 그 정도로 날뛰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그 마저도 곧 익숙해져서, 리아가 날뛰는 빈틈을 메우듯이 칼리가 움직였다. 같은 뱅가드 포지션이여서, 그리고 자주 호흡을 맞춰서 칼리는 리아와 함께 작전을 행한 적이 많았다. 본인, 고생이랄 것 까지는 없었네만. 칼리는 음료수를 빈 잔에 따랐다.
스카의 웃음에 칼리는 눈살을 찌푸린 걸 유지하고 스카에게 말을 덧붙혔다. 칼리는 스카의 장신구들이 부딪히는 찰그랑거리는 소리에 히죽이며 입매를 더 당겨올려서 미소를 짓는다.
"어허-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네?"
느물거리며 칼리의 목소리가 부정하는 말을 내뱉었지만, 이미 명백히 장난이라는 게 드러났으니 부정을 해도 소용없었다. 알면서도 그러는 건 칼리의 느물스러운 성정 때문이었으니까. 과분한 칭찬이라는 말에 칼리는 자신의 팔에 의지해서 품에 안겨있는 스카를 다시 슬쩍 눈을 돌려서 바라봤다.
"자네, 모르는구먼. 세상에는 과분한 평가는 없다네. 자네 스스로가 판단하는 자네 모습보다, 본인 같은 타인이 판단해주는 게 더 정확한 법일세.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소."
칼리는 평소의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아닌, 제법 진지하고 진중한 기색이 드러나는 어조로 중얼거리다가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린다. 터진다고 했더니 더 열심히 말해준다는 말에 칼리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찼다.
"자네, 본인에게 장난을 자꾸 치면 콱 물어버리는 수가 있소. 마침 자네는 본인이 안아들고 있으니 팔이든 어디든 무는 건 어렵지 않으이. 그리고 본인에게는 절대 적응이 안될터인데."
끌끌 혀를 차던 칼리는 자신의 느물스러운 어조를 따라하는 스카를 보다가 한번 더 눈을 가느다랗게 뜬 뒤에 히죽이며 당겨올린 입매 사이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늑대의 송곳니가 모습을 언뜻 드러냈다. 스카의 자신을 따라하는 태도가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이 정말로 저런 느낌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누누히 말하고 있지만 본인은 자네에게 크게 무슨 도움을 준 적이 없으이? 본인, 퍽 쑥쓰럽군 그래."
몇걸음 앞에 의무실이 보였고, 칼리는 스카의 조곤한 목소리에 정반대인 느물거리는 어조로 읊조리고 의무실 문을 꽤 능숙하게 열자마자 메딕의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저 귀하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네 의무실 출입이 한두번이 아니였구려?"
칼리는 스카를 한번, 메딕을 한번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젖고 의무실 침대 위에 스카를 조심스럽게 앉히려고 했다.
칼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오니는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이다 반쯤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자신이 고르면 분명 엉망일테니까, 그 아이가 골라주는 것과는 영 딴판일 것이라고 오니는 단단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괜히 안좋은 꼴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괜히 실망시킬까봐,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오니였다.
" ... 그냥, 슬슬 연차가 쌓여가니까 이것도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러다 잘못되면 나만 다치는게 아니라, 칼리도 다치고, 에덴도 다치고... 다른 사람들도 다칠거야. "
고기를 먹기 좋게 굽는 칼리를 바라보던 오니는 칼리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자각은 하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리하게 싸워왔는지, 그게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 것도. 그렇기에 현상유지만 하는 것은 좋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다치는 것은 무섭지 않았지만,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무서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