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돌아볼 때마다 비극만 늘어갔다. 누군가가 죽는 것부터, 잃는 것, 부서지는 것. 그러한 일들많이 점점 쌓여간다. 그것도 갈수록 그 빈도와 정도도 늘어나고, 심해졌다. 좋지 않은 시대다. 우리는 그 시대를 틈타서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평가 한번 해볼 자격은 있지 않겠는가.
"허, 내 장례식의 사전 작업 말이야? 그렇다면 그게 뭐가 되려나. 흠... 독살?"
그리 말하고는 찻잔에 입을 대고 조금 더 들이킨다. 미적지근하게 식어져서 마시기 편해졌다. 묘하게 씁쓸하다는 생각도 좀 들고 말이다.
상의에 묻은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지에 튄 것은 꽤 불쾌하다. 기분이 나빠졌으니 탓이라도 할까. 찌푸린 얼굴로 이런저런 힐난들을 떠올려봤지만 막상 그것들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다. 별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고, 일일이 불만 뱉어내기엔 적극적으로 비난할 의욕도 없었던 탓이다. 여자가 허둥지둥 물을 가져오는 동안 그는 슬쩍 옷 아래로 피부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살갗 겉면만 쓰린 수준인 듯싶다. 한동안 따갑겠지만 빨리 식힌다면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상대가 안절부절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는 문틀에 몸을 기댄 채로 허둥지둥 뛰어오는 모습까지 느긋하게 구경했다. 꼭 지금 상황이 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그냥 가만히 있지, 괜히 다른 거 갖고 오려다가 더 일 칠 것 같은데."
좀 완곡하거나 상냥하게 말해줄 수는 없는 건지. 좋지 않은 안색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씨가 불퉁스럽다. 그는 상대가 건넨 물병을 받아들고 뚜껑을 돌렸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커피 묻은 자리에 대충 물을 뿌렸다. 새로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이 한바탕 엉망이 되었다. 그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은 그가 멀뚱히 아래를 내려다보다 다시 고개를 들고선.
"뭐, 됐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 밟아서 철벅거리는 신으로 휴게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차피 물 아닌가. 그러니까 안 치우고 내버려둬도 알아서 증발하든 남이 치우든 하겠지. 되도 않는 합리화를 하면서 그는 휴게실 한쪽에 가 물건을 뒤적거렸다. 여분으로 갈아입을 옷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아니면 수건 같은 거라도 있을 테고. 만사에 건성이라 해도 여의한 상황에까지 찝찝함을 참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도 됐으니까 신경 꺼. 병원 가야 하는 건 너 같은데, 어디가 아프면 앉아 있든지."
뾰족한 눈이 흘끗 뒤쪽을 돌아보았다. 대충 보기에도 휘청휘청 몸 가누기 힘들어 보이니 빈말은 아니었는데…… 그보다는 다른 게 중요했다. 썩을, 왜 안 보여? 그가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찾던 것이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고 그는 옆자리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사이에 또 의욕이 떨어진 것이다. 구질구질해도 그냥 이대로 잘까, 싶은 쪽으로 마음이 살짝 기울기 시작했다…….
>>146 그렇습니다! 원래 12월 25일로 할까 하다가 그건 산타 생일이니까라고 생각해서 이브로 바꿨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산타가 아니고 지져스의 생일이었죠... >>151>>158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무조건 될 것 같아여... 예티뿔 고고학자... 5년이면 지금쯤 10개가 쌓였겠네요... 많다...
리타는 바닥에 흩뿌려지는 물줄기를 물그럼 바라보았다. 차라리 상대를 개수대로 데려올 것을. 뒤늦게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음에도, 다시 구태여 후회를 끌어안는 것이다. 남자는 물웅덩이를 밟고서 휴게실 안으로 향했다. 물웅덩이에 처박혀있던 시선은 다시 급하게 남자에게로. 허나 그를 따라 휴게실에 들어가면서 조차 채 미련을 못버린 듯 힐금 제 뒤를 바라보는 것이다. 리타가 가볍게 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휴게실 한쪽을 뒤척이는 남자의 손이 바쁘다. 리타는 멀찌감치 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닿은 시선을 향해,
" …아, 그… 괜찮아요… "
하고 잔뜩 위축되는 것이다. 작은 핀잔을 들은 리타의 얼굴이 금새 붉게 달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매사에 소심하게 구는 그녀의 태도는 항상 상대의 답답함을 유도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던가. 리타가 잠시 제 왼쪽 뺨을 문질렀다. 어색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일종의 습관이었다.
리타가 살며시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차라리 남자의 말대로 어디가서 앉아나 있을 것을. 남자와 그녀의 체격 차이를 고려했을 때 어디 제대로 맞는 옷이나 있을까 싶긴 하였다만, 일부러 크게 산 후드티 따위를 떠올려보면 넉넉히 입을 만한 것을 찾아낼 수는 있었다. 남자가 그 제안을 마음에 들어할지가 의문이긴 하였으나… 축축히 젖은 옷을 그대로 방관할바에야 최선의 대안이라도 생각해내는 것이 낫지 않겠던가. 의자에 앉는 남자와, 그에게서 서너발치 떨어져 서있는 그녀의 모습이 퍽 우습다. 꼭 성난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는 어린아이 같다.
그녀는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며 개수대로 향했다. 물을 틀어 머그컵을 가볍게 씻고, 그 옆 빈자리에 잠시 컵을 올려두고. 그 짧은 행동을 마친 후, 리타는 조용히 남자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