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에는 막강한 파괴력의 재앙이 항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까닭에 인류는 정기적으로 거처를 옮기며 안위를 유지해왔다. 훗날 오리지늄 엔진의 발명과 함께 인류는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탑승물을 만들어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움직이는 도시, 이동도시인 것이다. 말 그대로 이동하는 플랫폼 위에 건설된 도시로, 갖가지 재앙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있으며 이동시에는 여러개의 플랫폼으로 모듈처럼 나뉘고, 하나로 합쳐져 한 도시를 이룬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이동도시인건 아니며, 작은 마을이나 위치가 중요한 몇몇 도시는 정착한채로 살고있다.」
스리슬쩍 칼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블랴에게 의견을 묻는 질문을 던졌지만 느물거리는 것처럼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당겨서 웃음을 지어보인다. 진지한 표정을 짓긴 했어도 길게 이어가지는 않았다. 칼리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코트가 어깨에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끌어올렸다. 흘끔거리며 바라보는 사블랴의 표정에 곧바로 낄낄거리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본인, 자네에게 설명을 요구할 자격같은 건 없다네. 참견하는 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일세."
자격운운하면서 칼리가 히죽거리며 웃음을 짓는다.
사블랴가 노려보는 시선에 칼리의 파르스름한 눈을 슬쩍 가늘게 뜨면서 다시금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렸다.
"본인이 자네를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하고 있잖은가? 그러니 당연히 꼬맹이라고 부르는 게지. 지금 자네를 보면 그때의 모습이랑 매치가 잘 안되네만-"
너의 말에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와서 이러한 조합에 대해 의문을 품어봐야 별 수 없다. 더는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인것을. 이리 된 이상 선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비아냥에 가까운 너의 말에도 사샤는 불쾌한 기색은 내비치지 않고 "네, 선배." 라는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비아냥에 기분 나빠 하기에는 방금의 실수는 어지간한 초짜도 저지르지 않을 만한 실수가 맞았으니.
사샤는 임무지로 향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빠르게 점검을 마쳤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자 손바닥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금새 사그라 들었다. 아츠의 사용도, 뭐, 긴장해서 실수로 조절을 잘못해 이곳 일대를 불태워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던가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샤는 푸른 빛을 내비치는 고글을 빤히 바라보다가 임무 개시, 라는 너의 말에 반응하여 사샤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건물로 그와 함께 향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나요?"
건물 바로 근처까지 도달한 뒤, 사샤는 네게 작전에 대해 조용히 물었다. 나누어져서 들어가 양쪽에서 접근한다던가, 한 쪽이 어그로를 끌면서 들어간다던가, 혹은 한 번에 배후에서 기습을 하는 등,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었다. 사샤는 이번이 첫 임무이니만큼 본인이 알아서 행동하기 보다는 네 생각을 묻는 것이 더욱 합당했을 것이고. 사샤는 뱅가드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기다란 창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