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면 교전만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는 그것을 위해 탄생한 용병들이다. 이들은 작전에 있어서 원래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은신 및 기습, 혹은 갖가지 묘한 트릭에 정통함을 보인다. 다른 포지션이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기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페셜리스트의 그런 싸움을 육안으로 지켜본 혹자들은 신묘하다고도 비겁하다고도 말하지만, 다들 틀렸다. 이건 전투의 기본인 전술이다.」
코트의 소맷자락에 뺨을 부비는 도나의 머리를 살살 매만져주던 오니는 자신의 말을 들은 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무어라 설명할지 망설인다. 말재주가 부족한 오니로서는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이유를 짧게 정리해서 들려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오니가 택한 것은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저 자신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곳 같아서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했겠지만.
" 시내 구경.. 도나가 즐거워보이니 괜찮은 것 같네. "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이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는 오니로서는 잘 알지 못 했지만 도나가 이렇게 들떠있는 것을 보아하니 나쁘지는 않은 일 같았다. 그래서 오니는 가벼운 말로 도나의 장단에 맞춰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후배가 좋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좋은 일이 될테니까. 그러다 옆에서 꼬리를 살랑이며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도나의 모습에서, 오니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는 잠시 숨을 멈춘다.
" 나라도 괜찮다면, 같이 들어가는거.. 괜찮은데. "
아직까지도 저 안에 자신이 들어가도 될지 자신이 없었던 오니였기에 제대로 확답을 들려주지 못하고, 그저 도나가 좋다면 같이 안으로 향하겠다는 듯 답했다. 그렇지만 애원하는 도나의 눈을 몇번이고 더 바라보던 오니는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내쉬며 팔에 매달린 도나를 데리고 디저트 가게의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노래를 불러서도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나아가는~ 걸음에 서린~ 불꽃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들을 만은 하지만, 메세지 전달이라는측면에서는 부족하긴 하죠.
"비싼 거면...." 비싼 거라던가 기스난다는 말에 톡톡 건드리던 것은 멈춥니다. 그나마 오라클의 몸이 무지막지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던가 해서 손가락으로 구멍낸다는 그런 건 아니니 다행인가. 그런 거 가능할 인재가 이 아르고 에이전시에 존재할 것 같지만 오라클이 알기엔 아직 이르죠(?)
"네엡. 타올게요" 그리고 오라클이 타온 커피는 물 양의 조절을 실패해서 믹스를 두 개 더 넣어서 간신히 맛을 맞춘 대신 커피 세 잔어치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황천의 요리모양은 아니어서 다행이려나?
"성가 정도는 부를 수 있는걸요." "음... 가사가 어땠더라~" 실제로 부르려던 게 아니라 슬쩍 놀리듯 말해보려는 것이었으므로 부르진 않았지만. 여담으로. 저 나아가는 걸음이라는 노래의 뜻은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서린 귀화가 태워버린다는 살벌한 노래일지도 몰라요?(농담)
"제가 마실 거에요? 소장님이 마실 거라서 소장님 헬멧의 입 부분에서 빨대 튀어나오거나 트랜스포머같이 변형되는 거 기대하고 만든 건데." 아니 대체 뭘 상상한 거야.. 제대로 된 작전을 뛰어본 적이 없단 것에 맞아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달차라서 이제 조금씩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곤 있지만요." 그치만 보통은 한달에서 세달 정도는 수습이라고도 하니까.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투입될 수 있지요? 라고 묻듯이 말을 이어갑니다. 적어도 광석충 하나정도는 해치우는 게 가능했지요(엑칼과의 선관 내용 중 하나) 라는 생각으로 말하던 걸까..
"당장은 어려워도 나중에 꼭 시도해보자." 라며 리타를 바라보다가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떠올려본다. 머랭 만들기도 꽤 힘들고 반죽같은 것도 만들기 난이도는 높지만... 뭐 실패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생각하며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 사람은 다 친구 사귀는 속도가 다르니까, 웃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에 가까우려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친구 사귀기 어려워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지만 다행이도 지금은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르고 사람들이 착한 덕도 있겠지만 본인도 노력했다는 거겠지.
" 그래. 부끄럽다고. "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손에 든 과자를 만지작거린다. 삐진 건 아니었지만 부끄럽게 만든 것에 대한 투정이었을까? 물론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기는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별말을, 이란 말은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체 도나와 함께 오니는 디저트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가게에 들어선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 같아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오는 오니였지만 옆에 있는 도나는 예쁘다며 들뜬 상태였기에 어쩌지도 못 한 체 빈자리를 향해 나아간다. 다행히 빈자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도나도 내부를 구경하다가 자리에 앉자, 조심스럽게 오니도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었다.
" ... 테이블이라기 보단, 여기 안에 디저트 냄새가 가득, 이야. "
코가 예민한 오니는 코가 마비될 것처럼 달콤한 향이 가득한 디저트 가게를 슬쩍 붉은 눈동자로 훑어보며 작게 중얼거리곤, 괜스레 움츠러든 몸을 가리려는 듯 롱코트를 여민다. 그렇게 다시 도나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황홀하다는 듯 웃고 있는 도나를 보곤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 주문 해야하는데, 먹고 싶은거 있어? 나는 잘 몰라서.. 도나가 고르는 걸 먹을까 하는데. "
디저트 가게 앞에서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멈춰섰던 오니였지만, 정작 메뉴라던가 그런건 잘 알지 못했기에 선택을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더 알 것 같은 도나에게 미루는 것이었다. 대신에 그 값은 자신이 지불할테니 그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 도나가 고르는게, 맛있을 것, 같거든. 그러니 한번 골라볼래? "
마침 여자 종업원이 웃는 얼굴로 다가왔기에 잠시 움찔했던 오니는 종업원이 내려놓은 메뉴판을 도나에게 밀어주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새하얀 얼굴이 좀 더 들어나자 종업원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면서.
역시 그럴법 했다. 내가 당사자인건 아니니까,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길 속도 알 수 없는 원석만큼이나 어렵구나, 사람살이란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뭐,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미 그런 사람들 부류에 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나쁜 사람이란건 사실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그것이 가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테니까,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이 있는데 각기 다른 성격이라고 문제될게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슬픈데~? 모처럼 지어진 진짜 이름을 부를 일이 없단건 좀 아쉽지 않아?"
물론 그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이름이 불리지 않는대도 딱히 관심이 없다곤 하나, 그래도 이름인데... 자기 이름을 싫어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어찌 생각하는지는 상대방, 즉 그에게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입맛에 맞았다면 다행이야~"
그녀 역시 밝게 반응하며 여느때처럼 한입에 음식을 털어넣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들었기도 하고, 새로운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해 썩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생각하기엔 충분했다.
어느덧 과자가 반절이나 줄었다. 리타는 허리를 꼿꼿히 펴 자세를 바로잡는가 싶더니, 다시 두 무릎을 세우고는 식탁 위로 올려둔 맥주캔을 잡았다. 캔 위로 얇게 맺힌 물방울이 차갑다. 다시 느릿히 고개를 젖히고, 맥주를 한 모금 넘겨낸 그녀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맙다는 말에 부끄러워하는 걸 보면, 꼭 칭찬에 인색한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물론 사블랴는 그녀보다 더욱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지만서도.
" 응. 난 겨울이 좋더라. 겨울 옷도 좋고, 눈 오는 날도 좋고… "
어릴 적에는 커다란 눈사람을 쌓으며 놀곤 했다. 그마저도 머리가 조금 커지고 나서는 그만 두고 말았지만. 하여튼간 눈이 내리는 날은 묘하게 기분이 들떴고, 새하얀 눈에 비친 세상이 어딘가 밝아진 것 같기도 했다. 또, 첫 눈을 기다리는 그 낭만이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설렘이 아니던가.
" …좋아.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같이 쉐라그에 가자. "
리타가 잠시 맥주를 마시며 뜸을 들인 뒤,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 시간이 된다면 ' 이란 조건이 핵심이긴 했지만, 그리 바쁘지 않은 시기에 조금만 시간을 낸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던가. 보바가 건넨 말은 언뜻 지나가는 이야기에 불과했으나, 들뜬 그녀의 얼굴을 보니 쉬이 지워지지 않을 약속으로 삼은 듯하다. …뭐, 보바가 바쁘면 혼자 가도 되는 일이지.
" 그럼… 쉐라그에 가기로 했으니까, 앞으로 일 나갈 때는 더 조심해야해. "
그녀가 장난그레 덧붙였다. 반쯤은 진심이고, 반쯤은 그저 던지는 말이리라. 그녀는 항상 미래를 불안해하는 편이었으니까.
"다음에가 반복되다가는 소장님이 헬멧 벗고 요들송을 부를 때까지 못 듣겠네요!" 진지하게 톡 쏘는 게 아니라 그럴 때까지 안 들을 것 같당! 이라는 재미성 말에 가까울 겁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컬럼비아에 오기 전에 있던 곳에서는 그런 영화를 상영해 줘요. 라는 말을 하지만 그다지 진지하지 않을 걸 봐서는 농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교전이라던가의 경험을 묻는 것에
"음... 어.. 나라를 넘나들 때에 이동도시 밖으로 나가서 여행한 것도 경험으로 치신다면 있다고 봐야겠죠?" 예를 들자면 용문에서 우르수스로 가면서 뭘 마주하면(그게 무엇이 되었건 간에) 디버프를 걸고 튀는 거라던가. 라는 느낌으로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직접 공격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디버프만 걸고 튄 것에 가깝겠지.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쫓긴다고 여기는 것이 강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으련만.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다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는 도나를 보며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인 체 평소의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무래도 자신이 미소 지은 것을 도나가 봤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오니의 옅은 미소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 태반이었으니까.
" 괜찮아. 느낌 가는데로 골라보렴. "
메뉴판을 보며 걱정스레 말하는 말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모르기는 오니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자신보단 이런 것을 고르는데 감이 더 좋을 것 같은 도나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파르페로 정한 후에 맛을 골라야 하자 망설이던 오니는 조심스럽게 메뉴판을 확인한다.
" 저는 쿠키 앤 크림 파르페로.. "
나눠먹으려면 다른 맛을 고르는 것이 좋았기에 눈으로 대강 훑은 오니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손가락으로 짚어 주문을 한다. 종업원을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곤 돌아갔고, 그제야 오니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도나를 바라본다.
" 파르페 하나면 괜찮겠어? 더 먹어도 괜찮은데. "
혹여 도나에게 부족하기라도 할까 조심스런 물음을 던진다. 물론 자신도 파르페 하나로 자신의 식욕이 다 채워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디저트로만 배를 채우는 것은 무리였기에, 도나와 헤어지고선 집에서 가볍게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나는 어떨지 모르니 물음을 던지는 오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