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면 교전만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는 그것을 위해 탄생한 용병들이다. 이들은 작전에 있어서 원래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은신 및 기습, 혹은 갖가지 묘한 트릭에 정통함을 보인다. 다른 포지션이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기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페셜리스트의 그런 싸움을 육안으로 지켜본 혹자들은 신묘하다고도 비겁하다고도 말하지만, 다들 틀렸다. 이건 전투의 기본인 전술이다.」
되려 의문을 가지던 그의 물음에 대해 돌아오는 대답은 딱히 없었겠지만 살짝 붉어진 표정이 그걸 대신해주었다. 그나마 그가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어찌보면 컴플렉스라고 여길만한 가장 큰 두가지 이유가 있었으니 그녀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언젠간 드러날 것이었다.
"으음... 그건 그러려나? 사람이란게 그렇게 쉽게 좌절하는 존재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때, 무언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등 뒤에 수치는걸 느꼈다. 아니면 그저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밀려온 공포심은 금방 억눌러졌지만 또다른 잡다한 생각을 만들어냈다. 그나마 정신을 쏟을만한 다른게(음식) 있었기에 망정이지
"응. 여러가지 의미... 무언가를 먹는건 좋아. 그것 자체로도 나쁘지 않아. 나 혼자서 아무런 외부적인 요인 없이 그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단건 꽤 기분이 좋지. 하지만 때로는 그걸 나누며 함께하는게, 나의 즐거움을 상대방에게도 나누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런 기쁨은 그녀에게 있어 꽤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혀 있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대도 그녀는 변함없이 그리 생각할 것이다.
"음... 그건 비밀~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구, 체리 꼭지 매듭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려나?"
그렇게 컴플렉스인가. 하기사 남의 컴플렉스는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으니 나는 적당히 이해하기로 했다. 그냥저냥~ 지나가는 말로 사람이 너무 착해도 손해라고 덧붙이는걸 끝으로 나는 냠냠 고기를 씹었다. 식감이 좋았으므로. 먹는게 편해서 좋았다.
"보통은~ 정도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니까."
진짜로 좌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아니라며 가볍게 웃고는 칠면조 고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칠면조.. 생각해보니 칠면조 요리는 해본적이 없었지. 지금까지 새 요리는 닭으로밖에 해본적이 없었다는걸 깨달았기에. 옆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눈치채지 못한채 나는 칠면조는 무슨맛인가 생각했다.
"아아~ 뭐 그런게 있다고는 들었어. 나는 주로 혼자 먹으니까 남하고 같이 먹는게 유별난 상황이긴한데. 인싸들은 맨날 같이 먹는다고 하길래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했었지. 즐거움은 나눈다라~"
뭐라고 단언하긴 어려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시점에서 대견하다고 말한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까지 누구랑 먹는다고 해도 그런 생각은 한 적 없으니. 그저 거슬린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보통은 그렇긴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는 그의 말도 옳다. 모두 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약한 멘탈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이런저런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사람 정도는 충분히 있을 법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딱히 같이 먹는다는게 인싸의 전유물이진 않으니까~ 혼밥 하는 인싸들도 꽤 많고, 무엇보다 난 그런쪽하곤 거리가 멀만큼 평범하니깐..."
그렇다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혼자 있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그런 인싸들에 속하진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 비밀일거 까지야~ 그러고보니 그런 영상도 있던데? 이렇게 날개를 잡아서 두세번 비틀어준 다음에 잡아당기면 뼈 하나가 빠지고 그걸 입으로 가져가면... 이렇게?"
그녀는 시범을 보이듯 날개 하나를 집어 가볍게 비틀어보였고, 정말 그 말대로 뼈 하나가 쏙 빠져나오더니 입안에 들어갔다 나온것 또한 말끔하게 살이 발라져있었다. 그걸 손이 아닌 혀로만 할 뿐이라 설명하고 싶지만, 비약이 심하단걸 자신도 알고 있기에 그저 이정도로만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딱히 뭘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닌걸~ 아, 그래도 같은 곳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더 잘 알고 지낸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네? 무엇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렇게 식사도 같이 했잖아?"
오리지늄이 발견된 후 인류는 오리지늄을 이용해 물질의 고유 성질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
통상적으로는 '오리지늄 아츠'라고 불렸으나, 또 다른 말로는 '마법' 이라고도 불렸다. 흔히 오리지늄 아츠는 오리지늄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기반을 둔다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아츠 사용 가능 여부, 아츠 시전의 형식, 시전 강도, 시전 효과 등, 선천적 재능과 후전적 학습에도 영향을 받는다.
"글쎄... 인싸처럼 보일 뿐인게 아닐까 싶지만 이런 무난하고 평범한 성격도 나쁠 건 없으니깐, 물론 혼자인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긴 하니까 그런 부분도 이해가 가긴 하지?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을때 에너지를 얻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곤 하니..."
그리고 그가 어느쪽인지는 당장 들려오는 대화로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그게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될 일은 없기에 그저 그의 개성인것 뿐이라 생각하는 정도였다.
"뭐 그게 대수겠어~? 그러면서도 친해질 사람은 친해진다고 하니까~"
그런 구구절절한 생각보단 먹는게 우선이었다. 먹지 않으면 온갖 잡생각이 들곤 했으니까, 그녀 나름대로 주변의 소음에 신경쓰지 않기 위해선 그만큼 신경을 다른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만날 먹기만 하는건 아니겠지만, 좌우지간 많이 먹긴 한다는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항이겠지.
"아... 아하하하하~ 뭐, 그럴 수도 있지~ 설마 그거 가지고 재능이 없다던가 하겠어? 이런건 요리랑은 그리 큰 관계가 없으니깐~"
재능과 실용성은 조금 다른 문제니까, 큰 틀 안에서 말하자면 교집합 같은 관계였다.
그래도 나름 자신의 말이 일리는 있었는지 편하게 질문을 건네는 그를 보며 그녀는 똑같은 미소를 유지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요나카,라고 불러주면 돼. 코드네임이지만 곧 이름이기도 하니까, 딱히 숨길 생각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