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면 교전만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는 그것을 위해 탄생한 용병들이다. 이들은 작전에 있어서 원래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은신 및 기습, 혹은 갖가지 묘한 트릭에 정통함을 보인다. 다른 포지션이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기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페셜리스트의 그런 싸움을 육안으로 지켜본 혹자들은 신묘하다고도 비겁하다고도 말하지만, 다들 틀렸다. 이건 전투의 기본인 전술이다.」
그가 손을 뻗어보이는 것엔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입을 가리고 있는 손을 가볍게 내리려 하는 것에선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다. 물론 그나마도 금방 순응한듯 손이 내려갔지만 어쩌면 살짝 머쓱해진듯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꺾일지도 모른단 말 치고는 어째 하는 말이 다른데?"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에게 의문을 가지듯 살짝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잠깐일뿐, 다시 완연한 미소로 돌아가며 자기할당량을 채워가고 있었다. 아직도 주방은 분주했고 요리사는 한명뿐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먹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천부적인 멀티태스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석이조다마다~ 그도 그럴게 식사자리에 한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는 건 의외로 여러가지 의미로 와닿거든, 적어도 먹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야."
마치 그런 생각은 못했다는듯 이쪽을 바라보다가도 무언가 생각이 난건지 잘게 자르지 않은 칠면조를 입에 집어넣으려던 그가 난데없이 패배를 인정하자 그녀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도 바로 키득거리며 웃어보였다.
"억지로 따라하려다가 입 찢어질지도 몰라~ 다쳐도 책임 안질 거니까? 약 정도는 발라줄 수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그녀 본인은 크게 떼어낸 한조각을 아무 문제도 없이 그대로 입안에 가져갔다. 실로 만화적이라고밖에 설명할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입이 커서 안 좋은점이 있다고 생각도 안해봤기에. 머쓱한 표정을 보고 흠~ 하고 일단은 뭐라고 더 하지는 않았다. 어디서 봤는데 남의 컴플렉스 같은건 쉽게 건드리는게 아니라고는 했으니까. 너무 참견해도 귀찮겠지.
"음~ 그야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꺽이는게 아니거든."
요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은 또 어떨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면 요리를 비평 받다가 마음이 부러지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대단하게 섬세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뭐 그건 그렇고. 나는 요리와 먹는건 오차없이 병행하는 그녀의 모습에 엄청나다고 생각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말이다.
"여러가지 의미?"
나는 같이 먹는거에 뭔가 의미가 있는건가 싶어 묻고는 입크기가 좀 커졌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그야 음식을 한입에 쏙 넣을 수 있으면 편하잖아.
"다시봐도 대단하단 말야.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먹는건 그렇다쳐도 어떻게 입안에서 그 커다란걸 뼈만 쏙 발라낼 수 있는거야?"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게 더 신기한 기술 아닌가? 나는 혹시 찢어지면 약은 부탁한다고 대답하며 물었다. 내 눈앞에 달인이 있었잖아?
되려 의문을 가지던 그의 물음에 대해 돌아오는 대답은 딱히 없었겠지만 살짝 붉어진 표정이 그걸 대신해주었다. 그나마 그가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어찌보면 컴플렉스라고 여길만한 가장 큰 두가지 이유가 있었으니 그녀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언젠간 드러날 것이었다.
"으음... 그건 그러려나? 사람이란게 그렇게 쉽게 좌절하는 존재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때, 무언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등 뒤에 수치는걸 느꼈다. 아니면 그저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밀려온 공포심은 금방 억눌러졌지만 또다른 잡다한 생각을 만들어냈다. 그나마 정신을 쏟을만한 다른게(음식) 있었기에 망정이지
"응. 여러가지 의미... 무언가를 먹는건 좋아. 그것 자체로도 나쁘지 않아. 나 혼자서 아무런 외부적인 요인 없이 그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단건 꽤 기분이 좋지. 하지만 때로는 그걸 나누며 함께하는게, 나의 즐거움을 상대방에게도 나누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런 기쁨은 그녀에게 있어 꽤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혀 있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대도 그녀는 변함없이 그리 생각할 것이다.
"음... 그건 비밀~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구, 체리 꼭지 매듭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려나?"
그렇게 컴플렉스인가. 하기사 남의 컴플렉스는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으니 나는 적당히 이해하기로 했다. 그냥저냥~ 지나가는 말로 사람이 너무 착해도 손해라고 덧붙이는걸 끝으로 나는 냠냠 고기를 씹었다. 식감이 좋았으므로. 먹는게 편해서 좋았다.
"보통은~ 정도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니까."
진짜로 좌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아니라며 가볍게 웃고는 칠면조 고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칠면조.. 생각해보니 칠면조 요리는 해본적이 없었지. 지금까지 새 요리는 닭으로밖에 해본적이 없었다는걸 깨달았기에. 옆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눈치채지 못한채 나는 칠면조는 무슨맛인가 생각했다.
"아아~ 뭐 그런게 있다고는 들었어. 나는 주로 혼자 먹으니까 남하고 같이 먹는게 유별난 상황이긴한데. 인싸들은 맨날 같이 먹는다고 하길래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했었지. 즐거움은 나눈다라~"
뭐라고 단언하긴 어려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시점에서 대견하다고 말한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까지 누구랑 먹는다고 해도 그런 생각은 한 적 없으니. 그저 거슬린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보통은 그렇긴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는 그의 말도 옳다. 모두 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약한 멘탈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이런저런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사람 정도는 충분히 있을 법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딱히 같이 먹는다는게 인싸의 전유물이진 않으니까~ 혼밥 하는 인싸들도 꽤 많고, 무엇보다 난 그런쪽하곤 거리가 멀만큼 평범하니깐..."
그렇다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혼자 있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그런 인싸들에 속하진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 비밀일거 까지야~ 그러고보니 그런 영상도 있던데? 이렇게 날개를 잡아서 두세번 비틀어준 다음에 잡아당기면 뼈 하나가 빠지고 그걸 입으로 가져가면... 이렇게?"
그녀는 시범을 보이듯 날개 하나를 집어 가볍게 비틀어보였고, 정말 그 말대로 뼈 하나가 쏙 빠져나오더니 입안에 들어갔다 나온것 또한 말끔하게 살이 발라져있었다. 그걸 손이 아닌 혀로만 할 뿐이라 설명하고 싶지만, 비약이 심하단걸 자신도 알고 있기에 그저 이정도로만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딱히 뭘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닌걸~ 아, 그래도 같은 곳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더 잘 알고 지낸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네? 무엇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렇게 식사도 같이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