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막과 신중한 사격은 언제라도 도움이 된다. 스나이퍼는 원거리에서의 지원을 통해 화망을 구성하는 사수들이다. 근거리 교전과 오리지늄 아츠가 주된 지금의 전장에서 스나이퍼의 존재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원거리 무기를 통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며 적의 공습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녔다. 이런 입체적인 전술의 폭은 다른 포지션에는 없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모두 충분히 전선이 갖춰진 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동료가 스나이퍼를 믿는 만큼, 스나이퍼도 동료를 믿어야한다. 이들을 대표하는 무장은 석궁이다.」
솔직히 말해서 오니는 눈 앞의 아이가 자신의 어떤 것에 이끌리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아이는 자신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고, 그것만큼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서툰 오니로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올곧은 붉은 눈동자가 아까부터 계속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볼에 온기를 선사한 에덴에게 오니 또한 서툴게 이마에 온기를 새겨넣었고, 온기가 새겨넣어진 에덴은 아까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붉은색으로 물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내가 죽더라도, 넌 살았으면 좋겠지만.. "
자신이 죽는다고, 에덴까지 따라서 죽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방금 전 자신은 저주와도 같은 말을 읊조렸지만, 한편으로는 에덴만큼은 좀 더 살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모순덩어리. 오니는 모순덩어리였다. 바라는 것이 모순되어서 양립할 수 없음에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뭐, 이런건 오니 들린 탓으로 돌리기로 하자 - 는 것이 눈을 마주한 체 아주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오니의 결론이었지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이 변해버린 에덴의 눈동자를 조금은 의아한 듯 바라보던 오니는 이내 자신의 목을 감싸안고 있던 팔이 스르륵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떨어지려는걸까, 오니는 이 두근거림을 이젠 진정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고 있던 숨을 뱉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르륵 풀려내려가던 손은 어느샌가 오니의 두 볼을 감싸고 있었고, '사랑해요' 라는 속삭임과 함께 오니의 입술 위로 부드럽고 말랑한, 에덴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한순간 오니의 안에서 스위치가 올라간다. 이건, 익숙한 스위치. 진정한 오니가 되기 전 느껴지는 감각과 똑같았다. 붉은 오니의 눈동자에선 한순간 붉은 안광이 흘러나오는 듯 했고,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던 에덴의 얇은 두 팔을 거칠게 잡아 침대에 붙여버린다. 부드럽고 수줍었던 입맞춤은 오니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붉은 안광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 넌, 내 것 - .'
' 안돼. 이래선 안돼. '
입술 사이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 자꾸만 스멀스멀 자신을 좀먹기 시작하는 광기 속에서 정신을 차린 오니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떼어내며 황급히 에덴에게서 떨어진다. 에덴의 양팔에 강하게 새겨진 손자국이 눈에 들어오고, 머리에 다시 피가 쏠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오니는 그대로 두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린다. 스위치는 오니를 비웃듯 다시 내려갔지만, 스위치가 올라오며 남겨진 열기는 그대로 오니에게 남겨져 있었다.
" ... 이, 이런 건.... 조, 좀 더 진중하고, 제대로 된 마음가짐을 하, 하고 하는거야...! 에덴은, 어, 자기를 좀 , 소중히 여겨야해...! "
오니는 한참을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체 숨을 몰아쉬다 간신히 두 손을 살짝 내려선 떨려오는 눈을 한 체 침대 위의 에덴을 보며 중얼거린다. 방이 조금이라도 시끄러웠으면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지만, 다행히 방은 조용했다. 방금 전, 자신도 모르게 한 일에 어지간히 당황을 한 모양인지 다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했지만 긴 한숨을 내쉬곤 다시금 시선을 에덴에게로 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