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적을 제압하라. 가드는 전장에서의 실질적인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근거리 공격이라는 원시적이고도 고전적인 방법은 오리지늄 아츠와 공학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 시대에서도 아주 잘 들어먹히는 방법이며 그래서인지 통계적으로 전세계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속해있는 포지션이기도하다. 이들은 주로 물리적 공방에 강하며 고작 칼 한 자루로 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고는 한다. 이들을 대표하는 무장은 검이다.」
오니의 눈 앞에서 나직하게 말하는 에덴은 진지했다. 너무나도 진지해서, 술기운이 지배하던 오니의 머릿속이 점차 맑아지고 또렷해져서 조금 더 제대로 에덴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나와 살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왔던 것은, 분명 에덴과 비슷할 것이다. 그 방식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는 것만은 분명 같았을 것이다. 어리광 같은 것도 제대로 부려본 적 없겠지. 자신도 그랬으니까. 제대로 누군가에게 어리광을 부려본 적이 없었다. 25살이나 된 지금에 이르러선 사실 그것이 아쉽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 앞의 에덴은 아니었다.
에덴의 어리광은 적어도 자신은 받아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무심코 마음을 먹고 마는 것은 이미 에덴의 약속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마는 오니였다. 저렇게 진지하게 다가오는 아이에게 오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 붉은 기운을 띈 자그마한 입술을 느릿하게 달싹이며 머리로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는 단어들을 어떻게든 조합하려 애를 쓰기 시작하는 오니였다.
" .... 나는, 살려고 싸우는거야. 살려고 이 방식으로, 여태껏 살아왔고 아마도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거야. "
그러니까, 용병을 은퇴할 때까지는. 오니는 느릿한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자신은 말재주가 없다. 길게 말하는 것도 잘 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말로 사람을 혹하게 만들지도 못 한다. 그런 것은 살면서 배워본 적도 없었고, 제대로 익힐 수도 없었다. 살기 위한 투쟁 이외에는 너무나도 어설퍼서 눈 앞의 아이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마음을 품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이 이 마음을 외면할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오니도 너무나도 잘 알았다.
" 하지만, 여태껏 나는, 너를... 밀어낸 적 없어. 단 한번도 너를 밀어낸 적이 없단다. 네가, 내 옆에 있고 싶다면... 그러고 싶다면 얼마든지.. "
마음대로 해, 나는 널 밀어내지 않아.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올린 에덴에게, 오니의 뺨에 소중한 무언가를 가져다 댄 에덴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아서 평범하게는 들을 수 없었겠지만, 오니의 방은 조용했고, 두 사람은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오니의 뺨에 에덴의 따스한 온기를 머금은 숨결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살면서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달콤한 유혹을 오니는 어찌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 했다. 그렇지만, 소중히 해야한다는 것만큼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울지 않아, 네가 있다면. 그저 잠깐, 몇방울 흘렸을 뿐이야. "
에덴의 선물에, 답례를 하듯 오니는 천천히 에덴의 새하얀 양볼에 자신의 두 손을 가져가 감싸곤 어색하지만 조심스럽게 에덴의 이마에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를 닿게 만들었다. 정말로 어색하고, 서툰 행동이었지만 오니의 부드러운 곳이 닿았던 자리에는 분명 따스한 온기가 깊게 새겨졌을 것이다.
" ... 그럼 옆에서 같이 죽어줄래, 에덴? 너도 오니 들린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
이것은 어쩌면 에덴을 꽉 옭아맬 저주의 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지만 에덴이 올곧게 마음을 전한 만큼 오니 또한 제대로 에덴을 마주해야했다. 그렇기에 오니는 저주의 말이 될지도 모를 것을 붉은 눈동자를 마주한 체 작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