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876> [1:1/BL/집착물] 달을 삼킨 해 :: 77

제이주 ◆OXzPyqhppU

2020-11-13 23:00:10 - 2020-11-22 21:56:15

0 제이주 ◆OXzPyqhppU (xVtPY23GZA)

2020-11-13 (불탄다..!) 23:00:10

네가 다른 것을 보는 시간을 뺏어
너의 눈동자 안에 항상 나를 채우고 싶고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뺏어
하루종일 너의 손을 잡고
너의 기억 속에 나란 사람을 가득 채우고 싶어

<참 소중한 너라서> 중에서

27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AMsYnABYO6)

2020-11-15 (내일 월요일) 22:33:18

"..네. 아주 맛있었습니다."

다홍빛 홍찻물은 이미 바닥이 흡수를 해버린 모양인지 텅 빈 찻잔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혹시나 아드리안에게 정체를 들켰을까 세세히 그를 살핀다. 평소와 같은 모습. 다행히도 물약이 제 효과를 적절한 타이밍에 발휘한것같았다. 머릿속에서 결론이 내려지고 한결 편안하게 대답이 나온다.

"저는 정원에대해 잘 모르지만 아주 아름다운 곳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유난히 아끼셨던 정원. 작은 꽃 하나까지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않은곳이 없었다. 지금은 비록 저 살인귀의 콜렉션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언제가는 꼭 어머니가 사랑하셨던 이 정원을 되찾아올것이다.

"....폐하의 콜렉션에는 온갖 진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콜렉션을 보여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살인귀의 콜렉션..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제이는 아주 잘 알고있었다. 살인귀의 손에 무참히 잃어버려야했던 그리운 이들의 머리칼이 기념품이라도 된 마냥 진열되어 있겠지. 저절로 쥐어지는 주먹을 테이블 아래로 숨긴다.

"..감사합니다 폐하."

아드리안이 권하는 쿠키를 하나 집어들어 입에 넣는다. 오독하며 씹히는 쿠키는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쿠키에 비할것이 못되 별 감흥없이 기계적으로 쿠키를 씹어넘긴다.

28 제이주 ◆OXzPyqhppU (AMsYnABYO6)

2020-11-15 (내일 월요일) 22:36:39

애드주의 주접본능이 깨어나버린거야?! ㅋㅋㅋㅋ 보잘것없는 내새끼를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 부디 애드도 홀딱 반해서 제이에게 (집착가득한 불)꽃길을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헉, 애드의 피크루 엄청 기대된다! 언젠가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OoO

29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UU6L2rtyfs)

2020-11-15 (내일 월요일) 23:33:09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꼭 보여 주어야겠지. 기대해도 좋아."

나는 꽤 눈이 높거든. 눈이 높은 그가 아름답다 생각해 모은 것들은 당연히 가치 높은 것들이거나, 누가 보더라도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것들 뿐이었다. 입꼬리를 잡아당겨 미소지은 뒤 아드리안은 남은 찻물을 전부 마셔 찻잔을 비웠다. 비어버린 찻잔을 다시 채우는 것 대신 쿠키를 들어 입 안에 털어넣었다.

"달콤한 건 입에 맞지 않나봐. 좋아한다면 남은 건 선물로 줄까 했는데."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별다른 표정변화나 감정변화가 없어보이는 제이를 보며 새로이 정보를 추가한다. 저 홍차의 어떤 점이 제이에게 걸렸던 마법을 풀리게 한 지도 알아내야겠지. 가장 큰 목표를 이루고, 지루했던 날에 하나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어서 제이의 겉을 감싼 포장지를 강제로 뜯어 내용물을 탈탈 털고 싶었다.

"슬슬 들어가지. 티타임은 이 정도면 됐어. 가서 할 일도 있고."

그러기 위해 한시라도 빠르게 제이의 뒷조사를 시작해야 하니까. 적당히 강한 이들을 골라 감시도 해야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살펴서, 차를 마신 뒤 스쳐지나듯 보았던 제이의 진짜 정체를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 아드리안은 몸을 일으켜 느긋하게 정원을 가로질러 건넜다. 제이에게 등을 보인 상태였다. 너무 무방비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설마. 제이가 제온이 맞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그를 찌를 만큼 어리석을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당해줄 생각도 없었지만.

제이가 늘 그와 붙어있는 건 아니었기에 그 틈을 타 그나마 믿을만한 수하들에게 제이에 대한 모든 걸 알아오라고 명령할 생각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정말 궁금한걸. 이미 머릿속으로는, 반 이상 제이와 제온을 동일시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랬기에 일부러 속을 긁을법한 얘기를 꺼내본 것이기도 했다. 뭐라도 반응을 보이기를 기대하면서. 결국엔 실패였긴 해도 꽤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종종 대화 상대, 부탁하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드리안은 미련없이 정원을 뒤로하고 떠났다.

30 애드주 ◆h17uBA9kno (UU6L2rtyfs)

2020-11-15 (내일 월요일) 23:36:12

일단 이걸 막레라고 생각하고 썼어. 일상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본 목적..제이와의 신나는(?) 술래잡기를 즐기고 싶어져서! 여기서 끝맺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제이주 생각은 어떠려나..!

31 제이주 ◆OXzPyqhppU (AMsYnABYO6)

2020-11-15 (내일 월요일) 23:49:33

나도 애드주처럼 하루빨리 술래잡기를 즐기고싶어! 애드와의
술래잡기는 상상만해도 짜릿(?)할 것 같거든!

32 애드주 ◆h17uBA9kno (aMhvi.l63g)

2020-11-16 (모두 수고..) 00:03:06

우리 둘 다 마음이 통하는 걸..! 그럼 저걸 막레로 하자. 빠른 술래잡기를 위하여! 다음 일상은 애드가 제이 정체를 알고, 본격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 계략을 짜고 그걸 시행하는..그런 느낌으로 돌리면 되려나!

33 제이주 ◆OXzPyqhppU (mIaafnc5Mk)

2020-11-16 (모두 수고..) 00:18:04

응. 그럼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제이 앞에 펼쳐질 꽃길이 기대된다! 거기다 집착광공에 계락공이라니.. 너무 좋잖아?!

34 애드주 ◆h17uBA9kno (9X2bLolZjQ)

2020-11-16 (모두 수고..) 09:51:39

아구, 자 버렸다. 제이주가 마음에 들어할 수 있게 열심히 해 볼게! 그럼 선레는 어떡할까? 이번에도 내가? 아니면 제이주가?

35 제이주 ◆OXzPyqhppU (/o/OMsWjes)

2020-11-16 (모두 수고..) 11:13:35

괜찮아. 잘잤어? 음..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애드주에게 부탁해도될까?

36 애드주 ◆h17uBA9kno (z9FNPE8YPo)

2020-11-16 (모두 수고..) 15:25:30

응, 괜찮아. 그럼 선레는 내가 써 올게! 오늘 안으로는 쓸 거지만 좀 늦을수도 있어.

37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f1vMdKfyLs)

2020-11-16 (모두 수고..) 21:19:00

제이, 그의 호위와 티타임을 즐긴 뒤 대략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아드리안은 제이의 조사 및 미행, 감시 등을 들키지 않게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면서도, 겉으로는 완벽한 동요없이 제이를 대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에서야, 제이의 진짜 정체가 담긴 보고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혼자 가겠다며 제이를 저 멀리 떨어트려둔 채로 수하에게서 보고서를 받아든 아드리안은, 현재 제이의 모습이 마법으로 위장중인 것이 확실하며 그 아래에는 은발의 금안, 황가의 마지막 생존자인 황태자의 특징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뒤 미처 참지 못하고 광소하듯 한참 크게 웃어버린다.

"아. 수고했어.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 혼자로 족하니까."

결국, 그때 그가 보았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누를 수가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어차피 지금 그가 있는 장소엔 철저하게 방음 마법이 걸려있어 밖까지 소리가 새어나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 하지만 그 전에. 아드리안은 제 앞에있는 그의 신하를 바라보곤, 곧장 칼을 뽑아 깔끔하게 휘둘러 목숨을 하나 거둬들였다. 도망쳐 잠적한 줄 알았던 황태자가 살아서 그의 호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좋은 건, 아드리안 그 자신뿐이었으니까. 관련된 자들은 전부 차근차근 죽여서 입을 다물게 하면 그만이었다. 일단 지금은, 그렇게나 찾아 헤맸던 인물을 찾은 데에서 오는 기쁨을 만끽할 때였다.

"아, 드디어. 설마, 설마 쫓겨난 개가 제 집으로 기어들어올 줄이야. 아하, 아하핫! 제 죽을 묫자리는 자기 가족들 옆이 좋다, 이건가?"

광폭한 웃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드리안의 두 눈동자에는 희열이 가득 담겨있었다. 제이의 가족을 전부 죽여버린 내게 고개를 숙이며, 얼마나 속으로는 분노하고 원망했을까? 티타임때 제이가 지껄였던 말들을 생각해본다. 그를 죽이기 위해 옆자리를 차지하였음에도, 결국 그깟 차 한잔 때문에 전부 들켜버린 꼴이라니.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지금 당장 제이를 불러 목을 베어버릴까? 아니면, 다시 그 차를 먹여버려 억지로 본 모습을 되찾게 한 뒤에, 복수하려고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을 구경하며 찬찬히 죽여버릴까. 아드리안은 행복하게 고민했다.

"아, 하지만. 정말 아름다웠는데..갖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순간, 잠깐 보았던 제이의 진짜 모습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그의 눈이 잠깐 몽롱한 빛으로 물들었다. 갖고 싶어. 그것도 살아있는 상태로. 제이를 당장 죽이려는 마음이 점점 옅어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살려 두기엔, 복수심에 가득찬 것이 영 걸렸다.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아드리안은 밖의 시종에게 제이를 다시 데려오라고 말한 뒤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잘 왔어, 제이. 뒷처리 좀 해 줄래? 너무 주제넘게 굴길래.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더라고."

아드리안은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굳이 제이를 불러 시체 처리를 시킨 건 제이의 속을 흔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아드리안은 잔혹한 살인자일 테니. 지켜보겠다는 마음 그대로, 아드리안은 제이의 정체를 눈치챘음을 티끌 하나 티내지 않았다. 죽어있는 자는 어차피 입을 열수 없으니, 대충 이유는 지어서 붙여낸다.

"역시, 난 네가 제일 좋다니까. 떨어트려 둔 건 뭐..나도 사생활 정도는 있는걸. 궁금하다면 말해 줄 수도 있어."

완전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제이의 뒷조사 결과를 들으러 간 곳에 본인을 데려가면 안 되지. 아드리안은 제이가, 혹시 자신의 정체가 전부 들켜서 그를 저 멀리 떨어트려 둔 것이 아닐까 의심하지 못하도록 미리 원한다면 뭘 하고 있었는지 전부 말해주겠다고 얘기했다. 물론, 제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거짓말일 뿐이지만.

"이젠 할 것도 다 끝났겠다. 계속 옆에 있어. 명목상이긴 하지만 일단 너는 내 호위니까. 설마, 나 걱정한 건 맞지?"

갈색 머리칼에 갈안. 평범해보이는 그의 외모 위에 혼자 황태자일 때의 모습을 덧씌워보이며 지금 제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속으로 어림짐작해본다.

38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J8dkdS14.M)

2020-11-17 (FIRE!) 09:44:20

황제. 그 살인귀가 찾지않는 시간에 제이는 항상 황궁 호수를 보러왔다. 호수를 보고있으면 근처에서 즐거운 웃음소를 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막내황자가 떠올라 행복하고 그리운 미소가 지어진다. 막내황자를 잡겠다며 함께 뛰어다녀주던 어린 누이와 형제들이 넘어질까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 항상 한걸음 뒤에서 묵묵히 그 광경을 바라보던 둘째황자와 아버지. 그때는 그 모든걸 잃을줄은 모르고 그저 행복에 취해있었다.

"제, 제이! 조심해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려했을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누군가에게 밀려진 몸이 갸우뚱거리더니 차가운 호숫물속으로 쳐박힌다. 풍덩! 방금전까지의 즐거운 회상은 모두 꿈이니 어서 현실로 돌아가라는것만같다. 부모형제는 모두 죽어없어지고 그 원수의 호위기사 노릇이나하며 때를 노려야만하는 지옥같은 현실. 몸이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투명한 호숫물 위로 어쩔줄 몰라하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대로 끝내버리면 편안해질까?

가라앉는 몸대신 우울감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불쌍한 내 부모형제를 위해서라도 내 손으로 반드시 그 살인귀의 목숨을 거두리라. 가라앉던 몸을 움직여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간다. 주변에서 안도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 사태의 주범은 미안한마음에 어찌해야할 줄 몰라한다. 부축을 해주겠다는 주변의 도움을 친절하게 웃으며 거절을 한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려고 했지만 살인귀의 부름에 옷만 갈아입고 살인귀에게 향한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익숙한 혈향. 오늘도 살인귀의 손에 애꿎은 목숨만 거둬진것이다. 주제넘게 군다는 그 작은 이유하나만으로 사람의 목숨이 쉽게 거두어가는 살인귀. 역겹움에 속이 울렁거리었지만 제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존명" 이었다. 피에 절은 시체에게 손을 뻗는다. 차마 감기지못했던 눈커풀을 쓸어내려 감겨준다.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였다. 점차 싸늘해지는 시체를 무리없이 안아들고 문으로 향한다. 똑 똑. 두번의 노크소리에 문이열린다. 미리 들것을 들고있던 시종들에게 시체를 넘긴다. 물에젖은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흐른다. 물을 닦아내려 손을 들엉올렸지만 피에 젖은 손을 보고 다시 내려놓는다.

"사양하겠습니다 폐하."

살인귀의 사생활따위 궁금하지않다. 아주 잠시 살인귀에게 정체를 들킨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럴리는 없었다. 내가 아는 살인귀라면 정체를 아는 즉시 내 목을 베어버렸을것이다.

"볘하를 걱정할만큼 폐하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황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벼운 농담. 이 농담의 숨겨진 뜻은 '나는 너를 걱정하지 않아'이다. 하지만 또 다르게 해석하면 '걱정하지않아도 될만큼 네 실력을 믿고있다.'라는 뜻도 된다. 살인귀는 과연 어떻게 해석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39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LJZlHlJAfQ)

2020-11-17 (FIRE!) 14:16:26

"푸핫, 그러네. 여기서 날 해칠 사람따위는 없지. 더불어 나도 하잘것없는 놈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한 건 아니니까."

제이의 이중적인 말에 절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제이는, 나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을 했겠지. 그의 정체를 알고 나니 들리는 듯한 속내에 건방지다 느끼면서도 유쾌했다. 제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이런 식으로 굴었다면 이정도까지 봐주진 않았을 텐데.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아서 그런 걸까. 그 자신도 제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엉망인데. 물에 빠지기라도 했나보지? 흐음...좋아. 내가 말려주지."

시종에게 추가로 수건을 받아내, 제이에게 다가가 손수 머리를 탈탈 털어 물기를 말려준다. 참 마법이라는 건 대단하단 말야. 그 예쁜 은발을 이런 평범한 색으로 덮을 정도면. 아드리안은 제이의 목덜미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지금 베어버릴까. 아니면, 조금만 더 갖고 놀까. 이대로 저 목을 잡아 꺾어버리기만 하면 손쉽게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텐데. 그를 죽일지 살릴지 고민하던 아드리안의 눈 앞에 제온의 모습이 아른아른 어른거렸고, 결국 아드리안은 깔끔하게 머리만 말려준 뒤에 수건을 대충 뭉쳐 바닥에 던지듯 내려두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낸다면, 그건 갈색일지 은색일지.

"아. 오늘도 티타임을 즐길까 해. 정원도 참 예뻤지만, 황궁 내에 있던 호수도 아름답더라고. 지난번에 가져온 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길래, 이번엔 다른 걸 준비해봤어."

그의 의사는 관계없다는 양, 자연스레 제이가 참여하는 걸 가정하곤 이야기를 한다. 이번엔 딱히 마시더라도 마법이 풀리지는 않는, 평범한 차였다. 다만 그 차 안에 수면제를 탈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몇 번이고 생각해왔지만 역시 이대로 죽여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제이에게는 먼저 가 있을 테니 제대로 머리를 말리고, 몸단장을 하고 오라고 한 뒤에 아드리안은 일단 수면제를 챙겨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바로 쓰진 않을 것이다. 속내를 끄집어내고,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밝히게끔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으니까.

"앉아. 차도 한 잔 하고. 나랑 이렇게 티타임을 즐겨줄 사람이 너 뿐인데. 같이 어울려 줄 거지?'

아드리안은 보란듯이 허리춤에 찬 검을 풀어, 대충 옆에 내려두었다. 나름 무방비하게 보이려는 행위였다. 아직을 멀쩡한 차를 제이에게 권하며 그가 먼저 찻잔을 입이 대어 차를 마신다. 일단 멀쩡한 차를 마시게끔 해, 딱히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행동이었다. 당연하겠지만, 황제인 그가 무언가를 권한다면 명령이 아니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리도 없었고 그와 가까워지려는 제이는 더더욱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내 사생활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난 솔직히 궁금하거든. 뭘 하다 그렇게 젖어서 나타난건지. 오늘도 여기에 있다 온 건가?"

제이가 종종 이 호수에 가서 멍하니 앉아있던 걸 본 적이 있기도 했고, 그를 뒷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이가 평소에 할 일이 없다면 그 장소로 간다는 걸 알게 되었기도 했다. 무슨 얽힌 추억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아드리안은 태연스레 웃으며, 제이의 추억을 헤집어내기 시작했다. 제이의 좋은 추억은 전부 그의 가족들과 관련이 있을 터. 아드리안은 그 기억을 제 것으로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반쯤 충동적으로 티타임 장소를 그 호수 옆으로 정해버렸다.

"네가 좋아하는 것 같길래 와 봤더니, 여기도 그 정원만큼이나 좋네. 종종 와야겠어."

40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iugQbPzJag)

2020-11-17 (FIRE!) 15:02:24

"괜찮.."

거절할 틈도 없이 아드리안이 제이의 머리를 말린다. 한겹의 수건 뒤로 느껴지는 그의 손길은 제이의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든다. 저절로 구겨지는 표정을 감출길이 없을만큼 이루말할 수 없는 불쾌감이 피어오른다. 살인귀가 뒤에서 머리를 말리느라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음에 안도감이 피어오를 때 즈음 수건이 거둬진다. 불쾌감이 가득했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입에서는 감사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끼쳐오르는 소름에 속이 미식거린다.

"..페하께서는 사려가 참 깊으십니다. 그럼 늦지않게 가겠습니다."

이제는 정원도 모자라 호수에서의 추억까지 짓밢으려는 모양이구나. 씁쓸하고 불쾌감이 가득한 마음을 숨기며 살인귀와의 티타임을 위해 단장을 한다. 말끔히 씻은 몸. 확실히 말려진 머리. 말끔히 차려입은 제복. 마지막으로 물약을 챙기고 살인귀가 있을 호수로 향한다.

"영광입니다 폐하. "

아드리안의 검이 대충 놓아지는것을 잠시 바라본다. 무방비해보이지만 놈의 실력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살인귀가 권한 찻잔을 들어 향을 맞는다. 베고니아의 향이 느껴지지않아 차를 목구멍으로 넘긴다.

"맞습니다. 이 곳의 풍경이 아름다워 종종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곤했는데 장난을치던 시종에게 밀려 호숫물에 빠져버렸지뭡니까."

가족들과의 추억이 살인귀로인해 더렵혀진다. 잘 그려진 그림에 누군가가 검은 물감을 끼얹은것처럼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그러한 기분을 완벽하게 숨긴다. 정말 곤란하고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듯 털어놓으며 약간의 어처구니없는 웃음소리를 더한다.

"종종 오시는것도 좋지만 폐하께서도 물에 빠지지않게 조심하십시오."

할수만있다면 당장이라도 저 완벽한 발목에 족쇄를 채워 호숫물 깊은곳에 던져버리고싶지만 그 속내를 숨기곤 농담을 건넨다.

41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LJZlHlJAfQ)

2020-11-17 (FIRE!) 19:13:25

"제이. 누가 그랬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면 얼굴이라도 좋아. 당장 말해."

장난치던 시종이 밀어서 물에 빠졌다는 말에, 아드리안은 살벌하게 웃음지었다. 제이는 그저 곤란하다는 듯 얘기했지만, 아드리안은 제이를 물에 빠트린 그 시종을 잡아 죽일 것처럼 답했다. 아직 제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와 동시에 제이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를 반쯤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아드리안은 누가 제이를 건들였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뒤늦게 아까 전에 띄웠던 살의를 지우고, 아드리안은 혹시 내 호위가 다쳤을까봐 걱정되어서 나온 반응이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의 머릿속에서, 아무래도 제이를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겠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진 것도 이 시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제이의 마법을 벗겨버리고, 그를 손에 넣으려면. 내게 갖는 감정이 복수심뿐인 그가 자발적으로 내 소유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냥 간단하게, 수면제를 먹여서 강제로 감금이라도 해 버릴까. 제이를 갖기로 결정하자마자 아드리안은 머릿속으로 찬찬히 방법을 생각했다.

"날 걱정하는 거야? 그럴 일 없도록 여기 올 땐 항상 너와 함께 해야겠는데, 제이."

제이가 알았다면 승산이 있든 없든 당장 그를 죽이려 들 생각을 이어나가며, 아드리안은 겉으로는 계속 대화를 이어나간다. 제이의 농담에 농담같은 진담으로 맞받아치며, 주변을 슬쩍 둘러본다. 근처의 시종은 방해되지 않게 전부 뒤로 물려둔 덕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다. 이 정도면 아드리안이 일을 벌려도 문제는 없을 듯 싶었다.

"제이, 너도 알려나 모르겠지만 난 욕심이 많아. 그만큼 원하는 것도 많고. 하지만 내가 혼자 그걸 이루기엔 너무 힘들단 말이지."

아드리안은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고 말을 시작했다. 갖고 싶기로 결정한 이상 질질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며 아드리안은 천천히 말을 골라냈다. 지난번에 이런 대화를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너는 내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랬지. 맞지?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선, 네가 필요해."

제이가 했던 말은 그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심이야 어쨌든 그가 그렇게 말했던 건 사실이었고, 아드리안은 그게 중요했다. 제이가 필요하다는 말도 거짓은 아니었다. 굳이 다시 이러한 얘기를 들먹이는 건 빈말이라도 좋으니 제이에게서 그를 돕겠다, 그런 말이 나오길 바랬기 때문이다.

"도와줄 수 있지?"

그렇다고 대답해.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어 수면제를 만지작거린다.

42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iugQbPzJag)

2020-11-17 (FIRE!) 19:53:37

"물에 빠진것이 찰나인지라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못합니다."

살벌한 웃음과 시종을 잡아죽일듯한 기세. 연기일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하리만큼 확실한 살의가 느껴지는 살인귀는 예상밖이라 놀랐다. 제 사람을 건든것마냥 반응하는 그가 놀라움을 안겨준것도 잠시. 제이는 그저 눈앞의 살인귀가 변덕을 부리는것이라 생각하며 거짓을 입에 올린다. 아무리 위장을 하고 있다해도 제이는 훈련을 받은 기사였다. 그런 그가 시종의 이름을 알지는 못한다해도 그 얼굴까지 기억못할리는 없었다. 그저 하루에 시체를 두번이나 치우기는 싫었을 뿐.

"명하신다면 언제든지 함께하겠습니다."

진심이라고는 단 한꼬집도 들어가지 않은 말을 진심처럼 말하는것. 그것은 제이가 가족들을 잃고 얻게된 능력중에 하나이다. 그럼에도 살인귀의 귀에 달콤할 말을 지껄이는것이 제이의 입에는 씁쓸한 맛을 불러일으킨다. 입안 가득한 씁쓸함을 지우기위해 찻잔을 들어 찻물을 삼킨다.

"..전 폐하의 기사입니다. 폐하의 꿈이 저의 꿈입니다."

네 놈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피로물든 손에 행복을 한아름 안겨줄것이다. 행복에 취하고 기쁨에 취했을 바로 그 순간 나는 네 놈의 목을 베어 더한 기쁨에 취할테다. 자리에서 일어난 제이가 아드리안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다. 황제에 대한 '예' 였다.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미천하지만 이 한목숨 바쳐서라도 돕겠습니다."

살인귀의 속에 어떠한 꿍꿍이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제이. 그에게 제 정체를 들킨 줄 상상도 못하는 어리석은 제이는 스스로 사자의 아가리속에 목을 집어넣은줄도 모른 채 아드리안이 가장 원하고 있을 말을 입에 담는다.

43 제이주 ◆OXzPyqhppU (J8dkdS14.M)

2020-11-17 (FIRE!) 19:55:26

드디어 (집착가득한 불)꽃길이 열리는구나!(박수)((두근))

44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LJZlHlJAfQ)

2020-11-17 (FIRE!) 22:27:19

아드리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 정체가 들켰다는 생각도 못하고, 아드리안이 제이를 원할 거라 생각하지도 못한 채 본심과는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까지 제발로 수렁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그는 완전히 제 것이 될 수 있으리라. 기분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나만 볼 수 있는 공간에 예쁘게 두어, 그의 복수심을 깎고 또 깎아내리라. 질려버릴 때까지 예뻐해주겠어.

"제이, 명한다. 어디든, 언제든. 앞으로 내 곁을 지켜라.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사의 예를 다하는 제이를 내려다보던 아드리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간다. 주머니에서 태연하게 수면제를 꺼내 뚜껑을 딴다. 곧바로 제이의 입 안에 퍼부을 수 있도록. 고개를 숙인 제이는 아드리안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볼 수 없으리라. 들뜬 웃음을 지으며 바로 제이의 앞에 선 아드리안은 허리를 숙이고 제이의 고개를 들게 한다.

"내 것이 돼, 제온."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을 건넨 뒤 아드리안은 기다리지 않고 미리 손에 들고있던 수면제를 곧장 제이의 입 안이 들이부었다. 그 뒤에 그가 삼킬 때까지 입과 코를 틀어막아 버리기까지 한다. 제이가 수면제를 뱉어낸다 한들, 어차피 제이의 실력으론 아드리안을 제압할 수 없기에 힘으로라도 그를 기절시킨 뒤 데려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아드리안은 더는 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취했다는 황홀감, 제이를 향한 비틀린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제이가 반격해온다면 언제든지 받아칠 준비를 한다.

"언제 들켰는지. 똑똑한 너라면 아주 잘 알거야. 아하, 아하하! 설마, 정말로 설마설마했어. 네가 내 옆에 이렇게까지 접근했을 줄은.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너무 기뻐."

제이가 복수를 위해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일로 정체를 전부 발각당한 뒤에 제 입으로 그의 바람. 제이를 갖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이루겠다고 말해 주다니. 이제는 이 모든 일이 하늘에서 내려 준 선물같이 느껴졌다. 원하는 걸 얻는 순간은 너무나도 짜릿해서, 아드리안은 좀처럼 웃음을 감추지못했다.

"네가 죽을 때까지 계속 함께하자."

아드리안이 제이에게 질리는 순간이, 그가 죽을 날일 테니까. 아니면, 제이를 평생동안 놓아주지 못할지도 몰랐고. 어느 쪽이든 아드리안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45 애드주 ◆h17uBA9kno (LJZlHlJAfQ)

2020-11-17 (FIRE!) 22:28:54

맞아! 드디어 본격적으로..시작된 거지..제이의 (집착 가득한 불)꽃길이! 너무 두근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드가 더욱 폭주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되기는 하지만..(제이 힘내)

46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iugQbPzJag)

2020-11-17 (FIRE!) 22:56:17

그래. 어디든, 언제든 네 놈 곁을 지키리라. 네 놈이 그 빌어먹을 행복이라는것을 손에 쥐는 그 순간까지 네 놈을 지키고 지킬테다. 그리고 네 놈이 꿈을 이루는 순간 나는 황제 당신을 진창 밑 저 나락까지 내동댕이 칠 것이다. 가장 행복한 자에서 가장 불행한 자가 되는 그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지옥. 네 놈을 반드시 그 지옥 속에서 살게 해주리라.

피어오르는 비웃음을 감출길이 없어 고개를 더 깊이 숙인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약간의 의아함을 느낄 때 아드리안의 손에 고개가 들려진다.

"....뭐?"

살인귀의 입술을 가르고 나오는 이름. 나와서는 안 될 이름에 정신이 한순간 아득해진다. ...망할. 뒤늦게 검을 뽑으려했지만 그의 행동이 한발 더 빨랐다. 입 안에 들어오는 씁쓸한 액체. 뱉어내려했지만 입과 코를 틀어막는 손을 떼어내려 해봤지만 아드리안의 손은 꿈쩍도 하지않는다. 어떻게든 버티려하던 제이의 목구멍으로 결국 액체가 삼켜진다.

살인귀의 눈에 떠오른 황홀감과 애정이 소름을 불러일으킨다. 친절하고 충성심깊은 호위기사의 가면은 살인귀의 손에 무참히 집어던져졌다. 망할 놈. 죽여버리겠어. 명백한 적의와 살의를 띈 핏발 선 두 눈이 아드리안에게 향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면제의 효과에 못이겨 천천히 눈커풀 뒤로 사라진다.

죽을때까지 계속 함께하자. 그 말을 끝으로 제이의 세상은 암흑으로 변한다.

47 제이주 ◆OXzPyqhppU (iugQbPzJag)

2020-11-17 (FIRE!) 22:58:44

그런 걱정은 당장 가져다버려! 애드는 폭주하기위해 태어난 공이고 제이는 고통받기위해 태어난 수란말이다!(?!)

48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QTmN0x5er2)

2020-11-17 (FIRE!) 23:26:48

아드리안은 제이가 보내는 살의 섞인 눈빛에도 그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렇게 쳐다보아도 말이지. 수면제의 기운에 취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아는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우습고도, 깜찍하기만 했다. 잠들어버린 제이가 바닥에 넘어지기 전에 아드리안은 제이를 잽싸게 품에 기대게끔 한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내가 상처입히는 건 괜찮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돼. 아드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번쩍 제이를 들쳐맸다.

"적당한 곳이 어디 있으려나. 아하."

내 방으로 데려가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묶어두면 되잖아. 황제의 방에 멋대로 들어올 정도로 대담한 이는 없었고, 방음도 완벽하게 되어있으니 제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구하러 올 이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제이의 지근거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 뒤에 차근차근 제이만을 위한, 그에게 어울릴 법한 거처를 구하면 그만이었다.

아드리안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조심해서 제이를 제 방까지 데려왔다. 그 뒤 방을 빠져나가지 못할 적당한 길이의 족쇄를 가져와 그의 발에 채우고, 제이의 주머니를 뒤져 발견한 마법 물약을 챙겨 품에 넣었다. 그 외에도 조금이라도 날카로워 다칠 염려가 있거나 아드리안을 공격할지도 모를 위험할 법한 물건은 전부 제거해버린다. 그의 마법을 풀리게 한 차도 미리 준비해둔다. 그의 침대에 제이를 편안히 눕혀준 뒤 의자에 앉아 제이가 깨어나기만을 잠자코 기다린다.

"잘 잤어? 제이, 아니. 제온이라고 불러야 할까?

제이가 자는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법이 풀릴 모습을 상상한 지 오래, 아드리안은 제이가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잠들기 전 제이가 보였던 악의 가득한 눈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했다. 아드리안은 누군가 저에게 조금이라도 살의를 내비치면 곧장 목숨을 거둬갈 정도로 잔혹한 인물이었지만 제이에게는 전혀 그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우리의 추억을 기념할법할 차도 한 잔 준비해 봤어. 어서 마셔. 네 입으로 마시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억지로 먹게 할 테니까."

마법을 푸는 물약을 구해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역시 그의 마법을 풀 때는 그날 마셨던 차를 쓰고 싶었다. 그가 직접 차를 마시지 않는다면, 입에서 입으로라도 넘겨 줄 수밖에. 그런 생각을 하며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제이의 마법이 풀리기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미리 제이를 그의 방으로 데려온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지금은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아. 여기 말고 적당한 곳이 안 떠오르더라고. 곧 지낼 곳을 마련해 줄 테니까."

49 애드주 ◆h17uBA9kno (QTmN0x5er2)

2020-11-17 (FIRE!) 23:29:37

그렇다면 안심하고 미친듯이 날뛰어주겠어..! 그래도 제이가 처음으로 도망쳐버리기 전까진 나름 얌전할 거라 생각해. 도망간 뒤엔(생략)

50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PGDnPuMgtc)

2020-11-18 (水) 00:16:52

온통 어둠뿐이던 세상에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온다. 빛이라는걸 인식한 뒤부터 희미하던 빛이 점점 선명한 것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을 누군가가 송곳으로 내리찍는것 같은 두통이 찾아온다.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무거운 눈커풀을 간신히 들려올리자 보이는것은 환한 미소를 짓는 남자였다. 약기운에 취해 멍하니 아드리안을 바라보던 제이의 눈이 순식간에 선명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눈 앞에 있는 저 자를 죽여버리고싶다는 살의가 제이의 눈에 떠오른다.

죽여버리겠어. 오직 그 생각하나로 몸을 내던진다. 하지만 얼마지나지않아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몸이 침대위로 내팽겨쳐진다. 거칠게 이불을 들쳐내자 보이는 족쇄. 저 살인귀가 벨리드 황가의 마지막 핏줄을 무식한 쇳덩어리로 가둔것이었다. 살의로 이글거리던 머릿속이 순식간에 차분해진다. 자신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목을 치는 대신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황제의 방에 가두었다. 그렇다는건 살아있는 전리품을 가지고 싶다는 것. 살인귀는 '아직까진'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한다. 결론에 도달하자 그 다음부터는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찻잔을 들어올린다. 다홍빛 홍차에서 그윽한 베고니아의 향이 풍겨오고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찻잔이 거침없이 바닥으로 날아가 산산히 조각난다. 홍찻물이 마치 피처럼 벽에 제 흔적을 남긴다. 파편이 하나 튀어올라 제이의 볼을 스친다. 순식간에 그어진 붉은 줄. 그 사이를 가르고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그대가 원하는대로 해줄 듯 싶은가. 그럴일은 절대 없으니 헛된 희망은 버리는게 좋을거다."

호위기사의 가면은 이미 살인귀의 손에 집어던져졌다. 강제로 벗겨진 가면 속 숨겨왔던 황태자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미 정체가 탄로난 마당에 저깟 차정도야 얼마든지 마셔줄 수 있다. 하지만 말이야. 난 절대 네 놈이 원하는대로 행동하지않을거다.

52 제이주 ◆OXzPyqhppU (PGDnPuMgtc)

2020-11-18 (水) 00:20:54

좋아! 날뛰어라 집착광공!(불난집에 부채질)
제이가 기념적인 첫 감금일(?)부터 대형사고를 쳤어! ㅋㅋㅋㅋ

53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UjM2m8DDsc)

2020-11-18 (水) 10:36:31

눈을 뜬 제이에게는 당연하겠지만 이전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명백한 적의, 살의. 날 죽이고 싶다는 듯 쏘아보는 눈빛에도 아드리안은 그저 제이가 눈을 뜬 게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음지을 뿐이었다. 지금은 아직 마법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상처가 났잖아. 조심해야지. 응? 예쁜 뺨에 흉이라도 지면 큰일이니까. 손목도 아예 묶어둘 걸 그랬나봐."

홍차가 바닥과 벽에 튀어 방을 어지럽히고, 깨진 잔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무시한 아드리안은 곧바로 제이에게 다가갔다. 제이를 걱정했다기 보다는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더욱 컸다. 내 거에 상처가 나는 건 싫은데. 제이는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흘러내린 피를 닦아낸다. 이따가 치료를 해 주어야겠군. 흉이 지지 않도록, 그가 직접. 이 손수건도 잘 간직해야지.

"제이. 언제까지 그렇게 뻣뻣하게 굴 생각이야? 해 줄 마음이 없어? 착각하긴. 네 의사는 상관없어. 내가 마시라고 했으면, 넌 마셔야 돼."

아드리안은 한숨을 짙게 내쉬었다. 제이가 그를 싫어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말을 안 듣는 걸 보니 약간의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도 여전히 죽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냥 어서 제온이 된 그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솔직히 지금, 마법이 걸린 그의 모습을 계속 보는 건 싫단 말이지. 아드리안이 반한 건 그의 은발과, 금안일 때의 모습이니까.

"제온. 넌 이제 황태자도 뭣도 아냐. 이미 이 나라는 전부 내 손에 떨어졌어. 내 꿈을 이뤄준다고 했잖아. 내가 바라는 건 너야. 내 것이 되겠다고, 그렇게 말한 건 너라고."

그때 제이가 했던 말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아드리안은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아직도 자기가 황태자인 것 마냥 구는 그를 어떻게든 얌전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게 말을 할 때엔 신중하게 했어야지. 아드리안은 교묘하게 전부 제이가 자초한 일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너도 허락한 일이라고. 그래서 나는 널 데려온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되도 않는 반항은 그만두자. 입 벌리고, 전부 꿀꺽 삼켜서 마셔. 다음번엔 내가 직접. 입에 머금어서 네게 먹여 줄 테니까."

차가 담긴 주전자를 통째로 들고 제이에게 다가갔다. 찻잔을 손에 들려주면 똑같이 던질지도 모르고. 주전자를 뒤어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 어쩌겠어. 주전자 채로 입 안에 들이부어 줘야지. 마실 때까지. 아드리안은 제이가 이래도 스스로 입을 벌리지 않는다면 그의 뺨과 턱을 우악스레 움켜쥐어 힘을 줘, 그가 입을 벌릴 수밖에 없도록 해, 그에게 어떻게든 차를 마시게끔 한다. 이래도 전부 뱉어내면, 그땐 정말로 그에게 말했던 것처럼 할 수밖에.

54 애드주 ◆h17uBA9kno (UjM2m8DDsc)

2020-11-18 (水) 10:40:01

어젠 너무 졸려서 자 버렸어ㅠㅠ 그래도 애드는 아직 친절한걸!(정말로?) 제이가 아직 마법이 걸려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다 잡은 먹잇감이라는 생각에 약간 여유롭고 느슨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55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sv8RprkkAc)

2020-11-18 (水) 11:40:00

"살인귀 주제에 전리품에 상처가 나는건 싫은가봐?"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내는 살인귀의 손길에 소름이 돋는다. 이 더러운 손 치워. 손등으로 살인귀의 손을 쳐내어 명백하게 의사를 드러낸다. 꽤나 세게 쳐낸탓에 붉어진 손등을 호화스러운 이불에 닦아낸다. 손길을 쳐낸 손등마저도 오물이 묻은듯 끔찍했다.

"그대야 말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대의 호위기사 따위가 아니다. 그 가면을 벗겨낸건 그대잖아? 아무리 그대가 내 부모형제를 죽이고 이 황궁을 장악해도, 네이비. 그대는 벨리드가 될 수 없어. 그리고 나 또한 가질 수 없다."

몽롱한 표정을 짓는 저 얼굴이 보기좋게 구겨졌으면 좋겠다. 그럼 꽤나 유쾌할 것 같단 말이지. 지금 저 살인귀가 원하는건 나다. 그리고 나는 살인귀의 손에 나를 넘겨줄 생각이 단 한스푼도 없다. 잡은 줄 알았지만 잡히지 않을때의 허망함. 그 허망함을 네게 선사해주마.

뺨과 턱이 우악스럽게 잡힌다. 턱이 떨릴정도로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아드리안의 힘에 입술이 벌어진다. 콧끝을 찡하게만드는 베고니아의 새콤한 향이 입안에 가득 부어지기 시작한다. 억지로 닫고있던 목구멍은 밀려오는 물줄기를 이기지못하고 결국 찻물을 넘겨낸다. 한 모금, 두 모금. 억지로 부어지는 찻물을 삼키기 시작하자 제이의 모습이 제온의 그것으로 바뀌어간다. 흔한 갈색머리가 찬란한 은발로. 탁한빛을 띄던 갈색눈은 보석처럼 빛나는 금안으로. 그을리고 주근깨가 박혀있던 피부는 하얗고 투명하게 바뀐다.

마침내 제온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56 제이주 ◆OXzPyqhppU (sv8RprkkAc)

2020-11-18 (水) 11:43:00

괜찮아. 잘잤으면 됐어!
제이의 마법이 드디어 풀렸네! 어서 빨리 친절한 상태인 애드가 미치려고 하는걸 보고싶다! ㅋㅋㅋㅋ

57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UjM2m8DDsc)

2020-11-18 (水) 13:34:00

"네이비라니. 정감없게. 애드라고 불러. 제이. 네 말대로 난 벨리드가 될 수 없을진 몰라도, 벨리드를 가질 순 있어. 너와 이 나라. 이 두 개 모두를 가지면, 난 모든 벨리드를 손에 넣게 되는 거지."

벨리드 황가의 마지막 생존자인 제이와, 이 나라 벨리드. 지금은 그 두 개가 전부 다 그의 손에 주어져있었다. 아드리안은 충분하다못해 넘칠 정도로 만족했다. 제이는 그를 황제로 결단코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그럼 뭐 어떻단 말인가. 이렇게 제 방에 묶여서 입으로 떠드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

아드리안은 제이의 목울대가 오르내리며 차를 삼켰다는 걸 확인하곤 주전자를 내려두었다. 지난번에 스치듯이 보았던 그 모습이, 이번에는 뚜렷하게 다가왔다. 점점 변해가는 제이가 황홀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완전히 마법이 풀린 뒤에는 아드리안은 그를 죽이지 않기로 하길 정말 잘 했다, 그리 생각했다.

"아니. 넌 내 것이다. 네 삶과 죽음, 겉과 마음. 그 모든 것을 내게 바쳐라. 거부는 받지 않아. 내가 그러기로 정했다면, 넌 따라야만 한다."

절대로 못 놓쳐. 아드리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제 속을 가득 채우는 소유욕을 느끼며 손을 뻗어 제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려 한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원하리라고는 아드리안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지금 기분은 딱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황홀했다. 어쩌면 이런 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인 걸까? 아드리안은 눈을 휘어 웃으며 생각했다. 그가 느끼는 게 어떠한 감정이든간에 제게 이런 기분을 선사해주는 제이를 평생 제 옆에 두겠다고.

"발목이 묶인 상태로는 도망도 갈 수 없겠지. 아아, 참. 그러고보니. 널 물에 빠트린 그 시종을 찾아야 했는데. 네가 모른다고 말해도 상관없어. 찾아낼 방법은 많으니까."

잊고 있었던 일이 뒤늦게 생각나서 아드리안은 손벽을 짝 치며 웃음지었다. 감히 제이에게 손을 댄 그 시종이 죽여 달라고 할 때까지 고통을 준 다음에, 그 하찮은 목숨으로 나의 제이에게 손을 댄 죄값을 치르게 해 주어야겠지. 설마,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어? 아드리안은 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제온. 애드라고 불러줄래? 그러면 그 시종을 찾는 일은 보류할게."

하지만 제이가 그를 애드라고 불러준다면야. 당장 그 시종을 죽이러 가지 않겠다고 약조한다. 어디까지나 미루는 것 뿐이지만. 당장 죽이러 가는 것 보다얀 낫잖아. 아드리안의 기분이 더 좋아진다면, 어쩌면 꽤 길게 살게 될 지도 모르고.

58 애드주 ◆h17uBA9kno (UjM2m8DDsc)

2020-11-18 (水) 13:36:51

사실 나도 제이가 도망간 뒤에 미쳐버린 애드를 쓰는 건 재미있을 것 같아! 지금도 딱히 멀쩡한 상태는 아닌 것 같지만(..) 그, 그래도 언젠가 해피엔딩이 가능하겠..지?

59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yjJEK7hN12)

2020-11-18 (水) 17:36:59

"네이비. 난 절대 그대의 손에 나를 쥐여줄 생각이 없다. 그럴바에야 죽어버릴기는게 낫지."

애칭으로 불러달라는 아드리안의 말은 가볍게 무시한다. 미치지않고서야 원수를 애칭으로 부를수는 없었다.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의 본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살인귀의 시선에 소름이끼침과 동시에 비웃음이 새어나온다.

"거부할것이다. 네 놈이 아무리 내 발에 족쇄를 채우고 손을 묶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린다하더라도 내가 네 놈의 것이 되는일은 절대로 없을것이다. "

내게 손대지마. 내 몸을 만지지마. 명백한 거절을 담은 몸짓으로 아드리안의 손을 쳐낸다. 벌레가 기어다는것처럼 그에게 닿은 곳마다 소름이 끼친다. 자랑스럽고 사랑했던 은발마저도 살인귀의 손에 닿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모조리 잘라내고싶을만큼.

"..비록 피로 이룬 자리라고는 하나 네가 사는 성의 시종이다. 네 놈의 사람이란말이다. 고작 그까짓 이유 하나로 그를 해칠 생각인건가?"

설마, 그까짓 이유 하나때문에. 눈 앞에 있는 이자가 정말로 인간이 맞기는 한건가하는 의심이 들기시작한다. 애칭으로 불러주면 시종을 찾지않겠다는 말에는 헛웃음까지 지어진다. 고작 애칭따위가 뭐라고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한단말인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이는 그가 원하는대로 애칭을 입에 올릴수는 없었다. 아드리안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였으니까. 제이 또한 아드리안과같이 저울질을 시작한다.

"네이비. 내가 그대를 애칭으로 부를일은 없어."

저울은 기울어졌다. 제이는 살인귀를 애칭으로 부르지않을것이다. 설령 그로인해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60 제이주 ◆OXzPyqhppU (yjJEK7hN12)

2020-11-18 (水) 17:38:42

미쳐버린 애드라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ㅋㅋㅋ 음.. 가능하겠..지? 집착광공은 후회공의 루트를 타는 법이니까!

61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6mqN8N7F5M)

2020-11-18 (水) 19:52:27

"너를 물에 빠트렸으니까. 당연한 거 아냐? 내 것을 건들였는데, 내가 그걸 넘어갈 거라 생각했어? 이미 난 네 정체를 알았다는 이유로 쓸만한 수하 한 명을 죽여버렸는걸."

그까짓 이유라니. 아드리안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시종이 제 사람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것인 그와 비교할 정도로 중요한 이도 아니었다. 아까 전, 제이에게 뒷처리를 시켰던 시체가 어째서 살해되었는지, 아드리안은 진짜 이유를 제이에게 말해준다. 이대로 그냥 순순히 그의 애칭을, 제이에게만 허락될 내 애칭을 말해준다면 좋을텐데. 끝끝내 거절하는 제이에게 아드리안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온, 내 제온은 매정하구나. 시종이 내 사람이니 뭐니..그런 식으로 온전히 내 탓을 하지는 마. 결국 그 시종을 죽이는 데엔 너도 일조한 거니까."

그냥 날 애칭으로, 애드라고 불러주기만 했다면 괜한 목숨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드리안은 제이가 얼마나 그를 싫어하는지, 이걸로 잘 알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애칭으로 불리는 걸 순순히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시종 한 명의 목숨보다 제 복수심이, 증오심이 더 귀하다면. 다른 것을 들이밀면 될 뿐인 문제였다. 아드리안에게 있어 제이를 제외한 타인의 목숨은 전부 의미없는 것들일 뿐이었으니까.

"정말로? 내가 그 시종의 일가족을 전부 몰살시키고 제이, 널 아는 모든 사람을 다 죽일 거라고 말해도 너는 날 애칭으로 부르지 않을까?"

그저 말뿐인 협박일리가 없었다. 아드리안은 충분히 그가 말한 모든 것들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다. 과연 몇 명의 목숨을 매달아야 제이가 그를 애드로 불러 줄려나. 아드리안은 애칭으로 불리울 수만 있다면 몇 명이고 희생시킬 수 있었다.

아드리안은 재차 제이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스쳐가는 결 좋은 머릿결을 느끼는 것도 좋았다. 자꾸만 제이가 손을 쳐내는 바람에 만끽하지는 못했다. 이전까지는 앙칼지게 구는 면도 좋아서 봐 줬지만.

"두 번 봐 줬으면 충분해."

아드리안은 제이가 그의 손을 쳐내려는 타이밍에, 그의 손목을 붙잡아 막아낸다. 손목에 박힌 굳은살에, 황태자로 자라왔을 그가 날 죽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노력해 호위기사 자리를 차지했을지를 보이는 듯했다. 아드리안은 그저 굳은살이 박힌 그의 손도 좋다고 꼭 쥔 채로 히죽 웃으며 다시 머리카락을 매만질 뿐이었다. 황가의 은발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잘라 간직해왔지만, 그 무엇도 제이의 것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아, 참. 내 컬렉션을 보여 주기로 약조했었지. 지금이라도 같이 보러가지 않을래?"

62 애드주 ◆h17uBA9kno (6mqN8N7F5M)

2020-11-18 (水) 19:54:42

그럼그럼. 아드리안이 자신의 잘못을 언젠간 깨닫고..제이에게 지난 과오를 사죄하고 후회하는 일이 올 거야...아마도! 아마도 말이지..! 그렇게 된다면 해피엔딩이 가능하지 않을까? 온갖 수난과 고난을 겪을 제이가 어떻게 할 진 모르겠지만...

63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PGDnPuMgtc)

2020-11-18 (水) 21:34:38

"..뭐?"

나는 네 것이 아니야. 그렇게 반박하려던 찰나에 믿고싶지않은 말이 들렸다. 제정신이 아니다. 이미 뼈저리게 알고있던 사실이었지만 저 자는. 아니, 저 살인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도 감지못하고 죽어야만했던 이유가 자신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제이의 두 주먹이 꽉 쥐어진다.

"그대는 정말 지독한 미친놈이군. 하지만 그대가 몇명을 죽인다고해도 내 결심은 변하지않아. 세상천지에 부모형제를 죽인 원수를 애칭으로 불러줄 이가 존재할듯싶은가?"

말뿐인 협박. 살인귀는 애칭 하나때문에 많은 이들을 죽이고도 남을 이라는것을 안다. 내 부모형제들을 도륙했던것처럼 죄없는 시종과 그 가족또한 도륙하겠지. 하지만 가족의 복수심이. 아직 남아있는 황족의 자긍심이. 살인귀에 대한 증오가 그것을 용납하지않는다.

"..소름끼쳐"

아드리안의 손에 손목이 잡힌다. 손목을 타고 소름이 서서히 퍼진다. 끔찍할정도의 소름이 느껴져 아드리안의 손을 뿌리치려하지만 미동조차 하지않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힘든 훈련도 살인귀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버텨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고작 뿌리치는것 하나 할 수 없었다. 밀려오는 무력감과 수치심에 몸이 저절로 떨린다.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손길에도 제이는 그저 핏발선 눈으로 아드리안을 노려보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네 놈의 컬렉션 따위 못봐줄것도없지."

그 컬렉션이 남아날지는 모르겠지만.

64 제이주 ◆OXzPyqhppU (PGDnPuMgtc)

2020-11-18 (水) 21:36:55

음, 아마 아드리안이 삽질을 하고 또 해서 지하수를 터트릴때쯤이면 제이가 아드리안을 봐주지않을까..! ..아마도..?

65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eHbCmTMRJg)

2020-11-19 (거의 끝나감) 10:41:54

언제까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아드리안은 웃으며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몇 명을 죽이더라도 애칭으로 부르지 않겠다, 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일까? 말로는 누군들 그렇게 못 말하겠어. 아무래도 아드리안은, 그가 정말로 말한 모든 것들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걸 제이에게 보여줘야 할 듯 싶었다. 제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본다면 제이의 마음도 바뀔지도 몰랐다. 제이의 앞에서, 살려달라고 빌며 매달리는 꼴을 보면 저 마음이 좀 바뀔지도. 그 시종과, 그 시종의 가족 모두. 전부 잡아서 끌고 와야겠어. 아드리안은 제이가 그를 '애드' 라고 부르는 걸 반드시 듣고야 말 것이다.

"손버릇도 나쁘고, 말버릇도 나쁜데..참, 제온을 미워할 수가 없어. 그래도 실망인걸. 고작 이 정도로 날 죽이려고 했을 줄은."

아드리안은 손을 뿌리치려는 제온에 대항해 더욱 힘을 줘 붙잡았다.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 보관할까? 그런 생각을 언뜻 했지만, 제이가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으니 그럴 필욘 없을 듯 싶었다. 이렇게 손을 쳐내는 식으로 반항한다고 해도 아드리안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

"아, 그래도 난 제온을 좋아하니까. 오히려 약해서 다행이지. 이렇게 잡아 두기에도 편하고."

방긋 미소지으며 머리를 만지고 그의 손목을 붙잡던 양 손을 전부 치워낸다. 그에게 어울릴 법한 머리장식을 몇 개 마련해 두어야겠다 생각하며 발목에 매인 족쇄를 내려다본다. 저건 언젠가, 제이가 그를 떠나지 않을 거라 확신이 들었을 때 풀어주겠다고 말해준다. 지금 봐선 그 때가 올 날은 한참 멀었지만.

"역시 보여주는 건 나중으로 미룰래. 가면 다 때려부술 거잖아?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너지만, 그것들도 꽤 귀중한 것들이란 말이지."

살벌한 제이의 말투에 아드리안은 역시 안 될 거 같다고 손사래를 친다. 다 깨부수고 다니다 제이가 다시 상처를 입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열심히 모은 것들이 부숴지는 걸 보면 조금은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제이가 바라는 만큼 크게 슬퍼하진 않겠지만. 가장 가치있는 것이 여기에 있는데.

"하지만..그 머리카락은 이제 쓸모가 없으려나. 줄까?"

다만 다른 황가의 은발 머리카락은 여기에 제이가 있으니 영 쓸모없는 것이었다. 원랜 그냥 내버릴까 싶었지만 아드리안은 제이에게 넌지시 제안해보았다.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할 것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어쩌면 이걸로 제이의 환심을 조금이라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앙칼지게 구는 모습도 좋았지만, 그를 잘 따르던-연기였지만-모습도 좋았으니까.

66 애드주 ◆h17uBA9kno (eHbCmTMRJg)

2020-11-19 (거의 끝나감) 10:43:22

그 날이 오긴...오겠지?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집착가득 불꽃길을 걸어야 하니까..일단 지금은 순한맛 집착을 마음껏 즐길 때!

67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IjglD8eEWw)

2020-11-19 (거의 끝나감) 21:34:48

"그 입 다물어 네이비."

무력감과 수치심에 쓰라린 속에 아드리안이 소금을 뿌리는것같았다. 원수를 죽이고자 그리 노력을하였건만 결국에는 발이 묶여 그 원수의 침실에 있을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거 아쉽게됐군. 네 놈 말대로 다 때려부수려했는데 말이지. 소중한것을 잃는 아픔이 어떤것인지 네 놈도 느껴봐야지 공평하지않나? 아아, 네 놈은 그런 감정따위는 못느끼겠군. 인간이아니라 살인귀니까."

가시돋힌 말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감히 황족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명백한 비아냥이었다. 그 날 모든것을 잃고 홀로 도망쳤을때 만났던 이들에게서 배웠던 비아냥거림. 배워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일이 있을거라던 그 말처럼 가시돋힌 비아냥거림을 아드리안에게 퍼붓는다. 네 놈은 살인귀라서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못해. 아니? 느껴서는 안돼.

"....설마.."

머리카락이라는 단어가 들려오고 얼마지나지않아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시던 아버지와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둘째 황자. 하얀 두볼에 오른 홍조가 참 사랑스러웠던 황녀와 이리저리 뛰어다니길 좋아하고 온갖 사고를 치고다녔지만 그마저도 귀여웠던 막내 황자. 그리고.. 그 날 자식들을 지키려 앞을 막아서셨던 어머니. 그리움은 홍수처럼 밀려들어오고 눈앞을 흐리게한다. 뿌옇던 눈 앞이 선명해질때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68 제이주 ◆OXzPyqhppU (IjglD8eEWw)

2020-11-19 (거의 끝나감) 21:35:53

엄청난 불꽃길이라니까 조금 겁이나긴한다! ㅋㅋㅋㅋ 일단은 순한맛부터 즐기고 있어야지!

69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4xgrgEUZU2)

2020-11-20 (불탄다..!) 14:10:03

"푸흣, 아하하! 그렇게나 내 컬렉션을 전부 부숴버리고 싶어? 그렇다면, 제온. 애드라고 불러 봐. 네게 애칭으로 불리울 수만 있다면, 아까움을 무릅쓰고 전부 부수도록 내어줄 수 있어."

네이비라고 불리우는 것보다는 아드리안이. 아드리안보다는 애드라고 불리고 싶었지만 예전에 폐하라고 말하던 것에 비하면야. 조금 더 친근감이 있어 좋았다. 그래도 역시, 애칭이 듣고 싶단 말이지. 아드리안은 끈질기게 요구했다. 별 기대감을 갖고 한 말은 아니었다는 듯 가볍기만 했지만. 비아냥거리는 말도 그저 웃으면서 유하게 넘겨버린다. 앙칼진 고양이 같아. 제이가 들으면 욕짓거리를 내뱉을 생각을 태평히 하며 목에다 방울을 달아줄까 잠깐 고민해본다.

"아, 내 제온. 어쩜 우는 것도 이렇게나 예쁜지. 눈동자도 보석처럼 반짝이고..네 눈물또한 달기만 하구나."

그의 금안에서 또르르 눈물방울이 흘러내릴 때, 아드리안은 다시 넋을 놓고 얼굴을 붉혔다. 이정도로 뭔가에, 중증으로 빠져버린 적이 있었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제이를 계속 바라보고, 제이를 계속 그의 옆에 둘 수만 있다면. 아드리안은 손을 뻗어 흘러내린 제이의 눈물을 닦아내고, 손을 핥아 그의 눈물을 맛본다. 눈물조차도 맛있게만 느껴졌다. 죽어버린, 그가 죽인 제이의 가족들에게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단 태도로 아드리안은 오직 제이에게만 집중했다.

"좋아. 머리카락은 전부 네게 줄게. 하지만, 하지만 말야. 나보다 그딴 것들을 더 중요시하기라도 한다면, 흔적도 없이 모조리 불태워 버리겠어."

제이가 아드리안의 품 안에 있는 한, 아드리안은 제이가 원하는 건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적당한 기준 내에서. 머리카락이 그리 갖고 싶어서 울었던건가, 아드리안은 그렇게 생각하곤 내어주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걸 보면서 머릿속에 가족을 떠올리는 건 싫었다. 그는 나만 바라봐야 해. 복수심이든, 증오심이든 뭐든 좋았다. 아드리안은 제이가 늘 그를 생각하고, 그를 떠올리길 바랐다. 어느새 다시 흉흉한 기색으로 아드리안은 미리 경고했다.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나만을 돌아보게 만들 테니까."

피를 묻히는 것이야 간단했다. 그가 눈에 담은 사람, 조금이라도 마음을 둔 사람. 신경을 쓰거나 존재를 아는 이 모두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을 알까. 그래도 지금은 그의 품 안에 제이가 있으니까. 아드리안은 제이에게 미움받는 걸 크게 신경쓰진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잘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 제이만이 내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좋아. 어차피 이렇게 가둬 둔 이상 제이는 아드리안만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좋아. 가지러 갈까. 아아, 그래도. 풀어주면 도망갈 지도 모르니까. 가게 된다면 수갑을 채울 거야. 너랑 내 손목에 각각 하나씩."

수갑으로 팔을 묶어 연결할 거라며, 아드리안은 제 콜렉션을 모아둔 곳으로 가겠느냐 제이에게 물었다.

70 애드주 ◆h17uBA9kno (4xgrgEUZU2)

2020-11-20 (불탄다..!) 14:14:04

순한맛 집착도 잘 즐겨줘! 지금은 순한맛인 만큼 제이가 지나가는 말로 뭐가 좋다고 한 마디만 하면 그걸 종류별로 다 사서 가져다 바칠걸(?) 그래놓고 제이가 너무 좋아하면 혼자 질투해서 다 가져다 버릴 거 같지만..아무튼 이때가 아드리안을 털어먹기 딱 좋은 찬스라고!

71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ApncE0lw5U)

2020-11-20 (불탄다..!) 21:33:26

"..내가 말 하지않았나? 너를 애칭으로 부를일은 절대로 없어."

계속되는 애칭타령에 비아냥거릴 기분도 식어버렸다. 아드리안의 끈질긴 요구를 끈질기게 거절한다. 바랄걸 바래야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잔악하게 도륙한 주제에 무슨 염치로. 그리 아끼던 컬렉션보다 애칭으로 불리는것을 더 원한다면 답은 간단했다. 이렇게까지나 바라는 애칭을 절대로 불러주지않으면된다.

"그 입 닫아. 소름끼치는 새끼야."

넋을 놓고 얼굴을 붉히는 살인귀를 보니 속이 울렁거린다. 눈물을 닦아내고 그것을 맛보는 광경에는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는것같은 기분이들었다. 같은 성별을 가진 남자에게 얼굴을 붉히고 눈물을 맛보는 아드리안이 미친것같았다. 울렁거리는속과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참아낸 제이의 얼굴이 창백한 빛을 내비치고 그런 그의 모습과 물기에 젖은 눈망울은 제이를 청초해 보이도록 만든다.

"...당장 내놔. 그 머리카락은..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은. 네 놈의 눈요깃거리로 남을만큼 하찮은게 아니야."

흉흉한 경고가 들려오지만 그깟 경고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이의 머릿속에는 가족들의 마지막흔적을 되찾아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살인귀의 손에 도륙을 당하고도 머리카락까지 장식장속에 가둬진채로 있어야만했던 가족들. 그런 그들을 이제라도 살인귀의 손아귀에서 자유롭게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위해서라면 수갑 따위 얼마든지 차줄 수 있다. 그리 생각하며 한쪽 팔을 내민다.

72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ApncE0lw5U)

2020-11-20 (불탄다..!) 21:35:29

ㅋㅋㅋㅋㅋㅋ 아드리안도 순애보 스러운면이 있네! 제이가 한 몫 단단히 챙겨서 도망가야겠어!!

73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MdRlgkOnZI)

2020-11-20 (불탄다..!) 23:12:43

사랑한 가족들? 아드리안은 제이의 말에 순간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마음에 안 들어. 그 머리카락이 이제 더 이상은 제게있어 쓸모없는 것이긴 하고, 제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주겠다고 말을 꺼낸 것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나보다 더 마음에 들어하는 건 싫은데. 이제라도 취소해? 아드리안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다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수갑을 꺼내들었다.

"뭐, 상관없나. 경고는 미리 했고. 사랑했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처음으로 먼저 손을 잡자고 내어 주었으니, 봐줄게."

하지만, 제이가 그걸 아드리안이 허용할 수 있는 선 이상으로 애지중지한다면 모조리 빼앗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제이의 눈 앞에서 불태워 버리리라. 미리 경고도 해 두었고. 우선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아드리안은 제이가 먼저 그에게 손을 뻗어주었다는 것을 즐기며 제이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그 반대쪽을 제게 채운 뒤 열쇠는 주머니에 넣어둔다. 수갑을 찬 채 제이의 손을 꼭 붙잡고, 아드리안은 웃으며 제이의 머리에 챙 넓은 모자를 씌워 누구도 그의 머리카락과 얼굴, 눈동자를 보지 못하도록 가린다.

"미리 말해두지만 부수는 건 허락 못 해. 내가 제온, 네게는 많은 걸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애칭으로 불리지도 못 했는데 너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소중한 것들이 망가지는 건 싫거든."

아드리안의 것을 부수고, 망가트리고 싶어하는 제이라면 거기 있는 걸 다 때려부수려 들지도 몰랐기에 그는 미리 경고를 해 둔다. 애칭으로 불러 줬다면 칼까지 쥐여주고 전부 다 부숴버리게 해줬을 테지만, 그게 아닌이상 나름 귀중한 것들을 망가지게 냅둘 순 없었으니까. 내어줄 수 있는 건 머리카락 뿐.

"내가 널 가장 아끼는 건 맞지만, 그게 항상 널 봐주겠단 의미는 아냐. 갖고 싶잖아. 머리카락."

난동을 부리면 그 머리카락을 내어주지 않겠다. 아드리안의 말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걸로도 안 먹히면, 그냥 제이를 제압해서 예쁘게 안아서 다닐 수밖에 없지. 아드리안은 생긋 웃으며 그만의 비밀 창고의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나열된 선반과 진열장들, 그리고 그 안에 가득한 온갖 물건들. 누군가에게 이걸 제대로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다. 제이도 그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원한다면 구경은 얼마든지 시켜줄 수 있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의 외모를 가린 모자를 벗겨내고는 그 대신 화려한 꽃 조각이 달린 머리핀을 그의 머리카락에 꽂아 장식해준다.

74 제이 - 아드리안 ◆OXzPyqhppU (lzmcGooZ3E)

2020-11-21 (파란날) 15:53:11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아드리안의 반응에 기가 찬다.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은 주제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못마땅해 해. 싸늘하게 이글거리는 제이의 두 눈이 아드리안에게 꽂힌다. 손목에 차가운 쇳덩이가 걸리고 스치기만해도 소름끼치는 손길이 제이의 손을 붙잡는다. 챙 넓은 모자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하는 살인귀의 행동에 절로 비웃음이 새어나온다.

"부수면 어쩔거지? 내 목도 베어버릴생각인가?"

아드리안의 경고에 비아냥거린다. 제아무리 살인귀라고는 하나 자신만큼은 죽이지않을것이라는 확실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었다.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자 비아냥거리던 입이 굳게 물어진 살인귀의 말 속 의미를 너무 잘 알것만같아 이가 갈린다. 자신이 죽인 이들의 마지막 흔적마저 담보취급하는 악랄함에 치가 떨린다. 이가 저절로 꽉 물려지고 그탓에 매끈한 턱에는 핏줄이 선다. 두 눈은 생긋거리는 살인귀의 얼굴을 보기싫어 앞만 바라본다.

"..하.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짓밟은건가."

방안에 있는 온갖 물건들은 모두 하나같이 심상치않은것들 뿐이었다. 그것들을 얻기위해 이 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짓밟은것인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많은 이들의 고통이 몰려들어오는것만같다. 하지만 제이에게는 이름모를 이들의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모자가 벗겨지고 화려한 머리핀이 꽂히는 순간에도 제이의 눈은 진열장들을 살핀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찾는다.

75 아드리안 - 제이 ◆h17uBA9kno (CaXxcYO3uY)

2020-11-21 (파란날) 17:38:40

"내가 널 죽일 리 없다는 걸 알면서. 조금 화가 나기는 하겠지만."

머리카락을 들먹인 이유를 안 것인지 입을 꾹 다문 그를 보곤,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찬다. 황태자가 이렇게 제 취향일 줄 미리 알았더라면, 황가를 전부 살려두어 인질로 썼을 텐데. 아드리안은 지난 일을 딱히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황가를 몰살시킨 건 조금 후회되었다. 이를 꽉 악문 제이에게 그러다가 상처난다며 걱정하듯 중얼거린다.

"글쎄? 그런 중요하지 않은 건 굳이 기억하지 않아서."

어깨를 으쓱하며 제이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그 머리카락만 찾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드리안은 순순히 제이의 손을 끌어 머리카락을 둔 곳으로 걸어간다. 다만, 조금 돌아서. 걷는 동안에도 제이에게 어울릴 법한 장신구를 하나씩 꺼내들어 몸에 대어보고, 괜찮다 싶은 건 그대로 둔 채 천천히 걸어나간다.

"자. 가져가. 그럼 볼일도 끝났으니 우리 방으로 돌아가지."

한 사람당 한 뭉치씩, 칼로 적당히 잘라내어 고운 천에 담아 둔 머리카락을 제이에게 넘겨준다. 그에게는 제이가 있으니까.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어울리는 장신구들도 찾았고, 제이가 그만의 공간이 아닌 밖에 나와있다가 누군가에게 목격당하기라도 할까봐 아드리안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자며 제이의 머리에 다시 모자를 푹 눌러 씌워준다.

아니면 현재는 쓸모가 없어 휑하니 버려 두었던 예전의 제온, 황태자가 기거하던 곳을 살짝 개조해 다시 제온이 살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 싶었다. 언제까지고 그의 방에 함께 있을 순 없을 테니까. 아드리안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일단 제이가 갖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그를 납치하고 감금했던 만큼 그 뒷처리라도 철저하게 해야 했으니까. 제온이 아니라 그의 호위무사였던 제이쪽도 어떻게든 해야겠지.

"아, 참. 네게 걸었던 현상금도 없던 일로 해야겠네. 아예 세상에 없는 사람 쪽으로 만드는 게 편하겠어."

그와 닮은 은발에, 금안인 사람을 찾아서 공개 처형이라도 시킨다면 깔끔하게 황태자, 제온은 죽은 것이 될 테고 여기 그의 곁에있는 제온은 온전히 그만의 것이 될 터이다. 혼자 몰두해 계획을 세우곤, 제이를 이끌어 최대한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76 애드주 ◆h17uBA9kno (CaXxcYO3uY)

2020-11-21 (파란날) 17:42:07

어제는 답을 쓰고 그대로 잠들어버려서ㅋㅋ큐ㅠㅠ 애드가 순애보적...인가..? 앞으로 제이에게 집착하고 제이만 바라볼 걸 생각하면 순애보 같기도 하고!

77 애드주 ◆h17uBA9kno (HfMVxM965Y)

2020-11-22 (내일 월요일) 21:56:15

갱신하고 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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