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 수상한 우체통 💌 : 상황극판

0 ??? (FrIxHzc4XU)

2020-09-18 (불탄다..!) 21:19:59

야옹.

여기는 내 집이다옹.
우체부씨는 자꾸 우체통이라고 부른다옹.
편지를 넣어두면 우체부씨가 와서 꺼내간다옹.
이상한 편지는 내가 숨겨버리기도 한다옹.
자주 찾아오라옹.

멍멍.
🐾

1 이름 없음 (RDGHT.MnPc)

2020-09-19 (파란날) 21:06:05

제거 완료.
다음 번 보답은 마티니로.
아니면 당신의 키스도 괜찮고.

(일정하면서도 날카로운 글씨체로 적혀있다.)

2 이름 없음 (A371NpPlKo)

2020-09-19 (파란날) 23:06:15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에게 돌려도 행운은 오지 않는다.)

3 이름 없음 (EnSGzq2x0Y)

2020-09-20 (내일 월요일) 12:53:32

(잉크 같은 것으로 덧칠되어 보이지 않는다) 군에게.

있잖아.
사실 나 외계인이다?
초능력도 쓴다?

떠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정작 쓰려니까...쓰기 힘드네.
비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건 역시 힘들어ㅋㅋ
그렇지만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오늘이 지나면 이 힘을 숨기지 않아도 돼.

친부모님을 따라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거 반은 거짓말이었어.
나 다른 나라로 아니라 아예 다른 별로 간다?
그러니까 오늘이 지나면 온 지구를 뒤져도 날 찾지 못할거야!
정 찾고 싶으면 우주비행사라도 되어보든가!

네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보이지만.
역시 네가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로 잉크로 덧칠이 되어있다) 양이잖아? 내가 아니라.
잘 됐네! 걔도 너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잘해봐!!
나도 고향에서 행복하게 잘 지낼거니까. ;)

그러니까 잘 있어. (조금 번져있다)
좋아했어.

(밤하늘 테마의 편지지에 쓰여진 비뚤배뚤한 손글씨.)

4 이름 없음 (blbgXMG8G.)

2020-09-20 (내일 월요일) 13:16:41

하여튼 A랑 B는 똑같이 고구마답답이들이야
서로 좋아하는맘 전 국민이 다알겠다
아직 손도 한번도 못잡았다고 말이돼???
오죽하면 내가 걔네 잘되게 해주려고 자리도 피해주고
영화 티켓도 구해주고 방도 바꿔주고 오해도 풀어줬는데

기껏 A도 잊어보려고 하고있는데

아

답답해

!￦%&#×÷#×/ㅡ

6 이름 없음 (hXYVFz.KNE)

2020-09-21 (모두 수고..) 00:22:04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에게 돌려도 행운은 오지 않는다.)

7 이름 없음 (PEq9rDXzFw)

2020-09-21 (모두 수고..) 02:02:37

펨브록 가 589번지, 데완 시, 아셰프 제국.

태양담쟁이 저택, 로이드 씨 앞으로.

사랑하는 디안에게.

안녕 디안. 잘 지내? 세상에 어둠안개가 내려앉은지도 벌써 1년이 다 됐네. 성 안에만 갇혀 지낸지도 그쯤 된 것 같아.

이제 뭔가를 새로 시작해볼 의욕조차 나지 않아. 너처럼 단련을 시작해보겠다던 편지 기억해? 예상대로였어. 3일 하고 그만뒀지 뭐야. 그래도 첫날은 꽤 열심히 했는데! 무게도 꽤나 많이 들어올렸다고. 진짜야! 기사들도 다들 놀랐다니까? ...며칠 안가 그만둬서 의미없긴 하지만.

심심하고, 지루하고, 의욕없고.......

투정부려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 너무 우울한걸. 일주일 전부턴 아무것도 안 하기 시작했어.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천장화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제는 아기천사가 든 리라의 금박이 조금 벗겨진 걸 발견했어. 지금 같은 시기에 화가들을 부를 수는 없지만 언젠가 보수를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 언제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네가 너무 보고싶어 디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대체 얼마나 걸릴까? 네 따뜻한 숨결, 튼튼한 팔, 나긋한 목소리가 모두 너무나 그리워.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 매주 편지 보내겠다던 약속은 어쩌고, 요 몇 달간은 편지 한 장 없더라. 물론 섭섭해하는 건 아냐! 그냥, 너는 어떻게 지내나 이야기도 듣고 싶고, 별 일 없나 해서.

늦어도 괜찮으니까 소식 전해줬으면 좋겠어.

재미없는 소금성에서, 레이아.

8 이름 없음 (szSAcH2dpw)

2020-09-21 (모두 수고..) 08:59:47

아들에게.

요즈음 많이 바빠져서 네 얼굴을 볼 틈도 없었다.
이 아비가 미안하다. 좋은 아비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바빠선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도 못해주는구나.

너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있니? 가문을 이어나가는 것도, 훌륭한 귀족이자 영주가 되는것도 좋지만 네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넌 나의 소중한 아이니까, 네 자신을 아꼈으면 한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로 전하지만, 생일 축하한다 아들아.
얼굴을 맞대고 함께 기뻐하며 축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왕께서 나를 전쟁터로 부르셨구나.
걱정하진 말아다오, 허나 나를 위해 기도는 해주었으면 한다.

아, 나의 벗 할포드 경이 언젠간 네 저택에 들릴거다.
어릴때에 네가 그리 좋아했던 할포드 삼촌, 기억나지?
네가 성인도 거의 다 되어가니 할포드 삼촌이 기뻐 날뛰며 네게 선물을 들고온다 하더구나.
그가 아주 격하게 환영할것이니, 조심하거라.
기쁠때 격하게 사람을 끌어안는 버릇이 있어서... 매우 아프거든.
네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들고 온다 하니, 기대해도 좋을것이다.

너와 나누고 싶은 말이 산더미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리 편지로만 전해야 해서 매우 아깝구나.
돌아와서 마음껏 얘기하고 축하하자꾸나.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 아들아.

네 아버지,
헬리에즈의 백작, 하를리우스 폰 헬리에즈 2세.

9 이름 없음 (O9Jzzm7khc)

2020-09-21 (모두 수고..) 16:30:00

얼굴도 모르는
>>0-1001님께

오늘은 수신자명을 쓰지 않고 편지를 보내 보았어.
야호- 누구 읽고 있어?
...우체통도 없는데 갈 리가 없지.

멋진
Y군

10 이름 없음 (445ql4asqw)

2020-09-21 (모두 수고..) 16:39:23

언제 와?

11 이름 없음 (sHW2QG61g6)

2020-09-21 (모두 수고..) 16:52:53

>>9
있다 읽고 누구-
야호

더 멋진
P양

...이거 진짜로 가는건가?

12 이름 없음 (O9Jzzm7khc)

2020-09-21 (모두 수고..) 17:01:59

덜 멋진
P양에게

우체통은 커녕 편지봉투도 없었는데 답장까지 왔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다른 편지들도 보내 주면 좋을 텐데.

P.S 안 봐도 분명 내가 더 멋지거든!

멋진
Y군

13 이름 없음 (sHW2QG61g6)

2020-09-21 (모두 수고..) 17:15:54

꽤 멋진
Y군에게

우와 진짜 답장이다!
어떻게 온거지? 이번에도 갈까?
안녕 Y군!!

확실히 더 멋진
P양

14 이름 없음 (O9Jzzm7khc)

2020-09-21 (모두 수고..) 17:22:09

멋진
P양에게

안녕 P양!!
답장이 엄청 빨리 오네.
어쩌면 못 봤을 뿐이지 우리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답장이 오기 전에 P양을 찾아볼게. 들으면 소리쳐줘!

더 멋진
Y군

15 이름 없음 (sHW2QG61g6)

2020-09-21 (모두 수고..) 17:31:12

조용조용한
Y군에게

한참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기대했는데!
차라리 내가 먼저 불러볼게. 들으면 편지 보내줘!

더 멋지고 목소리도 더 큰
P양

16 이름 없음 (QGK1SvFNX2)

2020-09-21 (모두 수고..) 18:19:26

수수께끼의
P양에게

빛이 한 번 나타났나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나도 아무 소리 못 들었어.
혹시 P양은 나보다 한참 먼 곳이나, 아니면 방음이 잘 된 곳에서 사는 걸까?

P.S 소리쳤다고 혼났다. 힝.

멋진
Y군

17 이름 없음 (SHl939Ws3o)

2020-09-21 (모두 수고..) 18:46:29

냉장고에서 자꾸 제 김치 빼드시는 분
쉐어하우스잖아요. 공동생활 규칙 모릅니까?
지금이라도 자수하고 광명 찾으세요.
순순히 사과한다면 먹은 만큼의 대가만을 요구하겠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면 걸렸을 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 못 집니다.

- 파란뚜껑 김치통 주인

18 이름 없음 (rrlNMeRKF2)

2020-09-23 (水) 19:37:54

선배!

선배?

저 밴드부 그만둘래요!

이번달에는 여고 공연 잡아주겠다면서요?
그거 파토났잖아요... 맨날 수산시장 공대 남고 같은 데만 공연다니고.
솔직히 여자애들한테 인기얻고싶어서 입부했다고요. 우리는 팬클럽 성비부터 개망했어요.

왜 이제 말 하냐고요?
작년부터 그만두려고 했는데 선배가 말렸잖아요.

이번에는 진짜 그만둡니다?
또 말릴까봐 편지로 써요.
울먹울먹 하지마요. 안통해요.
이번에는 진짜로 안통해요. 말리지마세요.

(퇴부 신청서가 동봉됨)

19 이름 없음 (c5mVdRH7Ec)

2020-09-23 (水) 19:44:39

왈왈

왈왈컹컹! 멍멍멍!! 크릉 킁 멍멍 왈왈! 멍멍 멍멍멍멍 멍멍멍멍? 왈왈왈왈왈

(아래쪽은 이빨자국이 있다.)

20 이름 없음 (QRBLdBiQMk)

2020-09-25 (불탄다..!) 05:33:18

이름 모를 룸메이트 친구

안녕? 잘 잤어? 아침부터 웬 종이가 보여서 놀랐을테니 일단 사과부터 할게. 편지를 얼굴 위에 두어서 미안! 혹시 네가 일어나서 편지를 눈치채지 못할까봐 그런건데… 이 행동이 내 첫인상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마법학부의 돌린더흐야. 돌린더흐 쉴른. 그냥 돌린, 아니면 린더 라고 불러도 좋아.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고. (뭐어, 제국인들은 내 이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거든)

이제 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내가 아는 거라곤 네가 나와 같은 열두살 신입생이라는 거, 그리고 너는 나와 달리 해가 뜰 시간에 일어나서 낮 동안 활동하는 종족이라는 것 뿐이야. 아무리 우리가 마주칠 확률이 희박해도 같은 방을 쓰는 사이인데... 이렇게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지내서야 되겠어? 별다른 일이 없다면 우리는 고등부로 진학할때까지 5년동안 한 방을 쓸 텐데 그건 너무 어이없잖아. 그치!

이름도 아직 모르는 너에게 궁금한 게 아주아주 많은데 어디부터 시작하는게 좋을까? 어느 쪽 옷장을 쓰고 싶은지, 취미가 뭔지, 가족은 무슨 일을 하고, 또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낮에는 햇빛이 강한데 눈이 부시면 어떻게 하는지(종족차별적인 의도는 없어! 그냥 나는 낮에 활동하는 종족 친구를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궁금한 것 뿐이야... 오해하지 말아!)

오, 그래. 네 고향은 어디야? 이것도 꼭 물어보고 싶다. 어렸을 적부터 날 가르친 선생님은 그 사람이 태어나 자란 곳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거든. 네가 온 곳을 알면 널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예를 들어, 북대륙은 좋은 곳이니까 그곳에서 자란 나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거지!)

혹시 너도 나처럼 멀리서 왔니? 얼굴만 보고 추측해보았을땐 넌 정말 제국인의 정석처럼 생겼지만…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니까. 나는 북대륙 출신이라 넓고 넓은 은해를 건너서 왔어. 제국 수도 근처까지 가는 상선을 얻어탄 거라 좀 돌아서 오기는 했지만... 터무니없이 맛없는 식사를 제외하면 나름 괜찮은 항해였어. 넌 은해에 가 본적 있니? 은해 한가운데서 보름달을 본 적은? 있어? 은해는 달빛 아래서 정말 이름처럼 은빛이야.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땐 '와,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할 정도로 예뻤다니까! 그치만 선원들이 날 놀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얼른 배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 밖엔 안 들었지. "네까짓 게 어떻게 마법사가 된다구. 꿈도 크네 이 수다쟁이 녀석. 고 짹짹거리는 입으로 이야기꾼이나 해라!" 이런 소리를 무려 한 달 하고도 보름 동안이나 들었다고 상상해봐. 내 짜증을 짐작할 수 있겠니? 마법사는 내 오랜 꿈이었단 말야! 그들은 날 모욕한 거라구.

그래서 말인데... 계획을 세워놓은 게 있어. 겨울방학 때 고향에 가게 되거든 꼭 그 상선을 다시 얻어타려고. 그때쯤이면 마법학부에서 뭐라도 배운 상태겠지! 얼른 그 아저씨들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 만한 멋진 마법을 배우고 싶어. 별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불이 저절로 피어나는 그런 마법! 흐흐. 아직은 막 입학식이 끝났을 뿐이지만 말야.

앗, 돌아보니 편지에 온통 내 항해 이야기 뿐이네. 혹시... 내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한 걸까? 그래도 이해해 주라!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데 입학식이 너무 경건한 분위기라 아무한테도 내 신나는 기분을 말할 수 없었거든. 드디어 (일방향이기는 하지만!) 말동무가 생겨서 이것저것 말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아직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줄여야겠다. 벌써 저기 새벽 해가 보여. 곧 네가 일어날 시간이네! 이제 이걸 네 얼굴 위에 알맞게 얹어놓는 일만 남았어.

이름 모를 룸메이트 친구야, (비록 일방적으로 이야기만 하긴 했지만) 대화 즐거웠어! 답장 꼭 꼭 꼭 해줘. 꼭!

너에 대해 매우 궁금한,
돌린더흐

추신. 책상에 놔둔 사탕은 너에게 주는 내 뇌물이야. 입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맛이 나더라! 제국의 수도는 참 신기한 걸 많이 팔아.

21 이름 없음 (3r0lp4uPF6)

2020-09-25 (불탄다..!) 06:32:20

>>21
돌린더흐 쉴른에게

(이 이하로는 글씨 색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아마 이름만 적고 뒷내용을 고민한 오랜 시간동안 잉크병을 바꾼 것 같다.)
답장이 늦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편지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러니까, 절대, 편지를 무시한 건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즈음입니다. 환절기에는 감기 기운이 들기도 쉬운데다, 밤에는 일교차가 심하여 건강을 해칠지 걱정이 됩니다. 당연한 표현이겠지만 — 쉴른씨의 편지에 답장을 드리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일반과의 하뉴 율리우스 드 밴세피아입니다. 쉴른씨의 말씀대로 저는 인간이고, 열두살 신입생입니다. (잉크 얼룩이 있다. 다음 내용을 고민한 흔적같다.) 저는 가진 옷이 많지 않아 제 몫의 옷장도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취미는 책읽기입니다. 저희 양친께선 밴세피아 영지를 관리하십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해를 직접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인간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햇빛에 눈이 부시지 않고, 눈이 부실 때는 눈을 찌푸리거나 감습니다. 제 고향은 아카데미를 기준으로 대륙의 남동쪽에 위치한 밴세피아 영지입니다. 대륙 최대의 밀 생산지이기 때문에 풍요롭고 백성들의 민심도 좋은 곳입니다.

저는 아카데미에 온 것을 제외하면 제 고향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북대륙은 어떤 곳입니까? 쉴른씨께서 좋은 곳이라 표현하셨으니 분명히 행복한 곳이겠지요. 북쪽으로 갈수록 겨울이 길어지고 눈도 많이 내린다고 들었습니다. 북대륙에는 정말로 일 년 내내 눈에 뒤덮인 마을이 있나요? 달빛에 눈길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은해에 비치는 보름달까지 구경할 수 있다면 짧은 인생동안 봐야 할 달은 모두 봤다고 자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쉴른씨께선 어떻게 마법사가 될 결심을 하셨나요? 저는 편도 한 달 반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고자 생각조차 못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무례한 선원이 나이를 이유로 쉴른씨의 꿈을 낮잡아본 이야기는 화가 나지만, 그래도 여행 도중 은해의 보름달을 본 경험처럼 아름답고 멋진 에피소드가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겨울방학 기간이 왕복 세 달이라는 일정을 소화하기엔 짧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쉴른씨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적절한 배편을 준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쯤 쉴른씨께선 다른 친구를 사귀셨을까요? 보내주신 편지로 보아 사교성도 좋고 대화를 이끄는 능력도 훌륭하신 분같습니다. 아무리 조용한 학문의 장이라고 한들 우리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분명 쉴른씨와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실 수 있을 겁니다. 벌써부터 떠들썩한 새벽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먼저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기뻤습니다. 쉴른씨의 이야기를 읽는 게 정말로 즐거웠으니 혹시라도 폐가 될까 생각을 하신다면 걱정 말로 답장 보내셔도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남은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답장은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놔주시길 바라며,
하뉴 율리우스 드 밴세피아 올림.

22 이름 없음 (3r0lp4uPF6)

2020-09-25 (불탄다..!) 06:33:06

#
아이고야 >>21은 >>20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

23 이름 없음 (pvTlcV4f66)

2020-09-25 (불탄다..!) 07:46:36

...♡

(점 세개와 예쁘게 그려진 하트 하나만이 있다)

24 이름 없음 (QdGr3o.PSM)

2020-09-25 (불탄다..!) 08:39:34

최 쌤. 2반 1교시 수업 쌤이 들어갔었죠?
들어가서 무슨 얘기 했어요. 애들이 나만 보면 웃네...

-방 쌤

25 이름 없음 (LuGSkTwk1I)

2020-09-25 (불탄다..!) 15:02:32

>>21

*탁자에 얌전히 올려놓은 편지지*

예의바른 하뉴에게

대체 왜 내 편지를 무시한 거야!! ....
.... 라고 쓸 줄 알았지? 땡! 나는 지금 자는 네 옆에서 편지지를 껴안고 너무너무 기뻐하고 있어. 혼자 쓰는 방이었다면 너무 신나서 노래를 불러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답장이 조금 늦어도 괜찮아. 어쨌든 답장을 받았으니 된 것 아니겠어? 나는 곰 같은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고. 오래 오래 강가에서 기다렸다가 연어를 탁 채어 잡을... *조금 고민한 듯 잉크 번진 자국* 잘못된 비유였을까? 일단 하뉴 넌 연어랑은 안 어울린다. 내가 널 탁 채어 잡아먹을 일도 없고. 그냥 나는 글씨를 무지 느릿느릿 쓰는 모양인 너를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이야기야!

편지 말머리에 '하뉴 율리우스 드 벤세피아에게' 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너무 길었기 때문이야. 이름이 그만큼 길다니…, 혹시 제국인들은 자기 이름을 외우기 어렵진 않니? 내가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면 안주머니에 이름을 써가지고 넣어다니며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확인했어야 했을걸. 나도 '제이미' 라는 (북대륙과는 전혀 안어울리는) 미들네임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아. 서류를 작성할 때도 빼놓기 일쑤라니까. 내가 가정교사에게 혼날 때 말고는 거의 불리지도 않는 이름이야.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널 '하뉴 율리우스 드 벤세피아!' 라고 부를 때가 온다면 그건 내가 (가정교사가 손님용 유리잔을 모두 깬 게 나라는 것을 깨달았을때처럼)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가 아닐까? 아마 미들네임은 분노의 상징인 모양이니까.

아무튼 아주 깔끔하고 예의를 갖춘 너의 편지는 잘 읽었어. 단정하게 풀어 놓은 짐을 봐서 성격을 짐작했어야 했는데! 너는 아주아주 모-범-적-인 학생임이 분명하구나? 나처럼 어렸을 적부터 공부하기 싫어 도망다니지 않았던 것도 알겠네. 뭐, 내 글씨체와 편지 진행 방식을 보면 알겠지만 난 예의를 갖춘 편지쓰기에 대해 하나도 몰라. 내가 유일하게 아는 거라곤 "초록이 짙어지는 달입니다, 부인. 신의 뜻 아래서 모든 것이 평안하시길 빕니다." 밖에 없단 말야! (가정교사가 억지로 외우게 시켰어. 으!) 그동안 내가 보내야 하는 예의 바른 편지들은 다 저 문구로 시작할수밖에 없었지. 심지어 겨울에도 "초록이 짙어지는 달입니다…‥" 타령을 해야 했지 뭐야? 게다가 너는 부인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제국인들은 북대륙 사람들과 다르게 신을 믿는 사람이 적다고 하니까 세상에, 결론적으로 쓸 수 있는 문장은 하나도 없어! 너에게 쓰는 편지에 예의를 갖추기는 북대륙에서 아카데미까지 헤엄쳐 오는 것만큼 어려운 거야. 변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내가 조금 무례해 보이겠지만 용서해 달라는 의미였어. 내 맘 알지?

남동쪽의 벤세피아 영지... 네 말을 듣고 순식간에 머릿속에 넓게 펼쳐진 황금빛 밀밭을 상상할 수 있었어. 정말 멋진 경치였겠다. 빵도 많이 먹을 수 있었겠고! 민심이 좋다는 말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말이지? 그게 제일 최고네. 언젠가 놀러가 보고 싶어. 정말로 태어나고 자란 공간이 너에게 영향을 끼쳐서 지금의 하뉴가 된 거라면, 벤세피아 영지의 사람들은 모두 따뜻하고 예의바르면서 친절한 사람들일 거야. 내가 살던 곳은 북대륙에서도 북서쪽에 있는 랑셰네 왕국이야. 원래 닐누이 왕국이었지만 복잡하고 긴 전쟁을 하더니만 내가 일곱살쯤에 갑자기 랑셰네 왕국이 됐어. 마악 '닐누이' 를 쓰는 방법을 익힌 참이었는데 철자를 다시 외우느라 엄청 고생했지 뭐야!

북대륙에서 12년을 살았지만 어떤 곳인지 설명하라고 하니 어렵네. 일단 좋은 곳이기는 해! 너도 말한것처럼 겨울이 무지 길고, 가끔은 너무너무 길어서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아주 예쁜 건 맞아. 내가 살던 랑셰네는 산맥 서쪽 방향이야. 덕분에 비교적 따뜻한 편이라 눈에 덮이지 않은 시간도 꽤 있어. 작은 동물들이 폴짝거리고 흙과 이끼가 얼굴을 내미는 시기지! 그런데 드라고 산맥을 넘어서 더 더 북동쪽으로 간다면 정말 일년 내내 눈에 잠긴 곳이 있을거야. 거긴 아주 춥거든. 그곳에선 달빛이 비치면 작은 유리조각이 빛나듯이 온 세상이 반짝거리겠지! 아무도 밟지 않아서 깨끗한 눈밭도 잔뜩 있을 거고. 사실 나는 눈이 내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우리 집 앞의 눈을 다 치워야 하거든. 얼어버리기 전에 얼른 치우라고 잔소리를 엄청 들어.) 그런 광경은 언제 봐도 탄성이 나오잖아.

마법사를 꿈꾸는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야! 내 고향에서는 내가 너무 자주 떠들고 돌아다녔던 덕분에 마법사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알아, 돌린! 안다니까!" 하고 호통을 쳐댔거든. 몇 번 쯤 더 들어도 덧나는 건 아닌데! 마법사를 꿈꾸기 시작한 건 정말 옛날이야.. 어릴적에, 그러니까,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인데… 하늘에서 긴 꼬리를 남기며 날아다니던 불꽃이 정말 멋있었어. 저게 무어냐고 물어보니까 마법이라고 하더라고. 저게 우리 집에 꽂히면 모두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단숨에 사랑에 빠졌지. 그때는 그게 누굴 공격하는 건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냥 분홍, 노랑, 파랑색 별똥별이 떼지어서 날아다닌다고만 생각했거든. 글로 쓰니까 조금 유치해 보이지만 여섯 살 꼬마애가 인생의 큰 표지판을 세우게 된 날이었다! 웃기지? 그리고 마법 마법 노래를 부르다가 우연히 만난 치료 마법사에게 재능이 있단 말을 듣고, 가정교사를 만나고, 아카데미 입학 시험을 준비하고… 그리고 여기야! 전쟁과 재능과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거지. 너는 무얼 하러 아카데미에 와서 일반과에 입학한 거야? 너도 나처럼 꿈이 있어? 추측해보려고 했지만 일반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마당에 추측하는 건 너무 어려웠어. 음... ... 법률 상담가...? 사업가? 교수? (세상에,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아는 직업은 엄청 적단 말이야.)

여행은... 더 멋진 에피소드 같은 건 없어. 가정교사가 그랬듯이 나는 늘 무모하고 겁없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잠깐, 이거 다 똑같은 이야긴가?) 애니까 덜컥 상선에 타서 출발해버린거지! 바다 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기라도 하는지 하루가 열흘 같고 열흘이 하루 같던 날들이었어. 사실 멋진 모험담을 지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관둘게. 더 말해줄만한 건 내가 선원들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한 이야기와, 실수로 어어엄청 독한 술을 마셔서 바다에 풍덩 빠질 뻔한 이야기 밖에 없어. 둘 다 멋진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네. (그치만 들어봐, 바다에선 다들 그런 술을 마신대! 매일 그런걸 마시면 하늘과 바다가 구분도 안 될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항해를 하는 걸까? 정말 목구멍이 불타는 기분이었어.)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괜찮은 경험이었어. 은해는 상어가 자주 나오는 것 빼고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바다야.

오! 세상에. 하뉴! 배편을 준비해준다는 상냥한 이야기는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난 정말 괜찮아. 방학이 짧다면 복수는... 졸업때까지 미루지 뭐. 있지, 북대륙에는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든 받은 만큼 돌려주어라." 라는 거야. (전쟁신 신화에서 따온 말이기는 한데 종교 상관없이 북대륙에서 자주 쓰여.) 당한 만큼 복수해주고, 도움을 받은 만큼 베풀라는 의미지. 하지만… 난 지금 빈털터리야! 그리고 아마 졸업할 때까지 계속 빈털터리 상태일 테니…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은 불가능한걸. 그냥 둬! 난 그런 멋진 도움을 받았다간, 꼭 그만큼 돌려주기 위해 애를 쓰느라 아주 힘이 들 테니까.

넌 진짜 똑똑하네. 마치 내 학교생활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아. 네 말이 맞아! '콜린 경' 이라는 별명이 붙은 친구와 친해졌어. 걔는 멋진 뿔과 예쁜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앤데, 어제 기초마법이론 강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나는 콜린이다! 다들 안녕하신가!" 하고, 선전포고를 하는 기사처럼 선언하는 거 있지? 게다가 걔 손에 칼처럼 긴 날이 달린 완드가 들려있어서 모두가 그 앨 전설의 기사 콜린 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세더아일랜드 출신이라 남부 악센트를 쓰는데 정말 재밌는 애야! 같이 수업을 듣는 내내 즐겁게 쪽지를 주고받았어. 교수님께 걸려서 끝나고 칠판을 광나게 닦아야 했지만. 너는 어때? 일반과의 수업은 재미있었어? 새로운 친구는 사귀었니? 내 생각에 너는 분명 인기가 많았을 거야.

사실 이 편지는 점심 휴식시간부터 쓰기 시작한 거야.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뭔갈 열심히 쓰고 있으니 지나가는 교수님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더라. 너도 나중에 편지를 쓰고 싶다면 참고해 봐! 편지지가 너무 좁아서 이만 줄인다. 꼭 꼭 답장해 줘! 곰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게.

언제쯤 이름으로 불러줄 건지 궁금한,
돌린더흐로부터.

추신. 말 편하게 해도 돼!

26 이름 없음 (5skcBSr8kg)

2020-09-25 (불탄다..!) 15:33:48

지금쯤 너는 새 집을 구했을까?
사실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서, 지금 이야기하려고 해.
파란 뚜껑 통에 든 김치 먹은 거 셰어하우스 주민이 아니라 나였(지운 흔적이 있다)
이 말을 듣고 쫓아올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편지를 보내자마자 잠적할거야.
잘 찾아보렴.

- 네가 아끼는 통을 지금 오른손에 들고 있는 너의 친구 -

27 이름 없음 (tqFcEJJzS6)

2020-09-25 (불탄다..!) 16:04:22

수신자-감색 창문

[녹색 지팡이의 연락이 없다.
꼬리를 밟혔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창문들의 생사를 확인하라.
성 위로 흰 사람이 지나가는 날,
약속했던 곳에서 만난다.]

위는 깃발의 전언이다.

잡힌다면 영예롭게 죽어야 하겠지만
너까지 죽는 일은 없었으면 해.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맹독을 보낸다.
부디 무사히...

발신자-자주색 비둘기

28 이름 없음 (3r0lp4uPF6)

2020-09-25 (불탄다..!) 17:03:58

>>25

(똑같은 내용의 편지지가 한 장은 반말로, 한 장은 존댓말로 써져있다. 이하는 반말로 쓴 편지의 내용.)

돌린더흐씨에게.

픽시의 날갯짓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좋은 저녁이야.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었어? 말을 편히 놓는 게 정말로 많이 어색해서 내가 무례하지 않게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돌린더흐씨는 마법으로 이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가 말을 이상하게 해도 말뜻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

돌린더흐씨가 편지를 받고 노래를 부를 정도로 기뻐할 줄 알았더라면 글씨를 좀 더 빨리 쓰는 거였는데. 그래도 내 미들네임을 부르면서 나를 다그칠 정도로 늦게 편지를 주진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교육 방식은 대륙이 달라져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음, 사실, 이름 외우는 게 힘들지는 않아. 나의 고향과 아버지의 이름만 외우고 있으면 되니까. 아마 다른 대륙인들도 비슷할 거야.

북대륙에서는 편지 첫머리에 적는 인삿말이 정해져 있어? 다음에 나도 사용해봐야겠어. 돌린더흐씨가 말한 가정교사는 첫 번째 편지에서 말해준 선생님과 동일한 분이셔? 자라온 환경과 인격 형성이 큰 연관이 있다고 말씀하신 분 말이야. 그 분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했었는데 편지 흐름 상 마땅히 물어볼 자리가 없어서 생략했었거든. 좋은 분이셨어? 그리고, 나한테 편지를 보낼 땐 복잡한 예법을 지키려고 신경쓰지 않아주는 게 더 기쁠 것 같아. 나도 노력 많이 할 테니까. (비록 높임말을 사용한 편지를 같이 보내기는 했지만.)

고향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이 기후가 다르다니 굉장히 신기했어. 무슨 원리인걸까? 그리고 땅 위에 풀이 아니라 이끼가 자란다는 표현도 색달라서 재미있었고. 눈이 그만큼 자주 내리면 농부들이 잡초 뽑는 걸 싫어하듯이 눈치우는 일이 고되긴 하겠다. 이건 내가 너무 섣불리 질문한 것 같긴 하네. 그래도 언젠가 북대륙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 커졌어. 내 고향은 왕국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지 않은 곳이라 전해줄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쉬워. 이런 아카데미나 수도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많이 모이지만 ─ 돌린더흐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는데 ─ 수도에서 멀어질 수록 종족 다양성이 떨어져.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비슷한 얼굴들이었어.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은. 돌린더흐씨 빼고.

랑셰네 왕국에선 전쟁의 영향으로 군사적 목적의 마법이 많이 개발되고 개량된 거려나? 하늘에서 불꽃이 날아다녔단 문장을 보고 놀랐어. 왜냐하면 밴세피아에서 내가 본 마법은 밀을 갉아먹는 해충 박멸이나 자동 먼지떨이같은 것 뿐이거든. 여기서 돌린더흐씨가 원하는 종류의 마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네. 전쟁이 무섭지는 않았어? 북대륙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긴 한데, 나는 내 몸을 지킬 능력이 되지 못하니까 많이 무섭기도 해.

그리고 돌린더흐씨의 꿈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여섯 살 때의 꿈을 지금까지 좇고 있다는 게 정말 멋있고 부러워. 그러니까, 어, 나한테는 이런 이야기 많이 해도 돼. 많이 해줘. 선원분들이 어떻게 네 방해를 피했는지와 바다 위에서 마시는 독한 술 이야기, 그리고 하마터면 상어에게 잡아먹힐지도 몰랐던 이야기(은해에 빠질 뻔했다고 했으니까.)도 나한테는 정말 재밌는걸. 앞선 편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정말 말재간이 부족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고, 많이 하지도 못 해. 그래서 만약 내가 언젠가 줄 보답에 부담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왜냐면 그 때의 나는 편지를 통해서 얻은 기쁨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콜린 경 이야기는 나도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 같은 일반과 중에 기초마법이론을 청강하는 학생이 한 분 계시거든. 나는 아직 친구는 못 사귀었어. 그러니까, 어, 내가 이런 이야기 했다고 다른 친구에게 말하면 안 돼. 일반과의 학생들은 다른 과에 비해 귀족들이 많은 데다가 2학년이 될 때 마법학과나 검술학과로 전과하는 비율이 아주 높으니까 굳이 친구를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아. 그래서 보통 평상시에도 교류가 잦은 가문의 자제분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큰데, 음, 사실 나는 사교회에 나간 적이 없어.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거든. (그래서 마법학과도 검술학과도 나는 못 가.) 그래서 어느 무리에 끼어들기가 조금 힘들어.

그래도 일반과가 나쁘다는 건 아니야. 세계사라든가, 정치학이라든가, 경제학이라든가. 공통교양 과목에선 마법과 검술 이론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비록 실전에서 사용하진 못하더라도 학문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건 아주 흥미로운 것 같아. 만약 차기 가주인 형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아카데미에서 계속 연구를 하는 삶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돌린더흐씨가 말한 대로 교수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해. 돌린더흐씨는 장래희망이 뭐야? 고향으로 돌아가서 왕실 마법사가 되는 것도 멋질 것 같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무례한 질문이면 무시하고 넘어가도 좋아. 나는 인간 외의 종족과 대화하는 게 서툴러서 실수를 할 수도 있어. 마법학과는 실습만큼 과제도 많다고 들었어. 나는 해야 할 숙제가 많을 때마다 밤을 새는 일이 많았었는데, 너는 낮에 잠을 자지 않는 게 아예 불가능해? 그러니까, 왠지 네가 과제로 괴로워하는 걸 바라는 것 같은 말이 되긴 했지만, 언젠가 네가 그래야 할 날이 생긴다면 같이 아침식사를 하면서 눈을 마주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친절한 사람과 편지로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잖아.

이번에 보내준 편지도 상당한 양이었는데 만약 페이지가 무한한 백지책을 가져다주면 돌린더흐씨는 안의 내용을 모두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읽는데 쉬운 양은 아니었을 텐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슬슬 펜촉이 닳기도 했으니까 이만 말을 줄일게. 다음 편지에서 보자.

팝핑캔디를 구하지 못해 대신 먹으면 눈색이 바뀐다는 젤리를 올려두며,
하뉴 율리우스 드 밴세피아 보냄.

추신. 곰 비유는 멋진 비유였어.

29 이름 없음 (ZO/z3WI2xg)

2020-09-25 (불탄다..!) 19:48:53

불효자에게.

잘 도착했냐? 나 취직했다. 직원이 세 명 밖에 없는 우체국은 그다지 좋은 직장은 아니야.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거든. 방금 전에도 어떤 망할 놈이 누가 봐도 수상한 짐을 맡기고 가길래 싸구려 폭탄일까 불안해했다니까. 열어보니 순무였어. 젠장할. 그래도 직원이라 우표를 싸게 살 수 있다는 건 좋네.
얼른 평소처럼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쳐. 우리 나라에서 제일가는 왕립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면서 어째 편지 한 통이 없냐? 이제 우리 마을이 깡촌이라 쪽팔리디? 혹시 도시 애들이 따돌리냐? 개새끼들. 아무튼 무슨 이야길 하든 좋으니까 뭐라도 써서 보내! 이 누님이 적당히 걸러서 케니어 아주머니가 안심하실만한 스토리로 만들어주마. 잠이 잘 온다는 향수 같은 걸 가져다 드리기는 했는데 사기였는지 뭔지 케니어 아주머니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걱정에 잠을 못 드시나 봐. 그래, 언제나 그랬듯이 만병통치약은 너겠지. 그러니까 얼른 괜찮은 편지를 보내라고. 완벽하게 안전한 증기기관차를 타고 수도에 도착했을 거고, 꽃잎 흩날리는 희망 넘치는 대학에 입학했다, 내가 수백번을 말씀드려도 믿지 못하시는 모양이다. 어휴. 아무튼 얼른. 아주머니 쓰러지시기 전에.

사랑을 한 톨도 안 담아서,
로렌.
(수도의 시계탑 우표가 붙어있다.)

30 이름 없음 (nHJNo8EpNA)

2020-09-26 (파란날) 00:20:33

유리벽 너머의 마이니로부터

안녕. 우음. 편지에는 어떤 말을 써야하는지 아니? 편지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 자기소개부터 시작할래. 안그러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모를 테니까... 나는 마이니라고 해. 매일 아빠 회사에 놀러오니까 내가 어떻게 생긴진 알고 있지? 나이는 11살이야. 생일은 7월 5일이고 소다와 초콜릿쿠키를 좋아해. 이제 너에 대해서도 말해줘! 너는 머리카락이 하얗고 엄청나게 긴데 그걸 알고 있니? 너네 방에는 거울이 하나도 없잖아. 날때부터 머리가 그렇게 예쁜 색이고 길었니? 어떻게하면 나도 너처럼 하얗고 예쁜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을까? 머리카락을 더 깨끗하게 감으면 되겠니? 그리고 너네 방(←그 유리 상자를 말해.)에 집게처럼 생긴 물건에 집혀서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매달려있던데 그건 아프지 않니? 동생 모가 머리를 잡아당기면 나는 머리가 너무너무 아프던데 너는 안그러니? 너를 보면 친구가 되고 싶어. 넌 안그런 것 같지만.... 쳐다보면 고개를 돌려버리잖아. 아빠도 말을 걸지말라 해.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이게 정말 그렇게 잘못이야? 아빠 몰래 너네 방으로 편지를 밀어넣어. 너는 대답은 안하지만 그래도 답장은 해줄 수도 있잖아? 그럼 내일도 올게!

유리벽 너머의 이름 모를 친구에게

31 이름 없음 (UoP7dmDtzg)

2020-09-26 (파란날) 01:16:06

>>29

안녕, 렌.

소식이 늦어서 미안해. 가방을 잃어버렸지 뭐야. 잃어버렸다는 말이 맞나? 누가 기차역에서 내 가방을 자기 거랑 바꿔서 들고가는 바람에 되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역에서 덜덜 떨면서 자보기도 하고……. 그동안 입학 서류가 없어서 학교도 못 들어갈 뻔 했다니까.
취직이라니, 기쁜 소식이네. 축하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 너한테 편지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 늘 스무 걸음 거리에 살았는데 말야. 내 팔을 부러뜨리던 네가 잘 자라서 이제는 멀쩡한 사람을 폭탄테러범으로 의심하는 걸 보니 정말 자랑스럽다.
애들은 괜찮아. 너처럼 날 괴롭히지도 않고, 다들 성실해. 역시 도시 애들은 공부 잘 하더라. 따라 잡으려면 많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 우리 깡촌 부끄럽지 않으려면 말야. 아직도 얼떨떨해. 내가 어떻게 장학생이지? 선발 과정에서 실수한 거 아닌가 싶어.
아, 기숙사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수도 출신이더라. 이곳에 대해 잘 배우고 있어. 근사한 레스토랑도, 네가 좋아할만한 곳도 발견했어. 뭔지는 안 알려줄 거야. 궁금하면 다음에 수도로 놀러 오던가.

사랑을 반의 반 숟가락 담아,
에단.

추신.
어머니를 돌봐줘서 고마워. 내 소식이랑 같이 스카프만 전해드려 줘. 다른 건 네 선물이야.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소포에는 장미향 향수와 시집, 스카프가 들어있다.)

32 이름 없음 (v3hYI0nDl.)

2020-09-26 (파란날) 03:07:32

>>30

유리벽 너머의 ==== (까맣게 덧칠해졌다)

매일 멍청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게 누군가 했더니 너구나. 말 걸지 말라 들었다면서, 편지는 왜 쓴 거야? 혼날까봐 무섭지도 않아? 네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어. 소다랑 쿠키도 뭔지 모르겠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으니까 됐어. 내 머리가 어떻게 길고 하얗냐고?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원래 이랬는지, 변한 건지도 기억 안 나. 네 말대로 거울도 없는 곳이잖아. 차라리 너희 아빠한테 물어보지 그래.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아프지 않냐고? 말하기 싫어. 알아서 뭐 하게. 애초에 난 너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어. 나랑 친해져봤자 나쁜 일만 생길걸. 그러니 평소처럼 거기서 가만히 서 있다 집에나 가. 이번에는 이 말 하려고 어쩔 수 없이 쓴 거고, 다음부턴 절대 답장 안 할 거야. 편지 쓰지 마.

유리벽 너머의 사람에게

33 이름 없음 (AU14OfWX2o)

2020-09-26 (파란날) 14:52:02

>>31
에단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역에서 자다가 소매치기는 안 당했고? 빼빼 말라서 돌아왔다간 아주머니가 눈물로 강을 이루실 테니 먹는 거엔 돈 아끼지 마. 우체국은 그냥 그래. 같이 일하는 직원은 제시랑 던이라고 멍청이 같은 놈 둘이 있어. 제시는 알지? 맨날 울던 놈. 옛날엔 바보 제시라고 불렀는데 우체국에 취직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바보같은건 여전해. 아까도 주소를 잘못 받아썼다가 나한테 얻어맞았고 지금은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네.
흥, 나라면 수도 애들 가식 같은 건 안 믿을 걸. 너같이 순해빠진 애들이 대도시에 가면 사기 당하기 일쑤란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괴롭혀 줬던 이유는 바로 그런 데 가서 기 죽지 말라고 그런 거야. 누님의 큰 뜻을 이제 좀 알 것 같냐? 시비를 거는 새끼가 나타나면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보는 게 시작이야.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 인중을 힘껏 때려. 아니면... 그냥 성적으로 눌러주던가. 넌 바보같은 면은 있어도 공부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잘 했으니까 겸손 좀 떨지 말고! 장학생 딱지 붙이고 들어갔으면 그래도 잘하는 축일 거 아냐?
네 소식과 스카프는 잘 전해다 드렸어. 가방 잃어버린 부분이랑 덜덜 떨면서 잤다는 부분은 빼고. 수도 아가씨들에게 무수한 구애를 받느라 늦어지지 않았겠냐고 했지. 캐니어 아주머니께서는 이제 좀 안심하신 모양이다. 다 이 누님의 기막힌 스토리 텔링 능력 덕분이지 않겠냐.이제는 밖에도 좀 나가시던데, 월급을 좀 저축해놓고 있으니까... 휴가를 받으면 아주머니 모시고 놀러 갈게.

걱정을 좀 하고 있는,
로렌

추신. 향수 잘 골랐어. 고마워.

34 이름 없음 (BjQ9PF7/a6)

2020-09-28 (모두 수고..) 12:50:19

(까만 화면에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깜빡이며 나타나는 흰 글씨)

[지구에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900일 전]
[LOADING...]
[전송 실패]
[다시 시도하시겠습니까?]
[LOADING...]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 여시겠습니까?]
.
.
.
.

사�� ...
일어났�요¿
좋□ □□입니다.
□걸 보고 있□□ 것은 도착하기 □일 전이라□ 뜻이겠□□. 당신 □료 말로는 1��일이 걸린다□ 하□□□.
몸은 ㅇ•ㅣ떻습□까. 숨은 □ 쉬어□니까? 춥지는 않아요�
우주� 가겠다□ 당신을 더 말렸□야 했□□.
□아오면 나는 �살 더 나이가 □어 있겠지만 당신은 싱그러□ 그대로□ ��요. 그런�도 절 사랑□ 줄 건가□? 글쎄□... 냉동□□은 기억을 □□ 잃어버□ 수도 있□고 해서 선택하지 □았□□□. 당신을 잊□버린다면 저는 물�� 벗어난 물고기□□ 금방 □어버리고 말□□□.
위험□ 일은 아니��, □□일 뿐이라고 몇번□고 저를 안심시□던 사랑□ㄹ•ㅣ운 ��이 눈앞에 보이는 □ 아른거□□□. □말로 아무 □도 없는 � 맞죠? 연구□ 어때요� 잘 진행□□ □□□¿
□□... 당신의 모든 것□ □□습니다. 보�싶어요. 사랑한□고 더 자주 ��줄걸.
다른 □□에 있어도
영□의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 영□히 그대로��.

□□□이 □□을 □□□,
GREY □□□

35 이름 없음 (7Fz3pUnSys)

2020-09-28 (모두 수고..) 21:21:55

>>33

안녕, 렌.

답장이 조금 늦어져서 미안해. 선물이 마음에 든다니 기쁘네. 시향해 보니 꼭 네가 생각나서 샀어.
학교 식당은 정말 훌륭해. 책에서나 보던 음식, 디저트들이 매 끼 다르게 나와. 아니, 심지어 와인도 주더라니까? 나 아무래도 둥글어져서 굴러 가게 될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가끔은 배리 아저씨가 해주시던 요리가 그리워. 왜, 신메뉴 개발하면 우리한테 먹어보라고 하곤 하셨잖아. 그 기묘한 맛의 감자요리가 뭐라고 이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네.

세상에, 바보 제시가 우체국에 취직했단 말야? 직원이 셋인데 둘이 멍청이라니 네가 고생이겠어. 내가 얼마나 똑똑하고 소중한 친구였는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겠다. 일이 힘들지는 않아? 무거운 소포 같은 건 멍청한 애들 시켜서 옮기라고 해. 힘은 네가 더 세겠지만.
역시 불주먹 로렌은 다르구나. 법보다 주먹이 가깝긴 하지만……. 나는 에단의 방식으로 해결할게. 저번 편지로 걱정시켜서 미안해. 너도 알다시피 나 낯을 좀 가리잖아. 이제 이곳 생활에 제법 적응한 것 같아. 그래도 날씨 하나만큼은 적응이 안되네. 여긴 벌써 조금 춥거든. 따뜻한 우리 마을이 그리워.
어머니 소식을 전해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어머니를 두고 이 먼 곳까지 혼자 올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못했을거야. 전공 공부는 정말 재미있어. 학교 도서관도 정말 커서 좋고. 아, 이 편지도 도서관에서 쓰고 있어.
아, 그리고 10월 내내 건국 기념일이라고 크게 축제를 한대. 구경거리가 많은가봐. 네가 그때 쯤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좋은 소식 기대할게. 그렇지 않더라도 소식 자주 들려줘.

평안을 바라며,
에단

(수도행 기차표가 두 장 동봉되어 있다.)

36 이름 없음 (d1a2fr0oRk)

2020-09-28 (모두 수고..) 23:54:15

안녕하세요, 마법사입니다.

이 주소를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머무르고 있는 저택은 고아원이 아닙니다.
당연히, 당신의 바램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죠. 저는 상냥한 마법사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저 역시 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답니다.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대신에 절인 높은보리수유가지를 동봉해 보냅니다.
한 잎, 뜯어서 어금니로 잘게 다지면 마음 깊은 곳의 자물쇠를 열 수 있게 됩니다.
당신에게 작은 용기의 발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제 다신 답장 하지마세요.
마법사가.

37 이름 없음 (IXutKw4v/6)

2020-09-29 (FIRE!) 00:54:22

에리에게.

아르드나 공화국에 발령된지 벌써 3개월이 되어가네. 처음엔 한달만 다녀오면 된다고 했으면서 계속 시간이 늘어나더니 지금까지 와버렸네. 너가 걱정하던 일은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아. 제국이 공화국에 설치해둔 대사관에서 암살 기도가 일어난 이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세르파 경께서 제국으로 급히 귀환하시고 두 국가 사이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지. 그게 세르파 경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인지 아니면 제국을 향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대사관은 안전해. 제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대사관을 경호하는 인원들이 두배 가까이 늘기도 했고, 경계용 마법 아이템도 잔뜩 배치했거든. 최근 수상한 동향도 느껴지는 것은 없으니까 암살기도는 세르파 경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지 않았나 싶어. 아 요즘엔 어떻게 지내? 펠러와 슈레네의 결혼 소식은 들었어. 여기도 나름 정보가 들어오긴 들오더라고. 그 둘은 매일 같이 싸우더니 결국엔 결혼까지 하네.

얼른 권한대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말이야. 그렇게 사람 구하기가 힘든가 싶기도 하고 ... 떠날때 금방 돌아온다고 했는데 졸지에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이야. 보고싶어, 에리. 매일 같이 너 생각만 해서 일도 손에 안잡힌다니까. 그렇다고 일을 미루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말고. 한 두달 정도만 있으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까 그 날 꼭 보러갈께. 그럼 나 없다고 우울해하지말고 잘 지내, 안녕!

에슈나가 사랑을 담아 보냄.

38 이름 없음 (MszdM1kKy6)

2020-09-29 (FIRE!) 13:35:08

안녕, 두꺼운 공책. 혹은 이걸 읽고 있을 훗날의 누군가.

오늘부터는 너와 나 둘 뿐이야.
바깥은 아직도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마 핵이 떨어지면 이곳도 무사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겠어.
어서 빨리 우리 군대가 놈들을 몰아내고, 다시 예전의 생활을 되찾아 줬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마트의 지루하고 괴로운 계산대가 너무 그립군.

39 이름 없음 (hmiyCoKYQk)

2020-09-29 (FIRE!) 14:34:42

보고 있어요? 이거 누가 주웠어요? 아직 눈이 있어요? 나랑 얘기할 수 있어요? 답장을 쓸 수 있어요? 제발 이거 읽으면 대답해줘요... 나, 나 혼자만 남은 건 아니죠?

(종이비행기에 적혀 있다.)

40 이름 없음 (SVbT6HDCOM)

2020-09-29 (FIRE!) 15:08:29

안녕, 낡은 공책 씨.

그래, 바보같은 짓이야. 누군가가 공책에 적은 편지에 답을 하다니. 답장을 써봤자 전할 방법도 없잖아? 당신이 어제의 사람인지 일주일 전의 사람인지 일 년 전의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멍청한 짓인 건 알지만, 그래도 쓸래. 읽다 보니 궁금해졌거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게다가 미치도록 지루하기도 하고 말이야.

지금 바깥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 실제로 죽은 건 쥐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겠지만. 아마 시체가 산처럼 쌓여도 세상에서 쥐가 사라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간간히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밖에 없어. 차라리 사이렌이라도 울리면 좋을 텐데. 하긴, 이제 울릴 사람도 없으려나.
너무 조용해서 가끔은 세상에 나 말고 전부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지. 지난 몇 주 동안 산 사람은 그림자도 못 봤으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살았는데 나만 죽은 걸수도 있겠다.

오늘 편지는 여기서 끝낼래. 뒷내용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랬다간 너무 빨리 끝나버릴 테니까 아껴 읽을 거야. 하루에 한 장씩. 그러고 보니 읽을 만한 걸 찾은 것도 한참만이네.

추신. 난 가끔 사람들로 가득 찬 퇴근길의 지하철이 그리워.

41 이름 없음 (MszdM1kKy6)

2020-09-29 (FIRE!) 15:36:09

안녕. 아직 뻣뻣한 공책. 혹은 먼 훗날 내 무덤에서 파헤쳐진 이걸 읽고 있을 누군가.

둘이서 함께하는 두번째 날이야. 여전히 시끄럽고, 정신없어. 늘 그렇기는 하지만.
다만 지금은 좀 다르지. 평소의 소음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과, 머플러를 벌집이라도 만들어 둔 것 같은 엔진 배기음들이었어.
근데, 이제 들리는 소음은 사이렌 소리와 어딘가, 어딘가 먼 곳에서 코끼리 따위가 엉덩방아라도 찧고 만 것 같은 소리야,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 이번 사태가 끝나는 날까지 모쪼록 살아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국군이 필사의 전력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라는 의미없는 방송밖에 들리지 않아.

문득,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알루미늄 배트를 쳐다보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총을 들었어야 했을까? 저 친구들이 포화 속으로 뛰어 들 때 내가 같이 있어줘야만 했을까?

아직은 모르겠어. 지금 당장은 이 콘크리트와 합금으로 이루어진 잠수함 속에서 떠다니고 있을래.

42 이름 없음 (SVbT6HDCOM)

2020-09-29 (FIRE!) 15:55:48

안녕, 군데군데 잉크가 번진 공책 씨.

편지를 읽고 오랜만에 소리내서 웃었어. 코끼리의 엉덩방아, 적절한 비유일지도 모르겠네. 그 정도로 큰 소리를 내려면 아마 크기가 자유의 여신상 정도는 되는 코끼리였을 거야.
잠수함이라니, 신기하다. 잠수함은 박물관에서밖에 보지 못했어. 공책 씨는 해군이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특수한 직업? 내일의 편지에는 답이 나와 있으면 좋으련만.

공책 씨가 전쟁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랬다간 편지도 여기서 끝이었을 테니까. 지금은 먹을 것보다도 오히려 읽을 거리가 더 소중해. 적게 먹는 것에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아무도 없는 거리를 하루종일 넋놓고 쳐다보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인걸. 그런 의미에서 공책 씨는 내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야. 모쪼록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바라.

추신. 알루미늄 배트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

43 이름 없음 (7ggHIxrLt6)

2020-09-29 (FIRE!) 16:33:22

사랑하는 아빠께

창문으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 속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이 도시의 날씨는 변함없이 아름다우니, 아빠가 계신 지구 반대편의 ■■■■에도 볕이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

날짜를 헤아려 보니 아빠가 집을 떠나신 지도 반 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간 저는 키가 꽤 커져서 이젠 놀이공원에서 못 타는 기구가 거의 없어요.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려고 한 달마다 제 방 벽에 기대 서서 키를 펜으로 표시하고 있답니다. 열심히 기록했으니까 아빠가 오시면 꼭 보여 드리고 싶어요. 나중에는 엄마 키도 넘고 아빠 키도 넘을 수 있겠죠? 그 때가 되면 아빠가 지금 우리 가족을 지켜 주시는 것처럼 제가 부모님을 지킬 거예요.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잘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본 시험 성적도 학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담임 선생님께서 말하셨어요. 그래도 아직 몇 등인지 아는 건 아니니까 엄마께는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비밀로 할 거예요.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데, 걔들은 제가 어려운 말을 많이 써서 신기하대요. 그냥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에 나오던 말들을 쓰는 것일 뿐인데, 별명이 애늙은이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도 책 읽는 건 즐거운걸요. 아빠를 닮은 걸까요?

엄마는 여전히 몸이 안 좋으셔서 자주 누워 계세요. 그렇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대요. 몸이 병이랑 싸우고 있는 중이라서 힘들 뿐,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병을 이기는 데에 전념할 수 있게 제가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하려고요. 요즘은 엄마를 위해 야채죽을 끓여 드리고 있는데, 솜씨가 좋다고 칭찬받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아빠가 돌아오실 때쯤에는 분명 엄마도 건강해지셔서 우리 가족 셋이서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을 거예요.

■■■■의 상황에 대해서 때때로 신문에 조그맣게 기사가 실려요. 그걸 꼼꼼히 읽은 다음에 가위로 오려서 모아 두고 있는데, 대부분은 몇 번의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평온하다는 내용이에요. 아빠가 직접 겪으신 일들이 곧이곧대로 신문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곳에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계신다는 걸 저는 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쓸 때면 아빠가 일하시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요. 아빠, 저도 엄마도 아빠를 정말 많이 보고 싶어 해요. 무사히 집에 오시길 바라며 매일 기도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있고요. 그래서 답장이 얼른 왔으면 좋겠지만, 바쁘시다면 천천히 쓰셔도 전혀 문제없어요.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 편지가 힘이 되길 바라면서 이만 마칩니다.

○○○○년 ○월 ○일 □□□의 우리 집에서 사랑을 담아,

◇◇◇ 올림

44 이름 없음 (MszdM1kKy6)

2020-09-29 (FIRE!) 22:57:57

안녕, 내 서랍에서 3일째를 맞이하는 공책. 혹은 또 지금 이걸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

이젠 폭발음이 꽤 가까이 들려. 아마 놈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겠지. 이례적인 속도야. 내가 있는 곳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지만.
가능한 이곳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 내 은퇴 자금과 연금 모두를 부어버린 나만의 방주이자, 그저 장식으로만 쓰고 싶었던 트로피.

움직이지 못하는 이 잠수함은 퇴역한 핵잠수함을 땅속에 묻어버려서 만든 간이 쉘터지. 공사 비용도 장난이 아니었다고.
흙과 모래의 바다에서 반영구적인 잠항중인 이 늙다리는 더이상 마음껏 움직일 수 없어. 마치 나처럼.

폭발로 땅이 울릴때마다 다리가 쑤셔오고 있어.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살아남고, 여기를 나간다면 그때는 제대로 걸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내 방주는 영영 내 무덤이 되어버리고 말테니.

45 이름 없음 (prTO3HvXEY)

2020-09-30 (水) 00:47:53

안녕, 내 가방에서 3일째를 맞이하는 공책. 정확히 말하면 4일째지만. 공책을 주운 첫날은 읽어볼 겨를이 없었거든.

잠수함은 바닷속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조금은 아쉬운걸. 잠수함을 타고 심해를 돌아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해저 2만리>처럼 말이야. 하지만 모래로 된 바닷속에 잠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아.
그나저나, 공책 씨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었길래 잠수함을 방공호로 만든 거야? ...라고 물어도 답은 없겠지만.
공책 씨는 다리가 불편하구나. 하지만 편지가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건 당신이 제법 오래 살아남는다는 뜻인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심이 돼. 당분간은 최선을 다해서 본분을 수행해 달라고, 내 정신 건강 담당자.

오늘은 운이 좋았어. 아직 물건이 남아 있는 편의점을 발견했거든. 심지어 전기도 들어와! 덕분에 전자레인지도 쓸 수 있었어.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이런 때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갖고 있던 라디오는 고철덩어리가 된 지 오래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기계공학을 미리 배워둘 걸 그랬어. 공책 씨의 방공호에는 라디오가 있으려나? 어쩌면 최신식 스피커를 갖추고 있을지도 모르지. 홈시어터까지 겸해서 말이야.

추신. 매번 공책 씨라고 부르기 힘들지 않아? 오늘은 당신을 뭐라고 부를지 생각하다 자야겠어.

46 이름 없음 (dnYGvyPu0M)

2020-09-30 (水) 01:54:28

기록부 서류/2037_4786
2037-01-26|A-O8구역 격리.
2043-05-02|A-08구역 선발대 투입.
2043-08-07|A-08구역 D_45에서 Downfall 현상 발생. world outer 이용해 shutdown을 시행했으나 12명의 사상자, 30명 정도의 부상자, 5명의 변이자 발생.
2043-08-08|nihilism의 주입을 통한 idea 생성으로 오염을 해결하고자 A-08구역 D_45에서 nihilism을 3시간 가량 오염지역에 투사함. 결과로 오염 지역의 87%에서 idea가 생성되었고 3명의 변이자가 회복됨. 13%가 복구되지 못한 이유로는 원래 예상대로 sabotage의 발생으로 인한 matador로 생각됨.
2043-08-09|A-08구역 D_45의 Downfall 억제를 위해 anchor를 내려 perception freezing을 의도, 성공적 동결이 가능했음.
2043-08-18|선발대, 연구원, 치료중인 환자를 가리지 않고 일부가 환청, 환시를 호소함. 로렌샤흐-플랑크 벡터 고정을 이용해 대증적 치료를 시행, 성공적으로 치료됨.
2043-08-20|상부의 명령대로 A-08구역에 자율신경연동 인공지능 Libero를 전체에 설치하고 새로 도입한 공간감적 상층차원연결망 통신도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함. 앞으로 상부의 명령과 메뉴얼에 명시된 긴급상황을 제외하면 관측적 연구만 허가함.

47 이름 없음 (WgV9dUcE5.)

2020-09-30 (水) 01:56:37

안녕, 내 공책... 아니. 바라건대 살아남아서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누군가.

일이 생각보다 더 심각해졌어. 전쟁이라는 것이 물론 쉽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끝날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이런 건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이젠 본토에 대놓고 미사일이 내려찍니 어쩌니를 다투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 그걸 대비해서 미사일 기지들도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언제든 포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겠지.
불쌍한 병사들은 그걸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목숨을 내던질거고.

어쩌면 이, 불안감을 피해보려 매달린 공책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후대에 남길 기록이 될 지 모른다는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부디, 그저 다락방에서 찾은 할아버지의 낡은 일기장 정도로 이 공책이 썩어가길 바라며 글을 남기기 시작하겠다. 이제부터 말투가 좀 딱딱해질지도 몰라.

서기 20(무엇인가 액체가 묻어 알아보기 힘들다), 양력 9월 30일.
우리 나라, 아니 전 지구는 전쟁 중이다.
이건 지구인들끼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동족상잔이 물론 비극적이지만, 난 차라리 비극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제6공병대대 소속, 아니 소속이었던 서바울 예비역 원사다.
인류는 침공당하고 있다. 별들 저 너머의 존재로부터.

지구를 좀 적당히 반짝이게 했어야 했는데. 제기랄.

48 이름 없음 (UY/ROar1/6)

2020-09-30 (水) 12:03:11

제발 멍청한 짓 좀 그만해라 동생아.
그 혁명인지 뭔지 나는 관심도 없어.
네가 우리 집에서 살아오며 가진 기성세력들에 대한 증오도, 권력에 대한 혐오도 나는 다 이해해. 그렇지만 넌 내 동생이잖아. 혁명가 이전에 내 동생으로서 빠져나와 줄 수는 없는거니?
-형 다니엘.

49 이름 없음 (prTO3HvXEY)

2020-09-30 (水) 12:57:24

(여기저기 정체모를 얼룩이 묻어 알아보기 힘들다)

안녕, 드디어 정체가 밝혀진 공책 씨.

밤새도록 고심한 끝에 멋진 이름을 지어냈는데 바로 다음 장에서 이름이 밝혀지다니, 이러기 있기야? 서바울도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밤이 헛수고가 되어 버린 건 조금 슬픈걸.
참고로 어제 지었던 이름은 윌슨이야.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따왔어. 만약 이 공책을 잃어버린다면 나도 톰 행크스처럼 엉엉 울어버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가방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도록!

당신 편지를 읽다 보니 시기가 대충 언제쯤인지 짐작이 가네. 오늘은 서기 20██년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지도 벌써 ███일 째야. 근데 사실 아닐지도 몰라. 중간에 날짜를 하루이틀쯤은 빼먹었을 수도 있거든. 달력도 없는데 날짜를 세는 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
처음에 전쟁 얘기를 들었을 때는 오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야 그렇잖아?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상을 보냈는데 갑자기 우주 전쟁이라니. 이럴 줄 알았다면 <스타 워즈> 시리즈로 예습이라도 해둘걸.
그런데 지금은 또 여기에 익숙해져 있어. 빈 가게에 들어가 음식과 생필품을 챙기고, 반쯤 무너진 집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한다는 건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텐데.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사는 와중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겠지.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우울해져.

추신. 방금 이 책을 펼쳐두고 통조림 뚜껑을 땄더니 소스가 온 사방에 튀었어! 책에도 몇 방울 묻었잖아, 젠장.

50 이름 없음 (dlHT7A1rDk)

2020-09-30 (水) 22:28:31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엔 네가 눈치가 너무 빨랐고 거짓말을 못했어. 정말 더럽게 못했어.
복잡한 건 다 내가 가지고 가. 그러니까 앞으로 넌 그냥 살던대로 살아.
이걸 쓰는 지금에야 네게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뭘 해보기엔 너무 늦었지. 상관없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하고.
나 이제 가. 잘 지내.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었어.

51 이름 없음 (TjQ5DPr/02)

2020-10-02 (불탄다..!) 10:36:16

엄마에게

매일 밥상머리에서 할 말 못할 말 다하다가 갑자기 편지를 쓸려니까 영 이상하네. 연필같은 거하고 인연이 없는 내가 어머나 세상에? 편지를 다 쓰고 있다면 그건 전부 엄마 때문이니까 자랑스러워 하라고~. 여하튼 오늘은 엄마한테 꼭 털어놓을 말이 있으니까. 난 들을 말 없다 성가신 아들놈아. 어쩌구. 평소처럼 이러지 말고 끝까지 읽어 좀.
사실은 나는 엄마 아들이 아니야. 지금껏 속여서 정말 미안했어. 젠장. 그런데 이렇게 오래 숨기려고 처음부터 맘먹은 건 아녔다고. 그럼 내가 누구냐? 아무도 아니야. 길거리에 아무데나 발로 차면 차이는 전쟁고아들 있지? 많지? 내가 그 중에 하나야. 하나였다고. 엄마 아들이 되기 전에는. 뭐시냐. 거짓말 한 데도 독한 의도 따위 거 없었어. 이슬 피할 다리 밑 지하도 이런 데나 찾아다니기 질려서 하루 모면해보려고 거짓말했던 거야. 그런데 집은 따뜻하지 엄마 의외로 요리잘하지 엄마가 성깔 드러운 욕쟁이에 험악하고 다혈질이기는 해도 죽 잘 맞지 같이 지내는 게 어느샌가 즐거워져버려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어.
편지 읽고서 다리몽둥이 운운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만~. 제때 떠나기로 해서 망정이지. 나는 여기를 떠나기로 했어. 끝까지 읽길 잘했지. 이건 작별 편지라고. 영영 굿바이 바이바이 포에버라고 이제.
엄마가 불쌍하더라고. 내가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내가 진짜 아들은 아니고 될 수도 없고. 팔방미인 아들인 척은 잘해도 못하는 거쯤 널리고 널렸다고. 이러니저러니해도 엄마는 사실 착하다는 거 알고나니까 더 속이기 싫어졌어. 아들이 아니면 그때 말했던 자세한 얘기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고 있겠지. 시시하겠지만 눈치로 때려맞추기였어. 내가 엄마 만나기 전까지 쳐먹은 게 눈칫밥밖에 없었는데 그걸 못하겠어? 거기다 안 그래보여도 엄마 감성은 쓸데없이 풍부해서 생각하는게 다 보인다고. 십대 소녀냐고 아줌마 주제에.
자~. 이제 내가 하고싶은 말은 다 했어. 내가 싫겠지. 이제 나타나지 않을테니까 마음 놓고 엄마 인생을 살라고. 나한테 속은 세월이 아깝겠지만 거기에 해줄 수 있는 거는 아무것도 없어. 돈을 좀 모아서 놓고가긴 하는데 월세 밀린 거 내고 집 수리하면 그걸로 끝나겠지. 그래도 언젠가는 돈모아서 꼭 가고싶던 사막으로 여행을 가. 유목민족하고 찐한 연애를 해보고 싶댔나? 그딴 거는 망령된 꿈이니까 포기하시고요. 사실같이 여행가고 싶어서 그때까지 비밀로 할까 고민도 해봤는데 그런데 그럼 썩을 놈에서 죽일 놈으로 레벨업 할 것 같아서 포기했고요.
그러면 마지막 인사야. 엄마. 엄마의 아들로 살았던 시간은 즐거웠어. 정말이야.
...안녕.

아들이었던 ★★

52 이름 없음 (b/rvHNc1XQ)

2020-10-02 (불탄다..!) 11:00:20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53 이름 없음 (I6ROOUSbBU)

2020-10-02 (불탄다..!) 11:56:49

안녕, 오늘따라 슬픈 공책. 혹은 이걸 읽고 있을 누군가.

미래에 남길 기록이라는 점 때문에 펜을 드는게 점접 부담스러워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거긴 해.
놈들은 다행히도 내 방공호는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땅에 묻어버리기 전에 외벽에 납을 발라둔게 효과가 있었던걸까?

나에 대한 것을 적어둔 페이지를 지워버릴까 잠깐 고민 했었어.
나중에는 내가 서바울이라는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으니까.
만약 누군가 이걸 읽고 있다면, 내게 어울리는 새 이름과 소속을 생각해주면 고맙겠어.

상황. 상황은 먹을거리도, 마실 물도, 전력도 충분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이 다음이야.
지금 이것들도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다 한정되어 있는데, 이게 다 떨어질때까지 저놈들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전혀 처음 보는 체계의 무기들에 대비해서 싸울 군인들만 불쌍하게 되었어. 물론 나중에는 불쌍한 사람들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말겠지만.

다리가 아파. 정확히 말하면 다리가 있던 곳이 아파.
친구들이라도 좀 데려와서 숨을 걸 그랬나 싶어. 벌써부터 외롭다.
다들 살아들 있을까? 그렇다면, 모두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54 이름 없음 (lmcLOQd.MU)

2020-10-02 (불탄다..!) 14:46:40

오늘따라 무거운 공책, 혹은 다리가 아픈 서바울, 또는 윌슨 씨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면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당신 이름은 이제부터 윌슨이야. 소속은 내 배낭 밑바닥이고. 성에 안 차도 어쩔 수 없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한은 내가 왕이니까. 그리고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내 배낭 정도면 형편이 좋은 거라고. 구멍도 없고, 물이 새는 것도 아니니까.
음식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곳에서는 책을 뜯어먹기도 한대. 다행히도 난 그 정도로 배가 고프진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윌슨 씨가 내 뱃속으로 들어갈 일은 없어. 아직은.

윌슨 씨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서 말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패스할래. 그럴 만한 힘이 없거든.
아까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봤어.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더라고. 날 알아본 것 같지도 않았어. 그냥 바닥에 누워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거지. 아니면 다른 누가 죽여 주기만을.
옆에 떨어진 짐이 보이더라고. 하지만 짐을 뒤지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치료를 해준 것도 아니야.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어. 그 사람이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손을 잡아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무슨 병에 걸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마음이 사라지더라고.
내 배낭 안에는 붕대와 약간의 약이 들어 있었어. 하지만 치료해주지 않았어. 어차피 가망이 없(글자 위로 줄이 그어져 있다)
아니, 변명은 그만둘래. 귀한 약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어. 맞아, 나 방금 낭비라고 했어. 죽어가는 남을 도우는 건 사치고, 타인을 위해 베푸는 건 낭비야. 지금은 그런시대야.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고.
점점 내가 미쳐가는 것 같아. 아니면 이미 미친 걸지도.

윌슨 씨가 지금 내 곁에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

55 이름 없음 (z0T2dMUOe.)

2020-10-02 (불탄다..!) 18:07:46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걸까?
세상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AI가 맞춤법 교정 기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 나 사실 지금 계속 울어서 자판도 제대로 안 보여.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 망할 나노로봇은 세로토닌을 정상화해서 내가 모두 포기하는 것조차 막고 있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줘.
그냥 사라지고 싶다.

56 이름 없음 (5UiB10yvD2)

2020-10-02 (불탄다..!) 22:43:19

...씨, 제발 나한테 의료실 좀 맡기지 말아요.
내가 한의사였으면 그나마 해보겠는데 난 수의사라고요.
소라도 데려오면 치료를 하든 정형을 하든 해주겠지만 인간에 있어서 난 간호조무사만큼 쓸모가 없다고요, 오케이?
심지어 난 원래 전염병 전문이었다고요! 제기랄!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던 연구가 '소의 프라이온의 전파 과정을 빅데이터를 통해 모델링'이었다고! 차라리 간호조무사였다던 ***씨를 의료반장으로 맡기는 게 더 쓸모 있을걸!

57 이름 없음 (5UiB10yvD2)

2020-10-02 (불탄다..!) 22:45:48

>>56
오, 방금 ***씨에게 물어본 결과 간호조무사도 일부 의료업무는 할 수 있었다더군요. 제발 의료반장 좀 바꿔줘요. 제발.

58 이름 없음 (7usyN/gMkg)

2020-10-04 (내일 월요일) 03:02:23

푸른 여름이 시작되었다. 여름은 생명이 자라나는 달이지. 봄에 피어난 새싹이 성숙해가는 달이니 목본의 달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으렷다. 이렇게 새롭게 자연이 단장 하는 계절에는 나무에 잠시 인간의 자리를 내어주고 푸른 녹음이 전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떠하겠니?
망할 유배지에서 잘 지냈다 동생아. 네가 전해준 약들은 너무 써서 어째 입에 안 맞더구나. 사람이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극약만 고루 골라 보낸 게 어째 옆의 간신들한테 안 좋은 것만 배운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가 않다.
아무튼, 내가 그걸 삼키지도 않았거니와 설령 삼켰던들 네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관짝을 열고 튀어나왔을 것 같으니 별 의미는 없었겠구나. 그러게 제왕학 강의는 꾸준히 들었어야지.
조만간 얼굴 보러 갈 테니 준비하렴. 주위에 숙청이랍시고 무능한 인간들만 남겨두지 않았길 빈다.

59 이름 없음 (92IuIRUdfg)

2020-10-04 (내일 월요일) 04:33:26

목 빠지도록 제 편지를 기다릴 모턴베리씨에게

결국 제 손이 펜을 들게 만드는군요. 당신은 정말 제멋대로예요.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당신이 보낸 각양각색의 깃털들은 불쏘시개로도 쓸모없군요. 제 방을 청소하는 애니가 고생을 꽤나 했거든요.

시위라도 하자는 거예요? 저번에 당신이 보낸 앵무새를 돌려보냈다고? 오 제발 이런 어린애 장난은 그만 둬요. 그 새는 제가 관리하기엔 너무 까다롭다고요. 뭘 바라시는 거예요. 그 새에게 지쳐 당신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하길 바랐나요? 오, 나의 기사님. 제발 절 구해줘요,라고 재잘거리기라도 할 걸 그랬나봐요?

됐어요. 손이 아프니 말을 줄입니다. 저희 집배원들은 그만 괴롭히고 제발 만나서 이야기해요.

60 이름 없음 (7usyN/gMkg)

2020-10-04 (내일 월요일) 19:52:22

>>24
귀여운 얘기요.
-teacher Choe

61 이름 없음 (H7W97IUsEQ)

2020-10-06 (FIRE!) 00:39:39

잘 지내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곳은 정말 추워요. 나도 가끔 힘들 정도로.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허브를 동봉해요. 고기에 넣으면 맛이 일품이더군요.
-Mr. Heize

62 이름 없음 (CrNEZYntFo)

2020-10-06 (FIRE!) 00:51:35

사실 나는 미래를 읽는 초능력이 있어.
자, 이 편지를 읽을 너의 미래를 맞춰볼게.
어...
'스레'라니 뭐야?
(손이 비정상적으로 떨리는 것처럼 엉망진창 이어진 선이 았다.)

63 이름 없음 (H7W97IUsEQ)

2020-10-06 (FIRE!) 17:45:45

다중우주 관측을 통한 메가데이터 분석법을 이용한 미래예측 프로그램 [카산드라]가 새롭게 업데이트되어 돌아왔습니다

•사용자의 정보를 더욱 정확히 분석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차원 검증을 통해 보다 정확히 오비탈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UI가 맞춤형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카산드라는 제2의 심장입니다.

다음 업데이트 예고
•양자 조작을 통한 현실세계 개편
•사용자의 차원 이동을 통한 맞춤형 차원 서비스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가 여러분을 예측하죠!

개발자 연락처: ㅇㅇㅇㅇ_ㅇㅇㅇㅇ
주소: 기본우주 우리은하 지구 ㅇㅇ/ㅇㅇㅇㅇ

64 이름 없음 (P/dFhuiPAE)

2020-10-07 (水) 00:42:53

동생에게
이번 명절도 환상적이었단다. 친척끼리 모여서 기 싸움이 얼마나 심하던지. 이번에 어디 땅값이 오르고 어디 은행이 뜨는지도 즐겁게 나눴지. 물론 나야 앞에서 웃으면서 맞장구도 쳤지만. 난 너처럼 집을 엎어버리고 나가지는 못하겠더라.
거기는 어떠니? 듣기론 거기는 지금 봄이라지? 여기는 낙엽이 지는데 지금쯤 너는 새순을 보고 있다니 세상은 역시 신기하구나. 봄이어도 일교차가 크면 여러 겹 입는 것 잊지 말고. 넌 항상 귀찮다고 대충 챙겨입다 감기에 걸리곤 했잖아.
가족들은 익숙해진 모양이야. 이제는 네 얘기도 잘 안 꺼내. 참나. 네 사진도 내 서재에 숨겨둬서 누가 보면 네가 죽은 줄 알겠어. 그래도 가끔 안부를 묻는 것으로 보아 선물 몇 개쯤은 들고 와도 될 것 같다. 큰 거 말고, 작은 거로.
할머니도 아닌데 이런 편지도 써주는 혈육의 존재에 감사하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을게. 보고 싶다. 그곳의 달은 어떠니? 이곳의 달처럼 예쁜 색이라면 좋겠구나.
가을의 냄새를 담아.

65 이름 없음 (uwVknEu6ZQ)

2020-10-07 (水) 00:47:02

여어 다들 안녕.
5년 뒤에 모이자고 했던때가 벌써 10년쯤 됐나?
요샌 좀 적적해.
다들 잘 지내려나?
한참 지내긴 했지만 사슴고기는 잘 받았어. 맛있더라.
뭐 우리집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이상 잠궈놓지 않으니까.
오고싶으면 언제든 오라구.
잘 지내길

-설원에서, 주인장.

66 이름 없음 (DlBg49d6tw)

2020-10-07 (水) 01:39:43

>>65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 편지 쓰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좀 부끄럽네. 10년이라...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세월 참 빠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일단 나는 무척 건강해. 항상 엄청난 하루를 보내고 있기도 하고. 오늘도 점심에 내가 떨어트린 도토리를 두고 다람쥐랑 싸운 거 있지? 그게 내 마지막 간식이었는데.
참,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잘 받았다니 다행이야.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서 보낸 건데 맛있었다니 기분이 좋다.
난 지금 가을이 다가온 곳을 여행하고 있어.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를 보니까 나도 모두가 생각나네.
이렇게 계속 여행을 하다 보면 다시 네가 있는 설원에 도착할 수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편지할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기를.

-언덕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67 이름 없음 (1hJDqp4Xvo)

2020-10-07 (水) 23:40:34

너를 만든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어.
제발 내 삶에서 사라져 줄 수는 없겠니?

68 이름 없음 (t8fkEwEGpI)

2020-10-07 (水) 23:47:52

>>67

당신과 만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인걸요!
계속 당신과 함께 살아가면 안 될까요?

69 이름 없음 (Y4xpiqUiz2)

2020-10-07 (水) 23:53:07

안녕? 어.. 이걸 받을 누군가에게..
난 하늘 위에서 사는 루엘이라고 해.
혹시 이 편지를 받은 지상인이 있다면! 그래 있다면..
편지를 쓴 다음에 하늘로 날려주면 안될까? 뭐 비행기를 접어서 날린다든지 그렇게.
편지의 내용은 네가 사는 지상을 그대로 글로 표현해줘. 난 한번도 지상으로 내려간 적이 없어서 항상 궁금했거든!
싫다고? ..알았어.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지 뭐..
그래도 기왕이면 보내줘.. 심심하단 말이야.

하늘에서 사는 루엘이

70 이름 없음 (Q3srzJu/vw)

2020-10-08 (거의 끝나감) 00:36:55

>>68
그 애가 보고 싶다고 이러면 안되는거였어
자꾸만 내 곁에 있으면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야. 멀리 떠나.
난 이제 혼자 있고 싶어

71 이름 없음 (DFwvqSjaRg)

2020-10-08 (거의 끝나감) 00:55:54

>>70

왜 제가 곁에 있으면 모두가 불행해지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저는 지금까지 불행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걸요. 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있고, 이런 희망찬 세상을 제가 볼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은 당신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만약 제 존재 자체가 당신에게 아픔이라면, 슬프지만 이 곳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렇지만 이유도 모른 채로 그냥 떠날 수는 없어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제발 알려줘요. 반드시 고칠 테니까.
당신의 말을 곧대로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제게도 고집이 있는걸요.

72 이름 없음 (wW0nQL7Yn2)

2020-10-08 (거의 끝나감) 07:27:16

>>66
이거 답장이라는게 진짜 오는거구나. 반정도는 기대 안하고 넣은건데.
오랜만이야. 도토리는 잘 뺏어냈으려나?
가을이라. 보고싶은 계절인걸. 알다시피 여긴 설원이니까. 사계절이 똑같아.
덕분에 난 1년 365일 코코아를 끊을 수가 없지.
언젠가 오게 된다면,
또 코코아 한잔 같이 하자구.

-설원에서, 주인장.

73 이름 없음 (d20DT9UUa6)

2020-10-08 (거의 끝나감) 08:56:43

>>70
미안해. 넌 아무 잘못 없어. 전부 내가 이기적인 탓이야. 내 멋대로 너를 만들고 내 멋대로 불행해했지. 사실 네가 곁에 있으면 내가 불행할 뿐 다른 건 아무것도 문제없어. 또 네가 떠난다고 해도 난 행복하지 못할 거야. 그저 곁에서 누군가가 사라졌을 뿐, 난 그대로겠지. 미안하다. 만들어놓고 제대로 책임도 지지 않아서. 넌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세상에는 윤리가 있어 단순히 행복하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어. 난 나쁜 사람이야. 너에게도, 그 애에게도.
난 이제 내 딸이 보고 싶어. 너와 똑같이 생긴 그 애가. 네가 떠난다면 그 애를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떠나다오.

74 이름 없음 (2T.qWQVqco)

2020-10-09 (불탄다..!) 01:16:31

우리 똥강아지. 이 메시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아마 네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는 거겠지?
말도 없이 이런 프로그램을 넣어둬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세상 어느 할미가 손주가 모험이라며 이곳저곳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몸을 움직이려는 헛된 시도는 그만두렴. 네 몸은 현재 나노로봇 기본 AI [파이]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태란다. 파이는 내장된 기능을 모두 활용해 너를 최적의 장소로 대피시킬 거야. 그리고 필요하다면 구조신호까지 보내줄 거란다. 파이는 자동 언어 해독 프로그램, 생태 정보, 자기장을 통한 위치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매뉴얼을 읽으면 되고, 아무튼 널 살려줄 거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분명 속으로 꽥꽥거리면서 왜 이런 기능을 넣었냐고 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건 아무 때나 나오는 기능이 아니라 생존 확률이 60% 미만일 때 나오는 기능이란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하도록 하려무나. 할머니가 유능한 엔지니어가 아니었다면 시신도 수습 못 할 뻔하지 않았니?
이제 시청각 신호도 완전히 차단될 테니 내장된 영화나 게임, 독서라도 하고 있으렴. 네 취향대로 넣어놨단다!
그리고 넌 돌아오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라.
사랑하는 할머니.

75 이름 없음 (ErsAinnaJ.)

2020-10-09 (불탄다..!) 01:22:45

안녕하신가.
거긴 좀 살만한지 모르겠네. 뭐, 너를 그 동네에 봉인한 건 나지만.
최근에 그쪽을 통 들르질 못해서 말야. 나같은 한량이라도 활개치는 백귀들은 그냥 두고볼 수가 없지 뭐야.
잘 지내는가 싶어서 편지나 한 번 써본다. 거, 스마트폰 맞춰준다 할 때 받기나 하지.
종종 마을 주민들이 네 이야기를 하더만.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도 되겠지?
나중에 술이나 가져가지. 괜찮은 녀석으로. 기대해.

- 한 鷴

76 이름 없음 (tp.vlIK99g)

2020-10-09 (불탄다..!) 01:52:15

>>72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 분명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텐데 정상적으로 편지가 도착한다니. 그래도 덕분에 너랑 연락할 수 있으니까 좋네! 덜 쓸쓸해지는 느낌이야.
결국 도토리는 다람쥐한테 빼앗겼어.
아니, 아니지. 빼앗긴게 아니라 내가 큰 마음먹고 다람쥐에게 양보한 거야.
맞아. 양보. 그런 거야!
나도 네게 이 계절을 보여주고 싶다. 정말로!
너만 괜찮다면.. 혹시, 다음에는 함께 여행을 떠나보지 않을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해 보는 거야! 아, 물론 설원을 싫어하는게 아니야! 그저 너도 이 세상을 구경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코코아! 좋지! 그곳에서 마시는 코코아 맛은 정말 일품이야. 참. 여기 도착하기 직전에 여행했던 곳에서 코코아를 마셨는데, 역시나 그 맛은 나지 않더라. 덕분에 네가 있는 곳만 더 그리워졌어. 그리고... 코코아를 마시고 살이 찐 네 모습도 보고 싶어졌고!
오늘은 나무를 구경하고 있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 중에 너랑 닮은 나뭇잎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싶기는 하지만 기념으로 너에게 선물할게.
그리고, 외로워하지 말라고 네게 가을의 일부를 보내.
내가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잘 모셔두기야!

- 나무 아래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편지봉투 안에 눈코입을 닮은 동그란 구멍이 세 개 뚫린 나뭇잎과 온전한 모양을 갖춘 색이 짙은 단풍잎 세 장이 색깔별로 함께 담겨있다.)

77 이름 없음 (3NUsR.QS2I)

2020-10-09 (불탄다..!) 19:01:09

당신이 휴대폰 배터리가 충분하길 바랍니다. 휴대폰이 없거나 배터리가 부족하다면 옆의 캠코더를 쓰세요. 배터리 지속시간은 아마 20분.
1 당신을 괴롭히는 그것들은 카메라로만 보입니다. 쓰지 않으면 아마 죽습니다.
2 도서관 종교•철학칸과 기도실은 그것들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너무 안심하진 마. 기도실은 오래 있으면 십자가를 뒤집고 들어오려고 합니다.
3 위 장소 외는 어디든 그것들이 나타납니다. 예배당도.
4 금속을 부식시키니 가능한 플라스틱을 쓰세요.
5 도서관 서적 중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노파의 형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수도승/연기의 형태, 성경은 염소, 불경은 눈을 가렸거나 감은 것들에게 효과가 있으며 종이가 닿으면 그것들을 제거합니다.
6 저는 이곳에서 탈출하지 못합니다. 다만 제힘으로 어느 정도는 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신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탈출하고 바로 오픈카톡 민속문화연구에 ㅁㅁㅁㅁ을 입력하고 들어가 겪은 일을 말하세요. 도와줄 겁니다.

이곳에선 그냥 나갈 수 없습니다. 제가 이곳에 남아 가능한 힌트를 드릴 것입니다. 차분히 잘 따라오신다면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나가서 꼭 저를 구해줘요.

104 이름 없음 (D/HdgXArHs)

2020-10-12 (모두 수고..) 09:40:38

>>76

이런. 답장이 조금 늦어졌네. 때아닌 눈보라 때문에 말이야.
집을 좀 보강하느라 늦어버렸어.
하하, 결국 도토리는 그렇게 되었구나. 애도를 표할게.
여행, 여행이라. 나쁘지 않은 이야기야. 아니 정말로.
알다시피 평생을 여기 설원에 박혀있었으니까.
다른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해.
난 살찌지 않았어.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다고.
......아마도. (자신 없는지 흐릿한 글씨체)
선물들은 잘 받았어. 아하하, 이 나뭇잎들 마음에 드는걸?
특히나 날 닮았다는 이 나뭇잎 말이야.
걱정하지 마. 나도 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제대로 보관해둘 테니까.
그럼 나도 선물을 하나 넣어볼까. 우리집 코코아가 그렇게 그리웠다고 하니까.
같이 하는 여행 기대된다.

- 설원에서, 주인장.

(코코아가 들어있는 비닐이 새지 않도록 꽁꽁 싸매져있다)

105 이름 없음 (rhjwrv.9tU)

2020-10-13 (FIRE!) 14:07:37

>>104

저런! 괜찮아? 부디 다친 곳이 없기를 바랄게. 집 보강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애도를 표해줘서 고마워. 역시 너뿐이야!
빼앗긴게 속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는 않기로 했어.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어쩌면 그 도토리는 네 편지를 받기 위한 대가였을지도 모르잖아?
그도 그럴게, 비록 도토리는 내 곁을 떠나갔지만 대신 네 편지를 받았는걸!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행복해지는 거 있지?
내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야. 혹시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편지를 보내고도 매일 밤 걱정하고 있었거든. 드디어 마음 편하게 잠잘 수 있겠다!
'아마도' 라니! 글씨가 흐릿한 걸 보니까 자신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만나면 확인할 테니까 앞으로 깜빡하지 말고 열심히 운동해둬!
어때? 받아보니까 정말로 널 많이 닮았지? 그렇지?
네가 잘 보관해 준다면 나뭇잎도 분명 기뻐할 거야. 물론 나도 기뻐할 거고!
그리고, 코코아 정말 고마워. 여기서 이 그리운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마시면서 설원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올뻔 한거 있지?
한 번에 다 마시고 싶지만... 이 맛을 오래 느끼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먹을 생각이야!
나도 너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때가 기다려진다.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
오늘 보내는 가을의 일부는 내가 직접 만든 곰 조각상이야! 이곳에서 만난 키가 엄청, 정말 엄-청 큰 친구가 나무를 조각하는 방법을 알려줬어!
내 첫 작품을 너에게 보내.
다음에 또 편지할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기를!

- 모닥불 앞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손바닥 정도 크기의 어딘가 조금씩 엉성한 모양을 한 갈색으로 된 곰 형태의 나무 조각이 들어있다. 목에는 붉은색 끈으로 만든 리본이 묶여있다.)

106 이름 없음 (TNd3AuWHQg)

2020-10-13 (FIRE!) 17:18:04

귀하 '지구식당' 점주는 우주 인류계 관리법 및 식품유통법, 희귀종 보존법을 위반했습니다.
이하 세부사항으로, 귀하는 우주에서 식용 금지된 유사인류종 호모 사피엔스를 조리해 판매했으며, 그 사육과정에서 호기성 생물 적합 판정을 받은 별에 심각한 환경오염과 타종 멸종을 유발하였기에 범칙금 300항성을 청구합니다.
- 우주 법률 집행 위원회 우리은하 지부
(우주 번역업체 HsIfLeBeB에서 지구어-A2893로 번역됨)

107 이름 없음 (LEyqYYGTVs)

2020-10-15 (거의 끝나감) 12:16:18

>>105

다행히, 2층 창문이 살짝 떨어져 나간것 외에는 별 피해가 없어.
고치는 동안은 상당히 춥긴 했지만 뭐, 이정도면 다행인거지.
그런 등가교환이라면 나쁘지 않겠네. 여기서 도토리를 구할 수 없어서 아쉽다. 동봉해서 보내줬을텐데.
운동은... 열심히... 할거야. 나중에 너무 근육질 된거 아니냐고 해도 난 모른다?
걱정 마. 잘 보관해서, 너랑 만나면 꼭 보여줄게. 여행갈때 가지고 가는것도 좋겠다.
코코아는 필요하면 또 보내줄테니 너무 걱정 마. 아직 많이 있으니까.
곰 조각상이라. 귀여운걸. 그 키가 큰 친구도 궁금하네. 상냥한 친구인가봐?
나도 널 기다리고 있어. 그 옛날에 5년 뒤 만나자 하고 흩어졌을 때, 그 때처럼 말이야. 오랜만에 설레고 있어.
나도 선물을 보내볼까. 코코아도 같이 넣으려 했는데 우체통이 너무 좁은걸.
뭔진 잘 몰라도, 저번에 이 근방을 지나가던 행상인들이 어떤 기계장치 같은걸로 찍어줬어. 아직 시제품이라 그렇게 선명하지는 않다나? 무슨 소린지...
그래도, 나는 마음에 들었어. 너는 어떠려나?

- 설원에서, 주인장.

(안락의자에 앉아서 코코아를 마시며 미소짓고 있는 주인장이 찍혀있는 사진이다)

108 이름 없음 (6a2tzhMgcc)

2020-10-15 (거의 끝나감) 23:14:32

[받은 메세지함]

ㅁ보로히ㅍ어
보곳싶ㅇ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원재야.

-PM11:14-

109 이름 없음 (EYjlcGtJAM)

2020-10-16 (불탄다..!) 15:52:51

>>107

큰 피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소중한 창문을 부순 데다가 너를 춥게 했다니, 나중에 그곳에 가면 내가 눈보라를 혼내줘야겠네!
설원의 도토리! 있으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 벌써 한 번 기적이 일어났던 이곳의 도토리를 구해 설원에 가서 심으면 불가능을 이겨내고 도토리나무가 자라 주려나?
근육질을 뛰어넘어 커다란 나무를 통째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운동하기야! 알았지?
그것도 좋겠다! 나뭇잎을 가지고 이곳을 다시 지나게 된다면 어디서 주웠는지 보여줄게. 무척이나 예쁜 색으로 물든 나무였는데, 직접 본다면 분명 너도 마음에 들어할 거야!
마음 같아선 코코아를 보내달라고 하고 싶지만... 설원에서 네가 직접 타주는 코코아로 마시고 싶어. 너와 함께 마시는 코코아 말이야!
맞아. 정말로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였어! 장작을 모으는걸 조금 도와줬더니 보답으로 간식도 나눠주고, 조각도 알려줬는데 저녁 식사에도 초대해준거 있지?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네게도 소개해줄게!
드디어 그 날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겠네! 어서 설원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네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설원도 보고 싶어. 나도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세상에! 이런걸 찍었었어? 정말 신기하다! 멋있어, 대단해! 선물 정말 고마워. 나도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내 보물 1호로 삼을거야! 이곳에서도 네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다!
모두의 모습도 이렇게 보관해두면 덜 그리워질 텐데.
아니다. 더 보고 싶어 지려나?
이거, 정말 소중하게 간직할게. 망가지지 않도록 잘 감싸서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서 들고 다닐 거야!
나, 내일은 이곳을 떠나서 가을이 끝나가는 곳으로 가볼 생각이야! 그곳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된다.
그리고... 이곳을 지나 겨울 끝자락까지 도착하면 설원에 가까워질 수 있으려나?
갈수록 편지가 길어져서 큰일이야. 생각보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은가봐!
오늘 보내는 가을은 코스모스라는 꽃이야. 비록 생화가 아니라 책갈피로 만들어진 코스모스지만 모양이 예뻐서 너에게 보내주고 싶었어!
그럼, 다음에 또 편지할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기를!

- 오솔길 앞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모양이 거의 원본에 가깝게 보존된 노란색 코스모스로 만든 얇고 네모난 책갈피가 들어있다.)

110 이름 없음 (UAOwMijjzI)

2020-10-17 (파란날) 20:59:00

>>109

하하, 부디 그래주길 바래. 눈보라라면 지긋지긋 하거든.
글쎄. 잘은 몰라도 시도는 해볼만하지 않을까. 자라지 않는다면 다시 파내서 집에 장식이라도 하지 뭐.
그렇다고 선물로 동봉해서 보내지는 말아줘. 너랑 같이 심고 싶거든.
그렇게까지 운동하는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노력은 해볼게.
그렇다면 코코아는 아켜놔야겠는걸. 여기에 도착하면 꼭 같이 마시자구.
음. 같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그 친구를 만나게 되는건 굉장히 먼 미래일 것 같네. 그래도 괜찮아. 네가 그동안 옆에서 여행을 도와줄거니까. 그렇지? :)
설원은 예나 지금이나 추우니까, 오기 전에 옷은 꼭 따뜻하게 입어둬. 감기걸리면 혼낼거야?
보물 1호라니. 쑥쓰러우니까 그만둬. (웃었는지 글자가 조금 흔들려있다)
글쎄. 하지만 아예 못보는 것 보다는 이렇게 모습을 남길 수 있는게 훨씬 좋지 않을까. 언젠가 그 기계장치를 사서 이것저것 똑같이 남기고 싶네.
꽃 이름이 예쁜걸. 책갈피도 예뻐. 내가 책을 많이 읽으니, 앞으로 요긴하게 쓰이겠어. 정말 고마워.
슬프게도 오늘의 나는 선물이 없어. 준비해뒀던게 눈보라를 타고 바깥에 날아가버렸거든.
그래도 쉽게 젖거나 하는 물건은 아니니까 어쩌면 네가 발견할 수도 있겠다. 나중에 근처로 오면 한번 찾아봐. 하하하.
너랑 편지하니까 계속 기다려지잖아. 책임져. 얼른 여기로 오라고.

몸 조심하고.

- 설원에서, 주인장.

111 이름 없음 (QxcUYBNWvs)

2020-10-18 (내일 월요일) 11:36:12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사람과 사람의 손을 타고 일년에 세상 한바퀴를 돌았으며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를 쓰는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내 친구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후로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뒷부분이 찢어져있다.)

112 이름 없음 (A8g1JUR9l.)

2020-10-18 (내일 월요일) 15:25:22

신하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할게. 현실을 봐.
황실 안에도 밖에도 네 편은 없으니 박애주의는 이만 버려. 아니면, 더러운 일은 내가 대신 해줄게.

113 이름 없음 (IxZjmaLcpY)

2020-10-19 (모두 수고..) 16:42:26

>>110

이럴 수가! 선물로 보내려고 했는데! 나를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야?
그럼 내가 직접 도토리를 들고 가야겠네. 주머니 가득 들고 갈 테니까 함께 심어보자. 분명 하나쯤은 자라줄 거야. 안된다면 네 말처럼 장식이라도 하지 뭐!
너라면 그 정도로 운동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코코아 꼭 같이 마셔줘야 해? 나 지금부터 기다릴 거니까. 알았지?
당연하지. 최고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내가 곁에서 도와줄 거야! 나중에 귀찮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지도 들고 옆에 꼭 붙어있을 거니까!
혼나는 건 무서우니까 따뜻하게 입어야겠다. 털옷을 껴입고 가야겠어. 네가 나를 눈사람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적당하게만 말이야!
사실 이것보다는 네게 감기를 옮길 수는 없으니까 조심하도록 할게!
그걸로 쑥스러워하면 안 되지! 난 보물로도 모자라서 집안 대대로 물려줄 생각인걸?
음... 역시 그런가? 네 말대로 못 보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모습을 볼 수 있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네가 그 장치로 찍어서 남길 기록들을 구경해보고 싶다! 분명 멋있겠지?
선물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몇 개 더 사서 보내줄걸!
네 편지가 잘 온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지만... 눈보라 너무해! 내 소중한 선물을 날려버리다니!
설원에 도착하면 눈 속을 파보면서 가야겠어. 꼭 찾아내야지!
참. 내일은 겨울이 다가오는 곳으로 갈 생각이야. 오늘 가을의 끝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겨울로 가면 쉽게 움직이기 어려워서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일찍 출발하려고!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책임지러 갈 테니까 나 보고싶다고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겨울에 도착하면 보낼만한 선물이 많이 없을 테니 지금 미리 보내 놓을게.
가장 예쁜 걸로 골라봤어! 부디 이것도 네 마음에 들기를.
다음에 또 편지할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

- 밤하늘 아래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방에 넣을 수 있을만한 크기의, 막대처럼 길쭉한 망원경 하나가 상자 안에 잘 담겨있다. 망원경은 검은색 몸체의 이음새 부분들이 황금색으로 된 별자리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114 이름 없음 (V.6FFKhRZA)

2020-10-19 (모두 수고..) 17:50:06

너희의 메인컴퓨터 내가 해킹했다 메롱
화장실 빗장보다 허접한 보안 실화?
본국의 정보는 이제 공용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법도청부터 비자금까지 환상적이네요
Good luck

115 이름 없음 (ryXPukTlxM)

2020-10-20 (FIRE!) 11:53:08

나는 유령입니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살아있어요?
심장이 뛰고 있나요?
나의 몸은 부스러졌습니다.
그렇지만 내 영혼은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
아주 오래 그랬습니다.
그래서 산 사람을 해치는 법을 몰라요.
당신은 나를 향해 팥이나 소금 따위를 던졌습니다.
나는 조용한 유령입니다.
쫓아내려고 하지 말아요.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요.
혹은 이렇게 편지를 남기면서요.

116 이름 없음 (33EvVL.9v.)

2020-10-20 (FIRE!) 12:13:46

이봐요, 말썽쟁이 요원님! 왜 또 돌아오질 않으시는 거예요?!
통신 장비도 꺼 놓고는! 며칠째 위치 정보도 갱신시키지 않고! 꼭 제가 이 구닥다리 활자 송신기로 연락을 하도록 만드시는군요! 심지어 이번에 맡긴 일은 아주 아주 간단한 거였다구요. 심지어 요원님도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셨잖아요! 또 임무지에서 이것저것 참견하고 계신 거죠?! 시공간 관리국장님이 자꾸 그러다간 연봉을 깎겠다고 하셨다구요. 얼른 복귀하세요!
제 지원이 없으면 진작에 저격당해서 죽었을 거면서 늘 이렇게 연락 끊기는 건 요원님 쪽이라는 게 말이 돼요?! 요원님이 연락도 없이 사라지면 욕 먹는 건 제 쪽이란 말예요! 신경 좀 써 주세요, 제발!

페페 토크니

117 이름 없음 (H6wFzs.YHE)

2020-10-20 (FIRE!) 13:19:09

안녕하세요,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부득이하게 편지를 남깁니다.
방에 들어가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 괜찮습니다.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면 되죠.
잘 때 머리맡에 와서 서 있는 거? 괜찮습니다. 저는 잠귀가 어두우니까요.
가끔 접시를 떨어뜨리는 거?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X소에서 산 싸구려 접시니까요.
하지만 제발, 제발 부탁인데 제가 출근한 동안 집에서 뛰어다니지 좀 말아 주세요.
아랫집에서 항의가 장난 아니게 들어온다고 오늘도 관리인한테 한 소리 들었다고요.
그 시간이면 집에 아무도 없다고 말을 해도 안 믿으시는데 귀신이 낸 소리라고 말할 순 없잖아요?
뛸 거면 차라리 천장에 붙어서 뛰세요. 그럼 최소한 아랫집한테 피해는 안 가겠지.
어차피 저 돈 없어서 방 못 빼거든요? 당분간 같이 살게 된 거 피차 좋게좋게 갑시다.
한 번만 더 항의 들어오면 적금 깨서라도 무당이든 엑소시스트든 부를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작은 메모지에 볼펜으로 쓴 편지. 꾹꾹 눌러 쓴 자국이 분노를 담고 있다.)

118 이름 없음 (64Jhr/LNuk)

2020-10-22 (거의 끝나감) 05:15:02

안녕, 빌런.
어제 나와 내 강아지를 구해줘서 고마워.
나같은 소시민은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119 이름 없음 (WhKRjztvBM)

2020-10-22 (거의 끝나감) 07:11:10

>>118
대체 무슨 편지지로 작성한 거지? 마법술식이 하나도 걸려있지 않지 않느냐.
어째서 이런 하찮은 자의 편지가 나에게 전달되었는지 모르겠군.
허나 이런 자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것이 나의 의무이겠지.
따라서 시간을 내어 짧게나마 답장을 하겠다.

강아지를 데리고 있던 소시민이라면 어제 공원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이냐?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네녀석이 얕볼 정도로 나의 기억력은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는 길은 건너기 전에 주위를 살피길 바라지. 이 나의 조언이니 새겨듣도록.

120 이름 없음 (cJ4ug4cXSI)

2020-10-22 (거의 끝나감) 22:16:17

>>117

안녕하새오 처녀기신이애오
너는 내가 무섭지 안아오?
먼 짓을 해도 반응도 업고
기신한테 층간소음 혼내는 사람
새상에 너 하나일거애오
돈 업는데 무당 부르지 말고
잇는 능력 석히지 말고
그냥 너가 무당을 하새오
이 자본의 노에야!

(메모지 뒷면, 다섯살 애가 쓴 것처럼 삐뚤거리는 글씨체)

121 이름 없음 (1ZJguBrNLQ)

2020-10-23 (불탄다..!) 00:23:15

>>120

맞아요, 저는 자본의 노예예요. 그래서 눈에 뵈는 게 잘 없죠.
원래 자본의 노예한테는 귀신보다 직장 상사랑 집주인이 더 무서운 법이랍니다. 저한테서 반응을 보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데려오세요.
그리고 귀신이라도 지킬 건 지키고 살아야죠. 계약 기간도 안 끝났는데 집에서 쫓겨나면 책임질 거예요?
그러지 말고 차라리 원하는 게 뭔지 말해 봐요. 찾는 사람이 있다던가, 하고 싶은 게 있다던가, 뭐 그런 거.
불법이 아닌 선에서 최대한 도와줄게요. 그쪽도 빨리 성불하고 싶을 거 아니에요?
솔직히 굿을 하기에는 돈 아까운 것도 사실이니까 복숭아나무 가지로 민간 퇴마 시도하기 전에 대화로 풀자고요, 대화로.
메모지 넉넉하게 놓고 갈 테니까 여기다 답장해 줘요.

추신. 근데 무당 돈 많이 벌어요? 진짜 확 이직이나 해 버릴까.

122 이름 없음 (GRjXw.zqV.)

2020-10-23 (불탄다..!) 20:04:13

>>121
소녀의 눈에도 귀공께선 눈에 뵈는 것이 있지 아니하신 걸로 보이옵니다. 전후 사정을 면밀히 살피지 아니하시고 지나치게 낮은 요금에 홀리시어 성급히 계약에 인을 찍으신 것이 목전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니... 결국 자본의 사슬 탓에 꼭 불나방 같은 우를 범하신 것 아니겠사옵니까?

허나 소녀는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아니하여 자유롭지요. 이 나라뿐만 아니라 온 천하를 보아도 귀와 영을 벌하는 법도가 선 곳이 없으니 그것이 첫 번째 자유요, 배곪음과 한서, 질병과 수마와 죽음마저도 감히 소녀를 범하지 못하니 그것이 두 번째 자유입니다. 의무 없는 자유는 달콤하기 그지없으되 이것이 바로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 열반일 것이옵니다.

서론이 장황하였으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귀공께서 소녀의 비위를 맞춰주시어도 결국 소녀가 성불하여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옵니다. 아, 그렇다고 비위를 거스르라는 뜻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부디 무당 일은 무당에게 물으소서... 그건 소녀도 잘 모르옵니다...

(인쇄된 듯 한 궁체)

123 이름 없음 (28AWPIt9Fw)

2020-10-23 (불탄다..!) 20:16:10

냥냥.
매점아, 원무동의 고양이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산에 들어와서 살고 있어.
생각보다 사냥할 작은 동물이 많아서 배는 안 곯고 있지만, 무서운 동물이 나오면 바로 도망가야 해.
역시 우리 고양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에휴.
그래도 좋은 건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분다는 거야.
이번 보름달엔 내려가 볼 테니까 맨날 졸고 있는 마당이도 빠짐없이 나오라고 그래!
냥냥.
🐾고양이 발자국 글자다냥. 인간은 못 읽는다냥!🐾

124 이름 없음 (ILHKR9vKaY)

2020-10-23 (불탄다..!) 20:16:49

>>117
아랫집입니다.

관리실 통해 여러차례 말씀드렸는데, 또 쿵쿵 소리가 나네요.
집에서 뭘 하시는지 아니면 동물을 키우시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아침 10시에서 12시 사이에는 조용히 해 주세요. 3개월 된 우리 애 내내 못 자다가 그 시간에 겨우 잠듭니다. 저희도 정말 많이 참았고, 무리한 요구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125 이름 없음 (1ZJguBrNLQ)

2020-10-23 (불탄다..!) 21:21:47

>>122

사람 말은 지지리도 안 듣는 다중인격 귀신 양반.

오늘도 제가 출근한 사이에 집에서 신나게 뛰어다녔나 봐요.
대체 뭘 하길래 그러는 거예요? 줌바댄스라도 추는 거예요?
다른 건 다 해도 되니까 층간소음만 신경 좀 써달라고 한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고요!
그리고 돈 없는게 죄냐고!
솔직히 그 정도 집값이면 귀신 소굴이래도 살 사람 세상에 차고 넘치거든요?
애초에 뭐 있는 거 알면서도 입 싹 닦고 계약한 집주인이 잘못한 거지!
원하는 것도 없어, 이사를 가지도 않아, 그럼 최소한 같이 살면서 기본적인 예의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음번에 또 허튼짓 하면 얼굴에 소금을 자루째로 뿌려 버릴 줄 ㅇㅏㄹ

(마지막 글자는 거의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휘갈겨 쓰였다.)

126 이름 없음 (1ZJguBrNLQ)

2020-10-23 (불탄다..!) 21:22:14

>>124

(작은 상자가 문 앞에 놓여 있다. 포장지에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안녕하세요, 윗집입니다. 민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관리인분께 이미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그 시간에 저는 출근하고 집에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때까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사죄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놓고 갑니다.

127 이름 없음 (GRjXw.zqV.)

2020-10-23 (불탄다..!) 22:32:32

>>125

나는 그냥 연기를 잘 하는 거지 다중인격은 아닌데. 화났어? 삐졌어? 응?
그나저나 당신, 화내니까 박력이 넘치네❤
정 내게 뭔가 해 주고 싶다면 옥춘당 한 봉지만 예쁘게 쌓아서 공물로 바칠래?
당신이 아침 먹을 때 옆에 앉아서 절반은 혀로 녹여먹고 절반은 부숴먹게❤
당신도 내 얼굴 보면서 아침 먹으면 소금 뿌릴 생각도 다 사라질 거야❤

128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1:09:13

너가 마법에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알려주는 건데 그거 네 생각처럼 하는 거 아니야. 지팡이 휘두르면서 주문 외치면 되는 거 아니라고
요즘 마법은 프로그래밍이야
그러니까 환상을 버리고 그냥 포기해.
작년 프로그래밍 수행평가 D 받은분 ㅋㅋㅋㅋㅋㅋ

129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1:18:38

>>128 환상은 가지게 해줄 수 있는 거잖아. 너무해... 히잉...ㅜㅜ

아니 잠깐! 요즘 마법이 프로그래밍이랬지? 그럼 예전 마법은 프로그래밍이 아니란 거잖아? 그럼 난 아직 마법에 환상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다! 그치? 그렇다고 적어줘. 얼른.

130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1:22:25

>>129
내가 괜히 다른 과목 다 말아먹어도 프로그래밍 A 받았겠냐

예전 마법은 프로그래밍이 아니긴 한데
프로그래밍식 마법이 아이맥이라면 예전 마법은 천공카드 돌리는 컴퓨터야

131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1:32:02

>>130 프로그래밍 빼고 다 A지만 너랑 성적표를 바꾸고 싶어졌어... 아니지 두뇌를 바꿔야 하나... ㅜㅜ?

그렇게 설명해주니까 예전 마법이 저사양 그래픽인 것처럼 보이잖아 ㅜㅜㅜ 내 환상 돌려내...

132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1:35:46

>>131
야 솔직히 지팡이 흔들면서 주문 외치면 퀄리티도 일정하게 안 나오고 주문 반복하려면 계속 흔들고 외쳐야 하는데 중간에 실수하면 삐끗해서 다 처음으로 돌아오고
누가 그렇게 하겠냐 코딩은 마법계의 혁명이야

원하면 기억 삭제해줄까?

133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1:43:11

>>132 설득 당하고 싶지 않은데 조금 설득되어 버려!
그치만 그치만.. 혁명이긴 하겠지만.. 사람의 꿈과 환상은 지켜주지 않는...

아니... 삭제는 안 돼! 무서워!

134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1:48:10

>>134
사이버펑크 마법사도 꽤 새로운 판타지 아니냐

사실 이미 몇 번 했어 미안...

135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1:50:39

>>134 앗 조금 혹했다. 사이버 펑크 마법사도 괜찮은 거 같..

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뭐야? 나 모르는 사이에 기억 삭제 된 거야?? ㅜㅜ 대체 왜.. 뭐 때문에 삭제한 거야? ㅜㅜㅜㅜ

136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1:56:31

>>135
너가 마법의 숲 보고 싶대서 데려갔는데 말 안 듣고 귀신한테 홀려서 한번
밤에 학교 왔다가 거울에서 귀신 보고 충격받아서 한번
이무기 서식지 발견했다가 죽든지 지우든지 하래서 한번

아 생각해보니까 다 내 탓은 아니잖아
괜찮아 내가 비타민이랍시고 준 보호제만 잘 먹었으면 괜찮을거야 잘 먹었지???

137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2:04:14

>>136 너무해! 라고 생각했지만 스불재네... 스불재야...ㅜㅜ
마법은 좋지만 귀신은 싫은걸... 이무기 서식지는 정말 어쩌다가 발견한 거지??

응. 네 탓은 아니야.
네가 준 비타민 먹고 있는데... 네가 말한대로 하루 한 번...
비타민이 아니라 보호제야ㅜㅜ? 대체 뭐로부터 뭘 보호하는건데... 귀신으로부터 내 정신건강? 안 먹으면 어, 어떻게 되는 거야?

138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2:09:08

>>138

안 먹으면 부작용이 엄청 심한 건 아니고
기억력이 살짝 떨어질 수 있어 살짝...
리모컨 잃어버리는 빈도가 조금 늘어나는 정도 빼면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데 혹시 모르니까 일주일만 더 먹어
하루 빼먹는다고 어떻게 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 말고

139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2:16:42

>>138 엄청 심한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살짝 떨어지는 것도 싫다구! 응, 그래도 일주일 더 먹을게ㅜㅜ 고마워. 조금 안심 됐어.

너 정말 좋은 애구나... ㅜㅜ 나 스불재 보고 충격 받았잖아. 과거의 나는 답이 없었구나 싶어서... 마법의 숲에 버리고 올 수도 있었고 방치할 수도 있었을텐데도 꼬박꼬박 챙겨서 구해줬네. 고마워 ㅜㅜㅜㅜ

140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2:18:56

>>139
그러게 난 너무 좋은 사람인 거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내팽겨쳐두면 (덧칠되어있다)
신경쓰지마 살아 돌아오면 됐지 뭐

141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2:22:06

>>140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덧칠해두면 신경 쓰여... ㅜㅜ
그래도 고마운걸. 음, 지금 지갑에 오만원 있다. 내일 만나서 한 턱 쏠 수 있겠네. 치킨 먹을래? 내가 살게.

142 이름 없음 (ljJDB8hzQg)

2020-10-24 (파란날) 02:24:07

>>117
안녕하세요 윗집인데요...
혹시 우퍼 스피커 사셨나요? ㅠㅠ 저희 정말 조용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래도 시끄러우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부탁이니 스피커 좀 꺼주세요. 4시부터 5시까지 저희 애들 과외수업 있는데 그 시간만 되면 귀곡성같은 여자 노랫소리가 온 집을 울리네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바닥이 다 흔들거리기에 알아보니까 이건 우퍼 스피커밖에 없다고... 저도 저희 애들 집에서 뛰어다니지 않도록 더 주의시키겠습니다. 스피커 좀 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들 내신 성적이 엉망이라 과외를 꼭 해야 하는데 학원 시간 때문에 그 시간 아니면 곤란해요... 부탁드립니다...

(선물상자에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143 이름 없음 (eWYHV.D2tA)

2020-10-24 (파란날) 02:28:49

>>141
어차피 또 갈 일도 없을텐데 뭐. 텃세가 하도 심해야지 퉤
왕 치킨 사랑해 우리 영원히 친구하자

144 이름 없음 (Xx1ebi2Tfg)

2020-10-24 (파란날) 02:36:35

>>143 응! 갈 일 없겠지! 갈 일 없어야 해!
치킨은 사랑이지. 마법은 못 써도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
그래 ㅋㅋㅋ 영원히 친구하자!

145 이름 없음 (.tafbup9Z2)

2020-10-24 (파란날) 16:58:48

>>127

야 이 망할 귀신아!!!!!
나 없는 사이에 신나게 노래를 열창했다면서요?
어제는 아랫집한테 항의가 오더니 오늘은 윗집한테서 항의가 왔다고요!
지금 댁이 무슨 공포영화 오디션 연습해요?
뛰지 말랬더니 이제는 고성방가 시작이냐고!!!
진짜로 누구 쫓겨나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요?
방마다 부처님 그림 붙여버리기 전에 작작 하라고요!!!
그리고 옥춘당은 뭔 옥춘당이야! 동네 마트에는 팔지도 않아서 찾느라 개고생했잖아요!
귀신이 사람보다 팔자가 좋구만!!!
내일 테이블에 소금에 절여진 옥춘당 있으면 그거 내가 한 짓인 걸로 알아요!!!

146 이름 없음 (.tafbup9Z2)

2020-10-24 (파란날) 16:58:56

>>142

안녕하세요, 아랫집입니다. 선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 집에는 스피커가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직접 들어와서 확인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시간에 저는 출근해서 집에 없습니다.
지금 관련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니 그때까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녀분들이 뛰어다니지 않게 단속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147 이름 없음 (Zkv/iZ9wDY)

2020-10-24 (파란날) 17:33:44

>>113

하하하. 그 정도 심리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구.
그래. 그래도 네가 가져온 도토리니까, 잘 자라지 않을까?
네가 얼마만에 이 설원까지 도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기만 한다면. 질릴 때 까지 만들어 줄게.
저런. 귀찮아도 붙어있겠다니. 그럼 걷기 힘들땐 네가 업어줄거야?
그래. 여기는 상당히 추워. 나야 적응하기도 했고,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설원에 들어왔다간 얼어죽을수도 있어. 조심해.
뭐, 물려준다고? 그걸? 안돼안돼. 네가 여기에 도착하면 그 사진을 뺏어야겠어...
언젠가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찍어줘야겠어. 네가 처음으로 찍힐 영광을 주도록 할게.
아, 괜찮아. 이 정도만 있어도 책에 꽂는데는 문제 없을거야.
네 선물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나가서 찾기엔 눈보라가 강한 시기인걸.
이제 겨울로 오는구나. 그 겨울에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만나고 싶어서 기대되는걸.
그럼 이제 겨울에 들어올테니, 준비를 조금 도와줘볼까. 네 손에 맞을지는 모르겠네.
망원경은 잘 받았어. 덕분에 밤이 심심하지 않게 되었어. 책을 읽지 않을때면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데, 그게 꽤나 재밌어더라구.
따뜻한 겨울 되길.

- 설원에서, 주인장.

(빨간색 장갑에 손목부분은 하얀색 털로 덮여있는 전형적인 산타 장갑이 들어있다)

148 이름 없음 (RFPNf9OKbU)

2020-10-24 (파란날) 20:30:46

아직까지 깨어있는 사람?

일단 나

149 이름 없음 (jn2/blEBh6)

2020-10-25 (내일 월요일) 00:12:19

바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였단 말야.
바보야.
멍청아.
잘 살아라. 흥.

150 이름 없음 (CxRWFrJw5o)

2020-10-25 (내일 월요일) 01:32:21

옆집입니다
어제 새벽에 비명소리 나던데
괜찮으신가요

151 이름 없음 (BGFBwoo.7E)

2020-10-25 (내일 월요일) 15:08:55

누나에게

누나 나 에단이야. 나졸린데도 엄마가 편지쓰래. 누나뭐해? 나이제여덜살이야. 학교도 갔다왔어. 근데 아침에 일어나는건 쫌 어려워. 짝꿍이름은테오야. 누나는 근데 테오 안좋아할 껄? 걔는 약간 바보같애. 그래도 재밌는친구야. 엄마가 누나잘도착했냐고 물어보래. 누나가 도착해야지 편지를볼수있는데 왜그렇게 물어보는지모르겠어. 그리고 밥 잘챙겨먹그래. 엄마는 맨날맨날 나한테 자꾸 대신 말하라고 해. 누나는 힘쎄니까 멀리가서도 잘할탠데 그치. 아프지마 나이제잘께 답장해줘 안녕

1월 9일
에단 보넴

152 이름 없음 (fye0uc9Tpc)

2020-10-29 (거의 끝나감) 18:44:39

>>147

답장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오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목적지까지 오는데 늦어버린 거 있지?
하마터면 겨울에 오지 못할 뻔 했는데, 네가 만들어주겠다는 코코아를 생각하며 끝까지 버텼더니 겨우 길을 찾아서 이제야 도착했어.
역시 네 코코아는 정말 대단해!
가방 가득 토리를 가져가고 있기는 한데, 정말 잘 자랐으면 좋겠다. 조심해서 가져갈게!
음... 걷기 힘들 때라면... 좋아! 인심 썼다. 내가 업고 가줄게!
걱정하지 마. 네 말대로 준비 단단히 하고 들어왔어! 네가 준 장갑을 끼고 말이야!
이걸 하고 있으니까 전혀 안 추운거 있지?
계속 끼고 있고 싶지만 방 안에서는 소중하게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밖에 나갈 때만 아껴서 사용하고 있어!
정말 고마워. 덕분에 너무 따뜻해! 손이 시렵지 않으니까 오래 돌아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이걸 하고 열심히 네가 있는 설원까지 가야겠다!
안돼! 이 사진은 이미 내거야! 내가 계속 소중하게 가지고 있을 거야!
절대 못줘!
뭐? 정말 나를 제일 먼저 찍어줄 거야? 이럴 수가, 영광이야! 예쁘게 찍혀야 할텐데... 벌써부터 긴장된다!
그럼 다음번에는 책갈피 대신 다른걸 선물해줄게!
내 여행의 끝에는 분명 네가 있을 거야. 이 겨울의 끝에 말이야!
잘 받았다니 다행이다. 설원에 도착하면 네가 관찰한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
너랑 같이 관찰하고 싶기도 하고!
참. 네게 보낼 겨울 선물은 오늘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도착하면 전해줄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다음 편지는 일찍 보내도록 할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

- 눈사람 앞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153 이름 없음 (DUX8d67.hQ)

2020-10-29 (거의 끝나감) 19:23:22

그-레이트!

154 이름 없음 (Sh4oqzvY36)

2020-10-30 (불탄다..!) 01:47:04

이웃 마을의 이름모를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의 이웃마을에 사는 피엘 리세나 라는 사람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아 놀라셨을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저희 마을에는 교류를 나눌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없어 정기적으로 물건을 팔러가는 헤일 아저씨께 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만약 괜찮다면 다음에 헤일 아저씨가 방문했을때 답장을 보내주세요. 마을 밖을 나간적이 없어 이웃 마을의 얘기가 궁금합니다.

편지가 제대로 갈지 걱정되는 피엘 리세나.

155 이름 없음 (rG6ObXHPlc)

2020-10-30 (불탄다..!) 18:26:33

크로커스 보라향기 실려오는 가을밤엔 희망과 당신이 유독 아려옵니다.
맥없는 단풍잎이 당신 발걸음일까, 별 없는 하늘에 길 헤매어 외진 곳에 울고 있을까.
내가 버린 당신이 나를 버려 울까 마음이 동하는 것은 내가 보는 당신을 믿고 있기 때문이고 내가 보지 않는 당신 또한 굳세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내 님, 나를 사랑하신다면 허땜쟁이는 보내주세요.
닿지 않을 편지를 붙잡고 오늘밤도 하냥 울어봅니다.

156 이름 없음 (4H6I9InZwY)

2020-10-30 (불탄다..!) 19:25:40

>>152

뭐 괜찮아. 누구든 급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기다리는 동안은 망원경 덕분에 재밌게 즐기기도 했고 말이야.
내 코코아에 그런 힘이 있는지는 몰랐는걸. 와서 실컷 마시게 해주려면 많이 놔둬야겠어. 곧 행상인들이 올 때기도 하니까.
장갑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내가 직접 만든거라, 엉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디자인도 흔해빠졌고...
그렇다면 너만 가지고 있으란 말이야. 부끄럽게 후손들한테 물려주거나 하지 말고... 걔들이 날 알기나 할지 모르겠는걸.
당연하지. 아직 손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행상인들이 올때는 제대로 된 제품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싶어.
그때도 한장 찍어서 보내줄게.
응.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도 슬슬 질린다고.
안오면 잔뜩 화낼거니까 꼭 와.
별들의 이름이라던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보면서 엄청 재밌었으니까.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좀 있는걸.
다음 선물이 기대되네. 나도 그럼 기대할 수 있도록 이번 선물은 건너뛰고 다음을 기약할까.
네 선물에 견줄바는 아니겠지만 말이야.
너도 좋은 하루 보내. 오늘도 몸 조심하고.

- 설원에서, 주인장.

157 이름 없음 (xt8FuX9H32)

2020-10-30 (불탄다..!) 20:10:34

시민들이 당신을 추모하는 노래를 지어 불러요. 모두 당신이 희생했다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은 지쳤던 거죠? 억측이 아니에요. 나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 온 사이드킥이니까 알 수 있어.

오래 전부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졌죠? 그만두고 싶었죠? 마침 적당히 싸우다 죽어도 되는 빌런이 나타나서 잘 됐다는 생각 했었죠?

. . .

당신이 정말 미워요.

-- V

158 이름 없음 (9VTRoeqiLQ)

2020-10-31 (파란날) 01:05:25

>>154

이웃 마을의 피엘 리세나 씨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의 편지를 받은 헤만 솔리스입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헤일 아저씨는 종종 뵈었던 분이라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편지를 받는 것도, 쓰는 것도 처음이라 이 상황이 굉장히 낯설긴 하네요. 음... 먼저, 저도 다른 마을에 대해선 잘 몰라서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점이라면 제 또래의(당신 또래의) 친구들이 몇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보다 아저씨께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여쭤봤더니 편지로 직접 물어보라고 하시더군요. 능글맞은 아저씨. 그러니까 이렇게 물어볼래요. 리세나 씨는 몇 살이에요? 제 나이는 다음 답장에서 알려줄게요. 만약 리세나 씨의 편지가 또 온다면요. 그리고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콕 집어서 물어봐 주세요. 뭐... 저보다 이 마을이 더 궁금하다면 어떤 것이 궁금한지 알려주세요.

삐뚤삐뚤한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헤만 솔리스.

159 이름 없음 (i8p6/gWhOU)

2020-10-31 (파란날) 01:18:08

>>150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확히 몇 호 주민이시죠?
이 층에 집이 꽤 많잖아요.

160 이름 없음 (Qw7Tp9c6Zc)

2020-10-31 (파란날) 03:16:58

현영이에게.

안녕, 잘 지냈니? 연서 언니야~! 부산은 좀 더 따뜻하겠지? 그래도 두꺼운 옷을 꺼낼 때가 됐어. 감기 들지 않게 잘 챙겨 입고 다니렴.
인턴 생활 힘들텐데 적응은 잘 하고 있으려나. 현영이는 못하는 게 없긴 하지만,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가 또 앓아누울까 걱정이 크다.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마음 편하게 먹어. 알겠지?
맞아, 그리고 저번에 보낸 편지 잘 받았어. 매일 받는 게 편지인데도 우리 현영이한테서 받으니까 감회가 새롭더라. 앞으로도 종종 써 줄래? 언니 완전 기뻤어.
그런데 있잖아, 읽어보기는 했는데 사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알다시피 내가 인터넷도 안 하고 게임도 안 하고, 그런 문화를 잘 모르잖니... 2주 후에 '던전'이 열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니? 지금 올 수 없다는 건 또 무슨 소리구? 여러 번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하구나. 그래도 뒷장의 괴물이랑 빌딩 그림은 인상깊었어! 정말이야. 꿈에 나올 것 같던걸.
네 또박또박 귀여운 글씨를 보는 것도 참 즐겁지만 역시나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쉽더라. 다음 편지엔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줄래? 답장 기다리고 있을게.

10월 1일
최연서 보냄

161 이름 없음 (0iuUE5S.Ac)

2020-10-31 (파란날) 03:53:47

암호명 올빼미에게,

작전은 예정한 대로 잘 준비되어 가고 있어요. 작전일에 맞춰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다는 예측이에요.

성 주변의 마법진 여럿을 망가뜨려 놨는데, 덕분에 마법사들이 제 힘을 쓰지는 못할 거예요. 이제 성채 주변에 소탕 작전의 병사들을 매복시켜 놓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벌새가 서쪽 성채에서 신호탄을 피워올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돌입해서는 안 돼요. 녀석들, 자칫하면 성 전체를 텔레포트로 피신시켜 버릴 수도 있으니까.

곧 있으면 지긋지긋한 잠입 임무도 끝나는 거네요. 이걸로 마법사 놈들의 씨를 말리는 것에 한층 다가간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뿌듯하달까요. 벌새 걱정은 마세요. 저번처럼 마법사들에게 정이 들어서 머뭇거린다거나 하는 실수는 하지 않을 거예요.

당일에 가능하면 비가 왔으면 좋겠는데. 불꽃 마법이 통하지 않게 말이죠. 참, 벌새가 비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던가요? 그 이유도 있고요. ;D 이번에는 혼내지 마세요. 올빼미가 보고서에 잡소리 써 놓는 거 좋아하는 거 벌새도 알거든요?

임무가 끝난다는 건 이제 곧 다시 만난다는 거겠죠? 맥주 사기로 한 거 잊지 마요. 편지 읽었으면 태우세요. 조만간 다시 연락할게요.

암호명 벌새 보냄

162 이름 없음 (WlYFoo.322)

2020-11-04 (水) 01:27:00

지호야!
그거 알아?
뒷산 너머 저수지에 가보면 알게 될 걸?
8시에 나와, 알았지?

163 이름 없음 (7GvY/bihZU)

2020-11-04 (水) 01:31:27

>>162
너 누구야?
왜 남의 책상에 이상한 편지를 써 놓고 난리야?
이런 식으로 고백한다고 딱히 인상깊지는 않거든요

203 이름 없음 (thebAiKGKM)

2020-11-04 (水) 17:36:41

내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잘 될까요...

204 이름 없음 (WR15TbaEYw)

2020-11-04 (水) 17:39:35

>>203
당신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205 이름 없음 (thebAiKGKM)

2020-11-04 (水) 18:00:16

>>204
고마워요, 정말. 그 말이 필요했어요.

206 이름 없음 (h/FgF5vzLo)

2020-11-04 (水) 22:55:47

>>156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 게다가 내 생각보다 망원경이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다행이야!
질리도록 마실 거야! 그리운 코코아, 내 사랑 코코아!
행상인들이 오는구나! 이번에도 얼마 전 기계장치처럼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이 있으려나?
궁금하다. 직접 보고 싶어! 빨리 설원으로 가야겠어!
이 장갑 직접 만든 거야? 정말? 진짜?
세상에! 엉성하지 않아. 전혀. 정말로! 디자인도 귀엽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들어!
무슨 소리! 이런 귀한 사진은 오래도록 보존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후손들에게 직접 알려줄 거야. 이 사진에 찍힌 사람이 바로 내 친구이자 설원에 사는 위대한 주인장이라고!
시제품이 나왔던게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완제품이 나온다니 시간 정말 빠르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너무 오래 여행을 한건가?
어쨌든 네 새로운 사진을 빨리 받아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빨리 듣고 싶고!
나도 혼자는 너무 심심해! 꼭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음... 내 손재주가 좋지 않아서 모양은 예쁘지 않겠지만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어볼게!
네 선물이 내 선물보다 훨씬 멋있고, 신기하고, 다정한걸!
그리고 네가 보내주는 선물은 언제나 내 최고의 행복이고!
참, 오늘 겨울의 첫 번째 마을을 떠났는데 저 멀리에 벌써부터 설원이 보이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거 있지?
하마터면 큰 소리로 너를 부를 뻔했어! :D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네가 더 보고싶다.
부디 너도 몸조심하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기를!

- 오두막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207 이름 없음 (qd0j6TrZBM)

2020-11-05 (거의 끝나감) 01:10:03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온 듯 합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에요.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면 눈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지만요. 당신은 함박눈을 좋아했지요. 당신을 닮아 나도 눈을 좋아하게 되었나봅니다. 몇 해 전 겨울까지는 함박눈이 와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곳에 오게 되었을 때, 그리 놀라진 않았어요. 예감했던 일이었으니까요. 사실, 어쩌면 언젠가— 그 광활한 우주 속에서 적적히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리 나쁜 곳은 아니네요. 당신에게 잊혀진 것들이 모이는 곳은 생각보다 따스하고, 정이 많고, 눈물이 많아요.

잘 지내고 계시죠? 가끔 걱정이 됩니다. 항상 이곳에서 마음이 적힌 편지를 보내는 상상을 해요. 답신 대신 당신의 웃음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다 문득 외로움이 참아지지 않아 이렇게 글을 적으니 저도 아직은 부족한 존재인가 봅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요.

당신의 미소를 떠올리며, 사랑을 담아.

208 이름 없음 (SIsxrx8Vp.)

2020-11-06 (불탄다..!) 15:56:51

_

야, 잘 지내냐?
나는 잘 지낸다. 열심히 노력해서 수영도 다시 시작했고 니가 해보라고 했던 피아노도 배워보고 있어. 지금은 종이비행기만 치고 있지만 나중에는 니가 그랬던 것처럼 바흐? 쇼팽? 이런 사람들 노래도 쳐보려고. 덕분에 매일 바쁘게 살고 있다.
아. 그렇다고 무리하는 건 아니야. 가끔씩은 중학교 동창들이랑 만나서 놀기도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할 말도 별로 없으면서 왜 편지를 썼냐고?
그냥...니가 생각나서 한 번 써봤어.
고맙다고 하고 싶기도 했고.
내가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는건 그날 널 만난 덕분이니까.
고마워. 비록 이 말을 해준 너는 지금 이곳에 없지만, 네가 해줬던 그 말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있어.
...

그 곳에서도 잘 지내라.
또 편지할게.

_

209 이름 없음 (bp2Ye4ZlBI)

2020-11-06 (불탄다..!) 17:27:25

암호명 올빼미에게 전달

중대한 보고. 계획은 이미 발각되어 있었음.

작전지에 함정 설치가 끝났다는 정보를 입수함.

즉각 부대를 철수할 것, 작전 속행 시 전 부대 궤멸 예상.

본 요원은 구조 요청을 포기하고, 서신이 추적당해 검거되는 즉시 자결하겠음.

해당 통지가 도착하는 대로 즉시 전 부대를 철수시킬 것.

210 이름 없음 (S.7Wu2Yv8g)

2020-11-06 (불탄다..!) 19:13:12

(작은 편지봉투 안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주황색으로 된 편지지 크기의 종이만 들어있다.)

211 이름 없음 (NIOc4kvb.c)

2020-11-06 (불탄다..!) 19:25:48

(종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레몬즙을 뿌려야 보이는 편지인 모양이다.)
(레몬즙을 뿌려 보니 >>215의 내용이 쓰여 있다...)

212 이름 없음 (jG7SO78w5I)

2020-11-07 (파란날) 20:54:25

있지, 나 지금도 우리가 약속했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리샤가.

213 이름 없음 (ZgLlEYcJIg)

2020-11-07 (파란날) 22:52:10

전학생.
우리 학교 셔츠 입을 때 조심해.
안에 분홍색 딸기 무늬 반팔티 다 보이더라.
네가 안에 티셔츠를 입고 있어 다행이야.

p.s. 딸기 좋아해? 의외다.

214 이름 없음 (Qej9gn5wzw)

2020-11-08 (내일 월요일) 21:57:40

>>116

페페 토크니에게

답장이 늦었네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변명하자면, 이번엔 맹세코, 내 쪽에서 먼저 참견한 게 아니에요. 장비들이 발각될 뻔 했던 상황이라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조리 꺼놓을 수 밖에 없었어요. 누가 여기 사람들에게 시공간 관리국에 대한 정보를 어정쩡하게 흘리기라도 한 건지...추적을 전부 따돌리고 패러독스가 생기지 않도록 수습하느라 정말...힘들었답니다. 하하.

저는 곧 복귀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말서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집요한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영영 복귀하지 못하는 것보단 연봉 삭감이나 시말서 백 장이 나을 것 같군요...
너무 지체하면 복귀할 기회를 다시 놓칠 지도 모르니 이만 줄이죠. 본부에서 봅시다. ;)

시공관 관리요원 로렌 리브라토

(만년필로 다소 급하게 휘갈겨쓴 듯한 글씨. 그렇지만 아래쪽에는 나름대로 멋들어진 서명이 들어가 있다.)

215 이름 없음 (cUvHYcBho.)

2020-11-14 (파란날) 09:55:22

야옹.
공물은 참치맛으로 가져오라옹.
레몬은 됐다옹.
다시 말하지만 참치맛이라옹.

멍멍.
🐾

216 이름 없음 (eD7DtjVlV.)

2020-11-14 (파란날) 18:20:29

썩은 공권력에 도움받은 기분이 어때?
나도 목숨 걸고 한 일이니까 감사히 생각해라.
뻘짓하지 말고 떠나. 외곽까지 감시할 정도로 열정적인 분들은 아니거든.
농사라도 짓든가 해라. 다시 오면 나도 안 도와준다. 아니 못 도와줘.

217 이름 없음 (9brbRj.GQY)

2020-11-16 (모두 수고..) 16:16:26

생일 축하드립니다.
도련님께서 좋아하실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시길,

제로니아로부터.

218 이름 없음 (KdIg3HvoaY)

2020-11-16 (모두 수고..) 16:22:16

>>217
제로니아, 생일선물은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메이드장이나 집사장에게 걸리면 너나 나나 무사하지 못할걸.
그래도 선물 고마워. 이거 진짜 갖고 싶던 거였는데 어떻게 알았어? 제로니아는 사람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걸까?
다음에 마을에 내려갈 땐 같이 가자. 보답해줄게.

219 이름 없음 (RLYcnKvYFk)

2020-11-16 (모두 수고..) 16:28:03

실비아.
나는 아주 멀쩡하다. 어디 레스토랑에 끌려가서 식재료 모으는 노비 비슷한 게 된 것만 빼고.
네가 자식을 낳았다면 숲에 보내지 마. '숲의 레스토랑'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너무 맛있는 음식을 줘서 손님들이 안 나가게 하는, 그런 부드럽고 착한 곳이 아니니까.
사람들을 납치해서 애는 요리사로 키우고 어른은 사냥꾼으로 쓰는 몹쓸 곳이지.
그래도 목숨 위협 없는 데는 안 보내고, 음식도 맛있고, 숙소도 괜찮으니까 가족도 친구도 아내도 없는 망한 인생 놈들은 좀 꼬드겨서 보내줘. 일손 없다.
10년 전에 실종된 네 동료 골덴이 보냄.

220 이름 없음 (DvrrbhJyQc)

2020-11-16 (모두 수고..) 16:53:43

법도에 어긋나더라도 감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 도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메이드의 임무랍니다.
보답은 관두셔도 되지만 명령이시라면.....외출복을 준비해두겠습니다.
특별한 하루 되시길,

제로니아.

221 이름 없음 (mBSZylks9U)

2020-11-16 (모두 수고..) 17:04:10

>>215
(우체통 안에 비린 냄새가 나는 레몬이 놓여있다)
(....참치맛 레몬이다)

222 이름 없음 (5K3FwsbmFM)

2020-11-16 (모두 수고..) 17:07:19

>>219

골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10년 전 네가 사라진 그 날부터 나는 계속 너를 찾아다녔어. 어디에도 네 흔적이 없어서 절망하고 다시 일어나고 했던게 벌써 10년이나 되었다고. 그런데 왜 이제서야 편지를 보내는거야? 내가 걱정하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은거야?
나는 자식따위 없어. 결혼도 안 했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동료를 잃어버리고 죄책감 하나없이 혼자 행복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숲의 레스토랑'. 옛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였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였기도 하고.
그러니 찾아간다. 숲으로 들어갈거야. '숲의 레스토랑'이 부드럽고 착한 곳이 아닌 것처럼 나도 이제 그러니까. 네 말대로 가족도 친구도 남편도 없는 망한 인생이 찾아간다. 일손을 돕는게 아니라 널 구출하러. 보고싶다면 마중이라도 나와있어.
10년 전 네 동료 실비아가 보냄.

223 이름 없음 (RLYcnKvYFk)

2020-11-16 (모두 수고..) 20:03:43

>>222
<초대장>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토끼과 늑대과 여우과 함께 모여 사는 행복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숲 속에는 크고 무시무시한 용이 사는데, 그 숲에 들어가면 용이 불쌍한 동물을 수상한 동굴에 끌고 들어가서 지금까지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너무 무서운 동물들은 숲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토끼는 너무 배가 고파 숲에 나는 당근을 먹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늑대랑 여우랑 토끼랑 모여서 숲에 들어갔어요.
근데, 멍청한 여우가 그만 실수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다 죽어가는 늑대는 피냄새를 흘리며 숲을 질질 기어다녔습니다.
그때 용이 나타났습니다!
무지몽매한 겁쟁이 늑대는 겁에 질려서 건방지게 용을 공격했지만 티끌만 한 상처도 못 냈어요.
하지만 착하다 못해 자비롭고 너무나 친절한 용은 늑대을 데리고 커다란 건물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용은 늑대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었어요.
사실 숲에는 용이 주인인 아주 크고 멋진 레스토랑이 있었어요.
돌아오지 않은 동물들은 숲의 레스토랑에서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스스로 남은 것이었지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해진 늑대은 용에게 보답을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늑대는 식당에 스스로 남은 거에요.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하고 불행한 여우는 행복한 늑대를 질투해서 숲에서 억지로 끌고 나오려고 하나봐요.
그러니 화난 늑대가 스스로 여우를 죽이러 올 거에요.
여우는 고기가 될까요, 사냥꾼이 될까요?
행복한 동물들의 앞길에는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린 동물 친구도 이 숲의 레스토랑에 오고 싶다고요?
놀랍게 이 초대장을 본 순간, 아무 숲이나 들어가면 마법같이 이 레스토랑에 올 수가 있답니다!
그러면 숲의 레스토랑에 어서오세요!
귀여운 새끼 여우에게
친절한 주방장, 용이

224 이름 없음 (wB9voZtFcQ)

2020-11-16 (모두 수고..) 20:48:57

ㅋㅋ 헐
뉴비시네? 이 겜에 뉴비가 있네ㅋㅋ
에라~ 이거나 드셈 ㅋㅋ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체력포션 x 100]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마나포션 x 100]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신발]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상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하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장갑]

225 이름 없음 (fYOsb9eEsU)

2020-11-16 (모두 수고..) 20:55:13

>>224
헉 너무 많은데...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진짜 감사합니다.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체력포션 x 100]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마나포션 x 100]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신발]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상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하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장갑]

226 이름 없음 (wB9voZtFcQ)

2020-11-16 (모두 수고..) 20:58:49

>>225
아 ㅋㅋ 진짜 뉴비 맞으시네 ㅋㅋ
이 겜 메일비 있는데 ㅋㅋ
몇글자 보내셨지?? 25글자시네 ㄷㄷ

[250000 골드]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체력포션 x 100]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마나포션 x 100]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신발]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상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하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장갑]
[하급 수정령이 깃든 인내의 목걸이]
[올리악스의 마나가 담긴 자수정 반지]

227 이름 없음 (fYOsb9eEsU)

2020-11-16 (모두 수고..) 21:05:32

>>226
검색해보니까 수수료는 없는거같은데요...?
일단 뭐 받고 겜하는건 부담되기도 하고... 그래서 뭐 주실 필요는 없어요. 다시 돌려드릴게요.
근데 인목이랑 올리링 베스트공략에서 봤는데 엄청 비싼템 아닌가요? 잘못 누르신 거 같아요...

[250000 골드]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체력포션 x 100]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마나포션 x 100]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신발]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상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하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장갑]
[하급 수정령이 깃든 인내의 목걸이]
[올리악스의 마나가 담긴 자수정 반지]

228 이름 없음 (7xAsHCFe2g)

2020-11-16 (모두 수고..) 21:07:32

>>223

재밌는 이야기네. 내가 동화를 좋아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대? 근데 말야. 여우는 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직접 늑대를 보고 확인해야 납득하겠대. '착하고 자비롭고 친절한' 용이 늑대에게 사실 어떤 재밌는 장난을 쳤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죽이고 싶다면 죽여보든가. 내가 순순히 죽어줄 것 같아? 여우는 늑대를 구하기 전까진 죽을 수 없어. 이미 목숨을 빚졌으니까.
그래도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니 그 보답으로 너도 친히 찾아가 뵙고 인사를 올려주지. 숲의 레스토랑의 문을 활짝 열어둬.
어디 한번 만나보자고. '친절한' 용 씨.
강하게 성장한 여우가

229 이름 없음 (wB9voZtFcQ)

2020-11-16 (모두 수고..) 21:19:44

>>227
와 ㄷㄷ 이거 뉴비들 등쳐먹으려고 정보 숨기는거임 ㄷㄷ
에휴...알겠음...
딱히 부담주려고 주는 것도 아니구ㅠ 그냥ㅠ 귀여워서ㅠ 드리는건데ㅠ
쩝...그럼 걍 쓸모없음 파세요 어차피 인벤 가득 차서 안들감 ㅂㅂ
그 베공글 쓴 놈 제가 죽엿음

[500000 골드]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체력포션 x 100]
[특수제작된 극대화 효율의 소형 마나포션 x 100]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신발]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상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하체 갑옷]
[완전무결 숙련자의 붉은 페트락 가죽 장갑]
[하급 수정령이 깃든 인내의 목걸이]
[올리악스의 마나가 담긴 자수정 반지]

230 이름 없음 (Kxwct4qARc)

2020-11-16 (모두 수고..) 21:30:50

탓층
집에 없더라......
학교에 두고간 교과서랑 참고서랑......대충 가져왔어 책상에 있던 물건
오늘도 마을 구호활동 열심히네
마녀랬던가 마법소녀랬던가.......
관심없으니까 힘내라...
그리고 너 방에서 냄새 나 창문 열어놓는다
알아서 닫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
요시로

231 이름 없음 (fYOsb9eEsU)

2020-11-16 (모두 수고..) 21:35:49

>>229
아... 죄송합니다ㅜㅜ 인벤 가득차셨다면야 받을게요.
안 팔고 잘 써서 렙업해서 고수 되면 그때 시세로 계산해서 다 돌려드릴테니까 친추 받아주세요!
근데 베공글 쓴 분 서버 1위라 하시던데 PvP 걸면 지는 거 아니에요...? 그, 1위라면서 고작 뉴비 등처먹는... 그런 일은 안 하실 거 같은데... 아무튼 몸조심하세요!

232 이름 없음 (wB9voZtFcQ)

2020-11-16 (모두 수고..) 21:42:27

>>231
와 ㄷㄷ 뉴비분 배포가 매우 크시네 ㄷㄷ
ㅇㅋㅇㅋ 님 쑥쑥 커서 오세요 ㅋㅋ 저랑 PVP해서 제가 지면 받아드림 ㅋㅋ
아니~~~~~~그 1등 타이틀 걍 유저들끼리 정하는거란말임
이미지 메이킹 오지게 잘했네 진짜루 ㄷㄷ
님아 님이 열심히 하면 걔보다 훨씬 잘할 수 잇음!!!!! 제가 지켜봐드림
ㅠ 제 걱정까지...그건 걱정이고, 격정입니다 ㅎ

[격정하는 분노의 1단계 오브(비어있음)]

233 이름 없음 (Fgh.xt/bXo)

2020-11-17 (FIRE!) 02:55:32

얀에게.

내 편지 기다렸을텐데 너무 늦어서 미안. 그동안 너무 바빠서 편지할 틈도 없었어. 단짝 친구가 없으니 기분이 어때? 외롭고 쓸쓸하지? 이제야 내 소중함을 깨달았을 것 같네. 그치만 아무리 외롭다고는 해도 새로운 단짝 친구를 만들면 안 돼! 그건 비겁한 배신이야. 알았지?
궁금해하고 있을 이야길 먼저 해 줄게. 일단 취업사기는 아니었고, 나이 속인 것도 안 들켰어! '진짜' 제대로 된 직장이야. 팔레르모 저택은 방을 다 셀 수 없을 만큼 아주 크고 (마치 옛이야기에 나오는 성 같아) 그만큼 할 일도 무지 많기는 하더라. 오늘도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닦고, 또 닦고... 옆에선 마가릿 언니가 하나라도 깨트렸다가는 내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자를 거라고 으름장을 놓지 뭐니. 우리 마을에서 일할 땐 조금 서투른 척 요령을 부리곤 했는데 여기서 그러다가는 더벅머리가 된 채로 쫓겨날 것 같아.
참, 까먹을 뻔 했네. 우리 언니 결혼식은 잘 끝났니? 하필이면 나 떠나는 날 결혼식을 올릴 건 또 뭐람. 내가 부케를 잡고 싶었는데. 하여간 난 그 아저씨가 정말 싫어. 절대 형부라고 안 부를 거야! 우리 언니에게도 편지를 보내고 싶지만 그랬다간 그 아저씨가 읽어볼 테니까 네가 대신 안부 전해 줄래? 소피는 잘 도착했고 어엿한 하녀가 되어 일하고 있다고 말야! (절대 우표 값이 부족한 건 아니야)

소피 브루니 보냄

234 이름 없음 (OkoMP5QfGs)

2020-11-17 (FIRE!) 03:30:18

>>214
맙소사, 시공간 요원 아니랄까봐 타이밍도 참 좋네요! 방금 요원님의 실종 신고를 하려던 참이었다구요.
정말... 최대한 제가 국장님께 사정을 설명해 보겠지만 아마 돌아오면 각오해야할 거예요! 하루에 한번씩은 화난 얼굴로 로렌은 아직이냐고 묻고 계신단 말이에요. 문을 열기 전에 최대한 반성하는 표정을 좀 지어 봐요. 전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오지 말고요!
또, 혹시 모르니 워프하기 전에 추적당하는지 확인할 것! 아직 우주시대로 발전하지 못한 차원의 사람을 끌어들이면... 그건 시말서로 안 끝나니까요. 요원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고요!
그리고, 음, 수습하느라 고생했어요. 가능한 안전하게 복귀하세요.

페페 토크니

235 이름 없음 (u5c1kQKvfY)

2020-11-18 (水) 03:16:15

그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잠시 겨울잠을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동안 날 잊어버리고 있어도 좋습니다. 언젠가 말했던 봄이 오거든 다시 떠올려 주십시오.
약속은 결국 못 지키게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부디 울지 마세요.

236 이름 없음 (roFQlN9DHc)

2020-11-20 (불탄다..!) 01:50:35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내가 보았던 천장과 바닥을 감당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 어둡고 축축한 구석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정확히 뭐라고 호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피해 의식과 절망과 비탄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애꿎은 주변을 파괴하며 오직 비관과 자조만을 동행 삼아 이 모든 건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 믿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할 거라고 말이다.
여러분의 고통에 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기만이다.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 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살기로 결정한다면, 천장과 바닥 사이의 삶을 감당하고 살아내리고 결정한다면, 더 이상 천장에 맺힌 피해의식과 바닥에 깔린 현실이 정과 같은 무게로 당신을 짓누르거나 얼굴을 짓이기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그 밤은 여지껏 많은 사람들을 삼켜왔다.
그러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을 그 밤은 결코 집어삼킬 수 없다.
이건 나와 여러분 사이의 약속이다.
그러니까, 살아라.

237 이름 없음 (0l1/vsaeV6)

2020-11-20 (불탄다..!) 02:07:24

야 가위바위보 진 사람이 휴학하기로 했잖아 니가 졌잖아
근데 내가 왜 교양수업에서 니 얼굴 봤다는 얘길 들어야 하니
아무리 구리게 끝난 사이라지만 약속은 깔끔하게 지키자 우리

238 이름 없음 (kqz7xKVHcs)

2020-11-20 (불탄다..!) 02:30:57

이 편지를 본 순간 당신의 봉인된 기억이 되살아날 겁니다.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채 스파이로 4년, 마법학교 생활은 어떠셨나요?
하지만 당신은 모든 용무를 마쳤고, 유능한 인재니 더 거기 있을 필요는 없겠군요.
돌아오세요, 소드 아카데미아로.
답신은 까마귀로 빠른 시일 내에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진짜 선생님
젠

239 이름 없음 (L2JTfqtV4Q)

2020-11-20 (불탄다..!) 05:26:12

정리했다며 그럼 괜찮은 거 아냐?

240 이름 없음 (iWmHhGbaDQ)

2020-11-20 (불탄다..!) 13:56:24

대륙이 눈으로 덮이기 전날 밤 네가 설경동굴로 들어가는 걸 봤어. 분명 그때 네가 무언가 한 거겠지.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명령할 수 있는 사람도 너뿐이야.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야?

241 이름 없음 (Yda5./Z7/o)

2020-11-20 (불탄다..!) 23:44:55

>>206

너무 늦어버렸네. 잘 지내고 있지? 이쪽은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 눈보라도 눈보라인데 덕분에 식량 저장고가 날아가버렸거든. 그것도 복구하고, 새로 식량을 저장해둬야해서. 면목이 없네.
망원경은 마음에 들었어. 정말 고맙다고 생각해. 덕분에 밤에 별도 관찰하고, 눈보라가 옅어질 때는 근처에 뭐가 지나가진 않나 보기도 하고.
장갑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나는 이 안에만 있으니까, 사실 거의 쓸 일이 없었거든. 작업할때는 춥긴 해도 맨손이 더 편하기도 하고.
아니아니, 그렇다고 후손한테까지 보여줄 필요 있는거야? 알려주는거야 상관 없지만, 직접 보여준다니 부끄러운걸.
그렇지? 덕분에 난 재밌는게 늘어나서 좋아. 완성작도 어서 받아보고싶네.
어서 왔으면 좋겠다. 네 몫까지 식량을 구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얼른 와서 먹으라고.
하하, 혹시 모르지. 거기서 부르면 나한테 들릴지도? 아, 눈보라가 거센 날에는 못들을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항상 몸조심하고, 겨울에 왔으니 감기 조심해. 나도 네가 올때까지 더 이상 사고가 없도록 조심할테니까.
오늘은 별이 예뻐. 오로라도 굉장히 예쁘니까 여건이 된다면 하늘을 한번 올려다봐봐.

-설원에서, 주인장.

242 이름 없음 (2UkUlEP5YE)

2020-11-20 (불탄다..!) 23:58:53

>>237 미안 약속 지키고 싶었는데 수강신청 망했다. 진짜 주워먹을 게 없었어. 진짜 미안. 근데 이렇게 된 김에 밥이라도 한 번 같이 먹을래?

243 이름 없음 (KmYp17bIfI)

2020-11-21 (파란날) 08:57:59

>>242 수강신청 망했어가 아니라 휴학하기로 했잖아 ㅠㅠ 휴학해 중도휴학해... 그리고 너 혹시 소문을 즐기는 편이니? 지금도 나한테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밥 한 번 같이 먹었다간 다시 만나냐고 물어볼 거 아냐;

244 이름 없음 (PDOBybpfMw)

2020-11-21 (파란날) 18:35:55

>>240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어.
조용히 만들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너는 이해하지?

245 이름 없음 (5Yv55tWhqU)

2020-11-21 (파란날) 18:51:55

>>244
(아까 편지를 보낸 사람과 다른 사람이 편지를 쓴 듯 필체가 다르다. 물에 젖어 잉크가 번져있다.)
그는 이해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세상의 많은 시끄러운 것과 조용한 것 위로 눈이 쌓였어요. 그러나 소리는 살아있음의 증명이라, 더 많은 눈이 내려 생명의 흔적조차 없어지면 협곡을 가르는 바람소리조차 숨을 멎겠죠. 당장 눈의 여왕의 거울을 설경동굴에 돌려놓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에 빠져 거울을 쥔 당신의 손을 맞잡아 떨어지지 않도록 얼려 버리고 말 테지요. 그리고 깨지기라도 한다면... 조각이 칼바람을 타고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요. 당신이 이 세상에 실망한 것은 알아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더 실망할 일밖에 남지 않았을 거에요... 장미가 죽기 전에 답장을 보내주세요.

246 이름 없음 (45L4OO4fvs)

2020-11-21 (파란날) 19:00:42

>>245 아직은 이 거울을 견딜 수 있어.
나는 지금보다 더 완전한 적막을 원해.
지금 돌려놓긴 싫고 깨지고 말고는 알 바 아니야.

난 그에게 이야기했어.
그는 어디에 있지?

설마 지금 그를 장미라고 불렀어?

247 이름 없음 (CqhXg1lbz2)

2020-11-21 (파란날) 19:03:27

>>243 아 진짜 미안 휴학 또 하려니까 가족들 눈치 보여서... 한 번만 봐줘 그리고 밥정도 같이 먹는 걸로 아무도 뭐라 안 해

그래서 밥 한 번 같이 먹을래? 너 좋아하던 초밥 사줄게 우리 안 본지 오래됐다

#ㅋㅋㅋㅋ아 죄송해요 왜 수강 신청 얘기를 했지...??? 저거 쓸 때 서로 같은 교양 들어간 상황으로 잘못 이해했었나봐요ㅠ

248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19:14:03

>>244
이대로면 영원히 파도조차 얼어버릴 거야.
네 마음은 이해해. 그렇지만 모든 생명이 얼어붙긴 원하지 않아.
눈이 쌓이면 녹는 순간이 와야 해.
다시 돌려놓자. 아직은 나만 진실을 알아.
난 널 설득할 방법을 알고있지. 빨리 고르는 게 좋을거야.

249 이름 없음 (5Yv55tWhqU)

2020-11-21 (파란날) 19:17:31

>>246
(>>245와 같은 필체이다.)
여우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내리는 눈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말하는 완전한 적막이란 뭔가요? 공기마저 얼어붙어 바람도 털끝 하나 안 보이는 고요함. 당신은 세상의 종말을 원하나요? 그 조용한 세상엔 당신도 있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없나요? 여우도 얼어 버리고 말까요?

250 이름 없음 (9wpDRaqQDE)

2020-11-21 (파란날) 19:19:08

>>248 그건 내 전부를 이해한 게 아니야.
실망이다.
너라면 알아 줄 걸 믿었는데.

억지로 굽혀 보겠다는 거야?
꼭 그렇게 들리는데.

그거 알아?
적당히 장난치듯 하다 말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

251 이름 없음 (Pbl7Ag2KJU)

2020-11-21 (파란날) 19:28:17

>>249 바람소리조차 없는 세상.
굳이 종말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

끝에 뭐가 남아 있을지 나도 모르지.

단지 그에게 이해받는다면 함께 사라지거나 존재하고 싶어.
그 뿐.

여우?

그래. 꾀 많은 여우.
("그" 에 사선을 X 자로 긋고서 여우라고 적어 보냈다.)

252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19:45:31

>>250
난 네 전부를 이해하지 못해. 난 네가 아니니까.
하지만 때론 남이 더 잘 아는 부분도 있지. 난 네가 모르는 네 모습을 알아.

그리고 네가 허튼 마음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쉽게 굽히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지.
얼어붙은 내 모습이 보고 싶어?

253 이름 없음 (7Db3htxC7I)

2020-11-21 (파란날) 20:01:13

>>252 봐.
이렇게 나를 잘 알잖아.
다른 것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해해야지.
유일하게 이해할 사람이 있다면 그게 너여야지.

다 너의 잘못이야.

아니.
얼어붙은 너를 보고 싶어서 그날 설경동굴에 간 게 아냐.
넌 그것들과 똑같이 얼어붙지 않을 거잖아.

않을 거지?

254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20:09:54

>>253
맞아. 내 잘못이야. 그래서 바로잡고 싶은 거야.

난 얼어붙지 않아. 네가 이렇게 행동한 건 그걸 알기 때문이겠지. 바다가 얼어버리더라도 난 살아있을 거야.

그래서, 우리만 남으면 얼어붙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니?

255 이름 없음 (E4L2893kuM)

2020-11-21 (파란날) 20:24:35

>>254 네가 전부 이해해줬으면 우리는 벌써 함께였겠지.
이깟 편지 같은 거 안 써도 됐잖아.
내 몸에만 이렇게 외롭고 춥게 서리가 끼기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고.

후회하고 울고 뒹굴어.

행복은 옛날 옛적에 포기했어.
이제는 아무도 괴롭게 하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이해받고 싶을 뿐.
생명이 없으면 전쟁도 아픔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어.
지금이라도 잘 했다고 얘기해줘.
기다리고 있어.

(일전의 편지들보다 서체가 거칠다.)

256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20:36:40

>>255
네가 가장 슬퍼할 시간에 함께 있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부턴 영원히 너와 함께 있을게. 내 왼쪽 가슴엔 영원히 불타는 탄알이 있으니까 분명 널 춥지 않게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함께 있으면 다시 생각해 줄래? 우리의 추억마저 눈으로 덮이지 않도록.

보고싶다. 갈게.

257 이름 없음 (wkCASAdEI2)

2020-11-21 (파란날) 20:48:18

>>256 추운 곳에 너무 오래 있었어.
네가 있어 따뜻해지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

이 거울 나한테 정 붙였나봐.
내가 완전히 얼어붙기 전에 와줘.

(서체가 거칠은 나머지 칼로 벽을 파서 쓴 글씨로 보일 지경.)

258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20:50:08

>>257
#열심히 말타고 달려가 도착했을듯!

259 이름 없음 (g/Sj0szgTA)

2020-11-21 (파란날) 20:53:05

# >>258 거기서 참치 취향에 따라 해피 엔드나 막판에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불상사로 망했습니다 엔드 예상!
# Thank you-♥

260 이름 없음 (EoadfAuR1g)

2020-11-21 (파란날) 20:56:04

>>259 #나는 달려가서 평생 안고 얼지도 녹지도 않는 엔딩 예상했다... 0.< 수고했쓰
다른 편지와는 평행우주 느낌으로 진행하면 될 듯! 참고로 나랑 다른 참치다

261 이름 없음 (HjMrLUbdgg)

2020-11-21 (파란날) 21:03:10

# >>260 다른 참치였다? 띠용~ 0.0
# Yes 답장오면 평행우주 느낌으로 진행하겠으-

262 이름 없음 (5Yv55tWhqU)

2020-11-21 (파란날) 21:04:31

#>>260 다른 쪽에서 이렇게 두근거리게 진행되다니- 이렇게 된 거 내 편지는 폐기폐기다! 없던 일이라구!

263 이름 없음 (MFaAjKGLbA)

2020-11-21 (파란날) 21:10:08

# >>262 엩 편지 보낸 것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는데...!
# 그렇다면 또 익명으로 만나- ^.^

264 이름 없음 (5Yv55tWhqU)

2020-11-21 (파란날) 21:31:51

#익명으로 만나요- 엘사(가명)주와 크리스(가명)주 씨-

265 이름 없음 (dYRZjRiYro)

2020-11-21 (파란날) 21:45:21

>>247 가족얘기해서 할 말 없게 하네... 어쩔 수 없으니까 휴학 얘긴 더 안 할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밥은 좀 아니 초밥 얘기를 여기서 왜 해? 나만 헤어졌어? 헤어지고 얼굴 본지 오래 된 게 뭐가 이상해 ㅠㅠ

# 괜찮아요! 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266 이름 없음 (6qIDvtBPng)

2020-11-21 (파란날) 22:13:41

>>265 그냥 오랜만에 만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진짜 밥만 먹자는건데 뭘 너 내가 뮤지컬 영화 좋아하는 거 알지 예전에 너는 뮤지컬 영화 싫다고 했는데 내가 하도 졸라서 우리 같이 라라랜드 몇 번이나 봤잖아 얼마 전에 보니까 뮤지컬 영화 새로 개봉했더라

그냥 그렇다고. 초밥 싫으면 다른 거 먹을래? 내가 사줄게

267 이름 없음 (MdQSrmU6PQ)

2020-11-22 (내일 월요일) 01:04:31

>>266 헤어졌는데 만나면 왜 좋지...? 니가 쿨한 거야 내가 밴댕이소갈딱지야 누구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고
왜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데; 마무리는 또 왜 이렇게 아련하게 해; 초밥은 좋지 아니 이거 말고
너 혹시 바보야? 속이 없는 편...? 그날 내가 엄청 퍼부어댔는데 솔직히 별로 좋은 기억 아니잖아 ㅠㅠ

어 음 방금 생각났는데 만나서 복수하려는 건 아니지...? 그날 미안 사과할게 혹시 맞으면 그 생각 접어주라

268 이름 없음 (yIpNbO453w)

2020-11-22 (내일 월요일) 03:14:23

저기, 마왕님... 나 언제까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후훗, 인간... 자만도 거기까집니다> 같은 인사를 연습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용사란 놈, 존재하기는 하는 거?! 나는 여기 싫어! 이상한 거미밖에 없는데다가 바닥이 돌이라서 엉덩이도 차가워! 적어도 온돌을 깔아 줘...

지옥의 4번째 악마, 「탐욕의 신관」 올림

269 이름 없음 (glpLOAzbts)

2020-11-22 (내일 월요일) 21:33:08

오늘 날씨는 맑았어요.
날이 좀 쌀쌀해지네요.
따로 불편한 점은 없어요?
-담당의 진호.

(점자로 오돌토돌 써져있다)

270 이름 없음 (ybUAwimm4c)

2020-11-22 (내일 월요일) 21:58:42

>>269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은 글씨 쓰는 연습을 했어요.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나요?
감기 조심하세요.

(역시 점자로 쓰여 있다)

271 이름 없음 (PK9uH46iUA)

2020-11-22 (내일 월요일) 22:12:37

>>268

1. 귀 사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용사일행은 현재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로 분할되어 금년도에는 파티 운영의 적자로 인해 성장에 큰 장애가 생겼으며 이후 재정상의 이유로 인간왕국 근처의 던전마스터들에게 용사에 대한 보상을 점진적으로 상향시키고 있습니다. 귀사는 던전의 위치 및 재정적인 문제로 용사근로복지기금 적립금이 가장 취약하여 사원들의 복지 수준이 후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심히 우려를 표하며

3. 마왕성(주)는 CEO인 마왕으로부터 '금년도 아이템 드랍률 강제 인하 조정으로 인한 용사 파티 레벨링 효율이 급감(LV30>LV32)되므로서 금년 용사복지기금 출연금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것이 예견되어 마왕성(주)는 CEO인 마왕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초반 던전의 이익을 강탈하여 진행에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 행위에 대하여 강력히 대응하여 시정 조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며,

4. 본 마왕성 노동조합은 이상과 같은 이유로 금년도 용사근로복지기금 출연금에 손해가 발생될시 업무상배임 및 용사육성법위반으로 관계기관에 강력히 대응 할 것을 알려드리며 귀 사원의 책임은 모두 마왕에 있음을 엄중히 알려드리며 해당 던전에 가는 불이익 역시 엄중히 처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끝

272 이름 없음 (glpLOAzbts)

2020-11-22 (내일 월요일) 22:18:15

>>270
아뇨. 거의 파란색이더군요.
걱정 고마워요. 저는 괜찮아요.
당신도 감기 조심하도록 하세요.
갑자기 눈이 안 보여서 불편하지요?

(점자로 써져 있다.)

273 이름 없음 (glpLOAzbts)

2020-11-22 (내일 월요일) 22:38:16

(>>272에 이어서)

아직 왜 여기 입원해 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나요?

274 이름 없음 (ybUAwimm4c)

2020-11-22 (내일 월요일) 23:30:14

>>272

파란 하늘이 예뻤겠네요.
언젠가는 저도 노을이 지는 걸 볼 수 있을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기억나는 건 없어요.
어째서 입원한 건지도, 제가 누구인지도요.
죄송해요.

275 이름 없음 (glpLOAzbts)

2020-11-22 (내일 월요일) 23:53:27

>>274

미안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상태라 장담은 못해요.

기억나는 게 없다고 죄송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앞으로는 다른 선생님과 심리상담도 함께 진행할게요.

(점자로 되어있다.)

276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0:10:22

>>275

선생님.
저는 평생 앞을 볼 수 없는 건가요?
저도 구름이 얼마 없는 하늘을 보고 싶어요.

부탁이 있어요, 선생님.
제 이름을 지어 주실래요?

(종이에 삐뚤빼뚤하게 자필로 쓰여 있다. 눈을 감고 쓰기라도 한 것 같은 글씨체다.)

277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0:15:21

>>276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그렇지만 분명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게 있을거에요.

당신의 이름은 이미 있어요, 환자분.
서우 씨. 아직 기억이 덜 돌아왔나 보네요.

(점자로 적혀있다.)
#나이는 어느 정도로 생각중인지...?!

278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0:29:38

>>277

저도 언젠가는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을까요.
하늘도 보고 싶지만 선생님의 얼굴도 보고 싶어요.

제 이름이 서우예요?
저는 어떻게 생겼나요?
제 얼굴도, 선생님 얼굴도 궁금해요.

서우 올림.

(점자로 적혀 있다.)
#일단은 십 대 후반..이지만 유동적이다!

279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0:33:10

>>278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면 느낄 수 있어요.
우선 간호사님께 부탁해 메모부터 보내요.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얼굴을 스스로 만져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여러 번 만지며 상상하다 보면 구체적인 느낌이 올거에요.
손씻고 하는거 잊지 말고요!
(점자)

#원래의 스토리랑은 다르게 가야겠군-!
#이 편지 이후에 선생님 얼굴 만져보기 시간 가진걸로 해주면 고맙겠어
#사고 이전에 알던 사이로 해도 될까?

280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0:40:21

>>279

제 얼굴은 만져 봐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선생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만지는 걸 허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손은 깨끗하게 씻었어요.

선생님 얼굴은 다정한 느낌이에요.
목소리랑 편지도요.

서우 올림.

#헉 원래 스토리는 어땠길래..!
#상관없다! :3

281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0:46:06

>>280

서우 얼굴도 예뻐요. 만지다 보면 분명 느낌이 올 거에요.

다정하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우리는 알던 사이였어요. 기억나요?

#원래 스토리는... 진호는 상대방이랑 연인관계였고 연인이 음독자살을 해서 수술실로 실려왔을 때 살려놓고 나중에 상대가 썼던 유서를 본 뒤에 후유증으로 당신이 눈이 멀 걸 알면서도 살린 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내용이었음.
#고마워!

282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0:54:17

>>281

예쁘다고 해 주셔서 감사해요.
언젠가는 이것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나요.
제 이름도 선생님한테 듣고서야 알았는걸요.
저는 선생님과 아는 사이였나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서우 올림.

(점자로 적혀 있다.)
#헉..! 스토리가 많이 바뀌었네;^;

283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0:59:07

>>282

말이 예쁘네요. 서우같은 마음씨를 가지면 분명 남들이 못 보는 것도 볼 수 있을거예요.

우리는 자주 봤어요. 내가 서우 부모님과 친했거든요.
기억나요? 난 서우를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점자로 적혀있다. 묘하게 꺼슬꺼슬한게 물기를 닦은 듯도 하다)

#괜찮아! 나만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는게 편지의 매력인걸!

284 이름 없음 (6O9d8yqdQI)

2020-11-23 (모두 수고..) 01:02:03

가이딩 바닥날 때까지 왜 버티냐고 미친놈아.. 당신에게는 초능력만 있지 목숨이 여러 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
그놈의 효율이 뭐길래 빡치네 진짜 닿는 일 피차 엿 같은 거 똑같으니까 손 잡기 이상으로 안 넘어가게 잘 좀 하자? 어??
그리고 나 내일부터 3일 동안 휴가임 약 퍼먹으면서 잘 버텨보든가 살아서 만나 ^.^ 아님 더 좋고

285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1:15:18

>>283

저한테도 가족이 있나요?
부모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저도 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저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을 선생님이 아시는 건 싫지 않아요.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선생님이라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저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주세요.

어렸을 때 저는 어땠어요?

(손글씨로 적혀 있다. 지난번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글씨체다.)
#그럼 다행이구..! ;v;

286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1:21:43

>>285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어렸을 때의 서우는 또래 애들과 잘 어울렸어요.
사실 아주 어릴 때, 서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봤어요.
서우는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한 아이였어요.
심성은 분명 지금도 남아있네요.

선생님 말고 삼촌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글씨가 점점 또렷해지네요. 잘했어요.
내일은 검사를 진행할게요. 혹시 필요한 게 있나요?

(점자로 적힌 편지.)

287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1:31:35

>>286

저는 강한 아이였던 걸까요.
솔직히 지금 제가 강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하지만 선생님한테서 제 얘기를 듣는 건 좋아요.
강하다고 해 주셔서 감사해요.

소원이 있어요.
내일 검사가 끝나고 조금만 같이 있어주시면 안 되나요?
선생님 목소리는 다정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선생님.
제 가족은 저를 찾지 않는 건가요?

선생님께, 서우 올림.
(여전히 삐뚤빼뚤한 손편지. 선생님이란 글자 밑으로 희미하게 삼촌이라고 썼다가 지운 흔적이 보인다.)

288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1:37:15

>>287

기억을 잃으면 혼란스러워져 과거와 달라진 느낌을 받기 쉬워요.
검사가 끝나고는 잠시만 있을 수 있지만 제 하루 일과가 끝나면 병실로 찾아갈게요.

서우, 서우의 가족은 서우를 많이 사랑했어요.
찾지 않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내일 알려줄게요. 이런건 직접 보고 말해야겠네요.

서우에게.
(점자로 쓰인 편지)

#만나면 가족이 죽었다고 알려줄듯...

289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1:48:02

>>288

선생님.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 봤어요.
슬퍼해야 맞는 거겠지만, 저는 제 가족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울려고도 해봤지만 눈물이 안 나왔어요.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이상한 걸까요?

선생님, 저는 제 가족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어떤 분들이었는지, 함께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추억을 남겼는지, 최대한 많이 알려주세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눈물이 나지 않을까요.

제 곁에 있어 주셔서 고마워요, 삼촌.

서우 올림.

(점자로 적혀 있다.)
#역시 가족은 죽었구나..ㅠㅠ

290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01:57:02

>>289

서우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분명 기억은 돌아올거에요.
서우의 기억에 없더라도 내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동안 우리가 함께 갔던 곳들, 그리고 아니었던 곳들도 모두 돌아다니고 함께 했던 것들, 아닌 것들도 같이 해봐요.
조만간 퇴원수속을 밟게 될 거에요. 괜찮다면 저와 함께 지낼래요?

진호 삼촌이.
(점자로 적힌 편지. 초콜릿이 동봉되어 있다.)

#교통사고로 기적적으로 서우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진호 선생님의 편지는 이제 끝. 마무리를 지어줘도 좋다. 재밌었어!

291 이름 없음 (/Jpi04evrM)

2020-11-23 (모두 수고..) 02:15:05

>>290

네, 그렇게 할래요. 삼촌과 함께 지낼게요.
많은 곳에 가보고 또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더 듣고 싶어요.
눈은 안 보이지만 마음으로 구름이 얼마 없는 하늘을 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기억이 나겠죠?

초콜릿 고마워요, 삼촌.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어 주세요.

서우 올림.

(자필로 적혀 있다. 귀퉁이에 낙서가 그려져 있다. 형체가 조금 뭉개지긴 했지만, 아마도 구름인 듯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이걸로 끝. 나도 재밌었어! :D

292 이름 없음 (qkUI0WkQTY)

2020-11-23 (모두 수고..) 02:58:04

>>284

나 퇴사했고, 네 가이딩 필요없어.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한때 직장동료였던 K

293 이름 없음 (MkPaQgPNQs)

2020-11-23 (모두 수고..) 03:48:34

편지를 보내보는 건 처음이야.
즐거운 일이 생기면 써. 그렇게 말하면서 너는 내 서랍에 꽉 찰 정도로 엽서를 넣어 줬어.
나에게 그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생길 수가 있을까. 왠지 이걸로 작별인사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서랍을 한가득 채울 만큼 기쁜 일이 생기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건 싫어.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분명 오래 걸릴 텐데.
그래도 네 말은 어기지 않을게. 오늘의 즐거운 일이야. '엽서에 장미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기뻤다.'

바다는 어때?
앨리엇.

294 이름 없음 (hSoYUZpgYU)

2020-11-23 (모두 수고..) 04:06:13

짠! 안녕 친구. 그믐달이 멋있는 밤이야. 우리 게일은 뚱뚱해서 그런지 느림보라, 네가 읽을 쯤에는 반달이 떠있을지도 모르겠네.
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늘 그렇듯 나는 할머니랑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야. 넌 미국에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었지. 오, 자유와 기회의 땅! 부디 네가 거기서 미국인들에게 정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가능 여부는 모르겠지만-네가 일버르모니로 전학을 가게 되면 아쉬울 거야. 9월이면 드디어 선택 과목을 배울 수 있게 되는데, 이 멋진 기회를 놓치면 어떡해.
그러고보니 너는 무슨 과목을 선택할 건지 알려주지 않았었지. 다른 기숙사라 공강 시간에나 볼 수 있으니 이런 점이 참 문제야. 소통이 안 된다니까... 나는 산술점과 고대 룬 문자, 신비한 동물 돌보기를 신청했어. 이 중에서는 특히 산술점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야. 넌 어때? 너와 겹치는 수업이 있다면 좋을 텐데. 1학년엔 비행과 마법약을 같이 들었지만, 2학년은 거의 수업시간이 겹치질 않았지. 이번엔 좀 운이 좋았음 좋겠다.
있잖아, 미국에선 언제 돌아오니? 개학 전에 같이 호그스미드에 준비물을 사러 가자. 함께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네 여행 이야기를 누구보다 먼저 들을 거야. 다음 편지에서 일정이 빈 날을 알려 줘.

커티스 D. 록우드

295 이름 없음 (D/gc58kuZM)

2020-11-23 (모두 수고..) 04:28:30

>>293

안녕, 앨리엇.

바다는 좋아. 작은 집일 지라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길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엽서를 선물한 건 나지만, 채우는 것은 네 몫이야. 나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도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싶네.

난 이곳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 이 곳 사람들도 좋아. 친해지기 시작한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신경쓰이는 사람도 생겼고.
돌아갈 일은 없을 거야. 이 곳을 새로운 고향으로 삼든, 이 곳을 떠나 다른 정착지를 찾아 떠나든.

내가 잘 지내는 만큼 너도 잘 지내길. 그럼 안녕.

알리사로부터.

296 이름 없음 (EZSU3dSDPM)

2020-11-23 (모두 수고..) 05:09:43

>>295

그러지 마.
작별인사를 하지 말아 줘.
괜찮아질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그 말에는 애정이 담겨있지 않았었단 걸 알아. 이젠 그때의 연민조차 사라진 거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내내 고민했어. 변덕스런 바닷바람처럼 굴지 못했기 때문에 널 붙잡아둘 수 없었던 걸까.?
영영 너를 잃는다면 버티지 못할 거야. 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잘 지내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네가 바다를 사랑하는 걸 모르지 않아. 그러니 많은 걸 바라지는 않을게.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약속해.

보고싶어.
앨리엇.

297 이름 없음 (s8NbT.2JuM)

2020-11-23 (모두 수고..) 09:40:00

요오즘 젊은 것 들은 근성이 부족해요 근성이...
라 뗀 말이야 용사파티가 나타났다 하면, 혼자서 용사파티 잡아보려고 정정 당당하게 붙었다고.
물론 수작질을 부리긴 했지만 그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런데 뭐어???
용사파티가 저렙일 때 고렙 몬스터를 보내면 되는거 아닌가요???
사천왕이 한명씩 가지말고 네명이 같이 가면 되는거 아닌가요??
마왕님이 바로 가시면 되는거 아닌가요??

장난하냐!! 아무튼 요오즘 젊은 것 들은 근성이 부족해요 근성이... 에잉 쯧쯧

아무튼 오늘 회식이니까 7시에 집합하라고

298 이름 없음 (Gv5pESzxL2)

2020-11-23 (모두 수고..) 12:52:49

>>296
앨리엇.

아직도 마음이 많이 힘든 것 같은데, 그 때 소개해줬던 병원은 잘 다니고 있니?
나는 개인일 뿐이고, 네 마음을 낫게해줄 수 없어. 네가 건강해지기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보길 바라.

별개로, 서로 기억하는 게 좀 다른 것 같네. 자주 보러 오겠다고는 했었지만 곁에 있어주겠다 같은 단어선택을 하지는 않았어.
서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할 만한 사이가 아니잖니.

그런데 네 답장을 읽고 있자니 우리가 여전히 친구인 게 맞는지, 그런 생각이 다시금 드네.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연락해줘.

알리사로부터.

299 이름 없음 (Q4tnIBTcws)

2020-11-23 (모두 수고..) 19:38:10

지금 나만 위험한 줄 알아?
너도 삼 년 전에 사람 죽인 거 알고 있거든?
피차일반인 입장에서 되도 않는 협박 말고 머리 좀 맞대보자.
지금 수사 시작하면 우리 둘 다 걸리는 거라고. 방법 없어?

300 이름 없음 (D7fhNH8Up6)

2020-11-23 (모두 수고..) 19:53:25

5년 지날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가. 작심하고 세어 보니 4년하고 284일째인데, 햇수로는 5년째이니 나도 얼추 약속은 지킨 셈인 것 같구나. 자화자찬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그리고 염치없는 제안이 될 것도 안다만, 여기에서는 또다시 프로의 힘이 필요해져서 말이다. 그래서 편지를 쓴다.
벌써 5년이다. 웬만한 상처가 아물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텐데, 이상하게도 그 때의 기억은 좀처럼 선명함을 잃지도 않고, 아픔이 가시지도 않는구나. 너는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 나도다 깊은 상처라는 것만을 짐작할 뿐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분명,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보았을 때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정은 슬픔과 고통밖에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렇기에 이 편지를 쓰는 심정이 좋지는 못하다.
그렇더라도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공적인 영역의 문제를 어찌할 수는 없다. 부디 편지를 보는 순간 곧바로 답신해주기를. 이쪽은 좋은 상황이 아니라서.
-너의 영ㅇ■■..

301 이름 없음 (XQy6jNNiWM)

2020-11-23 (모두 수고..) 20:36:59

>>300
참 독하십니다 아저씨. 5년이면 아저씨도 나가떨어지고 지쳐서 다 흐지부지하게 만들 요량으로 5년을 불렀었던 건데. 진짜 5년 뒤에 칼같이 연락을 하시는 법이 어디있습니까?

아무튼 저는 이제 손 씻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 일에서 손 뗀지 오래입니다. 정확히 어떤 일로 찾으시는진 모르지만, 이제 그런 짓 한번 더할 생각은 없으니 다른 사람 찾아보십시오.

302 이름 없음 (eP8.gtR0YU)

2020-11-23 (모두 수고..) 20:47:48

E에게.

그냥 갈색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애 눈동자, 엄청 예쁜 체리색이었던 거 있지. 더 좋아졌어. 이젠 어쩌면 좋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슬픈 것 같아.
그 애는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거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걸. 우리 아카데미에 다니는 애들이라면 다 알 거야. 그리고 전부 걜 좋아하겠지...
너한테 안심하고 이 얘길 할 수 있는 이유가 그 앨 좋아하는 애가 한둘이 아니라서니까 그건 감사해야 하나. 비록 서로 누군지 밝힌 적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친구가 돼서 기뻐. 우리 친구 맞지?

P/S. 우리가 친구가 맞다면 넌 내 첫 번째 친구야!
P/S. 2.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친구.

D가.

303 이름 없음 (uOGrRZ8U3I)

2020-11-23 (모두 수고..) 21:12:46

>>297
자기야... 나 오늘도 늦게 들어갈 것 같아...
노망난 마왕 영감이 또 회식하자네.
또 상곳적에 용사파티 잡던 얘기 하면서 꼰대질인데 벌써부터 머리 아프다ㅜㅜ
7시부터 집합하라는 거 보니까 이번에도 레드문 뜰 때쯤에야 보내줄 것 같아. 요르 이유식 줘야 하는데 ㅠㅠ
자기는 오늘 일찍 퇴근이지? 요르랑 이던이 좀 챙겨줘
내가 발록하고 베히모스 다 갈아서 얼려놨으니까, 자기가 손질할 필욘 없고 헬파이어 올려서 데우기만 하면 돼.
급하다고 브레스 쓰면 이유식 타니까 쓰지 말고.
부탁할게 사랑해♥

- 인테르펙토라

304 이름 없음 (0Z.LfVuCCc)

2020-11-23 (모두 수고..) 21:27:14

>>302
D,

편지로만 만나는 친구가 세상에 어딨냐? 넌 참 엉뚱하고 재밌는 놈이야.

글쎄다. 누군가의 첫번째 친구가 되어보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어. 유감스럽게도 네가 내 첫 번째 친구는 못 될 테지만, 편지 친구만 치자면 최초니까 대충 무게추가 맞으려나? 그럼 친구 하자.

항상 생각하는 건데 말이지. 걔가 그렇게 좋다면 그냥 고백하고 후련해지지 그래?

네 친구 E가.

P.S. 다음 편지에는 또 '그치만...'으로 시작하는 핑계를 써 보내겠지.
P.S. 2. 용기를 내! 차이면 위로해 줄게.

305 이름 없음 (pUmEKuT3SE)

2020-11-23 (모두 수고..) 22:15:54

>>304

E에게.

네가 날 보고 나서도 친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물론 진짜 친구는 어떤 모습이든 변치 않고 우정을 지키는 거라고들 하지만... 널 못 믿는 것보다는 아직 나한테 자신이 없어. 나중에 용기가 생기면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할게. 그렇게 해서 만나면 우리... 악수할래?
괜찮아, 네 첫 번째 친구가 될 거라곤 생각 안 했어. 너는 좋은 애라서 다른 애들도 널 엄청 좋아할 것 같았거든! 그래도 누군가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보는 건 처음이라는 건 좀 기쁘다. 그 누군가가 나라서 기뻐. 그럼 우리 이제 친구인 거야!
네 말대로 그치만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네. 그치만 걔는 나를 잘 몰라. 그날도 내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면서 말하게 된 것뿐이야. 원래 다정한 애라 그런 일은 수도 없이 많았을 거고, 아마 그날은 까먹었을 거야.
잘 모르는 애가 다짜고짜 고백하면 좀 꺼림칙하지 않을까? 위로해주겠다는 말은 고맙지만, 나 아직 차일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사실 고백할 준비도, 다시 말을 걸어볼 준비도 안 됐어...

멍청한 D가.

306 이름 없음 (WlboeGzay.)

2020-11-24 (FIRE!) 00:28:37

>>305
D,

이 화상아, 편지에 쓴 내용만 봐서는 거의 세기의 사랑이던데 적어도 대화는 해봤어야지! 다음에 마주치면 날씨 얘기라도 꺼내 봐.

이쯤 되니 대체 어쩌다가 걔한테 이렇게까지 빠지게 된 건지도 의문이다. 설마 떨어트린 거 주워 줘서 반한 건 아니지? 뭐, 다정하기는 한 것 같지만 말야... 그건 너무 맥 빠지잖아. 또 뭔가 근사한 이유는 없냐?

그리고 친구끼리 악수는 허락 안 맡아도 되거든. 넌 보다보면 좀 맹한 구석이 있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래, 악수를 하자. 그 다음에 내가 꽉 안아 주지 뭐.

아무튼 넌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모쪼록 연애사업에 진전이 있기를 빈다.

멍청이의 친구 E가.

307 이름 없음 (2PFsHsCjpM)

2020-11-24 (FIRE!) 14:03:04

>>306

고마운 E에게.

꼭 마음이 통해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세기의 사랑은 맞을지도 몰라. 나 그 애가 첫사랑이니까... 날씨 얘기? 진짜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는데 방금 얘기하는 상상만으로 심장이 너무 뛰어서 놀랐어. 나중에 그 애랑 둘이 있게 되면 꼭 날씨 얘기해볼게!
네 얘기 듣고 나도 생각해봤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아. 정원에 엄청 큰 나무 하나 있는 거 알지? 예전에 몇 번 그 아래에서 그 앨 본 적이 있거든. 늘 사람 사이에 둘러싸여서 웃고 다정하게 얘기해주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하다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됐어. 언제인지도, 그것말고 다른 이유도 없어. ...다른 접점이 없거든.
허락이 필요 없어? 친구랑은 그런 거구나. 새삼 되게 멋진 관계라는 생각이 드네. 나도 지지 않게 꽉 안아줄게! 악수할 때 손도 내가 먼저 내밀 거야. 네가 많이 알려줬으니까.
자신감... 흑마법 물약을 잘 만드는 걸로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건가? 나 다른 류의 물약은 잘 못 만드는데. 응원 고마워. 네 조언은 훌륭한데 내가 잘 못하는 것 같아. 일단 며칠 동안 그 애는 만나지도 못했어. 아픈 걸까? 아무튼, 네게 감사와 사과의 의미로 캐러멜 하나를 동봉할게. 이건 아무 물약도, 마법도 묻지 않은 그냥 캐러멜이야.

D가
(예쁘게 포장된 캐러멜 3개가 함께 있다.)

308 이름 없음 (P9WYqoAzAg)

2020-11-24 (FIRE!) 16:39:50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오는 이 시점에 좋은 제품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당신을 따뜻하게 지켜줄 팔다리 토시 세트!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이것만 있다면~
잘 버텨낼 수 있다! 길어지는 이 겨울을!
지금 주문하시면 사은품으로 털장갑이 무료!
내 가족에게도 한 세트씩 사 주고 싶어지는 세련된 디자인!
고급 장갑까지 드리는 둘도 없을 기회입니다~
마음을 담은 선물로 제격인 토시 한 세트씩 구입하세요!
워싱턴상사 02-XXX-XXXX

309 이름 없음 (JB17mCbpXI)

2020-11-24 (FIRE!) 17:35:06

오빠 오빠가 사준 털장갑 왜 이 광고랑 똑같이 생겼어? 백화점에서 샀다며...게다가 오빠 요즘 토시 끼고 다니잖아

우리 헤어져.

310 이름 없음 (pY3HGyywV.)

2020-11-24 (FIRE!) 18:09:42

가성비남이 가성비했네.

311 이름 없음 (30OurDeH96)

2020-11-24 (FIRE!) 18:19:58

안녕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귀여운 자기야♡
귀여운 우리 자기. 내가 갑자기 자기한테 편지를 이유가 궁금하지? 실은 내일 오전 9시쯤에 자기네 조직에 쳐들어갈 생각이거든~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막 해주는지도 궁금하지, 우리 자기?
귀여운 우리 자기가 저번에 내가 선물한 정장을 입고 나를 기다려주면 정말 짜릿할 것 같지뭐야♡
엘리는 착한 자기라면 엘리의 바람을 이루어줄거라고 믿어의심치않는답니다~
그럼 내일봐 자기♡ 기대하고 있을게♡

-자기를 사랑하는 엘리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도장이 찍혀있다)

312 이름 없음 (xDaYpcjNec)

2020-11-24 (FIRE!) 19:47:07

>>311

세상에, 엘리! 제발... 우리 레스토랑을 조직이라고 부르지 말아 줘. 이젠 평범한 음식점일 뿐이라고.

더구나 이번 신종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이제 막 영업 제한이 풀렸단 말이야.

식구들 급여도 제때 못 챙겨주는데 아주 죽을 맛이라구.
제발 더 이상 사고 치지 말자... 나 죽겠어, 정말!

엘리, 지금은 비대면 소통이 유행이야. 우리 계속 이렇게 편지나 주고받으면 안 될까?

사랑스러운 엘리와 이렇게 손편지를 주고받다니 정말 복에 겨웠구나, 나는.
(이 줄은 유독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너에게서 답장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

-편지가 제때 도착할까 걱정하는 샤론이
(정장을 입은 모습이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어있다)

313 이름 없음 (hzqTqqHNRM)

2020-11-24 (FIRE!) 19:55:00

너가 D4 구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팁을 좀 보내겠다.

1. 머리가 없는 마네킹을 발견하면 반드시 양팔과 양다리를 전부 부셔놓아라. 다리만 부셔놓으면 별로 좋은 경험을 겪진 못할거다.

그 다음은...귀찮으니까 알아서 살아남아라...살아남으면 까마귀 씨에게 편지 붙여놓고.

314 이름 없음 (FYJfa0uzM6)

2020-11-24 (FIRE!) 20:06:39

너 저번에 최근에 뭐 한 일 없냐고 물어봤잖아. 그땐 무서워서 아니라고 했는데 나 사실 며칠 전에 누가 버린 곰인형 주웠었어.
그거 주워온 뒤로 계속 누가 쫓아오는 꿈을 꿔. 꿀 때마다 점점 가까이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처음에 거짓말해서 미안한데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진짜 너무 무서워...

315 이름 없음 (tsDFldBMTY)

2020-11-24 (FIRE!) 20:31:55

>>312

'이젠' 평범한 음식점일 뿐이라니.. 자기 진짜 너무 귀엽잖아?
내가 이래서 우리 자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깐♡
근사한 레스토랑을 차렸다고해서 자기의 더러운 과거까지 근사해지지는 않는다는건 자기가 제일 잘 알고있으면서♡
그나저나, 우리 자기는 나 안보고싶나 보구나?
너무 슬퍼서 엘리 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ㅠㅠ
엘리는 하루라도 빨리 자기를 보고싶어.
저번에는 무승부로 끝났던 '상대방의 관자놀이에 누가 더 빨리 칼을 박아넣나' 게임의 승자를 가리고 싶거든♡
어쨌든 자기가 편지를 나누고 싶다고했으니까 답장을 보내줄게
자기의 글씨가 귀엽기도하고♡

-자기의 글씨에 반해버린 엘리가

Ps. 세상에..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섹시하잖아? 이건 내 답례야♡
(살짝 내려간 검은 슬립 안으로 새하얀 어깨가 보인다)

316 이름 없음 (3P0YrIuIZ2)

2020-11-24 (FIRE!) 21:07:52

>>313 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팁 고마워.

그런데 보내줄거면 빨리 보내주지 그랬니. 살아남았지만 양팔로 기어다니는 마네킹은 두고두고 내 꿈에 나올거야...

317 이름 없음 (hzqTqqHNRM)

2020-11-24 (FIRE!) 21:34:08

>>316
여기까지 살아왔다는건 그래도 내 도움이 그렇게까진 필요 없다는 거겠지. 오지랖일지도 모르겠지만 참고만 해두라고.
그렇게 불평하진마. 나도 최대한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니까. 사실 거짓말이야.
다음 팁이야.

2. 피안화가 보이기 시작하면 바닥에 바싹 붙어서 기어가라. 위에서보면 피투성이 시체로 보일테니까. 죽은 녀석에겐 관심이 없더군.

318 이름 없음 (nI0wjU8eU6)

2020-11-24 (FIRE!) 21:45:52

>>315

그런 과거를 아는 것도 이젠 너뿐이야. 네가 나의 과거를 떠벌리고 다닌대도 아무도 믿지 않아. 이 철부지 아가씨야.

내가 너를 살려둔 건 '내 과거를 기억해 주는 사람' 한 명쯤은 남겨두고 싶은 변덕이었다는 걸 잘 알아둬.

그리고, 그런 살벌한 놀이 대신 '샤론의 관자 요리를 엘리가 맛있게 먹기'를 해보는 건 어때?
'사랑스러운' 엘리가 시식 평을 남겨줬으면 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신메뉴야. 편지와 함께 보냈으니 따뜻하게 데워먹도록 해. 독은 들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근면 성실한 일등 주방장 샤론이

Ps. 너는 섹시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무언가가 있어. 너의 새하얀 목덜미에선 무슨 맛이 날까. '크르릉'.

319 이름 없음 (LHff5gUhkM)

2020-11-24 (FIRE!) 21:57:31

>>317 야. 친절한 거짓말쟁이야. 이번에도 팁 고마워. 좀만 빨리 도착했으면 내가 피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됐지만...

다음 팁은 뭐야? 이번엔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아 편지에서 비린내나도 좀 참아...

320 이름 없음 (1qCk0S9TWU)

2020-11-24 (FIRE!) 22:44:34

>>318

나를 철부지 아가씨 취급하는건 아세상에 자기 하나뿐일거야. 그런 사실이 엘리를 더 흥분하게 만든다니깐♡
그리고 자기야말로 내가 자기를 살려둔 이유가 '앙앙거리면서 우는'자기가 보고싶어서였다는걸 알아둬야해
저번에 했던 놀이보다 흥미롭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자기의 부탁이라면 내가 못들어줄것도 없지
아아, 자기는 가끔 이렇게 바보같이 굴때가 있다니깐?
자기가 주는거라면 독이 들었다고해도 망설이지않고 삼킬 엘리라는거 자기도 알면서♡

-철부지 아가씨 엘리가

Ps. 무슨 맛이 날지 궁금하면 직접 맛보면 되잖아♡

321 이름 없음 (qQRYP3jrTo)

2020-11-24 (FIRE!) 22:52:36

>>307
D,

흑마법 물약.. 이라도 잘 만들면 일단 잘하는 게 있긴 한 거네. 그 쪽 인식이 워낙 안 좋긴 하지만... 뭐, 취직은 잘 된다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정원의 나무에서? 낭만적인 편이구나, 너는. 하긴 사랑에 빠지면 모든게 분홍빛으로 보이곤 하지. 얼른 좀 괜찮은 접점을 만드는 게 좋겠다. 그래야지 데이트 신청이든 뭐든 할 거 아냐?

이건 내 생각이지만, 걔 그냥 시험 준비로 개인 열람실에 박혀있는 게 아닐까 싶다. 조금 있으면 기말시험이잖아. 아, 넌 공부 잘 하고 있는 거지? 연애사업에만 힘쓰다가는 처참한 성적표를 보게 될걸. 이거 경험담이니까 잘 들어 둬. 무려 세 과목이나 재수강을 했다니까.

딴소리를 했네. 결론은 그 애가 안 보인다고 기 죽지 말란 소리였어. 시험공부 열심히 해라. 나도 그럴 테니까.

벼락치기 중인 E가.

P.S. 깜빡할 뻔 했네. 캐러멜 잘 먹었어. 답례로 랜덤 맛 사탕을 보낼게. 미역 맛 같은게 나오지만 않으면 먹을만 해.

(알록달록한 포장지의 알사탕이 여러 개 들어있다.)

322 이름 없음 (/U3cyoZ7Ec)

2020-11-24 (FIRE!) 23:02:14

사탄 할아버지께.
사탄 할아버지 안영하세요? 저는 큰 강아쥐를 가지고 시퍼요.
성탄절노래 도 열심히 불러고요, 울지도 안고요, 때쓰지안아요.
차칸어린이는 큰 강아쥐가 읻으면 기분의 행복이얘요.
얼만큰 큰 강아쥐냐며는 하늘만쿤 땅만금 이요.
김해원 올림.

323 이름 없음 (lIfTzSa0BM)

2020-11-24 (FIRE!) 23:10:08

>>321

E에게.

겉으로는 꺼리면서 수요는 꽤 있다니 이상한 일이야. 네 말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줄어드는 거지만. 사실 그보다는 잘하는 게 하나쯤 있는 거라는 말이 더 좋았어. 어찌됐든 고마워.
몰래 약초 뿌리를 캐고 있던 거라는 말을 안 해서 낭만적인 것처럼 보였나봐. 아니, 그 말을 했어도 낭만적인가? 결과적으론 그렇게 된 것 같긴 해. 이제 그 애 때문에 가게 되었으니까... 접점은 고민중이야. 지난 번 물건을 주워줬다고 해서 계속 뭘 떨어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굴 이렇게 좋아해본 게 처음이라 하나도 모르겠네.
아! 시험!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부디 아픈 것만 아니라면 좋을 텐데. ...그리고 내 점수도 너무 나쁘지 않으면 좋겠고. 정신차리고 책 펼쳤어. 덕분이야. 그리고 나 시험이 끝나면 그 애랑 날씨 얘기도 해볼 거야!

역시 벼락치기 중인 D가.

P/S. 고마워, 사탕 잘 먹었어. 미역 맛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던걸. 후추 맛은 맛있었어. 시험 잘 봐!

324 이름 없음 (hzqTqqHNRM)

2020-11-24 (FIRE!) 23:38:53

>>319
친절한 거짓말쟁이다.
어째 도착하는 게 자꾸 늦는 걸 보니 성격이 꽤 급한가본걸? 지원이야, 강제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겠는걸.
나도 궁금한 거 하나 알려주도록 하지. 다음 팁은 넘기겠어. 2번 다음 번호는 불길하거든.

뭔 말인지 알지? 뭐 감이라던지 그런게 아니라, 그냥 "불길"하다고. 거쳐가야 한다면 4번 이전 숫자는 넘기도록 해.
그게 이번의 팁이다.

325 이름 없음 (UbeOpgaZA2)

2020-11-24 (FIRE!) 23:39:56

>>320

엘리, 너는 묘하게 사람 신경을 긁는 재주가 있다니까. 이 내가 고작 편지 따위를 읽으며 흥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이 요망한 강아지야.

어떻게 하면 내가 '앙앙거리면서 우는' 그림이 나오는 거지? 강아지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내 구두를 핥을 생각은 아직 없는가 보네.

예전 같았다면 벌써 쳐들어오고도 남았을 그 엘리가 내 '명령'에 고분고분 편지나 부치고 앉아있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말을 잘 듣는 착한 강아지에겐 상을 줘야겠지. 편지지 뒷면에 내가 애용하는 향수를 묻혀놨으니 그거나 킁킁대고 있으렴.

-자애로운 주인님 샤론이

Ps. 목 깨끗이 닦고 얌전히 기다려.

326 이름 없음 (QAPE7vWhyE)

2020-11-24 (FIRE!) 23:51:24

>>322
Kära Kim Hae Vann!

Jag fick ditt brev väl. Du har gjort många bra saker under året. Jag ger dig en hund i gåva. Hundens namn är Fenlir. Han är ett friskt och kraftfullt barn, men var försiktig så att om han lämnas ensam kan han äta allt och orsaka ragnarok. Sedan, god jul och gott nytt år.

P.S. Jag heter inte Satan.

Med kärlek,
Loki

327 이름 없음 (mrReZ4sV/Y)

2020-11-25 (水) 00:04:07

>>323

D,

설마 그걸 다 먹은 건 아니지? 미역 맛은 원래 뱉는 거야! 네 별명은 이제부터 개구리 미각이다.

하지만 후추 맛이 괜찮다는 의견엔 전적으로 동의해. 랜덤 맛 사탕 중에 후추 맛이나 겨자 맛 같은 건 따로 팔면 꽤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친구들은 죄다 이상한 취급을 한단 말이지.

고맙기는! 하여간 넌 너무 겸손한 것 같아. 우리 나이엔 좀 뽐내고 다녀도 좋다고. 난 늘 배합식 적용하는 데서 실수를 해서 혼자 물약 만드는 건 꿈도 못 꿔. 그런 면에서 넌 정말 대단한걸.

어...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몰래 캐고 있었다는 점에선 낭만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걔 때문에 자주 간다는 부분은 괜찮았어. 날씨 이야기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맙소사, 내가 남의 짝사랑을 이렇게 응원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아카데미 약초를 캐가던 거, 너였냐? 관리인 할머니는 애꿎은 사슴에게 성내고 계시던걸. 기세가 어마무시했으니까 들키지 않는 게 신변에 좋을 것 같다. 그 분은 전기충격 마법의 대가라고.

E가.

P.S. 시험 삼 일 남았는데 이걸 쓰고 있는 나도 참 이상하다. 답장은 시험 끝나고 줘도 괜찮아.

328 이름 없음 (O70QmcQ.OA)

2020-11-25 (水) 00:09:41

>>325

나를 그렇게 부르면 후회하게 만들어줄거야 샤론 자기♡
흠, 우리 자기가 오해하고 있는게 있는것 몇가지 있는것같아서 제대로 짚어줄게?
첫째, 나는 강아지가 아니야~ 귀여운 애칭으로는 괜찮지만 정말 나를 자기의 개새X로 생각하고 있다면 곤란해♡
둘째, 내가 자기를 사랑하긴하지만 구두를 핥을정도는 아니야
셋째, 나는 자기의 '부탁'을 들어준거지 '명령'따위를 받은게 아니야
마지막으로 넷째, 대체 어떤 썅X이랑 강아지&주인님 놀이를 했을까 우리 자기? 빨리 안불면 화난 엘리가 샤론 자기와 자기의 귀여운 개새X의 머리통에 구멍을 낼지도 몰라♡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는 엘리가

Ps. 네 빌어먹을 강아지의 목이나 맛봐

329 이름 없음 (iTrlsmg.JU)

2020-11-25 (水) 00:49:10

>>328

엘리,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 마. 질투하는 얼굴이 상상돼서 당장이라도 네 가냘픈 목을 심술궂게 물어뜯고 싶어지잖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제 근면 성실한 일등 주방장이라구.

어린애도 아니고. 설마 그런 단어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야? 내 과거를 잘 알고 있다면 내가 얼마나 헤픈 사람인지도, 또 어떤 말이 거짓인지도 알아서 판단할 줄 알아야지.

네가 말하는 강아지는 지금 내 옆에 있을까, 없을까. 나는 강아지&주인님 놀이를 했을까, 안 했을까.
편지가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고민해 봐.

-질투하는 엘리가 마냥 귀여운 샤론이

Ps.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걸까, 미워하는 걸까.

330 이름 없음 (GRUFtYfeOw)

2020-11-25 (水) 14:21:44

>>327

E에게.

안녕, 시험은 잘 봤어? 난 급하게라도 한 덕분인지 아주 망치진 않은 것 같아. 사탕은 다 먹었는데... 개구리 미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인가? 미역 맛 정말 나쁘지 않았는데. 그런데 후추랑 머스타드도 보편적으로 인기있는 맛은 아닌가보네. 그럼 너도 지렁이 미각 정도는 되는 거 아니야? ...혹시 기분 나빴으면 미안. 당장 생각나는 게 지렁이밖에 없었어.
늘 겸손하라고 배웠는걸. 자꾸 네가 칭찬을 해줘서 언젠가 겸손함을 잃을까 걱정이야. 혹시 내가 거만해지면 꼭 얘기해줘야 해! 그리고 물약은... 나도 흑마법 말곤 평범한 편이야. 난 오히려 마법진을 못 그려. 그림을 지독하게 못 그리는 데다 보다시피 약간 악필이거든. 저번에는 말을 소환해야 했는데, 지네를 소환해버린 거 있지. 난 똑바로 그렸는데도말야.
꼭 필요한 재료가 있는데 다 팔리고 며칠은 안 들어온대서 어쩔 수 없었지 뭐야. 그래도 그 뒤로는 안 그러니까! 충고 고마워. 절대 들키면 안 되겠다. 물론 앞으로 몰래 캐가는 일도 없을 거야. ...아마.
날씨 얘기는 성공했어! 나 혼자서말이지만. 그 애가 근처에 오니까 또 생각이 안 되더라. 그래서 냅다 날씨가 좋다고 해버렸지 뭐야. 대답이 없었던 걸 보니까 혼잣말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 역시 성공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 나중에 다시 시도해봐야겠어...

성공을 위한 계획을 짜는 중인 D가.

P/S. 근데 혹시 그 애 얘기가 지겹진 않아? 너랑 처음 편지를 주고받게 된 계기이긴 하지만, 보통 남의 짝사랑 얘기 오래 듣다보면 지겹잖아.
P/S. 2. 그 앨 좋아하긴 해도 지금은 너도 내 소중한 친구라서 네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 또 너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듣고 싶고.

331 이름 없음 (i/wq21JOv.)

2020-11-25 (水) 15:35:01

친애하는 나의 벗. 율에게.

안녕. 율. 오랜만이야. 뜻밖의 곳에서 네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펜을 들었어.

그런데 막상 쓰려하니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막막하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게 벌써 100년도 훨씬 전이라 그새 쌓인 얘깃거리는 정말 많은데 말야. 이걸 먼저 꺼낼지 저걸 먼저 꺼낼지 고민이 앞서서 펜을 자꾸 주춤이게 되서... 일단은 네 안부부터 물을까 해. 어떤 얘기보다도 이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방금 고민 중에 깨달았거든. 재밌는 얘기는 네게 답신이 온 이후에 풀어도 전혀 늦지 않을테니 말이야.

그래. 율.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어디 아픈 곳은 없고? 보이지 않는다고 적당히 적어보낼 생각은 하지 말아. 넌 거짓말을 해도 다 티가 나니까. 우리 사이에 거짓말은 늘 좋지 않는 결과만 불러왔었다는 걸 네가 잊지 않았길 바라. 그럼 답신 기다릴게.

기대와 애정을 담아. 신후로부터.

332 이름 없음 (Hq94M0buX2)

2020-11-25 (水) 16:25:27

>>331

친애하는 나의 벗. 신후에게.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지도 꽤 오래인지라 이름을 적는 것마저 어색하네. 너의 이름 두 글자를 적는 것조차 펜이 떨려서 애먹었어. 하지만 너의 이름은 잊지 않았어. 다행히도.

우선은, 안녕. 신후. 정말 오랜만이네. 나의 소식 중 어떤 것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좋은 것이든 아니면 나쁜 것이든 나는 너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겠지. 해봤자 금방 너에게 들키겠고. 네가 적어준 것처럼. 어쩌면 다른 이유에서도.

그래... 일단 나는 적당히 지냈어. 여전히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면서.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 제한된 공간을 벗어날수가 없잖아? 그래서 그런지 딱히 힘들여 생각하고 그러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모든 것들을 습관화 들여서 기억하더라고. 길 잃은 자를 인도하거나 손상된 자연을 복구하고 그러는걸 말야. 신기하더라.

일단 이 정도만 얘기할게. 그래서, 너는 어떻게 지냈어? 그새 또 어떤 재밌는 얘깃거리가 쌓였는지 궁금하네. 답신에 적어줘. 어차피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기다릴게. 예전처럼.

기다림과 애정을 담아. 율로부터.

333 이름 없음 (DXPy0kfwqw)

2020-11-25 (水) 16:40:11

사랑하는 스승님께.
생명이 돋아나는 녹음의 계절입니다. 남국의 소식은 여름 바람과 함께 전해졌는지요?
스승님, 저는 이제 이 대륙의 지배자가 될 것입니다. 이제 제게는 강철 갑주를 두른 군대와 하늘을 가르는 용들이 있으며 신도 대적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이젠 제가 마음에 드십니까?
조만간 찾아뵙도록 하지요. 직접 보시면 제가 그 녀석보다 낫다는 걸 확신하게 되실 겁니다. 스승님의 애제자는 제가 돼야 했었다는 걸.

334 이름 없음 (jC05qDsUT2)

2020-11-25 (水) 17:01:07

>>329

계속 말장난이나하면 재미없어질거야 샤론 자기♡
자기의 말장난때문에 상처를 받은 엘리가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를 찾아내서 재미를 볼지도 모르잖아?
편지대신 소포를 받고싶은게 아니라면 강아지는 버리는게 좋을거야♡
소포의 내용물이 뭔지는 잘 알고있지 우리 자기?♡
모르겠다면 작은 힌트를 하나 줄게~

hint♡ : 동그랗고 눈코입이 달린 무언가

-인내심이 바닥난 엘리가

Ps. 나를 사랑하고 있으면서♡

335 이름 없음 (uCCAID/XLs)

2020-11-25 (水) 17:14:11

>>333

어리석은 놈. 내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그 나이를 먹고도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언지 여즉 깨우치지 못한 게냐? 힘에 눈먼 이들의 최후가 어떠한지 네가 정녕 모르느냐?

저잣거리에 나가면 온 사방에서 들려오는 게 네 이름이더구나. 피로 물든 괴물이 대륙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든다고 말이다. 정녕 그것이 네가 바라는 것이냐? 오명과 악명을 떨치는 것이? 네게는 그것이 곧 행복인 게야?

전부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둘 생각을 한 내 죄다. 올 생각은 하지 말거라. 나는 너같은 못난 제자를 둔 적이 없다.

336 이름 없음 (e0JY8yunEU)

2020-11-25 (水) 18:20:13

>>334

정답! 곰돌이 마카롱?

근처에 디저트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분위기가 정말 예쁘더라.

'사랑스런' 엘리와 같이 가보고 싶지만... 지금은 좀 곤란한 거 알지?

생각난 김에 한 세트 포장해서 보낸다. 맛있게 먹고 성질 좀 죽이라구.

그리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놈의 강아지는 좀 잊어버려.

-누구랑은 달리 어른스러운 샤론이

Ps. 살벌한 성격만 어떻게 좀 하면 좋을 텐데.

337 이름 없음 (./XZeI2CXA)

2020-11-25 (水) 18:35:38

>>336

아아, 우리 자기는 엘리의 기분을 어떻게해야 풀어줄 수 있을지 너무 잘 안다니까.
이러니까 엘리가 샤론 자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이번에는 '무척이나' 슬펐지만 자기의 귀여움을 봐서 기분 풀어줄게♡
다음에 또 이러면 엘리는 진짜 울어버릴지도 몰라 TT
자기의 사랑이 담긴 마카롱은 맛있게 잘 먹었어♡

-사랑의 힘으로 회복한 엘리가

Ps. 엘리의 그런면까지 사랑하면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곰돌이 마카롱의 귀부분을 물고있는 사진이 함께 들어있다.)

338 이름 없음 (wsvs5tTEZk)

2020-11-25 (水) 19:17:03

>>335

스승님. 저는 권력에 도취한 게 아닙니다. 그런 것은 오직 범인들만이 좇는 것이지요. 스승님은 여전히 혜안을 가지고도 전체를 보지 못하시는군요. 의로운 사람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까?

저는 황금 따위 원하지 않습니다. 황실에 있던 보물들은 모조리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옥좌는 황제의 심장에 칼을 꽂아 남겨두었고 제게 대항하는 자들을 죽인 뒤에는 아부하는 자들을 숙청해버렸습니다. 청빈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가 아닙니까...?

스승님이 저 같은 제자를 버리기 전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저를 제대로 본 적은 있으십니까? 아. 이제야 저를 제대로 봐주시는 건가요?
지금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스승님의 관심을 이렇게라도 받아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뒷골목에서 처음 뵈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찾아뵈러 가길 원하지 않으시니 기다리겠습니다. 스승님은 절 보러 오게 되실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추신: 스승님이 그렇게 아끼던 제자는 어디로 갔습니까? 도망치기라도 했나요?

339 이름 없음 (i/wq21JOv.)

2020-11-25 (水) 19:38:34

>>332

보고싶은 벗. 율에게.

내 친우. 율이여. 빠른 답신에 매우 기쁜 마음이 들다가도 첫 줄을 보자마자 약간의 자책감이 들었어. 네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좀더 생각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야... 이래서야 친우라 부를 자격도 없지 않나 싶지만 약간의 염치를 부려 앞으로도 너를 친우라 부름을 부디 받아들여주었으면 해.

내가 들은 소식은 네가 인도해준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였어. 듣자마자 네가 떠올라 펜을 들었던거였지. 쓰다보니 다시 미안해지네...

적당히 지냈다는 건 달리 아픈 곳은 없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까? 은근히 말을 돌린 느낌이지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할게. 나는 여전히 무탈해. 탈없이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야. 지금은 극한지방인 윈테에 머무르고 있어. 우연히 연이 닿은 연구자와 새로운 술식과 약의 연구를 한지 벌써 한달째야.

율. 이곳의 추위는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혹독하고 매섭지만 그렇기에 보이는 풍경도 꽤 많아. 맑게 개인 밤에는 쌓인 눈이 반짝거려서 마치 지상에 은하수가 펼쳐진 것 같이 보이고 한낮에 피어난 얼음꽃은 특산품으로 팔릴 만큼 아름다워. 여기 영구보존술식을 건 얼음장미를 한송이 동봉할테니 네게도 그 풍경이 전해졌으면 좋겠네.

그 꽃 말이지. 그건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발견한 꽃이야. 선행 조사 중에 발견한건데 이렇게 윤곽이 선명한 꽃은 상품 중에서도 고가의 상등품이라고 하더라. 나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으려던거지만 네가 갖고 있는게 훨씬 의미 있어보이니까 보내는거야. 새삼스럽지만 친우로서의 첫 증표라고 생각해줬으면 해. 그걸 보고 나를 종종 떠올려주면 더 좋고.

이번 답신은 여기까지 쓸게. 궁금한게 있다면 답신에 적어줘. 선물에 대한 감상도 물론.

기대와 애정을 담아. 신후로부터.

340 이름 없음 (cKWJnylsXA)

2020-11-25 (水) 21:28:55

>>339

보고싶은 벗. 신후에게.

괜찮아. 어차피 나를 친우라 불러주는 것도 너뿐이니. 자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이것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는건 나도 이미 알고있고, 이것이 바뀔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인도해준 자라. 한둘이 아니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식이 무엇이든 덕분에 이렇게 너의 편지를 받게 되었으니 이것도 운명의 일부인 것일까. 그러니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연락해줘서 고마워. 내 친우. 신후여.

음. 그래. 일단은 그 정도로 좋겠지. 무탈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네. 윈테라.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이곳과는 전혀 다른 곳. 이곳은 늘 일정하게 온난한 기후에 자연이 가득한, 변하지 않는 곳이니까. 그래서 꽃들도 많지만 네가 보내준 얼음장미와 같은 꽃은 전혀 없어.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래서 신기해. 그리고 아름답게 반짝거리는구나. 마치 내 기억 속 너의 눈동자 같아.

친우로서의 첫 증표 고마워. 너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 소중히 심어놓을게. 이미 이름도 지었단다. 이 아이의 이름은 신후야. 그러니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너를 떠올릴 수 있겠지. 이 장소에 자주 찾아올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

그리고 나도 너에게 답례로 친우로서의 첫 증표를 보낼게. 늘 일정하게 따뜻한 온기를 품은 새의 깃털이야. 품에 지니고 있으면 이곳처럼 변하지 않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거야. 추위 조심해. 나는 추위가 어떤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궁금한 것. 네가 지금 연구하고 있다는 새로운 술식과 약이 궁금해. 답신에 적어줘. 기다릴게. 예전처럼.

기다림과 애정을 담아. 율로부터.

341 이름 없음 (yswRbf6dW6)

2020-11-25 (水) 21:36:56

너는 "내가 만든" 괴물이야. 네가 끔찍해.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너를 만든 일이라 말할 거야. 하지만 네가 세상 밖을 떠돌며 손을 댄 모든 걸 망치는 꼴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다시 돌아와. 아무것도 없이 돌아오라고 해봤자 듣지 않겠지. 조건을 걸게. 네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 하나를 들어줄게. 그게 무엇이든. 네 반려 괴물을 만들어달라면 그렇게 할 거고, 네 손에 순순히 죽어달라 한다면 역시 그렇게 할 거야.
대신 나와 약속해. 어쨌든, 너를 만들었으니까 내게도 약속 하나 정도는 요구할 자격이 있잖아?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 테니, 평생 내 곁에 있어. 내가 죽은 뒤에도 네가 만들어진 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342 이름 없음 (e0JY8yunEU)

2020-11-25 (水) 21:45:52

>>337

울어버릴지 모른다니, 내게는 울려달라는 말로 들리는데.
가학심을 부추기는 언사는 곤란하다고.

그러고 보니 편지를 주고받은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고. 불안할 정도로 평화로운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야.

Ps. 확실히, 난 엘리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건지도.

(사진 속 엘리의 귀 부분을 송곳니로 물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입꼬리가 사납게 올라가 있다)

343 이름 없음 (uCCAID/XLs)

2020-11-25 (水) 21:59:14

>>338

네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는 상관없다. 설령 그것이 천명을 따르는 고귀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길이 피로 흥건한데 전부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렇게 해서는 평생토록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게다.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이제껏 내 제자들을 차별한 적이 없다. 나는 너와 그 아이를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제자로서 대했다. 그 신의를 제 손으로 저버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지 않더냐.

지금 당장 연을 끊어도 시원찮을 네 서신에 답한 이유는 하나다. 그 아이가 자취를 감춘 지 오늘로 한 달째다. 네 동문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게냐. 피가 이어지지 않은 너를 친형제처럼 아끼던 아이다. 그간 동문으로서 함께해왔던 시절을 잊은 것이더냐?

만일 네가 잡아두고 있는 것이라면 한시바삐 풀어주도록 할 것이고, 무슨 수를 쓴 것이라면 솔직하게 실토하도록 하여라. 네가 정녕 나를 원망한다면, 내 목에 칼을 겨누거라. 죄 없는 그 아이를 탓하지 말고.

344 이름 없음 (IL8To9Q2.U)

2020-11-25 (水) 22:09:39

>>342

샤론 자기가 원한다면 예쁘게 울어줄수도 있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구나 우리 자기?
그럼 우리집으로 떠나오는건 어때?
자기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앙앙거리면서 울어줄 의향도 있는데♡

-자기의 휴가지가 되고싶은 엘리가

Ps. 이왕이면 사랑한다고 해줘♡

345 이름 없음 (i/wq21JOv.)

2020-11-25 (水) 22:26:08

>>340

정애를 품은 벗. 율에게.

오. 내 친우여. 네 답신을 열기도 전부터 느껴지는 온기에 희미한 그리움을 느끼고 네가 보내준 깃을 품었을 때는 마치 내가 네 곁에 머물렀을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항상 그랬듯 무구한 미소를 보여줬을까. 아. 오늘밤은 유난히 네가 그립다. 이 깃의 온기처럼 따스하던 네 미소가 보고싶어.

내가 보낸 꽃에게 내 이름을 붙여주었다니 참 너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은 부끄럽네. 그리고 또 약간은 부러울까. 나는 듣지 못 하는 네 목소리를 들을테니까 말야. 덕분에 지금 연구중인 술식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시켜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래. 네가 궁금하다고 하기도 한 술식 말이야. 나는 지금 아주 먼 거리에 있어도 서로 소통이 가능케 하는 술식을 연구하는 중이야. 물론 이미 비슷한 술식이 담긴 물건이 세상에 나와있긴 해. 그렇지만 그것들은 통신 거리가 너무 짧거나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되다말다 하거든. 그래서 거리나 지역 따위에 제한되지 않고 통신이 가능한 술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지. 지금 연구를 함께하는 연구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야. 뜻이 잘 맞아서 연구에 몹시 많은 도움이 돼.

술식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약은 그다지 특별한 건 아니야. 그 지역의 특산물과 조합하면 지역 풍토병의 치료약 혹은 예방약이 만들어지는 약을 한번 만들어보고 있어. 만병통치약 같이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 지역의 특산물과 오래 접촉하거나 먹고 자란 사람에게만 통하는 약이니까. 어쩌면 완성되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연구하고 있어. 술식과 달리 진전은 크게 없지만 말야.

깃을 보니 떠오른건데. 그곳은 내가 떠난 뒤로 크게 바뀌거나 한 부분이 있어? 새로이 생겨난 종이나 네 거처의 상황이라거나. 변화가 없었다면 최근 있었던 일들을 답신에 적어주었으면 해. 별거 없는 일상 얘기라도 좋으니. 나는 네가 보내준 깃을 품고 자며 기다릴게.

궁금함과 기대에 애정을 더해. 신후로부터.

346 이름 없음 (xPqebIR1rA)

2020-11-25 (水) 22:35:47

>>341

알았어요. 다시 곁으로 돌아갈 테니 초조해하지 마세요. 황급히 소원을 내건 것 보면 당신의 속이 요란한 게 느껴지는데,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없으니 머리를 굴리지 마세요. 반려 괴물도 당신의 죽음도 저에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요즘 세상을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보다 보니 흥미로운 건 하나 생겼어요. ‘이름’이요. 울부짖을 때도 사용하고, 아양을 부릴 때도 사용하고, 여러 방면에서 많이 쓰이던 걸 보았어요. 어떤 자에게 이름의 개념과 정의를 듣다보니 당신이 나를 지칭하는 ‘괴물’이 내 이름이라는 걸 어느정도 확신했지만 역시 그건 좀 별로네요. 이 괴물이라는 단어는 그리 좋은 곳에 쓰이지 않아요. 동화에는 무서운 것으로 묘사되고 사람들은 괴물이 나타났다고만 하면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요. 저 배운 게 많죠? 하지만 역시 아직도 궁금한 건 당신이 그렇게 날 부르면서 느꼈던 기분과 감정이에요. 이상하죠. 아무리 추측하고 생각해도 목만 탈 뿐 당신이란 제게 미지와도 같아요. ‘끔찍하다’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니까 답을 알려주세요. 당신은 도망가지도 않았고 죽음까지 대범하게 입에 올리는 걸 보면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그러니까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같은데 날 부르며 어떤 기분과 감정이 들었나요? 이 질문에 답해주고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해요. 어떻게 아나요? 당신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 최고의 족쇄가 될 지.

347 이름 없음 (wsvs5tTEZk)

2020-11-25 (水) 22:46:24

>>343

역시 눈치가 빠르십니다.

먼저, 스승님이 그렇게 사랑하시는 동문의 소식부터 전하겠습니다.
저번 대련은 제가 이겼습니다. 그간 정이 있어서 해치지는 않았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매 끼니를 잘 지급하고 있습니다만 본인이 거부해서 매번 투여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전 스승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버려져 짐승같이 살던 저를 거둬주신 분을 어찌 원망하겠습니까? 제가 원망한다면 그건 절 버렸던 세상과 죽고서도 절 끝없이 괴롭힌 제 핏줄이지요. 스승님은 동문과 저를 그저 똑같이 대하면 안 됐습니다. 아시겠어요? 이제는 저 말고 다른 모두가 썩어 문드러질 차례입니다.

풀어주라는 말은 죄송하지만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동문이 스승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하니 스승님이 이곳으로 오신다면 사면하도록 하지요. 저는 황궁에 언제나 머무를 터니 보고 싶으시다면 미리 전보를 주십시오. 준비해 놓겠습니다.

스승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모든 건 제 죄가 흐르는 피 때문이지요. 제 태생부터 함께한 그것. 역겨운 범죄자의 피. 그러니 괘념치 마십시오. 그러실 분도 아니지만요.

함께 선물을 동봉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끝낼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찾아와 그걸로 제 목숨을 거둬주십시오. 그리고 (지워져 있다) 선한 제자를 데리고 수습을 하시든지 도망치시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추신: 스승님이 좋아하시던 꽃이 피어 화분도 보내봅니다.

(단도와 수국 화분이 각각 포장되어 들어있다)

348 이름 없음 (.quKWIr/1U)

2020-11-25 (水) 22:53:11

>>344

이 편지가 마지막이라고 한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이대로 사라져버린다면, 너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예쁘게 우는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네.

아무튼...

더 이상 날 찾지 마.

안녕, 엘리.

- 마지막으로, 샤론이

Ps. 글보다는 말로 전하고 싶었는데.

개뻥이고, 밖으로 나와. 집 앞이야.

(편지지의 밑부분이 약간 접혀있다)

# 직접 편지를 들고 찾아갔다는 느낌으로 이어봤어.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걸까? :3

349 이름 없음 (YvT.I2C1Bo)

2020-11-25 (水) 23:17:44

>>346

그래, 네 말대로 배운 게 많은 모양이야. 네가 보낸 답장은 대강 보면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네 본질은 괴물이야. 그건 내가 이름을 붙여도, 네가 그럴듯한 문장과 말로 널 꾸며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당연한 소릴 더 해봤자 쓸데없는 이야기만 길어질 테니, 네 요구에나 응하도록 할게. 네 말대로 초조한 게 사실이니까.
널 부를 때 어떤 느낌이 드냐고? 두려움에 심장이 거세게 뛰고 손발은 차게 식어. 처음부터 네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네게도 심장이라는 게 있으니 심장이 뛰는 느낌은 알겠지. 또, 부름에 이어 너와 눈이 마주칠 걸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가 목을 죄는 것처럼 괴로워. 이제 내 '끔찍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니?
넌 내가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같다고 했지만, 네 말은 틀렸어. 나도 똑같이 괴물이 무서워. 남들과 다른 대단한 발명을 할 수 있을 거라 여긴 자만심이 두려움을 누르고 널 만들어낸 것뿐이야. 도망도 가지도 않고, 목숨까지 내놓고 널 부른 건 내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
마지막으로, 네 이름은 클리프Cliff야. 뜻을 알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덧붙이자면 '낭떠러지'라는 뜻이야. 부디 이름이 족쇄가 된다면 좋겠네. 난 약속을 지켰어. 그러니 이제 돌아와, 나의 클리프.

350 이름 없음 (McNCgg9B4U)

2020-11-25 (水) 23:34:39

>>345

정애를 품은 벗. 신후에게.

비록 이런 글로는 얼굴을 보여줄 수 없지만, 나는 언제나 처음 너의 이름 두 글자부터 마지막 나의 이름 한 글자에 이르기까지 미소를 짓고있어. 내 마음이 너에게 전해졌을까. 네가 나를 그리워하면 나 역시 너를 그리워한단다. 나의 미소는 네 품 속의 따스한 깃털이 되어 너의 차디찬 밤을 품어주겠지.

네가 연구하는 술식은 그것이구나. 너다운 연구야. 너는 이곳저곳 다양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지.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너의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어. 네가 연구를 마치고 술식을 완성시킨다면 우리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질까. 그 때가 되면 노래도 불러줄게. 늘 같은 멜로디에 같은 가사였지만 네가 좋아했던 그 노래는 아직까지 나에게 남아있으니. 지금은 신후 꽃에게 들려주고 있단다. 얼음이 반짝이는 것이 꼭 너의 반응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워.

약 역시 흥미롭네. 완성시키면 분명 쓸모가 있을거야. 이곳에서 길을 잃은 자들 중에는 만병통치약을 찾아서 흘러들어온 이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에게는 너의 약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러니 힘내. 신후. 이것도 운명의 일부일테니.

음. 이곳은 너도 알다시피 변하지 않는 곳이야. 변화가 생겨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그것이 나의 역할이기도 하고. 그러니 아무래도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신후 꽃이 생겼다는 것이겠지. 얼음으로 된 장미가 신기한지 근처의 다른 장미꽃들도 말을 걸어온단다. 신후는 대답하지 않지만. 아직 잠들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의 꽃이 아니라서 그런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아. 어쩌면 신후가 새로운 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네. 그렇게 된다면 바로 알려줄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일테니까.

내 거처도 여전하단다.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찾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어쩐지 네가 떠난 후로 길 잃은 자들이 전에 비해서 점점 더 많아진 것 같아. 불순한 의도로 길을 잃은 자들도 꽤 많아졌고. 신후. 네가 들었던 소식이 무엇인지 알려줄래? 어쩌면 그런 소문들이 원인일지도 모르겠어. 아닐수도 있겠지만. 원래도 이곳이나 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들이 가득했으니. 어느 것이 운명일까.

음. 적고보니 정말 별거 없구나. 그래도 네가 물어보았으니 최대한 떠올려보았어.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네. 답신에 적어줘. 기다릴게. 예전처럼.

기억과 기다림에 애정을 더해. 율로부터.

351 이름 없음 (uCCAID/XLs)

2020-11-25 (水) 23:36:04

>>347

하나부터 열까지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네 핏줄이 무엇인지가 이제 와서 전부 무슨 소용이란 게야? 대륙을 피로 물들인 건 이름도 얼굴도 모를 네 친족들이 아니다. 전부 네 손으로 직접 저지른 죄가 아니더냐. 거기에 잘못이 있다면 욕망에 눈이 멀어 앞뒤 분간을 못한 네 탓이요, 그런 너를 바른 길로 이끌지 못한 이 못난 스승의 탓이다.

그러니 살아라. 떳떳하지는 못할지언정 살아서 정당한 죗값을 치르거라. 죽음으로 도망칠 생각이거들랑 하지 말고. 그것이 네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요, 유일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나는 그 옛날 스승보다 먼저 죽는 제자가 되라고 너를 거두지 않았다. 허니, 내 손으로 네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앞으로도 영원토록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서신을 부치는 대로 황성을 향해 떠날 생각이다. 이곳과 황성을 가르는 산맥이 까마득하니, 도착하려면 못해도 열흘은 걸리겠지. 그때까지 말미를 줄 테니 부디 군대를 거두고 학살을 멈추거라. 그리고 내가 도착하면 네 죄에 걸맞는 벌을 받거라. 얼마가 걸리건 전부 끝난 뒤에는, 다시 돌아오거라. 아직 네 배움이 끝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도망칠 생각을 했다간 회초리로 맞을 줄 알아라.

화분은 잘 받았다. 단검은 쓸모가 없으니 돌려보내마.

추신. 그 아이를 지금 당장 풀어줄 수 없다면, 적어도 그간의 정을 보아 옥에 내버려두지는 말거라. 원체 몸이 약한 아이가 아니더냐.

352 이름 없음 (wsvs5tTEZk)

2020-11-25 (水) 23:55:34

>>351

스승님은 끝까지 저를 비참하게 만드시는군요.
당신의 뜻대로 군대를 거두고 용들을 영원한 잠에 빠트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당신의 마지막 뜻에는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제 죄에 걸맞은 벌이 무엇이죠? 세상을 피로 물들이고 국가를 무너트린 사람에게 걸맞은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감옥에 갇혀 한없이 독을 품고 살아가기엔 제가 힘이 너무나 강해진 것을.

그러니 저는 당신에게 마지막 복수를 하겠습니다. 당신이 이것을 볼 때쯤엔 아마 제 몸은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저를 사랑한다면 마지막 선물로 죽은 몸이라도 안아주십시오.

안녕히.

#자결!
#수고했다! 재밌었어!
#여담으로 아까 지워져 있던 부분은 '안아주십시오'였다.

353 이름 없음 (jrz7yW.sU6)

2020-11-26 (거의 끝나감) 00:05:41

>>352 #헉 설마했던 자결엔딩..ㅠㅠ
#나도 재밌었어!
#되살려낸다는 스토리로 계속 이어가는..건 무리겠지ㅠㅠ

354 이름 없음 (n8ITORjC8I)

2020-11-26 (거의 끝나감) 00:07:22

>>353
#이미 시간이 흘러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한다
#제자는 말대로 풀어줬다고 함! 언젠가 다시 익명으로 만납시다

355 이름 없음 (SADl7eNpzo)

2020-11-26 (거의 끝나감) 00:11:08

>>350

유일한 나의 벗. 율에게.

모자란 나의 편지가 네게 미소를 짓게 한다니 정말 기쁜걸.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일거란 그 한줄이 내 심장을 제법 세차게 두드리는 바람에 나는 오늘밤 잠을 설칠지도 모르겠어. 내게 이런 기분을 들게 하는 친우...는 역시 너 뿐이야. 율.

그나저나 꽃에게 질투할 일이 하나 늘었네. 네 노래를 듣는다니 말야.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술식을 완성한 뒤 그 꽃에 걸어서 보낼 걸 그랬나 싶어. 그랬으면 너도 꽃이 반짝이는 것만 볼게 아니라 함께 얘기할 수 있었을텐데. 난 왜 항상 이 모양인지 몰라. 항상 한구석씩 빠뜨리는 버릇은 아마 생이 끝날 때까지 고쳐지지 않으려나 봐.

그곳이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거였어. 그래. 여전하구나. 안도와 염려가 동시에 들어 참 모호한 기분이야. 아. 내가 보내준 꽃은 엄밀히 따지자면 완전한 생물은 아니라서 아마 반응을 안 할 수도 있어. 너무 기대하진 말아... 아니지. 거기라면 정말 혹시 모르겠다. 지켜보고 변화가 생긴다면 얘기해줘.

네 일상이 변함없어서 안도했다면 그 다음 소식이 나를 약간 뒤숭숭하게 하네. 네가 있는 곳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길 잃은 자가 늘었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니까 말야. 네 편지를 보고 조금 주변에서 소문을 긁어모아보고 전에 만났던 사람에게도 다시 물어봤어. 이곳은 떠돌이 상인이 많이 지나다녀서 소문거리가 제법 많거든. 그 중에 이런 저런 얘기들이 있어서 정리하자면 드문드문 떠들던 만병통치약에 더해 불로장생의 약이 있다는 소문이었어. 그 약의 재료가... 그곳의 수호자..라는 소문도 몇몇 있어서. 적다보니 너를 향한 걱정에 가슴이 술렁이기 시작했어. 이것이 단순한 기우로 지나가면 좋을텐데.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날아가 네 곁을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나를 부디 너그럽게 생각해줘. 율. 내 오랜 벗. 내가 도와줄 수는 없어도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결계석 한줌을 동봉할게. 그곳의 경계를 돌면서 아주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이 결계석을 심어둬. 전부 썼다면 얘기해줘. 더 보내줄게.

부디 조심하고. 또 조심하길.

염려 섞인 애정을 담아. 신후로부터.

356 이름 없음 (jrz7yW.sU6)

2020-11-26 (거의 끝나감) 00:12:37

>>354 #그래 너참치도 수고했어! :D

357 이름 없음 (QYcj3RSUyM)

2020-11-26 (거의 끝나감) 00:14:13

G-M(길드 지정-메르헨)급 괴기현상 '숲의 레스토랑'의 주主, 통칭 '친절한 주방장' 토벌 성공 및 현상 파괴가 보고됨.
사실 확인을 위한 인원 모집.

358 이름 없음 (YmHpfbb.Ak)

2020-11-26 (거의 끝나감) 00:20:28

>>349

당신의 말대로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도 가끔씩 바라는 소망이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임을 알기에 매번 잔잔한 슬픔에 빠져요. 인간적이지 않나요? 진짜 인간처럼 눈물도 막 흘려보고 싶은데, 그러다간 당신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나를 까먹을까 봐 관두었어요. 하지만 이제 클리프라는 낭떠러지도 있으니 눈물이 나왔으면 해요. 당신의 앞에서 눈가가 붉어질 정도로 울면 그제서야 비로소 내 피와 당신의 피 색이 동일해질까? 그때도 당신은 나에게 끔찍함만을 느낀다면 안타깝게도 할 말이 없네요. 자만심이 두려움을 눌렀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할 말이 없어요. 역시 언어와 문장은 아직도 어렵네요. 표현하고 싶은 건 많은데 반의 반도 담아내질 못 하겠어요. 역시 난 당신을 옆에 두고 많은 걸 배워야 했는데 이런 꼴이 나다니. 지금 첫번째 후회를 느끼고 있어요. 이 후회를 이겨내고자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어차피 나는 당신의 과오고, 죄책감의 이유라면 평생 같이 있어야 할 텐데 그곳에서 단둘이 있는 것 보다는 여행을 다니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낭떠러지와 함께 하는 여행도 꽤나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클리프는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359 이름 없음 (cEXxciqDa6)

2020-11-26 (거의 끝나감) 01:04:08

>>358

글쎄, 네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날이 올까? 애석하게도 네가 말하는 슬픔은 와닿지가 않아. 내가 너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네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뱉는 것처럼 느껴져서야. 어디서 들은 것처럼 흉내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는 진짜 슬픔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보여.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그게 단지 신체의 반응인지, 진실된 슬픔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나는 네 눈물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해줄 자신이 없어.
네가 바라는 바는 감정에 대한 설명과 이름이 전부 아니었나? 이제 나와의 약속을 지킬 차례야. 후회와 부탁이라는 단어로 약속을 어기려는 생각은 말아줘. 너는 충분히 긴 여행을 했고, 네게는 여행이었던 시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혼란과 공포의 시간이었어.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야. 내 곁으로 돌아와.

(뒷면에 동봉된 편지. 수신인은 다른 사람 같다. 군데군데 번진 흔적이 있다.)

미하엘, 당신이 말릴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어요. 독선과 오만에 가득 찬 과거의 내 행동을 후회해요.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인 걸 알아요.
나는 이제 내 모든 과오를 인정하고, 내가 만든 실패작과 나를 영원히 유폐 시킬 생각이에요. 그와 단 둘이 영원히 남기로 한 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계속 나로 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옳았다는 말밖엔 더 할 말이 없군요.
…편지는 불 태우고 모든 내용은 잊어주세요. 나와 괴물의 존재까지도요.

360 이름 없음 (UyoM7mW0jE)

2020-11-26 (거의 끝나감) 01:11:16

>>355

유일한 나의 벗. 신후에게.

나에게 미소를 주는 건 너란다. 그리고 너의 편지 역시 너의 일부이니 그건 당연한거야. 그러니 모자라다고 하지마. 너의 편지에는 늘 애정이 가득하여 흘러넘칠 정도니까. 그 애정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은데 늘 너의 애정에 못 미치는 것 같아 미안해. 곁에 있었다면 자장가를 들려주었겠지만 지금은 내 목소리가 닿지 않으니 마음만이라도 답신에 담아 보낼게. 네가 푹 잠들 수 있길.

신후가 신후에게 질투를 한다니 재밌네. 그래도 나는 이 꽃을 보며 너를 기억할 수 있어. 그것만 해도 엄청나지 않니? 너는 늘 조금씩 무언가를 빠뜨리고는 했지만 그 덕에 우리가 조금 더 빨리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지. 이것만 해도 나는 즐거워. 너의 그 모습 역시 내 기억 그대로라서 웃음이 나와. 걱정 마. 나는 그런 너의 모습도 좋아하니.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술식을 완성해.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을테니 너를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

그래. 신후 꽃은 늘 지켜보고 있으니. 변화가 없는 이곳에서 아주 조금의 변화라도 생긴다면 바로 알려줄게. 신후 꽃의 운명이 나도 기대되는구나. 그리고 역시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구나. 무리도 아니지. 사람들은 욕망에 삼켜지면 진실을 보는 눈이 흐려지니. 어쩌면 그 소문들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결계석 고마워. 네 말대로 경계의 틈에 심어두었어. 이곳은 작고도 넓어서 아직 경계를 다 돌지는 못했지만. 만약 운명이 이미 정해졌다면 이것조차 뚫고 길 잃은 자들이 들어오겠지. 그래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나는 괜찮아. 그러니 신후. 너는 너의 연구에 집중해줘. 그것이 너의 일이니까. 이것이 나의 일이듯이. 네가 너무 염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곳의 꽃들 중 하나의 꽃봉오리를 보내줄게. 불안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손가락으로 살짝 두드리면 꽃이 피어나며 향기를 내뿜을거야. 그 향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숙면에도 도움이 되니, 필요할 때 꼭 사용해. 몸 조심하렴. 답신 기다릴게. 예전처럼.

기다림에 염려 섞인 애정을 담아. 율로부터.

361 이름 없음 (SADl7eNpzo)

2020-11-26 (거의 끝나감) 02:06:17

>>360

소중한 나의 벗. 율에게.

오. 율. 하나뿐인 잔망스러운 벗이여. 너는 이 답신에 내가 보내는 만큼의 애정을 담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 역시 매번 똑같은 생각을 하며 답신을 적는단다. 내가 느끼고 받은만큼의 애정을 담으려 하면서 말야.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여전해서 잠시 웃어버렸어. 아. 어서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네가 보내준 애정과 꽃봉오리 덕분에 나의 불안은 조금 깊이가 얕아졌어. 물론 밤에 잠도 잘 자고. 꿈속에서나마 네 자장가를 떠올려 들었는데 직접 듣는것만 못 하더라. 자장가는 늘 잠결에 들어서 기억에 선명히 남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살짝 재밌는 걸 생각해낼 수 있었어. 그게 무엇인지는 진척이 보이거든 알려줄게.

결계석을 심는 동안은 별 일 없었던거지? 일단 무사히 답신이 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경계는 위험해서 같이 있을 때도 잘 가지 않던 곳이었는데 너 혼자만 돌게 해서 뒤늦게 그러지 말걸 싶었어. 그래도 남은 부분이 있으니... 부디 조심해서 돌아. 여기 결계석 한줌을 더 보내줄테니 집 근처에도 진 쳐두고.

있지. 율. 너는 네가 영원토록 그곳에 있는 것을 운명이라며 받아들였지. 하지만 말야. 나는 사실 그 운명이란 무언가를 정말 싫어해. 그동안 말을 안 했던 것 뿐이야. 네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저 운명이니까 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운명을 만든 작자가 밑도 끝도 없이 싫었어. ...그러니 이번만큼은 나의 일보다 네가 또다시 운명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데 최선을 다해보려 해. 비록 멀리 떨어져있긴 하지만 나름의 발버둥은 칠 수 있으니까.

경계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얘기해줘. 답신 기다릴게.

애정에 애정을 더해. 신후로부터.

362 이름 없음 (YmHpfbb.Ak)

2020-11-26 (거의 끝나감) 09:16:29

>>359

그렇담 둘만의 여행은 미뤄두는 걸로 해요. 기약 없이 천추로 미뤄지는 여행은 싫지만 언젠가 제가 길길이 날뛴다면 당신이 따라와 주겠죠. 협박은 아니고 그냥 해보는 말이니까, 벌써부터 밤잠을 설치지는 마세요. 농담이에요. 마침 제가 지나고 있는 길목 근처에 작은 꽃 하나가 있는데 당신이 생각나서 같이 보내요. 나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비상한 당신이라면 이 꽃의 서식지 정도는 단숨에 떠올리겠죠? 맞아요. 그 숲이에요. 혹시나 이걸 못 맞추셨다면 꽃이 내 손에 닿아 변색되었거나 가루가 되었다고 예상해 볼게요. 오랜만에 이 숲을 거닐어서 좋아요. 정말 당신이 머지않았고 집에 돌아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생생하기에 좋아요. 어제나 그저께, 혹은 오늘 당신이 밟았을 흙을 저도 밟고 있어요. 정에 취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졌지만 열심히 당신의 곁으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발신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은데 미하엘이라는 이름 앞으로 보내진 것이 제게 왔어요. 저는 그걸 보고 당신이 제게 또다른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닐까 했지만 내용을 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혹시 마음대로 봐서 화가 나셨을까요? 당신의 곁으로 가서 지엄하게 혼이 나도 좋으니 답신으로 화내는 것만은 참아주세요. 그저 미하엘이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이니까.

363 이름 없음 (N1Sl4.PWao)

2020-11-26 (거의 끝나감) 11:11:07

>>361

소중한 나의 벗. 신후에게.

신후. 너 역시 매번 나와 같은 마음으로 답신을 적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나 역시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우리는 세월이 지났어도 예전과 똑같아. 그 사실이 뭇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 되기도 해. 그래도 일단 지금은 괜찮을거야. 그러니 안심하렴.

너는 내 노랫소리를 좋아했지. 만약 나중에 네가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된다면 그때에는 자장가를 가르쳐줄게. 너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게 된다면 이렇게 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네가 잠들 때에는 늘 내가 함께 하게 될거야. 네가 생각해냈다는 것도 기대할게.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거든.

응. 일단 결계석을 심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경계는 네 말대로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기 전에는 종종 이렇게 경계를 돌았던 기억이 남아있으니 괜찮을거야. 걱정하지마. 신후. 결계석 고마워. 우선 이렇게 너에게 답신을 보낸 후, 남은 경계를 마저 더 돌아보고 그 다음에 집 근처에 진을 쳐둘게.

...신후. 나 역시 너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한때에는 운명을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적이 있었단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하지만... 음. 아니야. 이건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금은 나를 위하여 운명을 거스르려는 너의 마음에 고마워하고 싶어. 이것 역시 너의 애정이니? ...사실 너의 마음만큼은 운명이 정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그러고보니 신후. 너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어. 어째서 그 때, 나에게 말도 없이 떠났던거야? 어느 순간 네가 사라져서 작별인사도 못했던 것이 100년도 훨씬 전이지만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있어. 알았다면 배웅이라도 해줬을텐데. 너도 아직 기억이 남아있다면 답신에 적어줘. 기다릴게. 예전처럼.

애정에 애정을 더해. 율로부터.

364 이름 없음 (6oTfaVd5qA)

2020-11-26 (거의 끝나감) 14:19:53

>>362

협박에 뜻을 모르는가봐? 아니면 알고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후자라면 내가 정말 대단한 걸 만들었다 생각해도 되겠어. 그게 최악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빼면. 언젠가 네 바람대로 여행을 하며 다니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인간답다'고 느껴지는 날이 와야 가능할 거야.
다정한 클리프, 넌 정말 여러 방법으로 날 소름끼치게 하는구나. 꽃은 잘 받았어. 어울리지 않는 정을 떼고, 쓸데없이 근처를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곧 도착하겠구나. 도착하거든 문을 세 번 두드려. 숲 속에서 인간이 혼자 지내기엔 위험해서, 네가 왔다는 사실을 구별할 게 필요해.
다른 사람에게 갈 편지를 네게 보낸 건 실수야. 내 실수로 네게 화내진 않겠어. 미하엘은 한때 내 동료였던 사람이고, 널 만들겠다 한 나를 말린 현명한 사람이었지. 하지만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이제 그와는 아무 연관 없이 살아갈 테니까.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문을 두드려. 꼭 세 번이야.

365 이름 없음 (6oTfaVd5qA)

2020-11-26 (거의 끝나감) 14:21:15

>>364 # 첫 줄의 "협박에"->"협박의"입니다! ㅠㅠ

366 이름 없음 (SADl7eNpzo)

2020-11-26 (거의 끝나감) 15:39:17

>>363

늘 보고싶은 벗. 율에게.

네 답신을 받고 나는 하루 정도 연구에서 손을 떼었어. 근심걱정 때문은 아니야. 네게 보낼 답신을 적기 위해 오래전 기억을 되짚어볼 시간이 필요했거든. 그 탓에 이 답신이 네게 닿는 건 이전보다 조금 늦을지도 몰라. 늘 기다리기만 하는 네게 더 빨리 보내지 못함이 어찌나 미안스럽던지. 그러니 늦은만큼 내용을 충실히 담아보려고 해.

내가 말도 없이 떠난 일 말인데. 네게 돌아가는 그 날까지 숨길까 했지만 이미 100년도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너를 홀로 남겨둔게 미안해서라도 지금 얘기해줘야 할거 같네. 혹시 모르니까 말야.

내가 네 곁을 떠나기 얼마 전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너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어. 기억을 되짚던 중에 눈치 빠른 너에게 들키지 않게 하느라 진땀 뺐던 기억이 나더라고. 지금까지도 몰랐던 걸 보면 내가 잘 숨기긴 했나봐. 바깥 표현으로 나사 하나 빠진 내가 한 것 치고는 말야. 아. 잠시 얘기가 샜네. 아무튼 말이지. 그 고민을 하던 시기에 들어온 길 잃은 자가 했던 말이 내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주었어. 그는 너와 나만큼은 아니어도 오랜 시간을 산 점성술사였는데 나를 보고 단번에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아챘어. 그리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그곳에 없다고 했어. 그럼 어디에 답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별 하나를 가르쳐주며 그 별을 따라가면 답이 나올거라고 했지. 정확히는 별의 끝에 있다고 했는데. 아직...은 도달하지 못 했나봐. 아니면 이미 도달했지만 깨닫지 못 했거나.

그가 내보내진 후 나는 바로 떠날 마음을 먹었어. 하지만 네가 눈에 걸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 말해야 하는데 저 별이 멀리 가기 전에 떠나야 하는데 하면서도 네 얼굴만 보면 이대로도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매번 발목을 잡았지. 너와 계속 그곳에서 머무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마음 한켠으론 너를 바깥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았어. 그 새로운 고민에 다시 며칠을 생각한 끝에 나는 말없이 떠나는 걸 택했어. 그리고 방도를 찾기 전에는 네게 돌아가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 다짐보다 뜻밖의 곳에서 네가 생각난 반가움이 너무 컸나봐.

율. 나는 네가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고양감 비스무리한 걸 느꼈어. 너 역시도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게 어쩌면 이라는 가정을 하게 해주었어. 무엇에 대한 가정인가 하면 이건 조금 더 조사해볼 필요가 있으니 아직은 꺼내지 않을게. 음. 네게 기다림에 궁금증까지 더해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내 애정만큼은 운명이 정한 것이 아니야. 모자란 친우로서 그것만큼은 믿어도 된다고 감히 말할게.

...네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어서 듣고싶다. 배우지 않아도 기억에 남을 만큼 듣고 또 들으며 잠들고 싶어.

애정에 미안함과 그리움을 더해. 신후로부터.

367 이름 없음 (31wiPkILhg)

2020-11-26 (거의 끝나감) 18:00:35

>>366

늘 보고싶은 벗. 신후에게.

답신이 늦는 것은 괜찮아. 기다림은 나의 호흡과도 같으니. 늘 나와 함께 하기 때문에 이것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너의 답신이 늦어지든 아니든 괜찮단다. 이보다는 네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이 될 뿐이지.

신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네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내용은 일부러 묻지 않았단다. 네가 직접 말해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듣게 되었네. 이곳을 스쳐지나간 길 잃은 자들이 많아 네가 말한 점성술사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덕에 네게 나아갈 길이 나타났으니 어쩌면 그는 길 잃은 자가 아니라 운명이 여기로 데려온 자였을수도 있겠구나.

신후. 상냥한 나의 친우여. 너의 애정어린 마음은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것이란다. 어쩌면 내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는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내게 이런 시련이 찾아오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신후. 나는 내 운명을 받아들인지 오래야. 그리고 그 후로 아주 기나긴 시간이 흘렀지. 내가 운명을 거스르려 했을 때 나는 아주 끔찍한 벌을 받았단다. 그 기억만큼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생생해. 아마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기억이겠지.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운명을 수용하기로 했어. 어쩌면 네게는 체념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야. 나는 선택했어. 모든 것을 지키기로.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 모두 괜찮아. 그러나 운명을 거스르려는 순간 순리가 어긋나며 모든 것들이 망가질거야. 톱니바퀴가 멈추게 되면 모두 멈추듯이. 중심이 무너져내리면 모두 무너지듯이. 그리고 분명히 그 중에는 너도 있겠지. 나는 그것만큼은 막고 싶어.

그러니 나를 위해 너의 운명까지 거스르려고 하지는 마. 거스르려고 하면 할수록 시련도 더 크게 다가온단다. 나는 너까지 벌을 받게 되는 것은 원치 않아. 벌을 받는 건 지금의 나로도 충분해.

네가 무사히 다시 이곳에 온다면 밤새도록 자장가를 불러줄게. 전처럼 잠든 너를 지켜보며, 너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너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줄게. 만약 내가 그때에도 그럴 수 있다면. 부디 몸 조심해. 답신 기다릴게. 예전처럼.

애정에 기다림과 염려를 더해. 율로부터.

368 이름 없음 (YmHpfbb.Ak)

2020-11-26 (거의 끝나감) 18:08:20

>>365 *크으 참치야 고생했어!! 클리프도 이제 슬슬 도착했을 것 같고 문 열자마자 보이는 서로의 표정이 궁금하네 🥰 넘 재밌다

369 이름 없음 (4Hy7p5qoBo)

2020-11-26 (거의 끝나감) 18:29:10

>>368 참치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못 다한 이야기를 두 가지 풀면, 세 번 두드리라고 한 건 셋 세고 열리는 순간 죽이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실행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두 번째는 사고로 죽은 약혼자를 되살리려 만든 게 클리프였다는 설정이 있었어요. 덕분에 저도 정말 재밌었어요! 감사합니다! 🥰

370 이름 없음 (YmHpfbb.Ak)

2020-11-26 (거의 끝나감) 18:34:27

>>369 헉. 와ㅏ마. .. 그런 설정이 있었구나 .. . 이렇게라도 들으니까 짜릿하다!! ⚡️⚡️ 그리고 혹시 참치만 괜찮다면 개인적으로 백업?하는 곳에 복사해도 괜찮을까? 편지들!

371 이름 없음 (4Hy7p5qoBo)

2020-11-26 (거의 끝나감) 18:41:29

>>370 저도 풀게 돼서 좋네요 ☺️ ㅋㅋㅋㅋㅋ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넵 물론이에요. 편하게 백업하셔요!

372 이름 없음 (SADl7eNpzo)

2020-11-26 (거의 끝나감) 20:09:00

>>367

한결같은 벗. 율에게.

네 답신을 받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펜을 들기 전에 생각해보니 닷새나 지났더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저번보다 좀더 긴 시간이 필요했어. 생각할 시간 말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 난 과분할 정도로 무탈하단다. 친우여.

생각에 잠긴 동안 모순적이게도 그동안 영 풀리지 않던 술식의 구조가 나왔어. 구조를 아주 조금만 바꿔보면 되는 간단한 거였는데 그동안 그걸 몰라서 빙빙 돌았던거야. 너무 허탈할 정도로 깔끔하게 풀려버려서 어이가 없었어. 같이 연구를 하던 사람은 엄청 기뻐했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제 술식이 완성된거니까 도구로 만드는데는 아직 시일이 걸릴 듯 해.

그러는 사이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많은 생각이면서 동시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 나의 여정과 그간의 시간과 그동안 이룩해온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이런 생각도 했지. 어쩌면 그 때 너에게 얘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는 아니야. 그 때 얘기를 하고 대화를 했어도 나는 한번쯤은 네 곁을 떠났을 거란 느낌도 들었거든. 그랬으면 너를 긴 시간 그저 홀로 두진 않았을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지.

생각 중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너를 그 운명에서 끌어내보겠다는 것도 있었어. 그걸 제일 깊게 생각한거 같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 하루 낮과 밤을 앉은 자리에서 꼬박 생각했는데. 완전한 결론은 아니어도 약간 정리는 됐어. 어떻게 정리가 되었는지는 다음 답신에서 알려줄게. 네 답신을 받은 후에 말야.

...율. 소중한 내 벗아. 나의 애정이 너에게 과분해 그런 시련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면 너는 어떻게 하길 바랄까. 너는 네 선택으로 운명을 받아들였는데 만약 나의 이런 애정과 너를 향한 시도가 그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너를 이지러지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율.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싶다. 답신 기다릴게.

변함없는 애정을 담아. 신후로부터.

373 이름 없음 (phVSh7wM2Q)

2020-11-26 (거의 끝나감) 21:35:16

>>372

한결같은 벗. 신후에게.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조차 잘 느껴지지 않지. 너의 답신을 받고나서야 이번엔 닷새가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너를 걱정하는 마음은 늘 동일해. 그것은 영원히 그러할거야. 어쩌면 너의 생이 다한 이후에도.

그새 술식을 완성했구나. 정말 축하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해결되었으니 나머지도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거야. 시간은 노력하는 자의 편이니. 분명 너에게도 달콤한 성공을 안겨줄거란다.

너의 답신을 읽으면 늘 나를 위해주던 너의 얼굴이 떠올라. 나는... 그 점이 행복하고 두려워. 신후. 소중한 내 벗아. 너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벗이 없단다. 너만이 나의 유일한 벗이지. 나에게 벗을 사귄다는 운명은 없었을테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너와 거리를 두려 했어. 다른 모든 이들처럼. 너도 단순히 길 잃은 자라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신후. 너도 알다시피 너는 점점 내게 너무나도 큰 존재가 되어버렸어. 그리고 나는 그 점이 너무나 행복하고 두려워.

...신후. 내가 이곳을 떠나서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던 그 때, 내게 주어졌던 벌을 보며 나는 절망했단다. ...나와 조금이라도 스쳐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바스라지고 썩어갔어. 끔찍한 몰골로 부서지고 녹아내렸어. 그래서 나는 아무도 내 삶에 들이지 않기로 했지. 늘 이곳에서 홀로 살아가며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는 것이 나의 운명이야. 하지만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네가 찾아왔지. 운명의 장난인건지. 운명의 선물인건지.

신후.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 나는... 네가 사라졌던 그 날부터 내가 가지고있던 기억들을 조금씩 잃고 있단다. 어쩌면 이렇게 나의 본분을 잊고 너에게 애정을 품어 이 마음을 내어준 것에 대하여 운명이 내린 경고이자 시련이자 벌일지도 몰라. 이대로면 나는 너에 대한 기억마저 완전히 잃어버리겠지. 너에게 들려주었던 노래,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 네가 보내준 얼음장미, 어쩌면 너의 이름 두 글자까지. 나는 그게 두려워. 무서워. 신후. 내가 마침내는 너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너를 만나도 너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할까봐. 신후...

신후.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어떻게 하고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운명을 거스른다면 분명 너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죽어가겠지.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어. 그래서 나는 나의 운명을 받아들였어. 모두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이렇게나 나를 위해주는 너의 애정을 보니 나 역시 운명을 벗어나 너와 함께 떠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나고 있어. 네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나 역시 너의 곁에서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균형을 지켜야해. 변함없이. 나 홀로. ...아. 지금도 또다시 길 잃은 자가 들어왔구나. 운명이야.

신후.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정리를 했는지 궁금해. 답신에 적어줘. 기다릴게. 예전처럼.

변함없는 애정을 담아. 율로부터.

374 이름 없음 (68AAlAyvmA)

2020-11-26 (거의 끝나감) 21:52:24

(커다란 편지지를 열자 공과금 통지서가 떨어진다)

야, 네 작업실 공과금 통지서 내 집으로 날아왔잖아.

헤어진지가 언젠데 똑바로 안할래?

내가 전남친 공과금 통지서나 봐야겠어?

당장 주소지 변경해놔.

375 이름 없음 (G2gbzhjECE)

2020-11-27 (불탄다..!) 00:46:18

>>373

유일무이한 벗. 율에게.

술식을 완성했을 때는 정작 아무 감흥도 없더니 네가 해준 축하한다는 말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뒤늦은 기쁨에 철없는 아이처럼 웃어버렸는데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깜빡했지 뭐야. 덕분에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을 정도였어. 고마워. 율.

율. 나는 네 답신을 보고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어. 그래. 그 날 그 장소에서 널 마주친 순간 말이야. 떠오른 김에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하지 않았던 얘기도 포함해서.

그 때에 넌 나를 단순히 길 잃은 자로 알았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어. 나는 그곳의 수호자를 보러 찾아들어갔던거야. 율. 너를 만나려고.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 오랜 시간 살면서 별의 별것들을 다 듣고 알고 산 나조차 모르는 장소 모르는 이가 있다는게. 그래서 일부러 길을 헤매어 네가 있는 그곳으로 들어간거야. 그리고 만났지. 영원불멸하는 그곳의 수호자인 너를. 그런데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어. 의도대로 만난 건 좋았는데 널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겨버린거야. 그 나이에 우습게도 말야. 그래서 원래라면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어영부영 네 옆을 맴돌며 그곳에서 머물렀지. 지금 생각해보니 길 잃은 자가 점점 늘어난게 내 탓이 아닌가 싶네. 혹시 모르지만 미안해.

율. 너는 네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른다고 했지. 운명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와 함께하고 싶어져서 혼란스러워보였어. 내가 네 답신을 보고 느낀 바가 맞다면 말야.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 어쩌면 네가 내 생각을 받아들여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걸 하자고 하면 너도 손을 내밀어줄지도 모르겠다고.

그게 뭔지 말하기 전에 미리 얘기해둘게 있어. 얼마 전에 보냈던 답신 중에 자세한 걸 조사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한게 있었지. 믿길지 모르겠지만 그건 네가 있는 그곳에 관한 거야. 원테의 오래된 문헌과 장로로부터 들은거니 신빙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간단히 풀어볼게. 만병통치약, 불로불사의 영약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그곳을 원래는 이상향이라고 불렀다고 해. 아주 오래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할만큼 아득히 먼 과거에 말야. 그리고 그때는 수호자도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었다고 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이상향을 보고 분노한 지고의 존재가 그곳을 밖과 단절시켜버린거야. 그러면서 동시에 수호자를 세웠다고 하는데. 이것이 너인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 수호자 역시 그곳이 존재하는 한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너이거나 너 이전의 누군가일지도. 이 기록을 해독해준 윈테의 장로가 말하길 지고의 존재가 이상향을 단절시키기만 한 건 차마 그의 손으로 없앨 수가 없어서였대.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어. 그곳을 없앤다면 수호자라는 운명도 없어지지 않을까.

이쯤 하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눈치챘을까. 맞아. 율. 나는 너를 붙잡아두는 그곳을 없애보려 해. 기이하게도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술식이 이미 이곳에 있었거든. 이게 성공한다면 너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실패한다면... 어쩌면 운명을 거스르려 했을 때보다 더한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성공할 가능성에 걸어보고 싶어.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내 존재를 걸고.

이제 다시 물을게. 율. 너는 어떻게 하고싶어? 실날 같은 희망에 걸어볼지. 그대로이길 원하는지. 아니면 달리 생각나는게 있는지. 답신에 적어줬으면 해. 그럼 기다릴게.

애정만을 담아. 신후로부터.

376 이름 없음 (LowI6oKf.I)

2020-11-27 (불탄다..!) 04:10:46

사랑하는 우주에게.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전교에 벌써 네가 외계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단다.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늘 조심해야 해. 우린 지구인이랑 놀러 온 게 아니니까. 아빠 말 이해하지?
그리고 학교에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 우주랑 아빠는 똑 닮았으니까 쉽게 의심받게 될 거란다. 지구인들은 시력이 꽤 좋아. 조금 불편하더라도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렴.

늘 우주를 걱정하는,
아빠가.

377 이름 없음 (wTBq0ZS0Co)

2020-11-27 (불탄다..!) 11:26:35

>>375

유일무이한 벗. 신후에게.

너의 답신을 받고 몇 번을 반복해 읽었는지 너는 알까. 시간의 흐름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감히 며칠 째 너의 답신을 계속 읽고 또 읽었다고 말하고 싶어. 그 때문에 답신이 늦어진 점 미안해.

신후. 너는 길 잃은 자가 아니었구나. 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자였어. 조금씩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도 아직 너와의 첫 만남은 남아있어. 너를 인도하려 네 앞에 나타난 나를 처음으로 바라보던 너의 얼굴도, 내 이름을 묻던 너의 목소리도, 전부. 그것은 신기함과 놀라움만이 아니었구나. 너의 마음을 나에게 주던 것이었구나. 아아. 이제야 알 것 같아. 나는 운명이 정해졌든 아니든, 너를 애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어. 신후. 네가 운명을 비집고 들어온거야. 아주 작은 틈새 사이로. 늘어났던 길 잃은 자들도 어쩌면 네 말대로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구나. 운명이 벌어졌으니.

그래. 신후. 네 말이 맞아. ...나는 혼란스러워. 감정 같은 건 죽어버린지 오래라고 생각했어. 그 억겁의 시간 동안 나에게 주어진 건 이 공간과 운명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다시 너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나는 애정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그래서 너무 혼란스러워. 이상향과 수호자.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아. 나는 너무 많은 세월을 보내왔고, 잃어버린 기억도 적지 않으니. 어쨌든 이 공간과 나는 연결되어있는 것이 맞았구나. 나 역시 이곳의 일부였어. 나를 붙잡아두는 곳. 이상향.

신후. 역시 너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단다. 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은 이였고, 그만큼 행동력도 강한 대담한 이였으니. 나는 그런 네 모습이 좋단다. 하지만 신후. 나는 여전히 두려워.

만약 이곳을 없애는 것을 성공하게 된다면 수호자는 필요가 없게 되겠지. 하지만 나의 존재 의의는 그것이고, 이곳과 연결되어있는 나로서는 어쩌면 이곳과 함께 그대로 사라지거나 아니면 모든 기억을 전부 다 잃어버릴지도 몰라. 신후. 너에 대한 기억까지 전부. 사실 전자는 상관없어. 하지만 후자는 너에게 상처를 줄까 염려스러워. 게다가 너의 말대로 실패하게 된다면 어쩌면 정말로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벌을 받게 되겠지. 그 벌이 나만 받는 거면 나는 주저하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이곳을 없애려하는 것이 너라면, 너에게도 분명히 그 벌의 영향이 미치겠지. 나는 그것이 두려워.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싫어. 신후.

하지만... 신후. 네가 나를 알듯이 나도 아직 너라는 자를 기억하고 있단다. 너는 이미 그 방법을 실행하기로 결심을 굳혔겠지. 나를 위하여. 아주 작은 희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붙잡고. ...그런 너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너에게 부탁이 있어. 혹시 그로 인해서 내가 어딘가 파괴되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절대로 죄책감이나 자책감을 가지지 말아줘.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니.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너에게 가게 될 벌은 최대한 나에게로 끌어올 생각이란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선택이자 나의 행동이고, 그러니 이것에 대한 너의 책임은 전혀 없는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너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땐 차라리 나를......

...이미 우리는 거대한 운명 아래에 놓여있구나. 하지만 난 너를 믿고싶어. 신후. 실날 같은 희망에 내 몸을 의지하고, 너에게 내 마음을 온전히 보낼게. ......너와 같이 운명을 마주하고 싶어.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겠지. 어느 쪽으로든.

나는 지금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 신후 꽃과 같이 있단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꽃을 쓰다듬어주고 있어. 신후만이라도 이 노래를 기억하여 너에게 노래를 전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신후. 부디, 부디 몸 조심해.

애정만을 담아. 율로부터.

378 이름 없음 (9jqJYy7LEU)

2020-11-27 (불탄다..!) 12:29:57

(카톡 대화창이다.)

[ 야 ]
[ 발로 공을 차랬지 내 다리를 까면 어떡하냐 ]
[ 깁스해야된다잖아ㅡㅡ ]

379 이름 없음 (Oov4Ov5rdA)

2020-11-27 (불탄다..!) 14:19:00

>>378

[ 아, 미안하다고 ]
[ 그래도 다리만 깐걸 다행인줄 알아 ]
[ 맘같아서는 딴데를 까고 싶었거든 ㅎ ]
[ 😄 ]

380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4:41:59

>>379

[ ㅡㅡ ]
[ 됐고 ]
[ 그래서 시합 어떻게 됐냐 ]
[ 우리반이 이김? ]

381 이름 없음 (rk/sRI0UnU)

2020-11-27 (불탄다..!) 15:11:45

>>380

[ ㅎ ]
[ 네네반이 이겼겠냐? ]
[ 당연히 우리반이 이겼지 ]

382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5:16:43

>>381

[ 아씨 ]
[ 너때문이잖아!! ]
[ 나 병원만 안갔어도 우리반이 이겼다고 ]
[ 너 일부러 그랬지 ]
[ 😡 ]

383 이름 없음 (G2gbzhjECE)

2020-11-27 (불탄다..!) 15:24:56

>>377

연모하는 나의 벗. 율에게.

율. 답신이 늦은 것에 미안해하지 말아. 언제나 널 기다리게 하던 나인 걸. 며칠동안 몇번이고 볼 만큼 내 답신이 네게 의미 있어서 오히려 기뻐. 그리고 늦은만큼 네 진심이 담긴 답신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쁨이 한층 더해졌단다.

네 답신을 기다리는 며칠이 정말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어. 그동안 왜인지 모를 기대감이 들어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을 정리했거든. 약의 연구도 엉킨 실타래 풀리듯 막힘없이 진전되어 마무리되었고 통신도구도 이제 내가 없어도 되는 정도로 끝났어.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이곳의 연구자와 학자들에게 전해주고나니 네 답신이 도착해있더라. 홀가분하면서도 기대에 들떠 답신을 열던 순간의 기분을 너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어.

내 벗아. 나는 네 답신에서 너와 함께 있을 때도 보지 못 했던 너의 여러 감정들을 읽을 수 있었어. 혼란, 두려움, 기대, 염려... 그리고 나와 같은 애정. 이렇게 생생한 감정을 되살아나게 한게 나라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한지 너는 알까. 너의 변화가 내가 하려는 일의 성공 가능성을 늘려주는 것만 같아. 내가 비집고 들어갔던 틈이 너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만큼 커진 느낌이야.

그래. 네 생각대로 나는 네 답신이 오기 전부터 이미 그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리고 이 답신을 쓰는 지금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야. 준비를 하면서 나는 최대한 실패했을 때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 지금도 그렇고. 실날 같은 희망이라고 한 건 나지만 그 희망이 실패할 가능성보다 훨씬 강할거라고 믿고 있어.

설령 실패하더라도 내 벌을 네가 가져가도록 두지 않을거야. 그것만은 절대 양보 못 하니까 그런 줄 알아. 네가 내 고통을 보기 싫은만큼 나도 네 고통을 보고싶지 않아. 그러니 같이 바라자. 성공하기를.

하지만 이걸 하기 전에 먼저 네 곁으로 돌아가려고 해. 지금도 홀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너를 그저 둘 리가 없잖아.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율. 잔뜩 기다리게 해놓고 할 말은 아닌가. 나의 이런 모자람에 불만이 있다면 이제 직접 가서 들을게. 네 목소리 네 말로 해주는 거라면... 그냥 너라면 뭐든 다 좋지만.

이 답신을 띄우는대로 네 곁으로 갈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이건... 조금 이르지 않나 싶지만 미리 전할게.

사랑해. 나의 율.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앞으로도 오래도록.

너를 향해 가는 신후로부터.

# 이 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 여기까지 이어주신 익명의 참치님께 무한한 감사를. 정말 즐거웠어요.

384 이름 없음 (Oov4Ov5rdA)

2020-11-27 (불탄다..!) 15:52:50

>>282

[ 내가 싸이코도아니고 일부러 그랬겠냐? ]
[ 미안하다고 -_-]
[ 야, 근데 너있었어도 우리반이 이겼을걸? ㅋㅋ]

385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5:56:30

>>384

[ 아닌데 ]
[ 너 완전 싸이코 맞는데 ]
[ 미안하면 편의점 쏴 ]
[ 😜 ]
[ 아 근데 솔직히 진짜 나 있었으면 우리반이 이겼다고 ]
[ 억울하네 ]
[ 책임져 ]

386 이름 없음 (JtIwPO0Auo)

2020-11-27 (불탄다..!) 16:07:56

>>385

[ ㅎ.. 진짜 싸이코스럽게 남은 다리도 깁스차게 해줄까? ]
[ 됐고 ]
[ 편의점 쏠테니까 기분푸셈 ]
[ 짜피 너 있었어도 너네반 졌을거라고 ]
[ 아, 진짜. ]
[ 책임지면 되잖아 -- ]
[ 어떻게 책임져야 그만 찡찡댈래 ]

387 이름 없음 (b.zISl2mq2)

2020-11-27 (불탄다..!) 16:10:00

>>383
# 참치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가슴 떨리는 엔딩이네요.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 사실 참치님만 괜찮다면 1:1로 가서 이 둘의 이야기를 더 같이 만들어가고 싶은데 참치님은 어떠신가요? 부담드릴 생각은 없으니 편히 대답해주셔도 괜찮아요. :>

388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6:12:58

>>385

[ 와 ]
[ 진짜 싸이코다 ]
[ 남은 다리도 깁스하면 너가 나 업고 다녀야 됨ㅋㅋㅋㅋㅋ ]
[ 찡찡댄다니 ]
[ 말이 심하네💦 ]
[ 무튼 ]
[ 책임은 됐고 ]
[ 어떻게 됐냐 ]
[ 경기 끝나면 고백한다메 ]
[ 설마 차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89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6:13:27

>>388 >>386

390 이름 없음 (rk/sRI0UnU)

2020-11-27 (불탄다..!) 16:23:30

>>388

[ 양심도 없네 ]
[ 너랑 나랑 키차이는 생각하고 말하는거임? ]
[ 묻지마 새꺄 ]
[ 너 실려가고 정신없어서 ]
[ 고백할 생각도 못했으니까 ]

391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6:26:54

>>390

[ 뭐 임마 ]
[ 별 차이도 안 나는구만 ]
[ 그리고 너 힘 쎄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엥 ]
[ 왜;; ]
[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 ]
[ 늦게라도 고백하지 그랬냐 ]

392 이름 없음 (rk/sRI0UnU)

2020-11-27 (불탄다..!) 16:33:02

>>391

[ ...양심없는 새끼 ]
[ 아, 몰라. ]
[ 암튼 정신없었음 ]
[ 그리고 사람 실려가게해놓고 ]
[ 그날 바로 고백하면 ]
[ 누나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냐? ]

393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6:39:18

>>392

[ 솔직히 엠뷸런스는 에바긴 했지 ]
[ 쌤이 괜히 난리친 거라니깐 ]
[ 뭐어때 ]
[ 누나 그런거 신경 안쓸걸 ]
[ 그리고 원래도 딱히 이미지가 좋지는...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94 이름 없음 (Oov4Ov5rdA)

2020-11-27 (불탄다..!) 16:44:44

>>393

[ 내일 반대쪽 다리도 깁스할준비 해놔라 새끼야 ㅎㅎ ]
[ 암튼 그래서 ]
[ 내일 고백할거임 ]

395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6:51:42

>>394

[ 아 내일부터 업고 다녀주겠다고? ]
[ 감사ㅎ ]
[ 오오 드디어 고백하는거냐 ]
[ 어떻게 할거임? ]
[ 뭐 준비한거 있음?? ]

396 이름 없음 (mtsTLhcP.I)

2020-11-27 (불탄다..!) 16:56:25

>>395

[ 그냥 기어다녀라 ㅋㅋㅋㅋㅋ ]
[ 그냥, 누나 집 데려다주면서 ]
[ 좋아한다고 말할거임 ]
[ 자세한건 묻지마라 ㅋㅋㅋㅋ ]

397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00:11

>>396

[ 오오 로맨티스트 오오오 ]
[ 인생 18년만에 드디어 솔로 탈출하는거냐 ]
[ 미리 축하한다ㅋㅋㅋㅋ ]
[ 내일 후기 ㄱㄱㄱ ]

398 이름 없음 (JtIwPO0Auo)

2020-11-27 (불탄다..!) 17:04:30

>>397

[ㅋㅋㅋㅋㅋ 18년동안 솔로는 너고 ]
[ 형은 애인 많았었다 ]
[ ㅇㅇ 내일 후기 알려드림 ]
[ 야, 나 이제 롤하러 가야됨 ]

399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11:26

>>398

[ 웃기고 있네ㅋㅋㅋㅋㅋㅋ ]
[ 나도 인기 많거든? ]
[ 후기 안주면 지옥까지 쫓아감 ]
[ 아 뭐야 왜 나 빼고 놀아ㅡㅡ ]
[ 나 곧 병원 나가니까 같이 ㄱ ]

400 이름 없음 (mtsTLhcP.I)

2020-11-27 (불탄다..!) 17:30:09

>>399

[ 아, 네~ 그러시겠죠~ ]
[ 알았다고 새끼야 집착하지마 ]
[ ㄴㄴ 너 못해서 안끼워줄거임 ]

401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32:53

>>400

[ 뭐래 ]
[ 그리고 내가 너보단 잘함ㅋ ]
[ 병원으로 데리러 와주라 ]
[ 목발 개 불편해.. ]

402 이름 없음 (mtsTLhcP.I)

2020-11-27 (불탄다..!) 17:36:46

>>401
[ 저번에 개 발린게 누구더라 ㅎㅎ ]
[ ㄲㅈ 나 롤해야된다고 ]
[ 택시타셈 ]

403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39:25

>>402

[ 아 그땐 진짜 컴이 이상했다고ㅡㅡ ]
[ 와 지금 남의 다리를 분질러놓고 ]
[ 양심없는 새끼 ]
[ 택시비 받아낼거임 ㅅㄱ ]

404 이름 없음 (JtIwPO0Auo)

2020-11-27 (불탄다..!) 17:45:09

>>403

[ 진 새끼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라 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 ]
[ 어디병원인데 ]

405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47:15

>>404

[ XX병원 ]
[ 데리러 와주게? ]
[ 올때 간식사와 ]
[ ㅋㅋㅋㅋㅋㅋㅋㅋ ]

406 이름 없음 (rk/sRI0UnU)

2020-11-27 (불탄다..!) 17:51:28

>>405

[ 뭐야, 근처네 ]
[ ㅈㄹ 간식같은 소리하고있네 ]
[ 10분만 기다려라 ]

407 이름 없음 (xoJ2OhzOaw)

2020-11-27 (불탄다..!) 17:55:30

>>406

[ 와 감동 ]
[ ㅋㅋㅋㅋㅋㅋㅋ ]
[ 1층 오면 전화해 ]

408 이름 없음 (mtsTLhcP.I)

2020-11-27 (불탄다..!) 18:09:27

>>407

[ 야, 뭐하는데 전화안받냐 ]
[ 나 지금 1층 로비임 ]

409 이름 없음 (ryR/.n.7KA)

2020-11-27 (불탄다..!) 18:17:09

>>408

[ ㅈㅅ 엄마랑 통화중이었음 ]
[ 지금 내려간다 ]

#여기서 끊거나 한 번 정도 더 잇는 게 깔끔할 것 같네!
#으음.. 이대로 끝낼까 아니면 계속 잇고 싶은 생각이 있어? 너참치는 어때?

410 이름 없음 (rk/sRI0UnU)

2020-11-27 (불탄다..!) 18:31:36

>>409

#여기서 끊으면 될 것 같아!
#재밌었고 고생했어 참치야!

411 이름 없음 (DWr4QoTcAg)

2020-11-27 (불탄다..!) 18:56:17

살다 보니 빌런에게 목숨 구명 받을 때가 있네요. 히어로와 더불어 가게만 부숴 먹는 줄 알았더니... 이름도 주소도 모르고 겉봉에 V에게 라고 적은 거 외에 더 적은 것도 없으니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일은 없고 이 편지는 아마 버려지겠지만 감사합니다.

-C 올림

ps. Villein에서 따온 V고 당신 활동명은 안 적었으니까 아무도 당신이 어떤 Citizen을 구했는지 모를 거예요. 그러니까 살다가 또 누군가를 변덕처럼 구하고 싶어진다면 구해주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ps2. 버려질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주 조금 답장을 기대하고 있어요. 약소한 감사의 표시도 함께 동봉합니다. 여기 블루베리 치즈케이크가 맛있더라고요.
(편지 안을 살펴보자. 5 New Street에서 유명한 베이커리의 <케이크 50% 할인쿠폰>이 동봉되어 있다.)

412 이름 없음 (G2gbzhjECE)

2020-11-27 (불탄다..!) 19:02:50

>>387

# 1:1이라. 제안은 정말 반갑지만 저에겐 이 이상의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네요..
# 혹시 참치님이 생각하신 둘의 이야기가 있는가요?

413 이름 없음 (DbZL4x2DJA)

2020-11-27 (불탄다..!) 19:13:18

또 술 마시면 내가 개라고 했던 거 기억나?
개를 친구로 두게 된 걸 축하해 ^.^
나와라 야 해장하자 속 쓰려 죽겠어

414 이름 없음 (ryR/.n.7KA)

2020-11-27 (불탄다..!) 19:37:41

>>410 그래 너참치도 수고했어!

415 이름 없음 (Yc13JWgNA2)

2020-11-27 (불탄다..!) 19:43:27

뒤에서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지 말아줄래?
혹시 내가 모를 줄 알았니? 으 소름돋아.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는 포스트잇)

416 이름 없음 (n.N8TELueE)

2020-11-27 (불탄다..!) 19:52:38

네가 알려줬던 그 노래를 들으면서 편지를 쓰고 있어.

아직도 그 겨울밤이 생생해. 눈이 펑펑 내리고 몸이 얼어버릴듯 춥던 그날 밤 말야. 인정해. 우리 관계는 정상이 아니었어. 그때의 나는 우리 관계가 선을 넘어버릴까 무서웠나봐. 사랑으로 묶이는 게 두려웠던 모양이야. 너도 그게 무서웠던거지? 그러니 도망간거겠지?

너가 떠나고 수 개월이 지나서, 문득 한 여름 밤에, 깨달았어. 아. 나는 너를 사랑한 거였구나. 그날 밤은 새벽 내내 정처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녔어. 네가 건네줬던 그 담배를 사서, 입에 물고, 하염없이 태워냈어. 네가 뱉어내던 그 연기를 나도 뱉어냈어. 그때 네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갈까 싶어서. 나는 요즘도 마음이 답답할 때면 네가 좋아하던 담배를 물어. 목이 따갑고 구역질이 올라와도 그냥 물어. 그리고 너를 생각해.

잘 지내? 네가 떠난지도 벌써 삼 년이야. 나는 많이 달라진 거 같아. 네가 좋아하던 샴푸를 아직도 쓰고, 네가 좋아하던 노래를 아직도 듣고, 네가 좋아하던 시인의 시집을 조금씩 모아. 너는 아직도 나를 생각할까.

—네가 좋아하던 존 레논의 Oh my love 를 들으며, 청이.

417 이름 없음 (HQkWOg6lmI)

2020-11-27 (불탄다..!) 19:59:46

>>415 미안. 네 어깨 위에 악령이 앉아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악령은 이 사진 속에 봉인해 놨으니까 편할 때 찢어서 버려줘.
(어깨 위에 검은 연기 같은 유령이 앉아 있는 당신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포스트잇과 함께 당신의 책상 속에 들어 있다. 사진에서 가끔 수상쩍은 웃음소리가 난다. 찢으면 검은 연기가 비명을 지르며 흩어져 사라진다.)

418 이름 없음 (wTBq0ZS0Co)

2020-11-27 (불탄다..!) 20:39:18

>>412
# 저는 편지 이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지까지의 이야기도 좋을 것 같아요. 신후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거든요. :> 아니면 편지 이후의 이야기도 좋고요!
# 만약 이상향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면, 그리고 둘이 무사하다면. 자유의 몸이 된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거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율은 신후의 답신을 보고 이제야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상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동안은 계속 벗으로 생각했지만. :>
# 아니면 이상향을 부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율에게 부작용이 생겼다면. 아마 율은 신체의 일부를 쓸 수 없게 되거나 기억을 잃게 될 것 같네요. 그러면 함께 율의 기억을 되찾는다거나 아니면 다시 둘이 함께 새로운 기억과 사랑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아니면 이상향을 부수는 데 실패하여 둘에게 벌이 내려졌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아마 목숨을 잃는다거나 목숨은 간신히 건졌어도 시한부에 가까운 삶을 살아갔을 것 같네요.
# 일단 생각나는대로 다 적어보았는데 참치님은 어떠신가요?

419 이름 없음 (G2gbzhjECE)

2020-11-27 (불탄다..!) 21:47:01

>>418

# 참치님의 의견을 보니 한번 이어가보고싶어지네요. 여기서 계속 얘기하긴 그러니 1:1 시트스레로 넘어가서 애기 좀더 나눠봐요.

420 이름 없음 (l3Ihu3g7zQ)

2020-11-28 (파란날) 03:17:31

>>416

(CD 커버 아래 적힌 익숙한 서명)

421 이름 없음 (E6aTkdHInY)

2020-11-28 (파란날) 10:33:10

>>420

네가 미워
보고싶다
—청

(낡은 CD가 함께 동봉되어있다)

422 이름 없음 (OLCaq6KxZc)

2020-11-28 (파란날) 22:14:39

네 실력이면 충분히 더 좋은 학교로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여기로 온거야? 하필이면 왜? 남이 고통 받는게 즐겁니?
아니면 괴롭힘 당하는 게 좋은거니?
나는 하나도 안즐거워.
벌써 서른 두번째 편지야. 이젠 화내는 척이라도 해주었음 좋겠다.

네가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사물함 안, 편지와 함께 예쁘게 포장된 상자에 당신의 사진과 음식물 쓰레기가 함께 동봉되어 있다.)

423 이름 없음 (l3Ihu3g7zQ)

2020-11-28 (파란날) 22:16:57

>>421

담배는 피지 마.
(CD 커버 아래 익숙한 서명 위로, 금연 껌이 들어 있다.)

424 이름 없음 (ccH30znSF2)

2020-11-28 (파란날) 23:19:58

>>422
어릴때도 그랬지만 정말 자의식이 강하기도 하구나. 난 네 생각하고 이 학교에 온게 아니야. 요즘은 내신을 잘받는게 유리하니까 좀더 유리한 선택을 한것 뿐인데 내 행동 하나하나를 그렇게 악의적으로 해석하는것도 이젠 포기할때가 되지 않았니.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난 너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 그저 옛 친구로서 네가 잘되길 바랄 뿐이야.

말이 심하네 그런말은 어디서 배운거야. 내가 진짜 싫으면 이런 편지도 보내지 않을텐데
(사물함 안 비닐봉다리에 그대로 포장된 상자와 정갈한 필체로 맛있게 먹어^^라고 쓰인 쪽지 하나가 들어있다. 상자안엔 블루베리 봉지가 있다)

425 이름 없음 (YEKIjFX8YU)

2020-11-29 (내일 월요일) 02:54:24

죽지 말고 살아있어, 영감. 내가 당신의 목숨을 가지러 가는 그 날까지.

(급하게 휘갈겨 쓴 필체에는 힘이 실려 있다.)

426 이름 없음 (fnQcBp8yoE)

2020-11-29 (내일 월요일) 09:58:06

>>425

안 죽는다, 이놈아. 멀쩡한 사람을 곧 죽을 병자 취급하고 있어.

(만년필로 적힌 깔끔한 필체는 글자 끄트머리가 독특하게 휘어 있다.)

427 이름 없음 (i/Um/IIKpg)

2020-11-29 (내일 월요일) 10:13:42

저런. 그랬던 거구나. 내가 오해했어.
뭐.. 이런 반응이라도 해줄 줄 알았니? 그 많고 많은 학교 중에서 굳이 여기. 통학 왕복 한 시간.
무슨 헛소리를 하든 간에 집이랑 가깝다는 되도 않는 말은 하지 말자?
이 꼴을 보고도 잘도 농담이 나오지. 난 너랑 친구 놀이 할 생각 없어.

죽든가 죽이든가.
내가 얼마나 추해져야 만족하니?

(당신의 신발장 안, 솜을 빼내어 모래로 가득 채운 인형과 함께 놓인 편지.)

428 이름 없음 (YEKIjFX8YU)

2020-11-29 (내일 월요일) 10:16:01

situplay>1596241962>426

소문은 소문일 뿐이었나 보네. 무슨 병에 걸렸다고 해서 걱정했잖아. 영감 죽으면 뭔 재미로 사냐고. 일은 어때?

(저번보다 정돈됨 필체. 글씨가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429 이름 없음 (fnQcBp8yoE)

2020-11-29 (내일 월요일) 10:25:15

>>428

얼씨구, 네놈도 걱정이란 걸 할 수 있었나 보지? 제발 죽어달라고 빌 때까지 살 거니까 네 한 몸이나 잘 간수해라, 꼬맹아.
일이야 뭐 늘상 똑같지. 너같은 시건방진 꼬맹이들이 속깨나 썩이는 것만 빼면. 너 있는 데는 요새 좀 어떻든?

430 이름 없음 (Hxx4taHeRM)

2020-11-29 (내일 월요일) 10:32:39

솔직히 너 싫지 않아. 용감하고 배짱있지. 내 추종자 애들한테 선전포고만 안 했더라면 좋을 뻔했어. 그러는 바람에 걔네한테 뭐라도 보여줘야 겠잖아. 리더라는 자리는 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

내일부터 내가 시비 걸어도 그러려니 해.

(편지와 함께 바나나가 덩그러니.)

431 이름 없음 (YEKIjFX8YU)

2020-11-29 (내일 월요일) 10:35:51

>>429

그야 당연히 걱정하지. 승부를 내기로 했는데 무슨 시답잖은 병으로 죽어버리면 아깝잖아. 영감이야말로 내 걱정 해주는거야? 나이를 먹어서 좀 말랑말랑해 졌나 봐. 대륙 최고검이라는 호칭이 운다, 울어.
요새는 나만한 제자가 없나 보네. 그랬으면 영감이 나한테 먼저 얘기를 했을 텐데 말이야. 나쁘진 않아. 미인들이 많더군. 영감만큼은 아니지만.

432 이름 없음 (fnQcBp8yoE)

2020-11-29 (내일 월요일) 10:50:21

>>431

스승더러 말랑말랑하다니 그놈의 말본새는 통 고쳐지질 않는구만. 그리고 어디서 또 이상한 걸 주워듣고 왔어? 그런 호칭 나는 모른다 인석아.
너같은 제자는 앞으로도 평생 없을 거다. 다섯 걸음마다 말썽을 피우는 놈이 또 있을 리가 있나. 네놈은 기껏 거기까지 가서 한다는 게 여자 구경이냐? 사고 치지 말고, 실없는 소리 하고 다니다 뭇매 맞지도 마라, 이 녀석아.

433 이름 없음 (YEKIjFX8YU)

2020-11-29 (내일 월요일) 10:57:42

>>432

하하! 그래도 영감이 받아주니 내가 이러는 거 아니겠어?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스승님이 어디가서 무시당하는 꼴은 못 보거든. 영감은 늘 겸손하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달라.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그러니 내 실력을 있는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돼.
영감은 어떻게 보면 꼭 부모님같단 말이야. 나야 고아라서 부모님이 살아계신지도 모르지만. 부모 대신 키워줘서 고마워. 사고는 안 칠 자신이 없다. 우리 용병단은 위험한 의뢰만 받아. 알잖아.

434 이름 없음 (fnQcBp8yoE)

2020-11-29 (내일 월요일) 11:09:51

>>433

사람이 가끔은 감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너무 다 내놓고 다니면 좋을 게 없어요, 이 녀석아. 그리고 한참 모자란 놈이 실력을 보여 주기는 무슨. 네놈은 훈련이나 더 해라.
부모는 또 뭔 놈의 부모야. 대문짝만한 놈이 낯간지럽게. 징그럽다, 인석아.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
거 돈 된다고 아무 의뢰나 덥석 받지 말고,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도망갈 줄도 알아야 돼. 제 한 몸도 건사할 줄 모르면서 남을 무슨 수로 구한다는 건지 원.

435 이름 없음 (YEKIjFX8YU)

2020-11-29 (내일 월요일) 11:26:21

>>434

난 이래서 스승님이 좋아. 내가 정신 못 차리는 것 같을 때 꼭 바른 말을 해주거든. 그런 의미에서 나, 다시 영감님 집으로 들어갈까? 이번에는 물통 옮기는 훈련 횟수 안 빼먹고 할테니까.
농담이야. 이제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네. 그래도 영감이 가르쳐 준 걸 떠올리면서 그냥저냥 꾸려나가고 있어.
아프지 않다니 다행이긴 한데, 나이가 있으니까 조심해. 뭣하면 내가 수발 들 사람이라도 한 명 보내줄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가 가기 전까지 죽지 마. 이 거친 세상에 스승이라는 닻이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 살만해지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몸조심해, 영감.

#여기서 마무리할게. 고생했어!

436 이름 없음 (fnQcBp8yoE)

2020-11-29 (내일 월요일) 11:28:14

>>435 #너참치도 고생했어:D

437 이름 없음 (dzNSqYpgpM)

2020-11-29 (내일 월요일) 12:29:33

>>430

아이고 그랬구나 우리 리더가 뭔가 보여줘야겠구나. 근데 어쩌라고, 일찐짱 놀이는 니네들끼리나 해. 그딴 시시한 놀이에 어울려줄 시간 없어. 리더 좋아하시네 그냥 할짓없는 잉여 불량배주제에

(보냈던 것을 다시 돌려보낸 것인지 조금 갈변된 바나나와 함께 동봉된 쪽지)

438 이름 없음 (hW9tzB7GDE)

2020-11-29 (내일 월요일) 12:40:16

>>427
그래 네 말이 맞아. 사실 너 걱정되서 왔어. 너희 어머니께서 요새 네가 이상하다고 우리 부모님이랑 통화중에 자주 말씀하시는데 옛날 친구로서 걱정이 될수밖에 없지 않겠니.
아직도 그때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거야? 네가 오해하는것 같은데 나는 전혀 그 일과 관련없어. 내가 그날 본건 그저 그애가 뛰어내리고 온 구급차 뿐이야.

이제 너도 고등학생이니까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몸조심 해
힘든일 있으면 얘기하고

(인형옆에 사진이 놓여있다 어린시절의 당신과 이 편지의 필자 그리고 지금은 볼 수 없는 친구 세명이 웃고 있다. 뒤에 정갈한 필체로 오랜만에 사진첩을 뒤져봤는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보내. 라 적혀있다.)

439 이름 없음 (nyNVMu7lVY)

2020-11-29 (내일 월요일) 12:46:04

>>437 너는 아직 이 학교 생태계가 어떤지 모르고 있어. 놀이로 생각하겠다면 너 마음대로.. 그래도 여기서 지내는 이상 계속 우리를 무시하긴 힘들겠지.

좀 어울려주면 편하게 되지 않겠어? 눈 딱 감고 싹싹 빌면 끝나. 너도 편해지고 나도 편해지겠지.

(바나나 싫어하냐? 매직으로 쓰여진 사과 한 알)

440 이름 없음 (dzNSqYpgpM)

2020-11-29 (내일 월요일) 13:29:06

>>439
(>>437로부터의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439의 집에 인근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439에게 협박죄로 고소가 들어왔으니 피고소인으로서 경찰서에 출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441 이름 없음 (cN0zgkIHxo)

2020-11-29 (내일 월요일) 13:38:51

# >>440 1950년대 갬성으로 유치하고 무모한 십대들이 보고싶었는데 철컹철컹 엔딩이군
# 수고했어~

442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3:46:50

>>423

정말 이기적이네
아직도 겨울을 좋아해?
(CD커버 사이에 웃는 얼굴을 그린 낙서 쪽지가 끼워져있다.)

443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5:42:49

>>442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어.
그저 네가 있(지워짐) 시집은 아직 가지고 있어?
(익숙한 서명 뒤에 끼워진, 그대로 돌아온 웃는 얼굴의 낙서, 어째서인지 종이가 약간 얼룩지고 쭈글쭈글해져 있다.)

444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5:59:50

>>443

아직도 가끔 읽어.
오래 전에 필사해준 시 하나를 보내.

(조금 큰 종이봉투, 안에 CD와 손수 뜬 듯한 목도리, 접힌 낡은 종이가 들어있다. 몇몇 글자는 흑연이 번져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밖에.

정지용, 湖水 1

445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6:32:20

>>444

고마워.
요즈음에는 좀처럼 가슴 안까지 닿는 게 없어서.
(몇 전이고 지우고 고친 흔적)그 때 이후로, 무슨 일은 없었어?

(CD에 백석의 시집, 그리고 익숙한 서명)

#후회~하고~있어요~ 왜 적절한 거 찾는데 20분씩 걸리는 팝송을 넣었던 것이지 나는...

446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6:48:01

>>445

별 일은 없어. 항상 똑같지. 사람을 만나볼까 했지만 (지저분하게 지워진 흔적)
나는 아직도 그림을 그려. 너는 조금 싫어했지만.
얼마 전에는 다시 너를 그려볼까 했다가 결국 그만뒀어. 너는 잘 지내? 요즘은 아프진 않고?

시집 고마워.

(CD 사이에 끼워진 접힌 종이, 누군가의 뒷모습이 색연필로 낙서 되어있다.)

# ㅋㅋㅋㅋㅋㅋ근데 첫 곡 듣고 노래 되게 좋아서 놀랐어요ㅠㅠ 옛날 팝송 넣으니까 편지 분위기도 너무 좋고...ㅜㅜ

447 이름 없음 (i/Um/IIKpg)

2020-11-29 (내일 월요일) 17:17:30

넌 정말 대단해. 뭐든 쉽게 해내 버리지. 한때는 그게 마냥 부러웠던 때도있었는데... 난 너무 무서워.
앞으로 얼마나 더 미친놈처럼 굴어야 네가 본색을 드러낼까.
그리고 정말 역겨운 건. 네 가면이 벗겨질 순간에 짜릿함을 느낄 나.
그때 일? 걱정하지 않아도 중학교 때 같은 짓은 안 해.
네가 원하는 대로 열등감에 미쳐버린 만년 2등으로 남아 줄 테니까. 그러니까 더 망가지기 전에. 각자 갈 길 가자.
부모님들도 걱정하시잖아.

그리고 나한테 한 번이라도 더 이딴 사진을 보내면 그땐 정말 죽여버릴 거야.

(오직 당신만이 한 방울의 잉크도 묻지 않고 나머지 두 사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의로 잉크를 부어버린 사진과 함께 편지가.)

448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7:18:26

>>446

뭐라도, 가슴 안으로 닿는 게 있다면 좋은 거야. 이제는 싫다고 말하지 않(지운 흔적)을게.
자주 열이 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아. 겨울이니까 그런 건지.
아니면 내게 (지운 흔적)공허함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너도 그래?

(CD 아래로 익숙한 서명, 그리고 종이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고쳐 그린, 투박하고 어색한 손의 소묘)

#편지 분위기로는 정말 좋은 것 같아, 나도 보내주는 거 계속 찾아 듣고 있는데 쓰는 분위기가 살아...

449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7:36:49

>>448

너랑 같이 보낸 겨울은 따뜻했는데. 이번 겨울은 조금 춥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나도 요즘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알다시피, 여기는 산 속이잖아. 벽난로를 피워도 가끔 사라지지 않는 한기가 서려. 네 말처럼 그래서 인건지.

네가 보내주는 노래는 다 듣고 있어.
있잖아. 알고 있겠지만 난 너가 미워. 근데 (지저분하게 지운 흔적)

(CD와 홍차 티백 한 박스. 박스 안에 작은 쪽지가 있다. -잎차로 보내고 싶었는데, 미안- )

# 저도 보내주는 노래 다 찾아서 듣고 있는데 하나같이 가사도 잘 맞고 분위기도 너무 좋네요... 몰입하게 돼요

450 이름 없음 (9Dnn7LTs4c)

2020-11-29 (내일 월요일) 17:49:42

시간이 참 많이 지났네. 다들 어떻게 지내려나? 친구놈도 그렇고, 친구놈의 집사랑, 다른 친구들, 그리고 나의 그녀도!
벌써 일 때문에 떠난지 1달정도 지났나? 곧 돌아갈 시간이 다가와! 돌아가는대로 친구놈한테 가서 돌아왔다고 자랑하고, 기념품도 주고... 할 일이 너무 많은걸!
옛날 그 친구놈의 결혼식 상대 찾기가 생각나는 날이라서, 편지를 끄적여봐. 못보던 우체통이 생겨나서 말이지.
다들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 내 이름? 맞춰볼래? 맞추면 선물이 있다구!

451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7:50:02

>>449

차라리 춥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솔직히 말해서(너덜너덜해서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글씨) 네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려고 해.
모르지는 않아, 모를 수도 없고. 그런데, 자꾸 잊으려고 해.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모르겠다, 하나도.
시간은 흘렀는데, 나는 아직 멈춰 있어.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미안해.

잘 가지고 있을게.

(CD 아래 익숙한 서명, 낮선 브랜드의 샴푸가 한 통)

452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8:04:40

>>451

창 밖이 어둡다.
나도 그만 흘러가려고.
보내준 샴푸는 고마워. 미안. 쓰진 않을거야.
고마워. (지운 흔적) 이제 얼마 뒤에 눈이 오려나봐. 건강 조심해. 다음 겨울은 따뜻하길 바랄게.

(CD 사이에 조금 큰 종이 한장이 접혀있다. 종이에는 수채화로 그린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453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8:29:45

>>452

나는 어둠을 볼 수 없어.
이상한 말이지, 누구도 어둠을 볼 수 없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나는 볼 수 없게 된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공간에, 공백에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겹쳐 보이게 된 뒤로는 그랬어. 해가 져도 느끼지 못하게 됐어.

그렇게 사로잡혀 있는 게 꼴불견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 두려웠어.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게 되었어. 샴푸를 바꾸고, 레코드를 창고에 넣어 버리고, 그렇게 하면 바뀌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어. 나는 그토록 격렬하게 그 시절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어. 그 같잖은 구속이 너무 아프다고 느꼈어. 정말 아픈 건 너였을텐데.

너를 떠나 한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내 안에 영원히 남을 마음의 종양이 생긴 것을 느꼈어. 그게 나를 잡아먹는 것이 두려워서, 집을 나서지 않게 되었고, 거울을 보지 않게 되었고... 나를 말라 죽어가게 내버려두려 했어. 내 아픔을 마주하는 게 싫어서 그렇게 하고 말았어.

그러나 나는 겨울을 싫어했는데, 내 몸을 갉아먹는 한기를 그토록 싫어했는데도, 12월이 다가오니까 나도 모르게 집을 나서고, 눈밭을 걸었어. 함박눈이 내 온몸을 덮어 가는데도 추위는 느껴지지 않더라. 너무 늦게 깨달은 거야. 너를 좋아했기에, 겨울이 좋다고 말했어. 그리고 정말 겨울이 좋아졌어. 나는 그 순간의 나에게 영원히 속박되고 만 거야.

그런데, 나보다도 아팠을 네가 먼저 내게 편지를 보냈어. 항상 어리고, 두려움에 빠져 있고, 약하고, 끝내 너로부터 도망친 내게 너는 먼저 손을 내밀었어. 언제나처럼.

이상하기도 하지. 이제껏 내게 건네줄 한 줄의 글도 짜내기 어려웠는데, 왜 지금은

3년 전, 그 장소, 눈

(마지막은 급하게 휘갈긴 글씨, 그리고 낡은 우산 하나가 CD와 함께 동봉되어 있다.)

ㅡ성화

454 이름 없음 (Vaknfa.Dz2)

2020-11-29 (내일 월요일) 18:37:50

3번째 녀석,

샘플을 보내.

(유리병에 든 보랏 빛 머리카락, 날붙이로 짧게 잘린 자국이 선명하다.)

455 이름 없음 (wHFVHAP4Wk)

2020-11-29 (내일 월요일) 18:46:51

>>453

미워한다고 말해서 미안해.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어.
미안해. 미워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급하게 쓴 글씨)

(편지와 함께, 당신을 그린 그림이 함께 보내졌다. 그림 밑에는 당신의 이름이 쓰여있다. CD는 당신이 보낸 것을 그대로 다시 동봉한 것같다.)

# 이 편지 이후 둘은 3년 전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났을까요?

456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8:53:29

>>455 #그러길 바라... 못만나면 한쪽이 눈 맞고 죽거나 할지도 모르겠다.
#음, 그보다도 궁금한 건, 다시 만나면 두 사람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457 이름 없음 (zBFV/syGp6)

2020-11-29 (내일 월요일) 18:57:21

>>456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너무 배드엔딩...ㅠ
# 그러게요... 사실 처음에는 둘 다 사귀자는 언질도 없으면서 서로 연인인 것처럼 구는 애매한 사이였다가 상대방이 먼저 떨쳐버린 거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쓴 거였거든요. 서로 사랑하는 걸 확인하고 다시 만나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기도 하고...
# 편지에 몰입하는 거 되게 오랜만이었는데 여운 남네요 ㅜㅜ

458 이름 없음 (GaR5n06zhA)

2020-11-29 (내일 월요일) 19:30:09

이 편지를 받은 누군가에게.

안녕하신가요, 당신! 좋은 아침 좋은 오후 어쩌면 좋은 밤이에요!
느닷없이 편지를 보낸 저는 마법사 체니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무료하거나 외롭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찾아온 특별한 기회죠!

이름하야 체니의 랜덤 편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서비스★
좀 유치하지 않냐구요? 에이에이. 이런 건 원래 좀 유치한게 잘 먹히는 법이랬어요. 그 편이 인상적이구요.

자자 사담은 이쯤 하고 그럼 아래의 설명을 잘 읽고 당신의 펜을 움직여주세요!

설명 1. 이름이 랜덤 편지인 이유! 말 그대로 전세계 혹은 다른 세계와 시대 어딘가의 랜덤한 누군가에게 당신이 쓴 편지가 간답니다! 언어의 차이는 어떡하냐구요? 걱정마세요! 편지지가 알아서 그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서 보여줄거에요. 제대로 된 언어와 문자를 쓰는 사람 한정으로만 가니까 이상한 답장이 올 걱정도 멀리멀리!

설명 2. 당신이 쓴 편지는 기본적으로는 정말 아주 랜덤하게 가지만 편지봉투에 원하는 수신인의 조건을 적으면 그 조건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갈거랍니다! 추상적이어도 상관없어요! 편지는 당신의 마음과 기분을 파악해서 날아가주거든요! 아~ 이 부분 정말 고생했어요. 마법식을 짜는데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냐면...이하생략.

설명 3. 이제 가장 중요한! 편지의 이용법은 정말 정말 간단해요! 이 편지와 같이 들어있던 또 하나의 빈 편지지에 당신의 편지를 써서 동봉된 봉투에 넣어 잘 봉인한 후 당신의 우편함에 다시 넣어주세요. 그럼 1시간 이내로 편지는 수신인을 찾아 사라지고 늦어도 사흘 내에 답장이 당신의 우편함에 들어올거랍니다. 답장에 빈 편지지와 봉투도 같이 들어있을테니 다시 답장을 쓰면 만사 오케이!

모든 설명을 읽었다면 다음은 편지를 쓸 차례!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어서 편지를 보내보세요!

추신. 아 맞다. 혹시 저에게 문의가 있거나 저와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면 봉투에 수신인을 저로 적어주세요! 저 문의도 좋고 잡담도 정말정말 좋아하거든요! 장난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사양이에요! 호옥시나 그럼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면 아주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요?

459 이름 없음 (tB8linDRj.)

2020-11-29 (내일 월요일) 19:30:30

>>457 #나 같은 경우는 약간 깨질 수 있고 위험하고 일탈적인 느낌의 동거? 그런 거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캐릭터적인 면에 집중해서 썼음, 어른스럽고 자기가 상처받았음에도 먼저 일어나서 다시 손을 잡아주는 청이랑, 미숙하고 두려워서 도망쳤지만, 끝내 감정을 속일 수 없었던 성화, 이렇게.
#그래서 사실 마지막 답신은 첫 편지를 보고 쓴 거, 원래 첫 편지에 대해서는 그냥 앨범으로만 답장했잖아. 다시 손을 맞잡는 게 무서워서. 그리고 사족인데 이름을 계속 안쓴 건... 내가 이름을 마지막까지 못 정해서 고민했거든 ㅠㅠ
#나도 진짜 간만에 상판에서 몰입해본 것 같아. 고마워.

460 이름 없음 (QHF8qr.gos)

2020-11-29 (내일 월요일) 19:42:52

>>459

# 저도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분위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저찌 비슷했네요! 캐릭터 분석도 너무 좋고... 솔직히 완벽한 엔딩이라고 생각해요ㅠㅠ
#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ㅋㅋㅋㅋㅋ
# 성화와 청이의 프리퀄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쉽네요 ㅜ-ㅜ
# 저야말로 감사해요 진짜 이 편지는 성화주가 다 살리셨습니다....

461 이름 없음 (T4qTMI6MB.)

2020-11-30 (모두 수고..) 09:56:53

오랜만이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못했구나. 마지막 수신기록이 벌써 한달도 넘었으니 말이다. 네 수신기록은 더 오래되었겠지. 미안하다. 요 한달간 걸었던 곳에는, 전기가 통하는 곳이 흔하지 않거든. 그래도 결국에는 낡은 유스호스텔의 공용컴퓨터 앞에 앉아 네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0분에 1달러라는 사용료를 내야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일 아니겠니.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나는 잘 지내고 있다. 한달전 메일에 썼었던 목적지에 도착해, 지금은 타슈켄트에 있지. 이 근처의 초원은 텅텅 비어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한산하지만, 일국의 수도였던 이 도시는 그 아포칼립스 이후 지금에도 꽤나 규모가 있더라. 계속 키 작은 풀들이 깔린 초원을 걷다가 갑자기 포장도로가 나타났을 때는 어색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이 낡은 유스호스텔에서 며칠간 더 머무를 생각이다. 먹을 것과 이런저런 생필품들을 좀 더 채워넣어야 하거든. 그렇게 여장을 다시 꾸리고나면 어디로 갈까를 고민 중이다. 처음에는 좀 더 북쪽으로 갈까 했는데,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그걸 좋은 생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 카스피해 쪽으로 가보고싶다. 북쪽이던 남쪽이던, 어느쪽이건 너에게서는 계속 멀어지게 되는 길이다. 그나마 남쪽에는 좀 더 도시가 많을테니, 네게 더 자주 연락할 수 있겠지.

- 너의, Спутник

462 이름 없음 (ZO/WpONQV.)

2020-11-30 (모두 수고..) 11:13:19

>>461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저는 잘 지내요. 지금 저는 기차 안에 비치된 컴퓨터로 메일을 쓰고 있어요. 요금은 30분에 70루블이니 아저씨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인터넷은 자꾸 끊기고 툭하면 멈춰 버리긴 하지만, 아저씨 말마따나 있는 게 어디에요.

저는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를 탔어요. 아직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가 남아 있더라고요. 기차표는 상상 이상으로 비쌌던 데다가 시설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경험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 돈은 좀 아낄 필요가 있어 보여요.

블라디보스토크는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어요. 어차피 볼 만한 거라고는 전부 잔해가 된 지 오래기도 했고요. 그나마 가장 멀쩡하게 남아있는 건 넓은 광장 하나였어요. 듣기로는 원래 동상도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부서졌다는 것 같아요. 어쩐지 아저씨라면 동상이 부서지기 이전의 모습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밖은 벌써 눈이 쌓여 있어요. 지금은 밤이라 어두워서 안 보이지만, 낮에는 하루종일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구경했어요. 아포칼립스 이후로 기후가 이상해졌다는데, 여기는 비교적 괜찮은가봐요. 전 눈이 좋아요. 비록 살면서 눈이 내리는 걸 많이 본 적이 없다고 해도요.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아하는 걸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눈은 질리도록 봐야 할 텐데, 설마 그 사이에 질려 버리지는 않겠죠?

중간에 기차에서 내릴지 아니면 이대로 종착역까지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아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겨울이겠죠. 북쪽에서 겨울을 맞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좀 더 생각해 보려고요. 물론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을 지나치게 되면 아예 정착해 버릴지도 몰라요.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한 번쯤은 저를 보러 와줘야 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Apollo.

추신. 아마도 기념품점이었을 곳에 버려져 있던 엽서를 하나 주웠어요. 실제로 여기에 적어서 보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군데군데 얼룩이 묻고 흠집이 났지만,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엽서다. 피의 궁전을 찍은 빛 바랜 사진이 실려 있다.)

463 이름 없음 (T4qTMI6MB.)

2020-11-30 (모두 수고..) 13:08:07

>>462

안녕. 어제 늦게 마을에 도착한 덕분에, 오늘 점심에서야 네 답장을 읽었다. 아저씨, 라는 호칭도 반갑게 느껴지네. 나이에 맞지 않는 말투라던가, 아포칼립스 이전 시대의 자료에 관심이 많아서 옛날 이야기가 잦은 나 때문이겠지만. 그러니까 동상에 관한 질문에 답하자면, 그래, 그 광장에 대한 사료라면 분명 읽은 기억이 있다. 깃발을 휘날리는 사람의 동상이 서있었다던가… 서버에 접속할 수 있었다면 서적에서 갈무리해둔 이미지를 보냈을텐데, 아쉽게도.

어디 있으려나 했는데, 그리 멀지는 않았구나… 기차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소문으로 들었는데, 진짜였다니 조금 의외다. 세계정부가 대재앙 이후로 멈춰버린 발전소들을 복구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지만, 노동자도 지식인도 부족한 이 시대에는 역시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 하긴, 가깝다 해도 사람의 걸음으로는 여전히 먼 길이다. 그래도 정착지가 생긴다면 알려줘. 가는 길의 중간이면 들릴테니. 조금쯤 돌아가게 되더라도.

사실 네 소식을 들으면서 약간 의외기는 했다. 나와는 달리 너는 성실하다는 느낌이었으니, 학교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 내가 대학원에 진학할지 여행을 떠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까지도… 무상으로 교육은 다 받아놓고 이렇게 뛰쳐나가 여행자가 되어버리는 세계정부의 골칫덩이, 인 나를 네가 혼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짐작했어야 했나? 실없는 소리다만, 반쯤은 진심이다.

이제 슬슬 자야한다. 내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제 때 알맞은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내일 준비를 마치고 모레 새벽에는 출발해야 하거든. 그러니 네가 답장을 보내주더라도 짧으면 며칠, 길면 몇주 뒤에야나 읽을 수 있겠다. 뭐, 어찌됐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거든. 언제나 그렇듯이, 네 글은 결국 내게 도착할거다.

그럼, 그때까지 잘 지내기를.

464 이름 없음 (ZO/WpONQV.)

2020-11-30 (모두 수고..) 14:07:31

>>463

안녕, 아저씨. 메일을 읽고 동상에 대해서 상상해 봤어요. 그 동상은 어쩌다가 깃발을 흔들게 된 걸까요.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었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동상의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었겠죠? 그 사람들이 부러워요. 옛날에는 분명 멋진 것들이 더 많았을 텐데, 지금은 남아있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지금 저는 하바롭스크라는 도시에 있어요. 작지만 마음에 들어요. 오늘은 여기서 하루 자고 갈 생각이에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숙소를 찾았거든요. 방은 낡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세요. 게다가, 싼값에 컴퓨터를 빌려 주셨어요. 여러모로 운이 좋은 하루였어요.

블라디보스토크와 달리 하바롭스크는 멀쩡한 곳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볼만한 건 없었어요. 아마 원래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건물은 예뻐요. 크고 웅장하기보다는 어딘가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에요. 가능하다면 아저씨와 함께 보고 싶었어요.

학교는, 예정보다 일찍 졸업했어요. 더 남아서 공부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아저씨가 떠나는 걸 봐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다만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라면, 그 전에 더 많은 걸 봐두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후회는 안 해요. 학교에 남아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랬다간 기차도 못 타 봤을 거고, 넓은 광장에 서 있는 동상의 얼굴을 상상하지도 못했을 거고, 한적한 외국의 거리를 혼자 돌아다녀 보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얼굴을 보고 하면 부끄러운 말도 글로 쓰면 망설임이 없어져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할게요. 아저씨가 여행자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사실 화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반쯤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난 건.

내일은 다시 기차를 탈 거예요. 목적지까지는 이틀이 넘게 걸린다니까, 아마도 다음 메일의 내용은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 될 것 같아요. 아저씨가 어디에 가서 어떤 걸 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자세히 이야기해줘야 해요.

465 이름 없음 (T4qTMI6MB.)

2020-11-30 (모두 수고..) 14:45:07

>>464

안녕. 네가 잘 있다고 말해주니 기쁘네. 그리고 네 질문에 답하기 전에 미리 말해두자면, 나도 잘 있다. 무사히 카스피해에 도착했지. 음, 정확히 말하자면 카스피해 북쪽에 있는 도시인 구레프다. 남쪽으로 갈 수도 있었겠다만, 예전부터 어쩐지 나는 그 쪽 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다. 개인취향의 영향인 셈이지. 너와는 조금 더 멀어졌지만, 기차라면 금방 따라잡겠지.

어쨌든 이 쪽 길을 선택한 덕분에, 나는 뜻밖의 물건을 손에 넣었다. 어느 폐허가 된 마을에서, 소설책 한 권을 주웠거든. 영번역이 되어있기는 했지만 원래는 아시아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것 같다. 나는 그 소설을 들고 다니면서 짬짬히 읽었다. 표현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다만 내용은 취향이 아니라서 조금 미묘했지. 네게도 이 책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진학은 결국 거절했구나. 우리 둘 다 여행자가 되어버리다니, 이래서야 다시 만났을 때 선배가 화내도 할 말이 없겠는 걸. 그렇지만, 글쎄… 나는 그렇게 용감한 사람은 아니야. 고등 교육 기관에서 배웠던 생명공학과 의학 지식은 좋아했지만, 역시 나는 한 곳에 머물러 착실히 쌓아나가는 것에는 그다지 적성이 없었을 뿐. 그러니 적어도 나한테는 지난 세기의 그 재앙이 있어서 다행이었던 걸지도 모르지… 죽어간 사람들이 들으면 분명 분노하겠지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해버릴만큼, 우리 세대에게 아포칼립스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의 세계는, ‘원래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셈이니 말이다. 옛날에는 세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는 노인들의 말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지. 우리에겐 그 일상의 풍경들이 비일상이다. 그 괴리감에 매력을 느껴 사료를 수집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위성전화 같은 거라도 있었더라면. 하지만 아포칼립스 이전만큼 전자제품이 저렴하지 않은 요즈음에는 무리지. 애초에 내가 지나고 있는 곳은 전자제품은 커녕 전기 공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벽지니까. 낡고 고장난 공용컴퓨터의 1분 사용료로 10달러를 내야 하는.

모레 쯔음 구레프를 떠나려 한다. 아마 이 다음에도 계속 서쪽으로 갈 확률이 높겠다. 일단은 좀 더 남쪽… 그러니까 옛 터키가 있었던 쪽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있다. 뭐, 아직까지는 모를 일이다. 어쩌면 구레프에 며칠 간 더 머무를 수도 있고, 방향을 돌려 다시 초원으로 가거나 아랄해를 향할 수도 있겠지. 내가 경로를 정하는 방식은 꽤나 제멋대로니까.

구레프를 떠나게 되면 다시 메일하겠다. 이번에는 적어도 네 답장은 읽고 출발할 수 있겠구나. 날씨가 쌀쌀해지는데 몸간수 잘하고 아프지 마렴.

이만 총총.

466 이름 없음 (ZO/WpONQV.)

2020-11-30 (모두 수고..) 15:59:31

>>465

안녕, 아저씨. 잘 지낸다니 다행이에요. 카스피 해라는 이름은 아주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책에서는 바다만큼 큰 호수라고 적혀 있었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숫가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떨까요. 이쪽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철도는 내륙으로만 지나가니까요. 게다가 이런 추위 속에서는 전부 얼어붙어 있겠죠. 하지만 얼어버린 바다도 싫어하지 않아요. 저는 산보다는 바다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 기차는 작은 역에 잠시 정차해 있어요. 시간은 밤이지만 바깥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눈이 내려요. 지난 이틀 동안은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을 구경하고,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고, 가끔은 기차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고 있어요.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들려오는 소리는 기차가 달리면서 나는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 정도예요. 고요하다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읽을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해요. 그럴 때는 아저씨가 보낸 메일을 다시 읽어요. 아저씨가 주운 책의 내용이 궁금해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저한테도 보여주세요.

저는 4인실을 혼자 써요. 기차는 크지만 승객은 많지 않아요. 이제 와서 기차를 탈 사람도 얼마 없으니까요. 복도를 따라 늘어진 객실을 보면 아포칼립스 이전을 상상하게 돼요. 이 기차도 한때 사람을 가득 태우고 달리던 시절이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4인실을 채울 정도의 인원도 없어요.

옆 방에서 머무는 사람과 친해졌어요. 이름은 카야예요. 카야는 나이가 많아요. 늙었지만 늦게라도 세상을 구경해보고 싶어서 기차를 탔대요. 저만한 손주가 있다고도 했어요. 바깥을 구경하거나 아저씨에게 메일을 쓰지 않을 때면 주로 카야와 얘기를 나눠요. 국적도, 생애도,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옛날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끼면서 기차여행을 했던 걸까요.

아저씨와 달리, 저는 학교에서 공부할 때 특별히 어떤 걸 좋아했던 기억은 없어요. 그저 막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좋아하는 게 뭔지 아직 깨닫지 못한 걸지도 모르죠. 어찌 됐건, 아저씨가 용감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는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하는 걸 찾아 떠나지는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많다는 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인구에 맞춘 기준이긴 하지만요. 그럼 저는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내일이면 기차는 이르쿠츠크에 도착해요. 바이칼 호수를 보러 갈 생각이에요. 카스피 해와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바이칼 호수는 카스피 해와 비슷할까요? 아저씨도 몸조심하세요.

추신. 저도 아저씨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여건이 되면 노래를 하나 녹음해서 보낼게요.

467 이름 없음 (wHq/5Op1Fc)

2020-12-01 (FIRE!) 09:12:03

>>466

일주일만인가? 미안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구레프에 있다. 저번 편지 말미에 너한테 아프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가 덜컥 감기 몸살에 걸렸지 뭐냐. 꼬박 며칠 간을 앓고 일어나니 이미 하얀 눈이 소복하게 깔렸더라. 달력상으로는 아직 가을인데, 눈이 이른 곳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겨울의 한가운데로 툭 떨어진 셈이었지. 그 아포칼립스 이후에는 흔한 일이지만… 고민 끝에, 적어도 이번 추위가 조금 가신 후에야 출발하기로 했다.

사실, 며칠 기다려 본다고 해봤자 어차피 한겨울이라는 건 똑같겠지만. 그래도 사람한테는 일단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필요한 법이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눈이 더 쌓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느 정도 현실도피다만. 눈은 보기에는 좋아도 걷기에는 불편하니까. 하긴, 이 시기에 걸어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테니,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본래는 앙카라를 거친 후 거기서 이스탄불로 가서, 배를 타고 아테네로 넘어갈까 했다. 아테네는 겨울을 보내기에 괜찮은 곳이지. 기후가 바뀌기는 했어도, 지중해 기후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는 아포칼립스 이후에도 남아있으니. 그렇지만 만약 네가… 중간에 멈추지 않고 오게 된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테니, 맞이하기 위해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북쪽으로 가려면 역시 아무래도 이동수단을 구해야 겠지.

여기도 마찬가지로 조용해. 얼룩진 유리창 밖으로는 눈 내린 들판이 보이고, 고요하다. 이야기했던가? 언젠가 저녁 무렵의 초원에서 야생마 무리와 마주쳤었다. 내 쪽으로 더 다가오면 어쩌나, 하고 긴장했었지. 야생마의 발굽은 위협적이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 무리의 주의를 끌지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런 아찔한 경험들 때문에 여행자들은 보통 야생동물이 적은 길로 다니지만… 야생동물이 적은 만큼, 인간이 많은 점을 나는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글쎄, 이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길을 선택할 때가 오면 별 생각없이 마음이 끌리는대로 선택해 버리는 게 나지만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건 피곤한 일이지만, 또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니까. 대화를 나눌 사람이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음 메일 전까지 약속할 수 있는게 많지는 않네. 눈이 굳으면 차라리 걷기 편할텐데. 다음 도시로 출발하기 전, 혹은 다음 도시에 도착한 후 다시 메일하겠다.

PS. 카스피 해의 사진을 보낼게. 생각만큼 얼어있지는 않아. 여전히, 파도도 치고.

468 이름 없음 (J0nZ.QNreM)

2020-12-01 (FIRE!) 16:47:04

>>467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다행히도 저는 아직 멀쩡해요. 가끔은 요즘 세상에 멀쩡한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메일이 도착했을 즈음에는 아저씨도 이미 나아 있길 바래요.

기차는 지중해 근처를 지나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느긋하게 내려가는 방법도 있겠죠. 아저씨도, 저도 여행의 방식에 그리 크게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기차를 탄 것도 어디까지나 충동적인 선택이었고요. 중간에 아저씨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기차에서 내려버릴 수도 있어요.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엇갈리지 않도록 미리 메일을 보내야겠죠.

저는 이르쿠츠크를 며칠째 떠나지 않고 있어요. 하바롭스크에서 하루 자고 간 걸 제외하면 기차에서 내려서 어딘가에 길게 머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바이칼 호 주변에는 숙박시설이 많아요. 원래 있던 숙박시설을 수리해서 쓰는 곳이 다수라고 들었어요. 빈 집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걸 보면, 이전에는 더 많았겠죠. 하지만 지금은 머물 사람도 머물 곳을 제공하는 사람도 얼마 없어요.

아저씨가 보낸 사진을 봤어요. 어째서 카스피 해海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아요. 카스피 해와 바이칼 호는 다르게 생겼어요. 바이칼 호는 지금 완전히 얼어붙어 있거든요. 얼음이 얼어서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그 위로 또 눈이 쌓여 있어요. 그 상태로 설원이 끝도 없이 이어져요. 눈이 덮이지 않은 얼음은 맑은 청록색이에요. 얼음을 햇빛이 비추면 눈 위로 빛무리가 생겨요. 그 모든 게 정말 아름다워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계속 보고 있게 돼요. 사진을 찍어 보내고 싶었는데, 사진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어요. 아쉬워요.

아포칼립스 이후로 더 춥고 더 덥게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덜 춥고 덜 더워진 곳도 있다고 해요. 그중 이르쿠츠크는 덜 추워진 곳이래요. 물론 여전히 추위는 살을 에이지만, 그래도 참을만 해요. 옛날 사람들은 이보다 더한 추위를 어떻게 견딘 걸까요.

추위가 약해진 덕분에 저는 매일 바이칼 호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어요. 숙소에서 바이칼 호는 걸어가기에 조금 멀어요. 그래서 차를 얻어타야 해요. 이르쿠츠크는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아포칼립스 이전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요.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숙소를 나서서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중간에 내리면 또 다른 차가 보일 때까지 걷는 식이에요. 도착해서는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아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경할 뿐이에요. 그러다 추위가 심해지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요. 옛날 사람들은 이걸 히치하이킹이라고 했대요. 오늘 아침에 차를 태워 준 사람이 알려 줬어요.

여기는 뭐든지 거대해요. 건축물도 하바롭스크에 비해 크고 직선이 많아요. 숲은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어요. 그리고 물론, 바이칼 호도 있어요. 광대한 자연을 보고 있으면 사소한 건 전부 잊게 돼요. 애초에 아포칼립스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 이전에 지구상에 사람이 존재했던 적이 없는 것만 같아요. 그 앞에 있는 건 저랑 바이칼 호 뿐이에요.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으니 말도 필요하지 않아요.

학교에서는 아포칼립스 이후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고,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온갖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오히려, 다들 친절하게 차를 태워 주고 도움을 주고는 해요. 가끔은 목적지와 완전히 반대편인데도 절 끝까지 데려다 준 사람도 있었어요. 배고프지 않나며 작은 간식을 주고, 춥지 않냐며 따뜻한 차를 줘요. 이르쿠츠크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에요. 기차에서 만난 카야도, 노트북을 빌려준 숙소 아주머니도, 그 이전에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도 전부 상냥했어요. 제가 본 게 전부라고는 단정하지 않아요.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걸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이 세상이 제 생각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길어졌네요.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 봐요. 얼마나 더 이르쿠츠크에 머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정착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여정을 이어갈지도 모르고요. 내일이 되면 호수로 가서 생각해 볼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겠죠. 아닐 수도 있지만.

추신. 야생마는 아름답게 생겼어요?

469 이름 없음 (q9.Pq.uuSU)

2020-12-01 (FIRE!) 17:28:09

4번째 녀석,

보내.

(유리병에 든 붉은 색 머리카락)

470 이름 없음 (Q34lqMz7xM)

2020-12-01 (FIRE!) 17:30:08

>>468

아스트라한으로 가는 낡은 페리 위에서, 이메일로 보낼 내용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어. 지난 며칠간은 카스피 해의 북쪽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걸었지. 물가를 따라 걷는 건 언제나 괜찮은 생각이야. 대체로 평탄하고, 마을을 만나기 쉽지. 편한 길, 이라고 까지는 못하겠지만. 30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만 움직여야 한다면 대체로 그렇겠다만은. 새삼 아직 제대로 움직이는 디지털 카메라에 잉크와 종이를 들고 다니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내가 책이라도 쓸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너는 이제 이르쿠츠크구나. 그 근처까지 갔었을 때, 그 도시라면 여전히 자동차가 다닐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다. 구할 수 있는 물품의 질과 양이 전혀 달랐거든. 근처라고 해도 걸어서는 사흘 이상 걸리는 거리였지만, 자동차라면 도로 상태에 따라서는 8시간 정도도 가능할테니. 그러니 이 시대에 자동차라는 건 확실히, 문명의 상징이지. 포장된 도로와 안정적인 연료의 공급, 멀리까지 뻗어있는 생활권이라는 건…

그러고보니 아포칼립스의 역사를 마지막으로 복습한 것도, 나한테는 꽤 오래전 일이 되었다. 2학년의… 1학기였던가, 2학기에서는 그 이전 시대의 역사를 공부했으니. 너에게 이르러서는 커리큘럼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용은 비슷했으리라 짐작한다. 아포칼립스 이후의 위험한 세계, 풍요로웠던 그 이전, 그 당시 사람들의 어리석음, 현재의 불안. 어느 정도까지는 맞는 이야기일 거다. 그러나 너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나보구나. 얼어붙은 호수도. 이전에 흑해에 들렀을 때가 생각나네. 나는 거기서 유빙이 우는 소리를 들었었어. 유빙과 유빙이 부딪히며, 기이한 소리를 내지. 이 계절의 바이칼도 비슷할까 싶다.

정착하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우리가 어디에 머물든, 만나는 건 가능해. 시간과 거리의 문제일 따름이지. 우리는 지금 길 위에 있지만, 목적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느 쪽이든 네 마음이 가는 쪽으로 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정도다. 마음가는대로 연구실을 뛰쳐나온 사람의 말이니, 그럴 듯하지.

그래도 이메일은 보내줘, 노트에 손으로 옮겨서 들고다니면서 가끔 읽기도 하거든.

+

아스트라한의 숙소에서 타이핑을 한다. 내가 며칠 전 쓴 글을 다시 보는 건 은근히 낯선 데가 있다.

추신에 답하자면, 글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대체로 거칠지. 그걸 아름답다고 느끼느냐 아니냐는 취향의 문제일 거다. 하지만 내게는 인상적이었어. 그때는 배터리가 떨어져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471 이름 없음 (yFyfdwGKLI)

2020-12-01 (FIRE!) 18:40:37

>>241

마을을 나온 뒤로는 우체통이 없어서 편지를 보내기가 어려웠어. 늦어서 미안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중간에 또 길을 잃을 뻔 하기는 했지만!
식량 저장고가 날아갔다니...! 이전보다 더 큰일이잖아!
역시 설원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것 같네...
부디 잘 복구되었기를 바라!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어쩌면 그 망원경으로 내 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점점 익숙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거든.
내일이나, 늦어도 다음날 즈음에는 그리웠던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는 글씨로만 보는게 아니라 직접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이럴 수가. 맨손으로 작업한다니... 그러다가 손을 다치거나 감기에 걸리면 어쩌려고!
장갑 안 끼면 일 못하게 내가 손 잡고 안 놓아줄 거야!
물론 장난! ;D
그럼! 당연히 보여줘야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나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 걱정하지 말고 있어. 하루 만에 전부 먹어서 창고를 비워줄 테니까! 알았지?
눈보라가 조금 잠잠해진 것 같길래 큰 소리로 너를 불렀는데, 어때? 거기까지 들렸어?
부디 들렸으면 좋겠다!
네 말대로 오늘은 꼭 하늘을 올려다볼게. 예쁜 별과 오로라를 볼 수 있도록!
고마워. 너도 항상 몸 조심하기를! 부디 눈보라가 더는 너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게!

- 설원의 하늘 아래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472 이름 없음 (vopa1FAGTc)

2020-12-01 (FIRE!) 23:39:08

>>471

아냐, 나도 늦기도 했으니까. 둘다 쌤쌤이라는걸로 하자.
길을 잃을 뻔 했다니. 조심해서 다녀야지. 이런 설원에서 길을 잃었다간 큰일이라구.
그래도 복구는 잘 끝났어. 이래저래 사냥도 다니고 했긴 하지만. 몸은 성히 잘 있어.
드디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 설원은 위험해. 추운것도 추운거지만 이상한 생물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해서 와.
내 목소리는 뭐, 5년전 그날에 비해 달라졌을지도 몰라? 그때는 성장기였으니까...
손을 잡아준다라...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사람의 온기는 장갑보다 따뜻한 법이니까. 그래도 그 상태라면 일을 못할테니 불편할지도 모르겠네.
아무리 그래도 물려준다는건 내가 부끄러우니까 패스.
.......이래도 고집 안굽힐거지? 포기해야겠어.
하하, 정말 불렀구나. 어때? 들었을까 못들었을까?
네가 온다고 생각하니까 두근두근하네. 열심히 집을 청소중이니까, 느긋하게 오길 바라.
오는길에 길 잃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와.
그러면 따뜻한 코코아를 대접해줄테니까.

- 설원에서, 주인장.

473 이름 없음 (J0nZ.QNreM)

2020-12-01 (FIRE!) 23:54:48

>>470

결국은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이르쿠츠크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아직은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 뒤에 더 경이로운 걸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여기 남고 싶지는 않아요. 게다가 아직은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요. 아저씨가 지나온 길도 포함해서요. 하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 중에서 살고 싶은 장소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전 이르쿠츠크를 고를 거예요.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바이칼 호 근처에 집을 짓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얼어붙은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건 낭만적이지 않나요?

지금 기차는 노보시비르스크와 예카테린부르크 사이에 정차해 있어요. 더 정확히는, 갇혀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선로가 막혔거든요. 기차 밖에서는 사람들이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 있어요. 빠르면 오늘 저녁에는 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대요. 승객 중에는 가만히 앉아 있기 지루하다며 도우러 나간 사람도 있어요.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았어요. 잠깐 내려서 둘러본 게 다예요. 작지 않은 도시지만 크게 주목할 만한 건 없었어요.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었는데, 내륙에 있는데도 해海라고 불렀어요. 카스피 해가 생각났지만, 카스피 해나 바이칼 호와 달리 특별히 마음을 끄는 건 없었어요. 어쩌면 저는 바이칼 호에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호수를 봐도 만족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지도 몰라요. 만약 그렇다면 조금 슬퍼요. 바이칼 호만큼은 아니더라도 멋진 호수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텐데.

아포칼립스의 역사는 1학년 공통 과목으로 바뀌었어요. 아마 아저씨가 배운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특별히 좋아했던 기억은 없어요. 아포칼립스 이전의 유물 다수가 훼손된 것도 사실이고, 아직 추측이 분분한 내용도 많으니까요. 유빙과 유빙이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는 어떤 느낌이에요? 바이칼 호에서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아니면, 유빙이 우는 소리를 제가 바람소리로 착각한 걸까요? 어떤 원리로 그런 소리가 나는 건지 궁금해요. 학교에서 이런 걸 가르쳐 준다면 좋을 텐데.

기차가 멈춰 있으니까 생각이 많아져요. 머리를 비우고 창 밖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학교에 남아 있었더라면, 또는 좀 더 빨리 학교를 떠났더라면, 제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어쩌면 아저씨와 함께 여행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 모든 가정 속에서도, 여행을 하는 건 결국 지금의 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한 시간 내내 생각한 끝에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결국 저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여행을 떠난 셈이에요.

만약 정착하게 되더라도 메일은 매일 보낼게요.

474 이름 없음 (5VVV1vjwoE)

2020-12-02 (水) 09:51:52

>>473

그래,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오브 해를 봤구나. 내가 답장을 보내는 지금쯤이면 눈은 이미 치웠을테니, 너는 아마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했으려나. 나는 볼고그라드의 북쪽 도로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동차 안이야. 그러니 지금 쓰고 있는 이것도 숙소에 도착한 다음 타이핑 해야겠지. 어쨌거나 북쪽이다. 걸어서 이동했다면 아직 볼고그라드에도 도착하지 못했겠지만, 아스트라한과 볼고그라드 사이에는 철로가 남아있거든. 그야 네가 타는 그 노선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에 가까워질수록 포장도로도, 선택할 수 있는 이동수단도 늘어난다. 사실 나는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을 중시하는 방랑자니까, 직접 티켓을 끊은 건 꽤 오랜만이다. 그래, 나는 볼고그라드에서 차편을 구해서 모스크바로 가는 중이다. 지중해로 갈까 했었는데, 모스크바라니, 꽤나 틀어졌지. 국가의 개념이 흐려지고 세계정부의 관리 체재가 들어선 지금에는 수도, 라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는 여전히 대도시다. 예카테린부르크 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기점이기도 하고.

쓸까 말까, 조금 고민했다. 네가 나 때문에 굳이 모스크바까지 오게 될까봐. 그러니 언제나 그렇듯이, 중간에 내려도 괜찮아. 굳이 말하자면, 네가 어디에 정착하든 거기까지 갈 생각으로 교통이 편리한 모스크바를 목적지로 삼은 거니까. 네가 중간에 내리게 된다면, 내가 야로슬라브스키 역에서 역방향의 열차를 타는 것도 괜찮겠지. …미래의 일을 길게 말했다만, 볼고그라드에서 바로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이 차편은 탐보프까지 밖에 가지 않으니, 중간에 탐보프에서 다시 차편을 찾아야겠지. 운이 좋다면, 요번주 내로는 모스크바에 들어가있을 거다.

바다의 이름을 가진 호수들과, 울며 얼어붙은 유빙들, 내륙에서 치는 파도. 네가 본 것들과, 아직 보지 못한 것들. Apollo, 우리는 항상 함께 여행하고 있지. 같은 시대에 소식을 나누며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너와 글을 나누며 가는 길 위에서 나는 혼자라고 느껴본 적이 없기에. 여행을 하고, 새로운 풍경을 보고,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그 모든 일들이 네게 맞는 것 같아서 사실 반갑다. 내게 여행은 일탈이 아니라 일상이니까, 너를 내 일상에 초대하게 된 기분이라고 하면 과장이 될까.

이번에는 사진을 꽤 여러장 찍었다. 타이핑할 때 첨부할게. 전에 말했던 소설책도 찍어보내고 싶지만, 너무 여러장이어서 무리구나. 이래서야 가뜩이나 불안불안한 인터넷은 못 버티겠지. 아포칼립스 이전의 기술이라면 가능했을텐데, 네가 말했듯이 우리는 아직 그 재앙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진행된 건지도 추측의 영역에 남겨두고 있으니.

여행길엔 매혹 만큼 위험도 많다. 몸 조심해.

- 너의, Спутник

+

밤 늦게 탐보프의 숙소에 도착해서 타이핑 한다. 볼가 강의 사진과, 119번 도로의 사진을 첨부할게. 용량 때문에 화질은 많이 죽였지만, 그럭저럭 알아볼 수는 있을 거다.

타이핑하며 생각한 거지만,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 그걸 몸에 쌓는 방식의 여행이 있다면, 내 안의 무언가를 거기 걸어놓고 떠나는 여행도 있다. 내겐 아마 후자였겠지. 아직도 걸 게 남아서, 여행할 수 있는 거고.

475 이름 없음 (XiS0y8/kfE)

2020-12-02 (水) 14:52:26

신문에서 광고를 보고 연락드립니다. 파트너를 구하신다고 하셔서 편지와 함께 이력서를 첨부하여 보냅니다. 저는 왕실기병연대 수색병 출신으로 지정사수로 2년간 근무했고, 소대장으로 진급해 3년을 더 근무했습니다. 최종계급은 대위였습니다. 전역 후에는 세인트 마린 병원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은 도예와 예술사학 이었습니다. 가마에 불을 피울 일은 별로 없지만요. 또 저는 프린세스라는 이름의 암컷 요크셔테리어를 기르고 있습니다. 주말 축구 동호회에서 미드필더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탐정으로서 선생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백자병 살인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백자 도자기가 놓인 집에 사는 사람들만 살해한다는 그 사건 말입니다. 짚이는 것이 있긴 한데, 저 혼자 생각하려니 답이 나오질 않는군요.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P.S. 가끔 옷에 강아지털이 묻어있곤 하는지라 선생님께서 털 알러지가 없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프린세스가 종아리에서 보채고 있네요. 그럼 전 이만 공주님을 모시러 이쯤에서 펜을 그치겠습니다.

트래포드 플레처.

476 이름 없음 (NiPSFhVSio)

2020-12-02 (水) 22:00:15

>>474

안녕, 아저씨. 저는 방금 막 예카테린부르크를 떠났어요. 말하기 전에 우선 아저씨의 추측에 답하자면, 기차는 목표대로 그날 밤에 출발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다음 날 동이 틀 때 즈음에는 눈을 다 치울 수 있었어요. 예전에 읽은 책 생각이 났어요. 주인공도 기차를 탄 채로 눈 속에 갇혔는데,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걸로 기억해요. 아마 재앙 이전의 소설이었을 거예요. 다행히도 여기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눈이 쌓인 건 이 부근뿐만이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기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같아요. 기차가 출발을 못 하는 바람에 예카테린부르크에서도 예정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어요. 특별히 유감은 없어요. 애초에 지킬 만한 일정이랄 것도 없는걸요. 그저 숙박비가 조금 더 나가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예카테린부르크의 중심에는 인공 호수가 있어요. 하지만 물이 차 있는 건 아니에요. 호수는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어요. 그 많은 물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도시에는 운하도 있었지만, 역시 물이 차 있지는 않았어요. 옛날에는 그 운하에 배를 띄우기도 했대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땅에 파인 홈에 불과해요.

저는 우선 모스크바까지 갈 거예요. 아저씨 때문이 아니에요. 더 많은 걸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차를 탔어요. 어디까지나 제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제가 조금 고민이 돼요. 원래는 지중해 연안으로 내려간다고 했잖아요. 저 때문에 아저씨가 경로를 바꾸게 된 걸까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서 예카테린부르크를 떠나기까지, 정말 많은 걸 봤어요. 때로는 눈으로 보지 않고 들은 것도 있어요. 또는 만져본 것도 있고, 그런가 하면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본 것도 있어요. 혼자서 한 그 모든 경험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아저씨와 함께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에요. 메일을 통해 아저씨와 연결되고, 이제껏 오고간 이야기를 읽어보면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역시 정말 좋은 건 나누고 싶어진다는 말이 맞았어요. 눈이 쌓인 철길을, 아기자기한 건물을, 얼어붙은 호수를 아저씨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잔디밖에 남지 않은 도시를, 노래하는 유빙을, 달리는 야생마를 보고 싶어요. 그게 제가 모스크바에서 내리기로 한 이유예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린대요.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든 제가 아저씨보다 먼저 도착할 거라는 건 확실해요. 모스크바에서 아저씨를 기다릴지, 아니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갔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올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생각해 보면 안 될 것도 없는 일이에요. 지도를 봤을 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가까웠거든요. 두 도시가 모두 마음에 든다면 여러 번 왕복하게 될 수도 있겠죠. 지금으로서는 모스크바가 답을 알려줄 거라고 믿어요.

사진은 정말 아름다워요. 답례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사진을 한 장 보내요. 운 좋게도 사진기를 빌릴 수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할 만한 일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저씨도 감기 조심하세요.

―Apollo.

추신. 저는 지금까지 지나온 곳에 뭘 걸어놓고 온 걸까요?

(운동화를 신은 두 발을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미세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문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빛 바랜 운동화가 묘하게 그리운 느낌을 준다.)

477 이름 없음 (3pzgfPWOKQ)

2020-12-02 (水) 23:09:32

>>476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구나. 첫문장이 이래서 미안하다. 야로슬라브스키 역 앞의 작은 호텔에 방을 구한 후 막 들어와서, 메일함을 확인하자 네 이메일이 있었다. 메일의 내용대로라면 너는 이미 도착했겠지, 그러면 우리는 같은 도시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상트페테르부르크거나. 어쩌면 한 블록 정도만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함께 지내던 시절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중 가장 가깝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지만.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하지만, 경로를 바꾼 것 자체에는 문제 없어. 내게 목적지는 없고, 있는 거라곤 걷고 있는 길 뿐이니까. 사실 이 시기에는 그 부근을 돌아다녔던 게 사실이라, 겨울의 구 러시아 영토는 꽤 오랜만이라 되려 신선하기도 했다. 내겐 여행이 일상이라지만, 방문하는 계절이 조금 달라지니 일탈의 느낌이 나는 게 재밌지. 문제라고 하면, 글쎄. 생각했던 경로보다는 날씨가 추워서, 새로 옷을 껴입어야 했다는 점 정도는 있을까. 반만 진담이다.

곤란한 건 조금 다른 쪽이다. 아니, 곤란이랄까… 글에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꽤 설레고 있다. 우습게도.

모스크바는 처음일테니, 남아있는 건물들을 보러가는 것도 의미있을테고, 이 도시의 촘촘한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을테고… 아포칼립스 이전의 문학 작품 중,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생존하는 내용의 소설도 있거든. 아, 책도 가지고 있다. 기억하니? 폐허에서 주웠던 번역 소설. …뭐,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꽤 두근거리는 중이다. 이제와서는 문학작품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지만, 수학여행 전날이 따로 없지.

모스크바에만 머무를 필요도 없겠지. 다른 도시도, 더 많은 풍경들도 있으니까. 나는 비록 걷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이기는 하지만, 이미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왔으니, 다시 봄이 오기 전까지는 무리겠지. 그렇다면 조금 다른, 비교적 움직이기 편한 수단으로 움직여도 될 거다. 그러니까, 함께. 쌓아놓고 오든, 걸어놓고 오든, 어디든. 스스로에게 무엇을 쌓았는지, 혹은 그곳에 무엇을 걸어놓았는지도 생각해보고.

매년 들리는 곳도, 다시 방문하길 약속한 곳도 있으니만큼 나는 그 다음엔 또 들판으로 나서겠지만… 그건 봄이 오면 그때에서나 다시 생각해보자. 아무튼, 지금은 겨울의 초입이고, 나는 눈 내리는 모스크바에서 너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글로 쓰는 것만큼 말주변이 좋지는 않은 나라서, 막상 만나면 조용해질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몰랐던 사실도 아니니까.

실시간의 통신수단이 없으니 만날 장소를 정하기가 꽤 난감하다는 걸 방금 느꼈다.
콤소몰스카야 광장 근처의 카페에 있을테니 찾아와줘. 찍어둔 사진이라도 정리하면서 기다릴테니.

그러니 사진은 첨부하지 않을게. 곧 볼 수 있을 거다.

# 고민해봤는데 역시 막레 느낌이려나요. 스푸트니크와 아폴로는 떨어져있어서 편지를 보내야 했던 거니까.
# 하지만 저는 역시 이어나가고 싶어서, 나름 여지는 뒀습니다.
# 여기까지로 끝내게 된다고 해도, 즐거웠어요.

478 이름 없음 (NiPSFhVSio)

2020-12-02 (水) 23:49:52

>>477
#응, 나도 편지는 여기서 끝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스푸트니크와 아폴로의 이야기는, 역시 좀 더 보고 싶달까.
#괜찮다면 일대일로 이어가지 않을래?

479 이름 없음 (SWkRA2jJh.)

2020-12-03 (거의 끝나감) 03:08:35

5번째 녀석,

약속은 꼭 지켜.

(유리병에 든 잘린 금발)

480 이름 없음 (YCCBZCNYt6)

2020-12-03 (거의 끝나감) 05:07:29

안녕하세요, 아래층에 사는 사람입니다.

시국이 시국이라 연습실에서 연습하실 수 없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낮 시간대에 소리가 들리는 정도는 괜찮았습니다만, 최근에는 밤 열두시가 넘어서도 소리가 들리니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부디 성악 연습은 낮 시간대에, 적어도 저녁 시간대에 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어 쪽지를 남깁니다.
환절기니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501호 거주자 올림

481 이름 없음 (FUJp7NOeRg)

2020-12-03 (거의 끝나감) 08:32:20

>>478

# 저는 좋아요, 다만 제가 상판에서의 일대일이 사실상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있어요
# 그래도 그쪽 참치가 괜찮다면 이어나가고 싶네요
# 1대1 시트 스레에서 기다릴게요

482 이름 없음 (jN.eEihXCc)

2020-12-04 (불탄다..!) 10:02:30

>>454 >>469 >>479

수고하셨습니다. 계약사항의 남은 부분에 대해서도 상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일단은 지난 '샘플'들의 공급에 감사를 표하고 싶군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요즘 이런 식으로 '샘플'을 공급해주시는 분은 드물어서요.

약속된 '보수'는 어떤 방식으로 지불할까요?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483 이름 없음 (.N9rEmF3bs)

2020-12-04 (불탄다..!) 11:48:03

나도 근육. 울끈불끈 빵빵한거. 키도 5m만. 운동신경까지 얹어서 주면 고맙고. 손 발도 넌 충분히 크니까 조금만 떼어줘.
-_-

484 이름 없음 (A5EgDCHmJ.)

2020-12-04 (불탄다..!) 17:37:15

>>482

약이 나오는대로 보내줘. 임상시험 전이어도 괜찮아.

6번째 녀석, 보내.

(자갈돌과 섞여 지저분한 상태의 녹발)

485 이름 없음 (YI.Kacj3Bg)

2020-12-04 (불탄다..!) 17:45:35

>>484

이번에도 샘플은 잘 받아보았습니다만, 이물질의 봉입에 신경 써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수고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리고 있지만요.

해당 물품은 일회용 앰플의 형태로 생산하여 이전 협의된 경로로 전달했습니다.
정맥 내 주사를 기본으로 연구되었으므로, 유의해주십시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인간에게 직접투여는 권하지 않습니다.
형식적인 주의문이니, 지키실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느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약물부작용에 대해서 저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486 이름 없음 (t5bO28ABVg)

2020-12-04 (불탄다..!) 17:59:16

>>483 5m로 되겠어? 그래도 너무 작을텐데. 딱 15km에 맞추고 싶은거야? 그런거라면 이해하겠지만...
손이나 발 한둘쯤 떼어주는건 어렵지 않은데, 근육이랑 운동신경은 알아서 키워! 맨날 가스행성 중심에 누워있기만 하니까 운동신경이 그 모양이지! 너 마지막으로 대기권 밖 유영하러 간 게 언제야? 밥 먹기도 귀찮아서 매번 배달 시키고 촉수만 겨우 움직여서 가져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그게 사실은 아니지?
+_+

487 이름 없음 (aozjGSWacM)

2020-12-04 (불탄다..!) 21:04:21

>>485
6번째는 경계가 심해서 다른 수가 없었어. 화장실에서 샘플 얻으려다 들켰더니 자갈밭으로 도망치잖아.

그래도 앞으로는 신경쓸게. 약 잘 받았어. 이번에도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

책임 물을 일 없을텐데 주의문은 생략해도 괜찮잖아. 당신들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할 거야. 또, 보낼게.

#가끔 접속하면 >>454같이 편지보낼건데 그때마다 항상 답장하지는 않아도 괜찮아

488 이름 없음 (YI.Kacj3Bg)

2020-12-04 (불탄다..!) 21:16:28

>>487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직업윤리라고 해두겠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거든요.

이번 시제품이 효과가 없었다니 유감입니다만, 보내주신 여섯번째 샘플로 이미 후속 연구에 착수 중입니다.
곧 서로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합니다.

#ok, 그래도 그것도 이쪽 '회사'로 보낸다고 받아들여도 되나? (이후 언급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인지)
#그리고 뭔가 어긋나면 곤란하다 싶은 설정 있으면 알려줘~ 일부러 모호한 단어 사용하는 것도 재밌기는 하지만.

489 이름 없음 (2kMI01ewSY)

2020-12-05 (파란날) 01:12:36

>>488
# 언급 돼 어긋나면 안될 설정도 따로 없고... 그냥 별거없이 올렸는데 역시 아무도 안이어주길래 내 상황극판 접속빈도 카운트하고있었음

490 이름 없음 (yHAKFawnsI)

2020-12-05 (파란날) 10:00:35

>>489

#꾸준하게 올리길래 재밌어 보여서 답했어ㅎㅎ…
#괜찮으면 시간 날 때 또 이어줘~

491 이름 없음 (yD.sNmbnDU)

2020-12-05 (파란날) 16:49:23

짜장면 가게에
이걸 읽고 있다는 것은 드론이 무사히 편지를 보낸 거겠죠... 어-어어... 저기 음... 그러니까... 여기가 북극이라서... 휴대폰 전파가 안 터져서... 편지로 주문하려는데요...? 북극까지 아무 문제 없이 오실 수 있나요??
간짜장 2인분에... 그리고, 어어... 오이, 삶은 달걀을 추가해주시고... 군만두에 소스 따로 해서 탕수육도 주세요... 짬뽕 국물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확한 주소는 발송지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일주일 안에는 꼭 가져다주세요... 일주일 안에는요...! 그럼 이만 편지는 여기서 마칠게요...
북극의 손님이

492 이름 없음 (VCW5ppSNlI)

2020-12-05 (파란날) 16:55:00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주소로 편지 보냅니다

정문 쪽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주웠는데, 읽고 싶어서 읽은 건 아니었고 주소 찾을라다가 조금 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본인 다이어리 맞으신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교수님 욕이 살벌하네요. 수고하세요.

493 이름 없음 (kRXseE0GNA)

2020-12-05 (파란날) 23:22:55

>>492
아... 그거 다 보셨어요? 잊어주세요 ^^;;
찾으셨다는 다이어리가 왼쪽 아래 모퉁이에 얼룩 있는 하늘색 다이어리라면 제 거 맞아요. 잃어버려서 여기저기 다 찾아다녔는데 정문 카페 생각은 못했네요.
빨리 없애버려야 해서ㅠㅠ 가능하면 일찍 찾고 싶은데 혹시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요즘 비대면수업 많은데 혹시 학교 오시나요?

494 이름 없음 (k/KN8Ukz9Q)

2020-12-06 (내일 월요일) 00:30:31

>>491
(부드러운 글씨체)
안녕하세요 손님. 드론이 직접 편지를 가져다주지는 아노았지만 우체통에 들어있었기에 답장드립니다. 저희 가게는 어디든 배달을 가기 때문에, 북극도 문제없이 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금 바로 배달원이 출발합니다. 우체통도 실어 보내기에 답장을 하시면 배달원이 현재 위치를 답장으로 써서 보내드리니, 혹시 배달원의 위치가 궁금하시다면 편지를 써주시면 됩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고, 맛있는 식사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래쪽에 다른 글씨체로 꾹꾹 눌러쓴듯한 글이 있다)
목 잘 닦고 기다려라.....

495 이름 없음 (sQqOiM0nJA)

2020-12-06 (내일 월요일) 00:41:57

>>493
네 하늘색 다이어리 맞네요. 비대면 전환되어서 학교 갈 일은 없긴 한데 어차피 저 그 근처에 사니까 금방 갈 수 있습니다. 언제 시간 되시나요? 그때 맞춰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오지랖이긴 한데 다이어리 버리실건가요? 열심히 쓰셨던데 좀 아깝네요. 마카롱 좋아하시나봐요? 아 그리고 김철수 교수님 교양 강의 많이 별로인가요...? 욕이 엄청 쓰여있네요.

496 이름 없음 (X4D0m58Imk)

2020-12-06 (내일 월요일) 01:19:58

>>495
앗 그러면 월요일 12시 정문 괜찮으세요? 제가 그날은 하루종일 학교에 있어서 혹시 곤란하시면 다른 시간도 괜찮아요! 원래는 학교 올 일 없으시다니 저 때문에 괜히 시간 쓰시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다이어리만 받고 시간 오래 뺏지 않을게요ㅠㅠ

김철수 교수님은... 아 그걸 또 다 보셨구나 ^^;;;; 아니에요 좋은 분이세요 시험기간에도 보강까지 해주시면서 열정적으로 수업도 잘하시고 팀워크와 시간관리 능력처럼 수업 외적으로도 배울점도 많고^^~~ 욕이라니 착각하신 것 같아요!

꽤 오래 쓴 다이어리라 저도 아쉽긴 한데 꼭 빨리 처리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요즘 개인정보 중요하잖아요 ㅎㅎ... ㅎㅎㅎㅎㅎ.......

아 혹시 그쪽도 마카롱 좋아하세요? 다이어리 보셨으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정문 옆 마카롱 진짜 맛있거든요. 혹시 좋아하시면 제가 가는 길에 사갈게요!

497 이름 없음 (ymUcfarPhU)

2020-12-06 (내일 월요일) 01:22:03

야 고만 자고 일어나라
수학쌤이 이쪽 노려본다
나도 심심하다

498 이름 없음 (2FLgrlvPk2)

2020-12-06 (내일 월요일) 01:22:33

7번째 녀석,

샘플을 보내.

(유리병에 든 마젠타 색 머리카락)

499 이름 없음 (oWOEctwLB6)

2020-12-06 (내일 월요일) 01:41:29

>>496
죄송해요 자세하게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네 그 때 뵈러 갈게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 남는 게
시간이라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정보 공유 감사해요.

네 정문 옆 마카롱집 후기가 한 세 장 있더라구요 정말 맛있나봐요 이번에 다이어리 돌려드리면서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500 이름 없음 (X4D0m58Imk)

2020-12-06 (내일 월요일) 01:57:08

>>499
괜찮아요!!!!! 더 읽지만 않으시면 되니까요!! 다른 내용은 진짜 조금
아 마카롱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너무 달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거기 진짜 다 맛있어요. 무난한 카페모카나 민트초코도 괜찮고 샤인머스켓이랑 돼지바맛이랑 다 맛있어요. 들어보니 재료를 좋은걸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럼 월요일 12시 정문에서 뵙겠습니다!

501 이름 없음 (xMT7d0dkVw)

2020-12-06 (내일 월요일) 10:02:02

>>497

우우... 자고 싶어...
근데 선생님은 왜 이쪽만 보고 계신 걸까
역시 내가 너무 예쁜 탓?

(졸음을 잔뜩 먹은 글씨와 함께 순정만화처럼 과하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어때, 내 얼굴만 봐도 심심할 틈이 없지?

502 이름 없음 (sQqOiM0nJA)

2020-12-06 (내일 월요일) 13:32:25

>>500
어... 잘 들어갔지?

#둘이 만났는데 아는 사이였다! 하는 느낌으로 마무리 하려구 하는데 어때?

503 이름 없음 (WbqxckMbzk)

2020-12-06 (내일 월요일) 13:41:36

태초에 빛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창조와 모방을 비추는 후광이 되었다.
창조가 선창하면 모방은 그 뒤를 따라 후창하며 더욱 이 세계를 풍성하고 울창하게 만들었다.
창조의 아름다운 노랫가락이 울려퍼지자, 지상은 날로 그 풍요를 더해갔다.
…거기까진 좋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고, 보기에도 썩 그럴 싸하다.

하지만 필멸자들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모방은 내 자손이 아니라는 것.
부디 지상으로 내려가 그것을 널리 알리도록 하라. 나의 참된 자손. 무지한 자들에게는 선각자라 불리우는 참멸의 주동자여.

(추신. 가는 길에 내 창고 안에 숨겨둔 슈크림빵 자꾸 훔쳐먹지 말라고 모방에게 전해줘.)

504 이름 없음 (ihfgrrlYbI)

2020-12-06 (내일 월요일) 14:25:33

>>498

샘플 감사합니다. 다음 시제품을 보냅니다.
여느때처럼, 임상은 거치지 않았으니 유의를.

505 이름 없음 (nCq0enBVNI)

2020-12-06 (내일 월요일) 14:28:43

>>502
#좋아! 재밌었어~

506 이름 없음 (A8G3f2QaA6)

2020-12-06 (내일 월요일) 14:34:43

>>503
이번에도 또 부부싸움이라도 하신 겁니까? 창조께서 삐지셨다는 걸 저를 이용해 풀지 말아달라고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근시일에 선망과 선약을 잡아놓았기에 당분간은 지상으로 내려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507 이름 없음 (WbqxckMbzk)

2020-12-06 (내일 월요일) 15:42:32

>>506
나, 창조의 탁월한 대변인인 그대. 그대는 그동안 궂은 일을 많이 겪어왔다. 그대에게 다시금 이런 임무를 청하는 것은 나로서도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천의 얼굴을 지닌 자, 모방은 지속적으로 침탈행위를 이어왔을 터. 이에 새삼 꾸짖을 필요를 느낀다.

세계의 태동기부터 내 뒤를,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오던 녀석이 왜 요즈음은 이리도 그 태도가 돌변했는지 모를 일이다. 녀석을 원망하지는 않으나, 나로서도 속이 개운치 못하구나. 원컨대 그대 나의 신실한 종이여. 나의 부름의 응답하라. 그대가 이번 파견 임무에 나서준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임은 지극히 자명하니.

(이하의 추신 부분은 특수한 매질로 전해지는 듯, 독자가 한 번 읽으면 플룻 연주소리같은 산뜻한 연주가 들려오며 날아간다)

(추신. 나갈 때 불좀 꺼줘… 더 이상 빛은 필요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네가 어둠의 자식이냐며 잔소리 하더라.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나는 창조야 창조! 이 땅의 모든 물질을 스스로 일궈낸 자인데 말이야!)

(* 정확히는,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다" 라는 격언을 비틀어서 빛과 창조와 모방과 그 외 떨거지들(천사같은 존재??)이 있는 세계에용 창조와 모방은 유사 (?) 부모자식 관계같은 느낌이지만 창조는 그것을 탐탁찮게 받아들이기에 틱틱대는 느낌)

578 이름 없음 (9umSTitx8U)

2020-12-08 (FIRE!) 12:39:41

>>504

8번째 녀석, 보내.

그나저나 샘플 얻고 나서 울렁거려서 오늘 먹은 걸 다 쏟아 버렸어. 시제품 주사한 뒤로 어지러웠는데 그 부작용인 것 같아. 다음에는 없게 해 줘. 나로 임상한 셈 치고..... 당신들 할 수 있지?

그래도 당신들 약 효과는 있었어. 전에는 신경 안 썼던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들이 멋대로 주사하던 약물이 통하지 않게 된 것 같아.

제일 충격이었던 거라면 '우리'가 모두 교실이라고 믿던 공간은 창고나 다름없었어. 싫어도 이게 진실이니까 받아들여야겠지.

이제 앞으로 보낼 샘플은 둘만 남았어. 제일 약삭빠른 놈 거랑 제일 무서운 놈 거. 의심도 슬슬 사고 있어서 다음 샘플은 늦어질 지도 모르겠네.

(유리병에 든 잘린 하늘빛 모발)

#설정 만들어봤음
#발신자와 누군가들은 특정한 약물을 반강제로 주입받고 있음
#발신자는 '회사'에 그 약물의 효과를 무효화하는 약물을 비밀리에 의뢰함
#의뢰내용은 '우리' 10명에게 모두 통하는 약물을 빠른 시일내에 만들어줘. 샘플은 '우리' 10명. 가장먼저 자기 머리카락을 보냄
#이래도 되나 싶은데 예전 전혀 다른 편지 세계관과 연관있을 수 있음

579 이름 없음 (9umSTitx8U)

2020-12-08 (FIRE!) 12:47:42

>>578
#세계관 연결 쪽은 >>504 주가 싫거나 안되는거면 안하겠음

580 이름 없음 (GuRG6jF2zU)

2020-12-08 (FIRE!) 16:19:43

북서산 청강 종마 800필, 요구대로 보냅니다. 대금은 오는 편으로 곧바로 지불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습니다. 이만한 수의 종마로 대체 무얼 하려는 것입니까? 800필이면 이쪽에서도 기둥뿌리를 뽑을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수요입니다. 그래서 이쪽도 4분지 1 가량은 인근 마시장에서 긁어모아 보내는 것이고.
군마의 산지인 이곳에서도 묵직한 수요인데, 하물며 그쪽, 남동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일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만, 노파심에 적습니다. 기병대를 만들 생각이라면 기대를 버리는 게 좋습니다. 종마를 교배하고 조련하는 것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노동입니다. 기후 역시도 중요하고요. 더군다나 그렇게 애써서 기병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쪽은 지형적으로 수로가 많아서 효용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귀하가 제 추측과 같은 결심을 하고 있고, 그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버리지 않을 생각이라면, 이쪽은 고객에 대한 성의로 종마를 다룰 수 있는 전문적인 인원을 추가로 판매할 용의가 있습니다. 생각 있으면 다시 연락하기를 바랍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붉은 매의 인장)

581 이름 없음 (DilLE2SpsU)

2020-12-08 (FIRE!) 16:47:57

>>578

오심과 구토는 굉장히 흔한 약물 부작용입니다만, 약물 순응도에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니만큼 개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일회용량을 줄이고 몇주간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을 시도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관찰된 효과가 그 정도라는 것은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6번째 샘플에서 얻은 데이터가 유효했다고 생각됩니다.

샘플의 확보 역시 중요하지만, 공급자 분의 안정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을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안전 확보이고, 언제나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이 역시 사내방침이라.

다음 우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세계관 연결은 나는 상관 없어! 근데 무슨 편지인지 알려주면 좋겠다. 바로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때됐다 싶으면 알려줘~
# 그러면 나머지 아홉명과 발신자는 딱히 우호관계는 아닌 건가? 그리고 현재는 특정 공간에 감금이라도 된 거?
# 그리고 >>482 기반으로 발신자와 회사 양측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생각해도 될까?

582 이름 없음 (9umSTitx8U)

2020-12-08 (FIRE!) 19:09:03

>>581 적응하라, 는 거지?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못 할 것도 없지.

당신들은 그렇겠지만 직접 위액 토하는 입장에서는 별로 고무적이지 않은데......
6번째 녀석? 그런가. 잽싸지만 나도 좋아하는 녀석이야. 약에 관해서는 아직 말해줄 수 없지만 상이라도 줘야겠네.

정말 서둘 필요 없어 보여?
난 지금 우리가 뭐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겠어.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하고 별 수도 없어.
괜히 듣기 싫을 얘길 했네. 당신네들은 사실 이쪽 사정 듣고싶지도 않고 메뉴얼만 전달해주는 거였을텐데.

머리카락 말고 다른 걸로 안돼?
있잖아 왜. 손톱이나 조금 뜯어도 티 안 나는 거.
다음 녀석 눈치가 빨라.

# 에바쎄바인가 후회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마지막 편지에서 알려주게 될 것 같음
# 아홉명과 발신자는 비우호와 우호를 따지면 우호관계와 비슷하지만 약에 대해서 모름 (나머지 아홉이 발신자의 비밀 의뢰를 알았을때 반응을 예측할 수 없음)
# 감금과 비슷함 >>487 자갈밭은 딱히 설정오류는 아님
# 응 발신자-회사는 비즈니스 관계
# 짬나면 이해하기 편하게 첫번째 편지 보낼게 짬나면.. 기대는 말고

583 이름 없음 (DilLE2SpsU)

2020-12-08 (FIRE!) 19:23:06

>>582

해당 약물 부작용은 작용기전상 구토를 조절하는 뇌 중추의 수용체를 자극하기 때문으로, 완전한 제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시라면, 일단 그대로 용량을 유지해서 드시는 게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심해서 단약하시게 되면 역효과이기 때무에, 용량을 반으로 줄여 일일 2회 복용하시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주의문구와 연구개발에 대한 일정 조정은 사내방침입니다, 만…
저는 소통담당자일 뿐이기 때문에 메뉴얼 외의 사견을 덧붙일 수 없는 점, 양해드립니다.
…사측에서는 귀중한 샘플을 보내주시는 공급자 분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외에도, 단백 조직을 얻을 수 있는 샘플이라면 상관 없습니다.
다만 손톱은 각질 조직이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살아있는 세포가 가장 유효하지만, 해당 형식의 샘플은 채집이 어려운 점은 저희측에서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협조에 항상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Ok~

584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12:53:10

귀하께서 보내주신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현재 극심한 불면증과 PTSD를 겪고 계신 듯합니다. 특히 두 번째 문단에서, 과거 대격변의 날 선생님의 손으로 죽인 감염자들이 선생님을 덮치려든다는 악몽에 자주 시달린다고 하셨지요.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또 현재 약물 중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몇몇 보이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이 술과 담배 약물따위에 의존하시곤 합니다. 즉 전형적인 증상이란 이야기지요.

짧은 편지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니 부디 한시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만,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같은 주소로 답신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 Dr. 달리아

585 이름 없음 (RU2zR29jlk)

2020-12-09 (水) 14:53:42

>>583 (검은 봉투 겉면에 [극비 의뢰 - 신뢰할 수 있는 귀사측 담당자만 읽기 바람]. 발신인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밀랍 인장이 찍혀 있다. 장식체의 P)

봉인은 봤지. 나는 P■■■■ 아카데미아에 소속된 익명의 학생이야. 직접 편지를 전달하지 못하지만 이해해 줘. 검열되지 않으려면 떳떳하지 못한 손을 빌려야만 했어. 그나마 부랑자보다는 식량 날라주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아서 그 편에 보내.

바깥과 접촉하면 안된다는 교칙을 깨고 이걸 보낸 이유는 당신들한테 부탁이 있어서야. 지금 보내는 약물이 정체가 뭔지 조사해서 알려줘. 정말 이렇게까지 의심하고 싶진 않았는데! 이건 아카데미아에서 우리에게 투여하는 약이야. 이 나라 최고의 교육기관인 아카데미아에서 귀한 인적 자본인 우리들한테 뭐하러 심한 짓을 하겠어? 하지만........ 의심 가는 일이 있어서 그래. 그들은 이게 몸에 좋다고 하는데 비타민이랬다가 근육 증강제랬다가 말이 바뀌어.

그리고 우리 10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어. 교실에 벌레가 들어왔는데 나는 그게 바닐라색 날개의 나방으로 보였어. 친구는 나방의 날개가 갈색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또 다른 녀석이 날개에 눈이 있다는 거야. 우리가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들어왔어. 선생님은 벌레가 회색 날개 나방이라고 했어.

당연히 나는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 눈을 비비고 봐도 그건 바닐라색 나방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방이 있던 자리를 다시 봤더니 뭐가 있었는 줄 알아? 회색 날개 나방이었어! 하지만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그건 바닐라색이었어. 날개에 아무 무늬도 없었지.

정말로 사소하고 별거 없는 얘기 같지? 다른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고작 신기한 나방을 발견했다 거나 잘못 봤다고 대충 넘어가려는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달라. 우리는 단체로 최면에 걸리거나 환상이라도 본 것 같아.

우리가 정말 가짜를 보고 있다면 어디까지가 가짜인지도 뭐가 원인인지도 몰라. 왜 이런 짓을 아카데미아에서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게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다른 녀석들에게 알리기 전에 제대로 믿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 만약에 이게 원인이 아니라고 하면 진짜 원인을 찾아야겠지. 바로 이게 당신들에게 의뢰하려는 이유야. 외부에는 절대로 알리지 마. 아카데미아 측은 물론이고 아직은 이 일이 당신들 손을 벗어나서도 안돼. 아카데미아가 어떤 기관인지, 알려지면 사회에 파장이 어떨지 알잖아.

당신들 매출액은 알 수 없지만 ■0년 전에 전쟁이 일어나고 거래처가 많이 끊겼을 것 같은데 나라면 당신들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어. 아카데미아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를 기다리긴 해야겠지만..... 그래. 익명은 포기하더라도 확실히 할게. 여기에 내 인장을 찍을 테니 나중에 당신들이 편지를 들고 나를 찾아와서 옛날 거래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

협력하지 않겠어?

(겉봉에 있던 밀랍 인장과 유사하지만, 6각형 안에 장식체 P가 들어있는 형태의 인장. P■■■■ 아카데미아. 국가 최고위층 정치인을 길러내는 교육기관.)
(회사에 도착했던 첫번째 편지로 비밀이 지켜졌다면 지금은 어딘가에 엄중히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약물 효과는 판타지스러울수도(약알못)
#첫편지 ☞ 투약받던 약은 자극(선생님 목소리)에 반응해 현실을 왜곡해 보여주는 약으로 밝혀짐 ☞ 발신인의 2차의뢰 - 그럼 우리 10명이 이 사실을 믿을 수 있도록 다 현실을 볼수있게 무효화하는 약을 만들어줘 ☞ 회사:샘플보내세요 ☞ >>469
#맘대로 만들어봤는디 괜찮나?

586 이름 없음 (iTPO9j9mU2)

2020-12-09 (水) 15:04:26

>>585

# SF디스토피아 쪽으로 생각하고 쓰고있었는데 서양풍 판타지인가? 아니면 현대 이능력물? 암튼 ok
# 뭐, 그럼 이쪽은 일단은 '회사'라는 이름도 쓰고있겠다, 판타지 메인이라면 세상 바깥이랑 내부가 좀 다른 소위 '과학적' 분위기의 집단으로 생각해줘~
# 겉으로는 연금술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괜찮고, 좀 더 현대적 배경이어도 괜찮고! 아무튼 판타지에 논리를 붙이는 집단으로.
# 옛날에 받은 첫번째 편지에 답장하긴 좀 애매해서 일단 스루할게~
# 그리고 '회사' 측 담당자는 일단 소통 창구 역만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발신인에게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대충)

587 이름 없음 (F7tS12yOgc)

2020-12-09 (水) 15:15:59

>>584
평생 키보드로 문자 이메일만 보내다가 처음 손편지를 써보니 많이 낯섭니다. 날림 악필이라 미안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읽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가늘고 비싼 미쓰비시 펜으로 적어서 보냅니다. 독해에 조금이라도 도움되길 바랍니다.

친구놈이 하도 보채서 치료를 받기로 했지마는, 솔직히 이게 잘하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했으니 요령부리지 않고 끝까지 하려 합니다. 의사 선생이 조금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진후 허

588 이름 없음 (OclH2nP1BM)

2020-12-09 (水) 15:29:09

>>583 >>586 하루에 두 번이나 챙겨야해? 번거롭네. 어쩔 수 없지.....

이걸로 9번째,

어떻게 얻었는지 묻지 마.

(유리병 안에 살점이 조금 붙어있는... 어금니가 들어있다.)

#약간 판타지스럽다는거는 내가 저런 약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 몰라서 그렇고() 마녀 요정 마법같은건 없어 sf디스토피아에 제일 비슷하다 근대 아니면 현대(현실 최소 2000년대 이후 느낌)
#담당자한테 정붙을지도.....

589 이름 없음 (iTPO9j9mU2)

2020-12-09 (水) 15:44:06

>>588

주사제 형태의 투약 불편성은 이해하는 바, 두번째 제재는 경구용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이는 동시에 알려주신 사정에 따라, 비협조적인 상대에게 투약하기에는 주사제보다 경구제가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뇌에 작용하는 약물은 신체에 존재하는 혈뇌장벽에 의해 흡수가 어려워,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다량을 섭취하셔야 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거나, 복용 상의 주의점이 늘어나게 됩니다.

직접적인 효과를 보기위해 척수강에 주사하는 방식도 연구실 측에서는 고려하고 있으나,
순응도 외에도 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신경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 권고할 수 없는 점 이해해주시기를.

…이번 샘플이 아니더라도, 그 출처를 묻지 않는 것은 계약 상 협의된 사항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행운을 빌고 있습니다.

# 약물 얘기 세세한 건 내 전공이 그거라 무의식적으로 그래 미안!!!
# 그럼 그냥 근미래 sf디스토피아 갈까? 부유층 전용의 세뇌 아카데미아라니 너무나 SF(?)
# 담당자는 공급자에게 정 붙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어(ㅋㅋㅋ)

590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15:57:28

>>587
친애하는 진후 허 에게

소중한 시간을 들여 답신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게 편지를 보내는 이들 중 대다수가 저의 진단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무시하곤 한답니다. 즉, 제게 답신을 보내주신 것은 선생님의 평온한 일상을 향한 계단 중 하나를 밟으신 셈이란 말이지요. 첨언하자면 편지를 읽기에 그리 무리는 없었습니다.

좋은 친구분을 두신 듯 합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최대한 선생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 혹시 댁의 근처에 있는 병원에 다녀와보셨는지요? 제가 가능한 도움을 드리겠지마는, 아무래도 편지를 매개로 해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대격변의 날에 의해 상처 입은 수 많은 환자분들을 돌보아왔습니다. 그중 꾸준하고 성실하게 치료에 임해주신 모든 분들이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계시지요. 저는 선생님의 앞날에 평온이 깃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 다음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P.S. 저의 상담소는 노스마운틴 지역에 있는데, 어제부터 눈보라가 극심하여 편지 전달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됩니다. 혹여 편지가 조금 늦게 도착하였더라도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선생님의 편지에 언제나 진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Dr. 달리아

591 이름 없음 (czmd.KRNLQ)

2020-12-09 (水) 16:24:33

>>590
최근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습니다. 저같은 환자들을 한데 앉혀두고 무슨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을 했습니다. 자기 실제 과거를 주제로 하고, 자기 자신을 주인공 삼아서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겨냈다 하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입니다.

같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들의 사건도 참 기구했습니다. 민간인도 있었고 저같은 퇴역 군인도 있었습니다. 누구는 감염자들이 집 안까지 쳐들어왔는데, 가족들이랑 창문으로 빠져나와 주변 강가의 배를 타고 무사히 도망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울면서 하는 걸 보니 가족들은 그 배에 타지 못했음이 분명합니다.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저런 이야기 만들기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식 치료법에 정말 저런 게 있습니까? 배 이야기 하던 사람을 봐도 치료는 커녕 상처를 후벼파는 것처럼 보입니다.

(처방전 사본이 첨부되어있다)

-진후 허

592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16:54:12

>>591
친애하는 진우 허 에게

선생님의 편지를 읽어보니, 선생님께서 방문하신 병원에서는 집단상담 요법을 사용하는 듯 보입니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유대감이 쌓여 함께 과거를 이겨낼 힘이 생기고는 하지요. 공감이란 가장 우수한 치료법이 되기도 한답니다.

현재 선생님께서는 치료법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 듯 합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허구로 꾸며내는 방식의 요법은 저도 다소 낯설기는 합니다만, 아직 치료 초기 단계이니 해당 병원의 선생님을 믿고 따라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도 오히려 우울감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심해지는 기분이 들거나 이후 받으실 상담 치료에서 의사분이 사용하시는 요법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신다면, 그 때는 선생님께서 내원 중이신 병원의 의사 분이나 저에게 곧장 말씀해주셔야겠지요. 여하튼 요점은, 의사분을 믿어주시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래는 과거를 이겨냄으로서 만들어지는 산물이지요.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발이 묶여 힘들어하곤 하는데, 그 두려운 과거를 당당히 마주하는 것이 때때로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저의 편지가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 Dr. 달리아

593 이름 없음 (czmd.KRNLQ)

2020-12-09 (水) 17:30:48

>>592
친애하는 의사 선생께

영어와 알파벳으로 손편지를 쓰면 고향 살던 때, 어릴 때 생각이 납니다. 외국어로 고향을 떠올린다니 역설적인 일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첫 영어 수업을 받았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공책에 어찌나 써댔는지, 영어는 영 못했지만 알파벳 쓰기는 한글 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영어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으면 억울할 뻔 했습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해도 좋은 기업에 취직하진 못했을 겁니다. 대격변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번역기가 훨씬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귀에 꽂아서 실시간 번역이 되는 기기라니, 그런 건 SF영화 안에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내일은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차례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고, 우리나라 사람 그 말 참 좋아했었는데. 저는 차라리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기억해봤자 이 늙은이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젠 총을 드는 것도 버거운 몸인데. 어차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건 의사 선생 같은 젊은이들 아닙니까.
-진후 허

(이틀 후 편지 한 통이 추가로 온다)

제가 중요한 걸 생각 안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 나이를 모릅니다. 실언을 했다면 미안합니다.

594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17:58:01

>>593
친애하는 진우 허 에게

고향이란 항상 그리운 곳이지요. 비록 저는 선생님만큼 먼 타지에서 온 사람은 아니지만, 저도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이주민인 만큼 선생님의 향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어릴 적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지는군요. 또,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나니 저도 한글을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서툰 한글로 쓴 답신을 보낼 수도 있을 일이지요.

현대의 기술력은 정말이지 대단하지요. 저도 저의 어릴 적과 지금을 비교할 때면, 이따금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번역이 되는 기기나, 이제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나. 세상은 참 빠르게 성장하지요. 물론 제가 머무는 지역은 혹한기가 길고 눈이 많이 와 안드로이드가 때때로 먹통이 되고 말지만요.

이 답신이 도착할 때는 선생님의 발표를 훌륭히 마치시고 나신 후 겠군요. 답신으로 선생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는지 적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젊은이들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면, 그 세상은 연륜의 지혜와 경험에서 발한 현명이 없어, 필히 패하고 말테지요. 저는 선생님의 고향에서 유래한 그 격언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는 그 말 말입니다. 또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듭니다.

- Dr. 달리아

(하루 뒤 전달된 편지 한 통)

오, 괜찮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의 연세를 모를 뿐만 어니라, 저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젊은이와 비슷한 사람일겁니다. 상담일을 하며 경력을 꽤나 쌓아오긴 했지만, 아직 연륜이 생겨날 정도는 아니니 말입니다. 그럼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595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18:18:29

>>594 #헉 이제보니 연속으로 이름에 오타를 냈네 미안해ㅠㅠㅠ

596 이름 없음 (F7tS12yOgc)

2020-12-09 (水) 20:11:35

>>594
친애하는 의사 선생께

오늘 발표를 하고 왔습니다. 그냥 전투에서 멋지게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실화를 기반으로 한 허구, 대체역사라는 말이 어울릴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도 멋지지 않았습니다. 전투 하나하나가 지옥같았습니다.

저는 화염방사기 운용병이었습니다. 그게 M2라고 하는 물건인데 2차대전 시절에 쓰이던 물건이었습니다. 우리도 그걸 보고 이게 언젯적 물건이냐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구식 무기였습니다. 다행히도 화염방사기는 감염자 상대로 쓸모가 많았습니다. 특히 즉석에서 사체를 소각하는 것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 역할은 시체청소부였던 것입니다.

저는 사람한테서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저는 식인종이 아닌데, 왜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 굽는 냄새를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고기 구이를 볼 때마다 그 시커먼 것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기에..

-진후 허

#괜찮아!

597 이름 없음 (euHuMG9Utg)

2020-12-09 (水) 20:47:07

어느덧 겨울이 다가온다. 올해가 시작한 것도 믿겨지지 않았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끝난다는 건 더욱 믿기지 않는다. 창에 맺힌 서리를 본다. 그리고 너와의 첫 조우를 떠올린다.

너는 그 날 다리 위에서 엉거주춤하게 서있었지. 나는 대로를 달리다가 우연히 그것을 보았고. 그때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넌 알까? 난 그저 '재밌겠다' 는 생각 뿐이었어. 그런데 이젠… (펜을 대고 오래토록 고민한 듯 진한 잉크얼룩이 있다)

처음 네가 지었던 표정을 기억한다. 아무 것도 없었던. 마치 황무지같은 그 표정을. 그리고 내 기억은 그 숱한 세월을 더듬어가며, 그것이 환한 미소로 바뀌게 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내 눈물짓게 되는 이유 또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런 생각은 그저 미련일까? 너는 언젠가 날 더러 '구원자' 라고 칭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네가 없이는 나는 구원받을 수 없다.

그러니 부디, 나를 구원해줘. 다시 한번 네 손길을 건네줘.
- 아득히 멀고 먼 과거를 회상하며. 리타가. 2030.12.20

598 이름 없음 (G2xdQx.XM6)

2020-12-09 (水) 21:56:22

>>596
친애하는 진후 허 에게

선생님의 답신은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표현 하나하나를 읽어내리며, 대격변이 남긴 쓰라린 상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분명 우리 인류 모두에게 크나큰 아픔을 남겼지요. 저는 수 많은 대격변의 피해자들을 만나왔지마는, 날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들으며 그 슬픔을 체감하곤 합니다.

선생님은 정말 힘든 날들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전쟁이나 재난은, 사람을 극한의 경지로 몰아넣곤 하지요. 전쟁의 최전선에서 그 날을 겪어보지 못한 입장이기에 한 단어 조차 고심에 고심을 하여 적습니다만, 저는 선생님이 그 날의 악몽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험을 저에게 털어놓는 게 부디 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보통 저의 환자들에게는 일기를 쓰는 것을 권고하곤 합니다만 이렇게 편지를 통해 경험을 나누는 것 역시 좋은 치료법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선생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요컨대 취미라던지. 소소하게라도 배우는 것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일전의 편지에 친구분이 치료를 받으라 권유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걸 기억합니다. 요즘도 그 친구분과 종종 어울리시나요?

- 답신을 기다리며, Dr. 달리아

599 이름 없음 (CkQG6WrRxI)

2020-12-10 (거의 끝나감) 00:16:59

>>598

친애하는 의사 선생에게

다른 사람과 아픔의 경험을 나누는 것. 좋습니다. 의사 선생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시는지 이해됩니다.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불쌍하다 자랑하고 전시하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제 경험을 말할 때는 저도 모르게 어휘를 순화하거나 내용을 빼는..일종의 자기검열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고지전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전쟁통에 팔이 날아간 여자애 한명이 어른 되면 팔이 다시 자라냐고 물어봅디다. 그러자 맛이 가버린 군인은 니가 도마뱀이냐고, 안 자란다고 욕지거리를 한 바가지 하면서 애를 울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팔 자라냐고 물어볼만큼 친한 애는 없지만서도 제가 그런 놈이 되지 않을까, 이미 된 것 아닐까 항상 걱정합니다.

친구가 승철이라는 놈입니다. 다른 소대에 있던 놈인데 미군 뒤꽁무니 따라서 망명할때 같이 왔습니다. 그 뒤로 쭉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놈도 저랑 비슷한 걸 보고 겪었을 텐데 이상하게 그놈 머릿속은 항상 꽃밭입니다. 늙어도 젊게 살려는 건지 VR게임을 죽어라 합니다. 대체 뭘 하나 싶어서 같이 들어가 보니 이 미친놈이 좀비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유저들한테 가서 이봐 젊은이들 좀비사냥은 그렇게 하는게 아냐 내가 보여줄게 하는데 제가 진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놈 등짝에다 총알을 갈겨버렸습니다. 게임 안에서 말입니다. 이놈도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 속은 까맣게 타 있는 것 아닌가 가끔 생각합니다.

게임은 젊을 때도 지지리 못해서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돈 주고 산게 아까워서 그걸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게 또 스크린으로 보던 것과는 또 달랐습니다. 영화 안의 엑스트라가 되어서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그건 꽤 괜찮더군요.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들을 VR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혹시 의사 선생은 좋아하는 영화가 있습니까? 혹시 있다면 어떤 영화인지,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진후 허

600 이름 없음 (FQvePNFMyQ)

2020-12-10 (거의 끝나감) 13:31:56

>>599
친애하는 진후 허 에게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남을 위해 희생 하기보단 선생님을 위해 조금 이기심을 내셔도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로도, 치료를 위해서는 항상 솔직한 편이 좋지요. 그런 영화가 있었군요.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신 분이시군요. 혹여라도 선생님이 남의 마음을 해칠까, 또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건 상담사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고뇌 자체가 선생님이 정말로 올곧고 아름다운 인간이시란 증거이니까요. 또 사실, 사람은 조금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것이 건강한 정신에 도움이 되곤 한답니다.

함께 대격변을 겪으신 친구 분이시군요. 제가 보기에 친구분은 강인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강인해지시려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것일 수도 있지요. 사실 좀비 게임은 그리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요즘 게임이라는 것이 다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지요. 언제 한 번 제가 좋은 게임을 알게 된다면 알려드릴테니, 친구 분과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떠실까 합니다.

요즘 VR에는 그런 기능이 있었군요. 저는 생각보다 세상 소식에 어두운지라, 그런 재미들을 놓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저도 한 번 예전에 즐겨보았던 영화를 VR로 다시 보아야겠습니다. 가령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영화나, 모험 이야기가 담긴 영화 같은 것들 말입니다.

선생님의 질문을 읽고 꽤나 한참이나 고민 해보았습니다. 제가 고른 영화가 선생님의 눈에 형편 없이 보이면 어쩔까, 싶어서 말이지요. 결국 고심 끝에 한 영화를 고르긴 했습니다만. V For Vendetta 라는 영화를 아시는지요?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국민을 착취하는 잘못된 정부를 향해 말 그대로 복수를 실현하는 기이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적 V라는 인물에게 무척 빠져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박학다식하고, 시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셰익스피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어투를 사용하며, 단단한 정신력을 가졌던 그에게 말이지요. 그의 가면을 따라 사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언제 한 번 그 영화를 보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만, 스릴러 작품이기도 한 만큼 VR로 시청하신다면 조금 힘드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오늘의 편지는 제가 좋아하는 명대사로 마무리 하겠으니, 편히 답신 주십시오.

The past can't hurt you anymore, unless you let it
- 답신을 기다리며, Dr. 달리아

601 이름 없음 (VQGiMREFzI)

2020-12-10 (거의 끝나감) 23:04:47

>>589 경구용이면 내가 할 일이 쉬워지지. 주사제를 나머지 9명에게 맞히려면 새벽밖에 시간이 없어. 일찍 일어나는 거쯤은 아무렇지 않지만 9명 중에 주사를 놓는 동안 아무도 깨지 말아달라고 빌었어야 됐을 거야.....

가루내거나 진하게 녹여서 음료나 음식에 타도 되겠지? 다같이 구토하면 보기 나쁘겠지만 어쩌겠어. 부작용 말인데 먹다가 끊으면 역효과가 있댔잖아. 그 역효과 먹다가 그만두면 약을 다시 먹어도 통하지 않게 되는 것만이야? 이거보다 심각한 뭐가 있지는 않겠지. 나는 벌써 먹기 시작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녀석들에게 잘못하고싶지는 않아.

약은 잘 듣고 있어. 별로 울렁거리지도 않게 된 것 같아. 아카데미아 내부는 예전보다 추레하게 보여. 몰랐던 감시 장치들도 붙어있어서 선생님이 귀신같이 교칙 위반을 잡아내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지 뭐야. 교실과 보건실이 제일 다르게 생겼어. 교실이 창고라면 보건실은 마경이야. 아카데미아에 처음 와서 선생님이 건물을 소개해주면서 교실과 보건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었지. 방 크기와 조명의 밝기, 바닥이 뭘로 되어 있는지까지..... 교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상상했던 것과 똑같이 생긴 교실이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어. 9명의 녀석들은 아직도 상상속의 교실을 보고있을 거야.

강제로 친구들에게 현실을 보여주기로 한 내 결정이 옳을까.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해. 아카데미아가 무슨 의도로 우리에게 이러는지 모르잖아. 나쁜 이유가 아닐지도 몰라. 누구하고라도 상의하고 싶은데 9명은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은 사견을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 하던가. 이해해. 그리고 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당신들의 협력은 절대로 잊지 않을테니까 걱정은 하지 마.

개인적인 우정의 표시에 감사하며, 우리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멋.....져
#쪼아~ SF 잘알진 못하지만 그런 묘사는 최대한 맞출게

602 이름 없음 (Ll5qdGy4lE)

2020-12-10 (거의 끝나감) 23:34:18

>>601

역효과, 라고 말씀 드린 부분은 수사적 표현입니다. 약물의 부작용을 버티며 복용하는 것이 단약의 이유가 된다면 역효과니까요.
제약회사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니 금단 부작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예 없을 거라고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만, 여태까지 진행된 제1상 임상시험 상으로 금단현상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내성 현상에 대해서라면, 아직 연구가 완벽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개인차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적인 약물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계약의 내용 상 우습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사측과는 또 다른 연구윤리적 문제입니다. 윤리란 법률과는 또 다른 것이지요.
비밀계약에 따라 인간 신체 일부의 샘플을 요구하는 연구자들에게도, 말입니다.

아홉 분의 친우들에게 투약하기는 위험한 약물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라고 딱히 신약물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 대상이 P■■■■ 아카데미아의 자제분들이라면 더더욱. 기업에게도 매출지표보다도 중요한 정치적 문제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모든 연구원들이 공급자 분께서 약속하신 '대가'를 바라고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대가도 결정의 이유가 되었습니다만, 이 나라의 많은 제약회사 중 저희를 굳이 골라내셨으니 짐작가는 바가 있으시겠지요.

…
제 직함은 Chief Technical Officer, 즉 최고 기술 경영자입니다. 보통 CTO라고 부르지요.그러나 소통담당일 뿐이라는 말도 사실입니다.
저희 회사는 대표이사인 CEO 없이 전무이사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독점적 권리가 아니라서. 제대로 돌아가는 꼴이라고는 못하겠군요.
제 신분을 밝히는 것은 아카데미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사측의 공식적인 협력의 뜻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단순한 약물 개발만이 아닌, 보다 넓은 지원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선택에 행운을 비는 것은 무례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러니 행운보다도 명료한 통찰과 이성이 함께 하기를.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축복입니다.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 스케일 키우기(?)

603 이름 없음 (5oBwQc4yZk)

2020-12-14 (모두 수고..) 00:14:56

어이, 애송이!
편지라는 걸 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상당히 곤혹스럽구만. 후배 놈에게 대필시키고 있다. 여기까지 봤는데, 대강 필체는 알아볼 만 한 것 같군. 나는 글을 못 읽지만. 아무튼 네놈이라면 분명 편지 앞머리를 본 순간부터 놀랐겠지. 그렇지? 네놈을 힘으로 누르는 게 소원 중 하나였는데 평생 잡을 생각도 않던 펜으로 이룰 판이군.
그러니 다시 써 주지. 어이, 애송이! 잘 지냈냐? 얼굴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어언 6년째구나. 그간 나내 이쪽 동료들도, 아닐 것 같지만 내심 너를 기억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뭐, 인간적인 정 따위의 속 보이는 얘기는 않겠다. 인정하긴 싫지만, 역대 최고라고도 불리던 에이스가 갑자기 잠적해 버렸으니 누가 관심이 안 생기겠냐.
이쪽은 뭐,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도 성황이다. 폭력을 바라는 수요는 결코 줄어드는 법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예전보다는 살짝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제국 제일의 투기장, 검투의 성지라는 위상은 지키고 있지. 하, 너 없이도 말이다!
쓸데없이 이쪽 이야기만 너무 길었는데, 벌써 지겨워서 편지를 던져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군. 뭐, 네놈은 우리들 사이에서도 가장 교양이니 품위니 하는 것들을 갖췄다는 소리를 들어 왔으니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제는 내 쪽에서 좀 묻고 싶다. 애송이,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냐?
네가 사라진 이후로도 한동안 우리는 네 소식을 수소문했다. 최고의 검투사가 돌연 사라져 버렸다는 것만큼 큰 뉴스가 이쪽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지. 비록 애송이라고 부르지만,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나보다 뛰어난 네놈이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내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더라. 후, 이번만큼은 널 거꾸러뜨릴 준비가 되었다고 믿을 시점에 말이지.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 믿기 힘든 풍문이 여기저기서 들리더군. 제국 제일의 기사단을 이끈다는 어느 걸출한 신예에 대한 소문도 들렸고, 국경을 넘어 야만인들을 집결시키는 사내의 소문도 들렸다. 누구도 뚫지 못한 미궁을 파헤친 모험가의 소문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젊은 지장에 대한 소문도, 극악한 대마법사의 목을 꺾은 탁월한 전사에 대한 소문도, 모두 너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의 끝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황통에 관한 소문도 말이다.
이봐, 애송이.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를 나는 모른다.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네가 터무니없이 큰 풍파 속에 갇혔는지도,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나는 생각했다. 뭐, 네놈이라면 이미 그런 것들을 주도해서 이끌어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니 또 부아가 치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는 보지.
투기장에 돌아올 생각은 없느냐?
생각해보면, 너에게 좋은 기억은 아니겠지. 너나 나나 처음 여기 와서 검투에 내몰렸을 때는, 족쇄 채워진 노예였으니까.
하지만, 등을 맞대고 싸우고, 끊임없이 앞뒤로 경주하며,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던 기억이, 마냥 괴로운 것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는 말이지.
그리고, 글쎄... 네놈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단 우리의 마지막 승부는 아직 치뤄지지도 않았거든. 그것 때문에라도 말이야. 문득 네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거든, 꼭 답장해 다오.

-네놈의 영원한 라이벌, 철의 눈 테노르

634 이름 없음 (wPWLeSqFp2)

2020-12-26 (파란날) 08:19:59

이 먼지 쌓인 편지함은 뭐야? 안에 이상한 것도 들어 있는 거 같고.
뭐, 제대로 보내지기만 하면 상관없어.
이거 받는 곳에 있는 사람 아무나 이거 사인 좀 해서 돌려줘. 청소부가 해도 되니깐.
(무언가를 발출할 허가서 같다.)
- A,J

635 이름 없음 (MApn9EH8Bs)

2020-12-30 (水) 23:52:40

>>602

편지를 받으면서 상상했던 소통 담당은 위에서 하라면 하는대로 끌려다니는 아랫사람이긴 했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극비사항을 너무 아랫사람한테 맡기는 것도 이상하긴 했네. 당신이 아랫사람이 아니라서 실망했다는 말은 아니야. 거짓말을 한 건 아니잖아. 그럼 만일의 경우에 당신들에게 기대를 걸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게 맞았다면 당신들은 구하러 와 줄까. 그렇다면 정말 고마운 얘기야. 당신들이 해줄 수 있는 지원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줘.

약은 개발중이라 완벽할 수 없지. 나도 알아. 그래도 금단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야. 새로운 샘플은 아직이네. 마지막 녀석은 앞서 말했듯이 무섭기도 하고 우리 중에 한 명이 눈치를 챈 것 같기도 해. 아홉 번째였던 녀석이야.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냐고 물어보길래 인정했어. 아니라고 하면 더 의심할 것 같잖아. 전부 밝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하느라고 늦어질 거야.

국경 외곽에 있는 지도자들이 사는 건물 다음으로 아카데미아 건물이 제일 높은 건 알지? 여기서는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날씨가 맑은 밤이면 멀리에 켜져있는 불빛들도 보이고 했어. 그런데 약을 먹은 뒤로는 창밖을 내다 보면 멀리가 회색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 보여. 밤에 내려다보이던 불빛들도 보이지 않아. 국경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야.

약을 먹고나서 생긴 변화는 지난 편지들에 보낸 것들이랑 아직까지 이것들이 다야. 통찰과 이성 둘 다 열심히 갈고 닦고 있어. 축복이 헛되지 않도록 하려고 해. 당신 하급 직원이 아니라 CTO라면 사견을 이야기해도 돼? 사견을 이야기한다고 의뢰를 취소하지도 않을 테고 최종 결정과 책임은 내가 하는 거니까 가끔씩은, 가끔씩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636 이름 없음 (H5U0U4qXY6)

2021-01-07 (거의 끝나감) 12:29:06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에게 돌려도 행운은 오지 않는다.)

637 이름 없음 (3NQkI0rGf6)

2021-01-08 (불탄다..!) 00:34:54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문득 생각나 돌아본 곳에 누군가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면목 없지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추억을 되살려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다니 제겐 참 다행이죠.
아마 우주 속에서 제가 찾은 가장 즐거운 이야기일 거예요.
당신이 머무는 동안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르타 올림.

638 이름 없음 (97LCcs.PHE)

2021-01-08 (불탄다..!) 01:08:26

일곱 번째 마녀가 죽었다. 비록 너와 절연한지도 근 이백년이 되어가지만 이 소식은 전해야할 듯하여 편지를 적는다.

이제 남은 마녀는 어디에 틀어박혔는지도 모를 첫 번째와 너, 그리고 내가 전부다. 일곱 번째 마녀는 그간 보관해온 연구 기록들을 자신만 아는 대피소에 옮겨놓은 모양이다만, 난 일곱 번째와 그리 친분이 두터운 편이 아니었던터라 그 연구물들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마지못해 편지를 적게 된 것에는 이 또한 연관이 있다. 그나마 네가 일곱 째와 친하게 지냈으니 너라면 대피소가 어디인지 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이왕이면 네가 일곱 번째의 연구물을 되찾아주었음 한다.

일곱 번째를 죽인 것은 알베스 해안가의 볼테르 라는 자다. 협회원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놈이니 이름 정도는 몇 번 들어봤겠지. 몸 조심하는 게 좋을거다.

첫 번째 마녀와 연락이 닿는다면 답신해주길 바란다. 첫 번째 마녀는 가장 강력한 마녀이니 어쩌면 멸족의 위험까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네게 편지 따위를 쓰는 일이 내키지는 않지만, 난 마녀 일족의 미래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 사적인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하찮은 짓 따위는 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네 번째 마녀의 서명이 적혀있다.)

639 이름 없음 (ivj6rSSvtE)

2021-01-08 (불탄다..!) 03:10:35

안녕. 오랜만에 꺼내든 공책.

마치 몇 개월, 몇 년의 시간이라도 지난 기분이야.
겨우 사흘이 지났다는 게 오히려 믿기지 않아.

나는 아직도 이 안에 숨어있어.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못하길 바라면서.
놈들이 상륙하기 전에 공군들은 용맹하게 나서지만, RC 헬리콥터에다가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정도의 효율밖에 나오지 않아.
아무래도 지구 인류가 준비한 방법이 실패한거겠지.

녀석들은 무엇을 노리고 온걸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면 어떻게 하지?
그런 무자비한 존재들에게 맞설 수는 있는걸까?

모르겠어. 커다란 기계 덩어리에서 녹색 기체가 마구 뿜어져 나오길래, 나는 방독면을 쓰고 마트로 향했어. 이게 날 지켜주길 바라면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문제가 없어보이는 식자재를 챙기고... 행여 돌아올 지 모를 마트 주인을 위해 지폐를 조금 올려놓았었지.

허무해. 과연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 옛날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 홀로 이런 어두운 토굴에 스스로를 가둬서,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

640 이름 없음 (GkwVcxWQq.)

2021-01-10 (내일 월요일) 10:18:40

네가 왕실에 반기를 들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아는 너는 도저히 그럴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지난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의 비밀 장소에 쪽지를 남길게.
혹시 이걸 발견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좋으니 연락을 줘.
네가 걱정돼 미칠 것 같아.

―L.

641 이름 없음 (F44EmGmkNw)

2021-01-10 (내일 월요일) 23:33:40

>>640

오랜만이야.
하지만 차마 반갑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
네가 남겨놓은 쪽지를 발견한게 내가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했어. 알아?

네가 들은 소식은 사실이야.
그러니까 괜히 나랑 엮이지말고 조심해.
이 이상 말한다면 너까지 위험해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난 걱정하지 말라고만 전할게.

일단은 나도 비밀 장소에 쪽지를 숨기고 갈게.
이걸 발견한다면 더이상 내 걱정은 말고 몸 조심해.

―R.

642 이름 없음 (/wUztHGqoU)

2021-01-11 (모두 수고..) 00:10:53

>>638

답장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모른 척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펜을 쥐고 백지장을 채워나가는 것은 마녀의 미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결심을 비웃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마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자매의 죽음이 딱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평생에 걸쳐 일군 사업이 심연에 잠겨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더라도 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협회의 무리가 저희를 뿌리 뽑아 멸절키로 한 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두문불출 밖에 나서지 않고 장막 뒤에 숨어 있던 것은 이 모든 일에 환멸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당신의 말 몇 자에 과거의 앙분을 모두 내려놓고 저와 하등 관계없는 대의를 위해 선뜻 움직이리라 생각하셨습니까.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밖에 모르는 마녀입니다. 참으로, 참으로 사람이기를 포기한 마녀입니다.

첫 번째 마녀를 찾는 것도, 그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모두 당신 스스로 알아서 하시기 바랍니다. 편지 한 장 쓰는 일조차 꺼리는 그 손을 다시 잡을 만큼 저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퀘퀘 묵은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지 마시고, 부디 앞으로도 부단히 일족의 부흥에 매진해주십시오.

─ ( 여섯 번째 마녀의 서명이 적혀 있다 )

644 이름 없음 (hx46hiRkf.)

2021-01-13 (水) 00:37:23

남들은 첫사랑을 꽃비 내리는 봄에 빗대기도 하고, 설탕에 절인 달콤한 무엇 같다고도 하던데, 나는 너 좋아하는 거 알게 된 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너는 창가에 앉아 있고, 난 멀리서 그거 보고 있고 아무일도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냥 보통 날이었거든.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하고 내버려두기도 하고, 일부러 너 안 닮은 사람 만나 잘해보려고도 했어. 한 번은 거의 성공할 뻔도 했는데, 미안. 내 마음인데도 마음대로 안 되더라. 그래도 정말로 좋아한다 말은 안 하려고 했거든. 그것도 못 지켰지. 미안해. 좋아해, 한 마디 말만 던져놓고 홀랑 도망간 것도 미안.
근데 나 대답은 듣기 싫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내가 못 견딜 것 같아. 내 어디에는 꼭 누굴 상처주는 면이 있어서 결국에는 너까지 다치게 할까 겁이 나.
더는 친구로도 못 지내겠지. 내가 조금만 더 용감한 사람이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게 다가설 수 있었거나, 아예 아무 말도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다 늦은 후회라는 걸 알아.
뒤늦게 편지로 소식 전해서 미안.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굴어서도 미안. 그래도 이게 마지막일 거다. 잘 지내. 건강하고.

추신. 눈이 오더라, 완아.

- 영이.

646 이름 없음 (l5IUQmk0cs)

2021-01-13 (水) 02:59:12

>>644

꽃비가 내리는 봄이나, 손이 끈적해지는 달큰한 무언가나, 참 진부한 표현이라 생각했어. 흔해 빠진 그런 말 말야. 그 특별한 감정을 왜 그런 묘사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걸까? 나중에야 알게 됐지. 때로는 정말 틀에 박힌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나 추억 따위가 있다는 걸 말야.
난 보통의 날들이 좋았어. 왜, 오늘은 참 별 일 없이 지나가는구나 하는 날들 있잖아. 나는 그 무료에서 오는 평온이 좋았어. 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내가 아는 세상이 변하지 않길 바랬어.
어쩌면 네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근데 그걸 의식하면 내가 유지하려는 세계가 무너질 것만 같았어. 그래서 꾹 입만 다물고 있었던거지. 말했잖아, 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고. 근데 어느 날부턴가 마음 속이 간질거리더라. 불쾌하다고 할 것 까진 없고 참 거슬렸어. 그러다가 네가 그 한 마디를 두고 도망간 순간 알게 된거야. 아, 나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건가? 젠가 조각 하나가 사라졌음에도, 예상 외로 내 세상은 크게 변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았어.
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야. 우리가 졸업하고, 자연스레 헤어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또 틀에 박힌 일상을 살고 있어. 난 변화를 싫어해서, 무척이나 수동적인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일지 난 내 감정을 잘 알지 못하겠어. 그러니까 대답은 아낄게.
창가에 앉으면 햇살이 참 따스하게 비추곤 했어. 눈이 살짝 부신 것을 참고 바깥을 들여다보면 가끔 벚꽃 나무도 보였고, 귀여운 아이들도 보였고, 비가 내리는
컴컴한 하늘도 보였어.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유리창 위로 네 모습이 보였어.
말이 길어졌다. 가끔 소식 전해줘. 이제는 작은 변화로 내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잘 지내. 건강하고.

추신. 나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어.

- 완이.

647 이름 없음 (dwApY6OdHQ)

2021-01-15 (불탄다..!) 01:21:40

안녕, 누군가!
당신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종족이길 바라요.
저는 모드라고 해요. 지구에 산답니다! 원래는 다른 행성에 살았는데 제가 아기였을 때 엄마랑 같이 이민을 왔대요. 오늘은 학교에서 메시지를 담은 작은 소켓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어떤가요? 선명하게 잘 보여요? 당신에게 잘 전달되었다면-그래서 지금 이걸 읽고 있다면, 제가 만든 소형 우주선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거겠죠! 뿌듯하네요!
목적지를 <집>으로 설정하면 답장이 다시 저에게 배달될 거예요. 아, 만약 우리 우주선이 고장났다면 우주 우편도 좋아요. 제 수신 코드는 (지구) 0F-GEO-ModMod007입니다!

안녕히!
모드.

648 이름 없음 (xJ6ktdaQEU)

2021-01-15 (불탄다..!) 01:31:24

어때? 악마의 심장을 품고 살아가는 기분은.
과거에 나는 3년이 지나기 전에 귀하의 목을 데모고르곤의 영전에 바치리라고 공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군. 그간 들인 공이 귀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포석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했건만, 결과적으로 귀하는 여전히 지상에서 숨 쉬며 살고 있지. 많은 것을 잃기는 했겠지만, 그런 말장난은 의미가 없어. 실패했다는 사실은 바꿀 수가 없군.
핀드랜드의 원탁에서 지옥의 다섯 교구에 걸고 한 말은 모두 맹세가 되고, 그것이 지켜지지 못한다면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하지. 귀하가 내 사냥을 기어코 빠져나갔으니, 이제 나는 영영 지상에 화신할 일도 없게 되었군. 게헨나의 지옥불에 세례받은 대악마가 하나의 인간을 어떻게 하지 못하다니, 솔직히 말해 치욕임을 부정할 수도 없군.
그러나 위대한 인간이여, 모든 악마들을 사냥하기로 맹세한 지옥의 저주받을 대적자여, 결과적으로 귀하가 우리와 같은 존재로 영락하고 말았다는 것이, 나는 맹세를 지키지 못한 것보다도 기뻐. 그토록 신성하고 고고했던 복수자였던 귀하는 이제 악마의 심장에 의존해서, 피 대신 지옥불에 의해 연명하는 존재가 되었으니. 어쩌면 복수라는 관점에서는 내 목적이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기쁘지는 않아.
만약 귀하가 나에 대한 증오를 남겨두고 있다면, 악마의 자격으로 나를 찾아와도 좋아. 나는 기다리고 있겠어. 핀드랜드의 저주받은 감옥에서.

-아스타로트

649 이름 없음 (ZbM7lEysvY)

2021-01-16 (파란날) 10:26:31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모집합니다.
칸트, 흄,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등 인물 가리지 않음
격동하는 세상에서 철학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캠퍼스 카페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에 한시간동안 진행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로 연락주세요.

ooo-oooo-oooo
*이과도 환영

650 이름 없음 (WO3uOvbgWA)

2021-01-16 (파란날) 15:04:34

안녕하세요. 당신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지만요.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일희일비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게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내 당신 생각이겠지만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저만의 가슴앓이로 남길게요.
부디 과거 일은 돌아보지 말고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651 이름 없음 (KU2a7nCVeE)

2021-01-17 (내일 월요일) 00:25:14

안녕, J-220.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젠 다른 가명을 쓰고 있겠지. 그 지옥같은 곳을 다같이 탈출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네. 이렇게 연락이 닿게 된 것도 정말 우연이였어. 넌 아시아 쪽을 향했고, 난 북유럽 쪽을 향해 갔으니까. 여기는 평화로워. 가끔 운이 좋으면 겨울철에 오로라도 볼 수 있지. 가끔씩, 그 빛무리를 발견하면 네가 떠오르더라.
종종 연락하던 바우어, B-419한테서 네 주소를 받았어. 그 뒤로 연락이 끊겼어. 실험 부작용이야. 장기들이 제 기능을 결국 되찾지 못했대. 그래도, 새로운 가족이 생겼더라. 행복해보였어. 다들 바우어를 위해 울어주었지. 그 모습을 보니까 옛날 우리들이 떠오르더라. 그래서 어느날은 후회가 되기도 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다같이 도와가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와서야 의미없는 주절거림이지. 난 혼자 사는 것도 적성에 잘 맞기도 하고.
난 집을 비운 주인 아저씨를 대신해서 낙농업을 하고 있어. 사실상 별장 수준이라 1년에 두세번 올까말까 해. 주변이 썰렁하긴 해도 필요한 건 여기 다 있거든.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갑작스런 내 편지에 과거의 기억을 들춰낸거라면 미안해. 지금은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랑. 가끔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끔찍한 기억들이지만, 결국 그 시절을 부정하면 내게 남는 게 없어지거든. 이제서야 마주 볼 용기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네. 아니, 용기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걸지도.
자꾸 내 얘기만 해서 미안해. 꼭 답장 해줄 필요는 없어. 그럼 나도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않을테니까. 대신 답장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글자를 새겨넣을게.

행운을 담아,
R-956, 로만.

652 이름 없음 (ZQs7I.csUE)

2021-01-17 (내일 월요일) 02:07:08

>>651

로만, 그런 이름이구나.
내 앞으로 편지가 올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한 장의 편지로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온 것 같아서 새삼 세월의 켜가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지난 세월에 비하면 사실 미미한 수준이겠지. 15년은 정말 긴 시간이야. 내가 그것을 자각하고 있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b/-//4/// 바우어에 대해서는 유감이야. 그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새 삶의 온기로 잊고 죽을 수 있었기를 바라. 그와 연락한 것도 사실 수 년은 전의 일인데, 다행히도 인연이 닿아 이 편지가 내 품으로 오게 된 것은 아마도 그 친구의 덕택이겠지. 옛 거처에 오는 배송물들 중 내가 건지는 건 별로 없거든.
그쪽의 삶은 나름 순탄해진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한데. 흩어지고 난 다음에는 모두 각자의 삶을 만들어갈 거라고 믿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결국 대부분이 과거의 망령에 묶여 살 거라고 생각했어.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목가적인 삶, 아니, 그냥 일상에 대한 동경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그 연구소의 결말을 쫓고 있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모두 해명되고, 완전히 악몽이 끝났음을 납득하기에는 솔직히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지금은 여러 민감한 사안들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간혹은 그 시절보다도 잘릴 머리 수가 모자란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어.
자세히 어떻게 살고 어떤 걸 알아냈는지는 적고 싶지 않아. 네 삶에 다시 악몽을 주사하고 싶지 않아서. 네가 나에게 염려한 만큼이나.
미안해. 원한다면 이 주소로 다시 연락해줘. 당분간은 받을 수 있을거야.

J-220, 칼.
난 가명이 더 편해.

653 이름 없음 (rg6aKQHcw6)

2021-01-17 (내일 월요일) 15:17:48

아끼는 동생아, 언니는 잘 지내고 있단다. 새로운 교관으로서 임관하게 되었을 때 그리 질이 좋지 않다는 소문 때문에 너랑 나를 찢어두려고 난리를 치던 윗대가리들 멱살을 잡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 모양이야. 내 무슨 우락부락한 여자들 사이에서 우유 떡 같은 애를 보긴 처음이다, 야. 보기엔 여려 보여도 말이지 과연 출중한 인재들이 줄을 서서 들어오려 하는 곳이 아니랄까 봐 정말 똑 부러지는 아이야. 꼭 예전의 너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답지 않게 추억에 젖곤 한단다.

예전처럼 목숨을 걸고 싸울 일은 없어서 다행이야. 이제 평화로운 시대이고 하니까 말이지. 네가 안전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네. 사실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야. 알고 있겠지만 네 소식은 이렇게 떨어져 있는 여기서도 뜨겁거든.

너 인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인간말종 밑으로 들어간 거니. 난 나 아니면 네 이야기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들어보길 아주 글러먹을 놈이드만. 너랑 십몇 년을 알고 지내면서 네가 우는 모습을 본 게 손에 꼽는데, 네가 그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다며 서럽게 울던 게 아직도 생각나.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몰라도 아주 못돼먹은 자식일게 분명한 그놈의 대가리를 대신 부숴주고 와야 하나 백날 고민했었는데 역시 그때 망설이지 말고 부숴놓고 올 걸 그랬나 지금와서 조금 후회하고 있단다. 그래도 조만간 큰 회의가 열린다니 오랜만에 네 얼굴도 보고 그 망나니 같은 놈 얼굴도 으깰 수 있겠지^^.

뭘 하든 나는 네 편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하고, 네 몸부터 우선으로 챙겨.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나는 전부터 은근히 물불 안 가리고 나서려고 하니까 이 언니는 걱정이야. 잔소리는 줄이려고 노력해 볼 테니 기왕이면 이 언니를 빽으로 두고 나서든지 해라. 이렇게 우수하고 멋진 언니를 두고 안 써먹으면 쓰나.

사랑한다.

金蜃吼.

654 이름 없음 (XgPKE3QUxY)

2021-01-18 (모두 수고..) 14:57:21

언니에게.

언니, 우리는 다 건강해.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근처로 폭격은 떨어지지 않았어... 오웬도 요새는 엄마를 안 찾게 됐고. 지난 편지에선 걱정시켜버렸네. 이젠 정말 괜찮아. 다니엘과 벤도 철이 들어서는 날 도와주려고 한다니까.

라디오에서 나온 언니 목소리를 들었어. 언니의 이름도 말이야.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하는 언니는 조금 어색하고 또 멋있었어. 잠 못드는 밤에도 그 인사를 들으면 안심이 되더라...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갈때면 언니일까 생각해 보곤 해. (다니엘은 늘 비웃지만) 가끔 손도 흔들어 보고 있어... 우리는 지금 수도 동쪽 경계쯤에 있는데, 그 근처를 비행할 때 언니도 우리 생각을 해 주면 좋겠다.

행운을 빌며...
마리아.

655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19:35:09

저기요, 혹시 이 쪽지를 발견했다면 제발, 제발 함께 주웠을 그 열쇠만은 건들지 말아요.
알았죠? 열쇠예요.
어쩌면 당신 눈에는 숟가락이나 볼펜처럼 다른 물건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열쇠예요.
그것도 저에게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중요한.

그러니 제발 그건 건들지 말아요.
제가 금방 그쪽으로 갈테니까, 쪽지와 함께 그 자리에 그대로 내버려둬 주세요.

-W-

656 이름 없음 (utHRpVe5.6)

2021-01-18 (모두 수고..) 19:42:49

>>655
뭔진 모르겠지만 혹시 몰라서 주위에 뭐 하나도 손대고 있지 않고 있어요.
정확히는..내용을 보느라 이 쪽지만 빼고요.
혹시 이 쪽지도 열쇠가 둔갑한 건 아니죠?

-Y-

657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20:04:27

>>656
아,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그걸 건들였다면 결코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이 쪽지는 열쇠가 둔갑한 건 아니에요.
제 마법으로 만든 거니까요.
물론 열쇠가 쪽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쪽지 말고 열쇠, 그러니까 뭔가 ''다른 물건''이 주위에 있는 거 맞죠? 그렇죠?
혹시 열쇠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면 곧바로 알려주세요.

어쩌면 열쇠가 당신을 유혹할 수도 있어요.
자신을 건드리게 하려고.
하지만 절대, 절대, 절대! 열쇠를 건들지 말아요. 알았죠?
절대, 절대로요!
저랑 약속해주세요.

-W-

658 이름 없음 (4EniFf5uSU)

2021-01-18 (모두 수고..) 20:09:45

>>657
그렇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겠네요.
언제 오시나요?
그리고 이곳은 대체...뭐죠?
나갈 방법은 있나요?

죄송해요, 질문이 너무 많았네요.
옆에 메모지가 보여요.
아니, 사라졌나?
걱정마세요, 일단 이건 제가 꺼내서 직접 적고 있는 거니까요...
약속은 못 드리지만 최대한 무언가 손을 대지 않을게요.
그런데 혹시 그 열쇠가
다른 물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
나요?

-Y-

P.S. 저 지금 좀 많이 겁나는 것 같아요. 올 수 있다면 빨리 와주실 수 있나요...?

659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20:42:50

>>658
아, 젠장! 젠장!
자, 우선 침착해요.
제가 쪽지에 적은 글을 따라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요.

자, 이제부터 절대 주위를 돌아보면 안 돼요.
오로지 이 쪽지와 당신이 적는 답장만 보고 있어요.
당신이 지금 빠진 그곳은 현실이 아니고, 당신에게 보이는 ''다른 사람''도, 당신에게 들릴지도 모르는 ''친숙한 목소리''도 결코 현실이 아니에요.
그곳에서 진짜인 건 제 쪽지와 저와 나누는 지금 이 대화밖에 없어요. 알았죠?
그러니 다른 것들은 무시하고 여기에만 집중해줘요.

미안해요.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요.
제가 열쇠를 잡아서 그 힘을 다시 억누른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당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열쇠는 당신 근처에 있을테죠.
두렵겠지만 제발... 버텨줘요.
지금 최대한 빠르게 날아가고 있어요.
날개를 다쳐서 평소만큼의 속도는 안 나오지만... 충분히 당신을 구할 수 있어요. 안심해요.

자, 그럼 다른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까요?
질문 놀이도 좋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추측해서 맞혀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먼저 시작해도 좋아요.

-W-

660 이름 없음 (7FqwMJej/Q)

2021-01-18 (모두 수고..) 21:12:24

>>659
하지만 이 쪽지마저 그 환상이라면 난...무엇을 해야하죠.
지금 누가 보이는지 아세요?
난 정말 다시 만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W.
이런 말을 내뱉을 거라고도 상상을 못했다고요.
당연히 그 사람이라면 저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신이시여 당신의 어린 양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제발 늦지 않게 와줘요, W.
내가 버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어요.
물건이라면 모를까, 저 목소리는...열쇠는 아예 내가 분노를 참지 못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내가 회유에 넘어오지 않으니까 아예 그 사람을 어설프게 따라한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해서라도 손을 대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요.
늦지 말아줘요.
부디.

그래요, 다른 곳에라도 시선을 돌리면 나을지도 모르죠.
해봐요, 네.
당신은...음, 남자인가요?
오, 미안해요.
구린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생각이 잘 안 떠오르네요.
쪽지 기다릴게요.

-Y-

661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21:48:32

>>660
괜찮아요. 절 믿어주세요, Y.
이 쪽지는 절대 환상이 아니에요.
열쇠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전부 다 허상이에요.
자, 귀를 막으세요.
그리고 나를 바라봐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열쇠가 바라는 건 바로 그거에요.
감정의 격동. 그리고 마음의 무너짐.
제가 막아줄게요.
열쇠를 잡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요.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저는 당신을 믿어요.

때로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힘이 되고는 하죠.
그러니 이것도 당신에게 힘이 되어줄 거에요.
그리고 꽤나 좋은 질문이네요.
우선, 저는 여자랍니다.
혹시 실망했나요? 그렇다면 미안해요.
그럼 저도 좋은 질문을 되돌려줄게요.
당신은 남자인가요?

-W-

662 이름 없음 (iFSocOKH2w)

2021-01-18 (모두 수고..) 22:15:26

>>661
믿으려 노력해볼게요.
사실 이곳에서 믿을 구석이 이 쪽지밖에 없기도 하고요.

믿음에 부합하려 노력하고 있지만...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W, 제발 '조금'만 더 버틸 수 있기를 바라요.
버티기 힘들어요.
고막을 파낼 수는 없는 걸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실망하지도 않았고 실망했다고 해도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요.
난 여자예요.
혹시라도 실망했다면, 유감이네요.
늦지 말아줘요, W.

-Y-

#[아래로 내려갈 수록 빠르게 적어내려간 것처럼 필체가 흔들린다.]

663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22:51:48

>>662
할 수 있어요.
이 모든 건 단지 나쁜 꿈일 뿐이에요. 알았죠?
당신이 제대로 눈을 뜨게 된다면, 이 모든 것들을 전부 잊어버리게 될 거에요.
열쇠도, 저도.
그러니 걱정 말아요. 괜찮아요.
당신은 곧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에요.

자, 당신이 버틸 수 있게 제 마법을 빌려줄게요.
당신이 이 쪽지를 본다면 빛나는 깃털 하나가 있을 거에요.
깃털에 묻은 피는 신경쓰지 말아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깃털을 들고 눈을 감고 기도해요.
그러면 점점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거에요.
일시적인 청력의 차단, 정도로 설명할게요.
그게 당신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겠죠.
절대, 절대, 절대, 열쇠를 건들면 안 돼요.
괴로워도 어떻게든 무시하세요.

Y도 여자였군요.
실망했다고 할까요? 물론 농담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 Y.
열쇠가 아주 가까이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끝을 내야겠죠.

Y, 아직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있다면 답장을 보내주세요.

-W-

#[깃털에 있던 피가 중간중간 묻어있다.]

664 이름 없음 (7wvkyckcHQ)

2021-01-18 (모두 수고..) 23:14:19

>>663
당신도 잊게 되나요?
그것 하나는 아쉽네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W.

설마...당신이 뽑은 거예요?
미안해요.
소리는 차단되었어요.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되기는 하네요.
노력해볼게요, 지금까지 했듯이.

기다릴게요, 자기.
성에 갇힌 공주님이 아직은 버티고 있어요:)

-Y-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장난스러운 내용과는 달리 글씨가 불안정하다.]

665 이름 없음 (Tp8F3Ll9hg)

2021-01-18 (모두 수고..) 23:47:56

>>664
제 얼굴을 보거나 저를 기억해봤자 좋을 거 없어요, Y.
당신은 당신의 삶이 있어요.
저를 포함한 이 모든 것들을 잊고, 그것을 살아나가세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신경쓰지 말아요.
어차피 깃털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니까.
천사가 공주님을 구할 뿐이니까요.

이제 도착했어요.
자, 공주님. 심호흡을 하세요.
그리고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 중 가장 행복한 기억을 생각해요.
그러고나서 열쇠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세요.
제 이름을 외쳐도 좋아요.
그게 제 진짜 이름은 아니겠지만 상관 없겠죠.
그러면 당신의 시야에 빛들이 눈부시게 나타날거에요.
그리고 당신이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있을 거에요.
이 쪽지도, 깃털도, 열쇠도, 저도.
그리고 당신은 이 모든 일들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잊어버릴 거에요.
그렇게 당신은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거에요.

자, 마지막이에요.
열쇠를 잡고 모든 것들을 되돌려 놓을게요.
그 과정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없음에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시련을 이겨내었어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강한 사람이에요.
쪽지는 이걸 마지막으로 할게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다시는 이쪽 일에 휘말려들지 않길 바라요.
당신의 앞날에 축복을 내릴게요.
그럼 안녕.

-W-

#W의 편지는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아마 Y는 무사히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평생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어줘서 고마워!

666 이름 없음 (b7ldBH3paM)

2021-01-19 (FIRE!) 10:55:05

>>665
#어우...마지막 편지를 보기 전에 자버렸나봐😥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나야말로 잠시나마 이어줘서 고마웠어!

667 이름 없음 (Qk4NHK6hu2)

2021-01-20 (水) 13:41:15

그만 그곳에서 떠나면 안 될까요.
전장에서의 당신 영웅담을 들었어요. 지휘 한 번에 형세가 뒤바뀌고 철문도 모래처럼 바스러진다고요.
그렇지만 당신이 없으면 나는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나요? 매일 밤 타들어 가는 내 속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적장의 마음은 물속을 보듯 훤히 꿰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군요.
나에게는 전리품이 필요 없어요. 이 나라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나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당신은 왜 그걸 못 해주나요?
당신이 떠날 때 말했죠. 너를 위해 싸우러 나가는 거라고. 그렇지만 내 세상은 이미 멈춰있어요.
당신과 함께하던 시간이 내 세상이었고 내 조국이었는데.
나는 옛적 용사들의 연인처럼 싸워 이기고 돌아오라는 말을 할 수 없어요. 당신도 칼에 찔리면 피가 나는 사람인걸요.
난 여린 당신의 모습들을 생생히 기억하는데.

나중에 두려워지면 도망쳐 와도 괜찮아요. 심신이 지쳐 쉬고 싶어 와도 괜찮아요. 피 냄새가 질려서 떠나와도 괜찮아요.
세상 사람들은 겁쟁이라고 하고 패배자라고 버리는 날이 오더라도 당신은 당신으로 충분한 사람이니까, 용기도 충절도 없어져 돌아와도 괜찮으니 안심하고 돌아와요.
그리고 내가 다시 당신을 껴안고 심장 소리를 듣게 해줘요.

668 이름 없음 (8bvd0jgecQ)

2021-01-20 (水) 22:51:14

>>667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돌아가고 싶소. 내 사랑.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막사 바깥에 매어 둔 저 말 등 위에 올라타서, 당신이 있는 집으로 뛰어가고 싶소. 떠나온 길은 아득하지만 우리가 살았던 집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눈에 훤하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오. 우리가 함께 지냈을 때 참 행복했었지. 내 인생에 그토록 평화로운 날은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소. 내 행복이 그대의 행복이고, 그대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며, 나의 평화는 오직 그대의 품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정원의 장미는 아직 잘 피어있소? 그 집을 샀을 때, 앞마당이 훤히 비어있기에 그곳에 정원을 만들자고 했었지. 하고 많은 꽃 중에 내가 하필 장미를 고른 이유를 알고 있소? 매일 장미가 피어날 때마다, 그대에게 바치는 나의 사랑이 붉게 피어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오. 붉은 장미의 색깔은 그대에게 바치는 나의 심장의 색을 닮아있을 것이오. 물론, 이 몸에서 흐르는 피의 붉음과도 닮아있겠지만... 나는 적의 칼끝에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이 없소. 반드시 살아서, 살아남아서 당신의 곁에 돌아가기로 각오했으니까.
그대는 참으로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오. 그래서 내가 그대를 목숨 걸고 사랑하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건 나에게는 상관 없소. 그대를 가진 이상, 나는 항상 이 세상 전부를 가진 기분일테니.
전황이 격렬해지고 있소. 격렬해진다는 건 곧 끝이 다가옴을 신호하는 것으로 나는 예감하고 있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주오. 내 심장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당신을 향한다는 것을. 이만 줄이오.

669 이름 없음 (s4e5PBv1cM)

2021-01-21 (거의 끝나감) 09:47:20

>>668
우리의 평화롭던 나날들은 다시 돌아올 거에요. 내 세상은 멈춰있다고 말했잖아요. 당신과 맞았던 따스한 햇볕, 함께 있을 때 들려오던 맑은 새소리, 손을 맞잡고 바라본 황금빛으로 빛나던 들판과 당신의 어깨에 기대 이야기를 듣던 때에 창밖으로 내리던 눈 모두 멈춰있어요. 당신이 가던 날 당신이 돌아올 순간을 생각하며 병에 나의 세상을 모두 담았어요.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열기 위해서.
정원의 장미는 늘 아름다워요. 장미를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해요. 들짐승을 막는 가시는 당신의 검을 닮았고 붉은 장미는 당신의 따듯한 심장을 닮았어요. 가끔 수줍어 보이는 꽃봉오리도 의외의 모습을 지닌 당신을 생각하게 해요. 지친 꿀벌에게 쉴 여유를 주는 상냥함도 참 당신을 닮았어요. 미안해요. 나 또한 당신의 마음을 몰랐군요.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기다려요. 월견초가 어찌 호숫가에 비친 달빛을 보고 만족할 수 있겠어요? 부디 돌아오세요. 웃으며 돌아오시고, 성히 돌아오시고, 살아서 돌아오세요. 죽는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줘요. 당신이 돌아오는 날이면 난 우물이 말라도 목이 마르지 않고 곡식이 상해도 배가 고프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돌아와서 그 따듯한 심장이 뛰는 소리와 그것이 전하는 온기를 느끼게 해줘요.
이 편지가 당신에게 갈 때엔 전쟁이 끝나있을까요? 당신이 여유로운 상황에서 읽고 있길 바라요. 의자에 앉아 편히 쉬면서 말이에요. 저도 이만 줄일게요.

670 이름 없음 (H4aIPB0naM)

2021-01-21 (거의 끝나감) 12:57:19

>>669
답이 늦었구려. 그간 전장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소. 전부 다 적기에는 종이의 여백이 모자라니, 중요한 것부터 말하겠소. 조만간 휴전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 같소.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할 그대의 모습을 떠올리면 내가 다 기분이 좋소. 우리가 다시 만날 희망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구려. 허나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대범한듯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구석이 있지 않소. 이번 휴전협상이 가시적인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이른 안심으로 판단을 그르치고 싶진 않다는 게 내 생각이오. 여기까지 오는데만 해도 양군 모두 너무 많은 피를 흘렸으니.
내 안전도 안전이거니와, 나를 따르던 휘하 장병들도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고 싶어 협상의 수가 늘어나고 있소. 하지만 걱정마시오. 군의 사기도 아직 높고, 싸울 여력도 충분하니까. 이는 다시 싸움이 일어나길 원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협상하기 위해서라도 군의 기강은 잘 잡혀있어야 한다고 보오. 모름지기 협상할 때는 당당한 기백이 필요한 것 아니겠소. 다만 내가 좀 마음에 걸리는 건, 적장이 어디서 들었는지 애인이 소문난 미인이라던데 두고 와서 눈에 밟히지 않았느냐고 묻더란 말이오. 젠장, 언제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는지... 우습게도 내가 이 나이에 치기가 오를 뻔했지 뭐요.
그대의 바램대로 의자에 앉아 이 답장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오. 내겐 세상 그 어떤 자리도 그대의 품만큼 편안하진 않을것이오. 시간이 날 때면 그대가 보낸 편지를 읽고 또 읽소. 그대의 문장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그대의 아름답고 잔잔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오. 지금이라도 그대를 끌어안고 팔 안에서 안심시켜주며,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소. 아마 협상이 마무리될 쯤에 편지를 보낼테니, 결과가 어떻든 다음번이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오.

사랑하오. 영원히.

671 이름 없음 (s4e5PBv1cM)

2021-01-21 (거의 끝나감) 16:15:17

>>670
일이 잘 풀려가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당신은 긴장하고 있겠지만. 이 편지가 도착할 때면 협상도 끝나 있을까요? 비록 적군이더라도, 그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최대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빌어요.
적장의 말에는 무어라 대답하셨나요? 당신 성격이라면 대답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요. 걱정하지 말아요. 소문은 적군에게 퍼졌지만 저는 당신한테만 있으니까요. 제 포옹도 사랑의 말도 당신만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요즘 장미에 물을 줄 때마다 당신과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요. 당신이 돌아오면 함께하고 싶은 일들. 호숫가에서 단둘이 조각배를 타며 당신이 겪은 일들을 듣고, 함께 축제 구경도 가고. 아니면 둘이서 여행을 가볼까요. 당신이 싫다면 그냥 정원에서 함께 차나 마셔도 괜찮아요. 당신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함께 있는 것이니까.
생각만으로도 참을 수 없네요! 당신과 함께하고 행복으로 채워진 나날들을 상상하면 나이에 맞지 않게 들뜨게 돼요. 당신과 함께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게 거짓이라면 세상에 진실한 건 없을 거예요.
당신이 돌아오면 당장 당신에게 달려가 껴안고 싶어요. 그리고 입맞춤으로 모두가 제가 당신 같은 사람의 연인이란 것을 부러워하게 하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저도 영원히 사랑해요.

672 이름 없음 (H4aIPB0naM)

2021-01-21 (거의 끝나감) 18:50:38

>>671
지금 그대에게 가고 있소, 내 사랑.
편지가 도착하는 게 빠를지, 내가 집에 도착하는 게 빠를진 잘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오. 내가 그대에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곧 만나게 될 것이란 사실이오.
고국에서 기대하던 승리는 아니겠지만, 패배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오. 애초에 이기기 위해 전장에 나선 게 아니었으니까. 내가 검을 들었던 모든 싸움이 그랬듯, 이번에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소. 그대를 위해 싸우러 나가는 거라고 했던 말을 그대가 기억하고 있어서 마음 한켠이 짠했소. 그 당시에는 적군을 막아야 했으니 그렇게 말했고, 나도 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어 다행이오. 나도 이제 검을 내려놓고 그대의 곁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소.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맙소. 내 남은 삶의 시간을 마지막까지 그대와 함께하리다. 앞으로 다시는 헤어질 일 없을거요.
우선 지금 당장은 그대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소. 오죽하면 꿈에도 나왔지 뭐요. 그대도 내 꿈을 꿨는지 궁금하오. 어떤 연인들은 동시에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니까.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퇴역군인 위긴스 씨라면 흔쾌히 집을 맡아주실거요. 호숫가도 가고 축제 구경도 가봅시다. 그대가 이웃나라의 오월제에 가고 싶어했던 게 기억이 나오. 그 나라위 오월제에는 남자가 애인의 머리에 화관을 씌워주고 목마를 태워주는개 풍습이라고 하오. 우리 화관에는 장미와 달맞이꽃을 엮읍시다. 다른 꽃을 섞어도 좋을 것 같소. 당신 머리카락에는 분명 잘 어울릴거요.
적장의 말에는 당신 예상대로 대꾸하지 않았소. 적장도 눈치가 있는지 더 이상은 묻지 않던데 다들 날 부러워하는 눈치였소. 그대는 아름답고 현명하오. 그대가 나의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소. 어서 도착해서 그 축복을 누리고 싶구려.

당신의 남자가.

#막레로 받아줘도 될 것 같아. 덕분에 즐거웠어!

673 이름 없음 (s4e5PBv1cM)

2021-01-21 (거의 끝나감) 20:50:29

>>672 #으으읅 스윗한사람 ㅠㅠ 나도 재밌었다! 수고했어!
아마 만나면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키스할거야 >.0

674 이름 없음 (H4aIPB0naM)

2021-01-21 (거의 끝나감) 21:17:13

>>673
#그럼 호탕하게 웃으면서 뽀뽀하고 안은채로 한바퀴 돌려줘야지! 장군이라서 힘은 좋지 않을까 싶고 ㅋㅋㅋㅋㅋ 다시 만났을 때 병 속에 세상은 다시 열리겠지? 같이 세계여행 떠나도 좋겠다.

675 이름 없음 (1.1TZHvXJA)

2021-01-21 (거의 끝나감) 21:41:36

>>674 #그럼! 손잡고 그동안 알아둔 여행지를 술술 말하겠지! Tmi로 힘들게 살다 장군과 만나 행복해진 약간 불우했던 캐릭터로 설정했었다 (떡밥: 이 나라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이제 진짜 작별할게 담에 어디선가 다른 누구로 만나길 바라! :)

676 이름 없음 (4bc9WIPC/Q)

2021-01-22 (불탄다..!) 17:28:21

아들아, 잘 지내느냐?
너는 어릴 적부터 달에 가고 싶다고 했지. 그래. 달나라 생활은 생각만큼 즐겁더냐?
기왕 갈 거 이 애비도 챙겨주지 그랬느냐.
아들아. 나는 아직도 네가 밤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내 눈으론 아무리 봐도 구분하기 어려운 별자리를 척척 맞추던 너의 총명함이 기억난다.
나는 네가 들떠 말하던 새롭게 배운 자연에 대한 지식과 네가 슬퍼하며 말하던 삶에 대한 지식들이 기억난다.
네가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사막의 풍경을 보고 감탄하며 낸 짧은 말, 어스름이 지던 낚시터에서 내 손을 잡아주던 네 따스한 손이, 네가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위로하던 그 모든 날이 하나 하나 기억난다.
아들아, 그곳은 어둡지 않으냐. 달의 하늘은 까맣다던 너의 말이 기억난다. 춥거나 외롭지는 않으냐.
사람들은 네가 죽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달에 있다고 믿고 싶다. 네가 바람이 없어 풍화되지 않은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보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구겨진 성조기를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은 내 아들.
잘 지내거라. 어디에서나.

677 이름 없음 (2YNwvYLYlA)

2021-01-22 (불탄다..!) 21:40:08

당신에 대한 정보를 들었어. 당신이 검은 화요일의 원흉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처음 무너진 건물 틈에 누워있던 당신은 너무 약해보이고 잠시만 방치하면 죽어 버릴 것 같았는걸.
그러니까 말해줘. 아니지?

678 이름 없음 (taVa1NPVwE)

2021-01-22 (불탄다..!) 22:44:49

>>677 어떡하면 좋을까. 네 부탁을 들어준다고 해서 아니라는 대답을 이 편지에 써도 상황이 너무 멀리 왔다는 걸 알지 않아? 네가 원하는 내 모습을 나한테 애원하지도 말고, 투영하지도 마. 넌 그런 습관이 안 좋은 거야. 그때의 날 보고 동정심에 섣불리 판단하지만 않았어도 이 지경은 안 됐을 텐데. 저게 죽든 살든 그냥 지나친다는 선택을 했어야지.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회개할 방법은 아직 있어. 검게 물든 요일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지 말고 쥐죽은 듯이 살아. 그렇게 살다 보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남아있는 얄팍한 정으로 네게 안부라도 물어주지.

679 이름 없음 (2YNwvYLYlA)

2021-01-22 (불탄다..!) 23:08:40

>>678
그때의 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어. 그때의 당신은 무너진 세상처럼 죽어가는 것 같았고 나는 너무 지쳐있었어. 당신을 살린 건 내 이기적인 선택이었던 거야.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어지러워. 검은 그날 건물들은 무너지고 그 아래 내 가족이 갇혀 숨지고 친했던 사람들의 생사도 모른다는 점
내가 알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너무 다르다는 점

작별인사하고 싶은데 힘들겠지
당신이 아니라 내가.

680 이름 없음 (UIJdzNFLvM)

2021-01-23 (파란날) 00:31:25

>>679 본인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안심했어. 이기적인 것은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주저앉지 마. 네 말대로 이런 상황은 처음이겠지, 당연해! 산전수전 다 겪은 나도 처음인 일에는 서툴고 실수가 많은 법이야. 그래도 뭐 어쩌겠어. 언젠가는 지나갈 일들이고 과거야. 네가 아는 나도 지금은 없고 현재의 나만이 있어.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야 해. 머리가 터질 것처럼 어지러워도 똑바로 앞을 봐야 한다고. 옛날의 나에게 그렇게 미련이 남니? 과거에 연연하면 곤란한데. 이기심에 빠지기 쉽고 이타에 숨막히는 건 시간 문제야. 이젠 슬슬 불안하네. 정말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너의 말 하나하나에서 수루가 묻어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빨리 작별을 하자. 이걸로 끝이야. 누가 나에 관하여 물어보거든 모른다고 하고 내 계획을 짓밟지 마.

681 이름 없음 (MRc99lHalQ)

2021-01-23 (파란날) 04:39:48

월면 기지에서 음성 송신. 기록 - 130초

[잡음]

휴스턴, 현재 모든 시설이 정상적으로 기동 중이다.
월면 정착 팀은 콜로니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폭발로 인한 피해는 기적적으로 경미하나, 탐사 로봇을 잃었다.
오빌에게 애도를 표해달라.

정착 팀은 살아남았다.
우리는 달에 와 있다.

[잡음]

휴스턴, 지구에 있는 모두에게 전해라.
우리는 살아서 달에 와 있다.

682 이름 없음 (V/Y90BCd0M)

2021-01-23 (파란날) 07:26:59

>>680
응
(당신의 편지 뒷면에 날려쓴 글자)
(이후로 편지는 오지 않았다)

683 이름 없음 (5SJS3HYAcw)

2021-01-26 (FIRE!) 23:41:22

이곳에는 눈이 옵니다. 선생님, 도시에서 맞이하는 함박눈은 어떤가요. 도시의 눈은 이 마을의 눈보다 조금 더 차갑나요? 왜, 도시 사람들은 마음이 차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선생님이 떠나신 뒤로도 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소월은 여전합니다. 때문에 저도 어서 선생님을 따라, 선생님이 없을 동안 적은 극과 소설을 한다발 챙겨 훌쩍 도시로 떠나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마음 아픈 연애담 밖에는 떠오르지 않더군요. 선생님이 없어 그런걸까요? 저도 이유 모를 일입니다.

모던 걸, 이라고 하던가요. 선생님이 떠나신 도시에는 그런 여인네들이 많습니까? 양장을 입고, 고급지게 꾸미는 그런 여인네들 말입니다. 도시 여인들은 보잘것 없는 소월의 여인들보다야 훨 아름답겠지요. 괜히 선생님의 눈만 높아져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뭐어, 아닙니다. 저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지요.

선생님이 소월에 계시지 않으니 마을이 많이 적적합니다. 도시에는 얼마나 더 머물 예정이신가요? 혹시 선생님도 별안간 동경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리 먼 곳으로 떠나시면 저도 많이 속이 상할지 모르겠습니다. 글쎄, 선생님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까. 선생님과 말을 나눌 때면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만 같고, 또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것만 같아 좋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제가, 아니 계집아이가 똑똑해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말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돌아오시는 날, 선생님 없이 써본 저의 첫 희곡인 동백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직 보잘 것 없는 실력입니다. 그럼 이만.

—소월에서, 희가.

684 이름 없음 (gQhOtjfdhw)

2021-01-27 (水) 23:38:05

오, 도서관 유령이라니. 신입생이구나? 귀여워라! 괜찮아, 분명 흰 잠옷을 입은 상급생이었을 거야. 그 애들은 요즘 밤중에도 소리없이 와서 책을 꺼내 가곤 하거든. 내 말을 믿어도 좋아, 난 여기 396년동안 앉아있었지만 수상한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걸.

도서관에 관한 다른 건의사항이나 신청할 책이 있다면 언제든 여기에 쪽지를 두렴.

686 이름 없음 (ApHkWK.wW6)

2021-01-31 (내일 월요일) 22:24:15

최근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그럴까요?
선생님이 심리상담 분야에 굉장히 능하시다고 들어서 이렇게 서신을 작성해봅니다.
몇 주 전 저는 일을 하다가 아주 짧게 만난 여자에게 시선을 뺏겼습니다. 선생님도 보셨어야 저를 이해하실텐데...엄청 예뻤어요.
단언컨데 제가 본 어떤 여자들 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름답게 빛나고 살랑거리는 샹들리에 아래에 서있는 그녀는 샹들리에에 장식된 싸구려 보석보다도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이런 건 상담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줄이겠습니다.

아무튼
삶에 치어 사느라 이런 경험을 접하지 못했기에 저에게 이 경험은 아주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들은 그저 잠깐 앓고 마는 열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단순한 열병처럼 앓고 털어낼 수 있는게 아니라고 장담합니다.

그 짧은 순간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려하고.
가족을 조사하고, 몰래 미행하려 하는 저를 보며 친구들은 미쳤다고합니다.
바보들 뿐이에요. 이런 감정을 이해하려 한적이 없으니까 그렇죠.

선생님.
그녀는 이제 저에게 있어서 태양과 같습니다.
곁에 없으면 불안해 미칠 지경이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대화하고 싶다는 갈망이 저를 충동적으로 만듭니다.
이게 정말 그저 열병인가요? 제가 미쳐가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편지가 엉망인 것 같네요.
당신이 이 편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걱정되기 시작했거든요.

687 이름 없음 (jWUMlfoWjk)

2021-01-31 (내일 월요일) 23:05:29

>>684
(노란색 포스트잇에 쓰인 쪽지)

유령이 아니라니 다행이에요!
잠옷을 입고 기숙사 밖으로 나가면 벌점이라고 들었는데, 그 선배는 왜 그랬을까요?
친절한 도움 감사해요. 건의사항이 생기면 다시 쪽지 드릴게요.

음, 그리고 까다롭게 굴고 싶진 않은데,
(396년을 향한 화살표.) 여기,
'일'을 '년'으로 잘못 쓰신 것 같아요.

1학년, A.Benson

688 이름 없음 (xLyb/61pWo)

2021-02-02 (FIRE!) 07:52:04

작가님
원고 언제와요
작가님
작가님?
또 화장실에서 기절하신거 아니죠?
지금 3시에요
원고 언제와요
작가님
대ㅛ글창 난리났어ㅛ

689 이름 없음 (wj1KwgQ8/E)

2021-02-02 (FIRE!) 11:30:55

>>688
ㅣ바 ㅈㅅ
빨리 보내게스빈다

690 이름 없음 (9rQzt10Vh2)

2021-02-05 (불탄다..!) 21:06:24

OC-005
마을 사람들 모두 사살하라.
-NN

691 이름 없음 (DIQfdoxzE6)

2021-02-06 (파란날) 19:33:21

OC-048
본 요원은 현재 지시를 불이행 중이다.
조속히 클린시티 프로젝트를 시행하라.
오늘 자정까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 본 요원들 또한 처분 대상으로 간주하겠다.
-N.N

692 이름 없음 (/we9ftagCE)

2021-02-06 (파란날) 19:49:25

>>691
OD-077
OB-277 요원의 지시 불이행 및 연락수단 파괴 전황 확인. 클린시티 프로젝트 수행 및 OB-277 요원 처분 작전 시행. OB-155 요원 등 8명 투입.

작전 실패, OB-155 요원 등 8명 사망 확인.
OB-277 요원의 위험등급을 람다에서 델타로 격상. 델타급 위험분자 제거 작전을 위한 적절한 지원 요청함.

693 이름 없음 (DIQfdoxzE6)

2021-02-06 (파란날) 20:44:23

>>692
OD-077
보고 접수 완료. 의원회의 결정에 따라 위험등급 델타로 격상. 도시 격리 후 '플라톤'에 들어간다.
본 요원은 부대를 데리고 명일내로 탈출하라.

작전 누설 시 통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민간인 대피는 시행하지 않는다.
-A.A

694 이름 없음 (Cpm5Uf/P9M)

2021-02-07 (내일 월요일) 09:19:44

>>693

A.A

[플라톤 이행 보고서.]
1800 요원 OA-002 등 12명 작전 지역으로 진입.
1805 델타급 위험분자 조우 및 전투 시작
1806 95K 및 모든 관측수단 비활성화
1933 델타급 위험분자 생존 확인

델타급 위험분자의 위험등급을 델타에서 —— 알파로 격상.
OC-048-NN-클린시티 작전대상을 알파급 위험분자의 활동구역으로 추정됨.

-OD-077

위험분자 제거 포기를 요청합니다.

695 이름 없음 (s785r9Anc.)

2021-02-07 (내일 월요일) 10:10:46

언놈이냐? 냉장고에 있던 내 우유 퍼마신거.
솔직히 말해서 도둑질에는 좀 화가 나지만 나는 자비로우니까 조언 하나만 해준다.
그거 사물함 안에서 숙성되었다가 최근에 냉장고로 주소이전 한 물건이다.
빨리 병원이나 가봐.

-기숙사 공용냉장고에 붙은 쪽지-

696 이름 없음 (gblG4byK8c)

2021-02-07 (내일 월요일) 11:15:11

>>695
OD-077
클린시티를 철회하고 기존 대상구역이었던 도시는 최고 단계의 격리를 유지한다.
본 시설로 복귀하고 보고를 위한 브리핑을 준비하라.
-N.N

697 이름 없음 (71fI1MDe5k)

2021-02-07 (내일 월요일) 11:54:09

>>695
방금 보건실 갔다오는길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꺼인줄알고 먹었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다시 사드리기는 좀 그렇고 대신귀여운고양이를드리겠습니다
(해독이 어려울 정도의 악필. 포스트잇 위에 고양이 로고가 그려진 막대사탕이 놓여있다. 사과맛이다.)

698 이름 없음 (Cpm5Uf/P9M)

2021-02-07 (내일 월요일) 12:47:18

>>696
N.N

브리핑 결과 알파급 위험분자의 위험등급 격상 원인을 확인했습니다.
통솔관 N.N의 계급을 알파급 위험분자 비활성화까지 일시적으로 2단계 격상하겠습니다.
단, 17C이상의 지원은 불가하며 작전 기한은 통보를 내림 시간부터 216시간입니다.

임시관리자 N.N의 무운을 빕니다.

- V1

699 이름 없음 (gblG4byK8c)

2021-02-07 (내일 월요일) 17:40:13

>>697
V1
빌어먹을.
-N.N

700 이름 없음 (zd12PUVy22)

2021-02-07 (내일 월요일) 21:18:17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