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동물신만이 특별했던 평범한 동물종과는 다른, 대체로 강한 힘을 가진, 그리고 이제는 멸종하여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들을 우리는 '환상종'이라 부릅니다. 환상종 중에서는 물건 만드는 취미를 가진 환상종도 많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물건은 대부분 소실되어 현재로서는 국립 박물관에나 가야 몇 점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 어떤 환상종이 만들었다는 검 한 자루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문에 따르자면, 길을 걷고 있던 사람을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덮치려고 했는데, 돌연 어디선가 빛나는 검이 날아와 그것을 벤 다음 사라졌다고 하네요. 찾는다면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가지고 서울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닐 수는 없겠지만, 혹시 판도라 내부 잠입 임무라도 맡게 되면 무장으로서는 쓸모 있을 겁니다.
>>927 판도라 사의 배터리는 대량생산제품입니다. 길거리를 걸으면 나오는 아무 핸드폰 대리점에서나 살 수 있고, 아무리 비싸도 만 원짜리 지폐 세 장만 있으면 살 수 있을 정도지요. 당신은 그 중 하나를 구매합니다. 판도라 사의 마크가 찍힌, 작지만 강한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좀 불길하기도 하네요. 지난번 그 강아지 외계인이 한 말을 들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쓰고 버립시다.
평일 퇴근시간이라 주변은 좀 북적거립니다. 퇴근하려는 사람들이랑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랑 기타 여러 목적으로 밖에 있는 사람들과 차들이 뒤섞여 확실히 서울이라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와중에 영화 '브레이커즈'의 후속작으로 '브레이커즈 2'가 제작중이라는 광고가 나옵니다. 영화 좋지요.
>>929 공원에 두고 가면 누가 주워가서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카페에 들어갔다 잊어버린 척 나올 수도 있겠네요. 물론 저런 불길한 물건을 남이 쓰게 둔다는 것에 조금 죄책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르니까요. 게다가 작고 한 번 완충하면 계속 쓸 수 있는 휴대용 배터리라는 건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정말 좋은 물건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기계 문명의 반란을 얼떨결에 저지했던 그 사건입니다. 1이 꽤 좋은 평가를 받고 극장에서 내려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후속작 광고가 뜨는 걸 보면 아마 1편 끝나고 바로 2편 제작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브레이커즈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요? 잘 나오면 좋겠네요.
당신은 어두운 뒷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은근슬쩍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뒹구는, 그늘진 장소입니다. 불길한 아이템에 맞는 으슥한 장소지만 조금 걸어봐도 딱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기야 소문은 '검은 것이 덮치려고 했던 걸 베어냈다'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베었다'가 아니니까요. 판도라 사의 보조배터리는 이미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입니다. 그것에 반응한다고 치면 일은 소문이 아니라 사건이 될 정도로 좀 더 횟수가 많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불쌍한 우리들의 서울. 살아 있는 곰젤리가 돌아다니고, 이상한 대학교도 하나 있고, 국제적 시계 도둑이 시계 팔려고 오기도 하고, 이상한 초국적 기업 본사가 자리잡은 곳이죠. 브레이커즈 사건은 인천이라 아슬아슬하게 아웃이긴 하지만... 미안해요 서울!
저 불길한 기운에 검은 게 반응하고 그래서 이래저래 일이 생긴다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군! 하긴.. 보조배터리에 다 일이 생긴다면 이미 리콜사태가 일어났겠지. 그래도 저런 보조배터리 하나하나를 챙겨서 많이 쌓아두고 사는 이들 주위에는 나타날지도. 란 생각을 합니다.
불쌍한 서울... 보조배터리를 한 번 위로 던졌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휙 잡고는 나타나지 않는군. 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이리저리 소문을 수집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들어봐야겠습니다.
소리에 예민한 아니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만큼은 되고, 아니마와는 관계없이. 공감각적으로 걸러듣는 것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빛나는 검에 대한 얘기에 대한 색을 대충 인식해서 그 쪽에 집중하는? 그래도 아마 큰 효용은 없을 것이. 비슷한 게 은긐 많거든요. 노란색만 해도 망고색 머스타드색 누리끼리한색 베이지에 노란색 섞기 병아리색 형광노랑 얼마나 많아요?
>>931 열심히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그다지 쓸모 없는 정보들만 들어옵니다. 그러다 가끔, 지금 조사하는 일에 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는 쓸모가 있는 정보가 있긴 했습니다. 시들시들한 식물을 어떻게 하면 싱싱하게 만들 수 있는가, 라거나 마트 세일은 몇 시부터다, 하는 것들이요. 물론 그것들도 때에 따라서는 좋은 정보가 되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940 행운도 그렇지만 불운 역시 그리 자주는 일어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당신은 골목길을 순찰해봅니다. 그 사이 해는 이미 다 져서 꽤 어두워졌습니다. 구름이 많아 달이나 별 같은 빛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우리들에게는 문명의 이기가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여차하면 핸드폰을 켜면 되니까요.
>>940 인적 없는 골목길이었지만 이젠 아닙니다. 저기 술 취한 사람이 있네요. 몸을 비틀비틀 움직이는 걸 보면 꽤 마신 모양이지요. 그리고 당신의 시야에 다른 사람이 들어옵니다. 직장에서 퇴근하는 직장인처럼 보입니다. 예, 그리고 술 취한 사람도 직장인을 포착했어요.
뒤이어 일어난 일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갓습니다. 술 취한 사람이 돌연 직장인에게 달려들더니 잡고 마구 패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짐슴이 물고 흔들다 던지는 것처럼 쥐고 흔들다 벽으로 훅, 던지기까지 합니다. 힘이 장사네요! 요새 세상이 흉흉하더라니 이런 일까지 볼 줄이야!
>>943 옷을 잡아 벽이나 그런 곳에 붙일 수는 있었지만 옷이 금방 찢어지고 맙니다! 신발을 붙일 시간까지는 없었지만 신발도 아마 비슷하게 뜯겨나가거나 벗어버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붕 날아가서 벽에 부딪친 직장인은 이미 기절한 상태로 보이고, 술 취한 사람은...... 이상합니다. 술 냄새가 안 납니다. 그냥 광인인 걸까요? 여하튼 다음 타겟이 당신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당신 혹시 미치고 힘이 넘치는 사람을 상대로 1:1 싸움이 가능한가요? 아니면 도망치는 쪽이 낫겠습니다...!
>>945 동료라도 한 명 있었으면 어떻게든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하필 혼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네요. 당신이 핸드폰을 회수해서 도망치자 잠시 쫓아오는 것 같다가... 머리를 붙잡으며 괴성을 지릅니다! 자세히 보니 어두운 와중에도 더 어두운 무언가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이 얼핏 보입니다. 당신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어디선가 밝은 빛을 뿌리는 검이 날아와 그것을 베어냅니다. 그러자 검은 연기 같은 것은 그대로 소멸하고, 임무를 마친 검도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비록 검이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동료라도 있었으면 제압에 제압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요. 기사님이라던가(타조의 발차기에 날아가는 결말) 휴미 양라던가(뭔가 힘을 다 빼놔서 헷헥거리는 결말) 이비 양이라던가(공중 허우적 결말(?)) 느와르 양이라던가..는 독이던가.(중독상태로 병원행 결말예상) 그리고 도망가던 와중 본 것은 검은 색이었습니다. 검은 연기같은 게 빙의되어서 난폭해진 건가.. 하고 생각했다가. 빛나는 검이 베어내고 사라지는 것을 보려 합니다.
소문이 사실이긴 하군요... 검을 쫓아가기는 애매하긴 하지만요. 금방 사라진 것을 어떻게 하긴 그렇지 않습니까.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바라보려 합니다.
베어지는 순간 찰싹 달라붙었다면.. 이라는 실없는 상상을 하는 사장님주를 찰싹 때릴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날아다니는 검에 붙을 수 있을까.. 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이 문제인데요. 이 휴대폰에 광인이 날뛰는 거가 녹화+녹음이 되었으려나... 되었으면 수월할 텐데.
경찰에 신고하고 처리해야겠죠. 피 흘리며 기절한 직장인의 어디 뼈가 나갔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뇌진탕이나 울혈이 왔다거나 할 수 있으니 병원 가서 ct 찍어보라 해야할 것 같고. 이 빙의자는.. 얘도 대충 병원 가서 찍어보라 하면 되려나. 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