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그러지 말자. 열쇠를 찾아서 정중하게 들어가는게 좋겠다. 이미 텅 빈 집에서 정중이 무슨 쓸몬가 싶기도 하지만. 열쇠는 아마 높은 확률로 싱크대 안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가위 말고 다른 도구들도 꽂혀있었으니 그곳에 집게 같은게 있나 확인해 보는게 좋겠다.
기사님은 다행히도 문을 부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정중하게 열쇠를 찾아보기로 했지요. 도구를 놓아두는 칸에는 주걱이나 수저, 국자같은 것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이런, 슬프게도 집게는 보이지 않는군요. 어떻게 할까요? 다른 곳을 좀 더 찾아 볼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까요?
>>5
침대는 역시나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실들이 다 헤져서, 군데군데 솜들이 튀어나와 있군요. 가볍게 툭 쳐 보면, 역시나 먼지가 일렁거리며 피어오릅니다. 이런, 이 쯤 되면 마스크가 필요할 지경인데요. 휴미는 여기저기 침대를 뒤져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 볼까요?
가볍게 휘둘러 보는군요. 괴한에게서 몸을 지키기에 딱 좋은 리치입니다. 그렇지만 오래 되어서 녹슬었기 때문에, 무언가에 타격을 주는 데 사용하면 금방 망가질 것 같습니다. 부지깽이는 무언가를 집을 수 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딘가에 사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기사님은 힘껏 문을 걷어찼습니다! 잠시 바닥에 깔려있던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습니다. 어라? 잠깐.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이상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뭔가가... 단단히 막고 있는 것처럼요. 이상합니다. 기사님의 힘이 결코 약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일단은 열쇠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8
휴미는 종이를 집어들어 읽기 시작합니다! 종이에는 아까 보았던 글씨체로, 다른 날짜의 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1986년 6월 9일, 월요일
어젯밤, 모두 잠들어 있을 시간에 마룻바닥이 끼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겠거니 싶었지만, 한참 동안 그 소리가 사라지지 않아서.. 시끄러워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식사 시간에 누가 새벽에 일어나 돌아다녔는지 물어 보았지만, 아무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나무로 된 바닥이 비틀리고 있기라도 한 걸까? 고용인에게 일러 기름칠을 좀 해 두어야겠다.
글씨체로 미루어 보아, 쪽지의 주인은 일기를 적던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서툴지만 성의있게 꾹꾹 눌러쓴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주인 내외분께.]
이토록 급하게 떠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저는 아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무섭습니다. 요새 들어 아가씨께서 항상 이야기하셨지요. (글씨가 심하게 떨려 쉽게 알아볼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일개 고용인에 불과하지만, 아가씨의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집니다. 아가씨의 곁에는 정말로 (알아볼 수 없다)...같은 기분이 들어요. 음습하고 오싹하게 제 몸을 감싸는, 기분 나쁜 기운을 종종 느낍니다. 그 뿐 아니라, 아가씨가 중얼거리는 말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무섭고 소름끼칩니다.
이전에 제가 아가씨께 (잉크가 번져 있다)..던 것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그 때 제가 느꼈던 감정은, 단순히 아픈 아이가 앞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괴물을 마주한 것과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주 조그맣고 유약한 먹잇감이 된 것만 같았어요.
저는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책임감 없이 떠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주인 내외분이 아무쪼록 무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쉽게도 깨끗한 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열쇠를 어떻게 잡을지 생각하다가, 일순 식당에 있는 식탁에 식탁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냅니다. 먼지로 지저분하긴 했지만, 뭐가 들었을지 모를 물에 잠겨 있었던 열쇠를 맨손으로 잡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식탁보를 가져와 볼까요?
그로부터 몇 초 뒤,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가 켜집니다.
>>34
휴미는 1층의 조사를 대략적으로 끝내고, 사무소 직원들을 찾으러 향했습니다. 거실에 막 들어선 순간, 순간적으로 불이 꺼졌다가 켜집니다.
갑자기 나타난 쪽지에 아리송합니다. 분명히 불이 꺼지기 전, 언뜻 볼 때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휴미도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 한 것 같았고요. 기사님은 쪽지를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1986년 6월 19일, 목요일
---의 병세가 조금 악화되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여, 어제도 친구와 놀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을 겨우 뜯어말렸다. ---의 몸이 약해져서 밖에 함부로 다니는 것은 위험하니, 친구와는 다음에 놀기로 하자고. 다만, 그 이후의 ---의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집 안에 있으니 상관없다’
자신이 집에 있으니 친구를 집에 불러서 놀겠다는 소리일까?
>>39
오래 된 집이니 전기가 불안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전기가 통하는 것이 기적에 가깝지요! 30년도 더 방치된 저택이니까요. 다행히도 식탁보가 부식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해로운 물질이 섞여 들어가 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네요. 열쇠를 깨끗하게 닦아 줍시다. 열쇠에 달린 인식용 표가 보입니다.
[서재]
서재에 들어가 볼 수 있겠군요. 다만 그 전에, 휴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