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룸은 안에 없네요. 대신 밖에, 그러니까 원래는 클럽을 만들 장비들을 싣고 있었을 커다란 차의 조수석에서 누군가가 빛나는 화면들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차와 클럽 사이에 전선이 길게 연결되어 있네요. 그냥 이걸 끊어버려도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들킬 가능성도 크겠지요. 게코로 변한단고 해도 갉아서 뜯을 수 있는 강도가 아닙니다.
다행인 건, 저 좁은 공간에서 cctv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조명 제어는 포기한 모양입니다. 클럽 안에 번개 그림이 그려진 뚜껑을 달고 있는 두꺼비집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웨이터들이 자주 그쪽을 주시하고 있는 걸 보면 감시를 피하는 건 어려워보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몰려다니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최신 클럽 음악이 스피커에서 폭력적으로 뛰쳐나오는 가운데,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춤추고 있습니다.
차분히 술병을 내려 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민간인에게 큰 불과 폭발이 일어나는 환각을 보여주었다. 모두 다에게는 못해도 일부라면 가능할테고 일부가 도망치듯 뛰어가면 다수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도망치는 이들에게서 환각을 거두고 새로운 이들에게 다시 불과 연기의 환각을 보여준다면 아수라장이 될것이다.
전선과 전선을 붙이자 더 튼튼한 새로운 전선이 나왔네요! 튼튼하다는 건 자르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사장님이 전기충격기로 직원을 지지고, 바들거리는 그 직원 해리가 또 주먹으로 갈겨버리자 데치기 전의 오징어처럼 흐늘흐늘 바닥에 쓰러지고 맙니다. cctv방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여기 조명 제어 장치는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막 직원을 제압하던 순간, 클럽 안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옵니다! 불이야! 불이야! 소리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다급한 사람들은 서로를 밟고 넘으며 많은 피해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두꺼비집을 내릴 수 있었으니까 이건 음... 필요한... 희생이라고 합시다.
이제 클럽 안은 암흑천지입니다! 여기서 뭘 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여기서는 인간보단 동물의 눈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동물 쪽이 야간 시력이 좋다면요. 아니면 혹시 야간투시경이라도 갖고 계신가요? 뭐라도 좋으니 사용하고, 불이 다시 켜지기 전에 직원 휴게실로 돌입하죠!
휴게실을 조사해봅시다. 냉장고 안에는 해리가 보는 것처럼 간식이나 음료수 뿐이고, 자판기는 평범한 자판기네요. 해리는 그리고 밖으로 나가나요? 나가는 건 쉽네요. 패닉한 사람들 틈에 껴서 나가면 되니까요. 다만 몇몇 사람들은 '불이 났는데 연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수상하다 여기는 모양입니다. 되도록 빨리 조사하고 나가는 쪽이 좋겠습니다.
대신 테이블 위에 있는 리모컨이 수상합니다. 버튼 몇 개만 닳아 있는 것이... 꼭 눌러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버튼을 누른다면 한쪽 벽에서 숨겨진 슬라이드 도어가 스르륵, 하고 움직입니다. 여긴 별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불이 켜져 있군요. 안을 조사하시겠습니까?
나가려다가 휴게실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해리가 투덜거리곤 다시 발걸음을 돌린 뒤 휴계실 안에서 악어거북으로 변신해 뚜벅뚜벅 비밀의 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혹시나 해서 그가 챙긴 음료수병은 조심스럽게 입에 물고(깨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안은 흡사 수술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닦아낸다고 닦았겠지만 구석에는 가끔 핏방울 굳은 자국도 보입니다. 메스나 주사기 같은 도구들도 있고요.
그리고 어떤 사람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니마들이 수인 모습으로 지내는 기현상 기간중이라 알아보기는 쉽네요. 종은 몰라도 하얀색 뱀 아니마가 틀림 없습니다. 이름 모를 아니마는 수술복을 입은 상태로 바닥에 엎어져 가끔 꼬리만 아주 느리게 흔듭니다. 아직 여러분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수술실의 상태를 보곤 대강 짐작을 했는지 마음속으로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안을 살피다가 하얀색 뱀 아니마를 발견했다. 수술복을 입은 걸 보면 희생양인듯 보였지만... 지금의 그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직원들의 눈에 띄였다가 일이 단단히 꼬이는 걸 원치 않았기에 미안함을 뜻하듯 고개를 작게 숙인 뒤 사장님과 함께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사장님과 여기 갇혀서 저 아니마가 비참한 꼴을 당하는 걸 봐야하는 건가? 그건 사양이라고.'
"나가는 게 좋을 듯하다." 하고 해리에게 말을 하고는.. 저 뱀 아니마를 들기엔.. 좀 무리일 것 같군. 꼬리 쪽을 받쳐드는 건 할 수 있겠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들도록 하지.라고 합니다. 빨리 나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작으로 잠깐 동안 연기를 내도록 연막을 하나 터뜨리려 시도합니다.
"뒷문으로 빠져나가서 최대한 빠르게 빙빙 돌다가 데려가는 것도 좋겠지." 라고 말하려 합니다. 어디로 데려가지. 호텔? 사무실 옆 건물(?)
여러분은 연막탄의 연기로 다시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우르르 도망가는 틈을 타서, 안 그래도 남자라 몸집도 크고 꼬리까지 달린 아니마 하나를 둘이 나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는 호텔이 좋겠네요. 서울이니 호텔도 많겠지요. 뱀 아니마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깨어났습니다. 왜 자신이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여러분을 눈치채고서야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며 몸에 난 크고 작은 상처를 보여주고서, 천천히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구렁이 아니마 사한은 하얀 비늘 만큼이나 의술 중에서도 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어떤 능력은 죽어가는 장기를 대체할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어떤 능력은 강제로 생명력을 주입해서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사람을 살리지만 사한의 능력은 '절제'였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몸에서 무언가를 잘라내는 겁니다. 그건 동상으로 썩어가는 팔다리나 위에 붙은 종양이 될 수도 있고...... 팔아 치울 수 있는 싱싱한 장기가 될 수도 있겠죠. 사한의 능력으로 절제하면 절제당한 사람은 조금의 불편함만 느낄 뿐, 계속 살 수는 있어서 이런 일에 딱 맞았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쪽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에게 납치까지 당한 거겠죠.
다음날 뉴스에는 이동식 클럽에 대한 주제가 특집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닌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또 파고들다보니 국내 최대의 장기 밀매 조직과 커넥션이 있었던 겁니다. 칵테일 재료에는 미리 약을 타두고, 음악은 일부러 정신을 흔들 정도로 강렬한 것만 틀어서 기절하는 사람이 나오면 옮겨다가 장기를 빼냈던 겁니다. 세상 정말 무섭네요.
그리고 사한은 나중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됩니다.
해리가 가지고 나온 병은 그냥 평범한 음료였습니다. 직원 전용 음료수였으니 약을 탈 필요가 없었겠지요. 덧붙여 모든 직원이 사건에 연루된 건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도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문도 숨겼을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