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이 스레는 수련만을 위해서 세워진 무림비사의 수련 스레입니다. ※수련은 @을 달고 달아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조약돌을 든 아이가 다시 물었다. 이제 다섯번째였다. 이렇게 계속 묻는 이유가 무언고 하니, 자신에게 돌을, 그것도 맞으면 머리가 파일 수도 있는 짱돌을 던져달라는 과격한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아이들이야 행려병자에게는 거지라고, 붕대를 감아맨 문둥이에게는 천벌 받은 놈이라고, 팔다리 하나가 나간 장애인에게는 절뚝이라고, 정신질환자들에게는 미친 년놈이라고 욕을 하며 돌과 나뭇가지, 썩은 음식들을 던지는 게 일상이었고, 그마저도 없으면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거나 불을 붙여서 낄낄대는 것이 아이들의 범국민 스포츠였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마음이 여린 건지, 아니면 심성이 착한 것인지 돌을 던져달라는데도 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좀 던져줬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그러면 언니가 다치잖아..."
맹자와 그의 학풍을 따르는 수많은 학문적 후손들이여, 그대들이 찾던 한없이 선하게 태어난 영혼이 여기 있나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소야는 슬슬 짜증도 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이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은 검 한자루만 빼면 행려병자나 다름없는 소야의 행색을 보고 뭐가 좋은지 낄낄 웃어댔다. 돈은 있냐, 부모는 있냐, 그런식으로 놀려대던 아이들은 그러지 말라는 아이를 밀치고 돌을 들었다. 그리고 소야에게 던졌지만...
"어?"
소야는 눈을 감고, 그 아이들의 동작을 일순 기억해냈다. 애들의 동작이래봐야 별것도 없었지만, 열명쯤 되니 동작을 간파하는 연습 정도는 될 만했다. 그 중에서 소야에게는 근처에 가지도 못할 궤적들을 제하고, 검을 들어 나머지 짱돌들을 전부 베어냈다.
"...그래. 부모가 어쨌다고?"
담백한 어조였지만, 무언의 압박을 느낀 아이들은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고 순순히 도망쳐주었다. 소야의 주변에는 갈 곳을 잃은 채 동서와 남북으로 분단된 조약돌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아이는 소야를 보고 있다가 손에 쥔 조약돌을 버리고 짱돌을 들었다.
매번 물길을 지나는 자들이라면 이미 알아서 주머니에서 한 푼 두 푼 꺼내기 시작했을 터였다. 그러나 무슨 일에나 그렇듯, 한번씩은 꼭 이 바닥에 처음 발을 들이는 신출내기들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아니, 흐르는 물에 주인이 어디 있소!"
오늘 처음 상행에 나선 왕씨(42세, 전직 농군) 역시 그런 자들 중 하나였다. 왕씨와 마음이 맞아 같이 상품을 사고 배를 빌린 배씨와 장씨 역시 곁에서 옳소, 옳소 합창을 했다. 그 꼴을 본 수적들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로 눈짓을 몇 번 하더니, 곡검을 든 수적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에헴, 여기는 우리 중경수로채가 지키는 영역이오. 우리가 인간들을 대신하여 물길을 가꾸고, 분기마다 장강 교룡께 제사도 지내건만, 어찌 작은 성의 하나 보이지 않으려 하시오? 우리 고생을 무시하는 겝니까?"
물길을 가꾼다 해봐야 배에 걸리적거리는 수초를 치우는 정도고, 그 제사라는 것도 수적끼리 술판을 벌이는 것에 가까웠지만, 곡검을 든 수적, 하리는 굳이 그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세상에 교룡같은게 어딨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괜히 지나는 사람 돈 뺏으려 헛소리를 하는구만!" "됐어, 배씨. 얘기할 것 없어. 칼까지 빼들고, 이거 다 그냥 도적놈들이여!"
챙!
눈치 빠른데? 수적들 사이에서 웃음 섞인 눈짓이 오갔다. 왕씨와 배씨, 그리고 장씨가 칼을 빼들었다. 절대 한푼도 내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눈에서 타올랐다.
꼭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적당히 말하면 알아듣고 속에선 욕설을 삼키든 어쨌든 성의껏 예물을 준비하건만. 꼭 피를 봐야 알아듣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둘씩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는,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숫자는 겨우 셋, 검을 들었다 하나 무인조차 아닌 자들. 곡검을 든 하리의 입술이 호선을 그었다.
예고 없이 배씨의 검을 잡아챘던 하리의 곡검은 들어올 때 그랬듯 나갈 때 역시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멀어지는 것 만큼이나 재빠르게 다시 돌아와 난무하는 검격.
중무팔검, 제 2성. 반월비
현란하게 나고 드는 검격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변칙적으로 들어왔다. 속도마저 번개같이 빠르니 배씨로서는 막기는 커녕 눈으로 검로를 따라잡기조차 버거웠다. 찰나의 시간동안 목을 베이는 환상을 수차례 보고서 혼이 나가버린 배씨는 결국 쥐었던 검을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 살려! 살려주십쇼!"
기다렸던 한마디였다. 드디어 나온 살려달란 소리에 미소지은 하리가 떨어진 배씨의 검을 멀리 걷어찼다. 하나는 이것으로 끝. 이제 둘 남았다. 상황파악이 끝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해 있는 장씨에게로 매서운 하리의 곡검이 날아들었다.
외근, 외근, 그리고 외근. 기껏 나간 휴가에서도 일을 하고 이젠 여기까지 오다니. 괜히 석가장에 온다고 했나보다. 현사는 한숨을 푹 쉬며 가부좌를 틀었다. 평온한 정신에 천마님의 은혜가 깃든다. 평온한 정신에 천마님의 은혜가...은..혜....소교주님은 무얼 하고 계실까... 아버지-스승님은 일단 양아버지다.-는... 주치의는 또 뭘 하고 있을까. 쌓여있는 건 아니겠지...그것보다 저번에 그 소저는 괜찮으려나. 또 포교 당하는 건 아니겠지..이번엔 뒷목 잡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장씨의 검을 노린 곡검은 쇄도하는 매의 발톱같이 내려왔다. 배씨만큼 검을 꼭 붙들고 있지 못했던 장씨는 어이없도록 싱겁게 검을 놓치고 말았다.
역시 가볍게 걷어차는 것만으로 장씨의 떨어진 검을 저 멀리 보내버리며, 하리는 곧바로 마지막 남은 왕씨를 노렸다. 앞선 둘이 순식간에 검을 빼앗기는 것을 보고는 애써 후들거리는 다리와 손으로 검을 붙잡고 선 왕씨 말이다.
중무팔검, 제 3성. 중무일검
휘어진 칼등쪽이 하늘로 향한 채, 하리의 곡검이 짐승의 발톱처럼 날아와 왕씨의 검을 내리찍었다. 장씨가 검을 놓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수법이었다. 어설픈 자세로나마 검을 꼭 붙들고 섰던 왕씨는 장씨와 달리 일합에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게 휘청이며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