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519130>857헛발질이었다. 제대로 헛발질을 하였다! 제아무리 일류 무인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른 것이 분명해보이는 자. 기백만 보여도 일반인은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자를 어찌 힘으로 저지하겠는가?
하지만 그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사내가 꺼내기 시작하는 말이었다. 간신히 바닥에 내려앉고 나서 선영은 생각하였다.
이 자는 혹시, 지금 싸움을 즐기고 있는가?
단순히 동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사내의 모습은 재미를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내의 말을 듣고 있는 내내 선영은 진심으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정파의 무림인들은 의와 협을 중히 여긴다 하였는데, 지금 그는 어찌 사파와 다름없이 설명하고 있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것은 사파의 수가 아닌가…
그래, 여인 자신과 같은 살수의 방식이었다. 그러니 어찌 당황스럽지 않을수 있겠는가.
“……사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사옵니다. 나으리. ”
“다짜고짜 급소를 노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 않은지요. 애꿎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 일이온데……소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사옵니다. ”
즐거이 웃고 있는 사내와 달리 선영은 깊이 한숨을 내쉬고는, 무릎을 털며 일어나 말을 꺼내었다. 살수의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있는 검. 무고한 이에게 어떻게 불똥이 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파의 소가주씩이나 되는 이를 상대로 무슨 화를 입을줄 알고 그런 수를 쓰겠는가? 단검을 휘두르던 순간까지도 여전히 수많은 일반인들이 뒤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깝거든 멀다 한들 자칫하다 잔이 깨져 일반인이 다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이곳은 안휘이며, 여인은 오늘 화화루의 기녀로써 온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잘못 행동했다간 바로 기루에 피해가 가게 될 수 있었다. 임무가 아닌 상황에서 그런 수를 쓸 필요는 없다고 여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말을 돌연 물어오려 한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사옵니다. 이쯤에서 멈춰주시어요. 나으리. ”
칼날이 아닌 칼등으로 단검을 겨누려 하며, 여인은 사내와 달리 어두운 낯으로 서있는 채로 물어보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