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은 자신이 항의할수록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을까? 참 놀릴 맛이 있는 아이로구나. 다음에 만난다면 미리 점소이와 짜고 쳐 놀리는 게 어떨까라는 악의어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더니, 이어지는 지원의 말에 눈썹을 치켜세운다.
"어허, 무슨 말일까? 배움의 기회를 이용했다해도 그대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분명 그내의 내공을 깨우치려는 데에는 그대의 땀이 섞여 들어갔을 것을."
내용은 타박하는 것이지만, 우림의 가벼운 어투와 낭랑한 목소리가 합쳐져 전혀 그런 느낌은 나지는 않는다. 날씨 이야기를 하듯, 진심어린 말이 담백하게 지나간다.
"겸손은 미덕이라 하나, 그대 지금까지의 시간과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낮잡아보지는 말게. 내 작은 부탁일세."
길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우림이 느낀 그대로 말하는 것. 굳히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넉살좋은 미소가 목소리에 묻어나온다. 흐음, 거기에 약간 부러움도 있을까. 우림은 본인의 무공을 어떤 식으로, 어떤 경험으로 얻었는 지 전혀 모르는 상태니 말이다. 물론 이 것을 내비치는 일은 없을테지만 말이다. 아예 내비치기는 커녕, 와중에도 하늘바람이 우림의 얼굴을 스쳐가, 풀어내린 머리칼이 지원을 간지럽히지는 않을까 한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흐음? 뭐라고 했나?"
다만 바로 다음 꽈악 잡고 있는 지원이 본인의 목을 조르든 말든 아랑곳않고 크게 웃어제껴, 무슨 감성을 느끼든 술이 증발하듯 사라질테다. 지원의 공포어린 절규를 아무리 반복해도 귀에 넣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게 듣지 않는 것일까, 듣지 못하는 것일까. 오히려 경고 하나 없이 의원의 집이 눈에 띄자마자 앞으로 도약하는 것이 인간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몇번이고 반복한 동작이라는 듯 자연스레 지붕에서 사뿐, 내려... 앉을 뻔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동작에 그만 지원의 무게를 까먹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져 버린다. 중심을 잡기위해 몇발자국 허비해 간신히 엉덩방아를 면하자,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경쾌하게 허리를 펴 꼿꼿히 선다.
"와하하하! 내 덕분에 그대 부끄럽지 않게 빠르고 아무도 몰래 도착하지 않았나! 거기에 벌써 힘이 빠진 것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상처가 깊어 빠르게 이동했던게 다행일뿐이다. "
지금까지 떨어트려 깨부신 기와의 수가 얼마나 될까. 얼마 후 일정한 길로 늘어져 버린 우림의 페해에 마을이 더들썩할지도 모른다. 뭐, 불만있으면 옥에 가두라 그러지. 역시나 아무런 죄책감없는 생각을 하며, 두팔이 자유롭지 못해 의원의 문을 발로 쾅쾅차버리니 진상이 따로없다. 투박한 발차기와 상반되게 느리게 무릎을 끓어, 천천히 지원을 등에서 조심스레 쪽마루 위로 옮겨 놓는다. 지금까지 등뒤에 업었으니 이제야 얼굴을 마주보게 되는구나. 그대로 흙바닥에 무릎을 끓은 채로 지원과 눈을 맞추어 싱긋, 눈 웃음을 지어낸다.
"내 이만 가봐야 겠구나. 이 의원은 믿을 사람이건만, 현재 내 의료비가 꽤 많이 밀려있어서 말이지."
"내 이리 마음에 드는게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내 이미 이름을 잊어버린 전적이 있으니, 이 명 고이 간직하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는 말 만큼은 진심인지, 곧이어 아이가 단어를 외우듯 린하이, 린하이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몸을 휘청이며 미호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것이, 갓 태어난 새끼 병아리가 어미를 좇는 것을 연상케 한다.
미호가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객잔이 순식간에 조용해져, 순식간에 왁자지껄임이 수군거림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 눈 동그래 떠 지켜본다. 거기에 사람들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해, 필사 이 사람들이 귀인을 알아봐 몸을 피하는 것이 틀림없다 생각하는 듯하다. 객잔이 한적해 선녀님과 둘 만 있는 기분이 들어, 헤실헤실 바보같은 회소가 얼굴에서 떠날 줄 모른다.
"점소이는 무엇을 추천하는 가? 선녀님에게 객잔에서 가장 귀한 술을 대접해주면 내 기쁘겠다네."
졸지에 손님 다 잃은 점소이가 벌벌 떠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 본능대로 평소처럼 산뜻한 미소와 함게 말을 건다. 이미 술에 진득히 취한 것으로 보아, 이 상태로선 술 한두잔도 안되어 곯아 떨어질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