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 진행중인 친구도 엔딩난 친구도 창고캐도 자캐라면 독백 휘갈기고 갈 수 있는 스레야. 독백스레 정도면 판 주제에도 맞고 기존 이용자들에게 딱히 해 끼치는 내용도 아니니 문제없지? 말 그대로 인칭이든 형식이든 내용이든 모두 자유니 자유롭게 써. 세운건 나니 지워달라고 남기면 일괄적으로 하이드 처리할게.
수정기능이 없어서 여기다 덧붙이자면, 본인은 쓴 사람이 내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만 내리기 때문에 독백에 문제가 있어보인다면 토의스레나 분쟁스레에서 쓴이를 호출했으면 한다. 대화는 여기서 짤막한 몇번 정도로는 해도 상관없긴 한데 리센트가 매꿔질 정도면 하이드할 수 있다는 점 명시해둘게. 일단은 독백스레자나.
한바탕 일었던, 용사를 자처하던 인간의 소란이 진정된 후, 마왕이 뒤처리를 마친 권속들을 물리고 있던 중, 가늘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목소리에, 마왕은 반색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시아."
길고 고운 레몬빛 금발을 낮게 묶어내린, 마왕보다도 큰 키에 가늘고 낭창한 체형의 여성이, 걱정 어린 하늘색 눈동자로 마왕을 바라보며 다가옵니다. 그는 악사이자 음유시인이며, 인간을 증오하던 마왕이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인간인 루시아입니다. 마왕은 별 일도 아닌데도 연인의 얼굴을 보자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샘솟으나, 그보다는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웃으며 말합니다.
"별 일은 아니었답니다. 용사를 자칭하는 날파리 몇마리가 집에 들어왔지만, 전부 쫓아냈어요. 방비도 튼튼하게 해두었으니 제 아무리 용사를 자칭할 지라도 또 침입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저런...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지만, 많이 피곤해보여요. 가서 쉴래요?"
시아는 웃으며 말하고는 있지만 평소보다 미세하게 피곤한 듯 보이는 제 연인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레 묻습니다. 마왕은 손을 꼭 맞잡으며 웃어보입니다.
"그러는 게 좋겠네요. 같이 있어줄래요?" "그럼요. 자, 방으로 가요.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시아는 류트를 연주하며, 고운 목소리로 힘있게 노래를 불렀고, 마왕은 그런 연인의 등에 기대어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습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울려퍼지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그러나 강인함이 느껴지는 선율에, 날파리를 쫓느라 삐죽삐죽 짜증이 돋은 마음이 부드럽게 가라앉고, 기운이 납니다. 시아는 노래를 마치고, 조심스레 몸을 돌려 마왕을 품에 안으며 묻습니다.
"이번 노래는 어땠나요?"
그에, 마왕은 연인의 품을 파고들며 조금 기운이 난 목소리로 재잘거립니다.
"신기했어요.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으면서도, 기운이 솟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거든요. 고마워요, 시아.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시아는 안도한 듯이 미소지으며 품 안의 마왕을 더욱 힘주어 안고는 새카만 머리카락에 뺨을 묻습니다.
"다행이에요. 나야말로, 내 노래를 좋아해줘서, 힘이 된다고 말해줘서 늘 고마워요." "그치만, 그게 사실인 걸요. 좋아할 수밖에 없고, 시아가 얼마나 내게 힘이 돼 줬는데요. ...우, 새삼 어이없어, 그 날파리놈." "그 사람이 아스에게 뭐라고 했나요?"
연인의 물음에, 마왕은 조금 머뭇거립니다. 그에, 시아는 그의 정수리에 다시금 뺨을 비볐고, 마왕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간지러워요... 그게 말이죠... 그 인간이, 우리 집에 침입해서는, 나보고 데이트를 해달래요. 나를 좋아한다면서요. 그치만, 나는 시아 뿐이고... 그 인간 낯짝조차도 기억을 안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저런..." "게다가 더 어이가 없었던 건요, 나보고 외로운 거라고, 사랑이 필요한 거라고 망발을 지껄였어요. 언제 봤다고." "끔찍한 사람이네요... 받는 사람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태도가 사랑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참 추하던데, 흉한 걸 봐서 황당했겠어요."
연인의 위로에, 마왕은 조금씩 기분이 풀리는 걸 느끼며 배시시 웃었습니다.
"응. 하지만 시아가 이렇게 위로해주니까,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워졌어요. 나와 교류같은 교류도 없었던 주제에 날 다 아는 듯이 지껄일 정도로 어리석지, 남의 집에 침입해서는 남의 권속을 공격할 정도로 악하지, 나보다 훨씬 약하지... 게다가 얼굴도 내 취향 아니고. 그런 주제에 무슨, 나한테 진정한 사랑이라도 가르쳐줄 것처럼 앙앙거린 거잖아요."
익살스러워지기 시작한 연인의 목소리에, 시아는 쿡쿡 웃으며 마왕을 쓰다듬습니다.
"게다가 질질 끌려나가선 다신 아스를 못 찾게 되어버렸죠. 그러니까 다시는 그 사람 때문에 짜증날 일 없을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에는 나도 같이 혼내줄게요." "고마워요, 역시 시아밖에 없어요."
마왕은 언짢은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행복하게 시아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고, 시아는 그런 마왕 의 어리광에 미소지으며 그를 품에 감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