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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의 허락을 받고는 유페미아는 목걸이의 잠금장치를 풀기 시작한다. 고요 속에 잘각, 잘각 하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사실, 유페미아에게 있어서 지금 이처럼 리코의 목걸이를 벗겨주는 건, 상당한 상징적 중요성을 가진다. 처음 만났을 때는 '패션감각이 특이하군, 이게 젊은 세대의 유행인가?' 정도로 생각했지만, 리코의 과거를 알게 된 이후로는 이 목걸이가 그렇게 눈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애완동물에게나 걸어 놓을 것 같은 디자인 부터가 마음에 안들었다.
따라서 유페미아에게 있어서 지금 목걸이를 벗겨 주는 행위는, 단순한 행동에 그치지 않고 리코를 남에게 소유당했던 과거에게서 해방시켜준다는, 일종의 숭고함마저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잠금장치를 파악하는데 예상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이내 잘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목걸이가 풀리고 리코의 목이 드러난다.
"그래, 이러니까 바람도 통하고 시원하지 않나, 리코 군!"
유페미아는 만족스럽게 껄껄 웃는다.
그리고, 이어져 오는 '애피가 새로운 목걸이를 주는 거예요?'라는 질문에 적잖게 당황한다.
"앗... 으음, 그, 그게 말이네...!"
유페미아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리코의 예상치 못한 반응 때문도 있지만, 실제로도 자신이 리코를 위해 준비한 일종의 '목걸이'가 있다는 것에서도 기인한다. 방금 전의 TV 서랍장 속에서 꺼낸 여벌 키를, 어린 아이가 잃어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려면 어렵겠지, 라는 생각에 서랍장 밑바닥에 찾은 길다란 끈에 엮어, 임시방편이지만 목걸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다가 오해만 더 깊어가는 것은 아닌지,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잘못한 일을 하다가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유페미아는 잠시 바닥에 내려두었던 열쇠 목걸이를 다시 들어올린다.
"실은 이런 것을 방금 만들었네만..."
"이, 이건 리코 군이 열쇠를 사용해 좀 더 자유롭게, 그, 외출도 하고, 동네 또래 아이들과도 놀면서 지내라는 의미에서 만든 것이지,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네!"
"이걸 가지고 목에 걸던, 팔찌를 하던,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줄을 떼어 버리던 그 모든 건 리코 군의 자유라네."
"왜냐하면 나는 리코 군의 주인이 아니고, 그 누구도, 다시는 리코 군의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나를 포함해서 말이네!"
잘각거리는 소리가 그치고 목걸이가 벗겨졌다. 덮여있던 목 부근에 시원한 느낌이 감돈다. 리코는 저도 모르게 목 주변을 살짝 만졌다. 항상 차고 있던 것을 벗어서인지 살짝 허전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눈 앞에서 유페미아가 껄껄 웃고 있으니 분명 이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이제 새 목걸이를 주겠지, 기대에 찬 눈으로 유페미아를 올려다보며 기다렸다.
"열쇠...?"
열쇠로 잠그는 목걸이는 본 적 있지만, 열쇠 자체를 목걸이로 주는 것은 처음 본 리코가 눈을 깜빡였다. 열쇠 목걸이도 그렇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도 리코에게는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새 주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사람에게 주인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으니. 게다가 그 누구도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말까지. 리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채로 유페미아를 보았다.
여기서 지내기 싫은가?라는 물음에 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다만 유페미아가 자신의 주인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말에 버려지는 건가,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지는 건가 싶어서 했던 말이었다. 보호소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새 주인이 생긴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돌아가게 되다니. 물론 유페미아가 결정한 사항이라면 자신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코는 유페미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파트너..요…?”
링크를 맺은 것이 주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파트너 같은 관계가 되고 싶어서였다. 리코에게는 어려운 말이었다. 파트너라는 건 사람과 사람간에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 데미휴먼인 자신이 그래도 되는 걸까? 유페미아가 바라는 게 파트너라는 서로 대등한 관계지만, 리코는 또 무의식적으로 ‘에피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뿌리깊게 자리잡은 사고방식이 바뀌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 그럼 버리는 건 아니죠…?”
그런 관계를 원하는 거지, 링크 자체를 끊고 돌려보내겠다는 뜻은 아니냐는 질문이… 질문치고 굉장히 함축된 말이 리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진솔하게 밝히자면, 그도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먼 옛적에는 부모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몰랐고, 이후에는 역연령상의 나이를 보호소에서 지정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수거에 가깝게 붙잡혀 유베리드로 흘러간 날로부터 수 년의 시간이 흘러, 야오쳰위란 데미휴먼도 어느덧 20세의 청년이 되었다. 비록 몇 년의 오차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지만- 어찌되었든 이제 갓 성년이 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즉 그런 젊은이, 그것도 협소한 시각을 지닌 그의 입장에서는 유페미아의 '나이 오십 정정' 선언은 영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미 다친 상태이기도 했었고.
"음…… 그래, 건강하시다니 다행이네요."
말로는 괜찮다 하지만 한순간 통증을 느꼈는지 유페미아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는 그 순간의 표정변화를 포착했지만, 구태여 말을 더하지는 않기로 했다. 본인이 괜찮다고 말하고 있고, 참견할 필요도 없는 사이라고 생각에서 내려진 결과였다.
"운이 좋았죠."
꼬리를 끝을 가볍게 털며 그가 말했다. 그는 곧 눈을 조금쯤 휘고 잔웃음을 지었다. 본심과 표정이 간만에 일치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었으면서도 용케도 총을 안 맞았던 건 확실히 운이 좋아서였으니까. 그런 점에서 되짚어보니 이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긴 했다. 자신은 용인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던 이유가 뭐였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 짐작이 틀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잠시동안 곰곰이 이어지다 뚝 끊어졌다. 심각한 고민은 그와는 영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반짝 떠오른 새로운 논제는 그의 생각 한구석으로 밀려가버렸다. 이 고민은 몇 시간 내로 잊힐 것이 분명했다. 곧 이어지는 '이니시에이터를 돕는 데미휴먼은 변절자 취급하는 게 아닌가'라는 말에는…… 글쎄. 상대의 생각이 확고했다면 동의하는 척이라도 할 텐데, 상대도 자신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니 섣불리 맞장구를 치기도 어려웠다. 그는 확답을 하는 대신 손가락으로 입 언저리를 더듬으며 질문을 던졌다.
"잘 모르겠네요. 확실하게 알려면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얘기해 봤어요? 그 데미휴먼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