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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아니요! 잘 수 있을 거예요! 늦잠! 토요일은 늦잠 자는 날이에요! 적어도 대학생에겐 말이에요!! (끄덕) 그리고 돌리는 것이 의무가 될 필요는 없다구요! 일단 제가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해서 오늘은 빨리 자야하는지라..일상이 제가 가능할진 모르겠지만...내일은 제사 때문에 아마 거의 하루종일 바쁠 듯 하고...잡담 하러 간간히 올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만약 제 상황이 괜찮아지면..일상을 찔러보도록 하지요. 다른 분이 일상을 돌리신다면 그것도 괜찮고!! 오랜만에 리스의 일상을 보고 싶습니다!
>>310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억지로 일상을 돌려준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저는 제가 여건이 되고 제가 놀고 싶어서 일상을 돌리지. 억지로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해서 전 일상을 돌리고 싶으니까 돌리는 거지. 억지로 한 적은 없어요. 저 역시 다른 이들과 만나보고 싶고 놀고 싶으니까요.
>>311-312 하지만 스레주께서는 이미 저렇게 안 되는 이유를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런데도 상황이 괜찮아지면 일상을 찔러보겠다고 하시니, 괜히 제가 부담을 드린 것 같아서요. 제사 등으로 인해서 여기 참치에서 일상 돌리기 어려우실텐데도 말이예요. 아무튼...다녀오세요, 스레주. :)
이곳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 속, 깊은 어딘가. 다른 이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숨겨진 한 작은 오두막집은 언제나 조용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달리 없었을 뿐더러, 이 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라고는 집 밖의 수많은 벚꽃나무들을 제외한다면 자신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게 되었으니.
"...안녕하세요, 칠광화 님. 오늘도 뵈러 왔답니다."
헤실헤실, 희미하게 배시시 웃으면서 무릎을 굽히고 자신의 집 옆에 심어진 칠광화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칠광화에게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품에는 다솜의 맑은 샘물이 담긴 무지개 물뿌리개를 안은 채. 어둠을 밝히는 물뿌리개는 여전히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칠광화 역시 태양빛처럼 찬란한 무지개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로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씨 같아요. 칠광화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그런 감상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름답고 찬란한 빛깔. 자신을 굽어살펴주던. 따스히 감싸주던.
멍한 눈빛으로 칠광화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정신을 핫, 차리고는, 물뿌리개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꽃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많이 드세요, 칠광화 님."
귀하디 귀한 다솜의 보물이자, 다른 '신' 님들도 도와드릴 수 있는 소중한 꽃. 노래까지 부드러이 속삭이듯 가볍게 불러주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피웠다. 바람에 노랫소리가 살며시 실려 흩어져갔다.
은호님의 지시를 듣고서 여기저기에 보물을 숨기고서 한동안 푹 쉬었다가 이제야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물론 쉬는 도중에도 신과를 기르는 일 등은 당연히 계속했다.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신과가 말라버려서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기도 하고... 아무튼 적당히 일을 한 후에 나는 비나리를 나와 다솜으로 향했다. 일단 보물을 차지한 이들을 만나면서 나도 다시 보물 구경을 하거나 할 생각이었다. 일단 내가 맨 처음 가기로 한 것은 칠광화를 찾은 리스 씨의 집이었다.
전에 들은 대로라면 리스 씨의 집은 벚꽃나무 숲 안 쪽에 있다고 했던가? 그것을 떠올리면서 나는 벚꽃나무 숲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여전히 하늘하늘 아름답게 떨어지는 벚꽃 잎은 그야말로 절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면서 앞으로 가면서 조용히 나아가다보니 보이는 것은 분홍빛 모습이었다.
그 분홍빛의 정체를 금방 파악한 나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의 뒤쪽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리스 씨! 칠광화를 기르는 중이었습니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리스 씨가 칠광화에게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리스 씨라면 이 꽃을 잘 기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정말로 잘 기르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그리고 그 보물은 마음에 드십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그 물뿌리개도 찾으셨지요?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조용히 흥얼흥얼. 가사 없이 멜로디만이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새로운 목소리가 자신의 바로 뒤에서 들려오자 순간 깜짝 놀라 온 몸을 크게 움찔, 하고 웅크렸다. 야생에서 살아왔던 생생한 기억.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을까.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에 아주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본 자신의 한 시야에는 다름 아닌 가온 님이 서계셨고, 그에 안도 아닌 안도를 하며 한 박자 늦게 천천히 몸을 일으켜섰다. 그리고는 공손히 손을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가온 님.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들어요! 저, 이번에 정말로 영광스럽게도 보물 씨들을 많이 찾아서... 소중하게 대해드리고 있답니다. 칠광화 님을 잘 길러서 꽃을 많이 피워내면, 다른 '신' 님들께도 나눠드리려고 해요."
...물론 가온 님에게도요! 한 박자 느리게 덧붙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성당의 수녀님들께도.
아무튼 보물을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그 말은 사실이었는지, 머리카락에는 깃털 모양의 호은핀이 자리잡고 있었고, 초커 목걸이에는 신통력 구슬과 함께 기억 구슬이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면, 가온 님께서 이 보물 씨들을 다 준비하셨던 것이겠지요?
"...가온 님께서는 잘 지내셨나요? 이 보물 씨들을 전부 다 숨기시는 거, 힘드시지는 않으셨나요? 저를 불러주셨다면 저도 작은 힘이나마 도와드렸을텐데..."
눈앞에서 리스 씨가 몸을 움찔하는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바로 그녀에게 사과를 표했다. 많이 놀라긴 놀란 모양이었다. 하긴,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걸면 안 놀랄 순 없을테니까. 그 점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면목없다는 느낌으로 웃으면서 사과를 전했고 나는 뒤이어 들려오는 리스 씨의 말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리스 씨에게서 저 편에서 자라고 있는 칠광화로 향했다. 오래전부터 다솜에서만 살고 있는 정말로 희귀한 꽃. 무지개 빛으로 꽃잎을 빛내는 그 아름다운 꽃은 절로 내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하하! 그렇습니까? 보물을 많이 찾았다고 하니 축하합니다!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아무튼 칠광화는 정성을 다해서 기르면 잘 자라고 다른 꽃도 많이 피우게 될 겁니다. 물론 기르는 것이 쉬운 꽃은 아니지만, 그 물뿌리개와 리스 씨의 정성어린 마음이 있다면 칠광화는 반드시 그 마음에 답을 해줄 겁니다. 저에게도 주겠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제일 큰 신과를 미리 준비해둬야겠군요!"
물론 리스 씨는 대가 없이 그냥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대가도 없이 받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가장 큰 신과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곧 들려오는 리스 씨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물론 쉽진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남의 도움을 빌릴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리스 씨도 보물을 찾는 신 중 하나인데, 도움을 받으면 보물의 위치가 밝혀지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했기에 괜찮습니다! 하하하! 걱정해주신건가요?"
호탕하고 유쾌하게 웃으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역시 정말로 부드럽고 마음씨가 착한 신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었다.
"어차피 신과는 다른 이들에게 제공하려고 기르는 겁니다! 제가 혼자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제공하려고 기르는 것인데 그 중 제일 큰 것을 리스 씨에게 준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있습니까?"
죄송하다는 발상이 나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다른 이들에게 제공하려고 기르는 신과이며 은호 님도 다른 신들에게 제공하라고 지시한 것인데 거기에 미안할 것이 뭐가 있을까? 작은 신과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칠광화를 길러서 준다고 하는데, 당연히 제일 큰 신과를 줘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 점을 확실하게 하면서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사실 넓은 지역이라고 해도 신통술을 쓰면 금방 갈 수 있으니 거리가 먼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장소 선정이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만...그래도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 같기에 안심입니다! 나름대로 신경 써서 숨겼는데도 불구하고 전부 다 발견된 지역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역시 좀 더 잘 숨길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살짝 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의 놀이와 비슷한 느낌이었기에, 그냥 그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로 철저하게 숨긴다고 한다면 안 보이는 곳에 숨길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 목숨 걸고 그렇게 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아무튼 뒤이어 리스 씨는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차라도 한 잔 들고 가지 않겠냐고. 그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칠광화를 볼까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그래도 대접을 해준다고 한다면 거절은 하지 않겠습니다. 한 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제안을 한 리스 씨의 마음도 있기에 여기서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스 씨에게 차를 부탁했다. 과연 어떤 맛일지 나름대로 기대를 하면서...
"......그래도... 저보다는 은호 님 같이 다른 '신' 님들께 제일 큰 것을 드리는 게..."
말 끝을 흐림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묘하게 옆으로 피했다. 더군다나 자신은 '신' 님도 아닌데, '신' 님들의 과일인 신과를, 그것도 제일 큰 것을 받는다니... 그건 말도 안 되었다. ......저는... '신' 님이... 아니...
"......"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침묵했다. 그 이유를 모를 혼란스러움. 그 덕분에 조용히 가온 님의 이야기를 듣고도 몇 박자 늦게서야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그래도 다들 재밌게 즐겨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무척 즐거웠는 걸요! 대단해요, 가온 님! 그 많은 보물 씨들을 잘 숨겨주신 것 말이예요. 저도 즐겁게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볍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물론이예요, 가온 님. 칠광화 님을 보러 오신 거라면... 제가 차를 준비해서 밖으로 나오겠습니다. 편안하게 천천히 보고 계셔도 괜찮아요, 가온 님. ...빨리 내오겠습니다."
칠광화 근처에 놓여져있는 나무 의자를 두 손으로 공손히 가리켰다. 그리고는 다시금 허리를 가볍게 꾸벅, 숙였다 펴고는 총총총,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름대로 꽤 서두른 듯, 의외로 빠르게 다시 집 바깥으로 나왔다. 두 손으로 벚꽃차와 크고 탐스러운 딸기와 체리들이 담긴 쟁반을 든 모습으로.
그리고 그대로 다시 가온 님께로 조심조심 돌아와서는, 쟁반을 살짝 앞으로 내밀며 부드러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천천히 내오셔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일이 다 끝나서 쉬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아무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방금 리스 씨가 가리킨 나무 의자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고 그곳에 앉았다. 평소에는 리스 씨가 이곳에 앉아서 칠광화를 보거나 그러는 것일까? 그런 추측만 하면서 나는 칠광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쁜 무지개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 리스 씨가 정말로 정성을 다해서 기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돌아가면 은호님과 누리님에게도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가만히 칠광화를 바라보면서 그 무지개빛에 주목했다. 한편, 그렇게 꽃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 리스 씨가 다시 집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와 나도 모르게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돌려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고운 향기가 나는 차와 크고 탐스러운 딸기와 체리가 담겨있는 쟁반을 든 리스 씨는 나에게로 온 후에 쟁반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어 나는 그 쟁반을 받으면서 근처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설마 딸기와 체리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하하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크게 감사 인사를 표하면서 나는 우선 차부터 한 잔 조용히 마셨다. 벚꽃차라고 부르는 그 차를 마시자 입 안에서 벚꽃 향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절로 신기해 컵 안의 내용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한 잔을 조용히...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작은 벚꽃잎의 기운을 느끼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가온 님께서는 천천히 내와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정말로 천천히 내올 생각은 없었다. '신' 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어떻게 천천히 내올까. 그렇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차와 과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 향긋한 벚꽃차와, 가장 크고 예쁜 딸기와 체리들을.
그리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는 가온 님께 그것들이 담긴 쟁반을 공손히 내밀자, 가온 님께서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표하셨다.
"...아니예요, 가온 님. 가온 님께서 저에게 주신 신과 씨들이 훨씬 더 많은 걸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래도...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감사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은 조금 웃길 지 몰라도 그 속에 든 마음은 진심이었다. 아무튼 과연 입맛에 맞으실 지,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가온 님께서 차를 드시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 가온 님께서는 이내 곧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여 환하게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입맛에 맞으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가온 님! 가온 님께서는 '신' 님이신데다가 제가 여러가지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까... 꼭 좋은 것들을 대접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는 그 분들이 제일 좋은 분들이셔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최고로 좋은 것들을.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나무 의자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앉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부드럽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혹시 더 드시고 싶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가온 님. 더 내어드릴 수 있답니다."
"하하하. 리스 씨에겐 항상 감사인사만 듣는걸요? 제가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데도 말이죠! 지금 감사 인사는 뭐에 대한 감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받아두겠습니다!"
다시 한 번 크게 웃으면서 이번엔 딸기를 하나 집어서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이전에 딸기가 모두 없어져서 난리일 때가 있었지. 그때는 내가 은호님에게 바치기 위해서 모아둔 딸기를 풀어서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기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는 정말 여러모로 힘들었단 말이지.
아무튼 이어 들려오는 리스 씨의 말에 나는 리스 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탐스러운 체리 하나를 집어든 후에 리스 씨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물론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만 먹기에는 조금 애매한 느낌인데 리스 씨도 드셔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예를 들면 이 체리는 어떤가요? 맛있어보이는데. 사실 저 혼자서 다 먹기에는 조금 양이 많을지도 모르고, 여기에 오기 전에 가볍게 먹고 왔기에 다 먹지 못하면 뭔가 아깝지 않겠습니까? 하하!"
어쩌면 리스 씨는 '신'에게 제공한 것이니 자신은 먹을 수 없다고 말을 할지도 모르기에 그렇게 핑계를 대면서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지만 과연 리스 시는 어떤 답을 내릴까. 그것은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일단 강제할 순 없는 것이었다. 리스 씨는 리스 씨의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일단 나는 다른 손으로 체리를 집어서 입에 쏙 집어넣고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군요. 빠르게 마치고 여기로 놀러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런 맛있는 것도 대접받으니 말이야. 안 그래? 크게 웃으면서 나는 한쪽 손으로 칠광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물어보았다.
"...그치만 가온 님께서도 저에게 항상 감사 인사를 해주시는 걸요. 가온 님의 감사 인사에 대한 감사 인사... 라고 하면 될까요?"
어쩌면 가온 님께서 자신의 대답을 듣고 한 번 더 크게 웃을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면서 조용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과일을 드시던 가온 님께서는 이내 자신에게도 체리 하나를 내밀었고, 그에 한 박자 늦게 놀란 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깜빡깜빡였다.
"...그, 그렇지만 그것은 가온 님께 드리려고 한 건데 제가 먹어버리면..."
말 끝을 흐렸다.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내 머뭇거리던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조심스럽게 그 체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볍게 꾸벅, 숙였다.
"...저도 신경 써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역시 가온 님께서는 모두에게 친절하신 '신' 님이신 것 같아요."
이런 자신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실 정도로. 희미한 미소를 작게 지어보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에게 친절한 신이라.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좋은 평가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 비나리의 관리자로서 못난 모습을 보일 순 없으니까요!"
비나리. 그곳은 라온하제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그곳의 관리자를 맡는다는 것은 은호님의 최측근이라는 이야기. 은호님의 신뢰를 받고 있는 내가 못난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차를 다시 한 모금 먹으면서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벚꽃향의 분홍빛 미소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벚꽃향이 은은하게 입술에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리스 씨의 물음에 귀를 기울였다.
제법 큰 크기의 딸기를 입안에 집어넣으면서 나는 물을 얼마나 줘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말과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춤을 좋아하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일단 물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노래와 춤이라니. 정말 리스 씨다운 순수한 물음이라고 생각을 하며 나는 하나하나 대답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정확하게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답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까.
"애초에 칠광화는 정말로 희귀한 꽃이라서 저도 자세히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물은 그냥 하루에 한 번만 주면 될 겁니다. 그 보물 물뿌리개도 있으니 아마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노래와 춤은...이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리스 씨가 정성을 다해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 그 꽃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칠광화는 인간계에선 기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기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양분이 있다는 겁니다."
이어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칠광화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이것은 나의 신력을 나눠주는, 말 그대로 양분을 주는 모습이었다. 아마 지금 내 손에는 내 신력이 빛처럼 빠져나와 칠광화의 몸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렇게 부여를 한 후에 나는 눈을 뜨고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라온하제에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의 힘, 신력. 칠광화에게는 이런 양분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한 번. 이것은 리스 씨도 할 수 있는 거니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눈을 감고 손을 뻗은 후에 자신의 신력을 칠광화에게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칠광화가 잘 받아먹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