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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갑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침의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부터 저녁의 달이 이별을 고할때까지, 눈을 깜빡하면 지나가있을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겨울의 추위의 속에서도 따뜻한 서풍이 다시 불어올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짧은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아침의 태양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를 몸으로서 배웠습니다. 저는 고향으로 그냥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간을 조금 늘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이곳에선 바다의 왕녀가 아닌 평범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위치가 싫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제가 자유로워진다면 그것은 망국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자신을 죽여야만 합니다. 왕이 되려는 자, 자신의 목숨이 가진 무게만이 아닌 자신을 따르는 모든 백성들의 목숨을 등에 지고 서있는 자로서 있어야 하기에. 약해져서는 안됩니다. 약해진다는 것은 패배한다는 것이기에. 강철의 법률만이 백성의 행복, 완벽한 지도자만이 백성의 신뢰. 저는 자유의 아름다움을 알기 전에 그것을 먼저 알았습니다.
“ㅁ…마마? 공주마마?”
속삭임에 가까운 자그마한 목소리가 저를 깨웠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지역의 관리자를 맡게 되어서 본국의 업무에 지역의 관리까지 처리하는 것은 상당히 체력적으로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이 저혈압에 걸리기도 하는 걸까요? 최근엔 집무실에서 선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상하게 방향을 잃고서 세상이 빙글거리며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샬롯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업무강도가 강해졌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다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있던 아이가 샬롯이었으니까요. 가끔은 과잉 보호라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상냥함이 문제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하품을 하고는 눈을 비비며 입을 열었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샬롯. 제가 얼마나 오래 자고 있었죠?”
“티타임 30분 전입니다.”
샬롯의 가벼운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걱정이 묻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두시간 이상은 자고 있었겠네요. 15분 정도면 꺠워달라고 했었는데.”
잔뜩 볼을 부풀리고는 샬롯을 바라보았습니다. 샬롯은 멋적게 입꼬리를 올려보였습니다.
“너무나도 곤히 주무시기에 감히 깨우기 힘들었습니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 보았습니다. 다리에 힘이 살짝 풀린건지 휘청이기야 했지만, 물론 샬롯은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정적인 태도로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가볍게 기침을 하고서 당황을 감추어 보였습니다.
“손님들은 모두 오셨나요?”
“이제 막 도착하셨습니다.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시기에 일부러 깨우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것처럼 샬롯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였지만, 약간 고지식한 면이 있으니까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샬롯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였습니다.
“배려해 준 거로군요? 고마워요 샬롯. 본국으로 보낼 보고서에 행정서류. 그리고 얼마전에는 관리자까지 맡게 되었으니까요. 잠이 부족하기는 했어요. 내려가서 손님들께 곧 가겠다고 전해주겠어요? 잠을 깰 겸 세안이라도 해야겠어요.”
샬롯은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순수한 듯한 느낌이기야 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제가 외롭지 않게 정착할 수 있었던 거겠죠. 집무실을 나와 욕실로 향했습니다. 별장같이 준비해둔 가옥인지라 본국의 성보다는 훨씬 작기야 했지만 있을 것은 확실하게 전부 있었습니다. 물을 틀고서 가볍게 세수를 하고나니 오래된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거울에 비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비치고 있는 것은 푸른 물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준비해둔 왕관은 없었지만 어디를 보더라도 왕족의 느낌이 남아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왕족으로 태어나 예절과 지혜를 밀어넣듯이 성장해온 소녀, 동족은 부모님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욕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 나갔습니다.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약간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집은 건설한 지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일부러 살짝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있었습니다. 창문 밖에 보이는 정원에는 언제나 보던 얼굴이 샬롯과 함께 서있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신 건지는 알지 못했지만 시선이 이쪽을 향했기에 살며시 웃어보이며 슬며시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제 시선은 이제 그곳의 너머, (아라에서도 상당한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시선을 멀리하면 다른 지역이 얼핏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지역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곳엔 계절이 하나가 아니니까요. 저 멀리 다솜에는 아직 벚꽃이 보이고 있었고 가리엔 아직도 아름다운 단풍이 산을 수놓았습니다. 저는 경이로운 것을 맞이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을 떠다니는 조각 구름을 떼어낼 것처럼 지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혼자가 될 일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티파티를 한다고 했을 뿐인데도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고 무엇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를 얻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찾아간 건지, 그들이 저를 찾은 건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하나 둘씩 서로 모이고 있었다는 것은 얼마 안되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시간이 흐릅니다. 이제 곧 있으면 티타임이 시작될테니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움직이기 편한 드레스로 갈아입고서 왕가의 상징은 왕관을 써보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준비는 되셨습니까?” “샬롯, 저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요.”
문을 열고, 나가는 장소. 그곳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곳의 모든 이들에게서 그것이 어떤 것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용기를 받았습니다. 전 한 번도 아틀란티스를 떠난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곳은 상당히 재미있는 곳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슨 일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꾸만 저의 나라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있음에는 다름이 없었지만, 이곳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265 독백 고생하셨어요, 밸린주...!ㅠㅠㅠ(토닥토닥) 그래도 덕분에 엄청난 퀄리티의 밸린이의 독백을 읽었네요! XD 그리고 소설이나 게임에서 가져온 구절도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글 속에 녹여내는 것은 밸린주의 실력인 걸요. :) 존경스러워요!ㅎㅎㅎ 그리고 그렇다면 밸린이가 더 행복하도록 백성들의 행복도 마구마구 빌어야...!(???)
>>279 리스주의 강한 의지..저는 존중하겠습니다..!! 확실히 편한 사람은 없긴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다 버티려고 하면...그건 더욱 더 큰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조금은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아요! 여기가 아니라 현실의 누군가라던가 말이에요. (끄덕) 그리고...(덩실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