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 염색으로 의심받음직한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은 턱선보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의 단발 보브컷. 눈쎂을 덮는 길이의 앞머리는 시스루뱅으로 내었다. 동그랗기보단 갸름한 편인 얼굴형에 피부는 밝은 편. 옅은 주근깨 몇 점이 뺨에 콕콕 박혀있지만 여드름이나 뾰루지 등의 트러블은 없다. 밝은 갈색인 머리카락과 달리, 눈썹은 짙은 고동색의 일자눈썹. 눈동자 역시 눈썹과 같은 색이다. 비교적 옆으로 길게 뻗은 눈매에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전형적인 고양이상 눈매이지만, 옅은 쌍커풀과 길고 얇은 속눈썹 덕분에 사나운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시원시원해보이기도 한다. 반듯하고 오똑한 코에, 작고 도톰한 입술은 옅은 붉은색을 띈다.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학교에 다닐 때에는 걸리기 때문에 거의 하지 않는 편. 그래도 크게 제제하지는 않기 때문에 몰래몰래 하고 다니기도 한다. 짙은 화장보다는 옅은 화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키는 168.3cm로 평균보다 조금 더 크며, 본인은 조금 더 크고 싶어 한다. 희망 키는 170cm. 몸무게는 51.7kg으로 키에 비해 몸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도 꽤 마르고 늘씬한 편인데, 그 덕분인지 제 키보다 조금 더 커보이기도 해서 본인은 나름 만족하고 있다. 손발 역시 평균보다 조금 더 큰 편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맞는 신발 중 마음에 드는 신발이 많지 않다는 것 정도(250mm). 발을 1cm 정도만 잘라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내뱉는다. 교복은 기본적으로 규정에 맞춰 입지만, 종종 블라우스의 단추 윗부분 두세 개 정도를 푸르고 다니는 정도의 소소한 반항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복장불량으로 걸린 적은 없다. 사복 스타일은 짧거나 몸에 달라붙는 옷보다는 넉넉하고 긴 옷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조합은 롱스커트에 가디건, 그리고 발에 꼭 맞는 5cm 구두.
성격 : 잘 웃고, 장난도 좋아하고, 사교성도 좋고, 당당하고, 눈치도 빠른, 전체적으로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한 호감형의 성격. 낯가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좋고 본인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먼저 다가가는 편. 그 덕에 잦은 이사와 전학에도 대체로 겉돌지 않고 잘 지냈다. 전학이 잦았던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위의 분위기나 상대의 기분 등을 파악하는 스킬이 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할 말이 있다면 하는 편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타입. 외향적인 성격과는 반대로 문제나 고민 등은 웬만하면 혼자 해결하자는 주의. 가끔 고민에 빠지거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겉으로는 티를 잘 내지 않는다. 때문에 하나의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하다보니, 문제 해결에 있어서 헛다리를 짚거나 혹은 답답하고 소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반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다짐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 : 어렸을 때의 율은 지금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말수가 적었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는 율의 가족이 타지에서 막 이사를 왔던 때라, 그에 적응하느라 친구를 사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율과 친하게 지내준 한 친구가 있었고, 율은 그 친구와 단짝인 양 붙어 다녔다. 율은 그 친구를 특별하게 생각했고, 많이 좋아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중간에 율은 부모님의 사정으로 먼 타지로 이사와 전학을 가게 되었고, 더이상 그 친구와 만날 수 없어 이사를 가는 날 종일 울었다. 그렇게 자각하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첫사랑은 율의 가슴 한켠에 남은 채 멀어지게 되었다. 친구의 활발했던 성격은 알게모르게 율에게 영향을 주어, 율은 비교적 활발하고 밝아진 성격으로 전학을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의 이사와 몇 번의 전학을 다니면서도 초등학교의 그 친구만큼 특별한 친구는 만날 수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이사 얘기가 나왔을 때, 율은 별 고민 없이 찬성했다. 이사가 익숙해졌음도 이유였지만, 이사를 가는 지역이 그 친구를 만났던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n년만에 돌아가는 추억의 지역에 율은 오랜만에 그 친구를 떠올렸고,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기대감과 반가움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특징 : - 사교성이 좋은 만큼 교우관계 역시 좋다. 한 반에 최소 다섯 명 이상은 아는 사람이 있는, 교내의 마당발. 그렇지만 그렇게 많은 친구들 중 정말 좋아하는 친구는 몇 없다. - 할 말이 있다면 하는 성격 탓에 짧게나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당시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기도. - 타고난 포커페이스. 덕분에 무언가를 숨기거나 분위기에 맞춰 표정을 짓는 것에 능숙하다. -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의 습관이며, 고민이 많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불안할 때에는 꼭 왼손 엄지손가락을 물어뜯는다. 때문에 왼손 엄지손가락에 밴드가 칭칭 감겨있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시험기간이나 대회 기간. - 단 것을 좋아하고, 쓴 것은 먹지 못한다. 커피도 마시지 못해서 카페에 가면 딸기스무디나 레몬티를 주로 시킨다. - 의외로 음감이 좋다. 절대음감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음감이 상당히 뛰어난 편. 예체능생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한 플룻을 전공으로 삼고 있다. 덕분에 음악 선생님의 눈에 들어, 수행평가는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가끔 각종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기타 : (학교) - 문과 2학년 1반. 번호는 끝번호인 31번이다. 학번은 2131로, 외우기 쉬워 좋다고 생각하는 중. 1학년 학번은 1230이었다. - 성적은 나름대로 중상위권. 모의고사 기준으로 평균 2등급에서 3등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왔다갔다 한다. 현재는 3등급에서 4등급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수학이 가장 고민이다. - 동아리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CA시간에는 자율학습을 한다. 음악 선생님의 담당 동아리인 관현악부에 들라는 제안을 꾸준히 듣고 있지만 꾸준히 거절하는 중이다. (가정) - 가족 구성은 부모와 율 뿐인 3인 가족. 부모님과 율을 제외한 가족으로는 빵실한 엉덩이를 씰룩거리길 좋아하는 강아지 모모(웰시코기/3세)가 있다. 산책을 좋아하는 모모 때문에 하루에 산책을 두세 번씩 나간다. 낮에는 가족 모두 밖에 있기 때문에 주로 저녁이나 새벽 산책을 나가는 편. 주말이나 방학 때에는 낮시간에도 산책을 나간다. - 부모님의 사정으로 이사가 잦았다. 타지에서 유치원을 졸업한 후, 이곳으로 이사를 와 초등학교 입학했지만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초에 또 다시 타지로 전학을 갔다. 그 후에도 3번 정도 더 이사와 전학을 다녔다. 역시 부모님의 사정으로 다시 이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고향은 또 다른 곳. 언제 다시 이사를 갈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고등학교 졸업은 이곳에서 할 생각이다. (개인) - 한 율. 외자 이름인 만큼 성과 함께 불릴 때가 많다. 한율, 율, 유리 등 많이 불리지만, 제일 많이 불리는 애칭 겸 별명은 하뉴리. 덕분에 율의 sns 닉네임은 대부분 '하뉴리'로 설정해두고 있다. - 연애 경험은 전무. 자각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첫사랑을 제외한다면, 짝사랑 경험도 전무하다. 따라서 고백 경험도 전무. 고백을 받아본 경험은 있으나 전부 거절했다. 연애와 사랑은 인소와 순정만화로 배웠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연애가 고프지도, 그런 연애를 꿈꾸지도 않는다. 물론 솔로로 1n년을 산 만큼 사랑이나 연애가 궁금하기는 하다. 물론 정말 할 생각은 아직 없다. 아마도. -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만나 친해진, 하늘이라는 친구가 과거의 그 친구라는 것을 율은 알고 있다. 이름도 같고, 외모나 성격도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율은 하늘에게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늘이 어렸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이기 때문이었다. 율이 애매모호한 물음으로 여러 번 떠봤지만 하늘은 전혀 기억 못하는 듯했다. 정확히는 율과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약 10년이나 지난 일인 만큼, 율은 하늘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섭섭하긴 해도 큰 원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시 친한 친구가 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하늘과 다시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외형 : 전체적으로 아담한 사이즈. 신장은 156.8이지만 반올림 하면 157이니까!라며 꿋꿋하게 주장하고 있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 머리카락은 세미 롱 길이로 어깨 아래까지 살짝 내려온다. 살짝 올라간 눈매는 매섭다기보단 짓궂은 인상이 강하다. 감정이 그때그때 얼굴로 다 나오는 편이라 표정이 다양한 편.
성격 : 밝은 성격으로 매사에 긍정적이며 어떤 일이든 '어떻게든 될 거야!'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한 편,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나 상황을 직면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오래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다.
과거 : 어렸을 땐 지금보다도 더 즉흥적이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타입이었다. 인형놀이보다 밖에서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했으며 가장 친한 친구 한 사람과 자주 놀았다. 항상 같이 있고 싶고,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어하던 소중한 친구를 향한 그 감정이 사랑이란 것을 깨닫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첫사랑을 제대로 자각하기도 전에 친구는 멀리 이사를 가면서 서로 헤어지게 되고, 안타깝고 애틋하던 감정과 추억은 세월에 묻혀 희미해져 버렸다.
특징 : 어릴 때부터 곤란하거나 망설일 때 옷자락을 꾹 쥐는 버릇이 있다. 언뜻 보면 생각도 언동도 한없이 가벼워 나이에 비해 철이 없어 보인다.
기타 : ※ 가족구성원은 엄마, 아빠, 하늘. 3인 가족 외동딸이다. ※ 좋아하는 음식은 달콤한 간식류, 싫어하는 것은 쓴 것. 커피에도 시럽과 우유를 꼭 넣는다. ※ 동물을 좋아하지만 알레르기가 있어 가까이 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다(?) ※ 미적 감각이 특이한데 손재주까지 없어 미술 수행평가 점수가 항상 영 좋지 않다.. ※ 남의 연애 이야기엔 흥미가 많지만 자신의 연애감정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
첫번째 상황...은 일단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 사실 생각해둔 상황이 없어... ;▽; 자꾸 '둘이 합쳐서 반으로 나누자' '키 줄어드니까 ㄴㄴ' '힝구' 하는 상황이랑(대체 무슨 상황) 율이가 플룻 부는데 옆에서 하늘이가 소화기로 재즈 포 유어 소울(???)하는 상황밖에 안 떠올라...(대체 무엇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즈 포 유어 소울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ㅠㅠㅠㅋㅋㅋㅋㅋㅋ아 미치겠다 너무 웃기고 귀여워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 좋지! 둘을 다른 반으로 설정했으니까, 쉬는시간에 잠깐 만나는게 아니고서는 같이 있을 시간이 등하교시간이나 수업이 겹치는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 밖에 없긴 하겠지만..ㅋㅋㅠㅠ 아무튼 그럼 등교하는 중은 어때? 2학년이 된 새학기 첫 등교라거나, 아니면 이미 학기중이어도 괜찮고. 1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으니까, 방향만 어떻게 맞다면(?) 등하교도 같이 하지 않았을까 해서.. 각자 반에 도착해서 헤어지기까지 얘기할 시간도 많고?
헉 내가 너무 늦게 확인했네 미안해8ㅁ8.. 내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 레스 확인이 조금씩 늦어질 것 같아ㅠㅠㅠ.. 응응 좋아! 그럼 첫 상황의 제목은 보통의, 보통 빠르기의 [Moderato]가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괜찮다면 이번 선레는 내가 쓸게!
그나저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저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정말 너무 웃기고 귀여워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하늘이의 소울 넘치는(?)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율이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하늘주 그림 잘그린다..!!! 부러워!! 아 진짜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웃음이 멈추질 않아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율은 빠르게 코트의 단추를 채운 후, 책가방의 내용물을 다시 확인했다. 이로써 세 번째 확인이었다. 일곱 권의 책과 다섯 권의 노트, 그리고 필통과 담요를 확인한 율은 가방의 지퍼를 채워 잠근 후, 책가방을 매었다. 두꺼운 교과서가 일곱 권이나 들어있기 때문인지 가방은 꽤나 무거웠다. 율의 입술 사이로 끄응, 신음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앞으로는 사물함에 두고 다닐 거니까, 당분간만 참자. 그렇게 생각하며 율은 방을 나왔다.
"모모야, 언니 학교 갔다 올게."
율은 방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모모에게 손인사를 건네었다. 율의 인사를 알아들었는지, 모모는 왕! 하고 한 번 짖고선 제 긴 혀를 주욱 내밀며 헥헥 웃었다. 율은 한달음에 현관까지 걸어가, 엊그제 새로 산 검은 단화를 신발장에서 꺼내었다. 새학기, 새신발! 율이 그렇게 주장하며 단화를 사왔을 때, 율의 어머니는 "있는 신발이나 잘 신지 무슨 주책"을 부리냐며 한소리를 했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는 만큼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면 좋지 않나? 율은 입을 삐죽이다가, 곧 자신의 새신발에 발을 집어넣었다. 금새 신발을 다 신은 율이 현관문을 열기 위해 팔을 뻗자, 그와 동시에 율의 뒤에서 왕! 하고 모모가 율을 불렀다. 율이 뒤를 돌아보자, 신발장 앞에 앉아 엉덩이를 흔들며 율을 바라보고 있는 모모가 있었다. 오늘따라 율을 바라보는 모모의 크고 동그란 눈이 유난히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모모의 황색 털도 어쩐지 황금빛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율은 현관문 손잡이로 뻗은 손을 거두고, 뭔가에 홀린 듯 몸을 돌려 모모를 껴안았다.
"모모~ 내가 너를 두고 어딜 가겠어~ 언니 학교 가지 말까? 응? 종일 모모랑 놀까?"
율이 중형견인 웰시코기 모모를 껴안고 모모의 털에 얼굴을 부비적대었고, 모모는 그저 좋다는 듯 꼬리와 엉덩이를 함께 흔들었다. 아유, 이쁜 내새끼. 얼마 지나지 않아 율의 어머니가 "주접떨지 말고 학교나 가"라며 율의 무거운 가방을 한 대 후려친(?) 후에야 상황은 종결되었다. 율은 투덜거리며 모모를 놓아주었고, 무거운 가방과 함께 겨우겨우 집을 나왔다.
아직 3월 초라 그런지 바깥은 꽤 쌀쌀했다. 코트를 입었음에도 한기가 도는지, 율은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후 어깨를 움츠리고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만져졌다. 핸드폰? 아, 지금이 몇 시지? 율은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하늘이와의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애초에 먼저 가서 기다릴 생각으로 일찍 준비했기 때문에, 이정도는 늦장을 부려도 괜찮았다. 율은 다행이라는 듯 숨을 내쉬었다. 반투명한 입김이 눈앞에 화악 퍼졌다. 사실, 그것보다는 등에 매달려 있는 무거운 가방이 신경쓰였다. 이걸 등에 매단 채 걷고 있자니, 어쩐지 무거운 등딱지를 달고 있는 거북이가 된 기분이었다. 거북이는 어떻게 매일 그 무거운 등딱지를 메고 살 수 있는지. 혹시 인간은 거북이보다 못한 게 아닐까? 이쯤 되니 거북이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걷던 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 장소인 신호등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하늘이 사는 곳과 율이 사는 곳의 교차점이었다. 보아하니 아직 하늘이는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율은 다시 한 번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까지 약 2분 정도 남았다. 모모랑 조금 더 놀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율은 무거운 가방을 다시 고쳐 매고선, 하늘이 올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여기서 더 줄어들면 안 된다고! 무거운 가방 때문에 키가 줄어든다니 너무 슬프잖아! 가방이 무거운 건 교과서며 공책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고, 이건 가방에 교과서를 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든 학교가 나쁜 것이야! 뭐, 생각해보면 새학기 시작하는 날이니까 아직 사물함을 못 쓰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런 만큼 가방에 교과서를 넣어 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학교 탓을 해본다. 아무튼 키가 줄어들 것 같은 가방을 짊어지고 현관문을 나서자 쌀쌀한 공기가 가차없이 달려든다. 흐아, 춥다. 경량패딩도 패딩이긴 하지만 역시 두툼한 롱패딩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3월이니까~하고 얇은 패딩을 골라 걸친 게 잘못이었나.
“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다시 들어가서 갈아입으면 지각할테니까…”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서 두 손을 주머니에 잘 넣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을 조금 웅크린 채로 걷게 된다. 춥다 추워~ 하고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약속장소를 향해 걸었다. 너무 늦진 않았겠지? 날 두고 먼저 갈 친구는 아니니까, 기다리다가 둘이 사이좋게 지각이라도 하면 안 되는데. 내가 지각하는 건 상관없지만 뉴리마저 지각하게 할 순 없어!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어느새 걷는다기 보단 가벼운 조깅에 가까운 빠르기가 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운동인가, 건강한 삶이네! 대체 어디서 연상됐는지 모를 생각이 잠시 떠오른 것은 덤이다.
점점 신호등이 가까워진다. 저 멀리 율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반가움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 기세를 타고 한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크게 흔들며 외쳤다.
“뉴─리!!! 안녕!! 나 늦었어? 아직 안 늦었지???”
뛰느라 핸드폰을 들여다 볼 생각을 못해서,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잘 모르겠네! 지각한 게 아니면 좋겠는데. 율이 앞에 도착하고 나서 하아─하고 숨을 몰아 쉬었다. 오, 입김 쩐다. 기관차 같은데.
“와, 입김 봐! 이거 완전 토마스와 친구들 아니냐! 이히힛, 아, 많이 기다렸어? 미안!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뭐 덜어낼 거 없나 한참 고민하다 좀 늦게 나왔지 뭐야. 으 정말이지 새학기는 이래서 귀찮아. 빨리 다 사물함에 넣어두고 생활하고 싶다~ 맞다 우리 아직 지각 아니지? 설마 내가 늦어서 너까지 늦은 거 아냐?”
언제 오려나?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켰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도중, 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고개를 들었다. 저 앞에서 하늘이 팔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달려오는 모양새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 생각에 율은 피식 웃으며 간이 확성기마냥 두 손을 손날을 세워 입가에 대고선 주의를 주듯 소리쳤다.
"안 늦었으니까 조심해-! 그러다 넘어지면 큰일난다!!"
그렇게 소리치고 씩 웃던 율은, 그제서야 제 검은 코트에 황색의 얇은 털들이 간간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머리카락인가 싶어 한 올 떼어보니, 율의 머리카락이라기엔 길이가 짧고 좀 더 노란 빛이 도는 것이 아마 모모의 털인 듯했다.
"아, 아까 붙었나보네.. 이하늘 알레르기 있는데."
내가 돌돌이(테이프 클리너)를 챙겼던가? 분명 아까 확인했던 게.. 교과서 일곱 권과 노트 다섯 권, 필통 그리고 담요. ..안 챙겼잖아? 망했다는 얼굴을 한 율은 곧바로 허둥지둥 자신의 코트에 붙어있는 털들을 하나씩 떼어냈다. 아까 모모의 유혹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안 되겠다. 최대한 옆에서 떨어져 걸어야지.
그러는 사이, 율의 앞에 하늘이 도착했다. 하아- 하고 숨을 몰아쉬는 것이, 꽤 열심히 달려왔나보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허옇게 퍼지는 입김에 토마스와 친구들 같다며 웃는 하늘을 보며 율 역시 그게 뭐냐며 웃어보였다. 이후에 이어지는 하늘이 투정에 맞장구를 치면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율은, 아직 지각은 아니냐는 하늘의 말에 핸드폰 화면을 켰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50분. 등교시간 커트라인은 8시 20분. 여기서 학교까지 걸어서 약 20분. 상당히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음- 아니. 아직 좀 여유 있어. 아, 신호등 켜졌다. 건너자."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바뀌는 신호에 율은 하늘에게 고갯짓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빨리 걸어야 하나? 아니면 옆으로 한두 발자국 떨어지는 게 낫나? 털 조금 붙은 걸로도 알레르기가 반응하려나 잘 모르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없다. 게다가 아침부터 알레르기로 고생하면 안 되잖아. 그것도 내 실수로. 그렇게 생각하며 율은 하늘과의 걸음 속도를 맞추면서도 둘 사이에 일정 거리를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내면 괜찮겠지.
"그러고보니까 우리 이번에 반 갈렸던가? 우리 하늘이 나 말고 친구 없는데 어떡해~?"
율은 놀릴 의도가 다분한 말투로 장난스레 웃으며 말끝을 올렸다. 물론 하늘에게 친구가 율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니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고 밝은 성격과 특유의 귀여운 느낌으로 언제나 주위에 친구가 많았던 하늘이었다. 애초에 정말로 친구가 나밖에 없었다면 이런 농담도 못 건넸겠지. 율은 혹시 반박이 들어올까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 수업시간에 몰래 같이 간식 먹는 건 무리겠네. 아쉽다~ 꽤 스릴있고 재밌었는데."
율은 씩 웃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반이 갈린 것에서 아쉬워할 사람은 하늘이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좀 여유 있다는 말에 안심하고 웃다가 갑자기 나온 재채기에 당황했다. 엥, 어라, 갑자기 왜 이러지?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가? 찬 공기를 죽어라 마셔가며 뛰어왔으니 폐가 놀랄만도 하지. 혼자 멋대로 결론까지 내린 다음 코를 훌쩍이며 신호등 켜졌다는 말에 급히 다리를 움직였다. 묘하게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어 대체 뭘까, 잠시 고민했지만 의외로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평소보다 율이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에엥, 왜 그러지? 나한테서 무슨 냄새라도 나나? 아닌 것 같 같은데…
“응? 아! 맞다 반 갈렸지… 뭐어? 나 친구 많거든! 너무 많아서 친구로 피라미드도 쌓을 수 있거든~?”
사람으로 피라미드를 쌓는 건 위험하니까 안 하는 것뿐이거든! 하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내심 쓸쓸했다. 친하던 친구가 바로 옆이라지만 다른 반이 되는 건 역시 조금 쓸쓸한 일이니까. 집에 오가는 길도 같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만나면 된다지만 그래도 뭔가,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잘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율이 말고 친구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니까, 앞으로 혼자 어떻게 다니지?같은 걱정은 별로 들지 않지만.
“앗, 설마 뉴리… 이제 다른 반이라고 나랑 떨어져서 걷는 거야? 너무해… 히히히 장난이야 장난! 아, 그러네. 이제 몰래 간식 나눠먹는 것도 못하겠네. 아쉽다~ 근데 나 깜빡하고 과자 또 들고 와버렸는데. 그럼 성실하게 수업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나눠먹어야겠네?”
스릴있게 수업시간에 둘이 간식을 나눠먹던 것도 이제는 못하겠네. 율이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려고 했지만 입꼬리가 생각만큼 안 올라간다. 반이 갈린 것도 그렇고, 묘하게 거리를 두는 것 같은 지금도 그렇고. 이상하게 쓸쓸한 느낌이라…
“아~ 정말~ 학교 가기 싫다~”
툭 내뱉으면서 고개를 올리고 시선을 저 멀리 하늘로 던졌다. 작년 그대로 계속 같은 반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쭉 같이 있는 게 좋은데. 왜 우릴 갈라놓은거야! 애꿎은 학교를 원망해도 이제와서 바뀌는 건 하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될 거야. 흘러내리는 가방 끈을 다시 메면서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순간 다시 재채기가 나왔다. 으앙! 코가 매워!
“흐에췻!!! 으~ 감기오나? 3월이라고 너무 얇게 입고 나왔나 봐. 그냥 롱패딩이나 입을 걸.”
알싸하게 저려오는 코 안쪽에 차가운 공기가 닿으니 더 쓰리다. 한 손으로 코를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아, 이건 그게 아니라... 엥? 잠깐만. 오늘 첫날인데도 과자 가져왔어? 이거이거, 수업 듣기 싫었구만? 아무튼 그럼 4교시 끝나면 찾아갈게. 점심도 같이 먹을거지? 물론 피라미드를 쌓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친구들이랑 먹을 거라면.. 하뉴리는 쓸쓸하겠지만 그래도 보내줄게.."
장난스러운 말과 달리 어쩐지 평소보다 차분해보이는 하늘의 표정에, 율은 일부러 삼인칭을 사용한 농담과 함께 쓸쓸한 척 과장되게 어깨에 힘을 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선 곁눈질로는 하늘의 눈치를 살폈다. 어째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학교 가기 싫다며 투정부리듯 툭 내뱉는 하늘의 말에 율은 "그러게~"라며 짧게 대답하고선 하늘을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율 역시 별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옆에서 걷고 있는 친구와 반을 달리 써야 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하늘이 그렇듯 율 역시 교내의 마당발답게 하늘 외에도 친구들이 존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하늘만큼 좋아하는 친구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다. 어떻게 다시 만난 친구인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반이 갈라졌으니 율이 아닌 더 친한 친구를 만들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늘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율에게는 벌써 두 번째 헤어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 서운하고 싫은지 모른다.
아쉬움과 서운함으로 입을 댓발 내밀고 있는 율을 다시 현실로 이끈 것은, 바로 옆에서 들린 재채기 소리였다. 흐에췻! 이런. 벌써 두 번째 재채기였다. 율은 당황스러운 듯 자신의 코트와 하늘을 두어 번 번갈아 바라보고선 곧 한숨을 내쉬었다.
"야, 그거 감기가 아니라..! 너 나한테서 떨어져서 걸어. 아까 얘기를 못했는데, 나 오늘 집 나오기 직전에 모모랑 한바탕 뒹굴고 왔단말야.. 이정도 떨어져서 걸으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봐. 미안.."
오늘따라 모모가 치명적으로 귀여워서 그만.. 율은 당황스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으며 한 손으로 뒷목을 긁적였다. 이걸 어떡하지? 여기서 따로 가자고 하기도 좀 그렇고. 그러던 중, 율은 순간적으로 머리에 스친 생각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박 좋은 생각! 완벽한 계획! 그레이트 한 율! 그렇게 속으로 자화자찬을 하며 하늘을 부른 율의 표정은 어딘가 자신감에 차 있는 듯했다.
"하늘아! 나 저기 버스정류장에 가 있을테니까 천천히 걸어와! 알았지!?"
손가락으로 저 앞을 가리킨 율은, 하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긴 다리를 뻗어 앞을 향해 껑충껑충 뛰어나갔다. 그렇게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율은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율은 책가방을 벗어 정류장의 의자 위에 올려두고선, 코트의 단추를 풀어 벗었다. 코트에 붙은 모모의 털이 문제인 만큼, 털이 붙은 코트를 가방에 봉인할 생각이었다. 율은 가방을 열어 담요를 꺼낸 뒤, 빈 자리에 코트를 접어 쑤셔 넣었다. 구겨지기야 하겠지만, 저녁에 집에서 다리면 될 일이다. 가방에 코트를 넣고 지퍼를 닫자, 담요가 들어있을 때보다도 더 빵빵하고 무거워진 가방이 율을 맞이했다. 덤으로 초봄의 싸늘한 바람도 교복차림의 율을 맞이했다. 악! 추워! 비명이 절로 나오는 바람이었다.
"그래.. 이럴 줄 알고 담요를 꺼냈다는 말씀!"
율이 꺼낸 붉은색 담요는 집어넣은 코트보다 두껍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지만, 분명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율은 담요를 어깨에 두른 후, 가방을 다시 등에 업었다. 업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았다. 어린 아이를 등에 업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세상의 수많은 양육자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으, 추워..! 하늘이는 오는 중인가?"
얘가 원래 이렇게 걸음이 느렸던가? 아니면 내가 준비를 너무 빨리 했나? 율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한 하늘을 찾으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구… 수업이 지루할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몰라서 가져왔다는 것이야! 말하자면 유비무환이라는 것이지. 그래! 점심 같이 먹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으… 정말… 뉴리가 쓸쓸하면 하느리도 슬프니까!! 뉴리랑 같이 먹을 거라구~”
어깨에 힘이 쭉 빠진 뉴리를 보고 아차 싶었다. 아니, 그, 반이 갈린 게 아쉽고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걱정시킬(?)생각은 아니었는데. 조금 허둥지둥하는 느낌으로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마구 말을 꺼냈다. 하뉴리, 하느리. 발음 구분하기도 어려운 서로의 별명도 섞어가면서. 참 사람이라는게 신기하다니까. 조금 전까지는 반이 갈라져서 침울했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비슷한 별명, 마치 한 세트라도 되는 듯 발음이 비슷한 별명을 둘이서 가졌다는게 참 좋아서 조금 기분이 풀린 느낌. 자연스럽게 표정도 풀리는 느낌이었다.
“으아, 콧물 나온드아… 응? 뭐? 모모라고? 모모라고 했어 지금??? 세상에 모모쟝…”
그럼 이게 감기가 아니라 알러지였다고? 하지만 모모라면 그래도 좋아!!! 한순간에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아앗, 모모는 사진으로만 봐도 귀여운데 코트에 붙은 털은 얼마나 귀여울까. 율이에게 붙은 터럭 하나라도 좋으니까 제발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해주세요! 눈을 크게 뜨고 율이를 구석구석 훑어보다가 앙증맞게 붙은 모모털(이라고 추정되는 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음, 그것보다 율이가 갑자기 껑충껑충 뛰어가는 것이 빨랐다. 아니! 왜?! 기다려! 가지마아아!!! 스테이!! 스테이이이!!!
“앗, 안돼! 가지마!!! 제발 모모 털 하나라도 좋으니까 주고 가아아아아아…”
안타깝게 외치지만 그 외침은 율이에게 닿지 않았다. 가더라도 모모 터럭 하나는 주고 가아아아… 과장이 가득 섞인 동작으로 뻗었던 팔을 거두고 재빨리 달려서 쫓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알러지가 있어도 내가 좋다는데 왜!! 반드시 모모(의 털)를 끌어안고 말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뛰기 시작한 건 좋은데… …참 좋은데… 이미 아까 집에서 나올 때도 뛰어서 그런가 너무 지쳐서 더는 못 뛰겠다. 결국 십 리는커녕 1미터도 못 가서 걸음이 느려졌다. 아윽, 이거 분명 내일 다리에 알배긴다…
결국 코를 훌쩍거리면서 천천히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갑자기 슈퍼맨? 슈퍼걸?로 변신한 율이가 고개를 빠끔 내밀고 있었다. 뭐야 이 상황?
“엥? 뭐야뭐야? 왜 슈퍼맨이 됐어? 코트는 어쩌고??? 혹시 나 때문이야? 나는 약 먹으면 되는데, 왜 코트를 벗은 거야. 감기 걸리면 어쩌게, 이 바보야!”
아무리 3월이지만 코트 같은 겉옷 없이 지내기엔 가혹한 날씨. 이런 날씨에 코트를 벗어버리면 어떡해! 하지만 여기서 코트를 입으라고 말해도 분명 율이는 거절하겠지. 어쩌면 안 들리는 척 하고 능청스럽게 그냥 걸어갈지도 몰라! 잠시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재빨리 가방을 내려서 주머니를 뒤적였다. 음, 아마 여기 어딘가에… 어… 없나…? 아니 있어야 하는데… 앗, 찾았다!
“자 이거! 이거라도 써!”
가방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핫팩을 꺼내 율이에게 내밀었다. 간직했다고 하기엔 그냥, 길 가다가 받은 걸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지금 생각났다는게 더 어울리지만. 핫팩에 [@@논술]이라고 적힌 스티커도 붙어있긴 하지만… 뭐 어때! 쓸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뉴리가 쓸쓸하면 하느리도 슬프니까! 힘빠진 척하는 율의 모습에 당황했는지 허둥지둥 무마하듯 내뱉은 하늘의 말에, 율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하뉴리, 하느리. 하늘의 말에 섞여온 이름들은 서로의 귀여운 별명이었다. 조금만 발음이 새어도 구분이 어려울, 마치 한 세트인 양 비슷한 별명. 율은 그렇게 맞춰진 별명이 참 좋았다. 서로가 더 특별해 보이니까. 서로에게 가장 알맞은 짝이 될 운명인 것처럼 보이니까. 그걸 뭐라고 하더라, 소울메이트?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니까 헷갈린다"고 했을 때도 율은 그저 기분이 좋았다. '하느리'의 가장 친한 친구는 '하뉴리'라고 확인 받는 느낑이었다. 바로 옆의 작은 친구도 똑같이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율은 하늘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고 다시금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표정이 풀린 것은 좋은데, 모모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뭐랄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랬다. 아니, 그것보다 알러지라니까 뭘 그렇게 좋아하고 그런대?! 모모가 그렇게 좋은가? 물론-! 우리 모모가 좀..아니, 정말 많이 귀엽지. 아파트 한 채, 아니, 지구도 부술 수 있을 만큼 큐티파워가 넘친다. 아무리그래도 알러지까지 있으면서 모모라는 이름 하나에 그렇게 눈을 반짝이면..
"이렇게 두고 달려온게 과연 잘 한 일인가 싶어지는 표정이던데."
율은 붉은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저가 달려온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고 온 하늘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쪽으로 천천히 오라고 하긴 했는데, 얘 걸음이 이렇게 느렸던가? 설마 이 거리를 걸어오는데 체력이 다 빠진 건 아니겠지? 아, 맞다. 하늘이 아까 달려왔었지!? 체력이.. 그렇네.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 어흐, 추워라. 춥다는 말을 대략 한 다섯 번을 더 중얼거렸을 때 하늘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니 그래도 내가 부주의했던 거니까.. 그나저나 바보라니.. 헐, 그럼 나 괜찮지 않을까? 원래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댔다고~"
물론 씨알도 안 먹힐 얘기일 게 뻔했지만, 율은 능글맞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아무리 바보라도 오늘같은 날씨에 교복 위에 담요만 두르고 있으면 감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율은 혹시나 하늘이 다시 코트를 꺼내라고 할까봐, 먼저 선수를 치고자 "그럼 갈까!"하고 씩씩하게 발을 내딛었다. 그렇지만 하늘은 걸음을 옮기는 기척조차 없었고, 그렇기에 율은 머쓱하게 다시 뒤를 돌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가방을 뒤적이던 하늘이 이거라도 쓰라며 율에게 무언가를 건네었고, 율은 얼떨결에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받고나서야 무엇인지 확인하자, 율의 두 손 위에 얌전히 올려진 것은 [@@논술] 스티커가 붙은 핫팩이었다.
"헐 뭐야~ 나 이런거 없어도 되는데! 뉴리 걱정돼서 주는 거야? 어떡해~ 아까워서 못 쓰겠다~!"
하느리 착해, 천사야!! 핫팩을 받은 것이 좋은 건지, 율은 신난다는 듯 웃으며 괜히 오버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걸 보고 주접을 떤다고 하던가. 어떤 수식어가 붙든, 일단 당장 율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것은 확실했다. 아까워서 못 쓰겠다며 주책맞게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핫팩을 든 오른손은 열심히 핫팩을 흔들고 있었다. 받은 한팩을 정말 보관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다. 보관하더라도 사용한 후에 보관해야지.
"앞으로는 모모쟝이 아무리 귀여워도 꾹 참고 나와야지.. 두 번 슈퍼맨 됐다가는 얼어 죽겠네."
얼른 가자는 하늘의 말에 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점점 열이 오르는 핫팩을 얼굴에 부비적거리며, 율은 빵빵한 가방을 다시 매고선 다시 등굣길에 발을 내딛었다. 율은 핫팩을 쥐고 남은 한 손으로 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유를 부린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나보다. 물론 그렇다고 여기서 더 여유를 부렸다간 큰일나겠지만.
"아~ 학교 가기 싫다. 하느리도 없고, 이제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나.."
한탄하듯 짧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 끝에, 율은 "우리 작은 하느리 놀리는 맛에 학교 다녔는데."하고 장난치듯 덧붙이며 하늘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둘렀다기 보다는 가볍게 걸쳤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율은 "우리 하늘 어린이, 키가 몇이라고요? 155~??" 하며 하늘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다. 옛날에는 작은 키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못 본 사이에 성장이 멈춘 건지. 고등학교에 올라와 다시 하늘과 재회한 율은 자신보다 훨씬 작아진 하늘을 보며 혼자서 놀라워했었다. 물론 이제는 작은 하늘이 더 익숙해진 것 같지만.
/ 사실 이제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율이 이름이 하늘이에서 수정된 것인 만큼 일부러 발음도 하늘이랑 비슷하게 하려고 한 율[하뉼]로 지었어.. 그걸 부각하려고 '하뉴리'라는 별명 설정을 만든 건데 '하느리'랑 같이 세트가 되다니 너무ㅠㅠㅠ귀엽고 좋아..!! 하늘주가 캐치해준 것 같아서 좀 기쁘기도 하구 XD
“후후훙~ 이게 다 내가 착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 아니, 아까워서 못 쓰겠다는 분이 지금 바로 쓰고 계십니다만? 히히히히.”
착해! 천사야! 하는 율이의 호들갑에 맞춰서 으쓱 어깨를 올리고 있는 생색 없는 생색 전부 다 끌어 모아 내고 있었다. 물론 장난으로 하는 거니 적당히 장단만 맞추고 말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한참 으쓱으쓱 자란다(?)를 하고 있다가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니나~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그래, 했다. 뒤에 이어서 따라붙어 오는 그 말만 아니었으면 ‘그러게 말이야’로 시작해서 학교 싫다를 아주 아주 길게 풀어서 말했을텐데.
“야, 작은 하느리를 건들면 아주 하마되는 거에요… 난 아직 성장기라고! 두고 봐! 언젠가 꼭 너보다 이──만큼 커져서 널 내려다 봐주겠어…!!!”
일부러 몸을 조금 바들바들 떨면서 이를 악물고 드그브르그…하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율이가 나한테 얹은 팔은 딱히 떨쳐내지 않았다. 아니, 이거 은근히 안정감이 느껴져서(?)… 제법 익숙하기도 하고. 누름돌에 눌리는 장아찌같은… 이게 대체 뭐람. 그리고 성장기라고 말은 해도 솔직히 율이보다 키가 더 커질 자신은 없지만. 아니, 대체 뭘 먹었길래 저렇게 키가 크담? 난 아무리 우유를 마셔도 제자리인데! 흰 우유가 아니라 딸기나 초코인게 문제인가? 하지만 흰 우유는 맛이 없는 걸… 큰 키의 비결이 대체 뭘까, 운동인가? 철봉에 매달리면 중력 때문에 아래로 잡아당겨져서 키가 좀 자란다던가? 야자 하기 전에 잠깐씩 해볼까. 그치만 아직 추우니까 좀 따듯해지면 하자. 성장기니까 조금 느긋하게 운동해도 자랄 거야 분명.
“아무튼… 아~ 학교 가기 싫다~ 새 학기부터 이러면 일년을 어떻게 버티지?”
결국 입에서 나온 건 율이랑 비슷한 한탄이었다. 그런 한탄을 뱉는 입과 정반대로 발은 착실히 걸어서, 학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학교 건물과 교문이 점점 가까워진다. 문득 떠올려버린다. 작년까지는 이렇게 둘이 딱 붙어서 같은 반에 들어갔지만 올해부터는 따로 떨어져서 다른 반으로 가야 하는구나. 익숙한 것이 바뀐다는 약간의 불안함에, 괜히 어깨에 얹힌 율이의 손을 한 손으로 살짝 만졌다.
“…야, 그래도 바로 옆 반이라 다행이지 않아? 저기 복도 양쪽 끝 반으로 서로 갈라졌으면 더 쓸쓸했을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지, 그치?”
교문 안으로 들어서며, 아마 우리반이 있을 층을 가리키면서 괜히 ‘그나마 바로 옆이니까 괜찮다’는 식의 말을 꺼내보지만 생각만큼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바로 옆이라도 따로 떨어지는 거니까. 같은 반일 때도 자리가 멀면 조금 외로워지곤 했었는데. 역시 몇 번을 생각해도 쓸쓸하고 아쉽다. 그래도 유치원생도 아니고, 반이 다르다는 걸로 울고 떼를 쓸 나이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일부러 그런 생각을 몇 번이고 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 앗 진짜? ㅋㅋㅋㅋ다행이다! 잘 잡아냈어!!! 마이볼!(?) 그리고 하늘이 율이 정색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하뉴리'라고 하길래 초반에는 뉴리링... 뉴리리리링(???)같이 부른다고 하려다가 뉴리&느리 해서 비슷한 쪽으로 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바꿨거든! 잘했어 과거의 나야!!!(? 암튼 점심시간 틈타서 답레 남길게! 율주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밥도 잘 챙겨먹고!! 좋은 하루 되시라!! XD
"우리 작은 하늘이 아직 성장기에요~? 우유랑 멸치 많이 먹고 쑥쑥 커서 언니보다 커질 거예요~??"
율은 한 톤 올라간 목소리와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얄밉게 하늘을 놀렸다. 율의 놀림에 일부러 몸을 바들바들 떨며 이를 악 무는 하늘이 귀여워, 율은 아핫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한쪽 팔을 마저 뻗어 하늘을 한 번 가볍게 껴안았다. 아악! 귀여워! 작아! 작고 귀여워! 어떡하지. 너무 귀엽다. 반응이 좋으니까 놀리는 맛이 있어! 귀여워! 율은 하늘을 안은 팔을 금방 풀어 하늘을 놓아주었다. 물론 본래 하늘의 어깨에 걸쳐두었던 팔은 여전히 하늘의 어깨 위에 걸쳐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하늘의 한탄을 들은 율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런 것도 이제 오늘부터는 자주 못한다는 거지? 아- 어떻게 버티냐, 진짜. 율은 그저 둘을 갈라놓은 학교가 야속하기만 했다. 선생님들도 너무하시지. 둘이 죽고 못 사는 거 알면서 반을 갈라둘 수가 있나? ..어쩌면 그래서 갈라둔 건가?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그런 의미라면 꽤 현명하신 선택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처사라고 율은 생각했다. 율은 부드러운 손이 제 손을 살짝 어루만지는 느낌에, 그쪽으로 시선도 옮기지 않고 그 손을 살짝 잡았다. 율은 하늘도 저와 같은 심정임을 느꼈다.
"오,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나마 다행이다. 바로 옆이니까 자주 놀러 갈 수도 있고.. 맞아. 너, 친구들이랑 인간 피라미드 만든다고 내가 찾아가는 거 모른 척하면 안 돼! 알았지?"
장난 반절, 진심 반절. 골고루 섞은 말을 농담하듯 툭 내뱉은 율은 고개를 옆으로 숙여, 하늘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맞대었다. 원래같았으면 하늘의 정수리에 제 턱을 올려두었겠지만, 오늘은 학기 첫날인 만큼 하늘이 맨 가방 역시 뚱뚱해서, 가방의 부피 때문에 뒤에서 하늘을 안을 수가 없었다. 그게 좀 더 안정감 있고 괜찮은데. 안타까운 일이라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니, 사실 정말 안타까웠다. 이대로 교실에 들어가게 되면 할 수 없을테니까. 둘은 같은 교실을 쓰지 않을테니까. 교문을 통과하고 하늘이 건물을 가리키니 그게 더 실감이 났다.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외로워지는 듯한 느낌에 율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이 뉴리님께서 특별히 오늘은 쉬는시간 내내 너희 반으로 찾아갈게! 새학년 첫 과제인 친구 만들기를 포기하고 하느리를 택하겠다는 것이야! 어때, 언니 멋있지? 반하겠지?"
율은 언제 울적했냐는 듯 자세를 바로 세우고 씩 웃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오버스럽고 밝게 입을 떼었다. 어차피 그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결정....한 것은 물론 아니고. 직전까지도 속으로 투덜거리던 율이 태도를 바꾼 것은 오직, 제 옆에서 여전히 표정 뒤로 은근하게 아쉬움이 내비치는 하늘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율을 좋아한다는 것이었기에 내심 흐뭇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 우울해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새학기가 시작되는 처음 일주일은 일년간의 인간관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하늘을 묘하게 우울한 모습으로 반 친구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율은 하늘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풀고선 하늘을 비스듬히 마주보았다. 그러고선, 자신의 두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의 양쪽 입꼬리를 콕 찍어 위로 올렸다.
"그러니까 이렇게 웃으면서! 반에 들어가기! 응? 쉬는시간이랑 점심시간이랑 다 찾아갈테니까~"
이거 봐. 웃으니까 얼마나....헉, 하느리 볼살 말랑말랑! 두 손가락으로 하늘의 입꼬리를 올리자, 함께 밀려 올라간 볼살에 율은 웃음을 터트렸다. 짓궂어 보이는 눈매와 손가락에 의해 밀려 올라간 뽀얀 볼살이 묘하게 귀엽게 어울렸다. 나 이거 찍어두고 싶어.. 나는 왜 손이 세 개가 아니야? 왜? 인간이란..! 그렇게 중얼거리며 율은 하늘의 볼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렸다. 많은 학생들이 그들을 지나치며 등교하고 있었고, 그들 역시 점점 건물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곧,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기다려줘서 고마워 하늘주ㅠㅠ 앞서 얘기했듯 아마 앞으로 답레는 주로 이 시간 쯤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마저도 매일매일 들어올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ㅠㅜㅜ 원래도 일정이 휙휙 바뀌고 들쑥날쑥했는데 요즘따라 더 심해지고 있어서.. 그래도 최대한 자주 들어오려고 노력할게!!8ㅅ8 좀 이른? 늦은? 시간이지만 하늘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XD
열받음을 한껏 표현했는데 어째서 돌아오는 것은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와 행동이란 말인가!!! 얕보지마아아아!!! 하고 외치려는 걸 꾹 참고 이를 악물고 바들바들 떨었다. 이렇게 해도 사실 진짜로 화나거나 한 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평소에 하던 주고받기 정도였다. 율이가 살짝 끌어안는 것과 동시에 이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 그 증거지! 증거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항상 하던 것들도 이제는 점점 줄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씁쓸해졌다.
“에이, 그냥 말이 그런 거지 진짜로 피라미드를 만들려면... 교실은 너무 좁잖아!”
마치 정말로 피라미드를 쌓으려던 것처럼 말하고 나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니 뭐 장난이긴 한데… 진짜 피라미드를 쌓기엔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톡, 하고 머리에 와 닿은 익숙한 중량을 느끼며 쿡쿡 웃었다. 웃으면서도 벌써부터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자신을 배려하듯 오늘은 쉬는시간 내내 찾아오겠다는 말을 하는 율이가 너무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반하겠지?’라는 말에 덥썩 대답했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입술 양쪽 끝이 밀려 올라가는 바람에 발음이 좌르륵 새버렸다. 자의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율이 어느새 내 양볼을 잡아서 슬라임 만지듯이(?) 만지작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니! 왜죠!!! 어째서 이런 흐름이 되는 것이죠!!! 잠시 당황해서 떨리는 동공으로 율이를 보다가 장난스럽게 몸을 바둥거렸다. 얌마─!! 머하는 짓이야!!! 사진은 안돼 사진은!
“므하는그야!! 말하는 중이었는데!! …으아, 벌써 다 왔네.”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장난스럽게 말하다 보니 벌써 건물이 코 앞이었다. 그래, 웃으면서 반에 들어가기로 했으니까 웃으면서 가야지. 조금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 반이니까 자주 볼 수 있을 거고… 응,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듯 두 손으로 뺨을 챡챡 가볍게 두드리고, 율이를 보고 씩 웃었다.
“자, 그럼 가볼까!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 그래도 계단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맨날 이렇게 계단만 오르면 다리가 탱탱 굵어질텐데. 교실들 다 1층에 있었으면 좋겠다.”
왜 1층에는 교실이 없는 거지? 있어도 우리 교실은 왜 없는 걸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계단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 정말, 1층에 교실 있으면 개편할텐데.
//얍! 늦어서 미안해!! ;▽; 벌써 점심시간이네! 율주 바빠도 점심은 꼭 챙겨먹구!!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
율이 하늘의 볼을 만지작거리자, 하늘의 벌어진 입술로 미처 끝내지 못한 말들이 다 새어버린 발음으로 흘러나왔다. 마쟈하으하..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하늘의 말에 율은 뭐라는 거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흐름상 맞이해주겠다는 말인 듯한데. 율은 놓으라는 듯 가볍게 몸을 바둥거리는 하늘의 볼을 조금 더 만지작거리다, 한 번 살짝 당기면서 놓아주었다. 손가락 끝에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있는 듯했다.
"햐, 하늘이 볼 말랑말랑~ 찹쌀떡이나 슬라임 만지는 것 같았어."
앞으로 자주 만져야지. 이렇게 좋은 걸 여태 몰랐네! 역시나 조금 센 발음으로 뭐하는 거냐며 가볍게 성을 내는 하늘의 말을, 율은 못 들은 척 능청스레 웃으며 넘어갔다. 벌써 다 왔다는 하늘의 말에 율은 그제서야 장난을 멈추고 바로 앞에 우뚝 선 건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빨리 도착할 필요가 있을까. 웃으면서 들어가자고 제안한 것은 율이었지만, 이렇게 코앞에 닥치고 나니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입을 비죽 내밀던 율은, 바로 옆에서 무언가 탄력있는 것을 가볍게 두드리는 듯 챱챱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렸다. 율의 옆에서 하늘이 제 뺨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긴장하고 있는 걸까?
"아니, 왜 뺨을 치고 그래.. 아니다. 아까 내가 늘려놨으니까 탄력있게 돌려놔야지."
찹쌀떡같은 탄력을 유지해줘. 혹시나 아직도 하늘이 긴장하고 있을까봐, 율은 농담을 섞어 말을 건넸다. 사실은 그냥 아무말이나 내뱉은 거였다. 너무 긴장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건 하늘 뿐만 아니라 율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오, 하느리 비장한걸~ 아무튼 그러게. 몇 층이지? 3층인가? 일 년을 어떻게 매일 3층까지 왔다갔다 하냐.. 벌써 지치는 것 같아."
그래도 작년에는 2층이라 괜찮았는데. 계단에 대한 하늘의 투정에 율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체육시간 끝나고 교실 갈 때가 제일 고통스럽겠다. 어떻게 3층까지 올라가냐고.. 엘리베이터라도 사용하게 해주던가. 계단 한 칸에 투정 하나씩 얹으며 율은 하늘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무거운 가방까지 등에 매달고 있어서인지, 고작 3층까지 오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율은 숨을 헉헉대었다. 와, 계단 진짜 장난 아니다.. 무슨 등산하는 것 같아. 방학동안 침대랑 한 몸이 됐더니 체력 완전 망했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어떻게 3층까지 올라온 율은, 이제 정말로 갈라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율은 하늘을 힐끗 바라보다 입을 삐죽였다.
"으.. 막상 이렇게 진짜로 갈라지려니까 완전 싫다.. 나 그냥 너네 반 가면 안 돼? 나 반 옮길래.. 힝.. 나 없어도 잘 지내.. 아, 쉬는시간마다 간다는 거 진짜니까 귀찮다고 내치면 안 돼, 알았지! 그럼 나 삐진다 진짜로?"
언니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한탄으로 말을 시작했지만 농담으로 끝맺은 율은 오른팔을 들어 하늘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으며 헝클어뜨렸다. 그러고선 하늘이 반격(?)할 것을 대비해 도망치듯 제 교실로 몸을 틀어, 빠르게 "그럼 이따 봐!"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었다.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웃어봤자 걱정만 끼칠 것 같았지만, 율은 굳이 표정을 숨기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늘과 헤어져 낯선 교실에 발을 들인 율은, 교실을 둘러보자마자 보이는 아는 얼굴들에 조금은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얼굴 되게 많네. 내가 반편성 운이 좋나? 율이 중얼거리자, 친구는 네가 발이 넓은 거라며 율의 말을 정정해줬다. 하긴, 그렇긴 하지. 내가 반편성 운이 좋을 리가. 운이 정말 좋았으면 하늘이랑 같은 반이 됐을텐데. 율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선 무거운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율은 다시금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늘에게는 쉬는시간에 찾아갈 것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율은 생각했다.
// 첫 등교 상황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거의 마무리하듯 쓰긴 했지만, 혹시 막레 부탁해도 될까? 그리고 다음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야말로 늦어서 미안해8ㅅ8!! 매일매일 들어오려고 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새벽타임밖에 시간이 안 나서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그렇네ㅠㅠ.. 빨리 답레를 주고 싶은데 미안해ㅠㅠ.. 그나저나 벌써 네시 반이 넘었네..;; 이제 새벽이 아니라 아침이 되어버린 것 같아ㅋㅋㅠㅠ 그럼 하늘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그나저나 볼이 그렇게… 슬라임 같은가? 방학 동안 너무 먹어서 볼살이 찐 건 아니겠지? 한 손으로 잠시 볼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확인해봤다. 음… …음, 모르겠다. 원래 이런 건 본인은 잘 모르는 법이니까. 근데 진짜 찐 거면 어떡하지? 운동을 해야하나? 하지만…
“진짜 일 년 동안 3층을 어떻게 왔다갔다하지? 근데 무서운 거 말해줄까? 내년엔 4층이다… 개쩔어…”
계단 한 칸에 투정 하나. 율이도 나도 한 칸 오를 때마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아니 진짜, 인간적으로 매일 이렇게 계단을 어떻게 다녀? 심지어 매점은 1층이라 매점 갈 때도 계단을… ―라는 투정이랑 불평도 3층에 다다르자 거의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 보다는 숨이 차서 더 이상 불평이나 투정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해야겠다. 아니 미쳤나 봐. 어떻게 3층 가지고 이렇게 숨이 차지. 그 동안 너무 뒹굴기만 했나?
“하… 숨 차서 죽겠다… 그래도 바로 옆 반이니까.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그래, 쉬는 시간 기다리고 있을게. 엌, 아니, 잠깐!! 얌마!!!”
방심하던 사이 머리카락이 공격당했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수습하며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율이는 자기 반으로 쌩하니 달려간 뒤였다. 아무리 가까운 옆 반이지만 찾아가서 갚아주기엔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아유 증말! 머리가 이게 뭐람.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앞머리 한 가닥을 슬슬 넘기면서 앞으로 일 년을 함께할 교실에 들어갔다. 대충 자리를 잡으려고 둘러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찾아 반갑게 다가갔다.
“요 수빈쓰. 너도 같은 반이었네.” “엇서와~ 응? 반 배정 봤을 때 말했었는데 기억 안 나?”
수빈이가 말했었다고…? 난 오늘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책상 하나를 잡아 가방을 내려놓다가 당황해서 잠시 멈춰선 채로 기억을 되짚어 봤다. 음, 반 배정 때 말이죠, 그때가… 기억이… 잘… 너무 오래 전(?)일이라 잘 기억이… 음.. 으으으음 하고 고민하고 있자니 뒤에서 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쟤 그때 하뉼이랑 반 떨어진 걸로 쇼크 받아서 기억 못 할걸? 흐으어어엉 억떡게 우릴 갈라놓을수가 잇서!! 막 이랬잖아.”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감정을 담아 재연(?)한 보라 덕분에 기억났다. 반 배정 때 뉴리랑 갈라진 걸로 충격 먹어서 기억을 못했던 건가. 보라도, 가만히 듣고 있던 수빈이도 고개를 끄덕이는게 정말로 납득한 모양이다. 음, 그리고 나도 납득했다.(?) 그럴 듯 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네, 납득했다!” “아이고, 누가 보면 사귀다가 헤어진 줄 알겠네. 아무튼 어쩌냐? 적어도 일 년은 서로 떨어져 있을 텐데?” “아 몰라 나 완전 기분 다운됐어. 단 거 땡긴다.” “그럼 쉬는 시간에 매점 콜?” “안돼. 쉬는 시간에 뉴리가 놀러온다고 그랬음.”
끈끈하네~ 반을 갈라놓은 의미가 없네~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을 살짝 흘겨보다가 곧 다른 주제로 빠져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본 예능 프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일지, 자리 배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던지. 화제가 시시각각 바뀌는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문득 옆자리에 눈길이 갔다. 평소였으면 이쪽에 율이가 서서 얘기하고 있었을 텐데. 새 학기 첫 날이라 그런가, 허전한 느낌이 영 사라지질 않았다. 허전하고 아쉽다, 그런 생각을 지우고 다시 대화에 빠져들려고 하는 순간 종소리와 함께 앞문으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대화도 끝이 났다. 나머지는 쉬는 시간에, 율이가 오면 마저 계속해야겠지. 빨리 쉬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아앗 일단 막레같은 무언가(?)를 올릴게!!!(???? 괜찮아 율주! 우리 둘 다 바쁜 현대인.... ;▽; 서로 느긋하게 천천히 하자~ 다음 상황은 정황 상(?)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 괜찮지 않을까? 쉬는 시간이면 매점을 향해 여정(???)을 떠나도 재미있을 것 같고 점심 시간엔... 점심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식후땡(???)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 아무튼 천천히 상의해보자~ 율주도 좋은 하루 보내!! >▽<
율주 갱신할게! 너무 늦었지ㅠㅠ 미안해.. 하늘주 귀여운 막레 잘 받았어! XD 하늘이가 율이를 많이 생각해주고 좋아해주고 있는게 바로 보여서 막 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ㅋㅋㅋ 귀여운 하늘쟝..
다음 상황은 그럼 점심시간으로 할까? 첫날이어도 괜찮고, 하루이틀 정도 지난 날이어도 괜찮을 것 같고. 율이는 아마 하루이틀 지나더라도 계속 시간마다 하늘이를 찾아갈 거야! 점심은 하늘이랑 율이 둘이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구, 아니면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끼리 모여서 먹은 후 율이랑 하늘이가 둘이서 빠져나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일단 뭐가 됐든 이야기는 둘을 중심으로 굴러갈테니까. 혹시 다른 상황 혹은 뭔가를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것들 있다면 얘기해줘! 없다면, 선레는 다이스로 굴리면 될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주말에 급하게 타지역에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아무래도 월요일~화요일 밤 늦게서나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ㅠㅠ 이번주에는 평일 내내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너무 미안해 하늘주ㅠㅠ...
그럼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끼리 모여서 다같이 밥 먹고나서 음.. 다른 친구들은 먼저 올라가고 율이랑 하늘이 둘이서 점심시간을 틈탄 산책(?)을 하는 건 어때? 지금도 똑같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다닐땐 그렇게 남은 시간동안 학교 근처 공원에 나가서 산책하다 돌아가고 그랬거든 :) 율이랑 하늘이도 그렇게 근처 공원으로 산책갔는데 거기가 어렸을 때 만나서 자주 놀던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었고 둘이서 옛날 일을 떠올린다던가? 물론 하늘이쪽은 다 기억 못하고 '와! 여기서 놀았었는데 오랜만에 와보네'정도로 끝나고 율이랑 놀았던건 기억 못하겠지만...ㅋㅋㅋ... 아무튼 이런 건 어떨까 싶어서! 앗 헉 그렇구나... 많이 바쁘구나 율주ㅠㅠㅠㅠ 나는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말구 여유있을때 천천히 해줘 ;▽; 느긋하게 가자구!
율주 갱신할게! 항상 늦어서 미안해ㅜㅜ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둘이 산책가는 거 좋아! 하늘주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었구나..! 나는 교문 밖으로 나가려면 외출증이 있어야 했거든ㅋㅋ 아무튼 학교 밖의 장소에서 과거 기억을 추억하는 것도 좋아! 앗 그런데 생각해보니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라면 둘 다 자주 나갔을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와서(작년에 만났을 때가 아니라) 이곳저곳 가보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음.. 원래 점심시간 외출이 불가능한데 몰래 담을 넘는다던지...(??) 아니면 원래 잠겨있는 옥상이 우연찮게 열려있는걸 발견해서 올라갔다가, 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 혹은 초등학교 등이 보여서 "어, 저기 옛날에~" 하면서 얘기한다던지 해도 괜찮을 것 같아. 하늘주는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선레도 결정해야겠네! 이번 선레는 누가 쓸까? 다이스를 굴릴까?
아 헉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그러네!! 이제와서 여기저기 가보는 건 좀 이상하겠구나ㅋㅋ큐ㅠㅠ 율주 똑또캐...(감탄(? 내쪽은 점심, 저녁시간에는 자유롭게 나갔다 들어올 수 있어서...ㅎㅎㅎ... 아닌 곳도 있었구나 신기하다!! :0 아무튼 그러면 율주가 말한대로 하는게 더 자연스럽고 좋을 것 같아! 담 넘는 것도 범법적이라 끌리고(????) 옥상도 끌린다... 그럼... 학원청춘물에서 옥상은 필수 이벤트니까!(????) 옥상으로 할까?? XD 선레는 다이스로 돌리자! 다이스가 과연 누굴 골라줄까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이틀째. 첫 날 불안해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벌써부터 익숙해진 느낌이 든다. 매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율이, 그리고 점심과 저녁시간을 함께하는 1학년 때 친구들이 그대로 있어서일까,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은 수업시간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것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래도 첫날 상상했던 것보다 덜 외롭고 편한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순조로운 느낌이야,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끌벅적한 급식실을 나서며 쭈욱 기지개를 켜고 뒤에 서 있을 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럼 이대로 바로 교실로 가긴 좀 아쉬우니까, 다같이 산책이라도 할까?
“밥도 먹었겠다 우리 좀 걷다가 올라갈래?” -아, 난 그냥 올라갈래.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산책이야. 언제 또 올라가냐~ 아이고 무릎이야~ -우리 보라가… 벌써 이렇게 늙었구나… “방학 동안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이렇게 폭삭 늙었니…“ -무릎 좀 아프다고 한 순간에 사람을 할머니로 만들어버리네? 이것들이 아주 그냥~
일루와! 하면서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거는 보라를 피하면서 깔깔 웃었다. 역시, 이런 재미가 있어야 학교 다닐 맛이 나지! 그렇게 장난을 치던 중 갑자기 수빈이 얼굴이 조금 심각해졌다.
-우리 다음 시간 뭐였지? “어… 문학?” -아마? 왜? -나 숙제 안 했어… 망했다. -그럼 나랑 같이 올라가서 지금 해. 내 거 보여줄게. “오 그럼 되겠네. 얼른 올라가서 해. 난 좀 뉴리네랑 좀 걷다가 들어갈게!” -젠장 하느리가 숙제를 했는데 내가 빼먹다니… 큿 분하다
먼저 올라가는 친구들을 배웅하며 손을 크게 흔들고, 율이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 뭐, 괜찮아! 율이랑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걷다가 들어가면 되니까! 다른 친구들도 율이도 안 된다고 그러면 뭐, 그냥… 나도 올라가고. 살짝 어깨를 으쓱하고선 히- 웃었다. 사실 학교 안을 돌아다녀 봐야 이미 다 아는 곳이고 그렇지만, 그래도 밥 먹고 나서 운동할 겸 하는 거지. 학교 밖까지 나갈 수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러기엔 굳게 닫힌 교문이 열려있질 않았다. 담을 넘는 건… 음, 그건 걸리면 너무 일이 복잡해지니까 귀찮고. 하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이긴 하다. 로망이라는 느낌? 약간 어두운 로망… 하면 안 되는 일이기에 끌리는...? 아무튼, 율이랑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수빈이랑 보라는 먼저 올라간대, 우리끼리라도 좀 걷다 갈까?”
//얍! 일단 올려둘게!! XD 핫 그러고보니 모데라토로 계속...해도 되겠지? 아직 초반부니까...?
설렘과 걱정이 공존했던 새 학기 첫날은 의외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약속대로 율은 쉬는 시간마다 하늘이 있는 옆반을 찾아갔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빠지지 않았다. 실상 무리가 갈라지거나 율과 하늘이 떨어져 있는 시간은 수업시간 혹은 하교 후의 시간 뿐이었다. 특히나 식사 시간에는 작년에 함께 놀았던 무리가 다시 뭉쳐 다녀서, 율은 새 학년이 시작되고 반이 갈렸다는 것도 잠시 잊어버리곤 했다. 급식실에서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율은 2학년이 되었음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율의 옆에서 예나의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2학년인 게 실감이 안 나." 라고 얘기하지 않았다면 율은 아마 교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잊어버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예나의 말에 율은 그녀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듯 팔을 두르며 맞장구를 쳤다.
"아, 헐, 나도! 나 방금 전까지도 우리 아직 1학년인 줄 알았어." - 그치! 작년 멤버 그대로 모여 있으니까 별로 새롭지도 않은 것 같고.. "뭐야.. 그래서 싫다고? 야! 강예나가 우리랑 밥 먹기 싫대~! 진짜 너무하지 않냐?" - 에엥?? - 와.. 예나야 진짜 너무했다.. 우리가 그렇게 싫었니? - 에에엥??? 아니- - 그러니까. 흑흑,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예나야.. 상처 받았어.. - 잠깐! 아니, 아니! 오해입니다! 비겁한 선동과 날조에 속지 마십시오 여러분!
율의 장난에 이어진 지은과 다현의 과장된 연기에, 예나는 마치 시위하듯 한 손을 높이 들며 외쳤다. 저가 시작한 장난에 반응해주는 친구들의 모습에 율은 웃음을 터트렸다. 여전히 예나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기대어 웃던 율은, 곧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며 하늘을 포함한 제 친구들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두 무리의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급식실 앞은 오가는 학생들로 시끄러운 만큼 서로간의 서로간의 얘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잡아낸 단어라고는 '숙제' 한 단어 뿐이었다. 숙제? 어라, 그러고보니 우리도 숙제가- 있었다. 오후 수업에는 숙제가 두 개 있었던 것 같은데, 맞나?
"야, 우리 숙제가 문학이랑 생윤 말고 더 있던가?" - 어? 우리 숙제 있어? 나 몰랐어. - 헐, 맞아. 나 문학만 했어. 생윤 언제지? "너네 수업 듣기는 듣냐..? 생윤 5교시잖아." - 난 다 했어. 나 도서관 갈 거니까, 너네는 얼른 들어가서 숙제나 해. 하뉼쓰는 했지? "예아, 당연하지. 이래뵈도 쟤들보다는 성실하다고." - 나 지금 좀 억울해지려고 하고 있어. 내가 하뉴리보다 게으르다니.. - 나도. -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숙제나 해! 이 하뉴리보다 게으른 놈들아. "아니.. 그, 내 취급 좀 너무한데. 너무 그러면 하뉴리 상처받아.."
힝구힝구. 효과음(?)을 육성으로 내뱉은 율은 입을 삐죽 내밀며 삐진 척을 해봤지만, 친구들은 율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와, 진짜 상처다. 상처야! 흥이다 진짜로. 그렇게 뒤에서 투덜거리고 있을 때, 율은 제게 말을 거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었다. 좀 걷다 가자는 제안에, 율은 반가운 듯 여태껏 예나의 어깨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산책하다 가게? 난 좋아! 너네는 어떻게 할래?" - 나는 도서관. 예나랑 지은이는 교실 가야지. 그치? 하뉼쓰보다 게으른 친구들? - 큿, 분하다..! - 너무 수치스러운 타이틀이야. 얼른 숙제를 해서 벗어나야겠어. "아니, 진짜 그러면 뉴리 상처받는다? 진짜로 상처받는다? 어? 하늘하늘, 저것 봐. 뉴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
흑흑, 정직한 발음의 거짓 울음소리를 내며 율은 하늘의 뒤로 숨듯 호다닥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다현이 왜 저러냐며 우스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고, 예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암튼, 우린 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게으름의 척도로 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질색했던 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을 기준으로 삼은 말로 친구들을 놀렸다. 율은 다현이 지은과 예나를 끌고 가는 것을 잠깐 바라보다, 이내 자연스럽게 하늘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듯 한 팔을 둘렀다.
"그럼 우리도 갈까? 어디로 갈래? 운동장? 아니면.. 아, 맞아. 애들이 그러는데, 누가 옥상 문 잠긴거 열었다더라. 쌤들은 아직 모른대."
닫히기 전에 한 번 가볼래? 작년에는 계속 잠겨 있어서 못 갔잖아! 율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깜빡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뒤로 호다닥 달려와 숨는 율을 보며 장난스레 웃었다.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율이가 나보다 키가 크니까 그렇게 숨는다고 숨겨지지 않을 텐데. 알고는 있지만 뭐, 그런 거지. 실실 웃으며 두 손을 활짝 벌려서 등 뒤의 율을 숨기듯이 하며 다른 친구들을 보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뭐어? 누가 우리 뉴리를 괴롭혀!!! 내가 다 물어버린다!”
앙앙! 물어뜯는다!!! 잠시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 숙제를 하러 간다는 친구들에게 한 손을 작게 흔들며 배웅했다. 쟤네도 숙제 안 했구나. 이게 대체 어쩐 일이래. 평소라면 내가 숙제를 안 하고 다른 친구들이 해서 내가 베끼는 쪽이었는데, 오늘은 뭔가 다르네. 열심히 숙제를 한 보람이 있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디로 갈까? 하는 율이의 말에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게, 어디로 가지? 그냥 운동장을 도는 것도 좋지만 거긴 지금쯤이면 다른 애들도 많을 거고… 많이 시끄러워서 천천히 걷기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으으, 마음 같아서는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것도 외출증 없이는 어렵겠고… 음음음~ 하고 한참 고민하던 중에 옥상이란 단어가 들려 눈을 번쩍 떴다. 옥상?
“진짜? 이야 거길 열었대? 누군진 몰라도 진짜 대단하네~ 그럼 우리도 몰래 구경 가볼까? 옥상은 한번도 안 가봤으니까!! 궁금하다!”
고개를 살짝 올리자 반짝이는 율이의 눈과 마주쳤다. 얘도 옥상이 궁금하긴 한가보다. 하긴, 옥상은 한번도 안 가봤으니. 그야말로 미지의 공간! 심지어 문도 맨날 잠겨있어서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그런 곳이 열렸다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 신나서 말하다가 옆쪽으로 지나가는 선생님을 보고 급하게 입을 한 손으로 막았다. 헙, 안돼, 아직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들키면 큰일이지! 슬쩍 눈치를 보다가 선생님이 저 앞으로 멀리 가서야 다시 손을 떼고 재촉하듯 말했다. 빨리 가보자!!
“가자 가자! 닫히기 전에 빨리 가보자! 빠알리!!”
어깨에 자연스럽게 얹힌 손을 살며시 잡고 들뜬 걸음으로 걸었다. 음, 너무 들떠서 율이를 끌고가듯이 빨리 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율주 갱신할게!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ㅜㅠ 답레는 올라온 다음날에 확인했는데 시간이 안 나서 답레를 못 쓰고 있어... 늦으면 늦는다고 얘기를 해야 했는데 아무 말도 안 해서 미안해ㅠㅠ 답레는 최대한 오늘 안에 올릴 수 있도록 할게..!!! 기다려줘서 고맙고, 자꾸 늦어서 정말정말 미안해 하늘주ㅠㅠ
하늘에게 누군가 옥상을 열었다더란 얘기를 전하자 반응이 곧바로 돌아왔다. 옥상 얘기를 하늘이 좋아할 거라고 어느정도 예상했던 율이지만, 그래도 눈을 번쩍 뜨며 가보자 얘기하는 하늘의 반응에 저도 괜히 들뜨는 듯했다.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로망으로 꿈꿔봤을 공간이 바로 옥상 아닌가.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는다던가, 야자를 땡땡이치고 옥상에 숨어서 논다던가, 옥상에서 바람을 쐰다던가 하는 로망! 물론 그 로망은 언제나 굳게 잠긴 문 덕분에 실행은 커녕, 옥상 바닥도 밟아보지 못하고 끝이 나버리긴 했지만. 아무튼, 옥상 문이 열린 지금이 기회였다. 미지의 공간, 로망의 공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
닫히기 전에 빨리 가보자는 하늘의 재촉에 율은 여전히 하늘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까~ 하고 율이 발을 내딛으려던 찰나, 하늘이 율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둘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그 손을 맞잡았을테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제 손을 잡은 하늘의 손으로 하늘의 들뜬 기분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겨우 옥상이 열렸다는 소식 하나에 이렇게 신나하다니. 아직 애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물론 율 역시 옥상이 열렸다는 소식에 들떠했으니 본인이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율은 하늘의 손을 맞잡았다. 그와 동시에 율은 제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하늘이 빠르게 걸음을 옮긴 탓에 끌려가듯 한 모양새가 된 것이었다.
"우앗! 야, 야. 천천히 가~ 그러다 누구 하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율 역시 신이 났는지 말투가 가벼웠다. 율은 하늘의 보폭에 맞춰 함께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옥상은 5층이었다. 5층.. 율은 제 교실이 있는 3층까지도 힘겹게 올라갔던 것을 떠올렸다. 5층까지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올라갈 수야 있겠지만, 옥상을 즐기기도 전에 체력이 다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긴, 그러면 뭐 어때. 겨우 열린 옥상인데!
"옥상.. 어떻게 생겼을까? 막 철창이나 난간 같은 것도 있고 그러려나? 학교 옥상은 드라마나 만화 같은 것밖에 못 봤어서 좀 설레..!"
막 옥상에서 고백한다거나, 작당(?)을 한다거나 하는 장면 되게 많았지. 나름 로망이었는데. 넌 그런 거 없어? 율은 하늘에게 물어보며 계단을 올랐다. 아마 이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점심을 먹은 것도 바로 소화가 되리라는 생각이 율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 늦어서 미안해ㅠㅠ!!! 오늘 못 쓰면 주말로 넘어가게 될 것 같아서 부랴부랴 쓰느라 분량도 그렇구 좀 엉망이네ㅠㅠㅠ 미안해...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늘주8ㅅ8 바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 해. 괜찮아! 하늘주도 밥 잘 챙겨 먹고, 미세먼지와 더불어 감기도 조심하고ㅠㅠ 감기 무섭더라.. 그리고 늦게 반응하는 거긴 한데 카피페ㅋㅋㅋㅋㅋ너무 귀여워!!! 보자마자 반응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이제서야 얘기하게 되네ㅋㅋㅠㅠ 장난치고 어딘가 귀엽게 댕청한(?) 모습이 너무 둘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보면서 막 웃었어ㅋㅋㅋㅋ 최고야ㅠㅠ!! 아무튼 늦어서 정말 미안하구ㅠㅠ 하늘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XD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라는 말에 기세 좋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발이 꼬여 잠깐 휘청거렸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음, 좋아. 자연스러웠어! 뻔뻔하게─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당황했던 그 기분을 미처 다 숨기진 못하고 살짝 시선을 율이에게서 엇나간 쪽으로 돌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안 넘어진다니까? 아무튼 빨리 가보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둘 다 신나있네! 율이의 말투도 가벼운 게 어째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옥상이란 건 만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참 드나들기는커녕 문턱까지 가보기도 어려운 공간이니까. 그런 공간이 열려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 누구라도 들뜰 게 당연하다. 아, 물론 학생 한정으로. 선생님들이 듣는다면… 일단 머리부터 싸매고 옥상을 폐쇄하러 달려오지 않을까? 그러니 이 옥상 구경은 선생님들 몰래 조용히 쓱싹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아무튼 그런 거야!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율이의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나도 엄청 설레!!
“그니까. 나도 맨날 드라마나 만화에서만 봐서~ 옥상으로 불러내서 하는 고백 완전 로망이지. 크으. 아니면 옥상에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점심 먹고 막! 드라마에서 보면 철조망도 있고 막 벤치도 있고, 개방된 공간이던데 왜 현실에선 막아둔 걸까.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학교들이 다 옥상은 막아두던데.”
역시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건가. 하긴, 실제로 개방해두면 일반 학생보다는 약간 좀 다른 길을 걷는 애들이 점령할 것 같은 이미지고… 아무튼 이유가 있으니 막아둔 거겠지. 그리고 막아두면 원래 더 가고 싶은 법이고. 하지만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마주하니 조금 망설여진다. 이거… 옥상은 꼭대기니까… 5층인가? 3층 교실로 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과연 5층까지 올라가면…
“…근데 옥상 가려면 5층까지 가야 하는 거지…? 갈 수 있을까?”
다른 건 잘 몰라도 내 다리가 혹사당할 예정이라는 건 굉장히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다리가 아플 게 걱정되는 것보다 옥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니까… 좋아! 가볼까!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이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오, 근데 한 칸 오르자마자… 급 자신없어지는데…
// 괜찮아 괜찮아~ 여유있을 때 쓰면 되는 거니까! 날씨 갑자기 추워졌는데 율주도 감기 조심하고!!! 카피페 하면서 율이 캐붕이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는데(하늘:나는..?)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헤헤 XD 답레는 천천히 시간 날 때 줘~ 그리고 율주도 좋은 하루 보내!!! >▽<
"그니까! 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 건물들이 옥상은 다 막아두더라. 아파트도 그러던데.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런가.. 근데, 솔직히 막아두니까 더 궁금하지 않아?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나 뭐 그런 거!"
율은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아마 지금 옥상 문 열린 것도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일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옥상 문을 열 생각을 하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배짱 한 번 좋은 학생이네. 율은 옥상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문이 잠겨있음을 깨닫자 여는 것을 포기했었다. 잠긴 문을 열 기술도 없었을 뿐더러, 만약 열었다가 걸리면 혼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혼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랬기에 가끔 생각날 때 한 번, 아직도 문이 잠겨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율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데 그 문을 열었다니. 누군지 알면 그 대담함과 배짱에 박수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다. 덤으로 열쇠 없이도 잠긴 문을 여는 기술을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그치, 너도 걱정부터 들지..?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율은 제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하늘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문제였다. 현대의 고등학생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걱정이 되고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별 수 없었다. 옥상은 5층에 있고, 이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학생이 마음대로 탈 수 없는 것이니 별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다, 옥상 문이 열린 것을 언제 들킬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가보지 않으면 옥상에 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옥상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소리였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옥상-아니, 위에 가려면 열심히 올라가는 수밖에. 뒤에서 밀어줄까?"
혹시라도 지나가던 누군가가 들을까 싶어 율은 곧바로 옥상이라는 단어를 바꾸었다. 물론 여태까지 계속 언급했던 단어라 이제 와서 조심해봤자 들을 사람은 다 들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올라가기 전까지는 좀 조심해야겠다. 이윽고 율은 하늘의 등 뒤로 한쪽 팔을 뻗어, 천천히 하늘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뒤에서 밀어주면 좀 더 쉽게, 힘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
"얼른 가자. 다 올라가기도 전에 들키면 억울하잖아!"
율은 하늘의 두 칸 아래로 이동하고선 두 팔로 하늘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얼른 올라가자며 속도를 조금씩 내면서도, 하늘이 계단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힐끗힐끗 아래를 신경쓰면서.
/ 율주 갱신할게! 얘기한 날짜보다 늦어버렸네ㅠㅠ 미안해. 하늘주도 많이 바쁘구나.. 괜찮아! 하늘주 편할 때 접속하고, 여유로울 때 답레 주면 돼. 매일 늦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천천히 느긋하게 가자..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고, 금요일까지 힘내! XD
뒤에서 밀어줄까? 하는 물음에 채 답하기도 전에 등을 떠미는 힘이 느껴진다. 아니, 이 힘은… 대체…! 호들갑을 떨 것도 없이 뉴리가 내 등을 밀고 있는 게 당연하겠지. 느아아. 이렇게 밀면 왠~지 모르게 더 힘이 빠진단 말이지. 그 와중에 옥상이란 단어를 ‘위’로 바꿔서 말하는 걸 듣고 피식 웃었다. 마치 비밀기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꼬마들이라도 된 느낌인데. 어렸을 때 어른들 눈을 피해 비밀이라고 하면서 장난을 치거나 놀던 기억이 희미하게 번지는 느낌. 그립네~ 어쨌든 괜히 난리쳤다가 올라가기도 전에 들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겠지. 율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맞춰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지이이인짜 많다… 뉴리 힘들지 않아? 이번엔 내가 앞에서 끌어줄까?”
한 칸, 두 칸…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 새 3층을 넘어가고 있었다. 손을 뒤로 뻗어 아직도 등 뒤를 떠밀고 있는 율이의 손을 찾아 휘적이며 말했다. 양 손을 잡고 내가 앞으로 끌면, 음, 약간 소달구지(?)같은 느낌도 들겠군. 근데 좀 불편하려나? 그냥 둘이 나란히 걷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고. 아, 아니면…
“아, 맞다. 뉴리! 우리 가위바위보해서 계단 올라가기 할래? 왜, 그거 있잖아. 가위바위보 해서 바위로 이기면 한 칸, 가위로 이기면 두 칸, 보로 이기면 다섯 칸 올라가는 거! 초딩때 엄청 많이 했었는데!”
앗, 근데 지금 하면 너무 시끄러워져서 들킬라나? 뒤늦게 덧붙이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 율이를 보았다. 어때 어때? 좋은 생각 아니야? 지루하게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물론 소란스러워지면 안 되니까… 매너모드(?)처럼 소리 안 내고 하면 더 스릴있고 재미있지 않을까?
//핫챠!! 생각보다 바쁜 일이 빨리 마무리 돼서 일찍 왔어!!(*´ ワ `*) 남겨두고 갈테니 편할 때 답레 줘 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