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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생일이랬나. 령은 제 손에 피어난 장미꽃을 잡고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정확히 1월 28일. 자신이 태어난지 500하고 일 년이 흐른 날이었다. 령은 성에가 잔뜩 낀 장미꽃잎을 하나하나 뜯으며 생각했다. 이만큼 왔다니 세월도 빠르구나 하고. 신이 된 이후에 늘 생각하는 거지만 시간은 정말 빨랐다. 때로는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령은 말없이 장미꽃잎 하나를 입술에 가져다댔다. 붉은 꽃잎에 선명한 입술 자국이 피어났다. 따뜻하게 온기를 머금은 입술 덕에 꽃잎에 피어있던 성에가 조금 녹아내렸다. 령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생일인게다.
지금으로부터 약 사백 오십년 전, 령은 당시 50살 먹은 어린 흑조였다. 물론 50년이나 살았단 것도 수명이 짧은 동물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일이었지만 지금의 령과 비교하면 갓난아기 수준이리라. 아무튼 그 당시의 령은 흑조들 사이의 우두머리 같은 존재였다. 그들 사이에서 최연장자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 특유의 기품있고 고아한 태도는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리라. 그런 이유로 령은 흑조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도 몰랐지. 제가 사랑한 것은 흑조가 아닌 인간, 그것도 같은 성별의 인간이라는 것을. 어느 날이었다. 령은 저 멀리 인가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시골 깡촌에서도 잘 생활하는 인간들이라니 참으로 독하기 그지없었다. 령은 제 검은 눈을 깜박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딸 하나, 아들 하나. 인간들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도 번식을 했다면 저런 광경을 보일 수 있었을까? 흑조들 중에서도 드문 독신생활을 유지하던 령의 생각이었다. 아, 눈 마주쳤다. 인간 가족들 중 딸이 저를 발견했다. 도망쳐야 한다. 인간들은 위험하다. 령은 두어걸음 물러서 경계어린 눈초리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지? 령은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두려움 때문인가?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상하게도 소녀를 바라본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사이, 소녀는 저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이가 곱디 고운 손으로 제 깃털을 쓰다듬었다. "안녕?" 소녀가 웃는다. 령은 왠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그렇게 인간과의 연이 이어졌다.
아이의 이름은 지민이라고 했다. 지민은 저기 보이는 초가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다 아는 이야기였다. 령이 그들 가족을 지켜본 세월이 얼만데 설마 그것도 모르겠는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도 늘어놓던 아이는 노을이 질 때 즈음 돌아갔다. 아니, 그냥 돌아가진 않았지. 내일 또 보자고 말한 아이는 제 눈에 깃들던 불길함을 알아챘던가. "왜 그래? 혹시 내가 안올까봐 불안한거야? 아이 참, 꼭 올거라니깐. 어쩔 수 없지. 약속의 증표로 줄게." 아이가 내민 것은 머리를 묶는 끈이었다, 방울이 달린. 지민은 그것을 령의 양 다리에 묶었다. "내가 내일 꼭 올거란 약속의 증표야. 그럼 또 올게!" 말을 마친 아이는 초가집을 향해 뛰어갔다.
령은 회상을 마쳤다. 지민은 그 후로 약 2년 동안 령과 교류를 했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령의 검은 눈에 그리움이 깃든다. 령이 다 뜯어진 장미꽃을 바라본다. 장미꽃잎들이 새하얀 눈밭에 이리저리 널부러져있다. 마치 그때의 핏자국처럼... "만약에 인간들의 설화대로 천국이 있다면." 그 자리는 네가 차지할거야. 령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732 령의 생일과 관련있는 독백이라니..! 와아아...진짜 글이 전체적으로 너무 예쁩니다..! 그런데...내용이 너무 슬퍼요... 8ㅅ8 .....아..아닛...!! 뭔가 생일인데 그리움만 가득한 독백이라니.... 그래도 축하는 하겠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령아...! 라온하제에서는 행복한 나날이 되어라!
령이의 과거... 인간 아이와 이어진 연의 이야기, 너무 짠하네요... 령이의 생일은 행복해야하는데...!ㅠㅠㅠ 그 아이는 분명 령이의 바람대로 천국으로 갔을 거예요! 착한 아이니까요!(끄덕끄덕) 령이에게 있어서 장미꽃잎들이 더이상 핏자국처럼 되지 않도록 행복하게 만들어버려야겠군요.(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