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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비나리 광장에 세워진 누리님과 은호님을 모델로 한 얼음상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요새는 날씨가 추워졌기에, 여름때와는 다르게 얼음상이 녹아내릴 걱정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되지만... 적어도 여름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아무튼 그 얼음 동상을 뒤로 하고서 나는 은호님이 준 각본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신계 스트림 사이트에 올릴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은호님 말로는 인간계에서 하는 막...막...뭐시기가 엄청 재밌으니 우리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각본을 써봤다고 했는데 이거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은호님이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에 따를 뿐이었다. 난 비나리의 관리자이니까.
아무튼 각본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그 내용을 익혔다. 아직 손을 봐야 할 곳이 많으니, 모두에게 각본을 주진 않고 나에게만 보라고 주신 것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얼음 동상을 뒤로 한 채,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나는 각본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기왕이면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을테니까. 오로지 그것만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며 겨울은 다시 찾아온다.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계절에도 별다른 감흥은 들지 않은 채로, 세설은 찬 기운이 가만히 내려앉은 비나리의 길을 걸었다. 잇새로 조금 새어나왔던 숨결이 흰 안개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은 가만히 눈으로 좇더라니, 흥미는 없는 듯 다시금 제 갈길을 재촉한다. 얼음상이 있던 광장. 딱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은 채였지만 그리 되어버렸더라.
목도리와 품이 넓은 코트가 어울리는 계절에 목도리와 코트의 옷자락들이 펄럭이었다. 겨울이라고 해보았자 사시사철이 눈의 계절인 미리내보다는 온화한 수준이라 길거리 위에는 여러 신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 그 와중에도 어김없이 아는 얼굴은 있기 마련이였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익숙한 얼굴.
"무슨 일을 벌일 작정인가 보네?"
기척을 줄이고 벤치 뒤로 다가가 들고있는 종이를 흘긋 넘겨다본더니, 이게 또 내용이 터무니 없어 헛웃음과 섞어 내뱉은 말이였지. 눈썹 하나가 치켜올려지는 표정은 영 고까워 보였다. 세상에. 조금 더 순화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걸까.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연성도 엉망이고, 표현은 왜이리 과격한건지. 시청률은 잘 나올지는 모르지만 프로그램의 질적으로는 완전히 떨어질거야. ...폐기하고 다른 각본가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군."
정말 누가 쓴건지 몰라서 하는 말인지의 여부는 모른다. 실은 짐작을 하고있으면서 이죽거리는 듯한 한마디를 던지고 있는 것인지.
각본을 조용히 읽는 도중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본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니 설 씨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 곳 비나리에 놀러온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코트에 목도리까지 하는 모습으로 보아 추위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하며 나는 각본을 덮은 후에 내려놓았다. 하긴, 날짐승들은 추위에 약하던가. 나 같은 털이 있는 짐승의 경우는 겨울이라고 해도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 그건 신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야 할 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은호님의 지시입니다. 아무튼 안녕하십니까."
은호님의 지시라는 것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 씨에게 인사를 했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 누가 쓴 건진 모르겠지만이라는 그 말에 나는 침묵을 지키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은호님의 지시입니다. 아마 이대로 하게 될 겁니다. 설 씨가 끼이건, 끼이지 않건 그건 자유입니다만... 일단 저는 은호님을 보좌하는 이로서 이 각본을 숙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이죽거리는 설 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설 씨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겨울이니, 미리내의 힘이 강해질 시기로군요. 혹시 미리내에 커다란 얼음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조각을 할 만한 크기 정도로 말입니다."
인간계에는 막장드라마라는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무슨 재미인진 모르지만 엄마는 그 드라마가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끔씩 인간계의 막장드라마라는 드라마를 집에서 보시고는 하니까. 물론 나는 그게 무슨 재미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는 재밌다고 하시니까 취향은 존중해줄 생각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시작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좋다. 우리도 한번 찍어보자꾸나!"
"엄마?"
어느 날, 엄마는 가온이를 불러와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도 찍어보자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가온이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정말로 재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꺼운 책 비슷한 것을 가온이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일단 각본이니라.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핫한 요소는 다 넣어봤느니라. 일단 좀 더 손을 봐야겠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흘러간다는 것만 알아두거라."
"저, 정말로 찍으실 참입니까?"
"나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느니라. 찍어서 신계의 스트림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니라. 그러니까 확실하게 알아두도록 하라."
신계의 스트림 홈페이지. 말 그대로 동영상을 모두가 볼 수 있게 올린다는 이야기였다. 엄마가 저렇게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고, 가온이와 백호 언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저 각본엔 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 것일까?
"나름 재밌지 않겠느냐. 이것도. 그럼 준비는 맡기도록 하마. 가온아."
"아... 네!"
이어 가온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준비를 위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은 상당히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모습은 꽤 오랜만에 보기에, 물론 나는 태어난지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 기준으로는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
이어 웃고 있는 엄마의 표정에 살짝 소름을 느끼는 것은....나만 그런 것일까?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묘하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