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모든것이 급박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으면서 아슬하게 달리고, 뺨에 스치는 바람이 아프게 느껴질정도로. 그럼에도 비현실적으로 느리게 느껴졌다. 균열, 무너져내리는 파편, 천장과 벽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칼날. 끔찍하게도 그 모든 상황이 눈에 들어왔었지. 최대한 빠르게 달리려 하지만, 더이상 나아가기는 커녕 몸이 두둥실- 떠올랐지. 찢어지고 베어지고 도륙. 격통.
비 소 모 것이 났다고 안 했을때...
"...헉...!"
숨을 삼켰다. 격렬한 아픔이 강하게 다가오지만, 이마로 식은땀이 주륵- 흐를뿐 질척질척한 피는 느껴지지 않았다. ...옆을 돌아보면
"...하나 선배랑...진성 선배? 정말로..."
이번에는 진짜...? 진짜겠지? 다른 차원에 선배들이 아니라... 아직도 온몸에서 아픔이 느껴졌지만, 어쩐지 반가움을 감출 수는... 아.
희비가 동시에 겹쳐진다. 시계태엽 여학생과, 검게 빛나는 남학생. 감상적인 기분은 잠시 접어두고...공포감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둘을 바라본다. 이 이야기는, 언제즈음 끝나게 되는 걸까
하나는 급박한 상황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단단히 끈기가 느껴지는 표정을-힘이 꽉 들어가서 웃는 것 처럼 올라간 양쪽 입꼬리, 토끼같이 생긴 눈동자 안에 들어있는 기운찬 빛, 약간 난감해하면서도 다부지게 치켜올려진 두 눈썹, 굳은살이 있지만 언제나 가녀린듯 강하게 보이는 단단하고 따뜻한 손-지으며 제 입에 대었던 손을 풀어 당신에게 몸을 더 숨기라는듯 등을 가볍게 눌러주며 토닥입니다.
'상황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빠져나갈 수 있을까?' '글쎄...'
하나와 진성이 소곤거리며 대화를 하는 사이에 그 살점 여고생은 자신이 머리를 자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듯 몹쓸짓을 하여 진성과 하나의 눈가를 찌푸리게 합니다.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당연한거지만, 수임과 진혁과 우현 당신들 세 사람의 몸에는 아직 상처하나 없습니다.
→움직입시다. →소곤거리며 이게 무슨일인지를 하나와 진성에게 물어봅시다. →당신이 지금 가장 바라는것을 씨앗에세 마음속으로 말해봅시다. (우현 전용) →할로우나이트를 이용해 살점 여고생의 관심을 끌어봅시다. (수임 전용)
시드 소드...라고 불러야 할지. 어쨌든 목검에게 말을 걸어보며 동시에 눈 앞에 붉은 살점의 여학생을 향해 바들 떨며 목도의 끝을 겨누었다. 목도 자체에는 날카로워보이는 날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커다란 살상력은 없어보였었고, 당황 한 새에 자신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는 여학생을 팽팽 도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와서 물러날 생각은...
"수,수,수임 양! 위험하니까 나오면...!"
어느새, 앞으로 나와 나뭇가지를 겨누고 있던 수임을 향해 외쳤다. 어쩌지, 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어지러움만이 가득한 채, 다시 목검에게 물어보았다.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돼...?
-이런 타이밍에 이렇게 새로운 후배님이라니 영 마음에 드는 전개가 아니란말이야. 미안하지만 처음보는 후배님, 댁은 영 방해되니까 죽어줘야겟어.
수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살점여고생은 수임에게 달려들려고 하였습니다.그리고 바로 이때, 기적같은 타이밍에 우현의 목도(시드소드)에서 미약한 빛이 나오며 허둥거리는 것 같은 우현을 거의 끌어당기다시피 앞서가며 살점 여고생의 손을 가로막으며 반투명한 방어막을 생성했습니다.
[날 꽂아줘! 당신만큼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꽂아줘!]
목도가 조금 간절한 목소리로 우현에게 말할때, 수임은 별안간 나뭇가지를 쥔 손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 한 한기를 느낍니다.
「죽음. 살해. 사망. 살해. 살해. 원한....」
목소리? 아닙니다. 뭔가가 머릿속에서 생물체의 죽음, 정확히는 다른 생물들이 죽어버리는 이미지를 계속 자극시키는 것 처럼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안좋는 것들이 떠올려지기 시작합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멋지게(?) 여고생의 팔을 막아버려서 크게 놀란다. 아니,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저번에 들었던 바로는, 방어하는 것도 있었던 듯 하였다. 다시, 막는 사이에 저번의 그 나뭇가지를 들고 앞으로 달려드는 수임을 당혹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말은... 자신만큼 타인을 지키고 하는 사람에게...
검도부답게 저도모르게 죽도를 쓰는 것 처럼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수임덕분에 방어막을 깨부수려는 것 처럼 무지막지한 힘으로 양 손을 다 써서 방어막을 누르던 살점여고생은 나뭇가지에 닿자마자 제 몸에 박힌채로 상처를 벌리는 칼날을 보며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물러서서 수임의 공격을 피하려는듯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뭐? 그게 뭔 소리야?"
평상시의 당신이라면 거뜬히 막아내었을 하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주춤하는 사이에 당신에게 푹 하고 배를 찔려버렸습니다.
[강한 사람이야. 다정하고, 독선적인 강함]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은 목검은 슬쩍 하고 갑자기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하나에게서 빠져나옵니다.
"괜찮아?!"
그 광경을 본 진성은 일단 하나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고 살펴보다가 혹시 그녀가 잘못되었다면 가만두지 않을갓처럼 당신을 슬쩍 째려보았습니다.
"난 괜찮아. 그런데 너희들 방금 뭔 일은 한거야?"
우현의 도검이 마치 무쇠처럼 변하였습니다.
[휘어지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아. 언제나 단단하고 따뜻해. 그래서 기댈 수 있고, 날카로워질 수 있는 강함을 갖고있어. 나 이사람처럼 지켜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