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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말에 령 님께서는 어안이 벙벙한, 멍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에 오히려 자신 쪽에서 더욱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령 님을 올려다보았다. 갸... 웃...? 고개가 느릿하게, 어정쩡한 모습으로 옆으로 기울여졌다. 머랭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신으로서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도 이내 령 님께서 직접 손으로 머랭을 쥐어보이면서 쉽게 설명을 해주시자 이내 해결이 될 수 있었다. ...머랭.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령 님의 말씀을 한 박자 늦게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려 보았다. 톡, 혀가 입천장을 살며시 두드리는 신기한 이름이었다. ...머랭. 다시 한 번 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시선을 들어올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미소가 그 뒤를 이었다.
"...그랬군요. 머랭. 머랭 씨였군요. 뭔가 예쁜 이름인 것 같아요.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령 님. 감히 말씀 드리지만, 령 님께서는 얼마든지 뿌듯해하셔도 괜찮아요. 그만큼 령 님께서는 아름답고 똑똑하신 '신' 님이시니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얘기하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끄덕였다. 그랬다. 자신이 알고있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알고 계신. 딸랑딸랑, 령 님의 맑은 방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다가 이어진 령 님의 물음에 천천히 다시 입술을 열었다.
할로윈. 그리고 인간 세상. 그것에 대한 자신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머뭇거림 없이 자신이 품고 있는 기대를 여실히 드러내자, 령 님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졌다. 그에 뭔가 안심이 되면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령 님께서 기뻐하시는 듯한 이유가 무엇인지.
"...네?"
자신과 마찬가지로 할로윈 때는 인간 세상을 돌아다닐 예정이라 밝히신 령 님께서는 이내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리스, 그 이름에 다시금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하며 멍한 눈매의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이질적인 두 눈동자 속, 한 시야. 그곳에는 검은색 눈동자가 마주했고, 왠지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령 님께서는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할로윈 때 같이 인간 세상에 내려가자는 제안. 그 제안에 느릿하게 깜빡깜빡이던 멍한 눈동자가 뒤늦게 동그랗게, 크게 떠졌다. ...그러니까... 령 님께서 저에게 같이 내려가자고 해주시는 건가요...? 정말로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 그에 평소보다도 유난히 반응이 늦어졌다. 하지만 애써 일시정지하듯 멈춰졌던 입술을 천천히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제가 감히 령 님과 같이 내려가도 되나요...?"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은 바로 그런 되물음이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 동그랗게 변한 눈매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곧 환한 눈웃음으로 바뀌었다. 흐릿하지 않고 선명한, 헤실헤실거리는 웃음으로.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찬 고개 끄덕거림과 함께.
"...네,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즐거운 할로윈 씨, 령 님과 같이 즐겁게 보내보고 싶어요. ...그러면 왠지 더욱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요. ...괜찮을까요, 령 님...?"
예쁜 이름인건가? 령은 늘상 듣고 자랐던 단어라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리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는 머랭을 접해보지 못했으니까. 아무튼간에 다음엔 맛집을 많이 알아와서 리스와 함께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리스도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고 령 자신도 즐거운 추억을 접하게 될 수 있을 터이니 쌍방이 좋은 거 아닐까? 령은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음...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 제가 알고있는 맛집에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리스가 접한 음식의 폭을 늘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령은 부드럽게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떨렸다. 거절당하면 어쩐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게지. 령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문득 바람이 불고 벚꽃잎 하나가 제 앞에 떨어졌다. 아름다워라. 령은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미리내엔 꽃이 없었지. 자신도 다솜으로 이사를 와야하나?
리스가 반응이 늦어졌다. 령은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오백년동안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누군가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어째서일까? 령은 그 의문을 머릿속에 새긴 채 리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할로윈 축제야. 거절당해도 혼자 가면 돼. 령은 애써 되뇌였다.
천천히 입술이 벌어지고 나온 말은 정말로 같이 가도 되냐는 말이었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제가 제의한 일인데 안된다고 하겠는가? 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오히려 이쪽에서 하고싶은 말이었다. 령과 리스는 만남이 잦지 않았으니 거절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지. 리스는 선명하게 미소를 지었다. 령은 그곳에서 승낙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괜찮답니다. 승낙해주어서 고마워요, 리스. 저도 리스와 함께 즐거운 할로윈을 보내고 싶어요."
모든 것을 전부 다 좋아하고 '사랑'하려는 자신에게 있어서 이런 무생물 역시도 사랑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머랭, 이름마저 예쁜 그것에 순수한 감탄을 표현할 정도로. 아무튼 령 님께서는 이내 다정한 목소리를 이어나가셨고, 그것은 다음 번에 대한 약속에 관한 것이었다. 같이 령 님께서 알고 있는 맛집에도 가보자는 것.
그에 몽롱한 눈매가 동그랗게 떠졌다. 깜빡깜빡, 커다란 두 눈동자가 령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눈동자는 부드럽게 접혀 따스한 눈웃음을 자아냈다. 주황색과 노란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색만큼이나 따뜻한 미소였다. ...왼쪽 눈 색을 제외하며.
"...절대로 실례되지 않아요, 령 님.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네. 저도 가보고 싶어요...!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 분명히 무척 멋진 곳일 테니까요."
그것은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확신할 수 있냐고? 그야 무려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이었으니까. 그것이 나쁘거나 형편 없을 리가 없었다. 령 님을 향한 순수한 신뢰가 기대의 마음을 가득히 채웠다. 무려 자신을 위해서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령 님이셨다. 그런데 어떻게 실례가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저는 너무 기쁘기만 한 걸요.
헤실헤실, 기쁨에 물든 미소가 잠시 지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야, 령 님께서는 또다른 제안을 해오셨으니. 그러나 그것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기에, 대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소보다도 훨씬 더 늦게 입술을 열어 새어나온 목소리는 대답이 아닌 되물음이었다. 그야 역시 믿기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것도 제가 만들어낸 환각일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행복한 환각. 두려울 정도로 행복한 환각.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것은, 곧... 이내 천천히,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흐려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가 아니었다. 선명하고 확실한 미소가 꽃피워졌다. 자신의 대답을 들은 령 님 역시도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웃음이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웃음이었다.
"...저야말로 저에게 제안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령 님. 령 님과 함께라면 분명히 즐거운 할로윈 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자신 역시도 령 님께서 즐거우실 수 있도록 이것저것 열심히 해볼 것이었으니. 미래의 즐거움을 담는 확신과 다짐이 섞인 목소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맛집에 가자는 약속도 받아내었다. 오늘은 날이 잘 풀리는 날인가? 이상하게 일이 술술 풀렸다. 령은 미소를 지으며 머랭 쿠키 하나를 입에 까넣었다. 까드득 소리와 함께 달콤한 맛이 났다. 아무래도 집에 가면 리스와 함께 갈 맛집 리스트라도 작성해놓는 것이 좋겠지. 령은 그리 생각하며 우선 어디에 갈지를 골랐다. 이 집은 맛이 좋은 대신 거리가 멀고, 이 집은 가깝고 가성비가 좋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다음에 리스와 함께 갈 맛집을 골라놓을게요."
령은 입가에 친절한 웃음을 띄우고 다시 신과 주스를 마셨다. 신과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령은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다. 리스와 갈 곳이 생겼다. 친해지고 싶은 이와 약속을 잡는 건 좋은 일이지. 령은 속으로 생각하며 자연스레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 덕택에 방울이 다시 한 번 딸랑였다. 령은 다시 눈을 떴다. 밤하늘같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사하다라... 감사할 것은 이쪽인데. 령은 리스의 말에 다시 한 번 웃었다. 제가 이 제안을 할때까지 얼마나 떨어댔는지 모른다. 혹여 리스가 거절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하지만 이제 되었다. 리스가 허락했으니까. 령은 리스의 손을 잡았다. 령의 손에 온기가 돌았다.
"분명 우리 둘이 함께라면 재밌는 할로윈을 보낼 수 있겠죠. 리스와 함께해서 무지 영광이랍니다."
미래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었고,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운명은 정해져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얘기할 미래에 대해서 자신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개의 미래를 알 수 있었다. 령 님과의 약속이 만들어낼 미래. 그것은 맛집에 함께 가자는 것과 할로윈 때 함께 인간 세상에 내려가자는 것. 그 두 가지 미래에서 자신은 분명 행복할 것이었다. 즐거울 것이었다. 그 날들은, 분명 소중하게 빛나는 추억이 될 것이었다. ...그렇죠, 저의 '신' 님? 여전히 자신의 '신' 님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은 변함없이 확고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령 님. 정말로 말이예요. 오늘 령 님께서 주신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너무 기뻐요. 이 머랭 씨도, 주스 씨도, 그 제안들도. 전부 다 기뻐요. ...령 님의 맛집, 너무 기대되어서 빨리 가고 싶을 정도예요."
솔직하게 기대의 마음을 입에 담으며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역시 기다려야겠죠. 그야 자신 역시도 령 님께 뭔가 드리고 싶었으니. 이렇게 받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니... 저도 령 님께 어떤 걸 드리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딸랑, 령 님의 방울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잠시 그러한 생각에 잠겼다.
딸랑, 령 님의 깊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다시 드러났다. 그 눈동자를 마주하는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령 님께서 자신의 손을 잡아오자 살짝 놀란 듯이 동그랗게 커졌다.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리고 그러한 온기보다도 상냥한 령 님의 미소와 눈빛. 그것은, 환각이...
깜빡깜빡, 다시 멍한 눈매로 돌아온 눈동자가 잠시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부드럽고도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꽃피워졌다.
"...꼭 그럴 거예요, 령 님. 저도 령 님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영광이예요. ...령 님께서도 행복하실 수 있도록, 꼭 즐거운 할로윈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작게 머뭇머뭇, 조금씩 움찔거리던 손가락이 이내 천천히 굽혀졌다. 령 님의 손을 따라서 살며시 잡은 손에는 묘한 따스함이 맴돌았다. ...따스해요. 정말로. 그 낯설도록 따뜻한 온기에 살짝 기대듯, 두 눈동자를 천천히 감았다.
령은 리스를 마주보았다. 자신으로 인해 기뻐하는 리스를 보며 령은 행복감을 느꼈다. 이 신은 자신 덕분에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령은 그 생각을 하며 신과 주스가 든 컵을 꼬옥 쥐었다. 오늘은 일이 술술 풀려서 좋은 날이다.
"기쁘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군요. 리스께서 충분히 기뻐하신다니 다행이네요."
령이 생긋 웃었다. 리스가 기쁘다니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령은 자신이 제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안그랬으면 리스와 친해질 일도 없었겠지. 령은 앞으로도 리스에게 많은 것을 제안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뭘 제안해볼까?
"저도 리스와 함께 가는 할로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도하겠습니다. 꼭 행복한 시간을 보내요, 리스."
령이 리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마 령의 손에 있는 온기는 영원히 꺼지지 않으리라. 문득 령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령은 슬슬 돌아가야겠다고 느낀다. 아쉽지만... 령은 퍽 아쉬운 눈길로 리스를 바라보고는 손을 놓는다. 령의 눈길이 리스로 향한다.
"아쉽게도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날이 어둡기도 하고... 그럼 할로윈 때 봐요, 리스."
령은 그 말과 함께 신통술을 사용하여 미리내로 향했다. /제가 지금 컨디션이 안좋아서 급하게 막레 드릴게요 ㅠㅠ 수고하셨습니다 리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