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어느 날, 은호 님이 나를 호출하셨고, 은호 님은 나를 보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었기에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보 영상이라니. 무엇을 홍보한다는 거지? 영문을 알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며 나는 은호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호 님은 나에게 텔레비전을 켜서 거기 나오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주 행복하고 풍요로운 곳이니까 여기에 와서 살라는 그런 느낌의 영상이었다. 아무래도 그 광고를 보고 은호 님은 자극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바로 텔레비전을 끄신 은호 님은 나를 보면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런 거 찍으면 찾아오고 싶은 신들이 많지 않겠냐...그 말이니라. 인간계에서도 이런 홍보를 이용해서 재미를 보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은호 님!"
은호 님의 뜻은 이 라온하제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서 수많은 신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그런 것이겠지. 과연 은호 님. 이 라온하제의 미래를 생각하시고 수많은 신들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생각을 하시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 은호 님에게 감탄을 하며 나는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뒤이어 은호 님은 나에게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건네셨다.
"자. 이걸 줄테니까 한번 여기 신들과 힘을 합쳐서 찍어보도록 하라. 방식은 너에게 맡길테니 네가 원하는대로 찍어보도록 하라. 기대하고 있으마. 가온아."
"네! 알겠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멋진 홍보 영상을 찍어오겠습니다!! 은호 님!"
은호 님이 맡기신 이 일.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하면서 나는 은호 님에게 인사를 한 후에 밖으로 나왔다. 자. 그럼 어떻게 찍는 것이 좋을까. 이것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저녁 시간이 되었다. 사실 저녁 시간을 좋아하기보다는 식사 시간을 좋아하는 것이지만 아무렴 어때?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거지! 오늘은 팬케이크를 만들어보았다. 시럽도 충분히 준비를 했고, 밤프가 가리에서 키우는 토마토를 이용한 샐러드도 만들었고, 비나리에서 가지고 온 신과를 이용해서 만든 신과 주스도 컵에 따르고 야외 식탁에 두었다.
가을 바람을 쐬면서 이렇게 먹는 디너 타임은 참으로 행복하기 그지 없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내 기준엔 없어.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를 은퇴하고, 은호님의 보좌에서도 잠시 물러서면서 나는 아주 많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은호님이나 누리님이 나를 찾으면 바로 달려갈 생각이지만, 지금은 가온이가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니, 굳이 날 찾지 않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일을 하거나 할 생각이 없다. 천년 정도를 일했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잖아? 안 그래?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나는 천천히 팬케이크를 먹기 위해서 나이프와 포크를 쥐었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시럽을 팬케이크에 듬뿍 뿌리니 그 맛이 더욱 좋아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팬케이크를 먹는 것 뿐이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백호 선배! 지금 계십니까?!"
"꺄아악!"
갑자기 생각도 못한 목소리, 정확히는 가온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갑자기 들려온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손에 쥔 포크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땅에 떨어진 포크는 데구르르, 땅에 굴러버렸고, 거기에 찍힌 팬케이크 역시 땅에 데구르르 굴러버렸다. 그 팬케이크를 멍하니 바라보는 도중, 가온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여기 계셨습니까? 백호 선배. 저기,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은호님이...!"
"...내 팬케이크..."
"네? 백호 선배?"
"내 팬케이크의 복수를 해줄테니까 각오해!! 가온!!"
"네!? 네?! 네?! 잠깐, 잠깐만요! 백호 선배! 잠깐만요! 지금 구슬 반짝이는데 제가 잘못 본 거 아닙니까?! 아니! 잠깐! 잠깐! 잠깐! 그건 왜 꺼내십니까?! 아니! 저기!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으니까 말로! 말로!! 우와아아아악!!"
"이제 시작이야!! 도망치지 마!"
기다려. 팬케이크! 이 누나가 반드시 너의 복수를 해줄테니까! 각오해!! 가온!! 이 나쁜 늑대야!!
하이하이에요! 에이렐주! 음...사정이 바쁜 것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플이 있고 미련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냥 시간이 날 때 찾아오는 정도로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택은 에이렐주니까요. 바쁜 사정은 충분히 고려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내리겠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또한 에이렐주의 선택이니 말이에요.
3달간 전혀 접속이라.... 그렇다면 동결 루트는 어떤가요? 에이렐주. 그렇게 시트를 동결해서 유지하는 케이스도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에이렐주가 미련을 가지고 있고 너무 아쉬워해서 나름대로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택은 하는 것은 오로지 에이렐주니까요. 만약 정말로 시트를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한다면 이야기를 해주시면 처리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은?" 은호:...좋아하는 이라. 글쎄. 좋아합니다 정도가 아니겠느냐. 이제는 멀고 먼 과거의 일이니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 그런 것은 묻지 말라.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은호:글쎄? 나는 버림 받은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느니라. 애초에 나 같은 고위신을 버릴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단 말이더냐?
"네 패션을 새 패션 장르로 만들어 이름을 붙인다면?" 은호:이미 인간계에서는 나처럼 입는 것도 있지 않느냐. 그래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은호 한복 (주) 정도가 어떨까 싶으니라. 후후. 이상하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TV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장르와 소개 문구, 등장 시의 자막은 뭘까?" 가온:장르는 분명히 다큐멘터리일겁니다! 소개 문구는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 가온이고 등장 시의 자막은, 역시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가온이의 하루는...이런 느낌 아니겠습니까!! (누리:아닐 거라고 생각해. 가온아.)
"너의 명대사는?" 가온:...명대사 말입니까? 은호님과 누리님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해, 달? 둘 중에 어디?" 가온:해와 달이라. 둘 중 그 무엇도 저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저는 달이 좋습니다. 그게...본능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인간 중 네가 제일 인정한 사람은?" 누리:호은골에 있는 그 오빠야. 후훗. 정말로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
"과거의 네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면 뭐라고 말할래?" 누리:.......이거 답하고 싶지 않아.
"객관식 문제가 쉬워, 주관식 문제가 쉬워?" 누리:즐거운 문제! 객관식이건 주관식이건 즐거운 문제가 쉬워! 후훗. 즐거운 것이 좋거든. 나는!
하이하이에요! 카제하주!! 어제 뵙고서 오늘 처음 뵙는군요...!! 신입이다!! 호랑이 수인님이다...! 우와아아아! 저는 이 스레의 스레주를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누리]+[가온]으로 해서 리온주를 칭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저희 스레는 딱히 정해진 스토리도 없고, 그저 자신의 캐릭터의 일상을 펼쳐나가기만 하면 됩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궁금한 점이 있거나 문의 사항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카제하주!! 와아아아!!
그리고...아사주...그러면....일단 일상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흐릿)
네! 물론입니다! 아사주! 일상은 무리하게 돌리면 안 좋은 거니까요. 몸이 안 좋은데 억지로 돌리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아무튼...신입이 왔으니 전 신입에 대한 호기심으로 신입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겠습니다. 여러 지역이 있는데 가리로 가서 살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252 질문빔은 마구마구 날릴 수 있지요! 그리고 그렇군요. 서늘한 곳을 좋아한다...! 거기의 관리자인 밤프가 토마토 매니아라서 어쩌면 토마토를 많이 볼지도 모릅니다. (속닥속닥) 시트에서 다솜에도 많이 가는 것 같길래 왜 굳이 가리일까...싶어서 질문을 해봤답니다!
음... 정주행 하다보니 아무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에이렐주, 부디 에이렐주의 사정을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 물론 저도 에이렐과의 소중한 첫 우플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에이렐주께서 현생 때문에 힘드시다면, 현생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ㅎㅎㅎ 그러니... 에이렐주의 선택을 저는 다 존중하겠습니다! XD
그리고 저도 신입 분께 소개를 드리자면... 가장 신 답지 않은 신이자 다른 신들을 찬양하기 바쁜 리스의 오너, 리스주랍니다! 라온하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제하주! :D
이곳은 다솜. 언제나 꽃이 피어있는, 따스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아름다운 봄의 빛이 가득한 곳. 그리고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그러한 다솜 중에서도 명소라 불리우는 벚꽃나무 숲. 특히나 분홍빛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오늘도 역시나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벚꽃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어딘가 먼 곳을 멍하니 응시했다.
"......"
그리고 이내 그 시선이 살짝 위로 움직여져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한 벚꽃잎들. 고개까지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색이 다른 두 눈동자에 분홍색을 한가득 담다가, 이내 잠시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리고는... 두 손을 천천히 자신의 초커 목걸이에 달린 구슬에게로 가져갔다.
그러자 이내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하는 자신의 구슬. 그리고 이내 그 빛이 환하게 반짝반짝이자, 자신의 주변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던 나무의 아래에는 고요한 호수같은 물이 차올랐고, 연분홍색의 벚꽃잎들은 그 색이 점점 진해지더니 어느새 진한 분홍색과 빨간색으로 차츰차츰 변하여 떨어지기 시작했다.
...환각. 사실이 아닌 허상. 그것이 자신이 지닌 능력. 그럼에도 그것은 꽤나 현실같아 보였다. 지금처럼... 이렇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예요. 어느새 가지 밖으로 나온 자신의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잠시 물장구를 치듯 가벼이 두 발을 작게 움직여보았다. 이것은 환각. 그렇지만... 찰방찰방, 하는 물소리나 느껴지는 시원함은 마치 실제 같았기에,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마치 현실 속에서 그러한 것을 즐기는 것 마냥.
자신의 발의 움직임에 호수의 물 표면 위로 떨어진, 색이 변한 벚꽃잎들이 물결을 따라 천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 환각 능력으로 노는 것도 언젠간 써야지, 했는데 드디어 써보게 되었네요. :) 아무튼 선레입니다!
라온하제, 카제하가 몸담기로 결정한 한 신계에는 다솜이라는 멋진 곳이 있습니다. 꽃이 만개하고 자연의 숨결 또한 고스란히 느껴지는, 봄이 완연히 피어난 지역입니다. 카제하는 그런 다솜이 참 좋았습니다. 고귀한 생명의 내음이 가득했으니까요. 벚꽃나무가 잔뜩 뿌리내린 다솜의 숲에서, 카제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나무줄기에 몸을 기댄 채였습니다. 그러다 머리 위에 벚꽃잎이 살포시 내려앉는 느낌에, 그는 눈을 떠 갓 떨어진 벚꽃잎을 손바닥 위에 고이 담아봅니다. 곱디 고운 분홍빛입니다. 카제하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숲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옷에 달린 자그마한 곡옥이 일순 반짝였습니다. 그의 손 위에서 피어난 작은 바람결은 이내 고요히 부는 봄바람이 되어, 벚꽃나무 숲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갑니다. 따스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흔들렸습니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다솜에서의 일상입니다.
카제하는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 부는 숲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포근한 흙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정처없이 걷던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습니다. 맨발을 휘저으며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한 신이었습니다. 분홍 머리칼에 분홍 날개를 가진 그녀는, 이 벚꽃나무 숲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외양이었다죠.
"안녕하시오. 처음 뵙는 얼굴이구려."
카제하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봅니다. 혹여나 이 목소리가 그녀의 사색에 방해가 되진 않을지, 다소 걱정이 됩니다.
찰방찰방, 물결을 가르는 두 발이 고요한 수면을 부드러이 갈랐다. 허공에 살짝 흩어지는 물방울들마저도 마치 진짜인 것 마냥. 그러한 자신의 작디 작은 움직임과 잔잔히 불어오는 봄바람은 수면에 일렁임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그에 하나, 둘, 떨어져 수면 위를 장식해주는 벚꽃잎들이 덩달아 일렁였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벚꽃잎 님들도. 자신의 신통력으로 인하여 바뀌어진 진한 분홍색과 빨간색의 벚꽃잎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깨끗한 푸른 색과 대비되는 수많은 분홍색들과 빨간색들. 그에 조용히 생각에 잠기어가기 시작했다. 멍한 두 눈동자가 더욱 몽롱해지면서, 마치 생각의 호수 속으로 천천히 잠기어가듯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러한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한 낯선 목소리에, 순식간에 구슬의 빛이 훅, 꺼져버렸고, 그에 신통력으로 유지되던 호수와 벚꽃잎들도 전부 다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멍하니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내려다보자 보이는... ...한 낯선 신 님의 모습...?
"...아..."
그에 순간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리고는 다시금 한 박자 느린 동작으로 급히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내어 잠시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내려와, 그대로 땅에 사뿐히 맨발을 딛었다. 그리고는 낯선 신 님께로 다가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아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낯선 신 님. 저는 플라밍고 수인, 리스라고 합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잠시 놀고 있느라 감히 신 님을 알아뵙지 못했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시금 예의바른 사과와 함께 허리를 꾸벅, 숙였다 폈다. 괜히 입가로 가져간 손가락들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시선은 진심으로 죄송한 듯이 슬쩍 아래로 떨구어진 채. ...어쩌지요... 하는 듯한 모습으로.
리스가 날개를 펼쳐 가볍게 활강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리스의 목에 달린 구슬이 빛을 잃어가는 게 카제하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 또한 카제하처럼 신통력을 쓰고 있었던 걸까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집중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도 그렇고, 왠지 미안한 감정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카제하는 내려온 리스에게 허리를 가볍게 숙여보였습니다.
"만나서 반갑소, 리스 공. 본인이 혹시 그대의 명상을 방해했다면 사과하겠소. 본인은 호랑이 수인 신 타케모리 카제하라고 하외다. 카제하라고 부르시오, 편하게."
이어지는 리스의 사과에, 그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우스꽝스러워서도 아니고, 비웃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듯한 리스에게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괜찮소, 사과할 필요 없소. 갑자기 인사를 건넨 건 본인 쪽이니, 늦게 알아챌 수도 있는 거지."
카제하는 손사래를 치며 겸손히 대답했습니다. 눈꺼풀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접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째서 자신은 신이 아니라는 듯 말을 하는 걸까요. 리스라는 플라밍고 수인은 구슬도 있고, 신통력도 쓸 수 있는 명백한 신입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신계 라온하제의 주민일 테고요. 카제하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허나 리스 공 또한 분명한 신일진데 어찌 그리 위축되어 계시는 것이오?"
그는 무릎에 손을 짚고 살며시 허리를 굽혀 리스의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리스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담긴 의문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태도였습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여전히 따스한 빛이 서려있었죠.
갑자기 자신의 귀에 들려온 낯선 목소리. 그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보이는 낯선 신 님의 모습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황급히 땅으로 내려와 신 님의 앞에 섰다. 그리고 공손하게 인사와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자, 낯선 신 님께서도 사과를 들려주셨다. 아예 자신에게 똑같이 허리를 가볍게 숙이시는 모습에, 멍한 눈동자가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어보였다.
"...아, 아닙니다...! 명상같은 걸 하고 있던 것이 아니니 저는 괜찮습니다. 저에게 허리 숙이시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타케모리 카제하 님... 이시군요.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이예요, 카제하 님."
다시금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새로운 신 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정말로 기뻐요...!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시원한 웃음과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부드러운 눈웃음. 그에 카제하 님의 자상한 배려가 느껴지는 듯해, 잠시 멍한 눈동자로 카제하 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해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하지만 전 '신' 님의 부름에 곧바로 응답하지 못 했는 걸요. 그러니... 다음부턴 저도 곧바로 응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은 '신' 님이 아니라는 가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이어서 카제하 님께서 아예 무릎을 짚고 허리를 굽혀 자신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자,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괜히 슬쩍 시선을 옆으로 떨구어 피하며 자신의 왼쪽 눈을 은근히 가렸다. 거기에 무의식적으로 왼쪽 눈가를 매만지며 한 박자 늦게 입술을 열었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저는 '신' 님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신' 님이신 카제하 님을 이렇게 직접 뵙게 되니 영광스럽고 숭배하는 마음에 그만... ...하지만 그렇게 많이 위축된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카제하 님."
이내 다시금 카제하 님에게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무려 자신의 시선을 맞추어주신 것에 대하여 영광스러운 진심이 담긴, 위축되지 않은 감사 인사와 함께.
빠른 응답이라는, 다소 엉뚱하다면 엉뚱한 대답에 카제하는 그만 실소를 흘렸습니다. 그녀는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카제하의 시선을 슬쩍 피했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와 눈높이를 맞춘 그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영광스럽고 숭배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소. 어차피 우리는 다 같은 라온하제에 사는 이웃 아니겠소? 신이라고 해서 고귀하고, 신이 아니라고 해서 하찮은 것이 아니오. 그러니 본인은 리스 공께서 너무 자격지심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는 바요."
왜냐면 모든 생명은 신이든 신이 아니든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카제하는 신이면서도 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 홍학 신에게서 왠지 모를 애처로움을 느꼈습니다. 리스의 언행은 신을 무조건적으로 우러러보는 인간계의 인간들과 사뭇 닮아있었습니다. 어차피 다 같은 생명이며 인격체인데,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녀의 소심한 태도 앞에서 어김없이 카제하의 오지랖이 빛을 발했습니다.
"얘기가 그만 길어져버렸군. 리스 공은 여기서 뭘 하고 계셨소?"
그는 낮추었던 자세를 풀며, 살짝 화두를 돌렸습니다. 계속 이런 화제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리스에게는 부담되는 행동일 수도 있을 텝니다. 숲을 올려다보자 한 차례 세차게 따스한 바람이 불고 벚꽃잎이 우수수 흩날립니다. 잎이 떨어지는 바스락 소리가 요란하면서도 고요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카제하 님의 말씀을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리며, 슬쩍 옆으로 피했던 시선을 다시 느릿하게 한 박자 늦게 가져왔다. 다시 바라본 카제하 님은 여전히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어주고 계셨고, 그에 이어서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말씀에서도 여전히 온화한 다정함이 묻어나왔다. 그렇기에... 이내 멍한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를 부드러이 접어 웃어보였다.
"...말씀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하지만... 저는 '신' 님이 아니라고 해서 하찮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물 씨들, 식물 씨들, 사물 씨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존재들은 전부 다 소중한 걸요. ...다만, '신' 님께서는 더욱 위대하신 존재들이시니까요. 그래서... 저는 숭배하고 싶어요. 물론 마찬가지로 '신' 님이신 카제하 님도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카제하 님...?"
그것이 바로 자신이 편한대로 행동하는 것. 다른 신 님을 찬양하고, 숭배하고, 신뢰하는 것. 그렇게 손가락을 작게 꼼지락거리면서 조금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카제하 님께 여쭤보면서도, 나름대로의 자신의 신념은 계속해서 유지했다. 그러다 이어서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열었다.
"...저는 여기서 저 나뭇가지에 앉아서 저의 신통술로 놀고 있었습니다. 제 신통술은 환각 능력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이내 다시 두 손을 자신의 구슬에 천천히, 살며시 갖다대자, 구슬이 다시금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금 주변에 펼쳐진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이번에는 카제하 님께도 보이도록 만들어진 환각의 투명한 물은 자신의 무릎을 조금 넘는 깊이였고,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는 그 모습은, 마치 실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벚꽃잎 씨들의 색깔도 바꾸어보면서요."
이내 천천히 두 손바닥을 들어올리자, 그 위에 연분홍색의 벚꽃잎이 점차 진한 분홍색, 그리고 마침내는 빨간색이 되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안착했다. 그리고 그 벚꽃잎을 내려다보던 시선을 들어올려, 한 박자 늦게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두 손바닥을 가만히 위로 올려보였다. 카제하 님께서 벚꽃잎을 더 잘 보실 수 있게 하려는 듯이.
/ 앗...! 아니예요, 카제하주! 저도 곰손인 걸요...ㅎㅎㅎ(토닥토닥) 전혀 늦지 않으니까 편하게 천천히 써주셔도 된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카제하주! :D
이색을 띤 두 눈동자가 물끄러미 그를 향했습니다. 카제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빛이 가득했습니다. 익숙치 않은 것을 강요하고 가르치려 드는 건 역시 안 될 일입니다.
"그래도, 리스 공 또한 다른 신들과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길 바라오."
카제하는 몸을 일으켜세우며 나긋히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리스 또한 숭배되어 마땅한 존재인 '신'일터입니다. 카제하는 그녀가 응당 속해야 할 집단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리스가 만들어낸 환각을 봅시다. 바람이 불어오며 물이 찰랑이는 이 느낌이 마치 진짜같군요. 카제하는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의 한가운데서 무릎을 굽혀 앉았습니다. 투명한 청색을 띠는 고운 물결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쳐보입니다.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뒤 리스가 내민 손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빛이 서려있었습니다. 새빨간 장미와도 같은 벚꽃잎의 색채가 정말로 아름다웠달까요.
"리스 공께서는 참으로 신묘한 신통술을 부리는구려. 정말 대단하오."
카제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리스의 능력에 대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습니다. 그녀의 신통술로 전개된 이곳의 모습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본인 또한 신통력을 써가며 이 숲의 아름다운 향취를 느끼고 있었소."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습니다. 곡옥이 고운 빛을 내며 반짝이자 그와 함께 사방에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숲의 나무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그 바람에는, 다솜의 온기와 향긋한 꽃 냄새가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수십 장의 보드라운 벚꽃잎이 바람에 가볍게 흩날려 호수 위를 장식했습니다.
온화하게 자신을 존중해주시는 카제하 님의 말씀. 나긋하게 덧붙여지는 말씀 역시도 자상한 따스함이 느껴져, 잠시 물끄러미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저 또한 다른 '신' 님들과 동등한 존재... 무례한 생각이 감히 스멀스멀 자신의 마음을 장악하려는 것에, 숨을 잠시 멈추면서 생각을 저지했다.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희미하고도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저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에 그치면서.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신통술인 환각 능력.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믿을 수 있을 듯이 생생한 호수는 잔잔하고 투명한 물들을 한껏 머금었고, 이내 벚꽃잎의 색까지 바꾸어내어 자신의 두 손바닥에 살포시 받아내었다. 만약 신통술을 이용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빛나는 구슬이 없었다면, 어쩌면 누군가는 벚꽃잎은 빨간색이라고 믿어버렸을지도. 그 정도로 마치 '현실'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다른 신 님들의 위대한 신통술에 비하면 제 신통술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좋아해주셔서 저도 정말 기뻐요. 영광이예요...!"
헤실헤실, '신' 님께 무려 칭찬을 들었다는 사실에 솔직하게 기쁜 마음을 표현하면서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카제하 님께서 지으시는 환한 표정에, 자신 역시도 뭔가 '신' 님께서 즐거우시도록 도움을 드린 것 같다는 것 역시도 정말 기뻤으니. ...비록 이것은... 진짜가 아니라 그저 환상일 뿐이지만요.
그러다 카제하 님의 허리춤에 묶인 곡옥이 점차 반짝이기 시작하자, 그것에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불어오기 시작하는 바람. 사방에서 느껴지는 바람에는 따스한 꽃내음과 함께 봄의 청취가 담겨져서 실려왔고, 그에 벚꽃잎들 역시도 하늘하늘, 떨어지자 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듯이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 감탄의 빛이 어른거리는 두 눈동자와 한 시야 속에 그 모든 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
순수하게 존경심과 감탄, 그리고 숭배가 어린 마음을 표현하며, 희미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작게 쳤다. ...역시 카제하 님도 정말로 대단하신 신 님이신 것 같아요. 봄의 향기가 향긋해요. 두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에 담긴 꽃내음을 간직했다.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머리카락도 기분이 좋았기에. 그러다 이내 다시금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뜨고,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다솜의 벚꽃나무 숲은 저도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곳들도 정말 아름답고 예쁘지만요. ...아... 그럼 혹시 카제하 님은... 어디에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 다솜에 살고 계신 건가요?"
카제하는 리스의 말에, 아무 대꾸 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곡옥의 빛은 꺼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숲을 고요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신통술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리스 공께서 칭찬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카제하는 리스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겸손하게, 감사의 표시를 전합니다. 그가 한 것은 작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밖에 없었으니까요. 그저 나무와 풀들이 그에 맞추어 아름다운 춤을 추어줬을 뿐입니다. 이렇듯 바람이라는 것은 모든 생명을 따스히 품어주는 자연의 일부와도 같았기에, 카제하는 바람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세를 낮추어 호수의 물을 양 손 가득히 퍼올렸습니다. 곱디 고운 에메랄드색이었습니다. 분명 실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현실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요.
"리스 공, 그대의 신통술은 분명한 허상이긴 하나 그것엔 아름다운 자연의 색채가 그대로 녹아있소. 이 모든 것이 설령 환상일지라도, 본인은 이 풍경이 썩 마음에 드오."
그리 말하곤 카제하는 가벼운 웃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습니다. 벚꽃잎 한 장이 바람에 휘날려 손바닥 위의 작은 웅덩이에 사뿐히 착지했습니다. 그는 모았던 손을 풀어, 웅덩이의 물을 호수로 흘려보냅니다. 시원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기고 올라앉았던 벚꽃잎 또한 호수 속으로 사라집니다.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호수의 표면을 자유로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카제하는 그러한 호수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본인은 가리에 산다오. 사방이 다채롭게 물들어 있고, 아주 고요하고 좋은 곳이오."
비록 그곳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가리라는 곳을 참 좋아합니다. 선풍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저마다 다른 색을 뽐내는 것을 보면, 다 같은 생명임에도 어찌 그리 다를 수가 있는지 절로 궁금해지는 듯도 했습니다. 카제하는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아닙니다...! 카제하 님의 신통술은 정말로 대단해요. ...바람 씨를 다루실 수 있다는 것은 멋지고 위대한 일인 걸요. 방금처럼 자유로운 바람 씨에 꽃잎 씨들과 꽃향기도 가져오실 수도 있고..."
자신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시는 카제하 님의 모습에, 놀란듯이 드물게 곧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조금은 황급히 도리도리, 작게 젓던 고개를 이내 다시 위아래로 끄덕끄덕이기도 하면서. 두 손까지 꼬옥, 주먹 쥐면서 얘기하는 멍한 두 눈동자에는 진심 어린 존경의 빛이 반짝였다. 무엇보다도 새인 자신에게 있어서, 바람은 정말 중요한 존재나 다름 없었으니.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잠시 멍한 두 눈동자로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마음에 드시는 듯한 모습. 가벼운 웃음소리마저 들려오는 가운데, 자신이 카제하 님을 조금은 즐겁게 해드린 것 같은 느낌에 결국 희미하지만 환한 웃음을 만면에 꽃피워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그 말씀, 정말로 기뻐요. ...제 신통술은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이나 제 상상에 따라 좌지우지된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내 자신 역시도 허리를 숙여 호수의 물을 양손 가득히 담아올렸다. 그리고 다시금 빛나고 있던 구슬이 조금 더 환하게 빛나자, 이내 자신의 손 안에 담긴 작은 물 웅덩이에는 밤이 찾아와 어두운 색으로 바뀌어졌다.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잔물결에 부서지는 보름달의 모습. 그 모든 밤의 풍경들이 작은 두 손 안에 담긴 가운데, 이내 다시금 허리를 숙여 물을 다시 돌려보내주자 밤의 흔적은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원하는대로 어느 정도는 작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카제하 님. 제 힘이 닿는 한, 허상이라 하더라도 열심히 만들어내겠습니다."
'신' 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이 가진 작은 힘이라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리... 가리에 살고 계셨군요. 가리도 정말 예쁜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주 가본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들도 많고, 예쁜 낙엽 씨들도 많고... ...아."
이내 뭔가가 생각난 듯,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구슬에 천천히 가져다대었다. 그러자 다시금 구슬이 더욱 빛나면서, 점차 바뀌기 시작하는 풍경. 호수는 그대로였지만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벚꽃잎들은 차차 새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옅은 갈색의 낙엽들로 바뀌어 호수의 수면에 가벼운 일렁임을 자아냈다.
카제하 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상상하여 만들어본 자신의 허상.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옅은 갈색이 다채로운 가운데, 다시금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카제하 님께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은호님이 나에게 프로모션 영상이라는 것을 찍으라고 지시를 한 지 여러날이 지났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이 라온하제를 홍보할 수 있는 영상이 나올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잠시 생각을 한 끝에 나는 비나리에 있는 신과 나무를 키우는 과수원으로 나왔고, 그곳에서 내 신통술을 사용했다. 내가 사용한 신통술은 '텔레파시'. 떨어져 있는 신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연락을 위한 신통술이었다.
ㅡ비나리 지역의 관리자, 가온입니다! 모두들 들리십니까? 이번에 은호님이 맡기신 일 때문에 여러분들과 의견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텔레파시를 보내겠습니다. 지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비나리 지역에 있는 신과 과수원으로 와주셨으면 합니다! 오시는 분들에게는 신과도 많이 나눠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꼭 와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연락을 보낸 후에, 나는 빠르게 신과 나무에 열려있는 신과를 따서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몇이나 올진 모르겠지만, 찾아오는 신들에게 신과를 나눠주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테니까.
그렇기에 열심히 움직이면서 나는 발톱까지 동원해서, 그리고 늑대의 몸으로 변신해서 열심히 신과를 따서 바구니에 모으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목에는 은호님이 주신 비디오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그야, 이건 은호님이 나에게 쓰라고 준 것이니까 떨어뜨리면 안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열심히, 열심히 나는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신과를 모았고, 어느 정도 딴 후에, 다시 수인의 형태로 돌아온 후에, 그 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과수원의 앞으로 향했다.
"..?" "은호님이 시키신 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시하려다가... 신과를 나눠준다고 해서 가려고 한 건 아니다. 아니라고. 그저 시간이 없지 않은데도 안 가면 자기 자신이 세워둔 기준에 맞지 않아서이다. 순간이동으로 부드럽게 비나리 지역으로 가서는 가온을 바라봅니다.
"은호님이 시킨 일이 뭐야?" 느긋하지만, 상당히 장난스러울 정도의 생글생글거리는 웃음인 것 같습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한가롭게 나뭇가지에 걸터앉아있던 중,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 '텔레파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가온 님...?
언제나처럼 은호 님의 목소리이실 줄 알았는데...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곧바로 날아갈 채비를 마치곤 두 날개를 펼쳐내었다. 은호 님께서 맡기신 일에 대하여 가온 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그 두 '신' 님을 위해서라도 꼭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나름대로는 빠르게 도착하게 된 비나리의 신과 과수원. 저번에 와본 적이 있던 만큼 길을 잃거나 하지 않고 한 번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 과수원의 앞에서 가온 님과 다른 신 님들을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두 손은 가슴께에 꼬옥 모은 채. 과연 무슨 일인지 조금은 걱정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시간이 되자 신들이 모여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일단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 그들에게 각각 바구니에 담겨 있는 신과를 여러개 나눠주었다. 일단 찾아온 이들에게 신과를 나눠주겠다고 했으니까 신과를 나눠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에게 가장 먼저 들어온 일은 무슨 일이냐는 물음이었다. 당연히 이 물음이 나오겠지. 나는 특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모두에게 부탁을 했으니까. 아무튼 나는 목에 메고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제대로 든 후에 모두를 부른 용건을 말했다.
"사실은 말입니다! 은호님이 이 라온하제를 다른 지역의 신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거군요!"
이어 나는 내 신통술을 발휘한 후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거기에는 다른 지역의 홍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신들의 지역이 좋으니까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오라는 나름의 홍보성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모두에게 보여준 후에 나는 홀로그램을 지워버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은호님이 이 영상을 보더니 우리도 이것을 해보자고 해서 저에게 홍보 영상을 찍어오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지금까지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애매해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라온하제의 홍보를 위해서는 뭘 어떻게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 모두의 의견을 들어도 되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은호님과 누리님에 대한 영상으로 그 두 분의 위대함을 홍보하는 영상을 찍고 싶지만, 뭔가 그렇게 하면 바로 기각을 할 것 같기에... 일단은 다른 신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이런 업무를 지금까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내주십시오! 가능하면 기발한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꼭 기발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의견은 얼마든지 환영하겠습니다!"
"아 나 이런 거 본 적 있어." 여기에 살기 전에 여러 지역 재 보면서 여러 지역 홍보영상 보기는 했는데, 그런 걸 찍자고? 라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바보털도 흔들흔들거립니다.
"아이디어... 라온하제만의 특징적인 걸 넣어야 할 거고.. 라온하제가 아니면 안 되는 걸 한다던가." 라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온 지 얼마 안 되는 나보다는 가온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다솜의 랜드마크-개인적으론 앵화영장도 넣어도 좋겠죠.-라던가. 아라의 랜드마크.. 이런 식도 좋을지도.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담이지만 누리와 은호님이 위대하니 여기로 오라는 말을 하면 뭐야 라는 반응 나올 가능성이 크니 그런 건 배제하고." 물론 간접적으로 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라고 덧붙입니다.
가온 님과 아사 님, 그리고 령 님. 그 모든 신 님들께 희미하게 웃으면서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어서 가온 님께서 나눠주시는 신과에는 가볍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자신은 괜찮다는 뜻을 전하다가, 결국 하나만 받기로 결정했다. "...감사합니다, 가온 님." 다시금 인사를 덧붙이며.
그리고 그렇게 소중하게 두 손으로 신과를 든 채 야금야금, 느릿하게 먹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설명. 홀로그램까지 열심히 보고 나서 들려온 과제는 다름 아닌 라온하제의 홍보 영상을 찍는 것이었고,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가온 님의 말씀에 "...아..." 하는 소리를 한 박자 늦게 내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손가락들로 괜히 입술을 가리면서.
"......저는 좋은 의견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래도 감히 말씀드려보자면, 아름다운 라온하제의 각 지역의 풍경을 담아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각 지역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시는 신 님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아낸다든가...?"
머뭇머뭇거리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어보았다. ...'행복'한 라온하제의 '신' 님들의 모습을 보면, 다른 분들께서도 라온하제에 오시지 않을까요? ...저라면 그럴 것 같은데...
"은호님과 누리님에 대한 것은 안됩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은 꼭 넣으려고 했단 말입니다! 하지만...우으..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명소나 풍경, 신들의 아름다운 일상, 그리고 인터뷰...만 나오고 은호님과 누리님에 대한 것은 나오지 않으니... 알겠습니다! 여기서는 다수결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쿠키 영상...? 이었나? 그것으로 넣어도 될테니까. 그런데 쿠키 영상이...길어도 되나? 그것은 잘 모르겠으니까 나중에 은호님에게 물어봐야겠어. 그렇게 결심을 한 후에, 나는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각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각 지역의 명소를 담는 것이 좋을까? 그 와중에 피아사 씨가 말한 영화영장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거기, 되게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일단 각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홍보 영상을 찍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앵화영장이라는 곳으로 한번 가보도록 하죠! 다솜부터 가는 것이 좋을테니 말입니다! 아마 벚꽃나무 숲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어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고, 여기에 있는 모두를 한번에 그 앵화영장이라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신통술을 이용하면 모두를 단번에 이동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금방 도착한 다솜. 그곳은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운 분홍색 벚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이어 나는 비디오 카메라를 켠 후에,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기왕 왔으니까 홍보 멘트라던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여러분? 일단 다솜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그러니까...여기서 찍도록 하겠습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까지 받을게요! 그리고...가온이가 찍는 곳은...
.dice 1 3. = 3 1.벚꽃나무 숲 안 2.벚꽃잎 풀장 안 3.벚꽃나무 가지에 매달려서 촬영
아무래도 생생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벚꽃나무 가지에 매달려서 전체적인 풍경과 떨어지는 벚꽃잎을 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냉큼 근처에 있는 벚꽃나무에 매달렸다. 그리고 한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촬영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홍보를 하는 두 신을 바라보면서 촬영에 집중했다.
ㅡ앵화영장은 벚꽃잎으로만 만들어진 수영장입니다. 한자로는 벚나무 앵 자에 꽃 화 자를 써서 벚나무 꽃과 헤엄치는 장소라는 뜻입니다.
"아라의 명소는 워터파크와 해변가 등 여름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입니다." 특히 워터파크에 직접 들어가서 빙글빙글 도는 카메라를 보시면 무척이나 스릴 넘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로 누구든 워터파크의 스릴러 넘치는 곳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야 하는 건 확보.
"호러스러운 환각을 보여주는 환각 하우스도 아라에 만들어볼 생각이 있기는 한데. 괜찮으려나." 라고 생각한 걸 말합니다. 이건 딱히 잡힐 일 없겠지.
"그리고 사계절이 모두 존재하는 라온하제에서는 라온하제 내에서 자급자족으로 모두 해결이 가능하기에, 아라에서 차가운 얼음으로 만든 빙수가 유명합니다." 라고 말하려 하며 가끔 이런 해변가에서 서핑을 즐기기 좋은 큰 파도가 오기도 하며 이런 날에는 신들이 나와서 각자의 신통력으로 파도를 타기도 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신통력을 써서 이 근방에 시원한 바람이 불도록 한 후에, 나는 모두가 말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찍으면서 철썩이는 파도를 찍었다. 그렇게 나름 제대로 찍은 후에,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챙겨온 신과를 꺼내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모두들 멋진 홍보입니다! 그럼 이제 가리로....어라..?"
그와 동시였다. 갑자기..저쪽에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신이 아니라 평범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였다. 확실히 이 아라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날아다니지. 그 갈매기들의 모습도 찍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나는 카메라를 들어올려 갈매기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갈매기들이 여기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왜 여기로 모여드는 것일까?
뭔가 조금 불길한 느낌을 받지만 일단은 계속해서 갈매기들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하면서 다시 철썩이는 파도의 모습을 담고, 전체적인 바닷가의 모습을 담았다. 그 와중에도 계속 갈매기들은...날아오는데...왜지...?
//이렇게 벌어지는 돌발상황..!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과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dice 1 5. = 2 1.갈매기들이 날아와서 머리와 팔이며 어깨며 다 착지해서 앉았다. 2.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주변에서 날아다니면서 울부짖고 있다. 3.손에 쥐고 있는 신과를 뺏어가버렸다. 4.그냥 스쳐지나가버렸다. 5.갑자기 툭툭 치고 지나가서 그만 바다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라의 홍보영상도 나름대로 멋지게 찍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신' 님들의 홍보 멘트가 정말로 멋들어지고 세련되었으니. 존경스러움을 담아 멍한 두 눈을 반짝반짝이고 있던 와중, 이제는 슬슬 가리로 가려는 찰나, 갑자기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수많은 평범한 갈매기들의 모습. 자신들 쪽으로 날아오는 그 갈매기들의 모습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대로 아사 님에게로 향하여 그 주변을 날아다니며 울부짖는 갈매기들의 모습. 그에 멍한 두 눈동자가 살짝 동공지진을 일으키면서 머뭇머뭇, 조심스럽게 아사 님 쪽으로 다가가 갈매기들을 올려다보며 조심히 말을 걸었다.
"...갈매기 씨. 아사 님께서 곤란해하실지도 모르니 부디 그만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공손히 두 손을 모아 부탁을 하며, 이내 고개를 돌려 아사 님을 조금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갈매기가 시끄럽게 울어대니 성가신듯 팔을 휘휘 휘둘러 쫓아내려 한다. 뭐... 어째 다솜의 관리자에게 갈매기가 몰리는 듯 하여, 그야말로 대충에서 벗어나지 않는 몸짓이였다. ...이대로면, 제대로 진행이 안될 것 같은데. 하지만 자신의 일은 아니라는 듯 그냥 관람을 하고 있었지.
아, 결국 아르겐타비스 신이 본체화 한 것 같다. 10미터의 검은색 그림자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갈매기들은 피아사 씨의 주변에 모여서 까악까악 거리고 있었다. 령 씨는 갈매기들을 쫓아내려 하고 있었고, 리스 씨는 갈매기들에게 그만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고 늦게 합류한 세설 씨는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피아사 씨는 새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 모습이 보통 엄청난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위엄이라고 생각을 하며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결국 갈매기들은 도망치듯이 멀리 멀리 사라져버렸다.
아무튼 갈매기들이 모여있을 때 그 속마음은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그에 대해서는 말을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저 갈매기들은 조류 신들만 모여있어서 동료라고 생각하고 다가온 모양입니다! 확실히 저를 빼면 다 조류로군요! 아무튼... 방금 전 영상도 잘 찍어뒀습니다! 갈매기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하면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번엔 가리입니다!"
이어 나는 다시 신통술을 사용한 후에, 가리의 단풍이 물든 산에 도착했다. 오늘도 가리의 숲에선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있었고 낙엽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통 멋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촬영할 정소로 이동한 후에, 모두에게 부탁했다.
"그럼 가리의 홍보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여러분!!"
//
.dice 1 3. = 2 1.낙엽이 떨어지는 나무 위 2.곰의 굴로 보이는 동굴 앞 3.근처에 보이는 토마토 농장 입구
"곰의 굴을 찍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찍을테니, 모두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겁니다!"
세설 씨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나는 카메라를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을 천천히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홍보를 하는 다른 이들의 모습도 확실하게 담았다. 다들 이 지역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느낌이 그대로구나. 물론 세설 씨의 멘트는 조금 편집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촬영을 한 후에, 나는 마지막으로 가리 지역의 맑은 하늘과, 아름답게 떨어지는 단풍잎을 다시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 여기에 밤프 씨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가리의 관리자인 밤프 씨라면 확실하게 홍보를 해줄테니까. 물론 그 내용의 절반 이상이 토마토와 관련된 내용일 것 같긴 하지만...아무렴 어떠랴...
아무튼 이제 마지막으로 가리 지역의 단풍나무를 좀 더 찍기 위해서 나는 단풍나무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은....
물론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 또 다시 벌어진 돌발상황...! 이번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dice 1 5. = 1 1.가온이에게 2,아사에게 3.리스에게 4.령에게 5.세설에게
.dice 1 5. = 2 1.아라 지역의 갈매기들이 여기까지 날아와서 주변에서 깍깍거리고 있다. 2.굴 속에서 곰이 나와서 다가왔다. 3.근처에 있는 박쥐가 토마토를 실수로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4.다람쥐가 빠르게 달려와서 어깨에 올라탔다. 5.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단풍잎들이 머리 위에 수북하게 떨어졌다.
태평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담고 있지 못했다. 역시 뭐가 많이 살고 있긴하네, 여기는... 만약 저게 촬영을 위해 섭외한 것이 아니라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두꺼운 팔을 한번 휘두르면 일개 사람들은 한방에 나가떨어질테니. 우리들은 그런 인간들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게다가 다른 이들보단 비나리의 관리자가 더 강하지 않아? 가온에게 신뢰 아닌 신뢰를 보내면서, 다음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가리 지역의 홍보도 무사히 끝마쳤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박사박 떨어지는 아름다운 단풍잎들의 모습을 부드럽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올려다보았다. 푸른 가을하늘과는 대비되는 예쁜 빨간색. 하지만 그것에 천천히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굴 속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곰 한 마리...?
"...! 가, 가온 님...! 곰 씨가...!"
순간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곧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멍한 두 눈동자도 크게 뜬 채, 황급히 "조심하세요...!" 하고 외치면서 그대로 두 눈을 꽈악 감아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 그대로 환각 능력으로 탐스런 나무 열매와 꿀이 담긴 통을 만들어내 곰의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려보려 노력했다.
갑자기 령 씨가 내 뒤로 달려와서 누군가를 막는 것처럼 보였고, 아사 씨의 말과 리스 씨의 말, 그리고 세설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거기에선 곰이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곰은 누군가를 해치려는 것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곰은 저편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어느새 저 편에 나무 열매과 꿀이 담긴 통이 보였다. 이것은 환각인 것일까...
"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곰은 누군가를 해치거나 하는 이가 아닙니다! 호은골이라는 인간계의 마을에 가면 '산군'이라는 곰 신이 있습니다. 그 곰 신의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저 곰은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일단 모두 놀라는 것 같기에, 애써 진정을 하면서 난 그 곰도 영상으로 담았다. '가리에는 이렇게 산짐승들도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정도면 괜찮겠지? 그렇게 확실하게 영상에 담은 다음에 나는 추운 것에 약한 이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만약 손을 든 이가 있다면 내 신통력으로 그 신에게는 따스한 털옷을 주었을 것이다. 다음에 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겨울 지역인 '미리내'였으니까.
이어 미리내에 내 신통술을 이용해서 도착을 한 후에, 나는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촬영을 하면서 돌아다녀서인지, 슬슬 하늘 위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홍보를 잘 부탁하겠습니다! 저는 저기에 서서 찍고 있겠습니다!"
//언제나처럼 홍보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1시 30분까지 받을게요!!
.dice 1 3. = 1 1.안전한 얼음빙판 위 2.아슬아슬한 언덕의 끝자락 3.빙해 위에 떠 있는 얼음조각 위
미리내. 자신이 살고 있는 곳. 령은 고개를 들어 하늘에 아름다운 별이 떠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니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한다. 그리 생각하고는 령은 입을 열었다.
"이곳은 미리내, 라온하제에서 겨울을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미리내에서는 눈이 많이와 눈싸움과 썰매타기 등 겨울에만 할 수 있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별이 아름답게 뜨는 곳이기도 하지요. 미리내에서 별을 바라보려면 북쪽 끝에 위치한 언덕에 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몇년이고 살더라도, 겨울이 끝나지 않는 곳이지. 그래서 항상 춥기도 하고, 이렇다 할 특산물도 없어. 와서 둘러보더라도 하얀 눈이랑 얼음밖엔 없긴하지만..."
입을 열어 운을 띄우는 것은, 디스, 가차없는 디스입니다. 미리내 관리자, 이래도 괜찮은건가요? 변명을 하자면 라온하제에 오고나서 계속 살다보니 보이는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 한 것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홍보영상인데, 과장광고도 모자랄 판에 솔직히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지. 그러나... 문장의 끝맺음이 아직 나오지 않았었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그래도, 밤하늘이 예쁘니까. 별을 관측하고 싶으면 밤에는 한번쯤 와도 좋아."
무덤덤하고도 깔끔하게 말을 끝마친다. 그래, 미리내의 관리자로서 최소한의 홍보의 말은 남겨주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자.
ㅡ이곳은 미리내, 라온하제에서 겨울을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미리내에서는 눈이 많이와 눈싸움과 썰매타기 등 겨울에만 할 수 있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별이 아름답게 뜨는 곳이기도 하지요. 미리내에서 별을 바라보려면 북쪽 끝에 위치한 언덕에 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모두의 말을 확실하게 기록하고, 막 떠오르는 별들과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았다. 뒤이어 나는 좀 더 별을 확실하게 찍기 위해 언덕 쪽으로 천천히 향했다. 이쪽에서 찍는 것이 아무래도 좀 더 잘 보일테니까. 하지만 빙해에 빠지면 안되니까 조심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확실하게 겨울 풍경과 별을 찍은 후에 이것을 어떻게 편집을 해야 할 지를 떠올리면서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비디오 카메라를 계속해서 돌리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홍보를 너무 잘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물론 세설 씨! 마지막은 그렇다고 쳐도 처음에는 홍보가 아니라 디스잖습니까! 좀 더 책임감 있게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다시 저 편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언덕에서는 저런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그 오로라를 바라보면서 나는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현란하고, 홍보 영상에는 꼭 필요할 것 같은 오로라였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생하는 돌발상황...! 이번엔 과연...?
.dice 1 5. = 2 1.가온이가 2.아사가 3.리스가 4.령이가 5.세설이가
.dice 1 5. = 5 1.아라 지역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이 날아와서 깍깍 거리기 시작했다. 2.가리 지역의 곰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우웡우웡거리고 있다. 3.빙해에 빠져서 얼음동상이 되어버렸다. (가온이 전용. 다른 이가 걸리면 4번으로 변경) 4.갑자기 눈바람이 몰아쳐서 머리 위에 눈이 가득 쌓였다. 5.지나가던 누리가 수고한다면서 코코아 차를 주었다.
미리내의 홍보도 끝나자, 그제야 마음 놓고 편하게 미리내의 밤하늘을 눈에 담아낼 수 있었다. 반짝반짝,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신통술로 별똥별을 밤하늘에 길게 그어내리기도 하면서. 그러다 가온 님께서 하신 말씀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내려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진심을 담아 감탄했음을 알리다, 문득 밤하늘에 처음 보는 신기한 현상이 어른거리자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렸다. "...와아..." 하는 목소리가 하얀 입김이 되어 새어나왔다.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은 무엇인가요? ...당신도 부디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허상의 세계에 또 하나, 아름다운 풍경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등장하신 누리 님...?
"...아...! 누리 님, 안녕하세요."
그에 한 박자 늦게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여 누리 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리 님께서 수고한다면서 아사 님께 코코아 차를 주시는 훈훈한 모습에,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이면서. ...역시 누리 님께서는 마음씨가 따뜻하신 신 님이신 것 같아요.
"응? 그거야 촬영을 하는 것 같아서 찾아와봤어. 이미 다 끝난 것 같지만 말이야. 아. 한 명에게만 주는 거 아니야. 모두의 몫이 있어."
누리님은 뒤이어 해맑게 웃으면서, 모두에게 따스한 코코아 차를 나눠주셨다. 이것은 틀림없이 누리님이 직접 타준 차임이 분명했다. 그것에 감사하며 나는 누리님이 주신 코코아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들어올려서 누리님에게 내밀었다. 당연히 찍은 것을 줘야할테니까.
"여기에 있는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찍은 홍보 영상입니다! 나중에 확실하게 편집을 하겠지만 확인 부탁하겠습니다!"
"응! 수고 많았어! 모두들! 후훗.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좋은 거 보여줄게. 얍!"
이어 누리님은 손가락을 퉁겼고 신통력을 사용하는 구슬에서 빛이 멤돌았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유성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것은 말 그대로 환각이었다. 실제로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위를 수놓는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오로라였다. 그 두 개의 조화는 아름답게 밤하늘을 수놓았고 나는 그 모습에 절로 감탄이 이어졌다.
"나는 이번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모두 정말로 수고했어! 그러니까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이것도 영상으로 담아주지 않을래? 가온아?"
"아! 네!"
나는 누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빠르게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막 들려오는 누리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난 굳이 이런 홍보 영상은 찍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더 많은 신이 와주면 좋겠지만...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여긴 충분히 즐거운 내일인걸! 그러니까... 후훗. 모두들 즐거운 내일인 라온하제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해맑게 웃으시는 누리님의 그 모습이 카메라에 담으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문구도...홍보에 쓰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하에 내린 판단이었다.
영상 편집은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라온하제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잘 담을 수 있었으니까.
눈앞에서 펼쳐지는 오로라와 유성우의 향연은 마치 우리들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홍보 영상의 마무리에 담을 영상을 눈에 담으며...
홍보 영상을 다 찍은 후에 카메라는 깔끔하게 집으로 전송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서 편집을 하는 것 뿐이었다. 가지고 온 신과를 먹으면서 입가에 달콤함을 남기면서 나는 오로라와 함께 유성우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비나리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미리내 지역의 관리자인 설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수고했습니다! 홍보 영상에 협조를 해주셔서! 덕분에....좋은 영상이 나왔습니다!"
아주 조금 말에 틈이 있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설씨는 조금...음... 비협조적인 느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저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오로라는 아름답게 그곳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후훗. 어때? 꽤 예쁘지 않아?"
"물론입니다! 누리님!"
누리님이 이쪽으로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그 말에 동감했다. 이어 누리님은 설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지상에 불빛이라곤 호롱불밖에 없던 시절부터 좋아했던 풍경이였다. 알에서 깨어난 이후로부터 400여년, 매일매일 밤마다 지겹게 눈에 새겨왔지만 질리지 않았었던 밤하늘과 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별을 하나하나 세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위치를 기억하며 그 세월을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별들이 가득 박혀있는 하늘 사이로, 오로라가 일렁이며 유성우가 떨어지는 풍경을 보는 것은 확실히 그 세월 중에도 드물었지.
따뜻한 핫초코를 호록 들이키며 그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늑대 신이 다가온다. 우여곡절이 조금... 아니 많이 있었던 것 같지만 무사히 모든 것을 끝 마친 것 같았다.
"가리를 지나가다가 얼결에 참가한 거 뿐이니까. ...그래, 좋은 영상이 나온다면 다행이네."
텀이 있던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추궁하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우여곡절 중 하나가 누구였더라... 어차피 잘라버리고 나서 좋은 것만 뽑는 편집을 거친다면 보내는 것에는 문제 없었겠지. 그래도 좀 좋은 말 해주면 어디가 덧났을려나.
작은 여우신도 이 쪽으로 다가온다. 그에 가온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듯이 하였다. 열성적인 신하와 장차 여왕님이 될 공주님인가. ...약간 비뚜름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누리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애시당초에 살던 곳이 미리내였으니까.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가 싫지 않아."
싫지 않다. 그 표현 조차도 그리 솔직한 표현은 아니였다. 애초에 싫지 않는 정도라면 이곳에 터를 잡고서 가게를 꾸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말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걸까.
물론 사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에게 시키신 일이니 그것은 확실하게, 충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은호님의 보좌이기도 하니까. 물론 백호 선배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에게 이런 일을 부탁할 정도면, 나도 어느정도 믿음직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설씨는 이어 누리님의 말에 대답했다. 여기가 싫지 않다고 말을 하면서, 말을 끝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님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그래도 미리내는 날씨가 추우니까 좋아하지 않는 신들도 많은걸! 물론 나는 좋지만 말이야! 후훗. 이곳에 오면 별도 많이 볼 수 있고 눈도 많아서 눈놀이를 하기 좋거든! 있잖아. 넌 카페를 하지? 무엇을 주로 취급해?"
"아. 그건 저도 조금 궁금합니다! 같은 관리자로서 조금 알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까치 수인 신은 카페를 한다고 했던가? 어떤 느낌일지 조금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다음에 한번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설씨를 바라보았다.
"아. 하지만, 내가 만든 코코아도 나름 나쁘지 않지? 후훗."
이어 누리님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설씨를 바라보았다. 나름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의욕이 없는 것보다는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매사에 열심히, 그리고 맡은 일을 열심히! 이것은 내가 늑대일때부터 가지고 있던 나름의 버릇이었으니까. 아무튼 설씨가 설명하는 카페에 대해서 나는 물론이고 누리님도 설명을 들었다. 누리님은 흥미를 가지셨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고, 나 역시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로 언제 한 번 가봐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언제 한번 꼭 가볼게!"
그리고 누리님은 직접 언제 가보겠다고 선언하듯이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래도 호기심이 강한 누리님은 저런 것을 그냥 넘기기 힘들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보디가드로서 따라가는 것이 좋겠지.
아무튼 인스턴트 코코아 가루를 이야기하는 설씨의 말에 누리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아라에 있는 코코아를 따서 직접 만든 거야. 순수 100%야! 물론 설탕은 좀 많이 넣긴 했지만...달콤한 것이 좋으니까 어쩔 수 없어. 그건."
뭔가 조금 분한지 누리님은 볼을 크게 부풀리면서 설씨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누리님은 인스턴트를 사용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영양에 대해서는 오히려 까다로운 분이시니까요."
"당연하잖아! 건강이 나쁘면 즐거운 내일을 만들 수가 없으니까!"
"그런 점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누리님!"
"...아...아하하. 고마워."
내가 생각한 것을 강하게 표현하자 누리님은 난감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언제나처럼의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설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리스의 두 손 위로 작은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그것은 꽉 찬 만월이 은은한 빛을 발하는 깊은 밤의 하늘이었습니다. 짙은 어둠이 내리깔린 수면에 얇은 파도가 일자 밝은 보름달이 산산히 부서졌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잔잔한 물결에 비치는 그러한 밤하늘의 풍경에 카제하는 그만 넋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리스의 눈높이를 맞추며 그 세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달을 담은 웅덩이가 호수로 되돌아가자 아담한 밤의 풍경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그는 못내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 기분을 굳이 입 밖에 내진 않았습니다.
"고맙소, 리스 공. 내 보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면 리스 공께 꼭 말씀드리겠소."
카제하가 원하는 것은 사계절의 정취를 다 담은 이곳을 그냥 열심히 돌아다니는 행동으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곳에 다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씩 이 라온하제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생각날 때엔 그녀를 찾아가보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카제하는 리스의 제의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허리를 숙였습니다.
곧 리스가 다시금 구슬에 손을 대자 주변 풍경은 마치 가리의 산처럼 변해있었습니다. 곧게 뿌리내린 나무에서 바람을 맞으며 매달려있는 이파리들, 단풍이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색채를 뽐내는 낙엽들... 호수 위에 잔뜩 모여있던 벚꽃잎들 또한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한 차례 바람이 세차게 불자 아까와는 다른, 다소 거친 바스락 소리가 온 숲을 가득 메웠습니다. 명백한 가을의 소리였습니다. 호수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단풍나무에서 붉은 단풍잎이 우수수 쏟아져내립니다.
"딱 이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지, 참으로 대단하오. 가리에 있는 산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만 같소."
카제하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곤 두 손을 들어 천천히 맞부딪쳤습니다. 찬사의 의미로 리스에게 보내는 박수였습니다. 그런 그는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면 리스 공께서는 혹 다솜에 살고 계시는 것이오?"
사방에서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카제하는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곡옥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요.
하늘, 검은 날개를 단 여인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 령은 공중에 뜬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라의 바닷가에서 철썩철썩 파도가 치고 있었다. 제대로 왔군. 령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급강하했다. 모래밭에 안정적으로 착지한 후 손을 탈탈 털었다. 물론 묻은 모래는 없었다. 그냥 버릇같은 것이리라.
령은 쾌청한 바다를 감상했다. 그녀가 여름의 땅으로 온 이유는 너무 추운 미리내에만 있다보니 질려서, 그리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서였다. 령은 저 멀리 늘어선 수평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 아라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까.
"아름다워."
령이 중얼거렸다. 미리내처럼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는 맛은 없었지만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령은 신통술을 써 의자 하나를 만들어내곤 거기에 걸터앉아 바다를 감상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헤엄치고 싶었기도 하지만 젖은 옷과 깃털을 감당할 마음은 없었기에 그것은 자제했다.
"누구십니까?"
그때였다. 령에게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령은 뒤를 돌아 그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에게로 다가온다면 필히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그녀의 짐작이었다.
감성이란 깨뜨리고 싶기 마련이니까. 뱀신이 입꼬리를 올린 사악한 웃음 위로 소매를 덮어내었다. 속삭이는 듯한 중얼거림이 요괴의 것마냥 꽤 얄망궂었다. 삿갓을 살짝 들어올림으로써 보인 아이의 얼굴과의 괴리감이 유독 돋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늘상의 일이요, 익숙해질 일이었다. 령과는 대충 초면이었던가. 잘도 기척을 알아채네~ 같은 시시한 소리나 하면서 넉살좋게 웃음친 사우는 잰걸음으로 령의 옆에 섰다. 키 차이가 있었다. 사우는 두 소매를 나란히 모으고선 고개를 들어 비스듬히 흑조신을 올려다보다 입을 다시금 열었다. 처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늦었다.
"사우. 정말로 운 나쁘게도 이곳 아라의 관리를 맡게 되어버리고 만 안타까운 신이야~...그래, 지배자인가 재배자인가 하는 그 요호妖狐 놈을 발견하거든 부디 헥토파스칼 킥을 날려주길 바라?"
하더니 키득거렸다. 군청색 소매가 입을 잠깐 가리더니 금세 내리면서 뱀의 새카만 혀가 흐름을 탔다. 그러는 모습이 여지 없는 아이의 장난스러움 같았다.
허어. 누군가 했더니만 아라의 관리자였나. 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저 앞의 수평선을 응시한다. 제법 장난기 어린 어린아이의 모습이 제 눈 앞에 들어왔다. 생긴 건 어린아이지만 이 자도 신이니만큼 오랜 세월을 살았겠지. 령의 눈에 평이한 감정이 맺혔다. 지금 그녀의 심상세계는 잔잔한 편이었다.
"아라의 지배자는 처음 만나보는데. 반가워, 사우. 그리고 나는 은호님에게 핵토파스칼 킥을 날릴 만큼 비범한 용기를 지니고 있진 않아."
자신은 그저 평범한 흑조 신이었으니까. 령은 말을 마치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검은 머리카락이 귀 뒤로 넘어가며 방울소리가 짤랑짤랑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령이 머리카락을 건드리면서 방울까지 같이 건드린 모양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며 모처럼 만진 머리카락을 다시 해집어놨다. 동시에 령의 방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운 나쁘게'라니 그 말은 무슨 뜻이야?"
령이 사우에게 질문했다. 비록 령이 다른 관리자들을 다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한 지역을 관리한다는 것에 대해 저런 표현을 쓰는 이는 없을 터였다. 그런데 저 사우라는 신은 마치 아라 지역을 다스리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듯 말했다. 무슨 뜻일까? 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시선을 사우에게로 향했다. 게다가 핵토파스칼 킥을 날리라니. 은호님에게 향하는 표현이 꽤나 거칠었다. 둘이 서로 친한가? 아니면 사우 쪽에서 은호님을 싫어하는 건가? 령은 감이 잡히지 않아 고개를 갸웃댔다. 이상한 신이었다.
사우가 고개를 비딱하게 툭 기울이고선, 잠깐 곰곰히 생각하는 듯하다가도 때려치우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변덕스런 모습을 보인 후로는 령의 다른 말을 발판 삼아 이야기를 살짝이 바꾸어 던졌던 것이다.
"그런데 겁쟁이가 따로 없구나? 그럴 용기도 없다니 말이지. 그 은호 자식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세상에. 너 말이야, 속된 말로 쫄보라 부르는 그거잖아!"
쫄보다, 쫄보. 내가 쫄보를 만났어! 무슨 얼레리꼴레리도 아니고 아이의 모습이다보니까 행동은 더욱 철없어만 보였다. 저만치 화려한 차림의 무당이 되는 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아이의 곁에 남기 위하여 그녀가 모습을 화려하게 바꾼 것치곤 하는 행동은 변화한 것이 조금도 없는 느낌이었다. 바람이 흐트려놓는 방울소리가 내려앉으면서 사우가 다시 아까처럼 소매를 모았다. 잠깐 게슴츠레 뜬 눈 사이의 녹빛이 형형하였다. 령의 질문이 건네져 왔을 때였다. 모은 소매로 입을 슬쩍 가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었다. "운이 나빴으니까 운이 나쁘다 이른 것이지 다른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냐?" 목소리가 조금 되바라졌다. 그러다 금방 고개를 들어올리고선 픽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려 보였다. 털털한 모습이었다.
"나랑 그 여우 놈은 그렇-게 다정다감한 사이는 아니거든~ 허구한 날 세 치 혀로 싸우는 그런 사이인데. 하필이면 은호쪽이 여기의 지배자라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거지 뭐야? 모든 것을!"
야, 너. 삿갓을 비뚤어지게 하고선 뱀 신이 흑조 신을 똑바르게 올려다보았다. 은호 놈이 뭣하러 이렇게 관리자를 정한 거라 생각하느냐?
"떠넘기기다, 떠넘기기!!! 그런데 내가 그 떠넘기기에 당해버렸단 말이지!! 도대체 무슨 기준인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 입장에선 운이 꽝이었던 거야!!!!!!! 아아, 다시 생각하니까 우습기도 그지없어라, 노가 치밀어오르는구나!!!! 아아아아아아 그 요괴 자식!!!!!!!!!"
평서체가 평서체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사우는 짜증스럽단 듯 삿갓을 두 손으로 앞을 푹 눌러버렸다. 새하얀 얼굴이 검은 곡면에 감추어졌다.
령은 어디서 지내냐는 물음에 그리 말하고는 팔장을 꼈다. 되바라진 신이군. 모양새도 어린아이더니 하는 짓도 어린아이야. 허나 령은 그걸 소리내어 말하지 않을 분별력이 있었다. 령은 가만히 사우를 바라보았다. 크고 검은 눈동자에 사우의 모습이 맺혔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아무도 모를 것이지.
"쫄보라고 해도 상관없어. 은호님은 라온하제를 다스리는 고위신이고 나는 그분에게 예우를 갖출 뿐이야."
사우가 쫄보라고 놀림에도 불구하고 령의 어조는 침착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더 예를 지키는 이였다. 이 흑조 신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고위신에게는 예우를 갖춰야 한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가 살고 있는 지역을 창조한 이라면 더더욱. 령은 아무말 하지 않고 사우를 바라봤다.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듣기좋게 울려퍼졌다. 령은 사우의 목소리가 살짝 되바라지게 변한 걸 눈치챘다. 허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가 일어나면 그걸 주도적으로 해결하기보단 방관하는 게 더 어울렸으므로.
"요컨데 너는 떠넘기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구나. 저런."
안되었다는 말투였다. 령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위함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뱀 신은 어딘가 우스운 구석이 있었다. 령은 한참 후에야 입에서 손을 떼었다. 재밌었다. 어디보자... 그럼 자신은 무어라고 말하면 되려나? 령이 입을 열었다.
작은 두 손에 느릿하게 담아올린 물웅덩이에는 현실과는 다른, 보름달이 물결에 잘게 부서지는 아름답고 어두운 밤의 세계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달빛을 머금은 작은 환상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제하 님은 감탄사를 작게 내뱉으며 자세를 낮추어 자신이 펼쳐낸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셨다. 그에 자신 역시도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카제하 님께 더욱 자세히 보여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손이 느릿하게 풀어지자 다시금 원래의 세계로 되돌아가 사라진 작은 밤하늘. 그 뒤에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는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었지만 카제하 님께서 자신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자, 이내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드물게 곧바로 고개와 두 손을 도리도리 젓는 등,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 그렇게 저에게 허리 숙이시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카제하 님...! 카제하 님께서 원하신다면 당연히 해드리고 싶은 걸요. ...그러니...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내 자신 역시도 공손히 두 손을 모아 꾸벅, 허리를 숙였다. 무려 '신' 님께 공손한 인사를 받아버렸어요... 카제하 님의 환한 미소는 자신 역시도 기뻤지만, 동시에 존중받는 그 느낌이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자신의 또다른 작은 선물 하나. 자신이 상상한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어 지금 이 순간의 봄의 정취를 가을의 정취로 바꾸어냈다. 희미한 봄의 색깔이 아닌, 선명하고 짙은 알록달록한 가을의 색깔로. 붉은 단풍잎이 가득한 가운데 카제하 님께서는 칭찬과 함께 박수를 쳐주셨고, 행복한 미소가 가득히 피어있는 카제하 님의 모습에 자신 역시도 기쁜듯한 미소가 만면에 서서히 드러났다. ...제가 '신' 님을 기쁘게, 행복하게 해드렸나봐요...! 기뻐요...!
...리스, 자신의 이름을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칭찬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하고 대답했다. 꾸벅,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피고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이 손가락을 살짝 꼼지락거리면서.
카제하 님의 곡옥이 빛나는 것에 서늘하고도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그에 무의식적으로 살짝 날개를 펼치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바람을 즐기다, 이내 카제하 님의 물음이 들려와 다시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저는 다솜에 살고 있답니다. 다솜의 벚꽃나무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저의 집이예요. ...처음에는 아라에서 살려고 했는데 아라는 너무 더워서 그만..."
조금 멋쩍은 듯한 듯이 말끝이 점차 희미하게 사라졌다. ...어쩌면 다솜에 살게 된 것은 저의 운명인 걸지도 모르지만요. ...분홍색들이 가득하니까... 톡, 자신의 두 손바닥을 느릿하게 펼쳐 받아낸 단풍잎 하나가 천천히 분홍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답레와 함께 잠깐 갱신합니다! 답레가 늦어서 죄송해요, 카제하주...ㅠㅠㅠ 머리만 잠깐 댄다는 게 그만 잠들어 버렸어요...ㅠㅠㅠ
정곡을 찌르는 일격이었다. 사우는 느릿한 동작으로 삿갓을 도로 위로 올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조금 희둥글게 뜬 눈 안에서 녹빛을 띤 눈동자가 벙찐 듯 데구르르 굴러갔다. 입술이 몇 번 달싹여지다 이내 꾹 다물렸다. 그 상태로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멍청하게 뵐 수밖에 없는 꼴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지. 전혀 그 점에 대해선 고려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눈길을 좌우 번갈아가며 주는 쓸모없는 행위를 하다가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일 순 없단 생각에 드디어 이르러, 한 손으로 삿갓을 잡으며 도로 푹 내렸다. 그렇게 잠깐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놈의 다정한 목소리가 여간 신경질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우에게 있어선 그것은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게에 지는 것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저.
자존심이, 절대로, 용납하지...
"그래!!!!! 그런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그 자식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걸!!!!(그렇다 할 근거는 업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말하지도 않았다!!!!! 그게 왜!!!!!!! 어!!!!!!!"
두 손을 꼭 주먹쥐고 고개를 치켜 올리고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리고...그리고....그, 그 당시에만 운이 조금 안 좋았던 것이지!!!! 지금은 아라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해서 조금은 마음에 들지도 몰라!!!! 조금이야!!!! 진짜!!!! 아아아주 조금!!!!!! 하지만 은호 자식이 나빴단 건 바뀌지 않아!!!!!"
시트 검사를 하고 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하이하이에요! 연주! 시트 스레에서 만났던 스레주 되는 사람입니다! 저희 라온하제에 오신 것을 정말 진심으로 환영하겠습니다! 이 스레는 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스레로서 말 그대로 일상입니다..! 그냥 즐겁게 편하게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혹시나 문의사항이나 질문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매우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연주를 환영하겠습니다..!
령은 다시 한 번 입을 가렸다. 이번에는 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이 신, 처음에는 잔뜩 되바라진 줄 알았더니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령은 웃음이 비죽비죽 새어나오는 걸 막으며 다음에 할 말을 생각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뭐라고 말한다... 할 말을 정리한 령이 입을 열었다. 웃음을 참고 있어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말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자신하니? 그리고 은호님은 그 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시는 분인 것 같으니 네가 한 번 말해보면 되지 않을까?"
령은 짐짓 모르는 척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렸다. 웃음을 참느라 죽을 것 같았다. 설령 신이라고 해도 웃음을 너무 많이 참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령은 눈웃음을 지었다. 검은 눈동자가 사라지고 대신 초승달 모양으로 접힌 눈만 있었다.
"은호님이 막무가내였단 건 인정하지만 어쨌든 너도 지금의 네 역할이 마음에 든다면 잘 된거네. 축하해, 사우."
령은 진심으로 축하를 하듯 짝짝짝 박수를 쳤다. 령이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에 묶인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아주 조금이라고 했긴 하지만 뭐 상관은 없지. 령은 기우뚱 기울어진 고개를 바로했다. 다시 눈 앞의 신을 마주보며 령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사우는 아라의 관리자라고 했지? 그럼 다른 지역의 관리자들하고도 교류를 하니?"
왜 물어보냐고 하면은 평소에 이런 게 궁금했거든. 령은 사우에게 질문을 하고 다시 새초롬하게 웃었다. 묘하게 약올리는 것 같네. 너무 심하게 하면 화낼지도 모르니 자제해야겠다. 령은 생각을 갈무리하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상대는 서있는데 자신은 앉아서 대화를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니까.
>>817 사실 제가 본 결정적인 차이점은... 신을 숭배하는 마음가짐이나 신들을 보는 자세, 성격, 그리고 두 캐릭터의 느낌이었습니다만...음..음...! 여담이지만 충분히 리스는 매력적입니다...! 얼마나 귀여운데요..!
그리고...이건 정말로 여담으로 떠오른건데... 리스가 전에 은호가 준 반지. (2번째 이벤트때 모두에게 준 각각의 지역의 문장이 그려진 반지) 이것을 발찌로 알았다는 것에서 떠오른건데... 홍학이 발찌를 알법하고, 발찌를 찰만한 이유는 역시... 인간에게 보호되어서 관리를 위한 추적발찌가 채워질 때죠. 혹시...리스는 홍학일 때, 인간들에게 보호되고 관리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것에 대한 답은 어떤가요? (??)
>>818 ㅋㅋㅋㅋ네, 그것들이 확실히 차이나긴 하지요. 일단 그것이 리스가 가장 신 답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고... 그래도 리스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주! 레주의 NMPC들도 모두 다 매력적이고 귀여워요! XD(야광봉) 그리고... 글쎄요? 과연 어떨까요? :)(???)
>>820 앗, 에이렐주 어서 오세요! 그리고... 시트를 내리시는 군요. 음... 음...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네. 에이렐주의 선택을 저도 존중해드리고 싶어요. :) 저도 그동안 많이 즐거웠어요, 에이렐주! 리스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앞으로 에이렐주에게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래요!ㅎㅎㅎ XD
리스는... 이제 다시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워지겠네요. ㅎㅎㅎ 음...음... 나중에 독백이라도 작성해야겠어요. :)
>>821 앗...! 아니예요, 연주! 미안해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레주의 말씀대로 서로 다른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토닥토닥) 리스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연주! 저도 연이의 매력적이고 예쁜 모습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XD(야광봉) 그리고 비설 통과하신 거 축하해요, 연주!ㅎㅎㅎ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랑 그 녀석은 사이가 무척 안 좋아서 그 존중이란 것도 나만 예외일걸?!"
그것만큼은 확신하는 편, 아니, 완전히 확신하고 있었다. 사우는 긴 소매를 나부끼며 팔짱을 척 끼고서는 령의 얼굴을 뜯어 살폈다. 노려보는 눈빛이 제법 사나웠다. 기분이 제대로 상했는지 "웃지 마, 이놈아."라고 령에게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우는 잠깐 고개를 숙이며 신발코를 모래 위에 아무렇게나 툭툭 두드렸다. 이제는 진정할 때였다.
"그으래애. 고맙다."
축하한다는 소리에 과장스레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 웃음을 보여내었다. 짝짝거리는 박수소리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와 화음을 이루는 듯 불협화음처럼 들려 귀에 거슬리는 듯하였으나 감정을 추스려야만 하였다. 두 소매를 모으며 그것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있을 무렵.
"교류?"
눈을 치켜 뜨고선 되물었다. 다른 관리자와의 교류라니. 애초에 다들 교류를 하기는 하나? 그에 대한 생각에 파고들기 전에 령이 의자에서 일어난 바람에 더 고개를 들어올리기가 짜증난다고 먼저 생각하였다. 사우는 신통력을 써서 공중에 날아올랐다. 모은 손으로 무릎을 안고선 공중에 앉은 듯한 자세를 취하고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령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고개와 손을 필사적으로 휘젓는 리스의 모습에, 카제하는 턱을 매만지며 웃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이 살랑거립니다. 멍하니 있으면서도, 그의 감사인사는 황급히 부정하는 그 모습에서 엉뚱한 면이 약간씩 느껴졌습니다.
"사양할 필요 없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마다않고 보여준다는데, 당연히 리스 공께 감사해야지."
손을 가만히 내리고 리스에게 건네는 그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저런 유용한 환각 능력이 있다면 하루하루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물며 그러한 아름다움을 기꺼이 공유해주겠다고 하니, 그로서는 그저 감사히 받아들일 수밖에요. 다솜에 살고 있다는 리스의 말에는 고개를 가벼이 끄덕입니다. 만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입니다.
"역시 그랬었군. 리스 공께서는 정말이지 다솜과 잘 어울리는 자가 아닐 수가 없소."
카제하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뱉었습니다. 사실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봄의 색채를 띠는 다솜의 벚꽃나무 숲과 분홍빛 홍학 수인의 조합이었으니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리스의 희미한 중얼거림에, "아라가 더운 건 본인도 마찬가지라오, 하하." 카제하 또한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물론 그의 신통력 하나만 있으면 햇빛이 잔뜩 내리쬐는 대낮의 아라에도 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카제하는 아라에 잘 가지 않았습니다. 신 또한 더위를 느끼고, 아라는 더우니까요.
"리스 공께서 이 숲에 사신다면, 본인과도 종종 마주치게 될 수 있겠구려. 본인 또한 다솜을 거니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곳에 자주 찾아온다오."
카제하는, 약간은 반가운 듯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적적한 산책길에 잠깐이나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말동무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는, 리스의 손 위에 살그머니 놓여진 분홍빛의 낙엽을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 갱신합니다 :) 늦은 건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리스주! 저도 늦었고(...) 피곤하면 주무시는 게 제일이니까요 :D 그냥 리스주가 편할 때 답레 주시면 됩니다!
"이상하네. 은호님은 모두를 존중해주는 줄 알았는데... 어쨌든 네 말대로라면야... 알았어."
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갈무리하였다. 사우와 은호님은 사이가 안좋구나. 왜 안좋을까? 너는 문득 궁금해져왔다. 안타깝네. 둘이 사이가 좋으면 좋으련만. 너는 그 생각을 하다가 웃지 마라는 말에 그만 푸흐흐흐 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사우 얘 너무 웃겨. 뒤늦게 깜짝놀라 웃음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터져버린 웃음은 계속해서 나왔다.
"어머, 미안. 내가 원래 웃음이 좀 많은 편이야."
능청스레 사우에게 말을 하곤 다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퍼졌다. 정말이지 이 머리카락도 번잡스럽다니까. 바람이 불지만 않았어도 다 정리하는 일이 없었을텐데. 그러다가 사우가 교류라는 말에 놀란 눈초리를 해보이자 오히려 제가 다 놀란 듯 눈을 깜박이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난 다른 지역의 관리자들하고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라온하제는 다른 지역간의 이동도 쉬운 편이니까..."
그런데 잘 안하는구나. 령은 말을 마치고 다시 눈을 깜박였다. 그 모습이 퍽 고아해보였다.
"......그렇지만... '신' 님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보여드리는 것이 마땅한걸요. 그러니 감사 인사는 괜찮습니다, 카제하 님. 그 말씀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감사하고 영광이예요. ...그러니 저에게 허리 숙이시지 않아주셔도 괜찮아요, 카제하 님."
무려 '신' 님께 그런 공손한 인사를 제가 받아버렸어요... 영광스러운 마음 반,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 반이 입가를 가리며 작게 꼼지락꼼지락거리는 손가락들에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시선을 확실하게 고정시키지 못한 채 이리저리 느릿하게 데굴데굴 굴려지는 눈동자 역시도.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움직임을 멈추고, 카제하 님을 올려다보며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그런... 가요? ...카제하 님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분명히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기뻐요. 분홍색, 좋아하거든요."
...아, 그리고 빨간색도. 헤실헤실, 희미하게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면서 덧붙인다. 천천히 살짝 퍼덕이는 분홍색의 두 날개가 그것을 증명해주듯, 물결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어냈다. 카제하 님께서도 아라가 덥다고 공감해주시는 말씀 역시도 마냥 기분이 좋았기에.
"...사실 저도 감히 말씀 드려보자면... 카제하 님께서도 가리랑 잘 어울리시는 신 님이시라고 생각해요."
부드럽게 접혀지는 두 눈동자로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선하고 고풍스러운 느낌. 시원하고 청명한 가을바람이 저절로 연상되는 여유롭고 성숙한 분위기는 자신으로서는 역시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두 손바닥을 펼쳐 분홍빛의 단풍잎을 담아내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말씀. 그에 살짝 아래로 떨구었던 고개를 들어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카제하 님께서도 이곳에 자주 찾아오시나요? 그러면 정말로 종종 만나뵙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이 다솜의 숲 속에 있는 때가 많아서... 혹시 심심하시거나 적적하시다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카제하 님. 제가 할 수 있는 한, 곧바로 날아오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안내 역도 해드릴 수 있어요."
나름대로의 다짐을 담아 고개를 열심히 작게 끄덕끄덕였다. '신' 님과 종종 만나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는 크나큰 영광이자 반갑고도 행복한 일이었기에. 물론 카제하 님께서는 위대하신 '신' 님이시니까 안내는 필요 없으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은 걸요. 조용히 생각에 잠기며 두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올려 후우, 숨이 섞인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원래대로의 붉은색으로 돌아온 단풍잎이 자신의 손을 떠나 호수의 수면 위로 살며시 떨어졌다.
/ 카제하주 어서 오세요! :D 앗... 이해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카제하주...ㅠㅠㅠ 카제하주께서도 편하실 때 천천히 답레 주셔도 되니까 부디 너무 부담갖지는 말아주세요! XD
분한 듯이 볼을 부풀리기에, 최소한의 칭찬을 하기로 하였지. 그닥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래, 카카오를 기르는 것은 라온하제에선 뭐든 자라난다고 치고... 언젠가 책에서 스쳐지나가듯이 보았던 초콜릿 만드는 과정을 기억해본다. 카카오빈을 볶아서 속에 내용물을 꺼낸 다음, 그것들을 빻고 갈아서 카카오 원액을 만들고, 시원한 곳에 두어 굳혔다가, 굳힌 것을 다시 잘 다져서 녹인 후에 설탕 등의 첨가물을 섞어 템퍼링을....
머릿 속 도서관의 책을 덮어버렸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모를까, 솔직히 집에서 만들만한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을 뿐이다.
"...하지만 설탕을 이 정도로 집어넣은 이상은 건강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마시다보면 입안이 달아져서 괴로울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라지만... 아까부터 칭찬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고 어째 지적일 뿐이였다. 하나하나 짚어 넘어가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정 탓일지도 모르지.
"오는 손님을 굳이 쫓아내거나 하지 않으니까... 진상손님만 아니라면 기꺼히 맞이해 줄거고. 그리고, 너희들이라면 분명 별 소동은 일으키지 않겠지."
"아니요! 누리님! 제가 칭찬해드리겠습니다! 거기다가 설씨도 처음에 칭찬을 하지 않았습니가! 대단하다고!"
뭔가 시무룩해지는 누리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빠르게 변호를 했다. 설씨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뭐라고 할 순 없었다. 확실히 설탕을 많이 넣으면 몸에 안 좋긴 하니까. 하지만 누리님은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일단 나도 달콤한 것을 좋아하니까. 그렇기에 나는 이 코코아가 입에 잘 맞았다. 그렇기에 보란 듯이 꿀꺽꿀꺽 마셨다.
뒤이어 들려오는 설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저와 누리님을 뭘로 보십니까! 진상손님이라니!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물론 뒤에 소동은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항변을 하기 위해서 나는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신과 중 하나를 설씨에게 내밀었다.
"설씨도 시간이 되면 비나리의 과수원으로 놀러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이렇게 신과 정도는 대접하겠습니다!"
"......."
"누리님. 아직 삐지신겁니까?"
"안 삐졌어."
아무래도 조금 토라졌는지 누리님은 여전히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역시 조금은 삐진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하게 웃다가 나는 누리님에게 신과를 내밀었다. 그러자 누리님은 환하게 웃으면서 신과를 두 손으로 잡고 우물우물 먹기 시작햇다. 그때 보이는 미소에 나는 절로 안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기쁘다니 다행입니다. 그녀의 날개에 찰랑이는 물살을 지켜보며, 카제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리스의 칭찬에는 "고맙소." 하며 점잖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어진 리스의 말에 카제하는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멋쩍게 웃으며, 그에 화답합니다.
"마침 홀로 산책하는 것에도 이골이 나던 참이었소. 그 제안 기쁘게 받아들이지."
카제하는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였습니다. 호수의 표면에 일어난 잔잔한 진동에 낙엽들 또한 고요히 춤을 춥니다. 지금처럼 지나가다 마주쳐 잡담 몇 마디 주고받는 것으로도 족한데, 부르면 기꺼이 날아오겠다니요. 생각지도 못한 호의를 받아버렸습니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기야 하겠죠. 그는 본디 다른 이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이고, 리스와 대화를 나누는 지금도 카제하는 그토록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리스의 입김에 날려가는 낙엽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 마디 꺼냈습니다.
"그렇다면 리스 공, 염치불고하고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소이까?"
카제하의 방랑하고자 하는 욕구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고, 그가 라온하제에 온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천천히 알아가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는 정중한 태도로 또 다시, 허리를 꾸벅 숙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카제하 님의 칭찬은 역시 무척이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무려 '신' 님께 칭찬을 받았어요...! 속으로는 무척 기뻤지만, 겉으로는 그저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으면서 두 날개가 살짝 퍼덕여지는 것에 그쳤더라도.
하지만 이어진 자신의 말에 카제하 님께서 놀란 표정을 지으시자, 한 박자 늦게 덩달아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며 깜빡깜빡였다. 살짝 느릿한 동작으로 옆으로 고개 역시 갸웃, 기울여지면서. 그러나 카제하 님은 이내 곧 멋쩍게 웃었고, 이어 들려오는 말씀에 다시금 고개를 천천히 똑바로 원위치시켰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환한 미소를 희미하게 꽃피워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기쁜 것은 오히려 자신 쪽일 것이었다. 무려 '신' 님의 산책에 자신도 동참할 수 있다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쁘고 영광스럽지 않을까. 카제하 님의 꼬리가 부드러이 살랑이는 것을 신기한 듯이 눈동자를 굴리며 느릿하게 따라가다가, 이내 숨을 섞은 바람을 후우, 불어 자신의 손바닥의 단풍잎을 보내주었다. 단풍잎의 색도 원래대로 붉게 돌려주며.
그렇게 단풍잎이 날아가 호수의 수면에 고요히 잔물결을 일어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부탁. 아예 다시금 정중히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시는 카제하 님의 모습에, 1차로 놀란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잠시간의 시간차 후, 2차로 다시 황급히 두 손과 고개를 내저었다.
"그, 그렇게 허리 숙이시지 말아주세요, 카제하 님...! 염치라니... 그것은 오히려 제가 카제하 님께 드려야할 말씀인 걸요. 그러니... 물론입니다. 저야말로 염치불고하고 카제하 님의 안내를 맡아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영광이예요."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덩달아 허리를 꾸벅, 숙여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다솜 뿐만이 아니라 라온하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듯 싶었다.
또 고개와 손을 절레절레 하는 리스의 모습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볼까 하는 짓궂은 생각이 잠시 카제하의 머리를 스쳤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상대가 정말 곤란해할지도 모르니까요. 카제하는 실없이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수습하고, 좀 전의 정중한 어조로 온화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오, 리스 공.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리스 공을 찾아가도록 하겠소."
어느새 붉은 석양이 가을 숲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고,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는 눈부신 노을이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나뭇가지들 사이에 걸려있었습니다. 카제하의 발치에서는 주홍빛을 잔뜩 머금은 호수가 시리게 빛나고 있었고요. 그는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것도 그만 망각한 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곧 정신을 차렸습니다.
"리스 공과 함께 있으니 그 긴 시간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구려. 본인은 이제 돌아갈까 한데, 리스 공은 어떠오?"
카제하는 시선을 내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스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환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겐 꽤나 아쉬웠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은 라온하제 어디든 잔뜩이니까요.
>>879 이래봬도 상판 경력 N년차...!(당당)(???) ㅋㅋㅋㅋ뭐어... 그래도 사실 이런 체제의 상판은 거의 처음이지만요. :) 저는 이벤트라든가 웹박수, 눈호관, 앓이 등등도 최근에야 알게 되어서...(시선회피) 그래서 뭔가 더 신기한 게 없지 않아 있네요! XD
>>881 어어...그런가요? 그럼 리스주가 이전에 하던 상판 체제는 어떤 체제였던거죠? (갸웃) 저는 상판 경력이 올해로 3년차 정도인데.. 이벤트, 눈호관, 앓이는 그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지라... 물론 웹박수는...잘 없었던 것 같지만요! 아무튼... 리스주가 재밌게 즐긴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니겠습니가! (엄지척)
>>882 후후...그렇군요! 과연 카제하가 어떤 지역의 명소를 가장 마음에 들어할지 궁금해지는군요!
자신의 황급한 모습에 카제하 님께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카제하 님께서 웃으신다는 건 기뻤지만, 자신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당황한 것이었기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얼핏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렇지만... 무려 '신' 님께 제가 저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인 걸요. 그래선 안 되기도 하고... 아래로 떨구어진 시선과 입가에서 작게 꼼지락꼼지락거리기 시작하는 손가락들. 그 모든 것에서 희미하게 낯선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묘한 이질적임이 묻어나오는 듯 싶었다.
"...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카제하 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온화한 목소리에 다시금 천천히 두 손을 내려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부드럽게 지어지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 것일까. 어느새 환각의 호수에는 붉은 석양이 그 빛을 붉디 붉게 반사시키고 있었고, 그에 고개를 살짝 돌려 바라본 하늘에는 노을이 아름답게 타들어가는 절경이 걸려있었다. ...아... ...너무 아름다워요.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노을을 향해 한 손을 뻗으려던 찰나,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말씀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이예요.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나봐요. ...카제하 님께서 슬슬 돌아가신다니, 저도 이제 돌아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이내 다시금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천천히 두 손을 구슬에 갖다대었다. 그러자 영롱했던 구슬의 빛이 한순간에 훅, 꺼져버렸다. 마치 모든 것이 신기루였다는 것 마냥. 꿈이었다는 것 마냥. 투명하고 맑았던 호수도, 가을의 정취를 흩뿌리던 낙엽들도, 전부 다 눈동자를 한 번 깜빡이면 모든 것이 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어느새 돌아온 노을이 지는 봄의 모습. 분명히 호수 속에 담궈져있던 옷자락이며 다리들은 전혀 젖지 않은 가운데, 평소보다도 조금 더 몽롱해보이는 눈동자로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노을빛이 드리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부디 조심히 돌아가시길 바래요, 카제하 님. 안녕히 가세요. ...부디, 다음에 또."
예의 바른 인사를 올리고는 이내 천천히 두 날개를 펼쳐내었다. 그리고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땅에서 발을 뗀 채 하늘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노을 쪽으로. 행복한 기억이 또 하나 새겨진 날이었다.
/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이렇게 막레를 드리겠습니다. 일상 돌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카제하주! 함께 돌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XD
>>882 오오...! 그렇군요! 카제하도 라온하제의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래요! :D
>>883 ...음...어어... 그냥... 약간 상라 같은 느낌이었다... 라고 해야 할까요...?ㅋㅋㅋㅋ(시선회피) 조금 오래된지라 기억이 잘 안 나긴 해요. 음... 사실 그 때 참여하고 휴판기가 더 길긴 했지만요.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즐길 거리가 더 많아지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건 무척 신기한 느낌이예요. 약간 처음으로 도시의 신문물을 접해본 느낌...?(???)
>>886 앗, 그렇군요! 저번 테마곡도 좋았으니까 이번에도 꼭 좋은 테마곡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화이팅이예요, 아사주! :)
>>888 ㅋㅋㅋㅋ사실 처음에는 뭔가 너무 복잡한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여러분들께서 하시는 걸 보고, 직접 부딪혀가면서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 라온하제 스레랑 여러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셔서 저도 재밌게 놀 수 있는 거예요!ㅎㅎㅎ
받아든 신과를 손에 두고 빤히 바라보았다. 평범한 과실처럼 생겼다마는,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는 것이 어필하는 점. 아무래도 그 특징이 강력하다보니 요리를 할때 서브 재료로 넣는 것은 무리일 것이였다. 그래도... 타르트라던가, 신과를 갈아서 만든 주스 정도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일이 있을때 그 농장으로 가지러 갈게."
덤덤하게 수긍을 한다. 이런 건 직접 가서 살펴보고 좋은 것을 가져오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느긋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토라진 듯한 누리를 보곤 무표정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쉬었다.
"카페로 오면 달달한 디저트도 있고. 꿀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고 그랬었나... 차 종류나 에이드에 꿀이 들어간 것 정도는 있으니까. 오면 손님으로서 대접해줄게."
지나가듯이 들었던 것을 말하며,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섰다.
신과를 한입 베어물었다. ...정제된 설탕의 맛이 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고, 순수히 설탕만 뭉쳐놓은 듯한 맛. ...너무 달아. 과육을 씹다가 그냥 삼켜버린다. 입안에 단 맛이 감돌다 못해, 텁텁하게 느껴진다.
중얼거림이 부루퉁하였다. 령의 변하지 않는 능청스러움은 마치 검은색의 은호를 보는 것 같이도 사우에게는 느껴졌다.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앞머리를 만지작거림에 이어 내려와 허리 언저리의 머리카락을 쥔 손에 슬며시 힘이 들어갔다. 딸랑이는 방울의 소리도 여전함과 함께, 사우의 새카만 비단 같은 머리칼도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길게 흩날리곤 하였다. 령과는 달리 사우는 그것을 굳이 매무새하려 들지 않았다. 본디 외양에 신경을 쓰는 성격은 아니었다.
마주친 령의 눈빛이 외려 더 놀란 듯한 낌새를 보여왔다. 사우는 잠깐 고개를 옆으로 하며 어딘가 황당해하는 듯한 얼굴로 그에 반응하였지만 금방 돌아오는 대답에 얼른 표정을 거두었다. 지금 미리내의 관리자가 어떠한 태도인지는 본 적이 없지만-아, 언제가 될진 몰라도 성숙해진 그 모습을 다시 확인하고픈 마음은 있었는데.-만에 하나 목전의 흑조 신이 그 지역의 관리를 맡았을 경우 그 자신이 의문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 이루어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난 안 해. 너라면 했을 것 같니?"
본디 말투가 곱진 못했지만 이번 것은 별로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수습할 생각이란 없이 그저 눈꺼풀을 내리며 고개를 바다쪽으로 돌려내기만 하였던 것은, 그 또한 어찌 할 수 없는 뱀 신의 고집스런 천성이었더라.
말을 정정해주면서 령은 얼굴 가득 웃음기를 베어물었다. 이 뱀신은 어인 일인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후후 이런 식으로 자꾸 놀리다가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겠는걸? 한 지역의 관리자와 척을 지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슬슬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와는 별개로 사우가 재밌는 성격이라는 생각은 물리지 않았지마
말을 정정해주면서 령은 얼굴 가득 웃음기를 베어물었다. 이 뱀신은 어인 일인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후후 이런 식으로 자꾸 놀리다가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겠는걸? 한 지역의 관리자와 척을 지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슬슬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와는 별개로 사우가 재밌는 성격이라는 생각은 물리지 않았지마는.
외려 더 놀란 듯한 낌새를 보이자 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는 게지?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 모습이 황당함으로 바뀔 때 즈음 령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요컨데 관리자들 끼리는 교류가 별로 없는 모양이로구나. 아쉽네. 각 지역의 관리자들이 연대해서 축제같은 걸 벌이면 좋을텐데. 령은 아쉬움에 뭇내 손을 꼼지락댔다. 딸랑딸랑 방울이 경쾌하게 소리를 뱉어내었다.
말을 정정해주면서 령은 얼굴 가득 웃음기를 베어물었다. 이 뱀신은 어인 일인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후후 이런 식으로 자꾸 놀리다가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겠는걸? 한 지역의 관리자와 척을 지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슬슬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와는 별개로 사우가 재밌는 성격이라는 생각은 물리지 않았지마는.
외려 더 놀란 듯한 낌새를 보이자 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는 게지?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 모습이 황당함으로 바뀔 때 즈음 령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요컨데 관리자들 끼리는 교류가 별로 없는 모양이로구나. 아쉽네. 각 지역의 관리자들이 연대해서 축제같은 걸 벌이면 좋을텐데. 령은 아쉬움에 뭇내 손을 꼼지락댔다. 딸랑딸랑 방울이 경쾌하게 소리를 뱉어내었다.
"글쎄. 나라면... 잘 모르겠는 걸?"
령은 다시 웃음기를 머금으며 말했다.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저의 성격상 교류는 잘 안했겠지만 그래도 다른 관리자들과 친해지려는 마음
말을 정정해주면서 령은 얼굴 가득 웃음기를 베어물었다. 이 뱀신은 어인 일인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후후 이런 식으로 자꾸 놀리다가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겠는걸? 한 지역의 관리자와 척을 지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슬슬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와는 별개로 사우가 재밌는 성격이라는 생각은 물리지 않았지마는.
외려 더 놀란 듯한 낌새를 보이자 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는 게지?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 모습이 황당함으로 바뀔 때 즈음 령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요컨데 관리자들 끼리는 교류가 별로 없는 모양이로구나. 아쉽네. 각 지역의 관리자들이 연대해서 축제같은 걸 벌이면 좋을텐데. 령은 아쉬움에 뭇내 손을 꼼지락댔다. 딸랑딸랑 방울이 경쾌하게 소리를 뱉어내었다.
"글쎄. 나라면... 잘 모르겠는 걸?"
령은 다시 웃음기를 머금으며 말했다.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저의 성격상 교류는 잘 안했겠지만 그래도 다른 관리자들과 친해지려는 마음 자체는 있지 않았을까?
관리자들이 주도하여 여는 축제라니. 애초에 령의 속내를 읽을 수 있을리가 없었던 사우는 그에 대한 생각조차도 아직 못했지만, 제 4의 벽 너머에서 그 부분을 읽을 수 있었던 사우주는 적잖이 눈을 반짝였을지 모른다.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잘 모르겠는걸'? 아아, 이러면 또 다른 화젯거리를 찾아야하잖아. 귀찮게~"
볼멘소리를 지른 사우는 나부끼는 소맷자락을 여민 뒤 깍지로 뒷머리를 받쳐서 공중에서 제법 털털한 자세를 취하였다. 언제나 그러한 태도는 이번도 다름이란 없었더라. 아까 지른 불만스럽단 목소리도 내용만 그랬지 사실 그 사이로 장난기를 어렵잖게 볼 수 있었으니, 그녀의 넉살좋은 성품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아, 맞다. 령이 너 다시 거기 앉아도 괜찮아."
예의 같은 거 신경 안 쓴다고, 나. 하며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바람결 같은 작은 웃음소리가 푸흐흐 새어나왔다.
령의 얼굴에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령은 이 신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자 그러면 이제 무슨 화젯거리를 찾아볼까? 령은 고민을 한다. 날씨 얘기...는 사시사철 날씨가 비슷한 라온하제에서 알맞지 않은 모양이고.
사우가 털털한 자세를 취하자 령 또한 팔을 쭉 뻗어 기지개 같은 자세를 취해보였다. 오래 서있으니 몸이 뻐근했다. 물론 신이니만큼 이러한 일로 육체에 무리가 가지는 않겠지만 뻐근함을 이길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던 와중 사우의 말이 들리자 령은 퍽 반가워했다. 사우는 좋은 신이구나. 령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물론 이 라온하제에 오기 위해서는 좋은 신이어야만 하겠지만.
"어머, 그러니? 배려해주어서 고맙단다."
령은 친절한 웃음을 띄우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으니 찌릿함을 느끼던 다리가 잠잠해졌다. 령은 의자에서 편한 자세를 취하며 다시 사우를 보았다.
푸흡! 령은 또 다시 웃음이 터졌다. 배려 맞으면서 아니라고 하긴. 이 신은 귀여운 구석이 정말 많구나. 령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자꾸 웃음이 터져나와서 정말이지 미칠 노릇이었다. 너무 놀려먹으면 사우가 불쾌해할텐데. 침착하자, 령. 령은 한참 후에서야 웃음을 가라앉혔다.
"배려가 아니라고 해도 내 입장에서는 고마우니까. 솔직히 다리가 좀 아팠거든."
령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서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은 무려 킬힐이었다. 이러니 안아프고 배기겠는가? 령은 사우에게 감사인사를 표하고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라온하제에 온 날을 말하는거야? 얼마 되진 않았어. 라온하제가 개방되고 나서 왔거든."
한 한 달즈음 되었겠지. 령은 그리 말하곤 손으로 턱을 잡았다. 그것밖에 안되었구나. 그 사이 이리 많은 인연이 생기다니. 령은 새삼스레 기쁨을 느꼈다. 인연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바쁘다기보다는 그냥 동생이 수술을 해서 입원한지라... 내일부터 좀 옆에서 보호자로 있을 뿐인지라...스레에는 시간 나면 간간히....라기보다는 의외로 자주 보일지도 모릅니다. (시선회피) 그 생활 되게 할 거 없고 지루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아무튼...좋아! 관전이다!
그럼 저는 잡담을 하면서 오늘 제 동생이 무사히 수술이 끝난 관계로 숨김없는 스레주의 NMPC 진실게임을 해보도록 하죠. 기분이 좋으니 무엇을 물어도 솔직하게 대답해드리죠. 곤란한 질문도 상관없다.
그는 자신이 맡게된 가리를 관리하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라온하제의 전역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이미 다솜과 아라, 비나리 지역은 한 번씩 돌아보았으니 남아있는 미리내 지역을 살펴보기위한 비행 도중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선가 매캐한 매연의 냄새가 그의 코를 찌르자 그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북쪽에 위치한 언덕 부근에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는 그곳을 향했다. 누군가 쓰레기를 태우고 있기라도 한건지, 잿더미위를 새빨갛게 불태우고있는 불길을 바라보던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물을 끼얹어 타오르는 불꽃을 잠재웠다.
"무언가를 태우고있는데 자리를 비우다니, 무책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오늘도 한 건 해결, 이라는 생각으로 언덕을 돌아 내려서던 순간 튀어나온 돌부리를 미처 보지못한 그는 발이 걸려 넘어저 언덕을 구르게 되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언덕의 가파른 비탈길에 쌓인 눈들마저 그가 떨어지면서 내지른 괴상한 단말마에 흔들려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눈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토마토!"
퍽, 콰직, 털썩. 어마어마한 눈의 파도와 함께 새빨간 토마토로 범벅이 되어버린 박쥐 수인이 언덕 아래로 흘러내려왔다(?).
차가운 바람이 기분을 맑게 해주는 오후였다. 무릇 식물은 추위와 바람에 약하기 마련이었지만, 셀 수도 없을 세월을 지내어 결국에 신이 되었던 그녀에게 추위와 바람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존재였다. 이제는 삶을 걱정해야할 이유도,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더라. 그녀는 늘 새하얗게 눈송이가 쌓여있는 미리내를 거닐던 중, 어딘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깨닫고는 느릿히 소리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박이며 눈송이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발자국이 새하얀 언덕 위로 새겨져내렸다.
" ...어머. "
북쪽 언덕 부근, 무언가가 타고 있었던 걸지 새카만 잿더미가 쌓인 곳에서 몇 걸음 떨어져있을까. 처음 보는 낯선 신이 눈더미에 파묻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적잖이 당황한 듯 두 눈을 깜빡이며 상대의 움직임을 살피던 연은 조심스레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뻗었다. 다만 도움이 닿기에는 턱 없이 작고 아담한 신이었더라. 그녀가 내뻗은 손이 도움이 되었을 진 모르겠다만. 새하얀 눈바람이 섞여든 햇살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 괜찮으세요? ...이쪽 지역은 가끔 이렇게, 눈이 파도치듯 부스러지곤 하더라고요. "
오후 햇살과 같은 너른한 목소리와 느릿한 말투. 그녀는 제 목을 두르고 있던 부드러운 크림색 목도리를 풀러 상대에게 내밀며 나긋히 물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