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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무 신나게 홍보를 하다가 카트와 함께 미리내 지역의 빙해에 빠져서 얼음동상이 되었다 그 말이더냐?"
깡, 깡,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어디까지 내려왔었지? 주변의 온기가 퍼지는 걸 보면 분명히 깊게 들어온 것 같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하늘에서 바늘구멍같이 내려오는 태양빛과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눈앞의 랜턴이 시간 감각을 무뎌지게 할 뿐이었다. 이곳은 지하 100M. 대략적인 눈대중이니 맞을지 어떨지는 장담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기분 나쁘게 울려퍼지는 무기질적인 소리. 삽이, 곡괭이가 땅을 후려칠때마다 손에 전해져오는 이 진동이 참을 수 없다. 이 곳이 정말 맞는 걸까. 내가 정말로 맞는 땅을 파고 있는 걸까.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고 손에 흐르는 피가 굳어갈 때쯤 나는 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미 해는 다 지고 한파와 아름다운 별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나의 의지는 이 정도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갑에 배인 피 냄새가 시큰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한걸까. 자괴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올 때쯤 익숙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아, 나는 이것을 위해서 그토록 많은 땅을 파냈던 건가. 지하 100M의 깊은 수렁에서 내가 그렇게 열심히 찾아헤매온 이유는 그저 지금의 이 순간을 위해서 였구나. 빰을 타고 흐르는 따듯한 눈물 한방울에 나는 눈을 감았다.
“이건 뭐야… 나 완전히 죽은 것 같잖아!!! 아니 멀쩡하게 살아있는 신을 왜 죽이고 그래!!!”
별건 아니었다. 온천수를 파내고 나서 벌써 1주일.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팜플렛의 준비를 위해 아는 작가에게 글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분명히 내가 부탁한 건 엄청나게 효과 좋은 온천이 있으니 한번 와보라고 하는 목적의 관광 안내서였지만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이 원고는 퀄리티로 보거나 뭘로 보거나 관광 안내서보다는 나중에 이불을 찰 것 같은 내용의 소설에 가까웠다. 뭣보다 사장이 죽으면 경영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진짜… 제대로 일을 하는 녀석이 없다니까…”
머리가 아파왔다. 온천에 가서 쉬고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내가 가면 부담스러울테니 다른 쪽으로 가기로 했다. 미리내의 시내로 가자. 분명히 내 개인평이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면 촌이기야 해도 나름 훌륭한 상권도 있고 곧 있으면 온천 호텔도 들어설 예정이다. 관광도시로 이름을 알리기전에 조용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겠지!!! 겸사겸사 홍보 같은 것도 하면 좋겠지만.
“걸어가기에는 피곤하니까… 역시 신통력이지!!”
최근에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서 지낸 탓에 걸어가기에는 피로가 좀 쌓여있었다. 뭐 인형이나 만지면서 지내면 풀릴거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실에 쌓인 서류를 보는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신통력을 쓰면 순식간에 이동이 가능하니까 말이지. 잡생각을 떨쳐내고서 이동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공연같은거라도 하고 있으면 좋을텐데.
거리에서 느긋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딱히 제목이 있는 곡은 아니지만, 그것은 몇몇 신들의 관심을 끌어 자그마한 버스킹 현장이 되있다. 그녀는 맨발인 채 느긋한 태도로 노래를 부른다. 잔잔한 멜로디가 그녀의 입에서 노래로 승화되어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흐르는 강이여~"
노래 가사인 것일까. 그것은 아름다운 곡조로 사방에 퍼진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그 곡은 몇몇 관객이 휘-휘-하는 휘파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녀의 취미라면 취미인 다른 동네가서 노래 부르기이다. 뭐, 나름 팬도 생겼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인 법이다. 그러다 저번에 본 누리와 닯은 어떤 여성을 보고는 싱긋 웃는다. 그러고나서 가볍게 한마디 덧붙인다.
도착한 시내는 정말로 언제나와 변함이 없었지만 곧 이곳도 각지에서 온 신들로 북적이게 될게 분명해서 그나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그제서야 신발을 신지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쩐지 발 언저리가 차갑더라니… 뭐 상관은 없지. 이정도로 죽으면 개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뭣보다 평소에도 그렇게 신고다니지도 않고…
한참을 걷다보니 처음 듣는 노래가 들려왔다. 몇몇 신들이 모여있어서 어느정도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뭣보다 할 일이 없으니까 말이지! 일거리는 집에 두고왔으니 내가 할 건 여기에는 없는게 정상적이지! 반박도 못할만한 논리에 나 스스로도 이마를 탁 치고 넘어갈 뻔했지만 대단한 나에 도취되는 것 보다는 지금 공연을 하는 신이 누구인지가 궁금했다.
“꽤나 잘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쉽게도 음악에는 조예가 없어서 잘 부르는 건지 어떤지는 모른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자니 공연을 하던 신이 날 보면서 슬쩍 웃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뭐지? 내가 뭐라도 잘못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미소를 지었던 신은 이내 공연이 끝났다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멋진 공연이었어!!”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주변에 있던 신들은 공연이 끝났지만 아직도 그 자리를 서성이는 것이 어째 유명한 신인가 싶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몰려든 인파가 조금 적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게릴라 라이브 라는 녀석인가? 흠흠, 확실히 그런거라면 이런 적은 관객도 이해가 되는걸! 그 순간 든 생각이 몸을 지배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잘만하면 광고로 대박을 칠 수 있는 거 아닐까?! 가볍게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다.
“흠… 이름을 대는게 먼저겠지! 나는 미요시 스미레. 아직은 거의 무직인 토지신 대리야. 저어기에 생기는 온천여관 사장이 될 예정이고 말이지.”
백아: 사우님~ 이거 영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사우님이 나보다도 작은 꼬꼬맹이여도 오래 사셨으니까 아실 것 같아요~ 사우: 꼬꼬ㅁ...아니, 이게 아니라. 아, 이거? 당연히 알고 있지, 내가 누군데! 그럼...일단 I는 무슨 뜻이느냐? 백아: 나요! 사우: 그럼 can은? 백아: 할 수 있다! 사우: 마지막, see는 무엇이지? 백아: 보다! 사우: 좋아! 그럼 이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 이제 알겠지? 백아: 나는 볼 수 있는가보다!! >:3(PO당당WER)
당당한 백수선언!!! 마음에 들었다!! 기보다는 동지를 보는듯한 느낌이라 굉장한 친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뭐 무직으로서의 동질감이라는 건 생각보다 심각하단 말이지. 아니 뭐 나는 객관적으로 보면 대리지만 토지신이고 은호씨한테 수업도 엄청 드물기는 하지만 수업도 받고있고… 음, 이건 엄밀히 말해서 학생이라고 보면 되는게 아닐까? 뭐, 실제로 일을 안하고는 있지만!!!
“확실히 엄청나게 춥기야 하지. 그래도 만족 했다고 하니까 다행인걸!”
뭐 즐길거리가 별로 없는 건 사실인건… 다른 곳도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런게 인기가 더 많은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뭐 인터넷이야 연결되지만 그래도 뭔가… 대체로 인간에 비하면 훨씬 나이가 많은 신들이 많으니까 액티브한 활동이 하고 싶어하는 걸지도…?
“음! 얼마든지 와도 괜찮아! 너라면 무료숙박권도 줄 수 있다고!!”
이정도로 큰 결심을 한게 얼마만일까! 최근에는 그 가온이가 움직이는 걸 맞추는거에서 결승전에 내걸었던 여행권이랑 삽정도일까… 아니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더 힘들어질 뿐이야!!!
“그런데 무조건 무료로 해줄 생각은 아니지!! 나중에라도 한 번 우리 온천의 광고를 해줬으면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