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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일치했다. 령은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았다. 분홍빛의 벚꽃의 비는 아름다웠다. 그 풍경에 잠시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신이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과 같은 새 수인인걸까? 령은 그리 생각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붉어지는 머릿결과 커다란 분홍빛 날개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령은 가만히 그 수인을 바라보았다. 방울이 바람에 흔들리며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리스, 그게 이 수인의 이름이었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곳 라온하제의 신들은 전부 평등했다. 고위신인 은호와 누리를 제외하면 신들 각자가 지니는 위치는 비슷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신은 자신이 아닌 다른 신들을 높여 부르고 있었다. 령은 살짝 의아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이 사람은 다른 신들을 높여 부르는 것일까?
"령, 흑조 수인입니다."
령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수준으로 간단히 인사를 끝마쳤다. 령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해서 화나지도 않은 모양새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더 정확히는 내려다보았다고 하는 게 옳으리라. 키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났으므로.
'감히' 신 님께 방해가 되었다면이라... 령은 검지손가락을 제 뺨에 대었다.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이 신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고 있다. 마치 신들을 숭배하는 평범한 인간들처럼. 령은 그 점이 의아했다. 더 정확히는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라온하제의 신들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이곳의 신들의 지위였다. 말을 하는 게 좋을까? 령은 잠시 고민했다. 아니다. 아직은 이를지도 모른다. 령은 그 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결정했다.
"방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쫓아 왔더니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노랫소리는 리스 당신과 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지요. 그러니 너무 주눅들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눈을 감은 채 혼자 부르던 노랫소리에는, 이내 한 청자 님께서 나타나셨다.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에 살짝 놀란 듯 멍하니 뜬 두 눈동자에는 곧 벚꽃나무 아래에 서 계시는 아름다운 검은색의 신 님께서 들어오셨고, 그에 황급히 날개를 펼쳐내어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이 감히 '신' 님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수는 없었으니.
딸랑딸랑,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오는 신 님의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공손히 예를 갖추어 스스로를 낯선 신 님께 소개해드렸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신 님께 갖추어야 할 예의였으니. 그러자 신 님께서도 가볍게, 간단히 소개를 해주셨다. 신 님의 이름을 들었다는 그 작은 사실 하나에,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기쁜듯이 살짝 피어올랐다. 령 님. 혀 끝이 입천장을 살짝 톡, 치는 신 님의 이름도, 신 님께서 자신과 같은 조류 신이시라는 것도, 모든 것이 그저 기쁘게만 느껴졌기에.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령 님."
무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령 님께 다시금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가지런히 앞에 모은 두 손은 서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러다 자신이 이어서 드린 말씀에, 령 님께서는 잠시 검지 손가락을 뺨에 대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들려오는 령 님의 친절하신 말씀과 온화한 미소에, 순간 멍한 눈빛을 크게 뜨고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령 님께서 저를 칭찬해주신 건가요...? 저에게 웃어주신 건가요...? ...신 님께서... 저를... 저를...
기쁨과 행복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신 님께서 건네주신 작은 칭찬에도, 자신이 행복할 이유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신 님께서 웃어주셨으니... 헤실헤실, 작은 미소가 더욱 새어나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령 님. 물론 령 님의 아름다움보다는 절대 못하지만, 그럼에도 저의 노랫소리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려 령 님과 제가 이어져 이렇게 만나뵙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로 기뻐요...!"
두 눈이 부드럽게 접혀졌다. 거짓도, 꾸밈도 없이 솔직한 호의와 존경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딸랑딸랑, 령 님의 방울 소리마저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기에, 잠시 멍한 눈빛으로 령 님의 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멍하니, 천천히 입술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