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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벚꽃나무의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분홍색이 자신의 시선을 한가득 수놓자,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몇몇 벚꽃 씨들은 저와 똑같은 색이네요. 저의 색은...
뒷 생각을 삼켰다. 사념이 깊어지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할 듯 싶었다. 아직 자신의 '신' 님의 흔적을 찾아내지도 못 했으니, 산책도 겸해서 다시 라온하제를 돌아다녀 보기로 결정했다. 펄럭, 여러 색이 섞였던 분홍빛의 날개를 펼쳐내어 공중으로 천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카락 위로 펼쳐진 새파란 맑은 하늘 속으로 섞어들어갔다.
자신이 향한 곳은 바로 '아라' 지역이었다. 다솜을 제외하고는 가장 인연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고, 다솜과 가까운 지역이기도 했으니. 오늘은 하늘도 파랬으니, 새롭게 바다 쪽을 가볼까, 싶어 그 쪽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그러자 서서히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황금빛 해변. 모래들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조용히 눈에 담으며 서서히 저공 비행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한 인영의 모습.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듯한 또다른 푸른색을 발견하고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새로운 '신' 님...?
라온하제에 계시니 분명히 또다른 신 님일 거라 예상하면서, 곧바로 날갯짓하는 속도를 늦춰 천천히 모래사장에 맨발을 딛었다. 물론, 그 뜨거움에 흠칫, 눈에 띄게 몸을 떨었지만.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것보다도 신 님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천천히 낯선 신 님께 다가가 조심히, 조용히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신 님. 처음 뵙겠습니다."
/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치야주...!ㅠㅠㅠㅠ 사실 제가 지금 아기를 보고 있어서 달래주면서 쓰느라...ㅠㅠㅠㅠ
그러니 빨리 바닷속으로 도망가야겠어요. 어라, 근데 저게 뭐에요. 뭔가 제쪽으로 그림자 같은게 오고있어요, 무심결에 하늘을 보려다가 눈이 따가워서 얼굴을 찌푸려요. 으윽 나쁜 햇살.
"....보통 이럴 때는 천적이 나타난 거에요!"
난 지금 모래사장 위의 커다란 생선이라구요, 이럴 때는 도망가야 해요! 발이 화끈거리는것은 상관 없어요, 물이 닿는 곳까지 걸음을 옮겼는데요 저쪽이 더 빠른것 같아요. 어쩌죠, 나 먹혀요? 아니야 침착하게 생각을 해 봐요, 여긴 신들이 있는 곳이에요. 설마 신이 다른 신을 잡아먹기야 하겠어요?
"히이이익...."
-라고 생각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거에요, 분홍 날개를 가진 신이네요, 나한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데도 몸이 떨려와요. 일단.. 일단 물 속으로 도망가야겠어요. 빠르게 몸을 돌려 날개를 펴고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요, 그리고 적당히, 공격당하지 않을 거리까지 이동한 다음에 수면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분홍 날개를 가진 신을 빤히 쳐다봐요.
새로운 신 님을 발견하고는 일부러 더욱 천천히,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는 신 님께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추어 첫 인상을 적어도 나쁘지는 않게 드리고 싶었으니. 그래서 일부러 하늘에서 내려와 뜨거운 모래사장을 똑같이 걸어온 것이었다. 자신의 시선을 낮추기 위하여.
하지만... 역시 그런 자신의 나름대로의 노력은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치 도망을 가듯이 물 쪽으로 향하던 신 님은 자신의 인사에 곧 작게 비명 같은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빠르게 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날개를 펴고 곧장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가 버렸다.
"...! 앗...! 시, 신 님...?!"
멍한 눈빛이 순간 놀란듯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는 멀리, 마치 공격을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신 님의 모습을 멍하니, 멍청히 바라보았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버린 자신. 그렇게 그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입가에 모으면서 멍하니 수면 너머를 바라보고 있자, 이내 곧 수면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신 님의 모습.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었다는 그 작은 사실 하나에 은근히 기쁜 듯이 희미한 미소를 피웠다. 그리고는 다시금 두 손을 앞에 모아 공손히, 한 번 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저는 현재 다솜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플라밍고 수인인 리스, 라고 합니다. 제가 신 님을 놀라시게 해버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신 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제가 너무 경솔하게 행동해 버렸네요..."
다시금 "...죄송합니다." 하고 한 박자 늦은 사과를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로 신 님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를 무서워하시고 계신다면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저는 과일만 먹게 되었거든요. 신 님께 절대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제가 무서우시다면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러니..."
멍한 눈빛을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맨발이니 만큼, 발에 닿아있는 열기가 너무나도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지금은 신 님께서 함께 계시니. 그리고 신 님께서 경계를 하고 계시니. 이까짓 열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