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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들이 피어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때로는 묘한 느낌도 들었다. 그 꽃의 의미가 그래서인것일까. 그것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내가 이렇게 다솜까지 온 이유는 지금 눈앞의 이 집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관리자들에게 지역의 관리를 맡긴 이상, 내가 할 일은 교육과 뒹굴거리는 것 정도였으니, 이 얼마나 느긋한 신인가. 나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고위신은 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조용히 문으로 다가간 후에, 나는 손을 들어 문을 노크했다. 똑똑. 아무리 고위신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집에 들어갈 때는 노크를 하는 것이 예의지. 물론 마음만 먹으면 이런 문 정도는 그냥 뚫고 들어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예의가 있기에 신이 아니겠던가.
"거 안에 있느냐."
안에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집의 주인을 불러보았다. 오늘따라 이 집의 자가 살고 있는 차가 먹고 싶었으니, 그것은 필시 이 따스한 봄바람이 나를 유혹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문을 바라보면서 반응을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니, 잠겨있지 않으니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짓고 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머지 않아 보이는 것은 하오리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요령의 모습이었다. 피안화 화인. 내 영토에서 살고 있는 그 자는 오늘도 너울을 이용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저 자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전에는 저런 상태로 음식을 먹던데,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저 자가 그것이 편하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을 존중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것이 고위신의 마음가짐이 아니던가.
"어쩐 일이라고 할게 뭐가 있느냐. 각 지역을 관리자들에게 맡기고, 나는 교육에만 힘쓰기로 했으니, 시간이 많이 비느니라.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니, 그대가 주는 차가 먹고 싶어 찾아왔느니라. 실례가 아니라면 한 잔 주지 않겠느냐?"
가볍게 앉으라는 듯이 대청마루를 두드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짓고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며 미소를 지으면서 요령을 바라보며 느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신이라고 해서 별 거 있겠느냐. 그저 이렇게 느긋하고 평화롭게 살면 그것이 신선놀음이고 신의 삶이지. 후훗. 그대는 오늘도 여유로운 것 같아서 보기가 좋도다. 그대에게 관리자를 맡길까도..고민했다만, 그대는 그것을 희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마루 밖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참으로 붉은 꽃이 아름답도다. 조금 묘한 기분이 들지만,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하며 조용히 차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관리자들을? 후후. 농담도 잘하는구나. 내가 그들을 왜 찾아간단 말이냐? 지역의 일은 그들에게 맡겼고, 지역이 잘 관리되는지, 관리되지 않는지는 마음만 먹으면 내 저택에 앉아서도 확인이 가능할진데, 내가 굳이 찾아갈 이유가 있겠느냐? 사실 내가 찾아간다고 한들, 아마 신경도 안 쓸 이들이 다수일것이니라."
특히 아라 지역을 맡고 있는 이라던가, 토마토 중독자라던가, 미리내 지역의 관리자도 뭔가 내가 간다고 한들 신경도 안 쓸 것 같고, 이 다솜 지역은.... 다른 의미로 찾아가면 큰일 날 것 같기에 가급적이면 찾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볼일이 있다면 찾아갈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접받은 차를 한 모금 마시니, 참으로 향과 맛이 좋았다.다시 한 모금을 마시니, 참으로 여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차 하나는 잘 끓이는 이였다.
"애초에 그대가 할 일이 정해져있다는 것부터가 모순이 아니더냐. 관리자조차도 간섭없이 관리를 하는데, 누가 일반 신에게 일을 정해준단 말이더냐? 그것은 스스로가 정한 것이 아니더냐? 그리고 짓궂다고 해도 좋으니라. 나름의 농이었으니. 그리고 욕심이 없는 신이라. 정말로 욕심이 없는지 궁금하도다. 그대는 정말로 바라는 것이 없느냐?"
내 평생을 살며, 욕심이 정말로 없는 신은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저 자가 정말로 욕심이 없는지 조금 궁금했기에 그렇게 물으면서 다시 차를 마시면서 바깥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붉은 꽃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바람에 내 목소리를 실어보냈다.
"정말로 욕심이 없는 이는, 가장 무서운 이라고 생각하느니라. 그것은 말 그대로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텅 빈 존재나 마찬가지 아니더냐. 네가 그런 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머, 들켜버렸네요. 은호님의 말에 어깨에 걸치고 있는 하오리의 소맷단을 끌어당겨 너울 채로 스스로의 입가를 가리면서 후훗, 하고 웃어보이며 중얼거렸다. 워낙에 개성들이 뚜렷하기 그지 없는 신들이 모여있는 곳이다보니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가온님처럼 은호님에게 일일히 신경쓰지 않을지도.
잠시 관리자가 된 이들을 떠올려봤지만 글쎄. 그리 안면이 깊은 이들은 아니였으니.
하오리로 너울 채로 입가를 가린 뒤 웃던 것을 멈추고 가느다란 눈매를 휘었다.
"은호님은 정말 못이기겠다니까요. 맞아요. 제가 정해놓은 일과지요. 물론 대부분은 아무생각없이 저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지만요. 누누히 생각하지만 은호님의 농은 도통 .."
고개를 젖고는 찻잔을 내려놓은 뒤에 너울만 걷어서 쓰고 있는 옛 모자에 고정시키자 그제야 은호님과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불투명한 시야가 트였다. 그 상태로 근처에 놓인 방금 한들어놓은 꽃잎을 올린 화전을 끌어당겨 다기세트 옆의 비어있는 곳에 올려놓았다.
여러가지 꽃잎들이 화려하게 박혀있는 화전은 유난히 달았다.
"바라는 것이라. 어려운 걸 물으시네요."
화전 하나를 접시에 담아서 은호님의 앞에 두고 다시 접시 하나를 들어서 그 누구도 앉아있지 않은 곳에 놓인 찻잔 옆에 내려놓으면서 온화하게 중얼거렸다.
가느다란 눈매 속의 선명한 녹빛 눈동자가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1겁이 멀었졌더랍니다.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죽던 이가 신이 되니 눈물이 흐르덥니다. 그 눈물의 이유를 찾는 것이 제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요."
짖궂으셔라. 선명한 녹빛이 다시금 가느다란 눈매 사이로 사라졌다. 식은 차가 담긴 찻잔을 비워내고 그 찻잔에 차를 따라 다시금 빈자리에 내려놓는다.
조용히 차를 마시니, 그 향과 맛이 참으로 봄에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내가 다스리는 영토 중 하나인 다솜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차. 그 차를 마시니 절로 따스하고 행복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저 자의 욕심을 조용히 들었다.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죽던 이가 신이 되니 눈물이 흐른다라. 그것은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 필시 그럴 것이다. 지금 여기서 나올만한 이는 자기 자신이 아니고 또 누구겠던가.
"짓궂은 것이더냐? 워낙에 욕심이 없다고 하니 한번 궁금하여 말한 것 뿐이니라. 아무튼, 그 눈물의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하였느냐? 내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답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노라."
자신조차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 그것은, 필시 이유가 있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흐르는 눈물... 그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감정이 내보내는 눈물이 아니던가. 그런 것에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대는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평생 알 수 없을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욕심이 있는 자는, 그것이 어떤 이건 보기 좋도다. 그 욕심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 그대의 욕심을 들었으니,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아무런 욕심도 없는 이보다는 저런 것이라도 욕심을 가진 이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뒤이어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욕심이 있느니라. 내 딸 누리가 하루 빨리 훌륭한 고위신이 되어, 이 지역을 다스리는 것을 보고 싶노라. 과연, 그 모습은 어떠할지 너무나 궁금하니, 500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갈가..참으로 궁금하구나."
"그래도 한 지역을 관리하는 고위신이다. 무섭지 않아서야 되겠느냐? 후훗. 그래도 내가 이유없이 누군가를 괴롭힘을 한 적은 없다고 자부하니라. 애초에 사악한 마음을 지닌 이들은 이곳에 발 하나 내딛을 수 없도다. 가온이가 쓰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고위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보좌로 두고 있는 이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사악한 욕심을 지닌 이를 내 땅에 들이고 싶진 않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마음을 지닌 이는 이 땅에 발끝 하나 내딛지 못하게 만들어두었다. 이 라온하제에는 일종의 결계 같은 것이 있으며, 사악한 마음을 지닌 이는 절대로 통과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결계를 담당하는 핵인 수정은, 가온이와 연결이 되어있다. 즉 가온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 핵이 파괴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물론 이 사실을 자세히 아는 것은 나와 누리, 둘 뿐이다. 뭐, 고위신인 나나 누리는 딱히 가온이을 손대지 않아도 그 수정을 파괴할 수 있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애초에 파괴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뒤이어 들려오는 내 딸에 대한 평가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라. 그래. 확실히 귀엽지. 누리는... 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나는 요령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그렇지 않느냐! 참으로 귀엽지 않느냐! 내 딸이지만 보통 귀여운 것이 아니도다! 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후후. 아직은 미숙하지만 언젠가 늠름한 신이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느니라. 그리고 걱정은 하지 않는다. 누구의 딸인데 내가 걱정을 한단 말이냐. 후후. 화전이라고 하였느냐. 걱정말거라. 내 갖다 줄 것이니.."
갖다주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 딸에게 주겠다고 하는데...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꼬리를 가볍게 봄바람에 맞춰 살랑이다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