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질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에어컨은 18도에 맞춰서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었고,어제 주식들 떨어지는거 보고 속터져서 자기 전에 마신 막걸리 병들이 침대 밑에 나뒹굴고 있었다.
안주로 뭘 먹었더라? 뭔갈 먹긴 했는데,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방망이로 강타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X나 아프네!"
술을 어제 너무 많이 마셔버렸어,그래도 머리 아픈것 까지는 어떻게 넘어 갈 수 있겠는데 속이 막 메슥거리면서...속에서 뭐가 올라올거 같고. 그런 느낌이 너무 강하다. 해장하게 얼큰한 라면국물이라도 마시면 좀 좋으려나,아니면 그냥 물 마시고 꼐속 누워있을까. 일단 나는 핸드폰을 들어보았다. 일단 몇시간동안 또 뻗어 있어야할거 같은데,연락 뭐왔나 체크라도 해야지.
그리고 나는 정말로 통화하기 싫은 그 양반한테 왔던 전화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음,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어제 먹은 음식들을 죄다 변기에 토해냈다. 그러니 메슥거리는 속이 한결 편해졌다. 변깃물을 내린다음 나는 세면대 수도꼭지를 돌리고,그대로 거울을 바라봤다.
"긴장타라."
거울속의 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뒤 세면대에 머리를 처박고 세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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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씻고 옷도 새로 갈아입었다. 방도 다 청소하고. 그리고 나는 내 방을 나서 진단실로 가면서 내 핸드폰으로 그 무서운 양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요즘 요리하려구 시도 많이 하는데] [ㅇ] [그러다가 언제 손 크게 베인 적 있었거든] [ㅇㅇ] [그때 페인킬러 아저씨가 치료해줬었어] [ㄱㄷ ㅁ] [......엄마 제발 초성만 쓰는 건 관두면 안돼?] [아무튼 엄마 그래서 그런데 여러모로 빚진 것도 생긴 겸 이참에 의사쌤한테 전화 좀 해보는 건 어떠세여] [왜 니가 빚진 걸 내가] [그동안 엄마가 그 오빠 많이 갈궜던 건 생각안함?] [그보다 엄마보다 연상인 사람한테 오빠라고 하는 건 대체 뭔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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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그런 내용의 문자를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조용히 여기저기의 바닥을 쓸고 있었다. 요리를 엄청 못 한다고 그 오빠야가 말했었으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특기분야인 청소를 죽어라 하기로 했다. 마침 페인킬러 아저씨의 진단실 앞 쪽을 쓸고 있을 적에,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엄마 진짜 전화한겨? 어, 아니. 그러니까. 잠깐만. 내가 전화 함 걸어보는 거 어떠냐고 말했다고 진짜 전화거는거야? 아 그보다 문자 와있었네?
[페인킬러 씨한테 전화 걸건데 뭐라 할까]
......몇시간 전이네. 그 때 막았어야했어. 분명 우리 엄마라면 갈궜을거야.
그렇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다. 그냥 청소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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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121의 어머니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누구에게냐, 라고 묻는다면 닥터 페인킬러에게였다.
"응. 별 건 아니고, 얼마 전에 우리 딸아이가 상처 좀 크게 입었었는데, 페인킬러 씨한테 치료받았다면서요? 그거 고맙다고 말하려 했지. 그거랑 또 겸사겸사 해서, 미르는 잘 지내나 하고. 얘가 자기 소식을 잘 전하지를 않아서 말야. 그리고, 그 쪽은 또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 딸이 좀 활발하잖아. 애가 또 무슨 잘못한 거 있어요? 무슨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해줘요. 제대로 혼내서 바로잡을테니까."
"어, 아니. 컨셉은 아니었는데요? 오빠야는 왜 이걸 컨셉이라고 생각한거에여...? 암만 봐도 컨셉은 아니지 않아여? 그보다 안 어울려여?!"
이게 어딜 봐서 컨셉이지? 비록 내가 저 의사양반에게서 요리를 못한다는 얘기만 계속 듣지만 청소 하나만큼은 진짜 잘 하는데. 진짜로. 우리 엄마가 생활력이 제로잖아. 그러니까 청소 하나만큼은 자신있지. 요리야 맨날 사먹거나 간편식품이나 그런 걸로 끝내서 맛없다는 말 밖에 못 듣지만.
"그보다 진짜로 우리 엄마가 전화했었어요? 헐 세상에나. 그동안 엄마가 진통제 오빠 갈군 거 얘기하면서 이참에 전화 좀 걸어보라 했었는데. 별 거 없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리고, 음. 이온음료? 어라?
"오빠야, 저는 이온음료가 그닥 취향이 아닌데여. 줄거면 댁이 지금 손에 들고 계시는 그 커피우유나 좀 내놔봐요. 역시 기성품이 최고임. 그리고 나 어차피 이미 성장판 닫혀서 키가 더 클 가능성도 이미 와장창 날라감. 그러니까 커피 쫌 마셔도 되지 않아여?"
그렇게 말하면서 메이드복 주머니에다가 조용히 숨겨두었던 커피믹스를 세 개 꺼내듭니다. 더우니까 일부러 아이스커피 믹스로 준비했죠. 후후, 역시 나님의 준비성이란!
"그래서 저번에 한번 다른 거 입은 적 있었는데여? 단지 그걸 오빠야가 못 봤을 뿐이지."
저번에 체크무늬 치마 입었던 적 있었는데. 메이드캡도 벗고, 앞치마도 벗고. 그렇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했으니까... 결국엔 비슷한 건가.
"그리고 저 성장판 진짜 싹 닫혔다니까요? 열다섯살 때부터 이 키였어여."
아무튼 저는 그렇게 말한 뒤 이온음료 병의 뚜껑을 까서 원샷하고는, 이내 이온음료 병을 보다가 묘안을 떠올립니다. 이 오빠야가 이걸 준 걸 후회하게 해 주지. 저는 페인킬러 오빠야의 진단실 안을 둘러보다가, 물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이온음료 병 안에 커피믹스를 세개 다 때려붓고, 찾아낸 물을 이온음료 병 안에 담아서 병뚜껑을 닫고는 흔들어 섞습니다. 짠, 커피 완성이지롱.
"그래서 저번에 한번 다른 거 입은 적 있었는데여? 단지 그걸 오빠야가 못 봤을 뿐이지."
저번에 체크무늬 치마 입었던 적 있었는데. 메이드캡도 벗고, 앞치마도 벗고. 그렇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했으니까... 결국엔 비슷한 건가.
"그리고 저 성장판 진짜 싹 닫혔다니까요? 열다섯살 때부터 이 키였어여."
아무튼 저는 그렇게 말한 뒤 이온음료 병의 뚜껑을 까서 원샷하고는, 이내 이온음료 병을 보다가 묘안을 떠올립니다. 이 오빠야가 이걸 준 걸 후회하게 해 주지. 저는 페인킬러 오빠야의 진단실 안을 둘러보다가, 물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이온음료 병 안에 커피믹스를 세개 다 때려붓고, 찾아낸 물을 이온음료 병 안에 담아서 병뚜껑을 닫고는 흔들어 섞습니다. 짠, 커피 완성이지롱.
"그르고보니까 오빠야, 나 갑자기 생각난건데 오빠야는 사랑스럽다고 생각되는 대상이 있어여? 나는 지금 내가 들고있는 이 커피가 아주 사랑스러워 미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