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Noir...Regarde la lumière... ◆SFYOFnBq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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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모두 수고..) 22:19:13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타치☆★☆★☆:>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누아르. 검은 채색의 세상.
그것은 리에츠의 시대에 성행하던 뒷골목의 배신과 마약과 괴물들이 드글거리던 세상을 기억하던 이들의 심상이었다.
로라시아라는 지역은 마피아와 삼합회와 야쿠자와 조폭을 다 섞어놓은 듯하며 구룡성채만큼이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었으니.
모두는 그에 맞게 살아가고 있겠지.
이 로라시아 지역의 가장 큰 조직은 티엘린 조직이었다...
느와르 AU!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입니다! 그냥 원래로도 돌릴 순 있습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기본 다이스 .dice 0 10. = 3 0-크리티컬 1-5 빗나감 6-10 명중 인챈트나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위키에 기재해 둬야 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앓이도 보내고, 개인 이벤트도 보내고.. 온갖 걸 보낼 수 있는 웹박수: https://goo.gl/forms/SKs7SBRwrQZfsmf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8B%B0%EC%97%98%EB%A6%B0%20%EC%82%AC%EB%A6%BD%20%EC%95%84%EC%B9%B4%EB%8D%B0%EB%AF%B8 시트스레: >1525406542> 이전스레: >1527935001> 임시스레 겸 선관스레: >1525430363>
새카만 드레스와 오페라 글러브. 검은 담뱃대를 물고 신발은 스트랩 뮬 형식의 힐인 그야말로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의상과 외모였지만. 그 모습으로 적대 조직을 멸살시켜버린 그녀야말로 이 로라시아를 평정한 티엘린의 보스. 아라 한 티엘린이었다.
수도복을 입은 무리들은 손에 묵주를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 무리라고는 말해도 많아봐야 일곱명 정도인가. 그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장을 차려입고 손에 권총을 쥐고 있다. 대부분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나, 드문드문 여성이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란츠와 갈색 머리의 소녀도 무리에 함께 섞여 앞으로 걸어갔다. 꽃으로 장식된 커다란 가방을 두손에 꼭 쥐고 하얀 프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소녀를 그곳과는 이질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소녀가 그랬듯이 그의 옷차림도 피아노 앞에서의 모습과 같았다. 두 사람은 서로 보폭을 맞추며 뒤에서 일행을 따라갔다.
" 그딴 옷 입고 총이나 제대로 쏘겠나. "
반대편에 서있던 맨 앞의 남성이 빈정대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뒤에서 남성을 보호하려는 듯이 튀어나온 조직원들은 모두 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에 마주 답하듯이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 중년의 신부가 입을 연다.
" 우리는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 " 니들이 정신 나간 새x들이란걸 모를줄 알고. 집어치우고 본론이나 말해. "
그 말에 신부는 동요하지 않고,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일행이 일제히 가장자리로 물러서자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소녀가 앞으로 나선다. 그는 그 뒤를 따라 미소지으며 함께 걸어갔다. 소녀는 남성과 눈을 마주친 뒤, 어린 아이처럼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 소녀가 그대들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 뿐이어요. 앞으로 이 주변에 오지 말아준다면 소녀도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대들이 그리 해주는 것을 바라고 있어요. "
말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뜻을 풀이해보자면 '앞으로 여기를 침범한다면 내 기분이 아아주 뭐같을 것이다.' 정도가 되시겠다.
" 하, 그렇게 말하면 내가 예예 하면서 물러날줄 알고? 저번에 니네 똘마니들이 우리 아지트를 개판으로 만들어 놨잖아. 그게 x같으니까 온거 아니야. "
코웃음을 치며 답한 남성이 돌연 팔을 들고 총구를 소녀에게 향한다. 아마도 가벼운 위협.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고개만 갸웃할 뿐이다. 단지 남성 옆에 서있던 조직원이, 격발음과 함께 성대히 머리가 날아갔다는 사실만은 존재했다. 남성은 순간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또 위를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본 순간.
"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에요. '우리는 잘못이 없다.' "
여전히 평화로운 소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묵주를 쥐고 있던 신부들의 손에는 권총이 한 자루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기관단총을 든 또다른 신도들이 신부의 앞으로 뛰쳐나와 반대편을 향해 마음껏 총을 갈겨댔다. 그들의 표정을 적당히 표현해보자면, 아마도 광기라고 할 수 있겠다.
" 조심해요. " " 당연한 일입니다. "
피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도 소녀는 가방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소녀에게 다시 쥐어준다. 그리고는 방금 가방에서 꺼낸 것인지, 먼저 총격을 벌이고 있는 신도들이 든 것과 같은 총기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치지 않고 돌아올테니. "
그것이 안타까운 듯 소녀는 탄식을 내질렀으나, 곧 프란츠가 손에 쥐어주었던 무언가를 바라본다. MP7. 상대적으로 가볍다고는 하나 연약한 소녀가 들기에는 그마저도 버거워 보였다. 맞은 편에서, 조직원들 사이에 숨은 남성이 보였다. 소녀는 망설임없이 가는 팔로 총구를 앞으로 향하고, 손가락으로는 방아쇠를 당겼다.
" 어서 죽어주세요. 그래야, 한시라도 빨리 구원을 이룰 수 있단 말이에요. "
총소리가 계속되던 골목 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으로 가득해졌다. 애초부터 서로가 방어같은 것은 상정도 하지 않았기에, 쓰러진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프란츠는 소녀를 이끌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남성 앞으로 향했다. 남성이 총에 맞은 복부를 부여잡고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소녀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이 의도적이라면 의도적이고 충동적이라면 충동적인 만남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이아나는 슬쩍 걱정했었다. 보통 저런 과묵한 사람들은 계속 말을걸면 귀찮아하는 티라도 내는데 설마 지금 엄청 취한걸까? 그래서 내쫒는것도 못하는 그런것이라면 어디 매상좀 올.....려주기에는 그정도까진 간이 크지 않아 그만두고 술잔을 천천히 입에 기울여 나눠마신다.
'담배는 빨리 익숙해졌지만 말이지, 이건 여전히 낮설단 말이야...'
사실 겉으로 먹을때는 무슨 술이든 맛을 못 느끼는걸 티내지 않으며 먹을 수 있긴 하지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녀는 술만은 제삿날 먹는 음복만큼이나 낮설고 맛도 즐길 수 없는 물이였다. 그런데 왜 마시냐고? 하하.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
'이대로는 도저히 거기 들어가고 싶지 않아.'
가끔 유독 맨정신으로는 스스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때는 머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멍하게 만달고 몸을 느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아나가 약에 손대기라도 했다면 그런것이야 주사 한방만 있어도 어떻게든 되는 일이였지만 아직은 그렇게 인생을 쫑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매번 가까스로 주삿바늘을 대려다가 멈춘다.
"어? 그랬어요? ...아. 하긴. 눈마주친 적은 없었죠? 아까 무대에 있을때 말이에요."
이런곳에 있는 여자들이 제일 먼저 익히는 익살이랑 능청스러움을 표정에 두르며 이번엔 재즈를 하는듯 피아노랑 트럼펫을 갖고있는 2인조가 나오자 잠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생기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오늘은 진짜 오너가 무대에 공을 들였네... 저 두 사람도 여기선 꽤 괜찮은 사람들이거든요. 아! 못 믿겟다면 돈을 걸어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술잔을 홀짝이다가 잔이 비어버리자 잠깐동안 한 여름의 낮에 계산대에서 스무디를 주문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바텐더에게 슬로 진 피츠를 한 잔 주문하고 다시 진을 바라보았다.
합의된 사이 아니었냐는 헤일리의 물음에 큰일날 소리를 한다는 듯이 혀를 한번 가볍게 차면서도 비류는 느긋하게 헤일리를 끌어안은 채 어깨에 턱을 기댔다.
"어이구, 큰일날 소리를. 난 친구랑은 합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왕님라던가, 여우자기라던가. 친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비류가 대체 왜 그렇게 부르냐는 물음을 던진적이 있었다. 여우라는 단어야 자신이 쓰고 다니는 가면이 여우가면이니까 그렇다고는 쳐도 도통 여왕님은 모르겠더라. 그게 자신과 언니를 칭한다는 것을 알고 한번 크게 기함했지. 비류는 상냥한 기색이 느껴지는 미소를 짓다가 슬금 눈을 찌푸렸다.
장갑을 끼고 있다곤 해도 도드라진 헤일리의 갈비뼈는 충분히 느껴졌다. 옷을 입으라는 말도 한두번이다. 비류는 잠시 잠자코 헤일리의 손에 이끌리듯 손을 가만히 두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잘나셨어 아주.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챙겨올걸. 나한테 있는 거라고는 초콜렛바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먹을래?"
몸에 타인의 손이 닿는 감각은 언제 닿아도 짜릿했다. 민감도가 높기도 했다. 자랑이랄까, 응. 자랑이다.
"에이. 아쉬워라."
친구랑은 합의 안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쉬워 아쉬워~ 그러곤 잡고 있던 손을 조물조물하다가 놓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초코바 싫어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안 땡겨~ 응. 잠시만 있어봐? 옷 입고 올게."
저기저기 적당히 앉아 있어! 거래할 때 쓰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하고 안쪽으로 향했다. 나왔을 때랑은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서, 뭔가 부스럭거리고 달그락거렸다. 그러다 어디 부딪혔는지 넘어졌는지 쿵 하는 소리와 악 하는 단말마가 흘러나온다. 무슨 일인가 싶을 즈음 반바지에 헐렁한 후드티를 입은 내가 정보상 쪽으로 나왔다. 양 손에 음료캔을 들고서.
"옷 입다 걸려서 넘어졌어...."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문질문질하는데 제대로 박은 듯 하다. 아이고 두야. 궁시렁대면서 비류가 있을 쪽으로 다가와 음료수를 내밀었다. 탄산과 이온 두 개였다.
초기에 비류는 헤일리의 장난에는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애인이 없는 날이 손에 꼽지 않아?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는 하지만 언니 외의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는 - 언니와도 자매간의 애정행각이 드물기도 하다 - 비류로서는 헤일리의 장난에 귀가 빨갛게 물들었던 흑역사 아닌 흑역사가 있다.
지금이야 익숙해져서 헤일리의 아쉽다는 기색이 느껴지는 반응이라던가 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조물거리는 것을 느긋하게 넘겨낼 수 있었다.
"아쉽기는? 임자도 있는 여자가 그러면 못쓰지. 네 애인한테 길 가다가 죽고싶지는 않아."
농담도 할 수 있게 됐고. 비류는 헤일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당기고 재킷을 벗어 테이블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가면을 놓지 않은 채 의자에 벗은 정장 자켓을 걸어놓고는 의자가 아닌 테이블에 걸터 앉았다.
안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자, 장갑을 벗을까말까하는 사소한 고민에 빠져있던 그녀가 헤일리가 나오자 상냥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옷정리를 제대로 안하니까 그렇지. 나중에 내가 날 잡아서 정리해줄까? 저번에 정리하고 얼마나 됐어?"
걱정스레 묻는다. 잔주름은 커녕 빳빳하게 칼주름이 잡혀있는 검은 셔츠 차림으로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한손의 장갑을 벗으면서 탄산쪽으로 장갑을 벗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도통 이런 모습은 익숙해질 수 없다. 비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탄산 음료를 한손으로 따고는 자신의 다리에 머리를 기댄 헤일리의 머리에 장갑을 벗은 맨손을 올렸다. 탄산을 단숨에 반정도 비워낸 뒤에야 그녀가 자신의 친구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연다.
"됐네요. 친구님. 네 애인에게 행여나 내가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다."
한번쯤은 얼굴이라도 보고 싶기는 하지만 말야.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면서 바지에 얼굴을 부비는 것에 비류는 헛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이거 사람이 아니라 사실 고양이 아냐?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은 조금 주춤하는 느낌이 드는 조심스러운 느낌을 잔뜩 풍기고 있다. 당연하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한달이면 방안이 어떤 꼴인지 상상도 하기 싫은데. 빨래는 제대로 널으라니까? 귀찮으면 옷을 사서 입어."
이게 뭐야. 구깃구깃한 후드티의 주름을 보면서 살짝 미간을 좁힌 비류가 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다가 탄산음료로 그 터지려는 방언과 같은 잔소리를 꾹 눌러 삼켰다. 정보쪽에서는 빠릿빠릿하면서 정리정돈에는 나태하기 짝이 없다. 비류는 스스로가 너무 완벽하다싶을 만큼 깔끔하게 지내는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하고 있다.
"지금 당장 방에 쳐들어가서 싹다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좀 참을게. 아무래도 약냄새가 고스란히 있을 거같아서."
애인이 오지 않았냐는 뉘앙스를 가볍게 풍기며 비류는 헤일리를 바라보던 시선을 들고는 자신의 여우가면을 바라봤다. 갈아입었다고 한들 은연중에 배어있는 약냄새에 그녀는 민감하다. 이 로라시아에 있는 이들 중에서 약도, 흡연도, 하다못해 술도 입에 대지 않는 독특한 케이스였으니 당연할지도. 비류는 걸터 앉은 자세를 바꿔서 다리를 꼬곤 조용히 음료수를 비웠다.
어지간해선 여길 나가지 않으니 새 옷을 사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지 않느냐고? 여기로 시킬 수도 없는데 그건 더더욱 없을 말이다. 결국 사러 나가야 하는데 귀찮단 말이지. 응.
"조만간 나갈까나. 쇼핑 좀 할 겸..."
옷이랑 먹을거랑 사올까... 쓰다듬을 받으며 말하다보니 목소리가 늘어진다. 불 위에 올린 엿처럼 주욱 죽. 몸도 반쯤 늘어져서 비류의 허벅지에 기댄게 지탱축이었다. 거기서 미끄러지면 그대로 바닥으로 낙하할지도. 음료에 꽂은 빨대를 물고 우물우물 하고 있으니 약냄새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으-음. 그러고보니 그렇겠네. 그이가 다녀간지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이니.
"뭐어, 난 청소 안 하는 편이 좋지만~ 그만큼 잔소리를 덜 들으니까."
냄새 빠질 즈음 다시 오라고 할까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꼬는 다리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댔다. 조금 자세를 바꿔서. 그대로 한숨을 푸욱 내쉬곤 지나가듯 물었다.
"그러고보니까아, 거래는 잘 했어? 그 은발 도련님이랑~"
비루가 말해준 적도 없는 건이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말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어떤 거래가 오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무에 매달려있는 나무늘보 같은 모양새로 자신의 다리에 체중을 온전히 실은 채로 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네모난 떡처럼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헤일리의 머리를 가지고 손장난을 치면서 비류가 온화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짐짓 중얼거리고는 반듯하게 땋아진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자마자 그대로 헤일리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린다.
"하여튼 귀차니즘 환자라니까? 너 너무 나를 청소부로 생각하는거 아냐? 내가 청소해주는 것도,큼.. 한계가 있어."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잠기려는 것을 헛기침을 섞어서 말하는 건 슬퍼서가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침묵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패밀리 내의 유일한 킬러로서 움직이는 건 언제나 죽음이랑 왈츠라도 추는거기도 하고. 그녀에겐 죽음이 가깝고 피냄새가 익숙하고 또 카게무샤로서 보스인 언니를 대신해서 기꺼이 죽어야하는 일도 생길지도 모르니. 우울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관두고 그녀는 헤일리의 말을 들었다.
여전히 헤일리는 자신의 다리에서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어보였기에 탄산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그녀는 다른 손의 장갑도 벗어서 양손으로 헤일리의 뺨을 쥐고 몸을 억지로 일으키게 한다.
"은발 도련님? 아. 그 귀엽게 굴어대던 아가 말이야? 나쁘지는 않은 거래였어. 기왕 나를 흔들거였으면 정보나 제대로 알아두고 왔으면 더 귀여워해줬을텐데."
목다칠라. 비류는 헤일리가 앉아있는 의자에 한쪽 다리를 걸면서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대꾸했다. 꼬았던 다리를 내리고 헤일리의 상체를 일으켜서 걸었던 다리로 의자를 조금 바짝 당긴다.
"우리 패밀리에 대해서 1도 모르면서 하는 짓이 제법 귀엽더라구. 키스라도 해줄까했는걸?"
정보상이니 손가락 움직일 힘만 있어도 된다며 조금 고집스럽게 말을 받았다. 외출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옥상에 올라가 볕 쬐기를 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적당-히 어지럽히고 살아야 병에 내성도 생기고 그러는 거야~"
이건 또 뭔 얼토당토않는 얘긴가 싶지만 그냥 넘어가자. 헛소리다.
뺨을 쓸어주는 손에 얼굴 한번 부비고, 양손으로 뺨을 쥐어 몸을 일으키게 해도 순순히 따랐다. 으믕믕믕하며 이상한 소릴 내긴 했지만 그건 그냥 효과음이려니 하는게 속편하겠지. 비류의 여차저차한 조치로 다시 편하게 기대어진 나는 거래에 대한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나한테도 안 해주는 키스를 그런 꼬맹이한테 해줬으면 질투해버릴거야아. 질투나서 꼬맹이 장사 망쳐버릴지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뭔 개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정보조작으로 인생을 비틀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알아내려해도 못 알아낼텐데. 비류네는 철벽으로 포장된 요새 같은 곳이니까."
알아내봤자 겉으로 드러난 것 뿐일 거라며 나한테라도 오지않으면 그 심층은 알 수도 없을텐데. 알려주지도 않을 거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거기 정보는 비매품이니까~
비류는 자신이 대체 왜 헤일리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내버린 말에 대해 후회한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다. 적당히 어지럽히고 살아야 병에 내성이 생기고 그러는 거라는 말에는 눈썹을 슬그머니 치켜올릴 뿐 답하지 않았다.
뭘 언제나 자신이 잔소리를 할때마다 저런 식으로 넘어가는게 한두번이여야지. 요상한 효과음을 내는것도 짐짓 넘겨버리고. 비류가 헤일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들려오는 소리에 푸핫, 하고 웃어버린다.
"내가 너한테 키스를 왜 하니? 그리고 대체 왜 질투를 하는건지도 모르겠는걸."
너 그런말 하면 진심으로 들리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정보란 정보는 손에 다 쥐고 말하다시피 철벽과도 같은 내부 사항이 발설되지 않도록 요새처럼 정보를 보호하고 있는 패밀리 내의 정보를 아는 헤일리에게는 풍선껌을 씹는 것처럼 사람 한명, 어중이 떠중이 조직 하나쯤 없애는건 지우개로 연필자국을 지우는 것보다 쉬울 거다.
"느낌상 널 찾아올거 같더라. 그러니까 늘 하던대로 부탁할게. 혹시 알아? 내가 너무 너무 고맙다며 너에게 키스를 해줄지."
비죽 내밀어진 헤일리의 입가를 톡톡 두드리다가 뺨을 콕 하고 찌르며 몸을 숙여서 작게 속삭인다. 부탁해, 친구. 덧붙히는 목소리는 장난기가 다분하다.
로라시아에서 정조를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비류는 자신이 얼마나 독특하고 특이하고 희안한 사람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으니까 저 도통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오리입술을 제발 집어넣어줬으면 좋겠다.
"아니 그러니까...."
비류가 찌푸려진 미간을 검지로 꾹꾹 누르면서 무어라고 말을 하려다가 결국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당했다. 이거 완전히 말렸는데. 익숙해졌다고 한들 이렇게 나오면 자신은 어찌 반응해야할지 곤란하다.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는 잔뜩 기대한 헤일리의 표정에서 시선을 옮겼다.
"프리랜서들이라...걔네들은 순전히 돈으로만 움직이니까, 역매수를 당하면 곤란해. 오히려 이쪽이 당해버릴 수도 있어."
프리들을 써볼까 생각을 안 한건 아니다. 하지만 말한대로, 역매수가 염려되어 쉬이 할 수 없었다.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랄까. 정말 방법이 없다면 쓸 그런 방법 정도? 나는 그런 어중간한 방법이 필요한게 아니었다. 확실하게, 200%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턱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잠시 목울림 소리를 내며 즐긴다. 그러다가 왜 그런 얘기를 하냐는 말에 살짝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기가 없어져야 나랑 달링이랑 행복해질 수 있어. 지금처럼 생각만으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어..."
비류를 고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에휴. 이제 기분이 축 쳐져서 다른 의미로 늘어졌다. 물 먹은 솜마냥 추욱.
"그런 의미로 비류가 부럽긴 해. 사랑하는 여왕님이랑 항상 같이 살잖아. 행복해, 비류?"
암브리시오가 어떤 조직인지 비류와 그 보스의 관계가 어떤지 모르고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비류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가 궁금했다. 저기 비류, 비류는 지금이 행복해?
"헤일리 네가 잘하는 분야로 와해시킬 생각은 안해봤어? 역매수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지. 프리랜서들은 양날의 검이니까. 감수할만큼의 실력자를 찾는 것도 일이고."
착하지. 착하지. 그녀는 헤일리의 턱을 쓰다듬으며 상냥하고 온화한 어조로 작게 중얼거린다. 어느쪽이든 어중간한 답을 내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조직은 표면상으로 비폭력과 평화적인 방식의 대화방법을 고수하는 다른 조직들과 색깔이 다른 느낌이라서 함부로 도와줄게 말할 수도 없고.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네 자기를 끔찍하게 생각하네. 이런 생각을 하는걸 그 사람이 알아야하는데 말이야."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헤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비류는 한손에 장갑을 끼고 이로 당기다가 행복하냐는 물음에 잠시 모든 행동을 멈춘다.
"갑자기 무슨 질문이 그래? 놀랐잖아."
애써, 행복하냐는 물음을 넘기려고하며 비류는 헤일리의 뺨을 감싸고 몸을 숙여서 이마를 가볍게 맞댄다. 글쎄, 언니이자 보스이자 똑같은 모습으로 또하나의 나처럼 느껴지는 그녀를 사랑한다. 애달프게도, 애처롭게도. 그리고 숭배하니.
"로라시아에서 행복이라는 게 얼마나 먼 이상인지 너도 알고 있잖아? 내 여왕님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것뿐이야."
정보전으로 교란시키면서 프리랜서들을 쓰는 것. 어쩌면 그게 최선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현실은 어중간할지 몰라도, 방법이 그것 뿐이라면. 비류에게선 이 정도의 조언 밖에는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비류는 자신의 여왕님과 그 보금자리를 지키는 것 만으로도 벅찰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조언과 위안을 받는 정도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달링이 지금 내 삶의 전부니까, 당연하지."
달링도 잘 안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 울적하게 들린다면 기분 탓이 아니리라. 나도 그도 알기 때문에 지금이 힘들고 외롭게 느껴지니까. 언제가 될지 모를 언젠가를 마냥 바라보면서.
내 질문이 의외였는지 멈칫하는 비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외의였을 것을 안다. 비류의 말대로 얼마나 먼 이상인지 안다. 그래도, 그래도 행복은 먼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내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냐하. 역시 비류의 행복은 여왕님의 행복이지. 그렇지~ "
예상했던 답이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늘어져있던 몸을 똑바로 일으켜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비류를 올려다보았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나님은 생각한다구?"
행복은 멀지 않아요~ 라고 싸구려 공익광고에서 나올 법한 말을 주워넘겼다. 같잖다는 웃음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