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센하는 권주를 조용히 돌아보며 아까도 보였던 것 같은 서슬퍼런 차가운 눈빛을 향했다. 마찬가지로 노려보는 눈동자를 마주본 그 눈빛은 마치 '감히 방해자가 난입해'라며 질책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당장 싸움을 걸 것만 같은 날서고도 아슬아슬한 분위기였으나, 어째선지 그 기세를 금세 누그러뜨린 그였다. 그 전에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의미모를 감정이 덜컥하고 떠오른 듯하다. 그 감정이 떠올랐을 때 센하는 눈썹꼬리를 밑으로 내리며 어딘가 자학적인 표정을 지었었다.
"...그렇네요."
실로 그답지 못한ㅡ여기서 그답지 못하다는 건 여태까지의 행태를 보았을 때 파악할 수 있는 그의 성격을 말하는 걸 테다ㅡ순순한 반응이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마저 말했다. 두려워하는 대상은 뻔하지.
"조금 흥분해버린 모양이군요."
무표정으로, 살포시 눈을 감으며 왠지 모르게 사과하듯이 권주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언뜻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잘 보면 정말이지 위태로운 모습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흥분하고 얌전해지고, 한 두 번이어야지. 단 시간에 여러 극의 감정을 거치는 모습을 정상적이라 이를 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한 바다. 물론 이렇게 얼른 진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측도 있겠지마는, 글쎄?
이준의 열변은 아직까지도 쉴틈이 없었다. 이제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의, 문제의 그 간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자신보다도 더 악독하고 유나보다도 더 위험한 이라고 그 악랄함을 계속 강조하는데, 어쩌면 센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심히 공격적인 목소리로 '그 입 닥쳐. 그 인간이 어찌되었든 당신이 평가할 가치는 없어.'라고 말하든 하였을지 몰랐으나, 아까 권주와의 일로 그토록 증오하는 범죄자를 상대한다는 일에서 비롯된 흥분을 가라앉힌 덕에 담담한 표정으로 그 말을 계속 들었다. 권주에게 치얼스. 일체의 대꾸도 없이 계속 듣던 센하는 끝날 때즈음에 근처의 벽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면서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익스파 소멸인가..."
혼잣말 같은 낮은 한 마디였다.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다 인상을 살짝 구긴다. 그래, 익스파가 발현된 덕분에 어둠에 싸인 저에 대한 비밀을 알아낸 입장으로선 '익스파 소멸'이라는 단어가 썩 반갑지는 못했을 거다.
"물론 잡아야겠죠."
형식적인 소리 뒤에는, "아, 물론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지만요."라며 옅음 미소 위에 무덤덤하면서도 조금 조급한 기색을 은근히 띄웠다. 암, 그에게 있어선 더 급하고말고. 파이프 의자를 잡고 자세를 잠깐 고친 센하는 다시 이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화제를 전환하였다.
"그나저나 당신에게 묻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당신 같은 이는 죽어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지만...의문을 모른 척할만큼 털털하지는 못해서요. 제가 온 이유는 여기에 있으니, '솔직하게 답해주시기를.'"
마지막 문장에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이 기분탓이 아니라는 사실은 센하의 빛 하나 없는 자색 눈동자에 어린 강압적 분위기가 증명하였다.
"이해했다면 좋네. 하지만 만만하게 보지 말게나. 아무리 썩어도.. SS급 익스퍼. 자네들이 쉽사리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자의 힘은 나 이상으로 보고 있네."
정확하게 익스파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나보다 더 강한 이가 아닐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이 저항하지도 못하게 따르는 이다. 순수하게 능력 때문은 아닐터다. 정확하게 이거라고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데이터가 적었기에 나는 그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들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런 순수한 의문을 가지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와는 별개로 나는 눈앞의 두사람에게 말을 조용히 이어나갔다. 내 미소는 아마 흐뭇한 미소가 아닐까 싶었다.
"무리는 하지 말게나. ...아마 쉽게 잡지는 못할 테니. 어쩌면 그를 잡는 것은 자네들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일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들으려고 왔나..? 아아. 바로 용건이 나오나? 솔직하게 답해달라라. 좋네.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가?"
눈동자를 센하 군에게로 돌렸다. 그 눈동자의 힘이 장난이 아님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분명히 진지한 표정일터다. 그리고 이어 주 군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는 눈빛이 멋져졌군. 초기의 자네가 맞을지 의문일 정도야. 좋은 눈빛이네. 자고로 경찰은 범죄자를 볼 땐 그런 눈빛을 해야지. 다른 이는 몰라도 경찰은, 범죄자에게 쫄거나 겁을 먹거나 타협을 하려고 하면 안되는 법이니까. ...자네의 미래가 기대가 되는군."
아..맞아...스레주는 내일...그 오랜만에 대학 후배들 보러 갑니다. 동아리 공연한다고 해서...원래는 안 가려고 했는데 올해가 40주년이라고 해서 뭔가 안 가면 안될 것 같아서 잠시 보고 오려고요.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 공연 받고 저녁에 돌아오면...대충 밤 9시나 10시에는 집에 오겠네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결과로 마침내 시체를 확인하게 된 센하는 그 정체를 알아채고 잠깐 동요하였다. 영문 몰라하며 고개를 기울이는 담당 경찰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서 건넸다.
ㅡ남은 신체로 유전자 검사해보세요.
그대로 센하는 자리를 떴다. 정확히는 화재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계단에 앉았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라앉히려고 한 다음, 휴대폰을 꺼내 나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벽 4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에.
ㅡ...아...그, 아아...여오세요...? ㅡ나다. ㅡ...으으으응...? 나...? 어...세아...지음 시아이...머이, 시에 어이 가지... ㅡ...발음 똑바로 해, 나츠미. 못 알아 듣겠어.
방금 잠에서 깬 탓에 비몽사몽하는 나츠미의 말을 듣다가 뒤늦게 현재 시간을 깨닫고 짧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ㅡ별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지금이 새벽인 줄도 잊고 있었어. ㅡ...아, 으응. 괜찮아. 상관없어. 그것보다는 무슨 일 있었나봐...?
겨우 발음을 바로잡은 나츠미는 과연 눈치가 빨랐다.
ㅡ아...그래, 밤 사이에 불이 난 모양이야. 진화 작업은 모두 끝났고,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이야. 그런데... ㅡ그런데?
말끝을 흐린 센하는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침묵하였다.
ㅡ...아니다.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네. 아직 완전히 확실한 것도 아니고, 아무튼 아마 나중에 또 연락할 거야. 끊어.
그 뒤에 센하는 잠깐 편의점에 들렀다. 맥주를 가득 사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는 듯했다.
술에 취한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보냈을까, 누군가가 흔들면서 부르자 억지로 눈을 떴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술기운도 여전했다. 그 때가 한 오전 6시 정도였을 거다. 자신을 깨운 경찰이 전하는 말에 잠도 술도 다 깨버렸다. 놀란 기색도 잠시, 곧 차분해졌다.
-가 든 바구니 안에는 마치 종 모양과도 같은 꽃이 달린 줄기가 수없이 들어 있었고, 통과 닮은 꽃의 이파리, 붉고 하얀 겹꽃의 길고 얇은 이파리들이 들어 있고 늑대풀의 덩어리진 뿌리가 잔뜩 들어있구나. 내가 그것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단다. 붉은 겹꽃의 이파리 하나하나를 따내고, 짐승조차도 피하는 군락의 꽃들은 멀리 보는 자에 의해 뜯겨졌단다. 정원에 핀 그 통 모양의 꽃을 꺾꽂이하는 이들이 성행하기에 그것 또한 가벼이 모아왔지. -. 잘 보렴. 이것이 선물이 될 거란다. 마지막 선물 말이다..
...잘 안 써지네요...(흐릿)
라곤 해도 열시즈음에 약먹고 자다가 겨우 깨서 비몽사몽으로 쓴 것이라 생각하면 나빠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내일은 멀쩡해야해애...(로 약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