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과정으로 완결이 난다. 과거를 마주하는 것. 마주해서, 그 고통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 길게 고민할 문제도 아니였는데. 나는 눈 앞에 답을 두고도 모르는 눈 먼 사람이였나. 그 정답으로 가는 길을 비춰 준 것은... 당신이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도망치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고통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거다. 그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울 지라도. 재미있네, 과연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저, 월하 씨에게 의지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야... 부끄럽습니다. 문득 권은 제 눈가를 만진다. ...살짝 고여있던 눈물을 손가락으로 치운다. 이제, 월하의 앞에 서있는 이는 평소의 그였다. 아니, 평소보다 더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다.
"그리고... 저를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니까... 떠나지 않아줘서... 천천히 눈을 깜박이다, 제 목 뒤를 긁적이고선 약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결심한 듯, 그 어느때보다 선명한 모습으로 말을 한다.
그 순간 센하는 권주를 조용히 돌아보며 아까도 보였던 것 같은 서슬퍼런 차가운 눈빛을 향했다. 마찬가지로 노려보는 눈동자를 마주본 그 눈빛은 마치 '감히 방해자가 난입해'라며 질책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당장 싸움을 걸 것만 같은 날서고도 아슬아슬한 분위기였으나, 어째선지 그 기세를 금세 누그러뜨린 그였다. 그 전에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의미모를 감정이 덜컥하고 떠오른 듯하다. 그 감정이 떠올랐을 때 센하는 눈썹꼬리를 밑으로 내리며 어딘가 자학적인 표정을 지었었다.
"...그렇네요."
실로 그답지 못한ㅡ여기서 그답지 못하다는 건 여태까지의 행태를 보았을 때 파악할 수 있는 그의 성격을 말하는 걸 테다ㅡ순순한 반응이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마저 말했다. 두려워하는 대상은 뻔하지.
"조금 흥분해버린 모양이군요."
무표정으로, 살포시 눈을 감으며 왠지 모르게 사과하듯이 권주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언뜻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잘 보면 정말이지 위태로운 모습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흥분하고 얌전해지고, 한 두 번이어야지. 단 시간에 여러 극의 감정을 거치는 모습을 정상적이라 이를 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한 바다. 물론 이렇게 얼른 진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측도 있겠지마는, 글쎄?
이준의 열변은 아직까지도 쉴틈이 없었다. 이제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의, 문제의 그 간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자신보다도 더 악독하고 유나보다도 더 위험한 이라고 그 악랄함을 계속 강조하는데, 어쩌면 센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심히 공격적인 목소리로 '그 입 닥쳐. 그 인간이 어찌되었든 당신이 평가할 가치는 없어.'라고 말하든 하였을지 몰랐으나, 아까 권주와의 일로 그토록 증오하는 범죄자를 상대한다는 일에서 비롯된 흥분을 가라앉힌 덕에 담담한 표정으로 그 말을 계속 들었다. 권주에게 치얼스. 일체의 대꾸도 없이 계속 듣던 센하는 끝날 때즈음에 근처의 벽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면서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익스파 소멸인가..."
혼잣말 같은 낮은 한 마디였다.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다 인상을 살짝 구긴다. 그래, 익스파가 발현된 덕분에 어둠에 싸인 저에 대한 비밀을 알아낸 입장으로선 '익스파 소멸'이라는 단어가 썩 반갑지는 못했을 거다.
"물론 잡아야겠죠."
형식적인 소리 뒤에는, "아, 물론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지만요."라며 옅음 미소 위에 무덤덤하면서도 조금 조급한 기색을 은근히 띄웠다. 암, 그에게 있어선 더 급하고말고. 파이프 의자를 잡고 자세를 잠깐 고친 센하는 다시 이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화제를 전환하였다.
"그나저나 당신에게 묻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당신 같은 이는 죽어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지만...의문을 모른 척할만큼 털털하지는 못해서요. 제가 온 이유는 여기에 있으니, '솔직하게 답해주시기를.'"
마지막 문장에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이 기분탓이 아니라는 사실은 센하의 빛 하나 없는 자색 눈동자에 어린 강압적 분위기가 증명하였다.
"이해했다면 좋네. 하지만 만만하게 보지 말게나. 아무리 썩어도.. SS급 익스퍼. 자네들이 쉽사리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자의 힘은 나 이상으로 보고 있네."
정확하게 익스파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나보다 더 강한 이가 아닐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이 저항하지도 못하게 따르는 이다. 순수하게 능력 때문은 아닐터다. 정확하게 이거라고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데이터가 적었기에 나는 그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들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런 순수한 의문을 가지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와는 별개로 나는 눈앞의 두사람에게 말을 조용히 이어나갔다. 내 미소는 아마 흐뭇한 미소가 아닐까 싶었다.
"무리는 하지 말게나. ...아마 쉽게 잡지는 못할 테니. 어쩌면 그를 잡는 것은 자네들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일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들으려고 왔나..? 아아. 바로 용건이 나오나? 솔직하게 답해달라라. 좋네.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가?"
눈동자를 센하 군에게로 돌렸다. 그 눈동자의 힘이 장난이 아님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분명히 진지한 표정일터다. 그리고 이어 주 군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는 눈빛이 멋져졌군. 초기의 자네가 맞을지 의문일 정도야. 좋은 눈빛이네. 자고로 경찰은 범죄자를 볼 땐 그런 눈빛을 해야지. 다른 이는 몰라도 경찰은, 범죄자에게 쫄거나 겁을 먹거나 타협을 하려고 하면 안되는 법이니까. ...자네의 미래가 기대가 되는군."
아..맞아...스레주는 내일...그 오랜만에 대학 후배들 보러 갑니다. 동아리 공연한다고 해서...원래는 안 가려고 했는데 올해가 40주년이라고 해서 뭔가 안 가면 안될 것 같아서 잠시 보고 오려고요.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 공연 받고 저녁에 돌아오면...대충 밤 9시나 10시에는 집에 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