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음..음...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의지가 보통 의지로는 불가능하고...좀 많이 커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캐가 S급으로 성장할 때도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의지가 있었고 마지막에 측정불가 수준으로 올라갔을 때도 정말로 강한 의지가 있었잖아요? 그런 느낌입니다.
이사, 5년전 보육원에서 이곳으로 살 집을 옮긴 이후로 처음이였다. 게다가 이런 반지하 방이 아닌... 멀쩡하고 깨끗한 집으로. 그 말은 더이상 곰팡이랑 빗물에 고통 받을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길이 완만하고 위치가 좋다고 하는데, 겨울에 가파른 길을 걷다가 삐긋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특히 오빠는 자주 넘어졌었으니까, 정말로 뼈 몇개가 나가기 전에 집을 옮기는 일이 그나마 다행인 것이였다.
그런 의미로, 나와 강준이는 아침부터 이삿짐 센터에서 보내온 파란색 박스에 짐을 옮겨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짐이 얼마 없는 것 치고는 제법 힘들고 오래 걸리고 있지만...!
"...누나가 딴 짓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 생각 읽지마!"
참나, 조금 여유 부릴 수도 있지...! 툴툴거리며 보고있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상자 속에 넣었다. 혹시 모르잖아? 책을 보다가 오빠가 숨겨둔 비상금을 발견할 수 있을ㅈ... 아니 그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억척스럽게 은행에 꼬박꼬박 모아두고 있을 인간일테니. ...그러고 보니 오빠는 어디에 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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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근황은 대충 이러하다는 것이다. 그 짧은 며칠간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먼저, 어떤 익스퍼 범죄조직이 테러를 일으켰던 사건. 비 익스퍼들을 익스퍼화 시킨다며 고치에 가둬두고,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사라진다는. 그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뻔 했었다. 나는 아마 고치에 갇혀 있다고 했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순간에 의식을 잃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런 나에게 강준이가 꿈을 통해 말을 걸어왔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에 강준이의 등급이 단번에 A급까지 성장했다고, 익스퍼 등록을 다시 할 때 알게되었다. ...나에게는 그저 귀찮은 것일 뿐이였지만, 방금도 내 생각을 읽어 버리고 말이다. 그 외에도 익스퍼의 존재가 갑작스래 밝혀지고,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다던가.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나날이였다.
...간접적으로 들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믿을 수 없었고, 다소 경악스러운 것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그 사건의 중심인물 중에 오빠... 그러니까 권주 오빠가 있었다는 것. 물론 범죄조직 쪽이 아니라, 경찰로서 범죄행위를 단죄하고 있었다는 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음 어이가 없었지. 언제는 교통경찰이라고 하더니, 어느순간 다쳐오는 일이 늘어서 걱정했었고, 그리고 알고보니 익스레이버... 라는 익스퍼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팀에 소속 되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오빠는 뭘하고 다녔던거야? 처음 알았을때는 정말로 떠오르는 질문들을 마구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그날 오빠가 집에 돌아왔을때 나와 강준이를 끌어안고 우는 바람에 할 말을 잃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거의 평소처럼 대해주니 나도 별말없이 평소처럼 지내왔었다.
"형도 진짜 너무하네..." "? 어째서...?" "그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잖아. 같이 살고있는데, 형에 대해 아는게 얼마나 있냐?" "..."
...강준이의 말대로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그래. 섭섭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오빠에 대해 걱정을 완전히 안하고 있던 것은 아니고 말이다. 오빠가 하는 일은 위험한 일 일것이 뻔한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였다. 어째서 그 '사고' 현장에 있었는지, 우리를 만나기 전에는 어디서 살고 무엇을 했었는지. ...그 은혜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들의 '오빠'가 아니라... '권 주'라는 사람에 대해서.
"집을 뒤지다보면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사진이라던가, 하다못해 옛날 흑역사가 담겨있는 일기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딱 좋은 생각이네."
마침 오빠가 집을 비운 이 시간이 더 없이 좋은 시간이였다. 어차피 집이 좁아서 찾아볼 곳은 별로 없지만! 그리고 가장 숨기기 좋은 곳은 아마도... 작업대. 오빠가 직접 만들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조금 전, 작업대는 따로 옮길테니 건드리지 마라는 경고는 이미 귓구멍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서랍장을 열자, 낡은 화구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으엑... 설마 이거 안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나중에 몰래 버리든가 해야지. 절대 안 버릴거야. 그것보다는... 뭔가 이상하지 않아?"
강준이가 물감이 묻어 끈적거리는 화구들을 걷자. 바닥을 드러난다.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바닥 가장자리의 울퉁불퉁한 부분이라던가, 겉에서 보기에는 어색하리만치 깊은 서랍장인데도, 안에서 볼때는 의외로 얕다던가. 강준이 툭, 하고 바닥을 치자. 힘없이 바닥 면이 떨어져 나갔다.
"...당첨." "아 실화야?"
의외로 허술하네. 바닥 철판을 들어내면서도, 밀려오는 스릴감에 조마조마한다. 내용물은 의외로 평범하다. 초등학교 앨범, 사진 몇 장과, 다 닳아가는 색연필, 재생지 같은 종이를 대충 덧붙인듯한 두꺼운 스케치북 따위의... 가장 위의 단체 사진을 든다. 총 인원이 어른을 포함해 10명 안팎인 소규모의 인원이였다. 오빠를 찾기 위해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훑었다. 그러다, 유독 기다란 머리카락의 일부를 땋아서 예쁘게 옆으로 넘겨놓고, 그 외의 머리카락은 곱게 뒤로 묶은 소녀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이 여자애, 오빠 닮았지." "...그렇네, 전체적인 모습도 그렇고, 머리만 길었지 형이랑 비슷하네. 눈색도 똑같은ㄱ..." "..." "...어라. 설마..."
...이 사람 분명 어린시절의 오빠다. 오늘 유난히 더 잘 따라주는 감이 자신있게 말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센하는 상당히 곱상하게 생겼어요 :3c 게다가 상당히 어리게 생기기도 했고...(예에에에전에 히로시의 독백으로 언급했다) 설정상 초면이 봤을 때 어설프게 어른티내는 십대 중후반 즈음으로 보일 정도랍니다...! 정작 정말로 10대였을 때에는 그 나이답게 생겼었지만....